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모든 친환경 차차차 탈것박물관 20
안명철 지음, 박영애 편성위원, 탈것발전소 기획 / 주니어골든벨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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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에 대한 관심도 많고 차 타는 것도 좋아하는 아이와 함께 읽고 싶은 책을 만났다. 탈것, 그중에서 차에 대한 정보를 담았구나 싶었는데, '친환경'이 덧붙여 있다. 그러면 환경문제도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겠구나 싶었다. 거기에 더해, '세상 모든'이라는 말이 덧붙여 있다. 현재까지 나와 있는 친환경 차에 대한 모든 정보를 담은 책이구나 싶어 반가웠다. 제목에서 많은 것을 기대하게 만든 책이다.

 

굉장히 튼튼한 양장본의 노란색 표지, 연두색 책등도 마음에 든다. 앞표지에는 QR코드가 있는데, 책의 절반 정도를 읽어주는 소리와 영상이 담겨 있다. 사운드북에 관심이 많은 아이라면 흥미롭게 볼 수 있겠다. 이 책의 특징은 실제 자동차 사진이 많이 실려 있다는 점이다. BMW 전기 자동차, 아우디 하이브리드 자동차, 벤츠 수소 연료전지 자동차, 아우디 천연가스 자동차, 토요타 태양광 자동차, 혼다 태양광 자동차, 토요타 에탄올 자동차, 쉐보레 알코올 자동차, 구글 웨이모 미니밴 자율주행 자동차 등 다양한 자동차 사진들을 자료로 확인할 수 있다.

 

또한 단순히 자동차 사진들만 열거한 게 아니라 배기가스 배출과 그 결과, 현재의 화석 연료 자동차와 미래 친환경 자동차의 비교, 각 친환경 자동차들의 개요, 모터와 엔진 등의 구조, 상용화 단계 등을 한눈에 보기 쉽게 구성하였다. 자동차 개발 전문가가 되고 싶은 아이들의 궁금증을 풀어주는 내용도 첨가되어 있다.

 

이 책을 통해, 우리나라에서는 어떤 친환경 자동차들이 나와 있는지, 어느 정도의 상용화 단계에 있는지 살필 수 있어 유익했다. 현대 아이오닉 EV 전기 자동차는 조금씩 상용화 단계이고, 현대 수소 연료전지 버스는 울산에서 시범운행 중이며, 현대 에어로시티 천연가스 버스는 시내버스용으로 대중화되어 있다. 자율주행 자동차로는 제네시스 G90, 현대 넥소가 있다.

 

탈것에 대한 아이들 책들은 시중에 꽤 많다. 먼저 자동차에 대한 책을 고른다면, <세상 모든 친환경 차차차>를 추천하고 싶다. "너희가 어른이 될 즈음이면, 지금 어른들이 준비하고 만드는 친환경 자동차를 직접 운행하게 될 거야. 어때? 미리 한번 볼까?" 하면서, 아이와 함께 친환경 세상을 꿈꾸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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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콘텐츠기획 가이드 - 포스트 코로나
노동형 지음 / 청년정신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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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K-콘텐츠기획에 관한 '가이드'에 걸맞게 360쪽 분량으로 자세한 내용을 담았다. 특정 직업군에 한정된 책이 아니라 직장에서 기획서를 작성할 때 참고할 기본서라 할 수 있다. 이 책을 통해 기획서 작성시 도움을 받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 K-콘텐츠의 트렌드와 전망을 읽고 싶기도 했다. '포스트 코로나'에 대한 여러 분야의 책들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콘텐츠'라는 다소 광범위한 개념을 어떻게 한 권의 책으로 엮어냈는지 궁금하기도 했다. 먼저 콘텐츠의 정의부터 살펴보자.

"문자, 음성, 영상 등의 다양한 정보 형태가 통합되어 생성, 전달, 처리되도록 하는 시스템 및 서비스에서 활용되는 정보서비스 내용물을 가리킨다."(94쪽)

이 책은 특히 문화콘텐츠에 주목한다. 그것은 생활양식, 역사적 기록, 이야기, 경험 등과 같은 문화의 원형적 요소에 창의적 기획력을 가미하여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문화상품이다. 종류로는 방송, 영화, 게임, 캐릭터, 애니메이션, 음악, 출판 등이 있고, 디지털 영상, 이러닝, 디지털 음악, 전자출판, 콘텐츠 유통, 어플리케이션, 소셜네트워크서비스, 클라우드 컴퓨팅, AR, VR, AI, 블록체인 등의 디지털 콘텐츠로 발전하고 있다. 이렇게 본다면, 우리 주변에서 문화콘텐츠의 범주에 속하지 않는 게 있을까 싶을 정도다.

문화콘텐츠 기획자, 창작자는 CPDN(콘텐츠, 플랫폼, 네트워크, 디바이스가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하나의 현상) 생태계를 정확히 이해하는 게 필요하다. 즉, 콘텐츠 소비자를 대상으로 유튜브, 인스타그램, 틱톡 플랫폼을 통해 다양한 네트워크와 연계하며 스마트폰, 태블릿PC, TV 디바이스로 향유하는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는 콘텐츠의 연결, 창조적 융합을 통해 미래를 창조하는 시대다.

이 책의 전반부에서는 코로나로 인한 시장과 삶의 변화, 글로벌 콘텐츠의 다양한 사례, 시대 변화에 부합하는 문화콘텐츠의 개념과 개요를 보여줬다면, 나머지 절반 이상의 비중은 기획 프로세스를 다룬다. 콘텐츠기획의 세계에서 정상에 오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는 몸집이 크면서도 최대한 에너지를 아끼고 상승 기류를 이용하는 롤러코스터식 비행으로 히말라야를 넘는다는 쇠재두루미를 비유한다.

"경쟁이 치열한 시장을 넘어 2등과의 초격차를 벌이기 위해서는 쇠재두루미처럼 변화의 흐름을 타고 앞날의 장애물을 넘을 수 있는 차별화되고 새로운 방식의 시도가 있어야 한다."(55쪽)

콘텐츠기획 과정은 시장조사, 아이템 선정, 아이디어 차별화, 스토리텔링, 기획의 5단계다. 트렌드 읽는 방법, 아이템 수집 방법, 아이디어 발상법, 즐거운 기획 방법 등 재미있고 실용적인 내용들이 많다. 스토리텔링과 관련해서는 새롭게 대두되는 개념인 '스토리두잉'(storydoing)을 언급하는데, 이는 소비자의 직접 참여를 의미한다. 가령 유명인을 모델로 쓰던 광고가 요즘은 일반인을 활용한 다양한 채널의 광고로 만들어지는 경우다.

제목과 내용 모두 실용성을 지향하는 책이어서 더 그랬을까, 중간중간 '기본'을 강조하는 대목이 의미 있게 다가왔다. 콘텐츠기획은 크게 생각하기, 글쓰기, 말하기의 3단계인데,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은 '생각하기'다. 저자에 따르면, 창의적인 생각을 잘해야 글쓰기, 말하기를 부수적으로 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창조적 통찰력의 중요성을 상기해본다. 기획을 잘하기 위한 기본은 목표 설정, 개념 정립, 시간 관리라 할 수 있는데, 이 중에서 가장 우선시되는 것은 '시간 관리'다. 일본 디자이너가 개발했다는 만다라트 계획표를 소개하고 있는데, 한번 적용해볼까 싶다.

저자는 콘텐츠의 틀을 국내를 넘어 세계 무대로 확장해야 더 큰 스토리,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고 말하면서, 관상용 잉어 코이를 예로 든다. 그 대목이 인상적이었다. 비단 콘텐츠에 한정된 말은 아닐 듯하여.

"치어였을 때 작은 어항에 넣어두면 5-8cm밖에 자라지 않지만 연못에서 기르면 25cm 정도 자라고, 강에서 자라게 되면 120cm까지도 성장하게 된다."(269쪽)

어떤 분야가 되었건 이 책을 통해, 기획의 기본을 점검하고 실제를 적용해볼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문화콘텐츠를 기획한다면, 우리가 평상시에 웃고 즐기며 넘겨버리는 수많은 콘텐츠 가운데 차별화된 것을 발견해내는 안목을 키울 수도 있을 듯하다. 당장 어떤 기획을 하지 않더라도, 우리 일상에 깊숙하게 파고든 문화콘텐츠의 양상을 살피고 어떤 세상으로 변모할지 기대해보는 책으로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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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b? 나는 가상증강현실 전문가가 될 거야! job? Special 시리즈 12
가가 지음, 문평윤 그림, 문형남 감수 / 국일아이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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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b?> 시리즈로 유명한 국일아이의 책이다. 이 책은 특별히 4차 산업 혁명 시대 유명 직업 스페셜로 묶이는 책 중 하나다. (참고로, 지금까지 그와 관련해 출간된 책들은 로봇 전문가, 드론 전문가, 3D 프린팅 전문가, 인공지능 전문가, 빅데이터 전문가, 유튜브 크리에이터, 바이러스 전문가, 블록체인 전문가, 정보보안 전문가, 융합소프트웨어 전문가, SNS 전문가에 대한 것이다.) 어린이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구성 방식이지만, 부모와 교사, 해당 주제에 관심 있는 사람들 모두 보면 좋을 책이다. 관련 지식이 거의 없는 사람이 본다면, 그나마 구성 방식이 만화여서 어렵고 생소한 내용을 끝까지 읽어갈 수 있다. 사실 내가 그런 경우다.

'증강현실'이 낯설지는 않다. 아이에게 다양한 그림책을 보여주려고 이런저런 책을 검색하고 구매할 때, 처음 '증강현실 그림책'을 발견하게 됐다. 그때를 계기로 '가상증강현실'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게 된 듯하다. 아이와 함께 볼 책이지만, 내가 먼저 궁금증을 해결하고 싶었다.

"가상현실, 증강현실, 혼합현실이 무엇인지, 가상증강현실 전문가는 어떤 일을 하는지, 어떤 분야에서 활용되는지 등을 알아보러

주인공들과 함께 여행을 떠나볼까요?"

('작가의 말' 중)

이 책의 중간중간 '정보 더하기' 코너에는,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혼합현실(MR)의 구분, 가상현실과 증강현실의 각 특징과 기기, 가상현실의 역사, 가상증강현실의 활용, 증강현실을 활용하는 기업, 가상현실을 이용한 공포증 치료 등이 상세히 나와 있다. 사실 이 부분은 전체 만화를 다 본 후에 읽는 편이 좋을 듯하다. 책 말미의 '워크북'은 독자들이 전체 내용을 잘 이해했는지, 흥미롭게 퀴즈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AR은 현실에 가상을 불러오는 기술이고, VR은 가상 속에 자신이 들어가는 기술이다. 이와 관련된 직업은 가상현실 기획자, 가상공간 디자이너, VR 프로그래머, 증강현실 엔지니어 등이다. 이 책의 주인공 연우는 VR 고글을 쓰고 롤러코스터를 경험한다. 그런데 실제로 놀이기구를 탄 느낌이 들까 궁금해지긴 한다. (그럼 앞으로 실제 놀이공원은 모두 없어지게 될까.) MR은 사실감을 극대화한 3D 입체 영상을 현실 공간에 구현하는 것이다. 관련 직업은 홀로그램 전문가다.

개인적으로 관심을 끄는 직업군은 AR 쇼핑플랫폼 설계자로, 스마트폰 안에서 원하는 상품을 입거나 꾸며볼 수 있는 앱을 만드는 사람이다. 우리나라 특허청 발표에 따르면 증강현실 앱의 특허출원이 계속 증가 추세라고 한다. 오감인터렉션 개발자도 특이하게 다가왔다. 기존의 보고 듣는 차원을 넘어 소리 방향에 따른 볼륨 조절과 후각, 미각, 촉각도 실제처럼 느끼게 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사람이다.

문득 몇 년 전 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에서 게임과 현실의 경계가 무너진 설정도 떠오르고, 이 책에 소개된 이케아, 로레알의 앱을 실제로 활용해봐야지 하는 적용거리가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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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b? 나는 로켓, 탐사선 전문가가 될 거야! job? Special 시리즈 14
주성윤 지음, 이건웅 감수 / 국일아이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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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b?> 시리즈로 유명한 국일아이의 책을 또 만났다. 이 책도 4차 산업 혁명 시대 유명 직업 스페셜로 묶이는 책 중 하나다. (참고로, 앞서 출간된 책은 신재생에너지 전문가에 대한 것이다.) 이번에는 지구 너머 우주의 세계다. 어린이,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책이지만, 우주와 관련된 SF 영화 보는 것만 좋아할 뿐 전문 지식이 거의 없는 나 같은 독자에게도 적합한 책이 아닐까 싶다.

"이 책엔 로켓과 우주탐사선, 그리고 우주개발과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어요. 그리고 용광로보다 더 뜨거운 열을

내뿜는 로켓의 엔진은 어째서 녹지 않을까?

또 행성을 탐사하는 우주선들은 적은 연료로 어떻게 오랫동안

비행할 수 있을까? 똑바로 발사되었다가, 똑바로 착륙하는 로켓이 있다던데, 사실일까? 이런 신기한 기술은 누가 개발한 걸까? 등

궁금증을 풀어준 재미있는 이야기가 가득하답니다."

('작가의 말' 중)

'작가의 말'을 보면, 등장 인물들과 함께 우주와 관련된 직업을 알아보는 차원을 넘어 과학 지식을 곳곳에 담아놓은 의도가 보인다. 이 책에서 발사체 개발자인 '장 박사' 캐릭터의 말만 잘 따라가면 차근차근 로켓에 대한 지식을 쌓아갈 수 있다. 또한 작가인 '벼리 아빠' 캐릭터를 통해, 그가 인터뷰한 위성 개발자로부터 탐사선과 위성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로켓 한 대를 만들려면 발사체 개발자, 인공위성 개발자, 구조경량화 전문가, 항공우주 공학자, 전기전자 전문가, 로켓엔진 개발자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필요하다. 이 책은 각 전문가들이 하는 일을 하나씩 설명해준다. 발사체 개발자가 미사일도 만든다. 발사체와 미사일의 차이는 무엇을 실었느냐다. 인공위성이냐, 폭탄이냐. 현재 민간사업자들이 운영하는 우주개발 기업들이, 우리나라에도 많이 생기고 있다고 한다. 작은 규모라도 고체연료를 사용하여 작은 로켓을 만들어 할 수 있는 일이 많다는 것이다.

인공위성과 탐사선 개발자는 무인 우주선을 만드는 사람이다. 위성의 종류로는 통신위성, 기상위성, 과학위성, 군사위성 등이 있다. 이와 관련된 직업군으로 먼저 '인공위성 분석원'은 인공위성 상태를 관찰하고 우주 환경을 고려하며 인공위성을 움직여야 할지 확인한다. '인공위성 관제원'은 분석원의 명령에 따라 실제로 인공위성을 움직이는 사람이다. 인공위성이 보낸 자료를 전문적으로 분석하는 '인공위성 자료처리원'도 있다.

벼리와 친구들이 방문한 '국일 스페이스'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나로우주센터를 모델로 만든 곳으로, 실제로 그곳에 견학코스와 볼거리들이 있다고 한다. 본문의 후반부에는 현재 우리나라 우주산업의 현황에 대해 간략하게 언급된다.

이 책의 중간중간 '정보 더하기' 코너를 통해, 로켓의 역사를 비롯해 우리나라 로켓의 역사와 미래, 로켓의 종류, 꼭 알아야 하는 탐사선, 미국과 우리나라의 우주박물관을 알 수 있다. 그중 우리나라 로켓의 역사는 흥미로웠다. 1377년 '주화'(달리는 불)라는 화학 무기가 로켓과 같은 원리로 만들어져서 한국 최초의 로켓으로 불린다는 사실도, 처음 알게 됐다. 다른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책 말미의 '워크북'을 통해, 독자들이 전체 내용을 잘 이해했는지, 흥미롭게 퀴즈식으로 풀어볼 수 있다.

고체연료와 액체연료의 정보를 읽으면서, 문득 우주개발이 환경문제와 어떤 연관성이 있을지 궁금해졌다. 그 외에 이것저것 관련 자료를 더 찾아보고 싶은 내용도 있었다. 언젠가 이 책에 소개된 우주박물관을 아이와 함께 가봐야겠다. 제주와 사천에 있는 곳은 거리상 너무 멀고 상대적으로 가까운 한국항공대학교 항공우주박물관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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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적인 방역 살처분·백신 딜레마 - 왜 동물에겐 백신을 쓰지 않는가
김영수.윤종웅 지음 / 무블출판사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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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저자 김영수 PD가 밝힌 대로, "MBC충북에서 방송된 다큐멘터리 <살처분, 신화의 종말>의 내용을 각색하여 에세이 형식으로 만든 일종의 취재기"(173쪽)다. 공동 저자인 윤종웅 수의사는 다큐멘터리 제작 때 함께했고, 이 책의 5장(현장 수의사가 바라본 조류인플루엔자) 부분을 집필했다. 내용과 방향성이 꽤 명료한 책 제목이다. 2018년에 방송된 다큐멘터리 내용인 줄은 몰랐고, 제목만으로 궁금증을 가져서 펼쳐본 책이다. 동물들의 살처분 뉴스를 접할 때마다, 다른 방법은 없는 것일까, 막연한 의문을 가졌던 배경도 있다.

저자는 '살처분은 언제, 어디서부터 시작됐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고자 키워드 '우역'을 발견한다. 살처분의 시작점은 소의 질병인 '우역'으로, 2011년 이미 종식 선언된 전염병이다. 문제는 구제역은 우역만큼 치명적이지 않은데, 1715년 우역 때 처음 고안된 감염 차단법인 살처분을 고스란히 구제역 대처에도 적용한다는 데 있다.

저자 일행은 <인간이 만든 질병, 구제역>을 쓴 수의역사학자 아비게일 우즈 교수를 찾아 영국 런던의 킹스컬리지로 향한다. 인터뷰를 통해, 저자는 1920년 구제역 살처분의 배경에 자국 축산에 대한 보호주의가 숨겨져 있다고 봤다. 영국의 강력한 살처분 정책에는 우리 것은 보호하되 외국 종은 죽여도 마땅하다는 전제가 깔려 있었다. 이후 일행은 유럽 국가도 동일한 생각일까 궁금하여 네덜란드로 향한다. 네덜란드의 경우 백신 접종으로 병의 확산을 막은 뒤 그 방역대 안에서 살처분하는 방식을 취한다. 나아가 백신 정책이 잘 수행된다면 더 이상의 살처분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저자 일행은 FAO(식량농업기구) 조류인플루엔자 정책 자문관인 레스 심스 박사를 만나기 위해 홍콩으로 향한다. 박사를 통해 백신 정책을 쓰는 홍콩 정부의 사례를 듣고, 백신이 조류인플루엔자의 전파 속도를 늦춰주었고 인간 전염 사례는 전혀 없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이를 우리나라에 적용해볼 수는 없을까 하는 궁금증으로, 일행은 '농림축산식품부'를 찾는다. 그리고 "백신을 사용하면 닭이 병에 걸렸는지 모른 채, 바이러스를 계속 전파할 수 있기 때문에 지금으로선 살처분이 유일한 대안"(98쪽)이라는 답변을 듣는다.

"동물복지 농장은 높은 수준의 동물복지 기준에 따라 동물을 인도적으로 사육하는 소, 돼지, 닭, 오리농장을 국가에서 인증하고 인증농장에서 생산되는 축산물에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마크'를 표시하게 하는 제도이다."(102쪽)

동물복지 인증을 받은 농장은 어떠할까. 다른 농장들에 비해 닭을 인도적으로 키우지만, 결국 전염병이 돌면 살처분해야 하는 것은 동일한 셈이다. 일행은 우리나라 최초로 살처분을 거부한 동물복지 농가인 '참사랑 농장'을 찾아 익산으로 향한다. 동물복지 농장을 운영하는 농장주들은 "닭의 생태적인 특성을 잘 유지시켜 주기 때문에 면역력이 좋아져 병에 잘 걸리지 않는다"(109쪽)고 주장하지만, 현실은 조류인플루엔자 최초 발생 농장 3km 농장 모두를 살처분하라는 방역 당국의 결정에 따라 자식처럼 기르던 닭을 폐사하게 된다. 살처분을 거부한 '참사랑 농장'은 익산시로부터 '가축방역법' 위반으로 소송당하고 2018년 취재 당시 조정 결렬 상태다.

"3km 방역대는 공기를 전파할 수 있는 바이러스 특성들 때문에 주변을 빠르게 살처분해야 하는 과거의 경험을 근거로 생겨난 방역 관습이다. 하지만 지금은 차량으로 하루 안에 어느 곳이든 이동할 수 있는 시대인데, 오히려 바이러스 역학적으로 주변 농장이 꼭 더 위험하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다. (중략) 차량의 동선과 사람의 이동을 좀 더 세밀하게 추적해 좀 더 정교한 방역을 할 수는 없을까?"(124쪽)

윤종웅 수의사는 과도한 방역의 문제점도 지적한다. 또한 좁은 사육 면적과 면역력은 인과 관계가 없다면서, 동물복지 농장에서도 전염병 질병의 위험이 있을 수 있다고 말한다. 특정 전염병에 대한 면역은 백신이나 사전 감염으로만 생길 수 있기에, 조류인플루엔자에 대한 면역은 백신 없이는 아무리 건강한 닭이라도 막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우리나라는 2016년 대규모 조류인플루엔자 발병 이후 가금수의사회 등에서 백신 정책을 주장해 항원 뱅크를 수립했다. 항원 뱅크란, 백신을 만들기 전에 바이러스만 증식해 보관한 상태다. 여기에 적당량의 보조제를 넣어 병에 포장하면 단시간 내 백신을 생산한다고 한다. 윤 수의사는, 살처분과 백신을 함께 사용할 것을 주장한다. 바이러스를 빠르게 제거하는 살처분의 장점, 바이러스 확산을 늦추는 백신의 장점을 두루 살리자는 것이다.

살처분이 아니라면 곧장 백신 투입이 이루어질까. 그렇지도 않다. 백신 맞은 고기의 유통 문제가 걸린다. '오염된 고기'로 생각하여 사람들이 사 먹지 않는 것이다. 백신 접종한 닭고기를 먹어도 안전할까? 이에 대한 윤 수의사의 답변을 요약해보면, 한마디로 안전하다는 것이다. 조류인플루엔자에 걸린 닭이면 폐사하기 때문에 소비자가 먹을 일이 없고, 달걀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돼 감염을 일으킨 사례도 없다. 우리가 먹는 닭고기와 달걀은 이미 사육 중에 여러 가지 백신을 접종해서 사육된 결과물이다. 그런데 "사람의 예방접종처럼 백신은 면역만 일으키고 흔적은 금세 사라지기 때문에 축산물은 안전하다"(145쪽)는 말은 부연설명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마지막으로 일행이 10년 지난 살처분 매몰지의 사후 처리를 하는 익산을 찾았을 때, 토양 상태에 대한 전문가의 이야기를 듣는다. 10년이 지나도 부패가 진행되지 않은 이유는, 플라스틱 재질의 마대자루와 소독을 위해 뿌려둔 석회가루, 땅속의 온도 때문이라고 한다. 이 대목을 보면서, 무리한 살처분의 후유증이 오랜 시간이 지나도 남아 있다는 반증 같았다. 무조건적 살처분 정책은, 멀쩡한 동물들이 죽어나가는 생명의 문제뿐 아니라 환경오염의 측면에서도 깊이 고민할 부분이겠구나 싶다.

이 책을 통해 동물 방역을 어떻게 해오고 있는지, 살처분의 문제점이 무엇이고 다른 대안은 없는지, 해당 전염병의 특성과 백신 개발의 어려움은 무엇인지 등을 살필 수 있었다. "왜 살처분을 해야 하지?"라는 하나의 문제의식을 가지고 관련 책들을 보고 전문가를 찾아 인터뷰하고 이와 관련된 현장을 취재한 결과, 책 한 권이 나왔다. 저자의 문제의식을 따라가며, 취재 현장에 동행하는 기분으로 책을 읽었다. 이 책을 발판으로, 동물 방역에 대한 다른 논의들, 살처분 일변도를 벗어난 정책들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그런데 백신의 부작용도 간과할 수 없다는 측면에서 "조류인플루엔자 백신을 맞은 닭을 정말 먹어도 될까?"라는 의문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다. 추후 다른 관련 자료를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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