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종류 미래의 고전 61
정민호 지음 / 푸른책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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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마음을 그려낸 것일까 궁금증을 가져본다. 제목 <마음의 종류>는 일곱 편의 동화 중 하나의 제목이기도 하다. 동화 속 아이들은 속임수에 넘어가기도 하고 실수도 한다. 즐거움과 의무 사이에서 갈등하고, 뭔가 조마조마해 하기도 한다. 용기 내기 위해 일부러 마음을 다잡거나,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려고 애쓴다. 아이들의 다양한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는 동화다.

 

'봉자 여사의 메일'에서 연주는 보이스 피싱에 속아넘어간다. 이 동화는 그런 연주의 잘못을 들추고 부모의 입을 통해 훈계하기보다, 오히려 연주가 좋아하는 라디오 DJ의 말을 통해 격려를 남긴다. 1등 사연 상품인 스마트폰까지 선사하면서.

 

"연주는 중요한 사람이에요. 하고 싶은 거 다 해요. 나중에 고아도 돕고요. 그 마음 변치 말아요. 그리고 나쁜 기억은 잊어요. 알았죠?"(19쪽)

 

'마음의 종류'는 '5학년 4반 스토리'라는 블로그 이야기다. 누군가 지어낸 아이들의 일상이 올라오다가, 이 블로그를 만들었던 유지가 선생님과 상의한 후에 블로그 내용이 바뀐다는 줄거리다. 처음에는 악의로 가득했던 내용이 선의로 훈훈해지는 글로 탈바꿈된다. 나쁜 소문과 험담은 빠르게 퍼져가지만 미담과 칭찬은 참 더뎌 보인다. 그래서 더 센, 지속적인 모두의 노력이 필요한 게 아닐까. 선의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이 글에서는 어른, 곧 선생님의 역할이, 다른 동화에 비해 비중 있게 나온다.

 

'달리기'에서 나와 준호는 달리기를 좋아하지만 서로의 영역을 하고 싶어한다. 나는 단거리를, 준호는 마라톤을 원한다. 코치가 허락해주지 않는 상황에서, 둘은 자신들만의 달리기를 즐기려고 한다. 왜 달리는 것일까 하는 질문에 스스로 "즐거워지기 위해서"라고 답하면서, "규칙이 있는 길이지만 이곳에서 달리는 건 우리"(43쪽)라는 마음으로. 달리기 자체가 상징적인 요소를 담고 있지만, 즐거움과 의무의 균형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만한 동화다.

 

'고무 이빨이 필요한 순간'에서는 원욱이 용기가 필요할 때마다 천 원짜리 고무 이빨을 낀 채 말을 한다는 설정이 재미있었다. "저것을 왜 소중하게 쥐고 다녔는지를 떠올렸다. 용기를 사고 싶었다. 언젠가 필요한 순간이 있었으니까."(57쪽) 그러다가 마지막 장면에서 아빠의 전화를 받으며 원욱이 고무 이빨에게 대답을 맡긴 장면은 좀 짠했다. "...보고 싶어요."(58쪽)

 

'과외 선생님 이름은 탕구안'에서 중훈은 아이들 앞에서 외국인한테 과외받는다고 허풍 떨다가, 실제로 공장 불법 노동자 탕구안을 알게 된다. 그리고 친구 아빠의 도움을 받아 월급도 못 받고 추방될 상황에 놓인 탕구안을 돕는다. 중훈의 전화로 뭔가 문제가 일사천리로 해결된다는 설정에 빈틈이 보이지만, 이 동화는 장편으로 확장될 여지가 있겠구나 싶다.

 

'반짝반짝 빛나는'은 영수 아빠의 머리 모양을 뜻한다. "앞에서 보면... 운동장에 쌓인 첫눈처럼 반짝거렸다."(78쪽) 영수는 아빠가 자기 반 특별 수업을 맡았다는 사실을 알고 "대머리 아들"이라고 놀림받을까 봐 걱정이다. 아빠가 창피한 것은 아니지만 아이들 눈빛과 시선이 무서웠다. 결과는 기우였다. 반 아이들은 영수 아빠가 등장하자 대환영이다. (그 이유는 이 동화를 읽으면 바로 확인할 수 있다.)

 

마지막에 실린 '공주와 열쇠공'은 앞서 나온 생활동화와 좀 구별되는데, 아프리카의 작은 나라에서 10년 전에 일어난 이야기라면서 시작된다. 왕은 결혼하지 않으려는 공주가 고민이다. 그래서 공주의 마음을 사로잡는 자에게 공주와 결혼시키고 엄청난 재산을 주겠다고 인터넷 광고를 내는데... (마음 문을 열지 않는 공주와 무엇이든 여는 열쇠공이라는 설정이 조금 유치한 느낌도 든다.) 아이들에게는 이런 이야기가 어떤 재미로 다가올지, 그 점이 궁금하다.

 

아이가 성장하면서 종종 실감한다. 작은 어른이구나. 아직 어리지만 이런저런 감정을 느끼고 표현하며 나의 이야기에 귀기울이는 모습을 볼 때마다, 어떤 것이든 뭔가 강요하거나 충분한 설명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하지 말아야지 하는 다짐을 하곤 한다. 이 책의 작가도 그런 마음으로 여러 편의 동화를 쓴 게 아닌가 싶다. 아이들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줄 뿐, 굳이 옳고 그름이나 문제의 해결 방식을 어른의 입을 통해 서술하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애써 어른스러운 아이가 등장하는 것도 아니다. 우리 주변의 아이들 모습을 보여주면서, 작가는 '그래도 이런 마음은 어때? 이런 생각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하는 식으로 넌지시 말하는 듯하다. 그렇게 슬쩍 초등학생 자녀나 조카에게 건네볼 만한 동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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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고양이를 아세요? - 나를 키우는 힘! 자신감 생각톡 무지개
박이진 지음, 메리 그림 / 알라딘북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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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고양이가 어떻게 이야기 속에 등장하게 될지, 너무 궁금했던 책이다. 그 고양이가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주인공이거나 그와 버금가는 비중으로 나올 줄 알았고, 그렇게 기대하며 읽었다. 실상 내가 상상했던 이야기 구조나 진행 방식은 아니었지만, 파란 고양이가 전체 내용에서 큰 의미와 상징성을 가졌던 것은 맞다.

 

부모님의 이혼 후, 두준은 엄마와 함께 제주도로 이사 왔고 전학 온 학교에 적응해야 한다. 그런데 아빠가 자신을 버렸다는 사실, 엄마가 마음대로 이사와 전학을 결정한 사실도 화가 나고 울적하다. 당연하게도, 부모님의 이혼이라는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모습이다. 문제는 그런 복잡한 마음이 학교 생활에도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이전 학교에서 두준이가 어떻게 생활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발표 시간에 버벅거리거나 미적거리지는 않았다. 그런데 새 학교에 와서 모둠 발표를 하게 됐을 때, 두준이는 앞에 나가 그저 말을 버벅대다가 들어오고 말았다. 두준이 속한 팀은 꼴찌가 되어 청소 벌칙까지 받게 됐다. 친구들과 친해질 기회도 스스로 멀리 하고, 뭔가 자신의 의견을 내세우고 감정을 잘 전달해야 하는 때에도 그런 상황을 외면하고 만다.

 

이야기 속에서 자세히 나와 있지는 않지만, 두준이가 보여준 모습들 모두 자신없음에서 비롯됐다. 매사에 자신감 없는 아이가 되어버렸다. 두준이를 보면서, 가정환경의 변화로 인해 아이 성격이 한순간에 바뀔 수 있고 자신감이 뚝 떨어질 수도 있겠구나 하는 실감을 해본다. 겉으로 보이는 성격이나 학교 성적의 문제가 아니라, 부모님과의 소통과 아이 스스로의 결심이 중요하겠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이 책에 나온 엄마는 두준이의 마음을 잘 들여다보는 것 같지 않다. 그저 "우리 두준이가 학교생활 재밌게 하는 거. 잘 적응해서 즐겁게 지내는 거."(59쪽) 이게 엄마 소원이라고 말할 뿐이다. 두준이가 뭔가 변하게 된다면, 그것은 자기성찰 덕분이다. 그 상징물이 파란 고양이가 아닐까. 어쩌면 또다른 자아일지도 모르겠다. 이 책에서는 선생님이 말한 '황금빛 나비'와 함께, 힘을 주는 존재로 서술되어 있다.

 

두준이는 파란 고양이를 처음 만나 마음이 편해져서 친구 삼았고, 괜한 화풀이로 파란 고양이에게 돌멩이를 던졌으며, 동굴 속 어둠을 뚫고 물살을 헤쳐 물속으로 사라진 파란 고양이를 구해낸다. 부모님과의 소통이 있다고 해도, 결국 아이 스스로 문제를 헤쳐나가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두준이가 동굴 속 바다를 헤엄치면서 하는 말 "뒤는 막혔어. 그럼 나갈 수 있는 곳은 앞이야. 물살이 쉬지 않고 들어오지만 여기가 입구라고."(97쪽), 파란 고양이에게 하는 말 "고마워. 네 덕분에 두려움을 이겨낸 것 같아. 이젠 겁난다고 숨지 않을 거야."(109쪽) 이 대목들이 마음에 남았다. 앞으로 나아가는 일과 매순간 두려움과 대면하는 일, 사실 이 두 가지는 어른이 되어도 참 어려운 일이니, 두준이뿐 아니라 나에게도 지금, 나를 응원하는 파란 고양이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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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으로 펼치면 눈앞에 펼쳐지는 세상
샤를로트 길랑 지음, 올리버 애버릴 그림, 김지연 옮김 / 런치박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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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를로트 길랑의 국내 번역본 가운데 최근작 <그 나무는 무엇을 보았을까?>를 보지 못했을 뿐, 전작 두 권을 인상 깊게 읽었다. 아이에게 보여줄 놀이 같은 책을 찾다가 발견한 책이 <높이높이 하늘 위로 우주 탐험>이었고, 그보다 앞서 나온 <꿈틀꿈틀 땅속으로 지구 탐험>을 나중에 읽었다. 이번 신간 <손으로 펼치면 눈앞에 펼쳐지는 세상>과 더불어, 세 권의 공통점은 병풍책이라는 점이다. 하늘 위 우주, 땅속 지구가 그러했듯이, 이 책은 세상을 한 권에 담아보겠다는 큰 포부를 가졌다. 우주와 지구 탐험처럼, 세상 여행도 '펼쳐지는 책'의 구성처럼 시작부터 끝까지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있다.

 

사실, 앞선 두 권의 경우 글작가보다는 그림작가에 주목했었다. 한 페이지가 아니라 전체 페이지를 하나의 그림처럼 구성해서 그려낸다는 게 놀라웠다. 그리고 책을 2.5미터로 펼쳐지는 형태, 앞뒤 병풍처럼 편집하고 인쇄한 출판사가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었다. 물론 이 모든 게, 글작가의 아이디어로 출발하고 그가 선별한 지식을 바탕으로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글작가의 역량이 얼마나 뛰어난가 실감하게 된다.

 

작가를 보기 전에 제목이 먼저 눈에 들어온 책이었다. 각 나라의 유명한 건축물과 유적지, 문화유산을 볼 수 있는 책 속 여행이라면, 아이와 함께 당장 떠나고 싶었다. 기대하며 책을 펼치면서, 나도 모르게 '우리나라도 소개되어 있나?' 하는 궁금증을 가졌다. 책의 별면에는 세계 지도 그림이 나오고, 책에서 따라간 여행 경로를 보여주는 부분이 나온다. 본문에서는 도시와 국가 여행은 50개 나라, 자연 여행은 49개 지역, 총 99개의 여행지를 선보이고 있다. (여기서 '대한민국'을 발견했고, 본문에서도 우리나라의 무엇이 소개되었는지 확인해볼 수 있다.)

 

이집트 아부심벨 신전을 시작으로, 이슬람교 사원인 대모스크가 있는 말리, 기독교 사원의 흔적인 바위 사원이 있는 터키, 청동기 유적 샤르이 쇼흐타가 있는 이란, 힌두교 성지 바드리나트 사원이 있는 인도로 간다. 고대 유적, 종교 사원뿐 아니라 여러 국가의 초고층 건물 높이가 소개되기도 하고 다양한 축제 현장을 보여주기도 한다. 중간중간 여정과 행로도 나와 있다. "배를 타고 남쪽으로 이동해 호주로 갑니다.", "북쪽으로 발걸음을 옮겨 브라질로 갑니다." 등을 보면서, 각 여행지가 단절되어 있는 게 아니라 하나의 길로 이어지고 있다는 느낌을 가지게 된다.

 

베네수엘라의 케이블카는 세계에서 가장 높고 길다고 하는데, 해발 4,765미터 높이의 안데스 산맥 봉우리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온다. (이 대목에서, 문득 통영 여행 중 케이블카를 탔을 때 밖으로 내려다본 풍경도 떠올려보게 됐다.) 아무래도 저자가 미국인이라서, 미국에 대한 비중이 조금 많이 나온다. 고대 그리스의 도시유적인 아크로폴리스를 끝으로 도시를 벗어나, 러시아의 볼가 강을 따라 카스피 해에 도착한다. 앞선 문명의 세상 여행도 좋은데, 개인적으로는 국립공원, 열대우림, 갈라파고스 제도 등의 자연 풍광 여정이 더 좋다.

 

태국 서부 숲의 동굴 속에는 가장 작은 키티돼지코박쥐가 살고 있다고 하는데, 길이가 3센티미터다. 폭포 소개도 재미있는데, 미국과 캐나다 국경 사이의 나이아가라 폭포를 비롯해,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국경에 있는 이구아수 폭포(270개의 물줄기로 이루어짐), 베네수엘라의 앙헬 폭포(979미터 높이에서 떨어짐), 아프리카 남부 잠베지 강의 빅토리아 폭포('포효하는 연기'라는 뜻을 가짐) 등이 있다. 보츠와나의 오카방고 삼각주를 마지막으로 책 속 여정이 모두 끝났다.

 

아이들이 가볍게 그림을 넘겨보면서 놀이하듯 읽어볼 수 있는 그림책이다. 거실에 주욱 늘어놓고 봐도 좋고 아이 주변으로 빙 둘러 세워놓아도 좋다. 처음부터 순서대로 읽지 않아도 무방하고, 페이지를 넘기면서 살짝 넘어가게 되는 부분이 있어도 상관없다. 재미있게 넘겨보면서 혹은 펼쳐보면서 자연스럽게 이 책에 수록된 국가와 지명, 건축물과 유적지, 문화유산, 자연 경관 등이 눈에 들어오고 머릿속에 새겨질 테니까.

 

책의 사각 모서리만 주의한다면 영유아부터 볼 수 있고,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 독후활동으로 다른 책들과의 비교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 세계 유적지나 문화유산, 건축물 등을 소개한 다른 책들을 함께 읽고, 저자의 관점에 따라 달라지는 비중 혹은 주요 관심사를 관찰해보는 것도 재미있으면서 중요한 시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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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부모의 말을 먹고 자란다 - 15년차 상담교사가 알려주는 부모와 아이의 행복한 대화법
지현영 지음 / 아마존북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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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자체가 책을 읽도록 이끌어주네요. '15년차 상담교사가 알려주는 부모와 아이의 행복한 대화법'이라는 책 소개 문구도 시선을 끌었어요. 저자는 현재 심리상담센터 소장이고요, 초등학교 전문상담사를 맡은 이력도 있어요. 지금까지 심리, 상담 관점에서 자녀 양육을 다루는 책들이 워낙 많이 나왔기 때문에, 사실 이 책의 제목과 차례 구성만 보면 특별히 새롭다는 느낌을 가지게 되지는 않아요. 그런데 자녀 양육의 현실에서는 방대한 지식이 무슨 의미일까요. "다 아는 내용이야."라는 말이 또한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매번 알지만 적용하지 못하는 것들이 많다고 느끼니까요. 이 책을 통해, 부모의 말에 대해 제대로 정리해보고 실제로 적용해보자는 다짐을 해봅니다.

이 책은 부모의 말이 아이의 현재와 미래를 좌우한다는 일관된 흐름으로 서술됩니다. 무엇보다 좋았던 점은, 저자가 실제로 초등학교 전문상담을 맡은 경험이 있기 때문에 아이들의 고민이 고스란히 드러난다는 것이었어요. 어떤 이론이나 설명을 앞세워 '이러이러해야 한다'가 아니라, 아이들의 고민 상담 내용을 주로 소개해주는 식이지요. 이후에 저자가 부모와의 역할극을 통해 그 부모로 하여금 아이 심정을 헤아려보게 하는 내용이 이어집니다.

저자가 '감정조율 & 관계코칭' 수업을 하면서 아이들에게 "이 세상에서 가장 듣고 싶은 말이 무엇이니?" 하고 물었을 때, 아이들의 대답이 "오늘은 학원 쉬어."라는 말이었다고 해요. 그렇다고 저자는 아이를 학원에 보내지 말라거나 무조건 쉬게 하라는 말이 아니라, 해야 할 일을 권하거나 학습과목을 하나씩 늘려갈 때마다 아이에게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를 충분히 설명해주는 게 핵심이라고 봅니다. 무조건 하라는 위압적인 태도를 버리라는 것이지요. 함께 규칙을 정하고 벌칙 적용도 아이 스스로 정하도록 합니다. 아이 스스로 자신의 일을 선택하고 책임지게 하는 것을 강조합니다. 아이 기질에 따라서요. 이 부분은 참 중요하다고 공감하게 돼요. 공부도, 놀이도 모두 아이 주도로 이루어져야 하는 게 맞겠지요. 어릴 때부터 그런 훈련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이 상담 요청하는 내용 중에 따돌림에 대한 고민이 많은 것을 보면서 정말 심각한 문제구나 싶었어요. 어울리는 그룹의 리더였다가 한순간에 '은따'가 되거나 절친의 배신에 아예 '함묵증'을 가진 채 학교생활을 하는 아이들의 사례도 있었어요. 학교에 가기 싫어하는 아이의 경우, 실제는 교사나 아이들과의 갈등이 아니라 부모에 대한 불만 때문인 경우도 있었지요. 저자가 이 책에서 문제로 지적한 부분은 부모의 (잘못된) 말이고, 해결책으로 제시한 부분 역시 부모의 (제대로 된) 말입니다.

저자가 볼 때, 아이의 부모와의 원활한 소통 여부가 또래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나타난다는 것이지요. 부모가 호통치듯 하는 말투를 친구에게 그대로 사용하는 아이들도 많다고 합니다. 저자는 소통을 위해 훈계나 충고 같은 조언을 하지 말고, 자녀와 '공평하게' 싸우라고 말합니다. 부부가 그렇듯이 자녀와도 의견이 다를 수밖에 없는데, 그럴 때 부모가 먼저 아이 마음을 헤아려주고 서로 솔직하게 대화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지요. 이 책에서는 해당 주제에 따라 잘못된 대화방식과 바람직한 대화방식의 구체적인 예가 제시되어 있으니 참고할 수 있고요, 자녀의 인성교육은 "나와 남에게 해가 되는 행동은 안 된다"는 금지선과 "나와 남에게 해가 되지 않는 행동은 얼마든지 해도 된다"는 수용선의 경계를 지키는 것이라는 입장도 되새겨볼 만합니다.

 

부모와 아이의 소통, 아이의 자존감과 자존심 모두를 키워주는 부모의 말이 가지는 중요성을 상기해봅니다. 아이들의 실제 사례들이 많이 와닿았어요. 저자는 부모의 말을 이야기하면서 부부 사이의 말도 함께 중요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책을 덮으면서 저자가 언급한 '이혼'을 잠깐 생각해보면요, 저자는 이혼 상황이 올 수 있을 텐데 어린 자녀가 있다면 이혼하고도 끝내지 못하는 관계로 남게 되니 차라리 시기를 늦춰 고등학교 졸업 후에 하기를 권합니다. 저자 말처럼 부부 갈등 해소의 노력을 해보는 게 필요하겠지만, 아니라고 판단된다면 굳이 시기를 늦출 필요가 있을까 싶은데요. 현실적인 상황과 여건 때문이라면 어쩔 수 없겠지만, 자녀를 위해서라면 오히려 빨리 결단하는 게 맞는 것이 아닌가 싶어요. 불행한 부모의 모습을 보여주는 게 과연 자녀에게 좋을까 싶고요. 아무튼 부모의 말, 부부의 말을 돌아보게 하는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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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사들 슈퍼 에디션 : 파이어스타의 임무 (양장) 전사들 슈퍼 에디션
에린 헌터 지음, 서현정 옮김 / 가람어린이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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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전사들> 시리즈를 처음 읽는다. 고양이들의 눈으로 그린 세상이 궁금했고, 표지의 고양이 표정에 압도되었다고 해야 할까. 650쪽의 분량에 놀랐지만 술술 읽히는 흡인력이 신기했다. '등장하는 고양이들' 소개부터 예사롭지 않다. 다섯 종족, 그들의 옛 종족, 종족에 속하지 않는 고양이들까지, 고양이에 대한 한 줄 묘사가 이렇게 다양할 수도 있구나 싶다. 고양이들의 각 이름 옆에는 우리말 번역이 첨가되어 있다. 브라이트하트(빛나는심장), 모닝플라워(아침꽃), 헤비스탭(무거운걸음), 에코송(메아리노래)과 같은 식이다. 주인공 파이어스타는 불꽃별로 천둥족의 지도자다. "황갈색 수고양이로 불꽃처럼 밝은 주황색 털가죽이 특징이다. 훈련병 브램블포를 가르친다."는 소개가 나와 있다.

이야기의 서두 '프롤로그'에는 파이어스타가 전면에 등장하지는 않는다. 옛 천둥족을 비롯한 다섯 종족의 모임 현장. 하늘족 지도자 클라우드스타가 모든 종족을 이끌고 나타난다. 두발쟁이(인간)들이 거대한 괴물을 몰고 와서 그들 영역을 덮치려고 하고 이미 보금자리는 사라진 상태다. 클라우드스타는 다른 네 종족 지도자들에게 그들의 영역을 나누어달라고 호소한다. 그러나 모두에게 거부되는 상황이다. 클라우드스타는 하늘족을 이끌고 그곳을 떠나지만 그의 짝 버드플라이트와 두 마리의 새끼 고양이는 천둥족에서 거두게 된다.

천둥족 지도자 파이어스타는 물웅덩이에 비친 환영, 소용돌이치는 물살 속에서 첨벙거리며 울부짖는 고양이들을 본다. 꿈속에서뿐 아니라 현실에서도 나타나는 형상들 가운데 그가 아는 선조 전사들은 없었다. 그는 그들의 정체를 알아보고자 별족을 찾아나서는데, 이 부분의 묘사가 이채롭다. 어떻게 별족과 만날까 궁금해서 더 주의 깊게 읽은 대목이기도 하다.

그의 여정과 행동을 따라가보자면, 그는 천둥길을 건너고 바위 비탈을 기어 올라가 산등성이에 다다른다. '어머니의 입'이라 불리는 시키먼 구멍이 산비탈에 뻥 뚫려 있고 달바위로 이어지는 빛이 없는 굴길을 따라간다. 굴길이 넓은 동굴로 이어지면서 천장에 뚫린 구멍을 통해 별들이 언뜻 보이고 달이 움직이는 가운데, 그는 달바위 앞에 엎드려 코가 달바위에 닿을 때까지 몸을 쭉 늘인다.

파이어스타는 다섯 번째 종족인 하늘족이 있었다가 사라졌다는 말을 들은 후, 하늘에서 네 종족을 지켜주던 별족에 대한 믿음을 잃어버리고 만다. 하늘족 지도자가 그의 꿈 속에 나타나고, 파이어스타는 자신의 운명이 흩어진 하늘족 후예들을 모으는 것일까 반문하게 된다. 그러면서 그들의 옛 터전이었던 두발쟁이 보금자리를 찾아갔다가 그곳에서 하늘족 지도자인 연회색 고양이를 만난다. 읽는 내내 나도 파이어스타처럼 궁금했다. 왜, 그가 하늘족을 다시 일으켜야 하는지, 왜 꼭 그여야만 하는지...

 

하늘족 지도자는 파이어스타를 오랫동안 기다렸다고 말하면서, "그대는 강하고, 지도자이며, 우리가 느끼는 배신감에 피가 오염되지 않은 고양이다. 그대는 우리를 내쫓은 고양이들의 후손이 아니지만 진정한 종족 전사다. 그러니 하늘족을 되살리는 것이 그대의 운명이다."(117쪽)라는 이유를 제시한다. (파이어스타는 다섯 종족 어디에도 속하지 않았던 셈인데, '애완 고양이 출신'이라는 표현이 책 말미에 나온다.)

이후 파이어스타는 짝인 샌드스톰과 함께 길을 나서고, 홀로 전사의 길을 지켜나가는 늙은 고양이 스카이(나중의 이름 스카이왓처)를 비롯해 흩어진 하늘족 후예들을 만나는 여정이 이어진다. 그리고 두발쟁이들과 살고 있는 고양이들에게 전사의 규약을 알려주고 하늘족 훈련병이 되도록 이끌어준다. 그가 종족에 속하겠다고 모인 고양이들과 나누는 대화 중 인상적인 부분이 나온다.

우리는 왜 가족을 부양할까, 왜 애써 자녀를 키울까, 왜 가족을 위해 양보하고 희생하기도 할까, 그런 질문들도 겹쳐보게 된다. 그래서 얻는 게 뭐냐는 질문은 이기적인 것처럼 들리지만 실상 본질적인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거기에 대한 대답이 분명할 때, 우리는 지치거나 우울해지지 않을 수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전사는 종족을 위해 사냥을 하고, 종족의 모든 고양이를 먹여야 합니다."

"그런 일을 해서 전사가 얻는 게 뭐죠?"

"명예와 존경. 동료들의 믿음, 그리고 종족을 위해 봉사했다는 만족감을 얻게 됩니다."(405쪽)

위 부분과 함께, 파이어스타가 종족 고양이로 사는 삶, 전사, 훈련병, 원로, 종족 지도자, 치료사, 죽은 후 별족과 함께 거니는 생활 등을 설명하는 대목이 재미있었다. 특히 치료사의 역할이 아프거나 다친 이들을 돌보는 것뿐 아니라 별족이 보낸 꿈을 통해 종족을 안내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도 의미 있게 다가왔다.

에코송이 별빛의 신호를 받고 진정한 치료사가 되고, 리프대플이 하늘족 지도자로 지목받은 후 하늘족 별빛 영혼들 아홉 목숨과 지도자의 이름(리프스타)을 받게 된다는 대목은 뭔가 신비하고 장엄한 느낌이다. 인내의 목숨, 희망의 목숨, 사랑의 목숨, 말과 경쟁으로 생긴 상처를 치유하는 목숨, 지혜의 목숨, 동정심과 이해의 목숨, 이타적인 목숨, 결단력의 목숨, 충성심의 목숨. 뭔가 지도자의 덕목을 말하는 듯하다. 옛 지도자들이 옛 하늘족 지도자에게 사죄하는 장면들도 인상 깊었다.

천둥족의 터전으로 돌아온 파이어스타와 샌드스톰. 그들에게는 새끼 암고양이 두 마리가 생긴다. 기쁘기만 한 순간, 파이어스타의 귓가에 앞서 스카이왓처가 했던 예언이 맴돌고, 그가 오싹한 한기를 느끼는 것으로 이야기는 마무리된다. 다음 이야기를 기대하게 만드는 결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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