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모두 거짓말입니다방금 말한 흰 새는 내 앞에 흰 손수건처럼 앉아공손하게 차를 마시는 새입니다 - P28

나는 새 속에서 태어났다고 했다그 반대가 아니라나는 새 속에서 죽었다고 했다그 반대가 아니라내가 태어나서 죽었다고 했다 - P27

저 새는 땅에서 내동댕이쳐져공중에 있답니다 - P23

내 시를 내려놓을 곳 없는 이 밤에 - P24

저 새는 땅에서 내동댕이쳐져공중에 있답니다 - P23

새가 나를 오린다시간이 나를 오리듯 - P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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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 엘리베이터 앞에서 나는 주저앉았다. 기가 다 빨린것 같았다. - P324

하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바람까지 모蜀재우리는 다시 짧게 입맞췄다. 출근길의 신혼부부처럼. - P330

파를 썰고 계란물을 젓가락으로 젓는 소리가 문 너머로 들려왔다. 국물이 끓어 라면 냄새가 났지만 식욕은 오히려 떨어졌다. 준연에게서 원하는 얘기를 듣지 못한 탓이었다. 데리고 가라고, 괜찮으니 먹고 같이 가라고. 준연을 배려하고 싶은 마음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이 방이 그런 생각을 할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생판 모르는 남녀라도 같이 있고 불을 끄면 일이 날 수밖에 없을 만큼 좁디좁은 방이었다. - P336

믿음을 쌓는 데에는 오랫동안 많은 일이 필요하지만 깨지는건 단 한 번으로 충분하니까. 나는 작지만 확실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내밀하게, 은밀하게. - P339

하진의 도움을 받아 꽤나 시간을 쓰고 밖으로 나왔을 때 나는 두꺼운 뿔테 안경을 쓴 노안의 모범생, 근데 살짝살짝 보일듯 말 듯 멋을 부린 애처럼 보였고 하진은 연예인이 되고 싶은일진 언니 같았다. 우린 손을 잡고 촐랑촐랑 놀이공원 입구로뛰어갔다. - P352

그게 세상이지, 그런 게 세상이야. 하지만 하진은 나를 봤다.
나 사연 많은 여자야. 다 겪어 보고, 당해 보고 하는 말이지. 하진은 그저 웃으며 가만히 잔을 비웠다. - P361

돈을 벌어야겠다는 의지로 만들어 낼 수 있는 게 있다면 돈을 벌지 못해도 상관없다는 의지로 만들어 낼수 있는 것도 있어. 둘 다 평가의 기준은 하나. 잘 만들었느냐아니냐지만 그 전에 무엇을 위해 잘 만들었느냐, 그걸 봐야 해.
돈을 벌기 위해 잘 만들었는지, 다른 뭔가를 위해 잘 만들었는지. 어느게 낫다 못하다 하는 건 그 다음이야. 목적도 쓰임새도 다른걸 나란히 놓고 비교할 수는 없고 그렇게 다르기 때문이 모두가 이기는 게임 같은 건 있을 수가 없어. - P3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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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에게 절대 말 걸지 않기로 약속‘ 옵션을 제공하는 미용실이 있다면, 아마 나는 그곳에 평생 다닐지도 모른다. 관계의 거리에 비해 너무 깊은 질문들이 오가는 곳,
그곳은 미용실이다. - P27

자기 자신에게든 중요한 타인에게든, 자신이 어딘가에 아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존재라는 사실 확인의 기회는 인간이 살아 있기 위한 필수 요소다. - P33

유아차 안에 있는 아이가 잠든 것을 확인한 아이 엄마가 작은 소리로 아이스라테 한 잔을 주문하고 있다. 곧 마시게 될 그 커피는 얼마나 맛있을까. - P36

는 계절인 것만 같다. 가을은, 아직 여름 같은 가을과 벌써 겨울 같은 가을이 있을 뿐이고 봄은, 아직 겨울 같은봄과 벌써 여름 같은 봄이 있을 뿐인. 어디선가 멀어지고있거나 어딘가에 가까워지고 있는 공기. - P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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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인생은고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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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대가족의 종부(宗)로서 감히 엄두도 낼 수 없는 일을 저지르셨다. 먼저 오빠를 데리고 무작정 상경한 어머니는 어느 날 나까지 데리러 와 집안 어른들을 놀라게 했다. 어머니는 할머니가 공들여 빗겨 준 내 종종머리를 싹둑 잘라내고 뒤통수를 허옇게 밀어붙이는 단발머리로 만들어 놓았다. 해괴한 머리 모양에 울상이 된 나를 어머니는 서울 아이들은 다 그런 머리를 하고 있다고 윽박질렀다. 그 머리로 사랑에 들어가 할아버지한테 하직 인사를 올리니 할아버지는 "허어, 해피한지고, 뒤통수에도 또 얼굴이 달리다니" 큰소리로 일하시고 나서50전짜리 은화를 한 닢 먼저 주셨다. 은화가 데구르르 구르는 소리와 할아버지의 일갈은 최초로 모욕당한 기억으로 내 자존심에서 오래도록 지워지지 않았다.

나는 내 마지막 몇 달을철없고 앳된 시절의 감동과 사랑으로장식하고 싶다. 아름다운 것에이해관계 없는 순수한 찬탄을 보내고 싶다.
내 둘레에서 소리 없이 일어나는계절의 변화, 내 창이 허락해 주는한 조각의 하늘, 한 폭의 저녁놀, 먼 산빛,
이런 것들을 순수한 기쁨으로 바라보며영혼 깊숙이 새겨 두고 싶다.
그때가 가을이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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