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미술을 만나다 - 두 번째 오페라 산책
한형철 지음 / J&jj(디지털북스)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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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의 내용만큼 저자가 어떤 사람인지도 궁금했다. 내게는 여전히 생소한 오페라를 미술 감상과 연관시키는 글을 쓸 정도라면, 음악과 미술에 조예가 깊은 사람이겠구나 싶었다. 저자는 이미 오페라 입문서 <운동화 신고 오페라 산책>을 펴냈고, 이번에 두 번째 오페라 관련 책 속에 미술과의 접목을 시도했다. 저자 소개를 보니 "명퇴 후 오페라 해설가가 된 덕후"라고 나와 있다. (궁금해서 검색해보니, 저자는 거의 30년간 금융업에 종사했던 사람이고 직장 생활 중에 좋아했던 오페라를 통해 은퇴 후의 새로운 인생을 펼쳐가게 된 것이다.)

 

저자는 서두에서 오페라를 감상하다가 연상되는 화가나 미술작품을 선정했다고 밝힌다. 그러니 독자들은 오페라와 연결된 미술작품을 즐기면 된다고. 오페라의 경우, 푸치니의 <잔니 스키키>, 비제의 <진주 조개잡이>, 도니체티의 <연대의 딸>, 베르디의 <아이다>, 모짜르트의 <돈 조반니>, 벨리니의 <몽유병의 여인>, 마스카니의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푸치니의 <토스카>, 베르디의 <가면 무도회>, 레하르의 <유쾌한 미망인>, 벨리니의 <노르마> 등 열한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어떤 기준으로 이들 작품이 선정된 것인지 나와 있지는 않고, 베르디와 벨리니 작품이 각각 두 개씩 실려 있는 게 눈에 띈다.

 

수록된 작품 중 일부는 익숙한 제목이지만 줄거리만 아는 정도이고, 영상을 통해서조차 접해보지 못한 낯선 작품이 대부분이다. 그만큼 오페라는 어떤 계기가 아니라면 굳이 찾아보게 되지 않는 영역이 아닌가 싶다. (문득 20대 초반에 친구가 오페라 표를 얻어 같이 가자고 말했고 약속까지 했지만 다른 사정이 생겨 결국 오페라를 보지 못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오페라의 '오' 자를 알 기회를 놓쳐버린 이후, 스스로 관심이 생겨 이 책을 펼치기까지 오랜 시간이 흘렀구나.)

 

이 책의 구성 방식을 살펴보면, 먼저 해당 오페라의 대략적인 줄거리와 시대 배경 등 개요를 서술한다. 다음으로 주요등장인물을 소개하는데, 저자에 따르면 공연 또는 해설을 보기 전에 등장인물을 미리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무대 위 오페라에 대해 서술하면서 작품 속 아리아를 소개한다. 아리아의 가사 수록과 함께 QR코드로 해당 동영상을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책 속에는 공연 장면이나 배경이 되는 장소 등 사진 자료도 첨부되어 있다. 주제로 정한 오페라에 대한 설명이 모두 끝나면, '로즈먼 브릿지'(영화 '매디슨카운티의 다리'에 나오는 지붕 있는 다리로, 이 책에서는 오페라와 미술을 잇는 다리를 상징하는 코너명으로 쓰였다.) 페이지를 통해 미술작품을 소환한다.

 

푸치니의 <잔니 스키키>에 나온 아리아 '피렌체는 꽃피는 나무와 같아'에서는 찬란한 피렌체를 일군 위인들을 찬양하는데, 저자는 거기서 언급한 '메디치'를 단초 삼아 이야기의 가지를 뻗어간다. 르네상스의 후원자로서 메디치 가문의 실력자였던 메디치(1449-1492)가 후원했던 보티첼리, 미켈란젤로, 그와 각별한 사이였던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미술작품과 특징을 하나씩 소개한다. 그런 다음, 종합적으로 세 사람을 아우르는 르네상스 미술의 특징을 서술하면서 마무리한다. 미술작품 소개와 해설이 앞서 나온 오페라 못지않다. 물론 전체적으로 오페라 설명 비중이 압도적이지만, 미술작품이 단지 저자의 주관적인 감상 위주로 짧게 들어간 게 아니라 르네상스 미술, 바로크 미술, 로코코 미술, 신고전주의, 낭만주의, 자연주의, 사실주의, 후기 인상주의, 표현주의, 야수주의, 입체주의 등을 조망하도록 구성하였다.

 

음악과 미술 전공자가 아닌 '오페라 덕후'가 쓴 책이라서 솔직히 개인의 감상이 주로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 측면도 있었다. 그런데 책의 구성이 꽤 체계적이고 배경 설명도 지식 전달과 감상을 적절히 안배한 느낌이다. (저자가 현재 오페라 해설가로 활동한다고 하는데, 앞으로 도슨트로도 나서지 않을까.)

 

여기에 수록된 오페라 등장인물 가운데 여성 캐릭터에 주목해서 읽게 됐다. 라우레타는 잔니 스키키의 딸이고 연인 리누치오와 얼른 결혼하고 싶어 한다. 아버지에게 리누치오를 도와달라며 아리아를 부르는데 저자에 따르면 "사랑에 빠져 아빠를 협박하는 노래"다. 레일라는 브라만교 사제로 운명적인 사랑과 재회한 후 적극적으로 나서는 여인이다. 마리는 천둥벌거숭이 같은 연대(어릴 때 버려져 21연대 병사들이 딸처럼 키워서 모든 병사들은 그녀의 아버지라고 말한다.)의 딸로, 발랄한 매력덩어리 아가씨다. 아이다는 에디오피아 공주였다가 노예가 되어 이집트 공주 암네리스의 시녀로 살고 있다. 그녀는 이집트 장군 라다메스를 사랑하는데 암네리스 또한 그를 사랑하지만, 그렇다고 그녀가 자기 사랑을 포기하지는 않는다. 돈나 안나는 명예를 소중히 지키는 여인, 돈나 엘비라는 사랑에 정열적인 여인, 체를리나는 사랑과 명예 모두 움켜쥐려는 여인이다. 몽유병을 앓는 아미나, 옛 사랑을 만나고 다니는 남자를 둔 산투차도 있다.

 

저자가 말했듯이 등장인물을 먼저 알고 나서 오페라를 본다면 더욱 흥미로울 듯하다. 실제 영상에서는 유명한 오페라 아리아 등을 비롯한 성악을 들어볼 수 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반복적인 때로는 우울해지는 일상 속에서 조금씩, 낯설지만 궁금해지는 '오페라 산책'을 나서보는 것도 좋겠구나 싶다. 이 책의 끝부분에 실린 저자의 말을 통해, 다음 오페라 책의 내용도 기대하게 된다.

 

"기분 좋은 느낌과 설렘이 있는 예술. 그 예술을 반영하는 시대의 큰 흐름인 역사. 그 역사와 함께 유럽 문화를 따라 오페라를 감상하는 과제는 다음을 기약하며 산책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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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어 격언집 - 알아두면 잘난 척하기 딱 좋은 잘난 척 인문학
김대웅.임경민 지음 / 노마드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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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나만의 아포리즘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래서 얼마 동안, 내가 생각하기에 그럴듯한 구절을 기록해두거나 한글 파일로 정리해두기도 했다. 그러기를 멈춘 이유는, 여러 책 속에서 방대한 아포리즘을 발견했기 때문이었을까. 아마 내가 기록해둔 문장과 비슷한 내용을 어느 책에서 읽은 이후였을 것이다. 해 아래 새것이 없으니, 모든 생각과 말은 그전 시대 사람들에게서 나온 것들이리라. 속담이나 격언, 명언, 책을 읽다가 오래 머무는 문장들을 만날 때면, 나를 돌아볼 수 있어서 좋다. 이 책도 격언집이라서 읽고 싶었던 것뿐인데, 라틴어 격언집이라고 하니 뭔가 새롭고 "알아두면 잘난 척하기 딱 좋은"이라는 문구가 붙어 있으니 재미있다.

 

이 책을 엮은 이가 있는데, 그전에 원작이 있다. 네덜란드의 인문학자 에라스뮈스의 <아다지아>를 바탕으로 했다. 이것은 그리스로마의 철학자, 작가, 정치가의 명언을 모아 <고전 격언집>이라는 제목으로 선보인 바 있고, 증보판을 펴내면서 최종적으로 4,151개 항목을 수록한 모음집이 되었다고 한다. 본문에 앞서 엮은 이가 쓴 <아다지아>의 배경 설명이 나오고, 크게 열두 장에 걸친 차례에서 주제별 구성을 확인할 수 있다. 각 주제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시기심과 우둔함, 허세와 위선, 사랑과 우정, 가족과 행복, 희망과 미래, 신과 운명, 순리와 원칙, 처세의 지혜와 분수, 사리판단과 선택, 통치와 권모술수, 부와 거래, 전쟁과 애국심이다. 부록에서는 많이 쓰이는 라틴어 관용구와 격언을 담고 있다. 전체적으로 라틴어 문장, 영어 문장, 우리말 번역이 함께 실려 있다. 책 표지를 펼치자마자 "카르페 디엠"(CARPE DIEM. 현재를 잡으라는 뜻)이 눈에 들어온다.

 

이 책을 볼 때, 각자 끌리는 주제를 골라 찾아 읽을 수도 있겠다. 개인적으로는 처세의 지혜와 분수, 사리판단과 선택 분야가 마음에 든다. 이 글에서는 공유해볼 격언을 뽑아 소개하면서, 이 책의 특징도 함께 서술해보겠다.

 

'공중누각'은 성 아우구스티누스의 말이다. 내용 없는 문장이나 쓸데없는 의론, 진실성이나 현실성 없는 일, 근거 없는 가공의 사물 등을 가리킬 때 쓰이는데, 비슷한 뜻인 '신기루'와 '사상누각'이 서술된다. 이 대목에서는 성이 붕 떠 있는,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 <피레네산맥의 성>도 같이 볼 수 있다. 책 전반에 그림, 인물, 책 등의 사진 자료가 실려 있다.

 

"귀게스의 반지"는 로마 시대 작가 루키아노스가 언급한 말이다. 의롭지 못한 사람이 정의로운 것처럼 행동하는 것 혹은 자신이 원하는 모든 것을 마치 마법의 바람이 가져다주듯 모두 얻는 사람을 가리킨다. 이 격언은 플라톤의 <국가> 제2권에서 기인하는데, 플라톤은 이 이야기를 제10권에서 다시 서술하고 키케로는 <의무론> 제3권에 실었다. 헤로도토스는 <역사> 제1권에 이야기를 수정해서 싣는다. (책에서는 언급되지 않았지만 나는 <반지의 제왕>을 떠올렸다.) 이처럼 특정 격언의 유래와 관련 책들이 소개되기도 한다.

 

"사시사철 친구"는 기쁜 일이든 괴로운 일이든 모든 상황에 잘 적응하는 다재다능하면서도 편안한 성격을 지닌 사람을 일컫는다.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티포스가 그런 사람이었다고 하는데, 그는 "모든 색깔에 어울린다"는 말을 들을 정도였다. 책에서 자세한 부연 설명이 덧붙여 있지는 않지만, 이 말은 그저 성격이 좋다는 의미보다 때와 장소를 가려 처신하는 지혜를 의미하는 게 아닌가 싶다. "그러므로 우리가 젊을 때 기뻐하자"는 말은 고대 독일의 학생들 노래에서 비롯됐고, "낙숫물이 바위를 뚫는다"는 로마 시인 오비디우스가 쓴 <흑해에서 온 편지>에 나오는 말이다. 이처럼 우리가 많이 들어왔거나 당연한 진리처럼 받아들이는 말들도 확인할 수 있다.

 

"나는 신이 불합리하기에 믿는다", "늑대는 털은 바꿔도 마음은 못 바꾼다" 등 아무런 설명 없이 격언 문구만 나오기도 한다. '신과 운명'이라는 같은 주제 아래, 앞서 인용한 내용과 비슷한 맥락인 "여우는 털을 바꿀 수 있지만, 버릇은 못 고친다"도 제시된다. '순리와 원칙'에서 "쐐기로 쐐기를 뽑다"는 악을 또 다른 악으로 몰아낸다는 뜻으로, 이 대목에서는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키케로 등의 언급이 이어진다. "진실의 언어는 단순하다"는 세네카의 말은, 진실에는 많은 치장이 필요 없다는 것으로, 애초에 단순 명백하게 전달했다면 되었을 말을 다양한 수사를 동원해 진실을 호도하려는 사람들을 겨냥했다.

 

그 외에 "중도를 가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쥐는 한 구멍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끝보다 처음을 고치는 게 낫다", "지나친 친밀감 속에 경멸이 싹튼다", "복종에 익숙하지 않은 자는 통솔할 줄도 모른다" 등의 격언에서 자기만의 생각을 견주어볼 수도 있고, 읽어가는 중에 자신의 상황과 감정에 부합하는 격언을 만날 수도 있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잘난 척하기 딱 좋은" 책이라는 생각보다는 오히려 아폴론 신전 기둥에 새겨진 "너 자신을 알라"는 문구를 마음속에 새기게 되지 않을까. 그렇기에 사람들과 대화하는 중에 이런저런 격언들이 자연스럽게 뿜어져 나오는 것은, 어디까지나 이 책을 읽고 난 후의 아주 작은 변화에 불과할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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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별곡 - 정선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설화 채록집
손진익 엮음, 한용욱 그림 / 북산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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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부터 옛이야기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이 책은, 정선 지방에서 전승되거나 전해지는 이야기를 채집해서 각색한 것이다. 저자는 오래전 정선에 정착해서 정원을 가꾸며 살고 있는 '정선 할아버지'다. 정선의 옛 지명은 '도원'으로 '복숭아 꽃 피는 아름다운 곳'을 이르는 말이다. 책 속에는 이곳과 관련된 열세 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고, 도담삼봉과 아우라지 등 여러 지명에 얽힌 역사와 유래가 담겨 있다. 몇년 전 여름 휴가를 강원도 쪽으로 가면서 가족들과 정선을 둘러본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면서, 친근한 마음으로 설화를 한 편씩 펼쳐보게 되었다.

 

마을 수호신이었던 정선의 삼봉산은 어느 날 홍수로 인해 사라져버린다. 삼봉산의 흔적을 찾아 헤매던 마을 사람들은 단양에 이르러 세 봉우리를 발견하고 당장 옮겨오고 싶었지만 그것은 불가능한 일. 그들은 단양 사람들에게 수십년간 삼봉산의 산세를 받았다고 전해진다. 아우라지는 두 갈래 물이 한데 모여 '어우러지는 나루'라는 뜻으로, 정선 아우라지를 배경으로 한 애틋한 사랑 이야기는 정선아리랑의 여러 설화 중 가장 유명하다. 정선아리랑은 밀양아리랑, 진도아리랑과 함께 우리나라 3대 아리랑인데, 세월에 따른 전승으로 수백 가지의 가사가 있으며 잔잔하면서도 소박한 가사와 서글픈 가락이 특징이다. 책 속에는 그중 한 가사가 소개되어 있다.

 

이 책은 정암사가 생겨난 배경, 자장율사가 아상(我相. 우월감과 교만) 때문에 문수보살을 알아보지 못했던 일화, 가리왕산 이름이 나온 여러 설, 아름다운 절경을 품은 신비한 계곡인 광대곡 이야기, 새골마을의 변천사, 불효자의 인과응보 결말, 도적을 새사람으로 바꾼 전생원의 도량 등을 담고 있다.

 

특정 지역을 둘러볼 때, 지명에 얽힌 사연을 알고 보면 왠지 그곳이 특별해 보인다. 언젠가 다시 정선을 여행하게 될 때, 이 책에 나온 여러 지명과 절경을 마주하게 되면 이전과는 많이 다른 느낌으로 다가올 듯하다. 여기에 수록된 설화를 통해, 인간의 희로애락, 세월의 무상함, 인덕과 지혜 등을 들여다볼 수 있다. 무엇보다 안타까운 아우라지 이야기와 신성시된 광대곡 이야기가 마음에 남았다. 이 책에 수록하지 못한 설화는 저자의 다음 책에서 만날 수 있다고 하니, 이후 이야기를 기다려볼 밖에. 그전에 다른 지역의 설화 채록집도 속속 나와준다면 반갑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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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 마을로 오세요! 지양어린이의 세계 명작 그림책 72
에미 스미드 지음, 윤지원 옮김 / 지양어린이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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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마을에 피부색도 다르고 좋아하는 것도 다른 사람들이 끼리끼리 살고 있었어요. 초록이, 빨강이, 파랑이, 노랑이들이지요. 그들의 공통점이 있었어요. 바로 자기들과 다른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 것이랍니다. 햇빛이 눈부신 어느 날, 떠돌이가 마을에 나타납니다. 초록이, 빨강이, 파랑이, 노랑이들 모두 떠돌이를 밀어내고 내쫓았지요. 그리고 갑작스러운 변화를 겪은 후, 화창한 어느 여름날, 아름다운 마을이 탄생합니다. 서로 다른 모양과 여러 색깔이 어우러진 무지개 마을이지요.

 

대략의 줄거리인데요, 과연 마을 사람들은 어떤 변화를 겪은 것인지 그림책 속에서 확인해볼 수 있어요. 이와 함께, 모두에게 거부당한 떠돌이는 어떻게 되었는지도 알 수 있겠지요. <무지개 마을로 오세요!>라는 제목에서 연상되듯이, 이 그림책은 우리 모두 각자 다르지만 함께 어우러져야 행복한 존재라는 것을 일깨워줍니다.

 

그림책을 한 장씩 넘겨보면서 초록이, 빨강이, 파랑이, 노랑이가 다른 색깔의 사람들을 배척하고 비난하고 마을 외부에서 온 떠돌이를 추방할 때, '정말 너무하는군. 정도가 좀 심한데?' 하는 마음이 들게 됩니다. 그런데 그림책을 벗어난 현실을 잠깐만 돌아보면, 저도 그들과 다름없는 모습을 보일 때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 제가 속한 공동체 안에서도, 우리 사회에서도 그런 끼리끼리 분위기가 많구나 하는 느낌을 가지게 되지요.

에미 스미드는 네덜란드와 영국에서 활동하는 그림책 작가로, "잘못된 사회적 편견이나 국제사회의 주요 문제를 어린이들에게 쉽게 알려주는 효과적인 수단"이 그림책이라고 생각한대요. 이야기가 도구적 측면을 앞세우는 데 동의하지는 않지만, 저자의 생각을 다르게 이해해보면 "그림책을 보는 어린 아이들도 당연하게 아는 것을, 왜 어른들은 모를까." 하는 마음이 들게 만든다는 점이지요. 그런 맥락에서, 이 그림책은 아이들이 읽기 전에 '무지개 마을'보다 '끼리끼리 마을'에 익숙한 어른들이 먼저 봐야 할 책이 아닐까 싶어요.

이 책 말미에 독서 토론을 위한 질문이 수록되어 있어서, 아이와 함께, 또래 아이들끼리 이야기 나눌 수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섬세한 색연필화 느낌이 드는 색감 처리가 좋고요, 네 가지 색깔 사람들의 특징이 한눈에 드러나는 표현이 재미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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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때리는 걸까요? 우리 모두 함께 좋은 습관 3
이지수 지음, 김영곤 그림 / 아주좋은날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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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동화를 읽고 난 느낌은 한마디로 절반의 메시지, 절반의 아쉬움이다. 처음 제목을 보고, 누군가 때려주고 싶은 마음을 아이 눈높이로 그려낸 것인가 했다. 그리고 때리는 사람, 맞는 사람, 구경하는 사람 등 여러 위치에서 다양한 이야기가 전개될 수 있는데, 이 동화는 때리는 사람에 한정한 것인가 하는 의문도 들었다. 설령 그렇다고 해도, 아이들끼리 때리면서 싸우는 문제에 대해, 아이와 이야기 나눌 여지가 많은 책으로 기대했다.

 

두 아이가 밀치고 주먹다짐까지 할 정도로 싸운다. 그리고 서로 화해하고 이해하며 다시 친한 사이로 돌아간다는 이야기다.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화 때문인데, 상대방이 먼저 잘못했으니까 내가 밀치는 행동 혹은 맞서 같이 때리는 행동은 옳다고 여기게 되는 것이 아닐까. 사실 학교 폭력 문제도 마찬가지로 가해자들의 변명이 "저 아이가 뭔가 잘못했다. 마음에 안 든다."는 것인데, 그 '잘못'이란 것은 주관적이거나 편견에 사로잡힌 생각일 수 있다. 이 동화를 읽으면서 "상대방이 잘못했다고 여기면, 얄미우면 때려도 되나?" 하는 질문을 해볼 수 있다. 이 점이 동화의 핵심 메시지다.

 

동화 내용 중에는 양쪽의 주먹질이 있었고, 심지어 태권도장의 대련 중에도 화풀이하듯이 애꿎은 사람을 때리는 행동이 나왔다. 그런 결과가 나오기 전에, 마음을 다잡거나 화를 억누르는 장면이 없다 보니 어린이 독자들 중에 "일단 때리고 보자. 나중에 이 동화처럼 사과하고 화해하면 되잖아." 식의 생각을 할 우려는 없을까. 이 점이 절반의 메시지, 그만큼의 아쉬움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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