콰이어트 (10주년 스페셜 에디션) - 시끄러운 세상에서 조용히 세상을 움직이는 힘
수전 케인 지음, 김우열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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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서 우연히 발견하고 그 자리에서 빠져들듯 읽었던 책이다. '시끄러운 세상에서 조용히 세상을 움직이는 힘'이라는 부제가 강하게 와닿았었다. 그런데 초판 10년 만에 재발간된 책으로 만난 지금도, 그 부제의 끌림은 여전하다. 그때는 '내향성의 위대함'을 발견했다는 점이 정말 새롭게 다가왔다면, 이번에는 좀 더 저자의 논의를 세밀하게 따라가보고 싶다.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자신에게 해당하는 부분은 받아들이고 나머지는 타인과 관계를 개선하는 데 활용하자고 제안한다. 이 책에서는 내향성과 수줍음의 정의보다는 그런 연구의 결실에 더 집중한다. 독자가 이 책에서 얻을 수 있는 통찰은 '자기 모습을 그대로 받아들여도 된다'는 관점이고, 그것이 인생을 바꿀 수 있다. 먼저 저자 자신이 그 증거다. (조용한 성격의 변호사였던 저자는 내향성이 얼마나 위대한 기질인지 밝혀낸 연구 결과인 이 책을 통해, 현재 작가이자 강연가의 삶을 살고 있다.)

저자는 본문 서두에 어떻게 외향성이 미국 문화의 이상으로 자리 잡았는지를 서술한다. 데일 카네기의 예화를 시작으로, 문화역사가 워런 서스먼의 말을 인용한다. 그에 따르면 20세기로 들어서면서 미국은 '인격 문화'에서 '성격 문화'로 전환했고, 새로운 문화에서 가장 각광받는 역할은 연기자였다. 농업 사회에서 도시화한 산업 성장을 배경으로, 자기 계발서도 내면의 덕목에서 외부의 매력으로 초점을 바꾼다. 심리학 분야도 자신감을 드러내야 한다는 강박을 다룬다. 이런 식으로, 저자는 당시 문화가 인격을 버리고 성격을 선택하면서 외향성을 추종하고 내향성을 문제시하게 되었다고 서술한다. (확실히 일련의 베스트셀러 책 제목만 살펴도 주된 성향, 유행을 읽을 수 있는데, 우리나라 문화사에도 적용 가능한 대목이 아닐까 싶다.)

성경 인물 모세와 <목적이 이끄는 삶>으로 유명한 릭 워렌이 목회하는 새들백 교회 이야기는 개인적으로 의미 있게 다가왔다. 신이 출애굽을 명했을 때 모세는 말을 못한다면서 나서기를 주저한다. 그때 신은 형 아론의 입을 통해 말하도록 한다. 저자는, 사람들이 모세를 따랐던 것은 그가 말을 잘해서가 아니라 그의 말이 사려 깊었기 때문이라고 추론한다. 오늘날도 말의 태도 혹은 격조보다 외형을 강조하는 것을 경계할 필요가 있겠다. 외향성을 강조하는 교회 분위기가 내향적인 성도를 주춤하게 만들 여지가 있다는 점에 공감한다. 스스로의 신앙을 의심할 정도로 인위적인 외향성을 강요받는다면 분명히 문제인 게 맞다. 저자는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이 학생들에게 말이 많기를 기대하듯, 수많은 복음주의 선교사들이 성스러움과 사교성을 연관짓는다고 지적한다.

고독과 집중은 창의성의 발판이 된다. 그런 점에서 학교는 아이들에게 협력하는 방법뿐 아니라 의도적으로 혼자 연습하는 시간과 교육에도 투자해야 한다. 이 책에서는 아동의 정서와 인지발달을 연구해온 심리학자 케이건의 연구 및 다른 연구가들의 반응성에 대한 다양한 결과를 보여준다. 여기서 성격심리학자들의 '최적 수준의 각성'과 저자가 만든 개념인 '스위트 스폿'(sweet spot. 최적으로 자극되는 지점)이 언급된다. 자신의 내향성과 외향성을 자극 수준에 대한 선호도 정도로 이해하고 나면, 자신의 성격에 잘 맞는 환경을 의식적으로 만들어갈 수 있다는 맥락이다.

저자는 섬세함과 쿨함, 섬세한 민감성과 과도한 열정의 차이 혹은 반응에 대해 서술하면서 내향성의 장점을 알려준다. 그리고 국가별 혹은 인종별 정형화는 경계하나 아시아 문화와 성격 유형에서 배울 점이 많다는 점을 전제하고서, 저자는 동서양 문화 차이가 성격 유형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말한다. 서양에서는 외향성 이상을 지지하는 반면, 서양화가 되기 전까지 동양에서는 침묵이 금이었다. 저자는 아시아 학생들의 고요한 끈기를 강조한다. 사실 문화, 교육 측면의 동서양 차이는 더 세밀하게 연구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저자가 언급한 부분은 극히 일부 혹은 부드러움의 힘에 한정된 비교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봐야 할 터이다.

저자는 내향적인 사람들이 휴식을 취할 때, 상반된 성격의 사람들과 소통할 때, 내향성을 발휘해서 자녀를 양육할 때, 특히 내향적인 아이를 돌볼 때 등을 서술한다. 이 대목에서, 자녀를 좀 더 세심하게 살피면서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존중해야 하는 중요성을 상기해본다. 저자의 다음 말처럼 나부터, 또한 자녀가 사랑하고 중요하게 여기는 일을 찾을 수 있도록!

"삶의 비결은 적절한 조명이 비치는 곳으로 가는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브로드웨이의 스포트라이트가, 누군가에게는 등불을 켠 책상이 그런 장소일 것이다. 타고난 장점(끈기, 집중, 통찰, 섬세함)을 활용하여 자신이 사랑하고 중요하게 여기는 일을 하라. 문제를 해결하고, 예술 작품을 만들고, 깊이 생각하라."(44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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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을 위한 팬데믹 리포트 - 과학기자의 눈으로 본 코로나 19와 사회
이성규 지음 / Mid(엠아이디)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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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후에 대한 여러 분야의 책들이 쏟아져나오는 가운데, <청소년을 위한 팬데믹 리포트>는 우리나라 과학전문기자가 정리한 코로나19 주요 일지 및 탐구 보고서라는 점에서 특별하다. 청소년 이상이 함께 볼 책이라는 의미일 뿐, 청소년 독자층에 한정된 내용은 결코 아니다. 아직 코로나가 종식된 것은 아니지만, 지금 시점에서 한 번쯤 그동안의 경과와 현재 상황을 짚어보고 앞으로의 전망을 예측해보는 것은 분명히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은 크게 바이러스 탐색을 시작으로 코로나19 확산 경과를 서술한 1부, 확진자를 가리는 진단키트부터 백신 원리 및 개발 현황을 자세히 담아낸 2부, 그리고 팬데믹이 바꾼 사회와 뉴노멀을 다룬 3부로 구성되어 있다. 중간중간 그림 및 사진 자료를 컬러로 배치하고, 감염병의 분류와 PCR 기술에 대한 사항 등 깊이 들어가볼 항목을 따로 구성했다. 본문으로 들어가기 전, 국내 및 세계 코로나19 주요 일지를 날짜별로 실어서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의도하였다.

DNA를 가졌지만 스스로 복제 능력이 없는 특이한 존재 '바이러스'를 설명하면서, 저자는 영화 <마션> 속 화성과 장난감 레고, 2014년 발견된 고대 바이러스 '피토바이러스'를 언급한다. 바이러스는 RNA를 가지기도 하는데, 인플루엔자, 지카, 에볼라, 사스, 메르스, 코로나19 모두 RNA 바이러스로, 돌연변이를 쉽게 일으킨다. 이는 바이러스 박멸의 어려움으로 이어진다. 현재까지 확인된 코로나바이러스는 7종으로, 4종은 감기를 일으키고 나머지 3종은 사스 코로나바이러스, 메르스 코로나바이러스, 사스바이러스2(코로나19바이러스)다. 과학계는 코로나19의 중간 매개 동물로 멸종위기 동물이면서 중국 내 보양식으로 유명한 천산갑을 지목하고 있다.

2019년 말 중국 형주 지역의 후베이 성에서 원인불명의 폐렴 환자들이 발생한 이후, 2020년 1월 당시 '우한 폐렴'이라 불리던 명칭이 코로나19로 바뀌더니,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세계적 감염, 확진자 수, 사망자 수가 연일 보도되는 사태로 치닫는다. 이 책은 일명 사스바이러스2가 기존의 바이러스들과 다른 점을 설명한다. 중국의 한 지역에 한정됐던 현상이 팬데믹에 이른 상황은, 이 책을 읽는 가운데도 미스터리 같기만 하다.

감염자를 식별하기 위한 진단키트는 PCR(Polymerase chain reaction)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데, 소량의 DNA를 다량으로 증폭하는 기술이다. 저자는 이 원리와 함께 백신의 원리와 종류를 상세히 알려준다. 미국 FDA에서 승인한 코로나19 백신은 화이자의 mRNA 백신, 모더나의 mRNA 백신, 아스트라제네카의 아데노바이러스 벡터 백신, 존슨앤존슨의 아데노바이러스 벡터 백신 등 총 네 가지다. 우리나라 자체 개발 중인 백신들은 지난해 12월 임상시험 1상에 진입한 상태다. 우리 정부는 화이자,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 존슨앤존슨 백신 등 총 3600만 명분의 백신 구매를 계약했고, 올해 2월 26일부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필두로 접종을 시작했다.

이 책은 렙데시비르를 비롯해 코로나19 치료제로 쓰인 약들에 대한 내용도 담았다. 치료제든 백신이든 개발의 난점은 바이러스가 돌연변이를 일으키면 치료제나 백신이 무용지물이 된다는 점일 텐데, 저자에 따르면 코로나19바이러스가 독감이나 감기처럼 상존하는 질병이 된다면 개발업체가 수익을 얻는 구조다. 아무튼 치료제나 백신 모두 그 효과와 안전성을 100퍼센트 장담할 수 없다는 점 때문에, 개발 과정 자체의 어려움과 함께 지속되는 코로나 시대를 더 갑갑하게 만드는 게 아닐지.

저자는 코로나 이전에 우리가 겪은 사스, 메르스, 신종플루 당시를 간략히 돌아본다. 그리고 코로나의 경우 미국과 영국, 유럽 등의 백신 사재기 현상을 짚어주고, 지난해 미국 트럼프 행정부와 중국 시진핑 행정부의 세계 패권 경쟁을 언급한다. 코로나 초기에 늑장 대응과 거짓말로 일관했던 WHO에 대한 비판도 주목할 만하다.

WHO는 회원국들의 분담금으로 운영되는 국제기구로, 가장 많은 돈을 내는 국가는 미국이고 최근 몇 년 사이 중국의 분담금이 급격히 오른다. 그 배경에는 거부러예수스 사무총장 당선과 관련되는데, 그는 에티오피아 출신으로 그곳은 중국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 경제적 지원을 해온 곳이다. 중국은 그동안 WHO 내의 낮은 영향력에 변화를 꾀하고자 거부러예수스가 당선되면 분담금 외에 추가 지원금을 내겠다고 공언했다. 이후 중국 우한에서 집단 폐렴이 발생했고, 당시 중국 정부가 WHO에 우한 폐렴을 덮어달라고 압력을 넣었을 것이라는 혐의가 짙다.

저자는 자국 백신 개발의 필요성을 역설하면서 글을 마무리한다. 새로운 감염병이 발생했을 때 빠르고 신속하게 대처할 기술적 기반을 갖춘다는 차원에서 당장 코로나에 활용하지 못하더라도 자국 백신은 꼭 필요하다고 본다. 저자가 써내려간 팬데믹 리포트를 바탕으로, 꽤 많은 정보를 한눈에 파악하고 정리해볼 수 있다. 저자인 과학전문기자를 통해 차근차근 풀어쓴 과학적 지식, 팩트 중심의 정보, 일련의 논란들, 합리적 의심의 측면, 현재 상황으로 예측해본 전망 등을 마주하는 것은 팬데믹 한가운데 머무는 우리의 자연스러운 행보일 터이다. 코로나 종식을 기대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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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크린 감정 - 민망함과 어색함을 느낀다는 것은 삶에 어떤 의미인가
멜리사 달 지음, 강아름 옮김, 박진영 감수 / 생각이음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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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어보고자 저자 소개부터 살폈다. 심리학자가 썼겠거니 짐작을 해봤지만 의외로 저자는 뉴욕 매거진 <더 컷>의 수석 편집자다. 부제 '민망함과 어색함을 느낀다는 것은 삶에 어떤 의미인가'로 책 내용을 대강 짐작해보고, 감수자 박진영의 이름을 보고 신뢰감을 가져본다. (<나, 지금 이대로 괜찮은 사람>이라는 책을 의미 있게 읽었던 기억을 떠올려보면서.)

저자는 중학교 1학년 시절의 일기를 읽는다. 출연자들이 십대 시절 일기를 낭독하는 라이브쇼 <모티파이드>(Mortified: 창피, 굴욕을 당하다)의 프로듀서들 앞에서. 저자가 스스로 어색함과 민망함을 자초한 이유는 그에 대한 연구 목적 때문이다. 일단, 이 개념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저자에게 어색함은 어떤 상황에서든 어찌해야 할지 모르는 불확실성이 커질 때 자신의 행동이나 모습을 의식하는 행위다. 뭔가 잘못돼가고 있다는 경보 시스템이다. 저자에 따르면, 어색함이 경보음을 내면 민망함이 시작된다. 민망함은 어색한 순간이 만들어낸 강렬한 본능적 반응이자 불쑥 다른 사람의 눈에 자신이 어떻게 비칠지 걱정하면서 나타나는 불쾌한 자기 인식이다. 그런데 저자는 타인의 시각으로 자신을 보고 창피함을 느낀다고 해서, 이를 외면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오히려 자기 내면의 이상적인 자아의 모습을 원한다면 반드시 바라봐야 한다.

저자가 연구하는 어색함은 내성적, 수줍음, 부정적 정서를 느끼는 신경증과는 구별되고 거의 누구나 민망함을 느끼는 특정 상황, 모든 사람에게서 나타나는 보편적인 인간성에 주목하는 듯하다. 저자는, '너무 어색해'라는 말을 매일의 사회생활이 실제로 얼마나 혼란스럽고 헷갈릴 수 있는지 감지한다는 뜻과 연관시킨다.

"혹시 여러분이 좋은 인상을 남기려 할 때 긴장감이 치솟는다면 여러분이 어색한 사람이라서가 아니다. 어쩌면 그건 여러분이 그 상황의 중요성과 어려움에 대해 잘 알기 때문일 수도 있다. 이것은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한 문제다."(50쪽)

저자도 예를 든 부분이지만 나는 누군가의 장례식에 갈 때마다 어색함이랄까 긴장감을 느끼곤 했다. 아버지를 여읜 친구, 갑작스러운 사고로 동생을 잃은 회사동료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까. 이 책의 방향성과 무관하게, 나의 경우는 어느 순간 그런 마음을 인정했다. 그런 자리에서 결국 마음속에 품은 말을 못했을 뿐 아니라 오히려 멀찌감치 무리 속에 섞여 있다가 집으로 돌아왔을 때, 스스로 '그게 최선이었나' 하는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시간이 지난 후 돌아봤을 때는 '그게 맞았구나' 싶기도 했다.

책의 내용으로 돌아가보면, 어색한 순간은 내가 몰랐던 나를 마주하는 순간이다. 이를 통해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다. 저자는 숨겨진 자신의 편견(오해와 착오를 포함)과 맞서기란 힘들고 지치고 당혹스러운 일이라고 전제한다. 가령 인종문제와 관련해 백인들이 긴장하면서 '어색하다'라는 단어를 자주 찾는 맥락과 관련된다.

책을 읽어가면서 타인의 시각에서 자신을 보는 관점이 굳이 필요할까 하는 반문을 해봤다. 오히려 소음이 많은 시대에 자기 집중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 저자의 견해가 나온다. 저자는 '자기 무관심'에 관심을 보인다. 그것은 자신이 그렇게 대단한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 편안함을 의미한다. 여기에 끌리는 이유에 대해, 저자는 자존감 운동에 깊이 빠져 있던 유년기에 대한 반작용 측면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자신이 얼마나 탁월한지, 얼마나 특별한지 하는 말들보다 '겸손'과 동의어 격인 '자기 무관심' 곧 있는 그대로 자신을 바라보기를 강조한다.

겸손한 사람은 자신과 의견이 맞지 않는 상대를 대할 때 개방적인 태도를 유지한다.일상생활에서 어색함을 줄이는 비결은 언제 어디서나 올바른 언행을 하도록 자신을 감시하는 게 아니다. 자신의 내부에 집중하는 대신, 밖으로 관심을 돌리고 타인들을 바라보는 것이다.

"저건 진짜 내가 아니야, 난 저런 사람이 아니야. 자신을 그런 식으로 조각내는 것은 상처다. 차라리 나는 그 어색한 부분을 내 안으로 가지고 들어오는 방법을 찾겠다. (중략) 어딘가로 밀어뒀던 내 마음의 조각을 다시 들여다보는 시도를 해보면 어떨까.장담하건대 그리 나쁘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우스울 것이다. (중략) 어색함으로 우리가 고립되지 않는 유일한 방법은, 바로 우리가 함께 민망해지는 일이다."(340,342쪽)

이 책에는 어색함과 민망함에 대한 여러 사례들이 실려 있다. 학술논문이 아닌 개인적인 연구 목적을 담은 책이기도 하고, 미국 정치와 문화 배경이 깔려 있기 때문인지, 그 예들이 지극히 일상적인 반면 다소 산만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런 예들 가운데 어색함, 간극을 느낀 순간 나에게 겸손이 요청되는 시점이었을지도 모르겠지만. 어쩌면 한국인 저자 버전의 <웅크린 감정>도 필요하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자기 무관심의 개념, 타인을 바라봄으로써 궁극적으로 자신을 제대로 바라본다는 의미가 새롭게 다가온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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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양이도 집이 필요해! I LOVE 그림책
트로이 커밍스 지음, 이지수 옮김 / 보물창고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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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이 커밍스의 전작 <날 좀 입양해 주실래요?>를 읽지 않아도, 이 그림책 <길고양이도 집이 필요해!>를 감상하는 데는 당연히,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런데 왠지 이 책에 대한 기대감의 크기가 달랐을 것 같다. 전작을 읽지 않은 나의 경우, 유기견이었다가 반려견이 된 강아지 아피가 길고양이를 위해 뭔가 활약하는 이야기 정도로, 딱 거기까지만 기대했었다. 책을 한 페이지씩 넘기다 보니 장면마다 너무 재미있고, 무엇보다 우연히 만난 새 친구, 길고양이 스캠퍼를 위해 이곳저곳에 편지를 보내는 아피가 정말 사랑스럽다.

스캠퍼를 소개하자면, 몸집이 아피 얼굴보다도 작은 아주 귀여운 고양이다. 박자에 맞춰 꼬리도 흔들 줄 알고 고음이 지붕을 뚫고 나갈 정도로, 음악을 신나게 즐기는 친구다. 볕이 잘 드는 방에서 무릎 베고 낮잠 자는 것과 배 깔고 소파 밑으로 기어다니는 것을 좋아하고, 생쥐들을 만나면 같이 어울려 놀고, 주목받는 화려한 레드 카펫보다 편안한 거실 양탄자 위를 더 좋아한다. 이런 스캠퍼에게 잘 어울리는 집은 과연 어디일까. 행복하고 완벽한 보금자리를 찾았다!

왼쪽에는 아피가 여러 곳에 보내는 편지글이, 오른쪽에는 관련 그림이 그려진 방식이다. 끝부분에 다다르면, 스캠퍼가 아피에게 편지글을 쓴다. 재미와 메시지를 조화롭게 담아내는 이야기꾼인 작가는, 귀엽고 정감 있는 그림 솜씨로 매력을 더했다.

모든 이야기가 끝난 마지막 부분에, 이 책은 스캠퍼와 아피의 당부를 실어놓았다. "집 없는 고양이와 개를 도울 수 있는 방법"에 대한 내용이다. 그중 다음의 말을 대신 전해본다.

 

모두 사랑이 필요하고 한 마리도 포기되어선 안 돼요!

사랑받을 수 없었던 그 친구들에게 마음을 나눠 주세요!

-사랑을 담아, 스캠퍼+아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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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괴물 - 재활용 맛있는 그림책 2
에밀리 S. 스미스 지음, 하이디 쿠퍼 스미스 그림, 명혜권 옮김 / 맛있는책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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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서 이미 어떤 내용일지 짐작이 가는 그림책이에요. 글작가의 문제의식도 담아내고 있고요. 그림작가의 표지는 거기에 부합하게도 무시무시해요. 알록달록 화려한 색을 자랑하지만 자세히 보면 우리가 버리는 쓰레기들의 조합일 따름이지요. 직접 받아본 정사각형 판형의 그림책이 보여주는 바닷속 쓰레기 괴물의 모습은 어떨까요.

 

크고 직설적으로 묘사된 쓰레기 괴물이 바다 전체를 활보하고 다니는 모습을 보니, 바다 오염의 심각성을 실감하게 됩니다. 바다 생물들이 가엾게 느껴질 정도예요. 아이들에게 이 그림책을 보여주기만 해도, 시각적인 강렬함 때문에 아이들이 쓰레기와 바다 오염 문제를 확실히 알게 될 것 같아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자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스스로 고민하고 실천해볼 수 있겠지요.

 

기승전결이 뚜렷한 이야기 구조입니다. 바다의 불청객이자 심술쟁이, 골칫덩이인 괴물이 잘라진 밧줄을 해파리라고 하면서 바다거북에게 건네는 모습, 고래에게 빈 플라스틱 그릇을 내밀며 플라스틱 수프를 먹어보라고 하는 모습에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어쩌면 저 괴물은 우리 인간들이겠구나. 중간에 새까만 페이지가 인상적이에요. 거기에는 이렇게 적혀 있어요.

 

골칫덩이는 정신을 잃었다가 다시 눈을 떴어요.

그리고 자신의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이 대목 이후로 쓰레기 괴물의 변신을 볼 수 있어요. 달라진 그와 함께, 우리가 어떤 노력을 해야 할지도 이야기 나눠볼 수 있습니다.

 

글에서 "멍청한 돌고래"라는 표현이 다르게 번역될 수는 없었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어요. 그리고 쓰레기 괴물보다 강적인 기계 괴물이 등장하는데요, 쓰레기를 빨아들이는 기계에도 '괴물'이라고 붙여놓으니 뭔가 혼동이 오는 듯해요. 사실 바다 생물들 입장에서 그 기계는 구원의 손길일 수 있을 텐데요. <쓰레기 괴물>이라는 제목보다 <바다 골칫덩이의 파티에 초대합니다>는 어땠을까, 잠깐 생각해봅니다. 그러다가 문제의식을 바로 전달해주는 지금의 제목을 달아야 했던 저자 혹은 역자의 긴급함에 충분히 공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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