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먹었던 음식을 내가 먹네 걷는사람 에세이 8
홍명진 지음 / 걷는사람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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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과 표지만으로도 대번에 음식 에세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내용 중간중간에 음식 그림이 컬러로 나와 있는, 아담하고 예쁜 느낌의 책이다. 저자 이름이 낯설었다. 그런데 전업 소설가인 저자 약력을 보니, 재미있어서 제목을 기억하고 있던 책 <타임캡슐 1985>가 있어서 괜히 반가웠다. (사실 재미있다는 잔상만 남아 있기는 하지만. 다시 찾아 읽어야겠다.)

이 책은 2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1부 프롤로그에는 1924년생으로 뱃사람이었던 아버지의 서사가, 2부 프롤로그에는 1926년생으로 해녀였던 어머니의 서사가 간략하게 나와 있다. 이미 10년 전에 돌아가셨다는 두 분에 대한 저자의 담담한 듯한 서술에서, 오히려 짙은 그리움이 전해져온다. 저자의 고향은 경상북도 영덕이다. 본문은 그곳의 오래전 풍미와 맛에 그리움을 버무린 스물한 편의 이야기 모음이라 할 수 있다. 저자가 소개하는 음식, 그와 얽힌 사람들 이야기를 한 편씩 천천히 읽다 보면, 어느새 마음이 차분해지는 느낌이 든다.

유명한 영덕 대게는 어른이 되어서야 맛보았고, 물회는 직장 동료들과 함께 처음 먹어봤다. 해당 음식 이야기를 읽을 때는 나도 모르게 군침이 돌았다. 저자 덕분에 경상도 음식 상식도 늘어나는 기분이다. 검보랏빛 '군소'라는 해산물과 '참도박'이라 불리는 해조류를 알게 됐고, 성게가 '말똥'과 '보라'로 구분되는 것도 처음 알았다. 물곰탕의 '물곰'은 곰치과의 생선인 물메기를 경상도에서 부르는 말로, 강원도에서는 곰치, 서해안 지역에서는 물텀벙이라 부른다.

기대했던 책 이상이다. 제목만 봤을 때는 엄마가 해주시는(돌아가시지 않고 멀리 계시는 상황인 줄 알았다.) 음식에 대한 추억과 맛을 펼쳐냈겠구나 짐작했었다. 그런데 이 책에는 음식 맛에 얽힌 저자 개인의 추억뿐 아니라 부둣가 사람들의 일상과 당시 삶의 풍경이 그려져 있다. 저자가 초등학생 때 운동회 응원가에 "노가리 먹고 힘내라"는 구절이 있었다는데, 그것은 당시 영덕군 출산항이 호황이고 노가리가 대풍인 덕분이다. 저자가 '곱새기고기'라 불리는 고래고기를 맛볼 수 있었던 것은, 포경이 금지된 1985년 이전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음식 에세이에 걸맞게, 가족과 이웃 이야기를 하면서도 초지일관 음식을 서술의 중심에서 놓지 않는다. 음식 한 가지를 떠올릴 때 추억 한 조각씩, 특정 사람에 대한 그리움이 쏟아질 법도 하건만, 작가의 표현은 감정이 절제된 듯이 보인다. 스물다섯 짧은 생을 살다 간 큰언니, 스물아홉에 돌연히 삶을 마감한 오빠, 마흔 갓 넘기고 생을 마친 단짝친구 S를 떠올리는 내용에서도,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의 상황 서술에서도 그렇다.

"이젠 어머니가 보내주던 밑반찬들을 하나도 맛볼 수 없겠구나 생각했다. 철마다 갈무리해 두었다가 보내주곤 했던 온갖 해산물이며 된장, 고추장 걱정을 하는 내게 여동생은 이런 철딱서니 없는 인간을 봤나, 하는 눈으로 쳐다보았다. 나도 안다. 해서는 안 될 말이라는 걸. 어머니를 잃은 마당에 음식 타령이라니. (중략) 시간이 지날수록 내 몸에 새겨진, 오감이 기억하는 음식이 그립다."

('작가의 말' 중)

 

처음 책을 펼쳐 이 대목을 읽었을 때는, 나도 저자의 여동생처럼 저자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책을 다 읽은 후 다시 이 부분을 마주했을 때, 위의 마지막 문장이 다르게 읽혔다. "시간이 지날수록 내 몸에 새겨진, 오감이 기억하는 엄마가 그립다"라고. 이 문장은 2부 프롤로그에 나온 "아, 엄마 냄새네. 나도 모르게 툭 튀어나온 그 말에 목울대가 울컥 잠겼다"(126쪽)는 대목을 연상시켰다. 어쩌면 저자는 음식을 테마로 한 글을 쓰면서, 음식에 얽힌 사람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음식이 그리움을 불러일으키는 매개가 될 때, 어느 순간 음식과 사람은 하나가 되는 것이기에.

"지치고 힘들어서 입맛이 싹 달아날 때면 생각나는 그 맛을, 그립다는 말로밖에 설명할 길이 없다. 꽁치젓갈에 제피가루를 넣어 버무린 푹 곰삭은 어머니의 김치에 돼지고기를 숭덩숭덩 썰어넣고 국물이 바특하게 끓인 김치찌개도 그립다."(77쪽)

이 책에서는 '그립다'는 표현이 꽤 자주 나오는 편이다. 음식을 지칭할 때마다 나온 단어였지만, 어머니표 김치와 어머니를 분리할 수 없듯이 저자의 책에 나오는 음식들은 그로 인해 소환된 추억 속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뱃사람과 해녀 부부(저자의 부모님) 가족을 둘러싼 영덕 마을의 이야기, 그곳만의 풍미와 맛, 그에 대한 그리움을 따라가다 보면, 지금 이곳에서 내가 누리는 일상, 먹는 음식, 함께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새삼 깨닫게 된다. (저자의 책, 특별히 어머니 이야기를 담았다는 장편소설 <숨비소리>를 찾아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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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하고 꼼꼼한 수채색연필화 - 가이드북 & 컬러링북
배영미 지음 / EJONG(이종문화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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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드북과 컬러링북 두 권으로 되어 있어요. 따로 되어 있는 게 좋네요. 기존 컬러링북처럼 설명과 견본, 그리고 컬러링할 페이지가 같이 있다면 아무래도 쉽고 가볍게 해보는 장점이 있겠지요. 이 책은 제목부터 '친절, 꼼꼼'을 표방했기 때문에 한 권으로 엮일 수 없었을 듯해요. 그만큼 본격적으로 자세히 '수채색연필화'를 배우고 싶다면, 이 책을 꼭 참고하시기를 바랍니다.   

   

 

색연필화의 특성, 수채색연필화를 시작하기 전에 갖출 여러 준비물, 미리 알아둘 기본적인 미술 상식(먼셀의 색상환을 비롯한 색의 이해, 원근법 이해, 도형 그리기 등), 충분히 많이 해둘 기초 선 연습과 채색 방법에 대해, 이 책에서 하나씩 확인해볼 수 있어요. 6색, 12색, 24색, 36색으로 해보는 점진적인 견본이 각각 다섯 개씩 나와 있고요. 갤러리 편에는 세 개의 풍경이 있어요. 각 견본마다 스케치부터 완성까지 단계별로 상세히 설명해줍니다.   

 

 

언제부터인지 쉽게 스케치하는 법, 다양한 도구로 채색하는 법을 담은 미술 관련 책들이 많이 나오고 있는데요, 무엇보다 이 책은 기본을 많이 강조하고 있어서 좋습니다. 기능적으로 견본대로 컬러링만 하는 것도 집중력이나 심신안정에 좋겠지만, 저는 이왕이면 이 책을 바탕으로 제 나름대로 응용해볼 수 있기를 원했거든요. 주변 사물이나 경치를 스케치하는 법부터, 이 책으로 배울 수 있겠어요.   

 

 

지금까지 저는 색연필과 수채화로 작업하는 컬러링북을 한 권씩 해보려고 시도해본 게 전부죠. 이 책을 반갑게 맞이한 이유는, 평범한듯 특별한 도구인 수채색연필이 궁금했기 때문이고요. 최근 컬러링북에 관심과 재능을 보이시는 엄마께 선물하고 싶었고, 또한 아이에게 겉모양은 색연필인데 4호 붓 하나로 마법처럼 물감 효과를 내는 수채색연필이 무엇인지 보여주고 싶었지요.

 

 

 컬러링북에 인쇄된 '벤치 위의 책들'은 너무 작은 듯해서, 가이드북에 따라 스케치부터 직접 해보면서 색연필, 붓과 물을 이용해 완성해봤어요. 연필로 스케치한 흔적이 채색 후에도 남는 부분을 보완할 일이겠구나, 번지고 스며드는 효과가 신기하네, 해볼수록 점점 나아지겠지 하는 감상이 남았어요. 일상의 작은 변화로 미소 짓고 싶다면, 이 책 <친절하고 꼼꼼한 수채색연필화>를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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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식당 개성밥상 - 고려의 맛과 멋이 담긴
정혜경 지음 / 들녘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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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 음식에 대한 궁금증으로 이 책을 펼쳤다. 그런데 화수분처럼 흥미로운 이야기가 이어져, 처음 제목에서 느꼈던 약간의 딱딱한 이미지, 508쪽의 방대한 분량과 무게감에 바짝 긴장하던 마음이 스르르 풀어진다. 저자는 통일된 한반도에서 마주할 밥상은 서울도 평양도 아닌 '개성'밥상이라고 말한다. 왜 그럴까. 이 책을 읽어가다 보면, 그 해답과 만날 수 있다.

 

개성은 고려 왕조 500년의 수도였기에, 저자는 1부에서 먼저 고려의 음식 문화를 소개한다. 2부에서는 어떤 개성 음식이 있는지 구체적으로 보여주고, 3부에서는 일상 속에서 만나볼 수 있는 개성 음식의 흔적을 찾아보며, 마지막 4부에서는 맞춤형 개성밥상의 사례를 보여준다. 식품영양학과 교수인 저자의 음식 연구서라 할 만한데, 그 내용이 학술적인 동시에 충분히 대중적이다. 고려시대 식기를 비롯한 관련 사진 자료, 음식 소개를 하면서 곁들인 그림과 역사적 문헌, 문학작품과 전통요리서 등에 나와 있는 구절 등 읽을거리가 풍성하다. 한마디로 '개성밥상'에 관한 백과사전 같은 책이다.

 

학창 시절 배웠던 고려가요 '쌍화점'을 기억하는가. 이 책에 따르면, 쌍화점은 쌍화를 파는 회화아비, 곧 무슬림 위구르족이 운영하는 술집이다. 이 작품이 만들어진 고려 충렬왕 시기는, 원을 비롯한 이슬람권 문화와 교류가 활발하던 때다. 쌍화는 만두의 일종으로, 나중에 개성편수로 발전하는 데 영향을 준 셈이다. 이 외에도 고려시대 음식 문화를 엿볼 수 있는 문인들, 특히 이규보, 이색의 시가 꽤 많이 인용되어 있다. 송나라 사람 서긍의 <고려도경>을 통한 객관적 기록과 더불어, 당시 황궁인 만월대와 강세황의 <송도기행첩>에 실린 개성 풍경도 실어놓았다.

 

개성 만두인 편수, 보김치(보쌈김치와 다름), 장땡이(장떡), 절창(순대), 조랭이 떡국, 홍해삼(홍합과 해삼) 등에 대한 유래, 만드는 법을 소개하면서, 고기구이의 여러 형태, 북한의 다양한 국수 이름, 인삼을 주재료로 하는 음식도 알려준다. 처음 이 책을 보고 싶었던 이유가 사실 이 부분이었는데, 한 음식에 얽힌 역사적 유래를 알게 되어 흥미로웠다. 또한 설렁탕, 닭도리탕, 숙주나물 등 우리 일상에서 친숙한 음식들 안에도 개성 음식의 연원이 있다는 것이 새삼 새롭게 다가왔다.

 

이 책에서 특히 인상적인 부분은 두 가지였는데, 먼저 박완서 작가의 <미망> 속에 나타난 음식 문화를 연구한 내용이었다. 소설은 작가의 고향이기도 한 개성을 배경으로 한 거상 일가의 삶을 그렸다. 저자는 소설 속 음식들을 도표로 보여주기도 하고, 소설 문장을 통해 개성 음식에 담긴 철학을 들여다보기도 한다. 저자는 크게 정성껏 마음들인 정갈함, 화려한 웃고명 장식, 상업 발달에 따른 음식 차림의 실용성 등을 제시한다. 두 번째로 인상적인 부분은 4부 전체이기도 한데, 이규보와 이색, 쌍화점의 주점 주인, 기생 황진이, 박완서 작가를 위한 밥상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저자의 의도는 다음과 같다.

 

"이 5인을 대상으로 스토리텔링과 창작을 더해 재구성한 개성밥상은 그저 단순한 '밥상'의 개념이 아니다. 나는 이 음식들이 현대에도 만들어지고 확대, 재생산될 수 있도록 과거 고조리서나 근대 조리서를 바탕으로 하여 레시피를 제시하겠다. (중략) 이 밥상은, 상을 차리는 것이 아닌 그들을 기억하고자 제시하는 각각의 음식들을 이야기하는 것임을 밝혀둔다."(392쪽)

 

이 책에서 저자는 통일에 대한 열망을 여러 번 강조한다. 실향민의 딸로서 돌아가신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을 내비치기도 했다. 한 시대의 음식을 들여다보는 것은 결국 그 시대의 문화와 생활상을 엿보는 것이구나 싶다. 이 책은 단절되거나 동떨어진 역사의 한 장, 생소하거나 낯선 특정 지역의 음식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오랜 역사 속에 이어진 삶과 문화, 그 속에 음식이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듯하다.

 

과연 한식 고유의 맛은 어떤 것일까. 개성 음식은 한반도 중간에 위치한 지리적 특성도 있겠지만 중용에 해당하는 "짜지도 심심하지도 않은 중간 맛"이라고 하는데, 오늘날 매운 맛 혹은 '단짠'의 맛을 한식의 대표적인 것이라 할 수 있을지... 시대에 따라 맛도 변하는 것이지만, 건강에 좋은 맛이 대표성을 가지는 게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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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루와 개
메리앤 마레이 지음, 한소영 옮김 / 시원주니어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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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표지의 색감이 눈에 확 들어왔던 그림책이에요. 개를 좋아하는 미루는 어느 날, '곰처럼 생긴 동물'을 만나지요. 그에게 "내 개가 되어줄래?"라고 묻고 '플러피'라는 이름도 지어줍니다. 미루에게는, 플러피가 다른 강아지와 다를 바 없게 느껴졌는데요, 다른 게 있다면 입맛이 특별하다는 정도? 아, 몸집이 점점 커진다는 점도 있겠네요. 두 발로 걸어다니는 신기한 재주를 보고, 미루는 플러피가 정말 특별한 개라고 생각하지요. 그러다가 동물병원에 갔을 때 비로소 플러피의 정체를 알게 되고, 그와 헤어지게 됩니다. 그 후 다정한 미루와 특별한 개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제12회 콤포스텔라 국제 그림책 수상작이라고 하는데요, 좀 생소하기는 했어요. 칼데콧이나 볼로냐 수상작은 많이 봐왔지만, 이 이름의 수상작은 처음 접해본 듯해요. 그림책 내용을 이야기하기 전에 외적인 아쉬움을 말하자면, 작가 소개가 전혀 나와 있지 않다는 점이에요. 옮긴이 소개만 나와 있고요. 이 그림책이 어떤 상을 받았는지보다, 저는 어떤 작가인지가 더 궁금했거든요.

 

그림책 내용으로 돌아오면, 저는 <어린 왕자>의 여우를 통해 너무도 익숙해진 '길들인다는 것'의 의미를 떠올리게 됐어요. 플러피의 정체가 무엇이든, 미루에게는 그를 길들인 시간이 있죠. 물론 그도 미루에게 마찬가지고요. 그러니까 그가 세상에서 위험하거나 무서운 존재로 인식되건 아니건, 미루에게 플러피는 특별한 개일 뿐이죠. 누군가와 인연을 맺어가는 과정에서, 때로는, 아니 너무 자주 우리는 그 당사자의 말과 행동에 집중하기보다 사람들 사이의 평판, 소문, 편견에 영향받기도 해요. 굳이 사람들이 아니라도, 자신이 먼저 그를 둘러싼 배경, 가령 외모부터 직업, 수입, 생활수준 등을 궁금해 하기도 하고요. 어떤 일면에서 평판이나 배경 모두 간과할 수는 없지만, 문제는 절대시하게 된다는 것 아닐까요.

 

작가는 "플러피가 얼마나 조용하고 얌전한데", "플러피가 얼마나 얌전하고 조용한 동물인지" 등의 표현을 반복해서 쓰고 있는데요, 저는 이 대목에서 조금 아쉬웠어요. 위험하고 무서운 이미지의 반대적 의미로 쓴 것일 테지만, 사람들에게 설명할 때, 미루만이 알고 있는 플러피의 모습을 더 구체적으로 알려주면 어땠을까 하고요. 그저 얌전하고 조용하기 때문에 함께 있어도 괜찮다는 것은 조금 피상적으로 느껴졌어요. 이 부분을 살짝 넘어가면, 전체적으로 밝고 선명한 색감 사용, 특히 미루와 플러피가 함께 노는 장면들, 밤하늘과 자연 속에 어우러진 채 손을 잡고 걸어가는 둘의 뒷모습이 참 예쁜 그림책입니다. 이 그림책을 볼 때마다 플러피의 상징성이 다르게 다가올 것 같은 예감도 듭니다. 매번 새롭게 읽히는 그림책은 매력적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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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소를 지키는 호랑이 몽키마마 우리옛이야기 12
김성준 지음, 이준선 그림 / 애플트리태일즈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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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아이를 위한 책들을 검색하다가 느꼈다. 국내외 동화작가의 책, 그리스로마 신화, 탈무드 등은 꽤 많이 나와 있는 반면, 우리 고전은 그리 많이 눈에 띄지 않는구나. 내용 자체로 재미있게, 그림을 더해 멋지게 만든 옛이야기 그림책은 없을까. (그 후 그런 그림책들을 몇 권 만나보기는 했다.) 사실 이 그림책이 마음에 쏙 들어온 이유도, '우리 옛이야기'라는 시리즈 이름과 '호랑이'가 주인공이라는 사실 때문이다. 이 책의 첫인상은, 한마디로 멋지다.

글작가와 그림작가가 다른 경우인데, 먼저 그림이 굉장히 인상적이다. 제목 <산소를 지키는 호랑이>라고 해서 정적인 이미지로 그려지는구나 싶었는데, 책 속에서 호랑이는 다양한 상황에서 꽤 역동적인 모습으로 그려진다. 훨훨 하늘을 날아다니는 듯한 동작은 기본이다. 눈이 부리부리해서 그럴까. 하는 행동이 예뻐서 그럴까. 왠지 정겹고 사랑스럽게 느껴지는 캐릭터다.

효심 깊은 이 씨를 비롯한 사람들의 표정, 가을을 배경으로 한 주변 자연 경관 등도 상당히 섬세해서, 글에서 전달되지 않은 대화와 이야기가 그림 속에 풍성하게 숨어 있는 느낌을 받았다. 그림작가 이준선 님의 다른 그림을 찾아보고 싶을 정도다. (실제로 찾아보니 그동안 많은 책을 냈다. 그중 호랑이 관련 책들도 여럿이다. 이번 책과 다른 책 속에 나타난 호랑이 표정, 움직임, 구도 등을 비교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듯하다.)

글의 경우, "옛날 어느 고을에 이씨 성을 가진 사람이 살고 있었어"로 시작하는데, 정말 아이를 앉혀놓고 들려주는 말투다. 자연스러워서 좋다. 아이에게 책을 읽어줄 때, '-다'체를 내 마음대로 '-어', '-지'체로 바꿀 때가 있는데, 이 책은 명시된 대로, 실감나게 읽어주기만 하면 되니까 더 좋다. 이 책을 통해 '시묘살이'가 무엇인지 가르쳐줄 수 있다. 글작가는 "부모의 무덤 곁에서 부모를 그리워하며 삼년간 움막살이하는 일"(20쪽)로 뜻풀이도 달아놓았다. 어떤 게 효도인지, 부모들은 아이들과 함께 이야기해볼 수 있겠다.

이 책의 특별함은 뒷부분에 영문이 수록되었다는 점이다. 부모든 아이든 영어에 관심을 둔다면, 유용한 페이지들이 될 것이다. 여기에 더해, '100가지 민족문화 상징'이 덧붙여져 있는데, 각 상징어를 하나씩 골라 이야깃거리로 삼을 수 있겠다. 이 책에서는 도깨비, 측우기, 해시계와 물시계가 간략한 설명, 그림과 함께 소개되어 있다.

'옛이야기' 시리즈를 내는 출판사 이름으로는 '애플트리태일즈'(appletree tales)가 얼핏 안 어울린다고 생각했는데, 어쩌면 세계 시장을 겨냥한 출판물일까 하는 추측도 해봤다. K-pop뿐 아니라 K-tales도 괜찮겠구나, 정말 멋지겠구나 싶다. 그림책 본연의 이야기를 넘어, 곁가지로 여러 가지 생각을 뻗어보게 된 그림책을 만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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