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안으면 들리는 사과밭 문학 톡 7
로르 몽루부 지음, 김영신 옮김 / 그린애플 / 2022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언젠가 출석했던 교회에서 발달장애인 부서의 교사로 섬긴 적이 있다. 그때 느꼈던 것 중 하나는, 비장애인들이 그렇듯 그들도 각자 개성 강한 사람들이라는 것. 나이는 청년인데 어린아이처럼 순수한 면을 가진 친구도 있었고, 또래와 교사를 대할 때 언행을 함부로 하는 친구도 있었다. 문득 그때 친구들이 떠올랐다. 프랑스 그림책 작가가 쓰고 그린 <꼭 안으면 들리는>이라는 동화를 읽게 되면서 그랬다. 주인공 올가는 열 살이고 청각장애인이며, 이 책의 부제는 '장애에 대한 옳은 질문을 던지는 환상 동화'다.


올가는 엄마, 아빠, 반려묘 무슈와 함께 일곱 번째 이사를 했다. 올가의 방 4층 벽지에는 수백 마리의 토끼가 그려져 있었는데, 한쪽 벽지가 너무 낡았다. 올가는 그 부분을 뜯어내게 되는데 놀랍게도 작은 문이 나오는 것이다. 문은 잠겨 있었고 열쇠 구멍이 보였다. 어딘가에 열쇠가 있다는 이야기다. 올가는 엄마, 아빠에게는 비밀로 하고, 혼자 어떻게든 그 문을 열고 싶어 하는데...


엄마, 아빠가 산책을 간 사이, 올가는 무슈와 함께 작은 문의 정체를 알아내고, 작은 생명체를 만나게 된다. 나중에는 플라트라 불리는 이 아이의 가족도 만나 함께 식사도 하고 이야기도 나눈다. 어떤 존재인지는 이 동화로 확인해볼 수 있다. 올가가 만난 특별한 존재뿐 아니라, 이 책에서는 올가의 모험 이야기가 펼쳐진다. 아무리 기다려도 잠깐 산책을 나간 엄마, 아빠가 돌아오지 않는 것이다. 올가는 고양이 무슈, 인형 미레트, 새 친구인 작은 존재를 데리고 숲으로 향한다.


숲에서는 소름 끼치는 소리가 났는데 "추위보다 고통스럽게 귀를 찌르는 끔찍한 소리"였다. 청각장애를 가진 올가에게는 전혀 들리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기 때문에, 올가는 엄마, 아빠를 비롯해 숲 전체가 맞게 된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다. 또한 올가의 용기와 따뜻한 기운으로, 부모님과 다시 만나게 되고 새 친구의 부모님도 구출하고, 숲 전체는 활기를 띠게 되었다. 책 속에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다른 사람은 없는데, 나만 갖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이것이 옳은 질문이었다. (92쪽)


올가는 자신에게 없는 게 무엇인지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보다 더 대단한 건, 올가가 자신이 가진 것을 소중히 여기며 감사할 줄 안다는 것이다. 이것이 행복하게 사는 비결이다. (108쪽)


비단 올가에 한정된 구절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왜 나만 없지?" 이런 질문 대신 "나만 갖고 있는 것은?"이라는 질문에 초점을 맞춘다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아가 자신이 가진 것을 소중히 여기고 감사하는 게 행복의 비결이라는 말도 공감한다. 어쩌면 작가는 이 메시지를 전하고 싶어서 환상 동화를 쓰고 그렸는지도 모른다. 독자들이 흥미롭게 읽지만 핵심 교훈은 잊지 말기를 바라면서.


다만 작가의 메시지에 절대적으로 수긍하고 공감하는 독자로서, 작가에게 질문하고 싶은 몇 가지가 남았다. '장애'가 아닌 '이야기'에 대해서다. 숲 전체를 얼어붙게 만든 끔찍한 소리의 정체 말이다. 다른 방법의 설정 혹은 형벌은 없었을까. 아무래도 이런 설정을 수용할 연령대는 초등학생 고학년 정도여야 하지 않을까.




[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색색의 꿈을 꾸고 싶다면 웅진 세계그림책 228
미셸 피크말 지음, 에릭 바튀 그림, 이세진 옮김 / 웅진주니어 / 2022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언제부터인가 초록이 참 좋아졌어요. 수목원이나 생태공원의 숲 향기도 정말 좋고요. 오늘 소개할 그림책 주인공인 염소 당딘은, 초록빛 들판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었지요. 그런데 저 멀리 기차를 보며 새로운 세상이 궁금하기도 했나 봐요. 그래서 떠나기로 하지요. 특별한 새인 마르탱과 함께요.


화려하고 아름다운 도시의 밤은 멋진 검은색을 보여주었어요. 당딘은 밝은 달을 보며 새하얀 세상을 보고 싶어 했고요, 눈 덮인 풍경에 감탄하는 한편 하얀 눈 사이 푸른 하늘을 보며 새파란 세상이 궁금해졌어요. 당딘은 호기심이 많은 친구네요.


당딘과 마르탱은 바다로 향했고요, 같은 듯하지만 미묘하게 다른 여러 파란색을 보게 되지요. 다음 행보는 노란 모래로 가득한 사막이었어요. 그리고 둘은 높은 언덕 위에서 붉은 들판과 일곱 빛깔 무지개를 봅니다. 돌아가는 길, 지금까지 여행 안내자 역할을 잘해준 마르탱은, 당딘을 위해 보여줄 깜짝 선물을 준비합니다. 그게 무엇인지 그림책 속에서 확인할 수 있어요.


여행 후 당딘은 들판 색인 초록이 얼마나 예쁜지 절실히 느끼게 됩니다. 아마 여행, 다른 세상 구경도 계속될 거예요. 초록빛 풀을 마음껏 즐기다가 새로운 꿈을 꾸고 싶을 때 다시 마르탱을 따라가기를 소망하면서요.


그림책 속 마르탱은 어떤 의미일까요. 당딘에게 색색의 꿈 세상을 보여주는 안내자이자 친구인데요, 저는 또 다른 당딘의 모습일 수도 있겠구나 싶어요. 일상의 자아와 대비된 꿈꾸는 자아랄까요. 글작가의 의도는 잘 모르겠지만요.


그림작가의 색감 처리가 멋져요. 특히 바다에서 바라본 다양한 파란색, 강렬한 붉은 들판이 인상적이었어요. 편집 구성에서는, 일반 그림책과 달리 펼친 면의 70퍼센트 이상이 그림이라 좋았고요, 본문 서체를 색과 크기, 배치로 변화와 효과를 준 점도 독특하고 재미있었어요.


아이와 함께 오색찬란한 꿈을 펼쳐볼 수 있는 그림책입니다. 초록의 일상을 누리되 가끔은 일곱 빛깔 무지개의 꿈을 꾸며 실제로 새로운 세상을 보고 느낄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풍요롭고 행복한 인생일 거예요.




[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반 고흐, 프로방스에서 보낸 편지 - 마지막 3년의 그림들, 그리고 고백 일러스트 레터 1
마틴 베일리 지음, 이한이 옮김 / 허밍버드 / 2022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화가 반 고흐에 대해, 지난해 미술사학자가 쓴 책을 읽은 적이 있다. 화가의 예술에 영감을 준 장소를 따라가며 화가의 행보를 되짚어보는 방식의 글이었다. 그 책을 읽으면서, 반 고흐가 동생 테오에게 쓴 편지가 꽤 많다는 사실에 놀랐고, 언젠가 화가의 편지만 엮인 책을 찾아 읽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다가 시간이 훌쩍 흘러 이제서야 화가의 편지에 다시 주목해본다.


저자는 반 고흐 전문가이자 영국의 미술 전문지 기자인 마틴 베일리로, 이 책은 특별히 화가가 프로방스에서 지내는 동안 썼던 편지를 주로 다룬다. 저자가 볼 때, 화가의 걸작들이 프로방스에서 보낸 27개월 동안 그린 것이 많기 때문이다. 그즈음 세상에 남겨진 260통 가운데 "일상과 작품에 관한 시각"을 제공하는 내용들로 추려져 있다. 저자는 화가의 기독교식 이름인 '빈센트'로 지칭하며 서술하는데, 이 글에서도 그 호칭을 사용하겠다.



이 책은 크게 빈센트가 프로방스 중앙부에 위치한 아를에서 보낸 편지, 그가 머물던 정신병원이 있던 생레미에서 보낸 편지, 그리고 '추신' 격으로 파리 인근의 작은 마을인 오베르에서 보낸 편지로 구성된다. 서두에 동생 테오를 비롯한 편지의 수령인들이 누구였는지 생몰연대와 함께 간략한 서술을 실어서 독자의 사전 이해를 돕는다.


편지 소개와 더불어 그와 연관된 그림의 완성본뿐 아니라 스케치도 실었다. 해당 그림의 핵심도 언급하는데, 가령 <해바라기가 있는 정원> 드로잉은 빈센트의 걸작 <해바라기> 연작의 전조라고 칭한다. 또한 <빈센트의 침실> 스케치에서는 벽에 어머니의 초상화가 걸려 있었는데 채색할 때는 빈센트가 풍경화로 바꾼 것을 그림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 책에 실린 편지와 관련 그림들을 통해, 빈센트의 인생과 예술 세계를 더욱 이해하는 폭이 넓어지기를 기대하며, 한 페이지씩 넘겨본다.


화가 동료 베르나르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붓이 가는 대로", "본질적인 것을 포착하여"라는 표현이 눈에 띄었다. 수필을 "무형식의 형식"이 있는 글이라 칭하듯이, 자연스럽게 그리되 본질을 놓치지 않는 화법이란, 비단 그림에 한정된 내용은 아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해본다.


"내 붓질에는 체계가 없네. 나는 불규칙한 터치로 캔버스를 두드린다네. 그냥 붓이 가는 대로 내버려 두지. (중략) 나는 표현이 되든 안 되든 본질적인 것을 포착하여 드로잉하려고 애쓴다네. 하지만 어떤 경우든 '느끼려고' 하네. 단순화한 색조로 말이야."(49쪽)


베르나르에게 보내는 다른 편지에서, "선과 색채의 예술도 존재하지만, 언어의 예술도 존재하며, 그것은 오래 남는다네."(51쪽)라며 지나가듯 한 말도 인상적이었다. 빈센트의 미술작품뿐 아니라 서간문도 후세에 남게 되리라는 사실을 마치 예고하는 것처럼.


그림에 대해 잘 모르지만, 빈센트의 여러 편지들에서 그 나름의 색채론을 엿볼 수 있었다. "미래의 화가는 '지금까지 나타나지 않은 채색화가'가 될 것"(58쪽)이라는 말이나, 정확한 색채가 아니라 "색이 만들어 내는 조화든 부조화든, 그 효과를 대범하게 과장해야만 해."(72쪽), "나는 진실된 색을 표현하느라 다소 애를 먹고 있어."(82쪽)를 비롯해, 빈센트는 자기 그림의 색조와 그 효과에 대해 상세히 서술한다. 이런 대목을 읽다 보면, 미술작품 감상법을 배우는 느낌도 든다.


색채뿐 아니라 자신이 어떤 그림을 그렸고 어떻게 표현했다는 식으로 써내려가니, 그의 편지는 해당 그림에서 화가의 의도를 파악하는 데 중요한 정보를 담고 있는 셈이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그림 <아를의 별이 빛나는 밤>의 스케치, 완성본, 화가의 의도 등을 흥미롭게 봤다.


한낮의 햇빛 아래 밀밭에서 그림 작업을 하는 게 "매미처럼" 즐겁다고, 서른다섯이 아니라 스물다섯에 프로방스에 왔어야 했다는 소회를 밝힌 대목도 있다. 사로잡힘, 푹 빠짐, 매혹이라는 단어도 곳곳에 등장하는 것으로 보아, 빈센트는 예술적 영감을 주는 장소가 꽤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다.

그런 가운데 동생 테오에게 생활비를 받아 사용하던 빈센트는, 저자 표현에 따르면 "다소 순진하게도" 친구와 함께 사는 게 경제적이라고 확신했다. 그가 기다린 친구는 고갱이었다. 함께 지내면서 빈센트과 고갱이 각각 표현한 의자 그림을 대조해보는 것도 재미있다. 반면 테오에게 보내는 편지의 한 대목에서 쓸쓸한 마음이 스치기도 했다.


"내 그림들이 팔리지 않는 건 나도 어쩔 수가 없구나.

언젠가 이 그림들이 물감값 이상의 가치가 있다는 걸 사람들이 알게 될 날이 오겠지."(125쪽)


이후 생레미의 정신병원에서 지내야 했던 때, 빈센트는 신경쇠약증에 시달리고 앓는 시기 가운데서도 정신병원에서 바라본 풍경, 다른 화가의 작품을 본뜬 그림, 조카의 탄생을 축하하는 그림 등을 그려낸다. 빈센트가 오베르에 머물면서 보낸 편지들 가운데는 그의 사후 발견된 편지들이 여럿 있었다. 이 책에 수록된 마지막 편지 일부를 소개해본다.


"진정성이란 가급적 잘하려고 애쓰는 데만 몰두하는 근면 성실한 정신으로써만이 표현할 수 있다고. (중략) 내 그림들, 나는 그것들에 인생을 걸었고, 내 이성은 그로 인해 반쯤 허물어져 버렸지."(242-243쪽)



이 책을 통해, 화가 빈센트 반 고흐가 프로방스에서 보낸 시기부터 오베르에서 최후를 맞을 때까지 어떤 삶을 살았고, 어떤 작품을 그렸는지 살펴볼 수 있었다. 그가 가족, 지인들에게 보낸 편지 속에는 희망에 부푼 상태로 작품 이야기를 하는 대목도 있었지만 절망하고 좌절된 마음을 고스란히 담아낸 대목도 있었다. 이 책을 읽을 때마다 그런 감정의 진폭만큼 다양한 생각과 느낌이 교차될 듯하다.


그의 고단했던 삶과 안타까운 마감이 그가 남긴 작품을 더욱 강렬하게 만드는 게 아닌가 싶은데, 이 책 덕분에 더욱 세밀하게 빈센트의 편지와 그림, 삶과 예술을 이해할 수 있었고, 나아가 진정성과 영원한 가치에 대한 사유로 뻗어가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지구의 시 - 푸른 별 지구를 노래한 30편의 시 나무의말 그림책 3
하비에르 루이스 타보아다 지음, 미렌 아시아인 로라 그림, 김정하 옮김 / 청어람미디어(나무의말) / 2022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이와 종종 동시를 읽는다. 이번에는 <지구의 시>를 통해, 지구를 노래하고 묘사한 시 그림책을 만나본다. 학창 시절 따분하게 다가왔던 지구과학 시간, 이 그림책에 나온 시 한 편이 소개되었다면 어떠했을까. 아마 눈을 반짝이며 흥미롭게 수업을 들었을 것이다. 세부적인 과목 구분 이전에, 온 세상이 전부 신기한 아이에게 지구를 감성적으로 접근한 그림책을 보여줄 수 있어서 정말 좋다.


돌고 도는 지구는 팽이 같지만 귤 같기도 하다.('지구는 팽이 같아') 이 시는 재미있는 비유로 끝나지 않는다. 지구의 자전과 공전에 대해 살짝 덧붙인다. 글작가는 '나침반 없이 동서남북 찾기'도 가르쳐주고, '지구를 여행한 사람들'인 마젤란과 윌리 포그를 소개하기도 한다. 대륙과 나라, 북극과 남극, 바람, 고원, 태양, 물, 곶과 만, 밀물과 썰물, 섬, 화산, 지진, 번개와 천둥, 사막을 다룬 시들도 만나볼 수 있다.


시를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지구과학을 공부하는 셈이다. 시의 내용을 고스란히 형상화하면서 편안하고 잔잔한 색감과 상상력을 더한 그림을 보는 즐거움도 덤이다. 네스호와 괴물, 별똥별과 공룡, 달과 아이를 노래한 시를 보면서, 스토리가 머릿속에 그려지기도 한다. 시적 언어보다 각성을 촉구하는 말들 위주의 시도 엿볼 수 있다. 그만큼 고래가 사라지는 현실은 다급하고('바다의 여왕, 고래') 지구를 구해야 하는 일은 모두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니까.('좋은 지구인이 되기 위한 노력')


지구뿐 아니라 작중화자를 팔레트로 비유하는 시('지구는 팔레트')는 색색의 아름다움을 노래해서 좋았고, 숲을 지구의 폐로 묘사하는 시('숲과 숨')는 당연하지만 자주 잊는 숲의 고마움을 일깨워주어 좋았다. 기묘하지만 사랑스러운 지구의 모습을 서로 이야기해볼 여지를 남기는 시('이상하고 아름다운 지구'), 불편함을 주지만 행복감도 안겨주는 일상의 시('시끄러움과 고요')도 인상적이었다. 우리의 시각을 새롭게 해주는 시 두 편('우리가 보아야 할 것', '다른 세상')은 내게 여운을 주었다.


생각보다 가까이에

수많은 아름다움이 있어요.

아름다움이 우리를 초대해요.


코스모스 한들한들한 들판

희끗희끗 나란히 줄 서 있는 자작나무

해질 무렵 파도가 부서지는 모습.


굽이굽이 강이 흘러가는 풍경

동 틀 때 눈부신 햇살

신발 아래로 뽀드득 밟히는 눈.


-'우리가 보아야 할 것' 일부


시 속에서 만난 아름다운 지구는, 바로 내가 소중한 사람들과 발을 딛고 선 곳이다. 한때는 무심하게 대했던 그 대상이 요즘에는 부쩍 고맙고 안타깝다. 글작가가 지구를 시로 담아낸 의도는 무엇일까. 어쩌면, 독자에게 시인의 눈과 마음으로 지구를 바라봐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눈앞에 펼쳐진 아름다운 모습을 놓치지 말라고. 그 모습을 우리 함께 지켜가자고.




[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잊어버리는 날 물구나무 세상보기
사라 룬드베리 지음, 이유진 옮김 / 어린이작가정신 / 2022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스웨덴 그림책이다. <여름의 잠수>를 인상 깊게 읽었는데, 그 책의 그림작가가 이번에는 글 작업도 함께했다. 이번 신간은 제목부터 공감이 많이 되더니, 내용도 역시 그랬다.


엄마가 토요일 아침 잠을 깨운다. 노아는 별로 가고 싶지 않은, 반 아이 알마의 생일 파티에 가야 했다. 엄마와 함께 옷가게에 들어갔다가 재킷을 두고 나오고, 잃어버린 옷을 찾아 되돌아간다. 장난감 가게에서 알마 선물을 고른 다음, 나와서 버스를 타고 가던 중, 모자가 없어져서 그것을 찾으러 다시 길을 거슬러 간다.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알마의 집앞, 선물을 잃어버렸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이후 엄마와 노아 앞에 펼쳐진 이야기는 무엇일까.


무엇인가 깜박 잊어버린 일, 물건을 잃어버린 기억이 꽤 많이 떠올랐다. 왜 그렇게 서둘렀을까. 무엇이 그리 정신없었을까. 몸과 마음이 분주할 때 혹은 복잡할 때, 당연하고 소중한 것을 잊거나, 일상의 흔적과 추억의 자취를 잃어버리고 만다. 돌아보면 그랬다. 지금도 자주 그런다.


이 그림책으로, 두 가지를 상기해본다. 엄마는 노아에게 말했다. 선물을 어딘가에 놓고 왔을 때나 하루종일 잊어버리는 날을 이야기할 때, "잊어버리자."라고. 이렇듯 정말 잊어야 할 것은, 실수나 한심했던 자신의 모습일지 모른다. 또한 잊어버리는 날, 그 다음에 할 일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라는 사실! 내 안에 가득한 뭔가를 정돈하거나 비우는 작업이 반드시 필요할 듯하다.


노아가 버스에 두고 내린 알마의 선물은 누구의 차지가 되었는지, 그림책 말미에서 확인해볼 수 있다. 이 그림책을 보면서 소망했다. 너무 자주 하루를 '잊어버리는 날'로 만들고 싶지 않다고. 최근에 지나간 날들의 기록, 메모를 보면서, 새삼 느꼈다. 부정적인 감정, 에피소드는 참 오래 기억되는구나 하고. 요즘 내게는, 잊어야 할 것과 기억해야 할 것의 분별과 지혜가 절실해 보인다.


노아 친구의 생일 선물까지 챙기느라 엄마가 정신없구나! 겉으로 보여지는 모습은 그랬다. 그러다가 그 엄마의 모습에서 나를 보고, 잊어버리거나 잃어버린 것들을 하나씩 소환해보는 시간! <잊어버리는 날>이 주는 감상이었다. 함께 본 아이는, 특히 만화식 외전 같은 끝부분이 재미있었나 보다.




[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