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박또박 따라 쓰고 뚝딱뚝딱 동시 쓰고 : 초급 1 또박또박 따라 쓰고 뚝딱뚝딱 동시 쓰고
한태희 그림, 백경민 기획 / 책모종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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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처음 말놀이를 할 때 의성어, 의태어가 나와 있는 책을 찾았어요. 그러다가 동시를 읽어주게 되고 동요도 불러주게 되었지요. 한글을 익혀가는 지금, 아이는 여전히 동시와 동요를 좋아해요. 교과서 작품 수록 작가의 동시와 동요를 읽으며 따라 쓰고 나만의 동시를 쓴다니! 이 책 소개를 보고 반가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아이가 동시를 감상하고 따라 써보며 나아가 직접 동시도 쓰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면, 정말 좋겠구나 싶었지요.



이 책을 기획하고 엮은 이는, 자녀들의 바르고 정확한 글씨 연습을 위해 동시와 동요를 활용하도록 했답니다. 그 결과 아이들이 흥미를 느끼고 글씨 연습도 더 좋아했으며 아이들의 감성 발달에도 큰 도움이 되었대요. 이 책은 유치원 아이들부터 초등학교 저학년을 대상으로, 글씨 연습을 할 수 있는 '따라 쓰기'와 동시를 직접 써보는 '동시 쓰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초급 1-5로 되어 있고요, 따라 쓸 수 있는 동시는 한 권당 30편씩 수록되어 있어요. 초급 시리즈 전체는 총 150편이 되겠지요. 따라 쓸 때는, 소리 내어 읽거나 그림을 감상하며 읽고 또박또박 써봅니다. 동시를 직접 쓸 때는, 주어진 소재(한 권당 9개 소재와 '마음대로' 코너)에 맞게 시를 쓰거나 그림을 그릴 수 있어요.


무엇보다 책 판형이 커서 좋아요. 한 작품마다 실린 그림도 예쁘고요, 따라 쓰거나 자유롭게 쓸 수 있는 공간도 시원해서 좋습니다. 수록된 동시 중에는 익숙한 노래로 불리는 '송아지, 리자로 끝나는 말, 우리 집에 왜 왔니, 똑같아요, 장난감 기차, 엄마야 누나야, 꼬까신, 새야 새야 파랑새야, 맴맴, 산토끼, 솜사탕, 나비야, 작은 동물원, 원숭이, 꼬마 눈사람, 눈, 고향의 봄, 등대지기, 도롱뇽, 파란 마음 하얀 마음, 나뭇잎 배, 개구리, 산바람 강바람' 등이 있어요.


개인적으로 윤석중 님, 최승호 님, 이상교 님의 동시를 좋아하는데, 그림과 함께 큰 글씨로 보니 더 반가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한마디로, 아이가 낭독하고 써보기에 좋은 크기의 서체, 공간을 갖춘 책입니다.


초급 시리즈에 맞게, 동시 한 편당 분량이 길지 않고 쉬우면서 흥미로운 내용으로 선별된 느낌이에요. 아이는 '치과에서'라는 시가 특히 재미있었나 봐요. 입을 벌려야 하는데 점점 입이 다물어지고, 이를 빼야 하는데 눈물이 쏙 빠진다는 대구가 나오는 동시입니다. '아, 아'나 '으, 으'를 실감 나게 읽어주니 더욱 까르르 웃네요. 실제로 그림 속 아이처럼 이를 빼야 하는 상황이라면, 아마 이 동시가 지금 느낌과는 또 다르게 다가오지 않을까 싶기도 해요. 아무튼 아이와 함께 전체 분량을 다 읽어보았고요, 앞으로 하루 한 편씩 낭독하고 바로 옆 페이지에 따라 쓰기로 했답니다.



지금이 9월이니까 올해 남은 네 달, 그리고 해를 넘겨 내년 초까지 다섯 권을 완성해볼 수 있겠어요. 동시를 읽고 글씨 연습도 하고 직접 동시도 써볼 수 있는 초급편 다섯 권이 끝나면, 아이의 말과 생각, 감성이 얼마나 자랐을지 기대감을 가져보게 됩니다. 매일 꾸준히 읽고 쓰고 창작하는 습관이 이어질 수 있기를 옆에서 응원하면서, 저도 함께 필사 노트를 마련해도 좋겠네요.


초급 시리즈에 이어, 중급과 고급도 출간되겠지요? 일단, 지금은 초급 다섯 권에 집중할게요. 책 속에 수록된 동시 가운데 '주머니 속의 가을'을 소개하면서 이 글을 마무리합니다.


숲에서 온 아이들이

풀어놓는


상수리

한 주먹에


단풍잎

한 웅큼에


하르르 쏟아지는

가을 내음


주머니 속에 데려온

가을.




[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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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어디로 가니 - 식민지 교실에 울려퍼지던 풍금 소리 한국인 이야기
이어령 지음 / 파람북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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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이야기 시리즈의 완결편이 나왔다. 이어령 선생님은 세상에 안 계시지만 선생님이 남기신 생각과 글은 계속 세상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 이 시리즈 가운데 '젓가락의 문화유전자'를 다룬 <너 누구니>의 영향 탓일까. 식당에서는 왜 아이를 위한 젓가락 대신 포크만 줄까 의구심을 품다가, 외식을 하게 될 경우 '아이 젓가락을 가져가자'는 생각까지 해본다. '인공지능에 그리는 인간의 무늬'를 다룬 <너 어떻게 살래>를 읽은 다음에는, 아이에게 선생님이 격찬했던 바둑을 가르쳐야겠구나 하고 다짐해본다. '식민지 교실에 울려퍼지던 풍금소리'라는 부제의 <너 어디로 가니>를 읽고 나면 어떤 적용거리가 남을까 하는 호기심부터 일어난다. 물론 우리나라 역사 현장에 대한 생생한 이야기를 기대하는 마음도 크다. 그만큼 선생님의 책은 정보와 감성, 일상의 돌아봄, 그 이상을 포괄한다.


이 책은 앞선 시리즈와 동일하게 열두 고개로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는 천자문 고개! 어머니의 말씀 따라 '입춘대길' 한자를 썼던 어린 저자에게, 일본의 '대동아동영권' 여섯 한자는 본의 아니게 저자를 '아시아의 밤', 곧 어둠의 공간이자 아침을 품은 시간으로 이끈다. '조개 패' 자와 '양 양' 자로 설명되는 한자의 문화유전자에서 <천자문>, 일본의 서당인 데라코야 이야기까지 이르면 첫 번째 고개가 끝난다. 일본 글방에서는 아이들에게 상당한 자유를 허용했다는 대목이 의외로 다가왔다.


두 번째는 학교 고개! 저자의 추억하는 글을 보면서 감탄하는 지점 중 하나는 세밀한 기억력과 더불어 감성적인 묘사다. 보석처럼 빛나는 무지개색 셀룰로이드 필통, 대양의 남십자성 이미지가 물씬 풍기는 열대 과일 바나나, 어머니의 목소리를 타고 문명의 향기가 가슴 안으로 번져왔다는 표현 등을 보라. 이 고개에서 학교, 공부의 어원부터 진짜 공부에 대해 놓칠 수 없는 문장들을 만나고, 일본이 1941년 '국민학교령'을 공포했던 역사적 배경, 우리의 서당 교육이 학교 교육과 다른 부분도 배운다. 저자는 문학을 통해 서구 교양을 익혔고 전체주의적 군국주의 사상에 전염되지 않았다고 자부한다. 이어지는 세 번째 한국어 고개에서는, 일본의 황민화 교육으로 조선어 교육이 금지된 상황, 실제로 저자가 겪었던 어린 시절 교실 안 에피소드가 소개되고, 네 번째 히노마루 고개에서는 군국주의, 국가주의, 전체주의의 정치적 지배 코드인 일장기에 대한 내용을 담았다.


이렇듯 식민지 교실의 경험담을 풀어낸 고개까지 넘고 나면, 다음 고개는 무엇이 있을까 잠시 생각해보게 된다. 다섯 번째는 국토 고개! 여기서 저자는 어릴 때 아버지에게 선물받은 란도셀이 얼마나 구속의 사물이었는지 떠올리고, 상자와 보자기로 대별되는 서양인과 동양인의 사고방식 차이를 설파한다. 이어지는 여섯 번째 식민지 고개에서는, 당시 아이들이 배워야 했던 일본 군가의 무의식적 파급력에 대해, 또한 우리의 짚신과 고무신이 가지는 잉여 문화, 곧 획득 방법이 아니라 잉여물을 어떻게 다루느냐가 문화의 본질이라는 사실을 일깨운다. 또한 일곱 번째 놀이 고개에서는, 넷플릭스의 한국 드라마 <오징어 게임>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저자가 했던 유년의 놀이들, 저자가 경험한 도시락 추억을 떠올린다.


여덟 번째 단추 고개는 일본의 제복(교복) 단추뿐 아니라 '샛길' 코너에서 다양한 얘깃거리를 담았고, 아홉 번째 파랑새 고개는 저자에게 중요하게 다가왔던 세 가지 '파랑새' 이야기를 풀어간다. 저자는 우리가 일본 동요 '파랑새'에 주목해야 할 이유를 언급한다. 동요가 군가 되는 것을 막은 일본인들, 일본 내 군국주의를 저항한 사람들이 있었다. 그런 대항문화를 예의 주시하자는 말이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이야기인 마테를링크의 '파랑새' 해석을 인상적으로 봤다.


여행의 결과로 무엇을 얻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여행의 과정 중에 보고 듣고 느낀 것이 인생의 알맹이가 된다.(228쪽)


저자에게 식민지 시절의 유년은 어떻게 기억될까. 일본어를 강요받은 저자가 나중에 일본어로 일본인을 대상으로 책을 썼다는 자부심도 있었단다.


어둡고 괴로운 기억도 재산이 되고, 불행도 상상력과 창조력을 더하면 행복이 되기도 한다. 그런 자세라면 역경이 와도 견딜 수 있다.(236쪽)


여기까지로 고개가 마무리될 것 같은데 아니다. 열 번째 아버지 고개로 이어진다. 아버지 부재 사회가 되어가는 현실, 허울만 좋고 별로 하는 일이 없다는 점에서 수탉과 닮은 한국 남자들, 그런 가운데 저자는 식민지 지배에 항거하며 울었던 닭들, 조국 광복과 민족 독립을 노래하고 옥사한 문학가들을 열거한다. 이어지는 열한 번째 장독대 고개는 어머니 고개라 불러도 무방하리라. 툇마루를 "어머니의 어머니의 어머니로 거슬러 올라가는" 장소, 반도의 축소판이라 보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이야기 고개에서 저자가 '화롯불 이야기'를 한국 고유의 문화유전자로 주장하는 이유를 찾아보라.


보너스 트랙처럼 저자는 책 말미에 "왜 천자문에서는 하늘이 검다고 했을까"에 대해 자세히 풀이해준다. 어릴 때 저자가 서당에서 물어봤다가 혼만 났다던 그 질문이다. 자상한 이야기꾼의 한바탕 강연을 들은 느낌. 이 책에 대한 소감이다. 실제 강연이었다면, 제대로 받아 적지도 못했을 내용들이 한 권의 책으로 엮여 언제든 꺼내볼 수 있으니 참 다행이다.




[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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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라 그리고 제주
박수현 지음 / 바람길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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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여행 서적은 아마 한 집에 한 권 이상 비치되어 있지 않을까 싶은데요, 최근 몇 년 사이에 제주와 관련된 책들이 더 많이 출간되는 분위기 같고요. 그 가운데 제주의 풍광과 맛집 중심의 여행책과 차별화된 책이 나와서 시선을 끕니다. 바로 <탐라 그리고 제주>로, '탐라순력도로 떠나는 제주 역사 여행'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어요. '탐라순력도'는 1702년 제주목에 파견된 이형상 목사가 그해 10월부터 11월에 걸쳐 21일간 제주를 돌아보며 화공을 통해 그 여정을 그림으로 남긴 것입니다. 이 책은 '탐라순력도'를 따라 제주를 돌아보자는 의도로 구성되었어요.


처음 이 책을 펼쳐본 느낌은 좀 낯설다는 것이었어요. 우리나라 문화재 보물인 '탐라순력도'에 대해서도, 이 책 소개를 통해 알게 되었지요. 몇 번 가봤던 제주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요, 한 페이지씩 넘길 때마다 생소한 내용이 꽤 많았어요. 그만큼 지금까지 제주 역사를 제대로 알지 못했구나 하고 실감하게 됐어요.


이 책은 옛 지명인 탐라의 유래부터 충렬왕 때(1294년) 원나라에 공물로 바쳤던 탐라를 돌려받아 '제주'로 바꾸고 지방행정 단위인 '목'을 설치했으며, 관리자로 '목사'를 파견했다는 내용을 담았어요. 조선시대 대표적인 유배지였던 제주는 2006년 제주특별자치도가 됐고 현재 제주시와 서귀포시, 7개 읍, 5개 면으로 되어 있습니다. 이처럼 저자는 과거의 탐라에 주목하되 현재의 제주까지 아우르는 통시적 관점을 보여줍니다.


가령 '해녀'를 서술하는 대목에서, 고려사 기록상 진주 공물로 미루어 전복 캐는 남자인 포작, 해조류 채취하는 여자인 잠녀의 존재를 언급합니다. 이후 일제강점기 해녀들의 시위를 비롯한 역사 속 해녀의 모습을 살핀 후, 저자는 2004년 해녀박물관 및 제주 해녀 항일 운동 기념탑 건립, 2016년 제주 해녀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2017년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사실을 각각 상기합니다.


제주를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4.3사건도, 이 책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제주말로 넓은 들판인 '너븐숭이'가 있는 북촌리는 일제강점기 항일운동가, 해방 후 자치 조직이 왕성했던 곳이라고 해요.


이 책에 수록된 그림은 호연금서, 한라장촉, 공마봉진, 산장구마, 감귤봉진, 귤림풍악, 제주양로, 건포배은, 제주조점, 제주전최, 병담범주, 화북성조, 조천조점, 김녕관굴, 별방조점, 우도점마, 성산관일, 수산성조, 정의조점, 정방탐승, 서귀조점, 천연사후, 현폭사후, 산방배작, 모슬점부, 대정조점, 차귀점부, 명월조점, 비양방록, 애월조점 등입니다. 도대체 무슨 말인가 싶은데, 저자가 그 뜻을 하나씩 풀어주면서 그림과 관련된 지명 및 역사적 배경을 서술하는 방식으로, 글을 전개합니다. 그중 한 가지를 소개하면 이렇습니다.


현폭사후는 중문 천제연 폭포에서 활 쏘는 모습을 그린 그림입니다. 현재는 1, 2, 3 폭포로 분리된 천제연 폭포를 그림에서는 상폭과 하폭으로 구분하고 있어요. 내용 중에는 조선 후기 문신 임관주가 천체연 폭포에 대해 남긴 한시도 실려 있고요, 폭포 근처 암석동굴 천정의 물을 맞으면 모든 병이 사라진다는 설, 아치형 다리인 선임교에 얽힌 칠선녀 전설, 천제연 이름에 얽힌 유래 등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한마디로 제주에 얽힌 역사, 문화, 인물, 장소, 특산물 등 다양한 측면의 지식 창고, 백과사전 같은 책입니다. 아는 만큼 보이고 보는 만큼 알게 된다는 말처럼, 이 책은 제주에 대해 더 확실하게 알려주고 제주를 더 보고 싶게 만들 거예요. 유명한 경치와 맛있는 음식을 찾아 떠나는 제주 여행도 좋지만, 가는 길목마다 역사의 숨결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면 더욱 특별한 제주로 기억되지 않을까 싶어요.


탐라부터 제주까지, 지명의 변천만큼 많은 세월이 흘렀고 제주의 모습도 변했지요. 저자가 제주 태생은 아니지만 그곳을 아끼는 마음으로 제주를 더 알게 되고 수집한 정보를 책으로 담아낸 것일 텐데요, 독자인 저 역시 제주 태생은 아니지만 그곳을 그리워하는 마음으로 이 책을 자세히 들여다보게 됐어요. 이왕이면 좋은 날씨에 가족과 함께 다시 찾고 싶은 제주! 그곳을 더 알고 싶다면, 여행 전 미리 책으로 탐방하고 싶다면, 이 책을 가이드북으로 추가할 필요가 있을 거예요.




[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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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몰리맨디 이야기 1 - 심부름을 잘해요 모든요일클래식
조이스 랭케스터 브리슬리 지음, 양혜찬 옮김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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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알게 된 작가와 이야기입니다. 이름도 재미있고 표지 그림 속 아이와 강아지가 친근해 보여요. 1925년 10월에 밀리몰리맨디의 첫 번째 이야기가 한 신문의 어린이 지면에 실리면서 널리 알려졌다고 해요. 작가는 영국인으로 글과 그림 작업을 같이 했고요, 세 자매 중 둘째로 수줍음이 많았다네요. 작품과 작가 모두 궁금해서 계속 찾아보게 되는군요. 새 친구를 만난 것처럼요.


'아빠 모종삽, 엄마 달걀, 할아버지 노끈, 할머니 빨간 털실, 삼촌 닭 모이, 숙모 바늘쌈. 이제 심부름이 더 없었으면 좋겠다!'


밀리몰리맨디는 가족들의 심부름을 도맡았는데요, 잊어버리지 않으려고 몇 번씩 위 구절을 반복하지요. 귀여운 모습이에요. 그런데 막상 숙모의 심부름을 까먹은 순간, 저도 함께 긴장이 됐어요. 무사히 심부름을 마친 밀리몰리맨디는, 강아지 토비와 산책하고 친구 수전과 시소 타며 라즈베리사탕을 먹는 시간을 즐겼답니다.


어느 날 낡은 외투 주머니에서 1페니를 찾아낸 밀리몰리맨디는 무엇을 했을까요. 샐러드용 겨잣잎 씨앗을 삽니다. 이후에는 마법 같은 1페니 이야기가 펼쳐져요. 그리고 큰이모할머니가 이름처럼 크지 않아 놀랐다는 이야기, 기대했던 블루베리 대신 작은 토끼를 만나 더 좋았던 이야기, 1등상 요정 인형 대신 꼴찌상 토끼 인형과 맞바꾼 이야기도 있어요.


한 편씩 일상의 에피소드를 접할 때마다, 밀리몰리맨디가 참 사랑스럽구나 느껴져요. 매순간 즐겁게 지내면서 따뜻한 마음과 행동으로 주변을 환하게 밝히는 아이 같아요. 원래 이 소녀 이름은 밀리센트 마거릿 어맨다라고 해요. 확실히 줄임말이자 애칭인 밀리몰리맨디가 재미있고 귀엽지요?


단짝친구 수전, 이웃집 아이 빌리, 머긴스 양의 조카 질리와 어울리는 이야기, 파티와 여행, 축제 에피소드도 펼쳐집니다. 엄마를 위해 음식 덮개를 만드는 내용이 가장 마음에 남았어요. 엄마가 기뻐하고 밀리몰리맨디는 덩달아 기뻐하는 모습이 참 예쁜 장면으로 그려져요.


어릴 때는 마냥 어리다고 생각하며 산 것 같아요. 주변에서도 "넌 어리니까" 하는 식의 말을 많이 했고, 심부름이나 소소한 집안일도 거의 안 시키는 분위기였다고 기억해요. 안 시켜도 밀리몰리맨디처럼 자발적으로 찾아서 할 수도 있었을 텐데,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이 동화를 보면서 문득 유년시절이 떠올랐어요. 지금 제 아이에게 어떤 유년의 추억을 만들어줄까, 생각해보기도 했지요.


무엇보다 거의 100년 전 영국의 한 시골 풍경 속, 평화롭고 따뜻한 밀리몰리맨디 가족을 만나볼 수 있는 동화입니다. 아이의 영향력은 크지요. 고단한 어른들의 일상에 웃음과 힘을 주는 존재니까요. 밀리몰리맨디처럼 야무지고 사랑스러운 아이라면, 더욱 그럴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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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한 번만 더! 미운오리 그림동화 5
나오미 존스 지음, 제임스 존스 그림, 김여진 옮김 / 미운오리새끼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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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형이 나오는 그림책들을 여러 권 가지고 있는데요, 단순한 그림과 구성이지만 각 책마다 참신한 아이디어가 숨어 있어요. 이 책에서도, 아이가 여러 모양을 알아가고 재미있는 이야기와 기발한 생각을 들여다볼 수 있으리라 기대했지요. 책 소개를 보면서 궁금하기도 했어요. 과연 동그라미는 친구들과 탑을 쌓았을까 하고요.


무슨 말이냐고요? 동그라미는 모양 친구들과 놀고 있던 중, 사각형과 육각형이 쌓은 탑을 보고 놀라며 감탄합니다. 그래서 세모, 마름모와 함께 탑을 쌓아보기로 하지요. 동그라미와 모양 친구들은 힘을 기르거나 공부를 했어요. 그런데 탑 쌓기는 쉽지 않았어요. 페이지를 넘길수록 어떤 결말이 될지 궁금해지는 그림책이에요.


처음에는 생각했지요. 왜 꼭 탑을 만들어야 할까 하고요. 더 다양하고 근사한 것을 만들면 되지 않을까 싶었지요. 그런데 그림책을 보면서 아하! 새롭게 든 생각이 있었어요. 남과 다른 나만의 것을 만들기 위해서는, 왜 나는 저렇게 안 될까 하는 질문이 필요한 것이었어요. 사각형과 육각형이 만든 방식대로 탑을 쌓은 과정 중에, 동그라미는 왜 자신과 세모, 마름모의 탑 쌓기가 위태롭고 힘겨운지 의문을 가지고, 여러 방법을 시도하고 연구해본 거예요. "딱 한 번만 더 해 보자!" 그렇게 스스로, 또한 친구들에게 말하면서요.


드디어 와! 이렇게 하면 되겠구나 싶은 장면이 나옵니다. 자신감이 생긴 동그라미가 하는 말 좀 들어보세요. "우린 뭐든지 할 수 있어!" 멋진 모습이네요.


단순한 도형이 만드는 무한상상의 세계는 언제나 흥미로워요. 이 그림책은 발상의 전환, 상상력을 북돋울 만한 요소가 많아요. 아이는 재미있는 이야기나 놀이에 대해 "한 번만 더"를 계속 말하는데요, 그 반복이란 아이 나름의 이해, 학습, 변형의 과정이 아닐까 싶어요. 동그라미의 도전처럼요. 때로는 어른들에게도 아이와 동그라미의 그 한마디, "한 번만 더!"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쉽게 포기하지 않는 마음, 원래 안 되는 것이라고 미리 단정하지 않는 태도 말이에요. 아이뿐 아니라 저에게도 재미와 교훈을 안겨주는 그림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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