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그림책 수업 - 원고 한 편이 완성되는 금요일의 기적
채인선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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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가치 사전>으로 작가를 알게 됐다. 아이를 키우면서 아이에게 읽혀줄 책을 찾다가 직접 책을 썼다는 스토리도 그때 알았다. 당시에는 대단하고 특별한 경우라고 생각했는데, 최근 첫 그림책을 펴낸 작가들의 소개글을 보면 엄마가 되어 쓰거나 그리게 됐다는 내용이 꽤 많다. 그리고 막상 내가 엄마가 되어 그림책을 읽던 가운데, '아이를 위한 그림책을 만들어주고 싶다.'는 바람을 가져본 적이 있다.

이후 현재 활동하는 국내외 유명 작가들, 거슬러 지명도 있는 수상작가의 그림책을 찾아 읽기에도 시간이 모자라다고 느꼈기에, 너무 기발하고 재미있으며 감동적인 내용이 많았기에, 그 바람은 말 그대로 마음속에서 휙 사라져버린 듯했다. 그러다가 이 책의 저자와 제목을 접하는 순간, 처음 그림책의 신세계를 경험하며 가졌던 소망을 떠올렸다. 또한 창작 수업 이전에, 현재의 그림책들에 대한 안목을 키워볼 수 있는 책이라는 기대감을 가졌다.

'작가의 말'에서 인상적인 구절이 나왔다. 작가는 한국 그림책이 양적 성장을 이루었고 주목받는 작가들을 배출한 것이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으로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평한다. 도넛이 커지면서 구멍도 커진 모양새처럼. 이 비유가 재미있으면서 꽤 의미 있게 다가왔다.

"작가가 펼쳐놓은 이야기 속에서 독자가 자신의 삶을 비춰보고 그 의미를 재발견하도록 장치를 해야 한다. 구경이 아닌 발견이 되도록. (중략) 이제는 구멍 뚫린 도넛 말고 한가운데를 단팥으로 가득 채운 단팥빵을 아이들에게 주자!"

(8쪽)

이 책은 첫째 날부터 다섯째 날까지 각각 오전, 오후에 걸쳐 주제별 이야기를 펼쳐간다. 그동안 작가가 꾸려간 그림책 글쓰기 워크숍의 형식을 취했다. 현장 워크숍은 일주일 프로젝트로 오전에는 전반적인 내용을 다루고 오후에는 실제 쓴 원고를 낭독하고 합평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이 책의 제목도 그렇고 워크숍 과정도 그렇고, 정말 5일 만에 그림책 원고가 가능한가 의문이 드는데, 작가는 프롤로그에서 "이 책을 읽는 사람에게 금요일의 기적을 주문"한다고 말한다.

첫째 날이다. 그림책의 정의를 시작으로, 작가는 픽션 그림책의 네 갈래, 즉 사실 이야기, 마술적 사실 이야기, 의인화 이야기, 환상 이야기를 소개하고 여섯 가지로 구분된 중심 내용을 서술한다.

이제 실전 시간! 이야깃거리를 모으기 위해 일단 써보는 것이다. 가까이 있는 아이에게(없다면 자신에게라도) 질문을 던지고 답하듯이, 가령 "진짜 산타 할아버지가 가짜 산타를 만나면 어떻게 할까?"에 대해 곱씹다 보면 웅얼대는 내 안의 말을 만나게 될 테니 그것을 적어본다. 자기 나름의 답, 이야기 골격을 생각해보고, 이를 조금씩 길게 써보는 연습을 한다.

여기까지는 일반적인 작법서와 비슷할 수 있는데, 이 책의 특별한 점은 가상의 이야깃거리 여섯 가지를 제시한 후, 조목조목 비판을 써내려간 대목이다. 창작이 비평이고 글을 쓰면 비평은 따라오게 마련이니, 이야기의 어떤 지점이 미흡한지 파악해보는 안목을 키우는 의미도 있겠다.

둘째 날이다. 주제와 플롯, 구조에 대한 내용이 핵심인데, "이야기의 이정표이자 목적지"인 주제가 모호하다고 느낄 때, 작가가 제시한 팁이 있다. 그것은 이 책에 소개한 '이야기의 효능' 여섯 가지를 떠올려보는 것이다. 책을 통해, 각 효능이 무엇인지, 풍부한 사례와 함께 확인해볼 수 있다. 구조의 종류는 도식화되어 있는데, 대칭 구조, 물결 구조, 혼합 구조의 각 양상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전체적으로 둘째 날의 내용 분량이 제일 많다. 이제 실전 시간! 저자는 플롯에 조급증을 내지 말고 서두와 중반, 결말로 이야기 흐름을 잡으라고 말한다. 구체적으로 서두가 무엇인지, 그 시작에 대한 여러 사례를 제시하고 있다.

셋째 날이다. 문체와 주인공, 이야기의 유형이 펼쳐지는데, 문제가 마무리되는 방식 혹은 문제가 나타나는 방식에 따라 세분화된 이야기 유형이 새롭지만 조금은 막연하게 다가왔다. 유형화의 목적은 원고 각각의 특징이 잘 살아 있는 원고를 쓰기 위함이라는데, 아무래도 주제가 정해지고 이야기가 구체적으로 전개되는 과정에서 와닿는 구분이 아닐까 싶다.

이제 실전 시간! 중반을 어떻게 그려갈지에 대한 내용에 이어, 저자는 중반의 지루함을 날리는 장치들과 사례들을 소개한다. 이런 장치들의 소개야말로, 작가의 작법서만의 특별함이 아닐까 싶다.

넷째 날이다. 저자는 시점에 대해 알려주고 글의 역할, 그림의 소임을 차근차근 일러준다. 이 대목은 글과 그림이 어우러지는 그림책의 특성을 반영한 것인데, 글 작가와 그림 작가가 다를 경우 더욱 주의 깊게 살펴야 할 부분이 아닐까 싶다.

이제 실전 시간! 문장과 단락 쓰기를 어떻게 할지, 특히 아이들의 말을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까. 앞서 둘째, 셋째 날에 차례로 서두, 중간에 대한 내용이 나왔으니, 여기서는 결말 부분이다. 작가는 결말의 다양한 사례들도 첨가한다.

다섯째 날이다. 그림책 쓰기의 최종 기술로 옛이야기에서 배울 것, 이야기 전개는 영화나 연극처럼 할 것, 언어는 시처럼 쓸 것 등이 제시된다. 작가는 원고를 투고하고 출간하기까지의 과정을 상세히 알려준다.

이제 실전 시간! 원고 제출 전의 점검사항을 꼼꼼하게 따져본다. 전체 구성 가운데 다섯째 날의 경우 이미 모든 원고가 완성된 시점을 기준으로 했기에, 상대적으로 분량도 적고 엄밀히 말하면 실전 적용이 앞선 날들과 다른 맥락 같다. 출간이 전제되지 않으면, 그전에 투고 자체를 하지 않으면 큰 의미가 없는 내용으로 다가올 수 있다. 물론 이 책이 습작 차원을 넘어 궁극적으로 원고 한 편의 결과물을 지향한다는 주제의식을 확인해보는 내용이기도 하다.

에필로그에서 작가는 편집자 눈에 확 뜨일 원고로 발상의 참신함, 그림의 가능성을 열어주는 원고, 자연스러운 상상, 암시된 철학(핵심 가치) 등을 강조한다. 이후 창작과 관련해 작가가 자주 받는 질문과 답변을 담고, 마지막으로 이 책에 언급한 그림책을 비롯한 참고서적을 첨부했다. 400페이지가 넘는 그림책 작법서 안에 꽤 많은 책 내용이 인용되고 논리 근거나 사례로 제시된 만큼, 직접 그 글을 찾아보도록 의도한 것이리라.

어쩌면 그림책에서 글이 차지하는 분량 자체가 작기 때문에, 이 책의 흐름대로 따라가다 보면 작가 말대로 '금요일의 기적'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내 안에 솟아나는 여러 질문들, 그로 인한 웅얼거림에 귀기울이는 것부터, 첫 발을 내딛어야 할 터이다. 그림책 글 작가 지망생들에게 유익한 책이면서, 좋은 그림책을 고르는 안목을 기를 수 있는 특별한 책이다. 덕분에, 나와 아이가 함께하는 그림책 세상이 더 즐거워질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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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도 익히는 몬테소리 영어 놀이 - 언어와 수리 능력 발달을 위한
마자 피타믹 지음, 오광일 옮김 / 유아이북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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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위한 놀이, 활동 책은 언제나 관심을 끈다. 특히 '몬테소리'를 표방한 활동북은 오랜 전통에 기반하여 "아동 중심의 환경에서 이루어지는 학습"이라는 몬테소리의 기본 믿음을 강조하기에, 신뢰감을 준다. 이 책은 "경험을 통해 배우는 것"이라는 몬테소리 교육의 핵심 원리를 표방한 채, 어떤 이론 설명보다 곧장 이 책의 활용법에 대해 알려주면서 시작한다. 제목만 보면 숫자 놀이보다 영어 놀이가 큰 비중일 듯이 보이지만, 원제는 'The Montessori Book of Words & Numbers'로 언어와 수리 비중이 동등하다. 차례를 보면, 1장 '영어야 놀자'가 35개 항목, 2장 '숫자야 놀자'가 36개 항목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책에서 끌린 부분은 사실 영어보다 숫자 쪽이다. 지금까지 손가락으로 숫자 세기, 달력의 숫자 읽기, 1부터 10, 나아가 100까지 세기, 양팔 저울 재기 등 아이와 자연스럽게 숫자 놀이를 해왔고, 유아를 위한 수학 관련 책들을 구매해서 그냥 그림, 스티커 붙이기, 노래 위주로 흥미롭게 봐왔던 정도다. '수학 공부' 그런 식으로 가르치고 싶지는 않고, 재미있고 가볍게 숫자와 친해지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방향을 잘 잡고 가는 것인가, 의구심이 들곤 했다. 또한 좀 더 즐겁고 창의적인 숫자 놀이는 없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던 터였다. 유아 눈높이에 맞는 체계적이며 재미있는 놀이를 기대하며, 이 책의 숫자 부분을 살펴보았다.

 

숫자 카드로 0부터 10까지 순서를 알도록 하는데, 이후 숫자를 셀 때도 동일하게 카드를 활용할 수 있다. 도미노 세트나 주사위를 활용하기도 하고, 많고 적음, 길이와 크기, 무거움과 가벼움, 물의 양, 홀짝 구분, 덧셈과 뺄셈까지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다. 한 활동마다 기본 내용과 해당 준비물을 소개한 후, 주의사항이나 '더 나아가기'를 덧붙였다. '더 나아가기'는 기본 내용을 숙지한 아이들이 다음 단계로 혹은 다른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는 내용이다.

도형을 찾거나 그리거나 만들어보는 등, 도형에 관한 활동들이 이채롭게 다가왔다. 시간 개념으로, 1분 안에 팔 벌려 뛰기를 얼마나 할 수 있는지 하는 활동도 있고, QR코드까지 실린 숫자 관련 노래들도 있다. 저자에 따르면, 노래와 율동은 숫자와 언어 개념을 훈련시키는 탁월한 방법이다.

영어 부분을 살펴보면, 알파벳 익히는 방법이 있고, 크기와 모양이 다른 블록 놀이를 하면서 '가장 큰, 가장 작은, 더 큰, 더 작은'의 개념을 알 수 있다. 각종 소품을 이용해 익숙한 동화를 들려주거나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 수 있다. 이 책에는 <금발 머리 소녀와 곰 세 마리>의 예가 반복된다. 그만큼 저자는 이 동화를 훌륭한 어휘들이 많은 작품으로 소개하고 있다.

스토리텔링은 이야기를 좋아하는 아이와 수시로 자주 해보는데, 이 책을 통해 단순히 말만 하는 게 아니라 집안의 여러 소품을 다양하게 활용해보면 좋겠구나 싶었다. 저자는 리듬과 운율을 통한 소리를 들려줄 때 동요의 매력을 강조한다. 이 외에도 그림 카드와 단어 카드를 통한 어구와 문장 만들기, 장난감과 의자를 통한 위치를 나타내는 말, 그림 일기장이나 책 만들어보기 등 다양한 활동이 있다.

특별히 어떻게 책을 고르고 읽어줄까에 대한 내용이 자세히 나와 있다. 그중, 서점이나 도서관에서 직접 책을 만지면서 탐색하는 즐거움을 주는 것, 매일 밤 잠들기 전에 읽을 만한 책 준비, 아이에게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말을 새겨본다. 영어와 관련한 활동들 모두 고스란히 한글을 가르칠 때 적용해볼 수 있겠다. 물론 아이에게 처음 영어를 가르쳐줄 때는, 이 책에 실린 방법대로 해보려고 한다.

이 책에 제시된 준비물은 대체로 집안에서 손쉽게 찾아서 활용할 수 있다. 기존에 나온 그림책이든 여러 활동북, 이런 책의 형태도 의미가 있지만, 여러 감각을 활발하게 할 수 있는 소품 준비가 유용하겠구나 싶다. 한마디로 숫자 놀이, 영어 놀이, 아이디어를 차용해본다면 한글 놀이까지 포괄할 수 있는 책이다. '우리 아이와 이렇게 놀아요' 차원의 일상적인 내용을 담은 책도 필요하겠지만, 무엇보다 몬테소리를 바탕으로 한 숫자 놀이, 영어 놀이 71가지를 실었다는 점이 매력이자 장점인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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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을 지키는 개, 푸코 - 반려동물 수피아 그림책 3
김고은 지음, 윤휘취 그림 / 수피아어린이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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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코가 버려졌다가 폐지 줍는 할아버지를 만난다는 대략의 줄거리를 보고, 미리 어떤 내용이 전개될지 상상해봤다. 그런데 옥상을 지킨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궁금했다. 기대감을 안고, 강아지를 좋아하는 아이와 여러 번 반복해서 읽은 책이다.

그림책에서 돋보이는 장면은 노란 은행나무, 눈처럼 흩날리는 은행잎, 할아버지가 학교 담장에 그리는 동네 집들의 전경이다. 새로 만난 가족인 할아버지와 함께하는 푸코의 표정 변화도 유심히 들여다보게 된다. 폐지를 줍기 위해 할아버지가 끄는 손수레에 올라탄 모습, 옥상 꽃밭에 모종을 심기 위해 할아버지와 꽃 시장에 들른 모습에서 푸코는 행복해 보인다.

 

푸코는 왜 옥상을 지키는 개가 되었을까. 그림책을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그 이유를 알게 될 것이다. 이 그림책을 통해, 글작가의 설정을 주목해본다. 유기견, 폐지, 홀로 사는 할아버지, 부수어지는 집들 모두 소외된 대상들이다. 할아버지도 조만간 삶의 터전인 옥탑방에서 내쫓길지 모른다.

할아버지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여느 때처럼 생계를 위해 폐지를 계속 모으는 일이다. 옥상 꽃밭을 가꾸는 것도 한시적일 뿐이고, 학교 담장에 동네 집들을 그려놓는다고 재건축을 위해 하나둘 없어지는 집들을 지켜낼 수는 없다. 푸코가 옥상 꽃밭의 불청객인 비둘기들을 막아낼 재간이 없듯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할아버지도, 푸코도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다. 개발과 발전, 무조건 새것, 화폐가치의 관점으로는 어리석고 부질없어 보일지 모르나, 할아버지와 푸코가 보여주는 최선의 행보, 특히 옥상 꽃밭을 가꾸고 지키는 일이 마음에 잔잔하게 스며든다.

초반에 유기견이었다가 다시 버려지는 경험을 하는 푸코를 보면서, 반려견 키우는 것을 너무 가볍게 여기는 사람들을 일깨울 수 있겠구나 싶었다. 귀엽고 활발하며 할아버지 일도 척척 돕는 비글 푸코가 사랑스러운, 그래서 푸코를 안전하게 잘 지켜주고 싶은 마음이 새록새록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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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아픈 이유는 날씨 때문입니다
후쿠나가 아츠시 지음, 서희경 옮김 / 소보랩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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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가 아프네. 비가 오려나?" 약 광고 문구인지, 어르신들의 말씀인지 구분도 모호해져버린 말이 떠올랐다. 개인적으로 날씨에 기분이 많이 좌우되는 편이라, 비가 추적추적 내리면 왠지 전날의 피로감이 더 가중되는 느낌이다. 이 책은 제목부터 <당신이 아픈 이유는 날씨 때문입니다>라고 단언했다. 저자는 뇌신경외과 전문의, 뇌졸중 전문의면서 특이하게도 기상 예보사다.

이 책의 구성은 다음과 같다. 먼저 기상병을 소개한다. 그리고 우리 주변의 여러 기상병을 하나씩 자세히 알려준다. 이 책에는 요통/관절통, 편두통, 알레르기/비염, 천식, 독감, 온열질환, 충수염, 백내장/피부암 등이 나와 있다. 뇌졸중과 심장병의 경우 저자의 전문 분야기도 하고, 생명과 직결되는 부분이라 따로 구분하여 세부적으로 실었다. 마지막으로 알아두어야 할 기상 정보와 일기 예보에서 꼭 확인할 사항을 첨가하였다. 이 책의 핵심은, 다양한 기상병들의 양상과 예방법이라 할 수 있겠다.

기상병은 날씨 변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병 증상이다. 이 말은 1955년 제1회 국제 생물 기상 학회가 개최된 것을 계기로 생겨났다. 저자는 기상 변화도 질병 발생 원인으로 분석하면서 그에 따른 치료법과 예방법을 연구하는 게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저자의 입장은, 날씨를 알면 기상병을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책은 단지 어떤 질환들을 설명하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매일의 날씨에도 주의를 기울여 이를 질환과 연관시킬 수 있는 통찰을 준다. 각 기상병에 대한 대책 및 예방법에 대한 상세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어서 유익하다.

뇌경색은 한여름이나 환절기, 온도가 10도 이상 내려가는 등 일교차가 큰 날 발병 위험이 높다. 기상예보를 보면서 기온차가 큰 날에는 물을 더 많이 마시는 등 생활습관의 변화를 줄 수 있다. 요통과 관절통은 기온이 내려가고 기압이 떨어질 때 심해지므로, 기상과 몸의 통증을 기록해두는 게 필요하다. 봄과 가을은 편두통의 계절인데, 폭풍우와 추위도 편두통을 유발한다. 기류나 기온, 기압의 저하는 자율신경에 영향을 미쳐 정신적인 부진을 유발할 수 있다.

저자에 따르면 "머리가 아프네, 좀 피곤하다, 짜증 나" 등의 증상도 기상 변화가 원인일 수 있다. 그리고 백내장이 오존층 감소와 관계 있다는 이론이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추세다. 최고기온 24도 이상일 때는 온열질환 대책이 중요한데, 수분을 자주 공급하고 모자나 양산을 쓰며, 냉각수건 등을 사용하는 것, 알코올이나 커피를 삼가는 방법이 있다.

날씨를 봐도 비가 오는 여부, 황사나 미세먼지 등만 확인하는 정도였는데, 이 책에서는 기본적인 기상 용어가 잘 설명되어 있다. 앞으로는 폭염, 불쾌지수, 태풍, 기습 폭우 등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할 시기다. 기상 예보를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볼 일이구나 싶다. 특히 날씨에 따라 몸 상태가 민감한 부모님께, 이 책의 내용을 필수적으로 알려드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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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상처로 죽을 수도 있을까 - 심장외과의가 알려주는 심장의 모든 것
니키 스탬프 지음, 김소정 옮김 / 해나무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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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보고 그냥 지나칠 뻔했다. 마음의 상처로 죽을 수도 있을 것 같아. 이런 답변이 너무 쉽게 나오기에. 감정 조절이나 내면 심리에 관한 책인가 싶었다. 부제 '심장외과의가 알려주는 심장의 모든 것'에 나와 있듯이, 이 책은 심장을 다룬다. 원제는 'Can you die of a broken heart?'인데, 본문에 '부서진 심장 때문에 죽을 수 있을까'라는 소제목도 있다.

'마음의 상처'보다 '부서진 심장'이라고 했을 때 더 심각하게 느껴진다. 무의식중에 마음의 상처는 언젠가 치유된다고 믿어온 탓일까. 그런데 부서진 심장이 곧 마음의 상처를 의미한다면, 지금까지 간과해온 마음의 상처를 다시 돌아보게 된다. 어쩌면 심장에 무관심한 나를, 아니 심장을 생각해보는 시간이 필요할지 모른다. 특별한 책을 만난 기분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심장의 특징과 심장을 아름답고, 특별하고, 건강하게 만드는 모든 방법을 소개한다고 밝힌다. 내용 중에 '아름답다'는 표현이 꽤 자주 나오는데, 저자는 심장에 매혹된 사람으로서 독자들도 심장의 경이로움에 빠져들기를 바란다. 심장 건강을 위한 실용서가 아니라 에세이 느낌이 강한 글이다. 의사로서 전문 지식을 알려주지만, 필요한 내용만 전달하는 방식이 아니라 저자의 개인 경험담, 저자가 만난 환자들 이야기도 함께 풀어간다. "너무 화가 나고 슬프다", "끔찍하게 슬픈 측면이 있다" 등 저자의 직설적인 감정 표현도 드러난다.

부서진 심장의 의학 용어는 타코츠보 심근증 혹은 스트레스성 심근증이다. 타코츠보는 일본 어부들이 문어나 낙지를 잡을 때 사용하는 항아리로, 고장 난 심장처럼 보여서 붙여진 이름이다. 일명 '상심증후군'이라 불리는 이 질병의 사례로, 1990년대 초반 매사추세츠의 한 병원을 찾은 여성이 심장마비로 진단할 만한 가슴 통증을 호소했다. 막힌 혈관은 없었지만 그녀의 십대 아들이 자살한 사건이 있었다.

스트레스성 심근증에 대한 정확한 발병 원인은 밝혀지지 않은 상태이고, 여러 세포 과정, 인체 신호 물질, 호르몬, 몸이 지방산이나 포도당을 처리하는 방법 등이 영향을 미친다고 알려져 있다. 에스트로겐은 심장을 보호하는데, 갱년기에 그 분비량이 줄면 심장은 취약해진다. 남자보다 여자가 더 취약하지만, 어느 정도의 스트레스로 발병하는지는 알 수 없다. 스트레스성 심근증의 치료 방법이란 '증상 완화' 치료일 뿐이고,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가 줄면 심장도 회복되지만 치유되지 못하는 사람도 있고 죽는 사람도 있다.

소중한 사람과 사별했을 때 사망 위험이 높아지는데 70세 이상이 더 취약하고 사별 후 30일 이내 위험성이 크다. 사랑하는 사람이 죽은 다음날 심장마비가 올 확률은 평소보다 16배까지 높다. 심장세동(심장이 불규칙하게 뛰는 부정맥 질환)으로 인한 다른 심장 문제, 뇌졸중을 일으키기도 한다. 저자는 비통함에 반응하는 몸의 작용을 서술한 후, 스트레스 작동 방식부터 완화법을 소개한다.

스트레스에 대한 상세한 내용 외에도, 이 책은 심장이식 과정과 인공심장의 현재, 최근에 이루어지는 여성의 심장과 심장 질환 연구, 사랑할 때 생성되는 호르몬과 심장 건강, 심장에 좋은 영양분, 운동, 심장에 좋은 것들로 자주 언급되는 레드 와인, 다크 초콜릿, 커피와 차, 슈퍼푸드 등에 대한 입장, 심장 질환과 밀접한 관련성이 있는 우울증, 심장을 보호하는 숙면, 유전자가 관여하는 심장 질환, 심장 건강진단과 예방, 심장 수술 및 치료의 역사와 미래 등을 다룬다. 심장에 대한 거의 모든 것을 포괄하는 내용이 아닐까 싶다. 특별히 여성의 심장에 대한 내용, 심장에 좋은 영양분과 운동, 여러 음식에 대한 글이 흥미롭게 다가왔다. (내용 자체는 우려스럽거나 혼란스러운 측면이 있지만.)

심장마비는 여성보다 남성에게 더 많이 오지만 여성에게 오는 심장마비가 더 치명적이다. 그로 인한 사망률도 높고 심부전 등 일상을 영위하기 어려운 경우도 여성이 더 많다. 여성의 심장이 남성의 심장보다 작고 조금 빨리 뛰는데, 그보다 중요한 차이는 작동 방식이다. 여자에게 오는 심장마비는 살면서 느끼는 단순한 등의 통증인지 심각한 증상인지 구별하기 어렵다. 당사자뿐 아니라 의사도 증상을 놓칠 때가 있다.

저자는 이러한 작동 방식의 차이 때문에, 심장의 치료 방법도 남녀가 달라야 한다고 말한다. 오랫동안 임상 실험의 자원자는 주로 남성이었고 의약품과 수술 방법도 대부분 남성을 대상으로 했고, 이를 여성에게 맞게 개선해서 사용하지는 않았던 게 현실이다. 여성 환자에게 맞는 약과 수술 방법은 아직 찾지 못했지만 심장 검사 방법부터 모색 중이다.

심장마비 대목을 읽다 보니, 그로 인해 세상을 떠나신 분들이 떠올랐다. 전 직장의 남자 상사분, 교회 여자 집사님의 소식 모두 갑작스러웠다. 당시 50대 후반의 연세셨다. 스트레스 대목에서는 회사 업무 스트레스로 심장 통증이 생겨 심장내과를 다니고 있는 가족 걱정을 하면서 읽었다. 사실 그 가족을 위해 이 책을 읽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최근에 자고 일어나면 심장이 조이거나 아픈 느낌이 있다. 이런저런 걱정 근심을 껴안고 잠이 들었을 때 그렇다. 그냥 피곤해서 그렇겠거니 하고 넘어갈 일이 아니구나 싶다.

이 책에 나온 여러 정보를 바탕으로, 내 심장, 가족들의 심장 건강을 생각해보게 되는 책이다. 심오하지만 취약한 심장을 일부러 놀라게 하거나 무리하게 하지는 말자고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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