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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문장들 - 1만 권의 책에서 건진 보석 같은 명언
데구치 하루아키 지음, 장민주 옮김 / 더퀘스트 / 2021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을 읽다 보면, 계속 머물게 되는 문장이 있다. 그래서 한때는 노트에 그런 문장들을 적어두기도 했다. 시간이 지나 그 문장들을 봤을 때, 그때만큼 강한 인상을 주지 못하는 것도 있고 여전히 곱씹게 되는 것도 있다. 결국 필사한 내용은 당시의 내 생각, 감정과 연관되는 것이었고, 가치관과도 밀접했던 듯하다. 지속적이지 못해 아쉽기는 해도, 문장을 꾸준히 필사했던 앞선 경험 때문이었을까. <인생의 문장들>이라는 제목도, '1만 권의 책에서 건진 보석 같은 명언'이라는 부제도 마음속 깊이 다가왔다. 저자는 현재 70대로 대학 학장과 학생들의 멘토로서 지내고 있다.
서문에서 저자는 "인생의 색채를 풍요롭게, 두근두근 유쾌하게 만들어주는 것. 그런 인생을 살고 싶다면 배우는 일, 즉 교양을 체득해가는 일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이 책은 동서고금의 명작과 명저 속 명언을 제 나름대로 골라 소개한 것입니다. 명언이란 교양을 한마디로 정리한 것입니다."(6-7쪽)라고 밝히는데, 명언을 교양과 연관시킨 점, 교양에 대한 그 나름의 정의가 꽤 인상적이었다. 무조건 엄숙하거나 진지한 접근이 아니라서 좋고, 풍요롭고 유쾌한 인생을 살고 싶은 나의 갈망과 맞닿아 있어 의미 있다.
이 책의 구성은 크게 인생에 대한 태도, 관계, 판단과 결정, 배움과 성장, 일, 나를 지키는 것으로 되어 있다. 저자는 각 장마다 다섯 개에서 일곱 개 주제로 엮었고, 각 주제의 핵심과 명언(출전도 포함)을 제시하면서 내용을 서술해간다. 이 책은 특정 명언만 던져놓고 자기 이야기를 풀어가는 게 아니라, 먼저 그 명언에 대한 배경 설명을 해준다.
가령 "모든 참된 삶은 만남이다."라는 마르틴 부버의 명언을 제시하면서, 저자는 유대계 종교 철학자인 부버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그의 사상이 어떠했는지 간략하게 알려준다. 그와 더불어 자신의 인생 경험과 연륜에 따른 지혜도 자연스럽게 전달해준다. 이 책을 통해, 명언의 구체적인 배경과 정확한 의미도 알게 되고, 인생선배의 이야기도 들어볼 수 있다.
1장 인생에 대한 새로운 태도 중 '불행을 멀리하는 사고방식'이라는 주제와 "이 문으로 들어서는 자, 모든 희망을 버려라."라는 단테의 명언을 들여다본다.
저자는 대학 졸업 후 일본 최대 생명보험 회사에 입사한 후 출세가도를 달리다가 갑자기 55세에 자회사인 건물 관리 회사로 쫓겨난다. 그때 딱히 불행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고 그때까지 출세가도를 달린 게 운이 좋았다고 여긴다. 그는 인간과 인간이 만든 사회에 대한 순진한 기대는 버리는 게 좋다면서, 단테의 말 가운데 '희망'을 '환상'으로 바꾸어도 괜찮다고 말한다.
저자 방식으로 해석하자면, 위의 말은 "인생을,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라."는 의미가 된다. 그는 그러기 위해 계속 배워야 편견에 빠지지 않을 수 있고 세상의 진짜 모습을 마주할 수 있다고 덧붙인다.
2장 관계의 지혜를 다루는 주제에서도 위와 같은 현실 인식과 배움을 강조한다. 그는 정말로 힘들 때 도와주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생각할 때 인간관계가 편하고 인생을 살아가기도 수월하다고 말한다. 또한 "무지한 선인"이 되지 않기 위해서 아는 것이 중요한데, 주변을 관찰하고 공부해서 세상과 인간에 대한 지식을 늘려가야 한다는 것이다.
3장 현명한 판단과 결정에 대한 주제 가운데 지식을 얻는 방법이 나온다. 저자에 따르면 지식의 원천은 사람, 책, 여행인데, 시간과 역사인 종(책), 공간과 세계인 횡(사람과 여행), 이 두 축을 의식하는 '종횡 사고'로 지식을 쌓는다면 사물의 전체 상을 파악할 수 있게 된다. 나아가 공부와 배움에서 인풋과 아웃풋을 같이 하는 것이 중요한데, 아웃풋은 인풋한 내용을 자신의 언어로 바꾸는 것을 의미한다.
4장 배움과 성장의 방식에서는 책, 여행에 대한 내용이 구체적으로 서술된다. 저자는 고전의 중요성을 말하고, 속독보다 꼼꼼하게 읽을 것을 주문한다.
5장 일 잘하는 법에서는 특히 "천천히 서두르라."는 로마 황제 옥타비아누스의 명언, "내 약장 속의 약"이라는 당나라 재상 적인걸의 명언 등이 의미 있게 다가왔다.
6장 나를 지키는 힘에서는 반려자와의 전인격적인 관계 맺음, 고독한 생명체인 인간 본질, 있는 힘껏 열심히 써버려야 할 돈, 인생 문을 닫는 법에 대한 숙고 등의 내용을 다룬다.
이 책 전반에 걸쳐 저자는 자기만의 생각, 편견에서 벗어나기 위해 끊임없이 공부를 강조하는 듯했다. 특히 지식 쌓는 법, 책을 통한 배움에 대해 곱씹어보게 됐다. 물론 사람과 여행을 통한 배움도 책만큼 비중 있게, 책과 조화롭게 쌓아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 명언은 그것대로, 저자의 경험과 지혜는 그것대로 유용했고, 두 가지가 모두 어우러진 책이라 좋았다. 다만 부제에서 '1만 권'이 언급되어 이 책에 수록된 명언의 양이 더 많기를 기대했다. 명언을 가급적 많이 만나고 싶은 바람 때문인데, 이 책에 제시된 주제별 명언부터 제대로 인풋할 일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나만의 아웃풋을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