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나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취업하기 좋은 중소기업‘ 목록을 만들어 배포하기도 한다. 이 명단을 보고 있자면 권장 도서목록이 생각난다. 실제로 취업하려는 사람들이 아닌 ‘전문가‘들이, 자기들 눈높이에서 다양한 요소를 종합해서 내놓은 것이다. - P358
"‘오늘의 유머‘ (오유)라는 인터넷 커뮤니티 아시죠? 김동식 작가님이 거기에 올린 글을 모아서 만든 책이에요. 제가 거의 처음올라온 글부터 봤어요." - P363
지금 한국에는 암흑 물질(dark matter) 같은 진지한 독자가 상당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암흑 물질이란 우리가 아는 물질과거의 상호작용을 하지 않는 수수께끼의 물질이다. 암흑 물질은 빛이나 입자를 전혀 방출하지 않아 관측할 수가 없다. - P370
"악평도 좋습니다. 따끔한 비판이 있으면 그 사람이 쓰는 서평에 대해 읽는 이들이 신뢰를 갖게 되죠. 그러면 그다음에 다른작품에 대해 쓰는 호평이 그만큼 귀해져요." - P373
이런 사례를 들으면 ‘재미있다, 재미없다‘는 추천만 정직하게해도 사람들이 모이고 선순환이 생길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조금씩취향은 달라도 서로 존중하는 소설 추천자들이 구독자를 거느리고 활발히 활동하는 행성계 같은 게 만들어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하게 된다. - P389
사법시험이 있는 한 로스쿨 출신과 사시 출신의갈등은 생길 수밖에 없어요. 1, 2기 선배들 때는사시 출신과 로스쿨 출신이 밥도 같이 먹지 않고서로 이야기도 나누지 않는 로펌도 있었다고 해요. 사시가 어떻게든 살아남으면 둘 사이의 알력다툼이 엄청나게 심해질걸요. 고시생들은 로스쿨생을 바퀴벌레라며 ‘로퀴벌레‘라고 불러요. 일반국민들도 사시 출신 법조인을 더 높게 볼 거예요. 더 공정하게 뽑았다고 생각할 거예요. - P417
고시생들은 신분이 확 달라질 수 있기를 꿈꾸며극도의 불안감 속에서 공부하죠. 그런데 로스쿨이생겨서 변호사가 된다는 게 대단한 일이 아닌 것처럼 됐어요. 거기서 오는 박탈감이 너무 큰 거죠. - P418
그들은 이것은 밥그릇 싸움이 아니라고, 아르바이트와 휴학을 전전하는 평범한 대학생들에게 졸업까지 학비가 1억 원이 든다는 로스쿨은 기회를 가로막는 거대한 콘크리트장벽과 같다고, 사시가 유지돼야 이 사회가 공평무사함을 믿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 P419
성문을 동쪽으로 내느냐 서쪽으로 내느냐 하는 문제가 중요한 게 아니었다. 동서 양쪽으로 성문이 있다 해도 충분치 않다. 중요한 것은 높고 굳건한 성이 있다는 사실 그 자체였다. 들어가기어렵지만 동문으로든 서문으로든 한 번만 안으로 들어가면 귀족이 되고, 거기서 안주한 채 바깥사람들을 깔보게 되는 성이 한국사회에 너무나 많다. - P422
바꿔 말하자면, 한국에서 간판이 만드는 차별과 서열의 구조는 거기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유지된다. 그런 ‘합의‘ 는 여러 각도에서 공고히 맞물려 있다. 왜냐하면 지금 한국 사회에서는 실제로 그 간판에 힘이 있기 때문이다. 좋은 간판을 믿고 선택하는 것이 각자에게 최선의 선택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간판외에 달리 더 좋은 선택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 P428
공모전 제도가 미치는 영향력, 그리고 그 제도를 둘러싼 환경을 손봐야 한다. 나는 그런 지론과 별도로 공모전에 도전하는 많은작가 지망생들을 진심으로 응원한다. 소설가가 되고 싶은 사람이모두 공모전을 준비해야 한다면 그것은 뭔가 잘못됐다. 그러나 소설가가 되고 싶은 어떤 사람이 공모전을 준비하는 것은 아무 잘못도 아니다. - P435
어떤 단점은 극복하는 게 거의 불가능할 수도 있다. 왜냐하면소설이란 어떤 선 너머로는 ‘글재주의 적분‘을 넘어, 글쓴이의 성격과 가치관이 구체화된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문체에서부터 주제의식까지, 모든 부분이 다 그러하다. - P443
너무 안이한 제목을 보면 평가자로서는 본문도 별 고민 없이쓴 내용이겠거니 여기게 된다. 5장에서 ‘사랑‘ 같은 제목을 예로들었는데, 그런 제목이 붙은 원고가 의외로 많다. ‘사랑‘보다 더 안좋은 제목은 아마 ‘Love‘나 ‘더 러브‘ 정도일 것이다. 그보다 더 나쁜 제목은 ‘Love...‘뿐이리라. - P445
출판사나 언론사로 원고를 보낼 때에는 가명으로 보내자. 낙선했는데 본심 심사평에서 이름이 언급돼 봐야 좋을 것 없다. 어차피 당선되면 작품을 본명으로 발표할 건지 필명을 쓸 건지 출판사에서 물어봐준다. 건필하시기를! - P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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