이렇게 비가 오고 전화기가 잠잠해질 때 - P55

고삐를 당겨 조금 더 우리, 밝은 쪽으로어린이보호구역처럼 아름다운 곳으로 - P61

고 날아가는 기러기의 등을 보면서 실눈 사이로 비집고 들어오는 너를 보면서 눈 밑에서 해가 타는 것을 느꼈다 벌어지는 입을 틀어막았다I - P63

빛나는 여자, 선 채로 눈감은 슬픈 저 여자대성은 지장보살을 가리키면서 이곳의 공기를 깊숙이 들이마셨다 - P67

눈앞이 선한 등으로 가득했다 - P71

한 점 힘에서 못자리와 유전은 열리고 - P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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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든 파본처럼. - P64

얼룩에서 얼굴이 드러남을 생각하면서 - P113

끝없이 거짓을 노래하는 아기를 알고 있어 - P112

이제 궁금한 것은 내부에 쌓인 말들의 행방이다. 그것은 시 안에서 주로 씨앗의 모습으로 잠재되어 있었다. ‘나‘의 안에 있는 "수없이 많은 씨앗"(「뜻밖의 바닐라」)은 아직 열매를 맺지 않았기에 어떤 맛인지 알 수없는 미지의 것이며, 그렇기에 무엇이라도 될 수 있는바닐라(순정) 상태의 말들이다. - P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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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눈으로 보라는 이야기 같은 거 되게 싫어한다고 성은 씨는 말했다. 그 말은 시각장애인인 성은 씨와 친구들 사이에서 농담거리가 된다. "마음의 눈으로 보지 그래?" 그들은 서로를 놀리고 웃는다. - P126

종이책과 전자책을 동시에 출간하기 위해 애쓴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대체 텍스트는 이동권만큼이나 중요하다. 어디든 언어 없이는 가볼 수 없는곳들투성이다. 언어에서 멀어지면 타자와 멀어지고자기 자신과도 멀어지게 된다. 그것은 세계와 멀어진다는 말과도 같다. - P128

나 역시 비슷하게 느낀다. 두 시간 내내 어떤 사람과 마주 보고 질문과 대답을 주고받는 것보다 그의일터 구석에 있는 듯 없는 듯 앉아서 그를 바라보고기록하는 게 더 효과적인 접근일지도 모른다. 어쨌거나 우리는 누군가의 삶을 첫눈에 알아볼 수 없다. - P134

소중한 일을 오랜 세월 반복해온 사람의 이야기였다. - P138

종종 헌 마음으로 글을 쓰는 나를 떠올렸다. 이런 사람들을 만나고 나면 글쓰기라는 게 혼자 하는 일이 아닌 것 같다. 내 질문에 대답해준 사람들의 도움으로 완성하는 게 글쓰기 같다. 그러므로 생소한 얼굴들에 대한 궁금함을 죽을 때까지 간직하고 싶다. 당신은 어떻게 해서 이런 당신이 되었냐는 질문을 멈추지않고 싶다. - P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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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게 들어와서 제 마음을 그렇게 따뜻하게 해주는사람들이 조금 있으니까 불빛이 환하게 비치는 휴대폰을 꺼내서 들여다보고 난리가 난 거예요. 영화 보는데 앞에서 그러고 있으면 얼마나 거슬려요. - P23

심지어는 한 인물의 삶 전체에 대해서까지도그저 문장 하나, 단어 하나로 뭉뚱그려버리는 세태가만연해 있습니다. 저는 이러한 행위를 요약의 폭력이라고 부르는데요. 이런 태도가 특히나 폭력적인 이유는 수정을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 P25

거리 두기. 이 네 글자. - P29

저희 어머니가 책을 너무 좋아하시는데 손으로 책을 들고 있기가 힘이 들어서 책을 삼등분 사등분 찢어 읽으세요. 조금이라도 무게를 줄이려고 그러시는건데, 그런 분이 혼자서 그 많은 집안일을 어떻게 감당하시겠어요. - P35

여기서 중요한 거. 관계에 있어서 솔직함은 절대만병통치약이 아닙니다. 아무나 붙잡고 솔직해야 한다는 명분으로 자기 마음을 막 얘기해버리면, 관계가그걸로 그냥 끝나버릴 수도 있어요. 심지어 그게 가족 간이라고 해도 말이죠. - P43

그 말은 바꿔 말하면 누굴 미워하지 않게 된다는건 결국 나를 살리는 길이기도 하다는 것인데, 그래서 이 사람과 사람 간의 일이라는 것은 정말 간단한게 아닌 것 같아요. 누가 누굴 알고 이해한다는 건 어쩌면 평생이 걸릴 수도 있는 긴 여정이기 때문에. - P48

인간의, 타인과의 소통에서 생기는 스트레스라는 게이렇게나 이유가 사소하고 하찮은데 이걸 어떻게 소크라테스가 해결해주고 부처님, 공자님이 해결을 해줄 수 있을까요. 못 해요. 못합니다. 절에 들어가서10년 도를 닦아도 못 하고 세계문학 전집 전권을 외울 때까지 읽어도 해결이 안 납니다. 절대. - P53

이게 좀 슬픈 얘기인 게, 이 세상에 수많은 좋은 것들이 있는데 그중에서 뭔가 가질 수 있는 방법이 오직돈을 주고 사는 것밖에 없다는 건 서글픈 얘기거든요. 돈이라도 주고 살 수 있으면 좋은 거 아니냐고 할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우리가 정말 갖고 싶고 정말 가치 있는 것들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 P75

인생은, 꼭 내가 선택한 대로만 흘러가지는 않는다.
그러므로 삶의 변수로 작용하는 운과 우연의 존재를인정해야만 불필요한 자책을 피할 수 있다는 것. 물론자책과 건강한 자기반성은 분명히 구분되어야겠죠. - P83

그런데 또 그런 걸 만드는 데는 재주가 없었는지뭘 내놓으면 사람들은 늘 제품이 아니라 작품 대접을해주더라고요. 내가 원한 건 그게 아니었는데. - P86

나를 믿는다고 해서 반드시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지만 자신을 한 번이라도 믿어보면 어떤 식으로든 얻는게 있다는 거죠. - P89

인내하는 것은 당장은 힘들지만 우리에게 많은 것들을 가져다줍니다. 선택은 빨리 할수록 좋은 경우도있지만, 많은 경우 충분히 시간을 두고 하는 것이 좋거든요. 특히 사람에 관한 선택이라면요. - P103

이후로 저는 소위 말하는 발 넓고 친구 많은사람들을 더 이상 부러워하지 않게 됐습니다. 인맥이나 인연이란 것에 더는 연연을 안 하게 됐다고 할까?
그러고 나니까 휴대폰 속 연락처의 개수는 줄었는데그에 반비례해서 내 마음은 훨씬 충만해지더라고요.
인생에서 꼭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필요한 건 아니었는데. 항상 남에게 비치는 내 모습이 어떤지에 대해서만 신경을 썼지 진짜로 내가 바라는 나에 대해서는생각해본 적이 없었던 거죠. - P105

너무 좋아요. 가리지 않으니까(여러분은 좀 힘드시겠지만), - P108

그 누구보다 최선을 다해봤기 때문에 아무리 노력해도 되지 않는 일이 삶에서 얼마나 많은지를 아는 거죠. - P116

신호 대기에 걸려서 가만히 서 있는데 지나가던 차가 그냥 와서 들이받는 걸 어떤 노력과 조심성으로 막을 수 있을까요. 어느 대학을 가느냐에 따라 인생이 달라지는 나라에서 어떤 경제력과 교육 수준을 가진 부모에게서 태어나느냐가 엄청난 변수가 되는데, 자기노력으로 부모를 선택할 수 있는 사람이 있나요? - P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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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나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취업하기 좋은 중소기업‘
목록을 만들어 배포하기도 한다. 이 명단을 보고 있자면 권장 도서목록이 생각난다. 실제로 취업하려는 사람들이 아닌 ‘전문가‘들이,
자기들 눈높이에서 다양한 요소를 종합해서 내놓은 것이다. - P358

"‘오늘의 유머‘ (오유)라는 인터넷 커뮤니티 아시죠? 김동식 작가님이 거기에 올린 글을 모아서 만든 책이에요. 제가 거의 처음올라온 글부터 봤어요." - P363

지금 한국에는 암흑 물질(dark matter) 같은 진지한 독자가 상당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암흑 물질이란 우리가 아는 물질과거의 상호작용을 하지 않는 수수께끼의 물질이다. 암흑 물질은 빛이나 입자를 전혀 방출하지 않아 관측할 수가 없다. - P370

"악평도 좋습니다. 따끔한 비판이 있으면 그 사람이 쓰는 서평에 대해 읽는 이들이 신뢰를 갖게 되죠. 그러면 그다음에 다른작품에 대해 쓰는 호평이 그만큼 귀해져요." - P373

이런 사례를 들으면 ‘재미있다, 재미없다‘는 추천만 정직하게해도 사람들이 모이고 선순환이 생길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조금씩취향은 달라도 서로 존중하는 소설 추천자들이 구독자를 거느리고 활발히 활동하는 행성계 같은 게 만들어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하게 된다. - P389

사법시험이 있는 한 로스쿨 출신과 사시 출신의갈등은 생길 수밖에 없어요. 1, 2기 선배들 때는사시 출신과 로스쿨 출신이 밥도 같이 먹지 않고서로 이야기도 나누지 않는 로펌도 있었다고 해요. 사시가 어떻게든 살아남으면 둘 사이의 알력다툼이 엄청나게 심해질걸요. 고시생들은 로스쿨생을 바퀴벌레라며 ‘로퀴벌레‘라고 불러요. 일반국민들도 사시 출신 법조인을 더 높게 볼 거예요.
더 공정하게 뽑았다고 생각할 거예요. - P417

고시생들은 신분이 확 달라질 수 있기를 꿈꾸며극도의 불안감 속에서 공부하죠. 그런데 로스쿨이생겨서 변호사가 된다는 게 대단한 일이 아닌 것처럼 됐어요. 거기서 오는 박탈감이 너무 큰 거죠. - P418

그들은 이것은 밥그릇 싸움이 아니라고, 아르바이트와 휴학을 전전하는 평범한 대학생들에게 졸업까지 학비가 1억 원이 든다는 로스쿨은 기회를 가로막는 거대한 콘크리트장벽과 같다고, 사시가 유지돼야 이 사회가 공평무사함을 믿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 P419

성문을 동쪽으로 내느냐 서쪽으로 내느냐 하는 문제가 중요한 게 아니었다. 동서 양쪽으로 성문이 있다 해도 충분치 않다. 중요한 것은 높고 굳건한 성이 있다는 사실 그 자체였다. 들어가기어렵지만 동문으로든 서문으로든 한 번만 안으로 들어가면 귀족이 되고, 거기서 안주한 채 바깥사람들을 깔보게 되는 성이 한국사회에 너무나 많다. - P422

그렇게 관료 집단이 된다. - P425

바꿔 말하자면, 한국에서 간판이 만드는 차별과 서열의 구조는 거기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유지된다. 그런 ‘합의‘
는 여러 각도에서 공고히 맞물려 있다. 왜냐하면 지금 한국 사회에서는 실제로 그 간판에 힘이 있기 때문이다. 좋은 간판을 믿고 선택하는 것이 각자에게 최선의 선택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간판외에 달리 더 좋은 선택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 P428

공모전 제도가 미치는 영향력, 그리고 그 제도를 둘러싼 환경을 손봐야 한다. 나는 그런 지론과 별도로 공모전에 도전하는 많은작가 지망생들을 진심으로 응원한다. 소설가가 되고 싶은 사람이모두 공모전을 준비해야 한다면 그것은 뭔가 잘못됐다. 그러나 소설가가 되고 싶은 어떤 사람이 공모전을 준비하는 것은 아무 잘못도 아니다. - P435

어떤 단점은 극복하는 게 거의 불가능할 수도 있다. 왜냐하면소설이란 어떤 선 너머로는 ‘글재주의 적분‘을 넘어, 글쓴이의 성격과 가치관이 구체화된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문체에서부터 주제의식까지, 모든 부분이 다 그러하다. - P443

너무 안이한 제목을 보면 평가자로서는 본문도 별 고민 없이쓴 내용이겠거니 여기게 된다. 5장에서 ‘사랑‘ 같은 제목을 예로들었는데, 그런 제목이 붙은 원고가 의외로 많다. ‘사랑‘보다 더 안좋은 제목은 아마 ‘Love‘나 ‘더 러브‘ 정도일 것이다. 그보다 더 나쁜 제목은 ‘Love...‘뿐이리라. - P445

출판사나 언론사로 원고를 보낼 때에는 가명으로 보내자. 낙선했는데 본심 심사평에서 이름이 언급돼 봐야 좋을 것 없다. 어차피 당선되면 작품을 본명으로 발표할 건지 필명을 쓸 건지 출판사에서 물어봐준다.
건필하시기를! - P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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