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품의 배신 - 우리는 왜 청결해야 하는가
제임스 햄블린 지음, 이현숙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22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의 저자는 의대 출신의 기자로서, 5년째 샤워를 하지 않고 있단다. 언젠가 샴푸 대신 비누나 물만 사용하는 '무푸'를 소개한 일본 번역본을 본 적이 있는데, 이 책은 어떤 근거와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논의를 전개할지 궁금했다. 최근 피부 미생물 생태계를 일컫는 '피부 마이크로바이옴'이라는 개념이 대두되면서, 저자는 그동안의 비누 및 피부 관리 상식을 재점검하자는 것을 전제로 한다.


피부에 모낭충이라는 미세한 진드기가 서식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피부 마이크로바이옴을 구성하는 진드기와 수조 규모의 작은 생명체들은 기존의 '세균 원인설'을 뒤집는다. 즉, 질병을 피하려면 미생물을 퇴치해야 하는 게 아니라, 미생물 대부분은 무해하고 우리가 살아가는 데 필수로 받아들여야 하는 존재라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청결'을 정의하는 현대적 개념의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고, 비누의 탄생 및 제조 과정, 미국 내 비누업계의 광고와 성장, 오늘날의 마케팅 전략 등을 흥미롭게 담아낸다. 피부에 바르는 콜라겐이 아무 소용 없는 이유, 잘못된 정보 중 하나로 알려진 펩타이드 성분이 무엇인지도 밝혀준다. 피부 관리 제품인 비누, 화장품, 의약품 가운데 비누, 화장품에 대한 관리, 규제가 얼마나 느슨하고 소비자가 아닌 제품 판매자에게 유리한 상황인지도 알려준다.


미국 내 특정 비누업계를 예로 들어 어떤 광고 혹은 속임수와 매출 이익이 있었는지 서술하는 대목에서, 건강 비누로 브랜드 이미지를 선보인 라이프보이가 소개된다. 거기서 나온 데오도란트는 비누와 함께 필수품이 된다. 경쟁하듯 체취방지 비누 분야는 커지고, 항균 비누가 나오기에 이르는데 1970년대 연구에 따르면 헥사클로로펜은 피부를 통해 신경계까지 영향을 미친다. 당시도, 지금도 FDA에 성분을 공개하는 것은 의무가 아니란다.


FDA가 그 성분을 일정 양 이상 포함한 제품의 리콜을 발표했으나, 이미 상당량이 의료용과 미용 제품에 사용된 후다. 이 성분은 트리클로산으로 대체되고 항균 성분을 표방한 전 제품의 공통 성분이 되는데, 이후 이 성분이 알레르기와 유방암, 갑상선 기능 장애, 호르몬 교란 등과 연관된다고 알려지고, 2014년 트리클로산이 간 종양 성장을 촉진한다는 연구가 발표된다. 결국 항균 성분 17종은 안전 증거 불충분으로 비누에 첨가하지 못하게 되고 2017년 시장에서 사라진다.


저자는 항균 화합물인 파라벤의 위험성도 지적한다. 유럽연합은 2012년 파라벤을 금지시켰으나 미국에서는 아직 조치를 안 하고 있다고. 이 책을 읽으면서, 유해성분 금지 현황을 비롯한 규제와 관리가 우리나라에서는 어떠한가 궁금해졌다.


이 책을 통해, 숨쉴 때 나는 냄새 대부분이 입이나 목에 있는 미생물에서 나온다는 사실, 사람 사이의 짧은 신체 접촉이 주는 혜택이 무수히 많다는 내용도 확인해본다.


저자는 각자 고유한 피부에 사는 고유한 마이크로바이옴과 고유하게 조정된 면역체계가 있고 이것이 우리 몸에 사는 미생물, 우리가 노출되는 대상, 우리의 유전적 소인과 더불어 상호작용한다는 핵심을 상기한다. 이 책의 목적은 샤워를 하지 말고 비누도 쓰지 말자고 강권하는 게 아니라, 기존에 고착화된 청결 개념을 재고해보자는 것, 오늘날 피부 관리를 열심히 하지만 오히려 최소의 관리가 최선일 수 있다는 맥락을 전한다.


이 책으로, 위생 혁명의 태동부터 미용 산업의 이면까지 살피고, 피부 관리 차원의 비누와 청결제 사용에서 진일보한 시각 곧 피부 미생물과의 공생, 균형, 몸의 건강, 환경 문제로 확장해볼 수 있다. 이 책은 미국 의학전문기자가 자료를 모으고 관련 전문가들을 인터뷰한 내용을 바탕으로, 미국 내 비누업계를 총망라한다. 한국판 <비누의 배신>도 나와준다면, 좀 더 현명한 소비자가 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남는다.




[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글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당신이 있어 참 좋다 - 사람에게 상처받고, 사람에게 위로받는 당신을 위한 책
최윤석 저자 / 포레스트북스 / 2022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드라마 <김과장>을 재미있게 봤었지. 그 드라마를 연출한 사람이 책을 냈구나. 좋아하는 배우들의 추천사도 있네.'


이런 호기심으로 읽기 시작했던 에세이다. 무엇보다 제목이 참 좋다. 출판사 측의 홍보 문구겠지만, "당신을 위한 책", "선물하기 좋은 책"이라는 표현도 한눈에 들어온다. 나를 위한 선물 같은 책이라고 생각하며 읽었다. 아담하고 예쁜 책이다. 중간중간 들어 있는 간결한 일러스트도 마음에 든다. 이렇듯 책의 외형만 보면 어떤 내용의 감성이 흐를지 짐작이 간다. 그전에 읽었던 비슷한 분위기를 풍기는 제목의 에세이들도 겹쳐 떠오른다.


그런데 달랐다. 조용한 클래식을 들으며 사색에 잠기듯 감상에 젖어 보는 에세이에 그치지 않았다. 읽다가 여러 번 웃었다. 작가의 글에서 재미있는 표현이 있어서도 그랬고, 작가가 묘사한 상황 자체가 웃겨서도 그랬다. 스스로 "유머도 공부하는 스타일"이라고 밝히기는 했으나, 글 속에서 느껴지는 작가는 입담 좋고 유쾌한 부류 같았다. "행여 다른 곳에 튈까 봐 석류를 검은 비닐 안에 넣고 다람쥐처럼 조금씩 은밀하게 파먹었다."(114쪽)는 대목에 이르면, 아내가 웃으면서 '석류 봉쇄령'을 풀어줄 만도 하다.


이야기 만드는 게 좋아 드라마 PD가 되었다는 작가는, 이 책에서 부모님, 아내와 딸, 소중한 인연들을 솔직하면서도 정감 있게 풀어낸다. 여러 사람들에 대한 에피소드 끝에는 사무친 그리움과 묵직한 깨달음도 있고, 더 멋진 어른이고자 하는 성찰과 다짐도 있다. 작가의 이야기에 공감하면서, 자연스럽게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살리에르'처럼 살아왔다는 "열등감 연대기"를 비롯한 내밀한 감정 공유, 다들 각자의 위치에서 누군가의 온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말, 에너지를 빼앗기지 말고 서로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고받자는 당부, 삶이란 누군가 내 편으로 만드는 과정이라는 정의 등도 많이 다가왔다. 자신의 영혼을 기다리기 위해 말을 타고 달리다가 일부러 내려서 달려온 쪽을 바라본다는 인디언 이야기(프롤로그 도입 부분)부터, "인생은 초콜릿 상자 같아"라는 영화 <포레스트 검프>의 유명한 대사(에필로그 인용 부분)까지, 읽어보면서 마음에 새겨둘 표현들도 여럿 만나게 된다.


웃음과 사색을 동시에 가져다준 에세이 한 편이었다. 어른이란, 깨달음이 많은 사람이 아니라 그것을 행동과 삶으로 하나씩 구현해가는 사람이 아닐까. 이 책을 읽으면서 이런 질문을 해보게 됐다. 어른다움뿐 아니라 나다움에 대해, 내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에 대해서도 차분히 생각해보는 시간이었다.




[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글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당신의 빛 모든요일그림책 5
강경수 지음 / 모든요일그림책 / 2022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볼로냐 라가치상 수상작품 <거짓말 같은 이야기>의 강경수 작가님이, 이번 신간에서는 '빛'을 이야기합니다. 제목과 소개글을 보면서 어떤 메시지를 담고 있는 그림책인지 짐작해볼 수 있었는데요, 교훈적인 내용으로 가득 차 있을까 하는 약간의 선입견이 여지없이 깨졌어요. 크게 두 가지가 신선했고요, 좁았던 생각의 문을 활짝 열게 되었어요.


먼저 시간 순서가 이채롭네요. 하교길 아이가 걸어가고 있고요, 뒤이어 수업 시간이 그려져요. 아이가 선생님 말씀을 떠올리는 거예요. 아이는 계속 집으로 가는 과정이고, 중간중간 선생님의 수업 내용인 "중세 시대 서양 미술"이 교차되는 방식입니다. 길을 가면서 여러 사람들의 모습을 보게 되고, 선생님 말씀 중 나온 '빛'을 발견합니다. 아이는 집으로 돌아왔고, 그동안 보지 못했던 것을 보게 되는 변화, 성장을 실감하지요.


다음으로, 입체적인 표현들이 특이하게 다가왔어요. 이 그림책은 작가님이 3D 그래픽을 이용해서 만든 첫 작품이라고 해요. 실제로 조명 및 그림자 효과가 인상적이었어요. 이 책의 제목과 분위기와도 잘 어울리는 설정인 듯해요.


중세 시대 그림 속 사람들의 머리가 빛나는 이유에 대해, 이 책에서는 남을 위해 희생한 인물들의 숭고한 영혼의 증표라고 말합니다. 나아가 인품이 훌륭하거나 다른 이들을 돕고 배려하는 사람들에게서 이 빛이 난다고 알려줘요. 아이는 선생님 말씀, 곧 '빛'을 귀가길에서 직접 관찰하거나 체험하게 되었던 것이지요.


수업 내용이 집으로 가는 여정으로 이어졌듯이, 빛나는 존재라는 의미망은 중세 시대 그림에서 현재 우리 주변 사람들의 모습과 각자 개인의 삶으로 뻗어가고 있어요. 이 그림책을 통해, 아이가 보게 된 수많은 '빛'을 마주할 수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독자가 떠올리는 '빛'도 있을 거예요.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무엇을 얼만큼 알려줘야 할까요. 이 그림책을 보면서 질문해보게 됩니다. 세상은 빛으로 가득한 것이 아니고 그렇다고 어둠으로만 뒤덮인 게 아니기에, 균형 있게 알려주고 싶거든요. 실제로 선량한 사람들만 있는 게 아니라 선한 얼굴과 부드러운 말로 위장해서 악행을 저지르는 사람들이 있다는 현실도 말해줄 필요가 있겠지요. 다만 조심하고 경계하는 데 치중하다 보면, 정말 중요한 '빛'의 영향력을 놓치게 되지 않나 싶어요.


<당신의 빛>을 읽어가면서, 각자 생각하는 '빛'과 빛나는 존재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어요. 아이들이 쉽고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더욱 유익한 그림책입니다.




[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욕심꾸러기 삼각형 I LOVE 그림책
마릴린 번스 지음, 고든 실베리아 그림,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22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수학 교육전문가의 글에 다양한 도형 그림이 등장하는 그림책을 소개합니다. 숫자 세기와 함께 여러 모양을 하나씩 알아가는 유아들에게 특히 재미있고 유용한 책이에요. 그런데 삼각형은 왜 욕심꾸러기일까요?


삼각형은 할 일이 너무너무 많아요. 어떤 일이 있는지, 그중 가장 좋아하는 일은 무엇인지 그림책을 보면 확인해볼 수 있어요. 어느 날 삼각형은 똑같은 일만 하는 게 따분했어요. 그래서 변신 마법사를 찾아가게 되지요.


"변 하나와 각 하나를 더 갖고 싶어요."


뿅! 변신, 참 쉽네요. 삼각형은 금방 사각형이 되었어요. 사각형의 할 일도 정말 많군요. 가장 좋아하는 일은 책장의 한쪽이 되는 것이라니, 앞서 삼각형일 때도 그렇고 정말 이야기를 좋아하는 친구인가 봐요. 사각형이 된 삼각형은 여기서 멈추지 않아요. 오각형, 육각형, 그런 식으로 자꾸만 변 하나와 각 하나가 늘어가기 시작하지요. 언덕을 떼굴떼굴 구를 지경에 이르고 말아요.


어지러울 뿐 아니라 외롭고 슬퍼진 그 모양은 변신 마법사를 다시 찾아가게 되는데요, 결말을 추측해보며 읽어보는 것도 흥미롭겠지요. 이야기의 재미와 함께 아이들은 도형에 대해 자연스럽게 배우고 여러 모양의 이름을 알아갈 수 있어요. 무엇보다 우리 주변의 사물을 통해 어떤 모양이 숨어 있는지 찾아보는 계기가 되겠어요.


아파트에 둘러싸인 환경이라 온통 사각형인 듯 보이지만 잘 관찰해보면 다른 도형도 찾을 수 있지요. 그림책 속 삼각형은 어떤 모양을 가졌든지 참 바쁘네요. 곧 지루함을 느끼지만요. 분주함과 변화, 이야기를 좋아하는 친구는 실상 아이들의 모습이 아닐까 싶어요. 그래서 이 책을 보는 아이들 모두 삼각형을 좋아하게 될 것 같아요. 지나친 욕심은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온다는 교훈도 슬며시 마음속에 저장해볼 수 있겠고요.


욕심꾸러기라는 별명보다 다른 멋진 별명을 붙여주고 싶은 삼각형 이야기였습니다.




[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가방에 뭐 있어? 키다리 그림책 68
정해영 지음 / 키다리 / 2022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뽀야와 손잡고 걷게 되면서 어깨에 멘 가방의 무게가 더 무거워졌어요. 유모차 아래 공간에 가득 채웠던 장보기 재료들이 양쪽 어깨와 한쪽 팔에 매달려야 하니까요. 한때는 책으로 꽉 찼던 가방이 어느새 식재료로 바뀌었구나 싶어요. 가방의 변화 이전에 저의 변화겠지요. 그림책 <가방에 뭐 있어?>의 작가님은 가방마다 그 속에 어떤 삶의 모습을 담았을지 궁금했다고 해요. 그런 호기심과 상상력을 결합해 어떤 글과 그림으로 꾸몄는지 살펴볼게요.

전철 안에서 한 아이가 엄마 가방을 들여다보고 있네요. 아기인 동생 물건이 잔뜩 들어 있군요. "엄마 건 하나도 없어?"라는 아이의 질문을 저 자신에게도 해보게 되었어요. 나의 것, 내가 좋아하는 것, 나를 위해 준비한 것은? 이런 식으로요.

아이는 엄마 가방을 들여다보는 데 그치지 않고요, 옆자리에 앉은 초등학생 형, 빨간 구두를 신은 누나, 꺼뭇꺼뭇한 수염이 두드러진 아저씨, 인자한 미소를 짓고 있는 할머니, 단발머리 청년 등의 가방을 차례로 구경하지요. 가방마다 특색이 있고 그 안을 들여다보면, 그들이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 어떤 일을 하는지 알 수 있어요. 가방 속에 무엇이 있는지 상상하며 다음 페이지를 넘겨볼 수도 있을 거예요.

아이가 다른 사람들의 가방만 보다가 이야기가 끝나느냐고요? 그렇지 않아요. 아이도 자기 가방을 열어 보여준답니다. 누군가에 의해서요. 아이 가방에는 아기자기한 것들이 많이 들어 있네요. 뽀야의 가방 속 물건과 비슷한 것도 있고 아닌 것도 있고, 그런 이야기를 나누어보면서 그림책을 덮게 됩니다.

가방 속을 꾸밀 수 있는 활동 자료도 동봉되어 있으니, 가위 오리기와 스티커 붙이기도 해볼 수 있어요. 사람들의 가방 이야기는 결국 그들의 관심사와 일, 꿈으로 이어지는 셈인데요, 이 그림책으로 아이들이 다양한 사람들의 가방을 보게 되고 자신의 가방도 챙겨보게 되겠지요.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들, 하고 싶은 일들, 그리고 이루고 싶은 꿈과 소망에 대해서요.

책이든 식재료든 그 무엇이든 평소에 가방을 좀 가볍게 하는 지혜도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요. 언제든 일상을 훌쩍 떠날 수 있는 여행 가방처럼요.

[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