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만 기다려 줘! - 큰 고슴도치와 작은 고슴도치 이야기 베스트 세계 걸작 그림책 18
브리타 테큰트럽 지음, 김서정 옮김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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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손을 잡고 걷다 되면, 여러 번 발걸음을 멈추게 됩니다. "저것 좀 봐!" 하는 아이의 말을 듣고 아이가 가리키는 곳을 바라보면, 나무 위의 까치, 그 사이의 거미줄, 바닥의 작은 벌레들이 있어요. 최근에는 걸어가다가 잎사귀에 붙은 매미를 가만히 바라보았는데요, "맴맴맴맴" 소리를 내면서 매미가 몸을 흔드는 모습이 보였어요. 귀여운 몸놀림에 둘이 한참 웃었지요. 한 그림책을 보면서, 아이와 저의 모습이 떠올랐어요. 바로 <잠깐만 기다려 줘!>입니다.


두 고슴도치는 집으로 가는 길이에요. 작은 고슴도치가 말합니다. 다음 말은 그림책 중간중간 반복되어 나와요.


"잠깐만 기다려 줘, 큰 고슴도치야!"


무엇을 기다릴까요. 해넘이를 다 볼 때까지, 달이 떠오를 때까지 기다리자는 거예요. 들판을 지날 때는 달콤한 풀꽃들 향기를 맡느라고, 부엉이 소리가 들릴 때는 부엉이에게 잘 자라고 손을 흔들려고 그 자리에 멈춥니다. 구름이 달을 덮는 순간 달이 다시 보일 때까지 기다리고요, 작은 연못을 지나는 찰나 물고기와 개구리에게 밤 인사를 하느라 기다려요. 둘은 풀숲 깊은 곳에 이르러 반딧불이들이 춤추는 모습을 바라보는 시간을 가집니다. 그러다가 나란히 앉아 별을 세기도 하지요. 그런 다음에는, 상상하던 장면이 펼쳐지는데요, 그 모습에 슬며시 미소를 머금게 됩니다.


아이와 엄마 혹은 아빠가 연상되는데요, 실상 그림책 속에서 그 관계를 규정하지 않아서 더 좋은 것 같아요. 작은 고슴도치와 큰 고슴도치. 이렇게 설정되어 있거든요. 둘의 관계는 자녀와 부모 사이일 수도 있고 친구 사이일 수도 있겠지요. 그 무엇이 되었든지, 작은 고슴도치는 주변 사물과 자연을 좀 더 가까이 관찰하도록 이끄는 존재, 어떤 목적지로 가는 여정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존재일 거예요. 큰 고슴도치는 매번 "이제 갈까. 늦었어." 하는 말을 하면서 가야 할 방향을 일깨우지만, 언제나 작은 고슴도치의 제안에 웃으면서 함께 아름다운 풍경을 누립니다. 문득 생각해봤어요. "잠깐만!" 하고 발걸음을 붙드는 작은 고슴도치 같은 아이의 말에, 저는 때마다 큰 고슴도치처럼 여유 있게 반응했었나 하고요.


작가의 그림책을 처음 접했는데요, 이전 작품을 찾아보고 싶어질 만큼, 다음 신간을 손꼽아 기다릴 만큼 좋았던 그림책이었어요. 볼로냐 라가치상 수상 작가의 잔잔하고 예쁜 그림책입니다. 털이 뾰족한 고슴도치들이 전해주는 부들부들 보드라운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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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책읽는 영어교육이 고3까지 간다
양은아 지음 / 리더북스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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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에서 많은 것을 말하고 싶은 책이다. 사실 표지의 한 문구로 이 책을 읽고 싶다고 생각했다. 5세부터 고3까지. 뭔가 장기적인 영어교육의 그림을 그려볼 수 있지 않을까. 이 책을 펼치며 기대해본 사항이다. 결과적으로, 막연했던 영어학습 로드맵이 분명해질 만한 책이다.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하루 영어책 5권 읽어주는 엄마표 영어를 말한다. 1장은 저자가 어떻게 첫사랑 영어와 동행하게 됐는지, 어린 자녀를 어떻게 영어의 세계로 인도했는지 경험담을 담고 있다. 2장의 주요 내용은 영어교육에 관한 Q & A다. 영어교육의 최종 목표가 궁금한 엄마 편이 제일 와닿았다.

주변에서 영어 유치원 이야기를 하는데 나도 모르게 동요하게 된다. 당장 남들 비슷하게 따라가게 하는 영어가 아니라 막연하지만 궁극적인 방향 점검이 필요한 시점! 다른 언어를 배운다는 것은 다른 방식으로 생각하는 길을 열어두는 것이라는 저자의 표현을 주목해본다.

지난달 얇은 분량의 영어 그림책 20권을 구매한 이후 하루 한 권씩 아이에게 읽어주었다. 먼저 우리말로 해석해서, 다음으로는 영어로. 20권을 마치자 아이가 다시 1권부터 매일 읽자는 것이다. 그래, 지금은 딱 이 정도만 영어 노출을 하자. 그렇게 생각했는데, 앞서 언급한 대로 저자는 매일 5권의 영어책을 강조하고 아이의 흥미에 따라 다다익선이라고 말한다. 그럼 어떤 책으로 매일 5권을 골라야 할까.

이 책에는 실제로 저자가 자녀와 어떤 책으로 영어독서를 시작했는지, 현재 자녀의 영어독서지수가 몇 점인지 구체적으로 언급된다. 참고로 미국의 르네상스 러닝에서 수치화한 AR 지수 중 BL 2.3이면 미국 2학년 3개월 학령기 수준이고, 2022년 수능 영어는 AR 지수가 10을 넘는 최초의 시험이었다고 한다. 변별형 문항은 13후반대로 미국 고등학생이 보는 텍스트 수준이었다는데, 이런 내용을 제시하면서 저자는 다독을 통한 영어 문해력을 말한다. 나아가 엄마표 홈스쿨링 영어교육 6단계 로드맵을 제시한다.

이때부터 이 책은 실용서의 특성이 두드러진다. 1단계 듣기 과정의 목표와 핵심부터 꼭 해야 할 것, 하지 말 것을 서술한다. 2단계 한 줄 영어책 읽기와 파닉스, 사이트 워드 학습 병행 편에서는, 최소 100번 한 줄 영어책을 읽어준 후 파닉스 지도로 넘어가라는 말이 나온다. 이런 식으로 6단계 챕터북 읽기 독립 시기까지 꼼꼼하게 학습 계획을 설계한다.

영어와 자연이 만나는 시간을 만들어주라는 항목도 유익하다. 저자는 유초등 때부터 고3까지 연결된 영어 읽기 근력 키우기를 강조하고, 소위 '그릿 읽기'로 높은 독해 수준을 지향한다. 이와 더불어, 단계별 영상 및 영어책, 영어 홈스쿨링 사이트 등 유용한 내용을 부록 편에서 확인할 수 있다.

유초등 영어의 큰 그림을 어떻게 그려갈 수 있을까? 각자 다를 수 있지만, 분명한 것은 이 책이 중요한 안내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16년차 현직 영어 교사로서, 저자는 자녀를 영어 사교육 현장이 아닌 엄마표 영어로 키우는 중이다. 그 적용 사례를 이 책에 담았다. 또한 학생부 종합전형, 고교학점제에 대비한 영어학습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유초등 시기의 영어학습이 얼마나 중요한지 강조하면서, 이 시기가 엄마와 함께 영어를 공부할 수 있는 적기로 본다. 이 책을 발판으로, 엄마표 영어 첫걸음을 내딛기로 한다.

[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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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글 버스 - 제4회 웅진주니어 그림책 공모전 입상작 웅진 우리그림책 92
김소리 지음 / 웅진주니어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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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과 빨강, 노랑이 어우러진 표지가 인상적인 그림책이에요. 웅진주니어 그림책 공모전 입상작이기도 한데요, 어떤 내용이 펼쳐질지, 아이와 호기심을 안고 한 페이지씩 넘겨봤어요.


한 아이가 버스 정류장에 서 있어요. 집으로 가는 24번 버스가 도착했고 그곳에 탔지요. 조금 어수선한 버스 안에는 여러 동물들의 모습이 보여요. 신기하게도, 버스의 번호가 스르르 21번이 되네요. 아까는 번호가 벌레에 가려져서 제대로 안 보였거든요. 평소에 타던 버스가 아닌 다른 버스를 탔다는 설정이 신선하게 다가왔어요. 21번은 꿈과 상상의 버스인 셈이겠지요.


창밖으로 하늘 높이 솟아 있는 나무도 새롭고, 늪지대를 지나는 버스도 이채로워요. 바퀴가 진흙에 빠지고 말지만 걱정없어요. 자신의 몸을 기꺼이 밧줄 삼았던 동물 덕분에, 모두 힘을 합친 결과 위기를 모면했지요. 내릴 때 아주 느릿느릿했던 승객도 있었고요, 버스 안을 흔들흔들 위태롭게 만든 승객도 있었지요. 각각 어떤 동물들인지 쉽게 짐작이 갈 수 있을 거예요. 최근에 아이와 함께 나무늘보에 관한 그림책을 봤기 때문인지, 아이도 저도 그 승객을 보면서 많이 웃었네요. 아이들과 여러 동물들의 특성을 이야기하며 재미있게 읽어볼 수 있을 거예요.


이 그림책의 절정은 버스가 하늘을 나는 장면이 아닐까 싶은데요, 아이를 안전하게 집에 내려준 버스는 다시 출발합니다. 대강의 줄거리는 이렇고요, 밝은 원색 위주의 색감 처리, 부드러운 동그라미 형태, 아이의 재미있는 모험담처럼 꾸며진 이야기가 조화롭습니다. 개인적으로 그림책을 볼 때마다 그 속에 담긴 어떤 상징과 의미를 발견하는 것을 좋아하는데요, 이 그림책은 아이들과 정글 버스를 신나게 탄 것만으로도 충분한 즐거움일 거예요.


정글 버스 이야기를 보면서 아이와 함께, 서울대공원의 코끼리 열차를 탔던 기억도 나누었어요. 원색으로 발랄한 분위기를 더해주는 조미자 님의 그림책도 떠올랐고요, 원숭이가 바나나를 기차표로 받는 우시쿠보 료타의 그림책도 연상됐어요. 작가의 다음 그림책은 어떤 색감, 느낌, 이야기를 담게 될지 기대감을 가져보게 됩니다.




[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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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머리 앤 인문학 - 세상에 단 하나뿐인
박홍규 지음 / 틈새의시간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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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부터였을까. 아이와 함께 매주 애니메이션 빨강머리 앤을 보는 중이다. 거실 스크린을 통해 오래전 텔레비전에서 방영됐던 앤을 다시 마주하니, 당연하게도 줄거리 이상의 것들이 보인다. 언젠가 축약본 말고 제대로 된 원작소설로 읽어야지 하고 마음만 먹던 중, 흥미로운 책 한 권이 눈에 띄었다. <빨강머리 앤 인문학>인데, 법학자이자 아버지인 저자가 딸에게 쓰는 편지글로 되어 있다. 자신의 딸뿐 아니라 세상의 모든 딸에게 읽히고 싶은 이야기를 담았다. 어떤 이야기일까?


이 책은 크게 나, 루시, 앤, 배시, 카퀫, 그 외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먼저 '나의 이야기'에서는 소설 <빨강머리 앤>이 가진 보수성, 획일성, 비현실성, 앤과 삐삐 혹은 앤과 윌러비의 비교 등이 나온다.


'루시 이야기'는 원작소설의 작가 루시 몽고메리에 관한 내용이다. 태어난 시대 배경, 가정환경, 성격, 작가적 재능 등 루시의 삶을 스케치하면서, 저자는 루시의 한계를 지적한다. 인디언이 외부의 노예, 여성들이 내부의 노예였다는 자각이 루시에게는 없었다는 점이다. 저자는, 버지니아 울프가 진보적이었던 반면 루시 몽고메리는 보수적이었던 면들을 대비시킨다.


'앤 이야기'에서는 원작소설이 일본어 번역본으로 나온 배경, 건강한 가정문학으로 포장되어 소설 속 보수성을 더욱 극대화시킨 당시 시대상이 언급된다. 또한 원작의 앤과 넷플릭스 드라마 속 앤, 원작과 드라마 줄거리 및 구성의 차이점이 상세히 나온다. 가장 큰 차이는 브로치 사건으로, 드라마에서는 그 사건 이후 앤의 입양과정을 분명히 보여준다.


저자는 커스버트 남매로 인해 독신 입양의 긍정적 선례를 남겼다는 견해에 이어, 19-20세기 캐나다의 고아와 아동노동 문제, 여성운동 등을 다룬다. 이채로운 점은, 루시 몽고메리의 보수적 성향과 별개로 원작 속에서 앤이 연대를 통한 여성들의 새로운 공동체 형성에 중심 인물로 비춘다는 것, 마릴라가 페미니즘적 여성상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이후 전개되는 '배시 이야기'와 '카퀫 이야기'는 원작과 달리 넷플릭스 드라마에 새롭게 추가된 요소를 중심으로 한다. 핵심 요소는 흑인과 인디언의 등장이다. 이들이 자기가 살던 곳을 떠나 온갖 고초를 겪은 근본 원인이 서양 제국주의라는 것. 저자는 이 사실을 전제로 드라마 속 인물들, 드라마 밖 인디언 기숙학교, 캐나다 내 인디언 인권운동의 실상을 보여준다. 그 외에 저자는 원작을 미국 동화로 오해할 여지에 대해, 루시 몽고메리를 잇는 오늘날의 캐나다 여성 작가들에 대해 언급한다.


이 책의 머리말과 맺음말에서, 저자는 여러 번 강조한다. 언제나 당당하게 나를 드러내는 앤처럼 살자고. 앤처럼 유일성을 잊지 말고 살아가자고.


"사랑한다, 딸아. 우리, 앤처럼 살자, 자기만의 삶을 살자, 기성의 속물이 되지 말자, 나를 세우되 남을 돕자, 야만에 맞서 바르게 살자, 그래서 다시 '앤'처럼 살아보자."(234쪽)


이 책으로 빨강머리 앤에 관한 거의 모든 것을 알 수 있다. 문학의 위대함이랄까 그런 것도 실감한다. 작가와 원작의 한계에도 불구하고(물론 보는 이의 관점에 따라 이견이 있겠지만) 캐릭터 앤이 주는 각성, 감동, 영향력이 영원하구나 싶어서. 이 책은 원작과 작가, 시대 배경 등을 더욱 폭넓게 이해하고 궁극적으로 앤을 더욱 사랑하게 만들어준다.


문득 내가 아이에게 애니메이션을 보자고 제안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생각해본다. 책꽂이에 꽂아놓은 축약본 동화에 아이가 관심을 보였던 까닭만은 아니다. 계기가 있었다. 언젠가 거실에서 놀다가 넘어진 아이가 울음을 참는 것이다. 한 번도 눈물 뚝,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는데, 오히려 울고 싶으면 실컷 울라고 말해왔는데 자기 딴에는 더 이상 스스로 아기가 아니라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캔디가 아니고 앤이 되어야 하는데.' 그때 생각했었다. 그 생각이 정기적인 가정영화관 개봉으로 이어진 셈이다.


나는 감정에 솔직한 앤이 좋았고 아이가 그렇게 말하고 행동하기를 바란다. 지금 어릴 때뿐 아니라 어른이 되어서도. 타인을 배려하되 나를 감추거나 나다움을 지우지 말기를, 세상이 만든 틀에 자신을 가두지 말기를 바란다. 어쩌면 어른인 내게도, 이 책의 저자가 말한 '유일성'을 찾는 시간이 절실히 필요할지 모르겠다. 적어도 아이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치기 위해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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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르말린 공주 풀빛 그림 아이
다비드 칼리 지음, 파티냐 라모스 그림, 박선주 옮김 / 풀빛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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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르말린이 뭐지 하고 검색을 해보게 됐어요. 규산염 광물로 아름다운 것은 보석으로 쓴다고 하네요. 이름이 투르말린인 공주가 있었어요. 눈동자가 투르말린 보석처럼 밝은 하늘빛이라 붙여진 이름이래요. <투르말린 공주>라는 그림책 이야기입니다. 공주는 탑에 갇혀 있고요, 세상에서 제일 용감한 기사만 공주를 구할 수 있었답니다.


그림책은 스스로 용감하다고 말하는 기사들이 공주를 구하러 가는 내용을 담았어요. 선홍색 루비 기사, 붉은 홍옥수 기사, 노란 황금 기사, 초록색 에메랄드 기사, 파란색 청금석 기사, 자줏빛 자수정 기사, 노란 토파즈 기사, 검은색 오닉스 기사, 은 기사, 그리고 크리스털 기사까지. 참 많은 색깔과 참 다양한 광물 혹은 보석이 나오지요? 이 가운데 공주를 만나게 된 기사는 단 한 명이에요. 어떤 기사일까요?


여기서 그 기사의 정체를 밝힐 수는 없지만, 특성을 소개할 수는 있어요. 기사는 아무 말도 안 했고, 말에서 떨어지지 않고 말을 올바른 방향으로 잘 몰았으며, 밀밭이나 숲에서 길을 잃지 않고 연못에 빠지지도 않았어요. 또한 까마귀나 나비한테 관심을 두지 않고, 망토가 더러워지는 것도 겁내지 않았으며, 말을 멈추지 않고 계속 달렸을 뿐이에요.


글작가가 의도한 바는 편견을 깨자는 것인데요, 그림책의 마지막 장면에 이르면 누구나 글작가의 메시지를 짐작하게 될 거예요. 제가 기대했던 상상과 조금 다른 방향이기는 했어요. 저는 공주가 탑에 갇힌 사연이 소개되고, 공주 스스로 탈출하게 되는 이야기일까 하고 생각했었거든요. 독자의 기대와 상상이 무엇이었든, 분명한 것은 "세상에서 제일 용감한 기사"라는 표현에서 떠올리는 이미지가 여지없이 깨진다는 사실이에요.


문득 우리 안의 편견이 어디서 기인한 것일까 생각해보게 됩니다. 오래전 역사, 가까운 가족과 친구, 수많은 책들, 교육 현장, 그 외에 우리가 머무는 무수한 장소에서 만들어지는 것일 텐데요, 다름과 다양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은 비단 특정 사안에 한정된 이야기는 아닐 거예요. 그런 문제의식을 새롭게 일깨워주는 그림책을 만나본 셈입니다.


다비드 칼리의 글에 파티냐 라모스의 그림이 어우러진 책이었습니다. 그림이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와요. 다양한 분위기가 연출된다고 할까요? 익살스럽게 느껴지는 그림도 있고, 어두침침한 상황과 섬세한 묘사가 돋보이는 그림도 있어요. 멋진 그림들을 감상하고 나면, 다시 글에 대한 사유로 돌아가게 되는데요, 여러 보석과 갇힌 공주, 말 달리는 기사의 설정이 참 상징적이라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우리 모두 보석처럼 빛나는 소중한 존재이건만, 세상의 편견이 누군가(보석 같은 존재)를 소외시키고 배제시킬 수 있다는 것이지요. 그런 편견을 깨려면 대단한 용기가 필요한데 끊임없이 갈 길을 방해하거나 발목 잡는 일들이 허다하다는 것이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신념의 길을 간다면 결국 해피엔딩이라는 것이겠지요. <투르말린 공주>는 글작가의 메시지에 더해, 독자 나름의 의미 부여를 해볼 수 있는 폭넓은 그림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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