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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을 위한 팬데믹 리포트 - 과학기자의 눈으로 본 코로나 19와 사회
이성규 지음 / Mid(엠아이디) / 2021년 3월
평점 :
코로나 이후에 대한 여러 분야의 책들이 쏟아져나오는 가운데, <청소년을 위한 팬데믹 리포트>는 우리나라 과학전문기자가 정리한 코로나19 주요 일지 및 탐구 보고서라는 점에서 특별하다. 청소년 이상이 함께 볼 책이라는 의미일 뿐, 청소년 독자층에 한정된 내용은 결코 아니다. 아직 코로나가 종식된 것은 아니지만, 지금 시점에서 한 번쯤 그동안의 경과와 현재 상황을 짚어보고 앞으로의 전망을 예측해보는 것은 분명히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은 크게 바이러스 탐색을 시작으로 코로나19 확산 경과를 서술한 1부, 확진자를 가리는 진단키트부터 백신 원리 및 개발 현황을 자세히 담아낸 2부, 그리고 팬데믹이 바꾼 사회와 뉴노멀을 다룬 3부로 구성되어 있다. 중간중간 그림 및 사진 자료를 컬러로 배치하고, 감염병의 분류와 PCR 기술에 대한 사항 등 깊이 들어가볼 항목을 따로 구성했다. 본문으로 들어가기 전, 국내 및 세계 코로나19 주요 일지를 날짜별로 실어서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의도하였다.
DNA를 가졌지만 스스로 복제 능력이 없는 특이한 존재 '바이러스'를 설명하면서, 저자는 영화 <마션> 속 화성과 장난감 레고, 2014년 발견된 고대 바이러스 '피토바이러스'를 언급한다. 바이러스는 RNA를 가지기도 하는데, 인플루엔자, 지카, 에볼라, 사스, 메르스, 코로나19 모두 RNA 바이러스로, 돌연변이를 쉽게 일으킨다. 이는 바이러스 박멸의 어려움으로 이어진다. 현재까지 확인된 코로나바이러스는 7종으로, 4종은 감기를 일으키고 나머지 3종은 사스 코로나바이러스, 메르스 코로나바이러스, 사스바이러스2(코로나19바이러스)다. 과학계는 코로나19의 중간 매개 동물로 멸종위기 동물이면서 중국 내 보양식으로 유명한 천산갑을 지목하고 있다.
2019년 말 중국 형주 지역의 후베이 성에서 원인불명의 폐렴 환자들이 발생한 이후, 2020년 1월 당시 '우한 폐렴'이라 불리던 명칭이 코로나19로 바뀌더니,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세계적 감염, 확진자 수, 사망자 수가 연일 보도되는 사태로 치닫는다. 이 책은 일명 사스바이러스2가 기존의 바이러스들과 다른 점을 설명한다. 중국의 한 지역에 한정됐던 현상이 팬데믹에 이른 상황은, 이 책을 읽는 가운데도 미스터리 같기만 하다.
감염자를 식별하기 위한 진단키트는 PCR(Polymerase chain reaction)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데, 소량의 DNA를 다량으로 증폭하는 기술이다. 저자는 이 원리와 함께 백신의 원리와 종류를 상세히 알려준다. 미국 FDA에서 승인한 코로나19 백신은 화이자의 mRNA 백신, 모더나의 mRNA 백신, 아스트라제네카의 아데노바이러스 벡터 백신, 존슨앤존슨의 아데노바이러스 벡터 백신 등 총 네 가지다. 우리나라 자체 개발 중인 백신들은 지난해 12월 임상시험 1상에 진입한 상태다. 우리 정부는 화이자,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 존슨앤존슨 백신 등 총 3600만 명분의 백신 구매를 계약했고, 올해 2월 26일부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필두로 접종을 시작했다.
이 책은 렙데시비르를 비롯해 코로나19 치료제로 쓰인 약들에 대한 내용도 담았다. 치료제든 백신이든 개발의 난점은 바이러스가 돌연변이를 일으키면 치료제나 백신이 무용지물이 된다는 점일 텐데, 저자에 따르면 코로나19바이러스가 독감이나 감기처럼 상존하는 질병이 된다면 개발업체가 수익을 얻는 구조다. 아무튼 치료제나 백신 모두 그 효과와 안전성을 100퍼센트 장담할 수 없다는 점 때문에, 개발 과정 자체의 어려움과 함께 지속되는 코로나 시대를 더 갑갑하게 만드는 게 아닐지.
저자는 코로나 이전에 우리가 겪은 사스, 메르스, 신종플루 당시를 간략히 돌아본다. 그리고 코로나의 경우 미국과 영국, 유럽 등의 백신 사재기 현상을 짚어주고, 지난해 미국 트럼프 행정부와 중국 시진핑 행정부의 세계 패권 경쟁을 언급한다. 코로나 초기에 늑장 대응과 거짓말로 일관했던 WHO에 대한 비판도 주목할 만하다.
WHO는 회원국들의 분담금으로 운영되는 국제기구로, 가장 많은 돈을 내는 국가는 미국이고 최근 몇 년 사이 중국의 분담금이 급격히 오른다. 그 배경에는 거부러예수스 사무총장 당선과 관련되는데, 그는 에티오피아 출신으로 그곳은 중국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 경제적 지원을 해온 곳이다. 중국은 그동안 WHO 내의 낮은 영향력에 변화를 꾀하고자 거부러예수스가 당선되면 분담금 외에 추가 지원금을 내겠다고 공언했다. 이후 중국 우한에서 집단 폐렴이 발생했고, 당시 중국 정부가 WHO에 우한 폐렴을 덮어달라고 압력을 넣었을 것이라는 혐의가 짙다.
저자는 자국 백신 개발의 필요성을 역설하면서 글을 마무리한다. 새로운 감염병이 발생했을 때 빠르고 신속하게 대처할 기술적 기반을 갖춘다는 차원에서 당장 코로나에 활용하지 못하더라도 자국 백신은 꼭 필요하다고 본다. 저자가 써내려간 팬데믹 리포트를 바탕으로, 꽤 많은 정보를 한눈에 파악하고 정리해볼 수 있다. 저자인 과학전문기자를 통해 차근차근 풀어쓴 과학적 지식, 팩트 중심의 정보, 일련의 논란들, 합리적 의심의 측면, 현재 상황으로 예측해본 전망 등을 마주하는 것은 팬데믹 한가운데 머무는 우리의 자연스러운 행보일 터이다. 코로나 종식을 기대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