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적 고전 살롱 : 가족 기담 - 인간의 본성을 뒤집고 비틀고 꿰뚫는
유광수 지음 / 유영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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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고전에 대해서 얼마나 정확히 알고 있을까?

구전으로 들은 것 외에는 풀버전으로 읽은 적은 없다.

그런데 우리가 알고 있는 것도 현재적 관점에서 고전을 다시 읽는다면 아주 재미있을 듯하다는 생각을 이 책을 읽으면서 가졌다.

많은 사랑을 받는 고전이라 하더라도 새로운 비판과 해석은 가능한 일이다.

당대의 시점에서 사회 비판과 현재 시점에서 사회를 바라보는 눈은 다를 수 있기에 우리는 각각의 모순을 짚어볼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고전이 문학의 범주에 속해 있기 때문이다.

문학은 풍자, 비틀기, 그리고 때론 야유를 통해서 우리가 읽지 못했던 가치를 만들어 내는 힘을 가지고 있다.

<춘향전>을 신분을 초월한 순수한 사랑, 신분제도를 타파하려는 인간의 보편적 가치를 담고 있는 것으로 배웠다.

그러나 춘향과 몽룡의 사랑이 정말 순수한 사랑이었을까? 하는 의구심은 현재 관점에서는 던져 볼 수 있는 질문이다.

아무리 통신 수단이 발달되지 않았지만, 몽룡은 자기 때문에 춘향이 옥에 감금이 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자신의 과거 급제 소식을 전하지 않았다. 그뿐만 아니다.

남원에 내려와서 옥에 갇힌 춘향을 면회하지만 그 자리에서도 파락호의 모습만 보일뿐 급제 사실을 알리지 않는다.

왜 그랬을까?

그럼 춘향은 지고지순한 사랑녀인가?

저자 유광수 교수는 춘향이 몽룡에게 '자신을 잊지 않고 꼭 찾겠다는 맹세'를 한 불망기(不忘記)를 받는 행위를 이렇게 바라본다.

'온갖 상상이 춘향의 머릿속에 오갔을 것이다. 그냥 이몽룡을 쌀쌀맞게 내쫓을 수도 있다. 하지만 평생 다지 오지 않을 기회다. 몽룡을 보니 얼굴도 괜찮다. 재력도 있다. 영특해 보이는 게 관직에 나설 가능성도 높다. 버리기 아까운 카드다. 이 궁리 저 궁리 아무리 돌려봐도 자신이 놓인 처지에서 선택할 카드가 많지 않다. 그래서 억지로 찾은 카드가 불망가다.'

<춘향전>을 가지고 현재적 관점에서 춘향과 몽룡의 사랑을 살짝만 비틀어도 재미있게 이야기 나누어볼 수 있는 소재가 된다.

<홍길동전>의 길동이를 향한 작가의 시선 또한 그동안 보지 못했던 내용이라 독특했다.

길동이 율도국을 정벌하고 왕이 된다. 그리고 당연히 길동의 아버지처럼 처와 첩을 거느리고 행복하게 사는 것으로 결론이 난다.

여기에 의문을 던진 적이 없다. 하지만 작가는 길동이가 어머니 춘섬의 고뇌를 조금이라도 이해했던 거라면 그런 행동을 했을까? 하는 의문을 갖는 것이다.

그래서 이렇게 결론 내린다.

'길동은 자기 울분과 자기 앞길만 생각한 것이다. 정말 괘씸한 녀석이다.'

적서 차별에 대한 시선으로만 홍길동전을 바라보지 않고 현재의 모순과 병폐를 가지고 대담하게 대들며 따지며 읽는다면 고전 그 자체가 주는 텍스트의 매력은 상당하다.


이 책은 '고전 큐레이션의 대가'라고 불리는 유광우 교수가 '가족'을 주제로 고전을 현재적 시점에서 재해석한 것이다.

저자의 소개를 보니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유광수의 은밀한 고전'이라는 코너에 출연 중이며, '우리가 알아야 할 고전, 감동의 울림을 찾아서' 주제로 기업체, 학교에서 강연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와 있다.

그래서 책을 읽는 것은 강의를 듣는 듯한 느낌이어서 지루할 틈 없이 금방 읽게 된다.

흥부전, 심청전, 변강쇠가, 장화홍련전, 해와 달이 된 오누이 그리고 최고운전 등을 가지고 '무능 열전', '은폐된 패륜', '자식 사랑 패러독스' 그리고 '가족의 재탄생'이라는 의미로 썼다.

<해와 달이 된 오누이>에 등장하는 떡장수 어머니를 현재 자식들을 위해서 헌신하고 희생하는 어머니로 본 관점도 고전이 재해석을 통해서 가능한 것이다.

호랑이에게 떡도 다 내주고 더 줄 것이 없어서 팔 다리를 내주다 죽고마는 떡장수 어머니.

'호랑이가 입시가 되고, 호랑이가 대학이 되고, 그야말로 호랑이 목구멍이 된 우리 사회'라는 시각을 가지고 읽는다면 어떨까?

어린 시절 읽는 동화는 그냥 권선징악이었다.

그렇지만 동화나 우화에 입체적 상상력을 더하고 지금 우리가 경험하는 삶의 체험을 더한다면 작가처럼 고전에서 새로운 발견을 하게 되지 않을까.

톨스토이가 말년에 <전쟁과 평화>보다 여기저기서 수집하고 다시 꾸민 민담을 사랑했다는 것 또한 그 안에서 발견하는 삶의 가치 때문이지 않았을까.

상상력과 통찰력을 더하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동화보다 더 좋은 소재가 없을 듯하다.

<장화홍련전>에 대한 작가의 해석도 새롭다.

배 좌수가 혼기에 찬 딸들을 왜 시집보내지 않았는가?라는 질문에서 시작하여 미심쩍은 배 좌수의 행동에 성적 학대의 가능성으로 해석을 하는 ...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2003년 영화 <장화 홍련>을 다시 봤다. 김지운 감독은 어떤 해석을 했을지.


원작과는 차이가 있지만 원작에 대한 멋진 비틀기다.

<장화홍련전>을 은폐된 패륜으로 읽는 것과 새엄마를 중심으로 가족 괴담을 펼치는 것과의 차이를 보는 것 또한 흥미로운 시간이었다.

이야기를 잘 읽으면 새로운 장르가 만들어진다.

코로나바이러스에 지쳐 있는 일상이라면 고전을 통해서 당신만의 비틀기와 해석을 시도해봐라.

멈춰 있던 삶의 시간들이 생동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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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 - 식객이 뽑은 진짜 맛집 200 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 1
허영만.TV조선 <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 제작팀 지음 / 가디언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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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만족도를 높이는 것 중의 하나가 '잘 고른 음식'이다.

기억에 오래도록 남는 음식은 그곳을 또 가고 싶게 만드는 마법을 지니고 있다.

음식점을 찾는 것이 검색 능력에 달려 있다고 하지만, 막상 가보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음식들에 낭패를 본 기억이 한두 번 아니다.

해서 음식점을 찾는 기준이 가능하면 가까운 사람이나, 아니면 미식가로 소문만 사람의 추천 리스트를 찾아서 가는 편이다.



허영만 식객 시리즈를 전부 소장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였다.

소개된 전국의 맛집을 찾아가 보는 것도 즐거운 여행이 될 거 같아서였다.

그런데 만화 '식객'에서 조금 아쉬웠던 내용 중의 하나가 맛집 리스트를 별도로 정리해야 하는 수고를 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이런 아쉬움을 들었는지 전국의 맛집 200곳을 식객 허영만 선생이 정리한 책이 나와서 반가웠다.



식객 허영만 선생이 동네 밥상의 의미와 가치를 시청자들에게 전달해 주는 TV 프로그램 중의 하나라고 하는데, 한 번도 보지를 않았다. 그래서 신선했다.

서울부터 제주까지 소개된 맛집 하나하나가 곧 가보고 싶은 곳으로 저장되었다.

백반은 어머니의 손맛이다.


골골마다 집집마다 제철에 나는 것들로 차려진 밥상을 마주하면 행복할 사람이 어찌 식객뿐이겠는가!

소박하지만 잊지 못할 한 끼를 만나보고 싶은 것은 인지상정일 것이다.

해서 맛집을 찾는 것은 식객의 표현대로 '보물섬 찾기'와 같은 것이다.

책에 소개된 200 곳의 식당 메뉴를 보는 것도 군침 도는 일이다.

이렇게 다양한 음식들이 작정하면 하루면 갈 수 있는 곳에 있는 사실을 아는 것만으로 행복하다.

가까운 서울부터 마치 도장 깨기 하듯이 소개된 음식점들을 탐험할 일이 남았다.

생각만으로 몸이 먼저 반응한다.

나만의 맛집 리스트 100개를 만들어봐야겠다. :)

요리는 못하지만, 멋진 음식점을 많이 소개해 줄 수는 있으니까.

그게 내가 다른 이에게 전할 수 있는 행복이지 않을까...

이 작지만 소중한 한 권의 책이 앞으로 가져다 줄 행복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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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카식 이별 - KBS클래식FM <김미숙의 가정음악> 오프닝 시 작품집
김경미 지음 / 문학판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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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을 품 안에 안고 나면 시는 두 번 읽는다.

제목으로만 시를 읽는 것이 첫 번째 시를 읽는 나만의 방법이다.

사진을 찍거나, 글을 써서 블로그에 올릴 때 고민되는 영역이 글의 제목이다.

때론 아주 쉽게 정해지는 것이 제목이기도 하지만 그렇지 못할 때가 더 많이 있다.

그래서 제목만 한 권의 시집에 담겨 있는 제목을 읽는 것은 또 하나의 시를 읽는 것과 같다.


이 시집이 탄생한 배경이 독특하다.

클래식 FM 리디오 프로그램 <김미숙의 가정음악> 작가인 시인은 어느 눈부시고 아름다운 아침, 오프닝을 바꿨으면 하는 요청을 받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다른 시인의 시가 떠오르지 않아서 직접 오프닝을 쓰게 된 계기가 이 시집이 나오게 된 사연(?)이라고 한다.

매일 시를 쓴다는 것은 삶에 대한 애정이 없으면 쓰지 못한다는 것을 안다.

스쳐가는 일상의 어느 시간도 허투루 보내는 일이 없어야 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일상에서 낚은 보물들을 독자들에게에 선물하는 것이 시인의 일이다.

봄에 꽃들은 세 번씩 핀다

필 때 한 번/ 흩날릴 때 한 번 / 떨어져서 한 번 //

나뭇가지에서 한 번 /허공에서 한 번 //

바닥에서 밑바닥에서도 한 번 더 //

봄 한 번에 나무들은 세 번씩 꽃 핀다

물꽃들

여름엔 물이 꽃이다/ 물 찰랑대야 꽃이다//

보라색 하루살이 물달개비,/ 흰색 하트 무늬 물배추/ 앵무새 깃털의 물채송화, //

물질경이와 물양지 물수선화 //

노랑불봉선같이 //

이름에 물이 찰랑대야 여름이다 //

물이 악기인 여름에는

봄에 꽃이 핀다라고 이야기할 때는 나뭇가지에서 피는 것을 보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허공에 날리는 것을 보고 꽃이 피었다고 하는 사람들이 지구에서 몇 명이나 될까.

더 나아가서 밑바닥에서도 피는 꽃을 이야기하는 사람은....

'봄에 꽃들은 세 번씩 핀다'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여름엔 물이 꽃인 사실도 시인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가까운 친구에게 물수선화, 물달개비, 물채송화, 물배추꽃을 이야기 하는 것만으로 이미 그대 또한 시인이다.

이렇게 자연을 자세히 들여다보는 시인이기에

다음과 같은 아름다운 시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게 아니겠는가.

아프리카 아이는 그중 '꽃향기와 비 올 때 나는 냄새' 두 가지에 동그라미를 쳤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질문' 중에서

자연에 대한 따뜻한 감성은 사람에게로 그대로 연결되어 있다.

그녀 만세

누가 이어폰을 찾고 있으면 / 어떤 음악을 듣는 걸까 궁금하지만/

누군가의 차를 탈 때/차종이 무엇인지에는 관심이 없다//

하늘을 떠다니는 구름 넓이에는 자주 감탄하지만 / 다른 집 아파트 평수에는 관심이 없다//

꽃피고 나뭇잎 물드는 속도와/ 누군가에게 마음 끌리는 속도에는 관심이 많지만/

저축의 속도엔 관심이 없다 //

양말 개수는 자주 확인하지만 / 내 칭찬이나 험담 하고 다니는 인원수엔 관심이 없다 //

밥값은 항상 내려 하지만/ 인생에서 밥값 잘하고 있는지는 자신하지 않는다//

가로등처럼 밝은 성격과 /확성기처럼 작은 약속도 크게 지키려는 마음 /

한번 용서한 건 두 번 다시 들먹이지 않는 깨끗함, 같은 것들 / 같지 못했지만 / 늘 관심이 많다

이 시를 읽고 나서 어제 구름의 평수를 얘기했다. 무관심이었다. 뭔 상관이엤는가 .

구름의 평수를 이야기하고 나뭇잎 물드는 속도를 이야기 할 수 있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해보는 거지.

이렇듯 모든 시가 나를 위한 게 중요한 것 아니겠는가.

시인이 스스로를 위해서 노래한 '나를 위한 시'는 나의 바램이기도 한 것이다.


나를 위한 시

넓은 바다와 들,

높은 산과 정다운 골목들을 철학의 기준으로 두고

새와 나비처럼 자유롭고 독자적이고 독립적일 것

고유할 것

고유하되

타인의 손, 끝까지 놓지 말 것

매사 순한 마음이 불러오는 순조로움을 믿을 것


시인이 선물한 아름다움을 함께 나눠가졌으면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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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쉬운 패권 쟁탈의 세계사 - 육지, 바다, 하늘을 지배한 힘의 연대기
미야자키 마사카쓰 지음, 박연정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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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읽는 목적은 저마다 다르다.

무엇보다 재미있어서 읽는 경우와 현재와 미래를 위한 더 나은 성찰을 위해서 읽는 이로 구분이 된다.

나는 재미를 위해서 역사서를 읽는다. 역사라는 것이 정치에만 국한이 된 것은 아니다.

미술, 과학, 물건, 건축 등 다양한 이야기들을 역사라는 큰 틀에서 놓고 볼 때 그 주제들은 새롭고 재미있다.

특히 구조적인 관점에서 역사를 이야기하는 책은 몰입을 선물한다.


이 책은 세계사에서 중심이 되었던 공간 - 땅, 바다, 하늘-을 구조로 역사를 설명한다.

역사를 현미경으로 보았다면 이 책을 읽는 동안은 마치 지구 궤도 밖에서 보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세계사가 한눈에 들어오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저자 마야카기 마사카쓰의 이력을 봤더니, 고등학교에서 세계사 교사로 일했고, 20년 동안 고등학교 세계사 교과서를 집필 및 편집을 한 것으로 나와 있다.

쉬운 설명은 교사라는 이력을 잘 살린 그의 장점이다.

책을 읽는 동안 고등학교 시절 역사 선생님이 생각났다. '이야기'라는 양념을 맛있게 해서 들려주는 역사 이야기는 아직도 수업시간의 현장이 생생할 정도로 기억된다.

육지, 바다, 하늘을 지배한 힘의 연대기

공간을 중심으로 입체적으로 세계사를 이해하는 것은 독특했다.

얼마 전 읽은 '길로 통하는 세계사' 또한 '길'이라는 공간 위에서 펼쳐진 인간의 역사를 다루었다.

땅의 역사는 익숙한 편이었다.

페르시아, 로마, 몽골 제국이 만든 지도의 경계는 머리에 선명하게 있다.

그렇지만 바다의 경계는 모호했다. 해서 바다의 패권을 다룬 부분을 아주 흥미롭게 읽었다.

육지 세계가 유일하다고 생각했던 이들에게 바르콜로메우 디아스의 희망봉 발견, 콜럼버스와 마젤란에 이르는 항해는 세계가 '블루오션에 둘러싸인 섬'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밝혔다.

또한 코페르니쿠스, 뉴턴에 힘입은 과학혁명은 새로운 물리학적 지구관으로 체계화되었다.

이것의 의미에 대해서 작가는 카를 슈미트의 '땅과 바다'의 글을 빌려 설명한다.

'이 시기에 가장 대담한 의미가 담긴 '신세계'가 탄생했다.

그리고 먼저 서유럽과 중유럽에서 여러 민족의 의식이 변하고, 마지막에는 전 세계의 모든 인간의 의식 전체가 근본부터 달려졌다. 이러한 의식의 변혁이 진정한 의미의 공간 혁명이다.

신세계의 탄생은 인간의 의식을 변화시켰다는 말에 동의한다.

인터넷의 탄생은 우리의 의식의 변화를 그 어느 때보다 빠른 속도로 변화시켰다는 것에 동의를 할 것이다.

새로운 해양 공간이 만들어진 역사를 읽으면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라는 말이 실감 난다.

희망봉을 발견한 포르투갈은 땅의 7~8%밖에 농업에 쓸 수밖에 없다. 바다로의 진출은 삶을 위한 여정이었다.

17세기 네덜란드는 청어 소금 절임을 위한 양질의 소금이 필요해서 해운업의 시초가 된 서인도회사 wic를 세웠다.

영국은 한랭한 기후와 부족한 장작이 증기 기관의 발명으로 이어졌다.

증기 기관은 철도와 증기선의 동력이 되어 육지의 세계에서 바다의 세계로 전환하는 추진력이 되었다는 것을 보면 억지스러운 주장일 수 있지만, 영국의 산업 혁명을 만든 것은 영국의 추위였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듯하다.

바다의 패권은 1,2차 세계대전을 통해서 하늘로 옮겨갔다.

미국은 민간 항공기 노선과 항공기 판매에 관한 시카고민간항공기 회의를 통해 민간 항공기 네크워크를 만들고 항공기의 제조, 판매를 통해 미국 패권의 주도권을 누리고 있다.

물리적인 공간뿐만이 아니라 가상 공간에서 또한 미국의 패권 국가로서의 지위는 계속되고 있다.

미국의 패권에 도전하는 유일한 국가가 중국이다.

중국의 시진핑은 일대일로 정책을 통해 글로벌 질서를 그들의 방식으로 재편하고 싶어 한다.

일대일로에는 과거 몽골제국이 세계의 패권을 가졌던 꿈을 그대로 재현하고 싶어하는 꿈이 담겨 있다.

시진핑은, 중국은 역사를 통해서 현재의 방향성을 고민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앞으로 양국의 패권 경쟁은 5G에 있다. 사물인터넷과 인공지능 사회에서 기반이 되는 것이 5G 전환이다.

5G 기술에서 주도권을 빼앗기면 인터넷 중심의 가상 공간을 잃게 된다.

5G 전환에 필수인 기지국 건설 1위인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공격이 멈추지 않는 이유 또한 양국의 패권 다툼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

지구에서 패권 다툼은 화성이나 다른 행성에 인간이 정착을 하는 순간 우주 공간으로 확장될 것이다.

앞으로 어떻게 나아갈 것인가? 하는 질문에 대한 답은 역사에서 해답을 찾을 수도 있다.

그게 오늘날 우리가 역사를 공부하는 의미이지 않겠는가.

이 책 덕분에 육지, 바다, 하늘이 하나의 공간 개념, 역사의 틀 안에서 자리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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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약을 먹었습니다 - 유산균부터 바이러스 치료제까지 지금 필요한 약슐랭 가이드
박한슬 지음 / 북트리거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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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가지의 약을 먹고 있습니까?

만약 한두 가지의 약을 먹고 있다면 '어디까지 알고 약을 먹고 있습니까?'

이 질문에 쉽게 답하기는 어려울 겁니다.

의사 처방전대로라도 잘 먹으면 괜찮지만 항생제조차도 본인의 판단하에 약을 중단하는 잘못된 경우의 기억이 책을 읽는 동안 떠올랐습니다.

음식도 그렇지만 약도 제대로 알고 먹을 때 효용이 커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이제 친절한 약사 한 분을 곁에 두시면서 건강을 챙겨 나기시기를 권해 드립니다.


책의 저자는 대학병원의 약사라고 소개되어 있습니다.

'약보다 약을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더 관심이 많다'라는 저자의 포부가 책에 그대로 담겨 있는 것 같습니다.

법이나 의료 관련 용어들은 일반인들이 소화하기가 힘듭니다.

그렇지만 이 책은 전공 지식을 쉬운 일상어로 바꾸어 전달하는 일에 주력한 작가의 노력 덕분에 쉽게 읽을 수 있습니다.

'호르몬은 우리 몸에서 일종의 등기우편 역할을 합니다. 등기우편은 특정 주소지로 우편을 보내는 것뿐만 아니라, 집배원이 수신인을 직접 확인하죠. 호르몬도 비슷합니다

호르몬은 정해진 수용체(receptor)에만 배달되어 원하는 신호를 전달하거든요. 예를 들어 췌장에서 발송한 인슐린은 인슐린 수용체에만 배송됩니다.

호르몬은 수신인이 명확하다는 점에서 정확도가 높지만, 좀 느리죠. 인체에 위험이 닥친 긴급한 상황일 대는 자율신경(autonomic nervous system)이 재빨리 신호를 보냅니다. 다만 자율신경은 특정 기능을 세밀하게 조절하기가 어렵기에, 일상적인 인체 조절은 호르몬이 맡는 것이죠. (32~33)'

호르몬의 역할을 등기우편의 역할과 같게 생각하는 순간 호르몬의 기능이 쉽게 다가오죠.

발견이나 발명의 이야기에서 '세렌디피티(serendipity)'를 찾는 것이 책을 읽는 재미 중의 하나입니다.

고혈압 치료제가 브라질 독사의 맹독에서 힌트를 얻었다는 이야기가 소개되어 있습니다.

1982년 노벨 생리학. 의학상을 받은 존 베인의 이야기입니다.


'브라질 독사에 물리면 혈압이 급격하게 떨어져서 결국 사망에 이르게 됩니다.

영국의 약학자 존 베인은 뱀독을 이용해 고혈압 치료제를 만듭니다.

뱀독의 단백질 성분을 이용해서 안지오텐신 전환 효소를 차단하면 혈관 수축을 막을 수 있고,

소변량도 증가히나 혈압을 급격하게 떨어뜨릴 수 있는 원리를 이용해서 만든 겁니다.'

이런 사실을 접하면 '역발상'이야말로 창조의 핵심이라는 것을 생각하게 됩니다.

술을 즐겨 하시는 분들이 꼭 기억해야 할 상식이 있습니다.

저도 가끔 숙취 다음 날 두통이 심할 경우 타이레놀을 먹곤 했는데, 이게 간에는 치명적이 된다는 겁니다.

타이레놀의 주성분인 아세트아미노펜이 분해되는 과정이 알코올에 의해 방해를 받으면 NAPQI라는 간 독성이 강한 물질이 간에 축적됩니다. 간의 손상이 진행되기 시작하면 구토와 복통이 시작됩니다.

심해지면 간이 괴사하여 간 이식을 받아야 하는 무시무시한 상황도 벌어질 수 있습니다.

다음 날 숙취로 인해 두통이 심하다면 속 쓰림 발생을 감수라고라도 차라리 이부프로펜 성분의 진통제를 먹는 편이 낫습니다. (112~113)

숙취 후 두통이 심할 때는 타이레놀보다는 이부프로펜 성분의 '에드빌' 진통제를 복용하시기를 ...

인체에 관한 사실을 접할 때마다 '우주의 신비'를 느낍니다.

우리 몸의 면역 체계가 바로 그렇습니다,

단순하게 되어 있는 아래 도표지만 우리 면역계가 '최첨단 화학무기'를 어떻게 동원하는지 알 수 있게 됩니다.


'백혈구라고 알고 있는 대식세포는 몸에 침투한 외부 미생물을 삼켜, 세포 속에서 분해하는 방식으로 우리 몸을 보호합니다. 그러나 침입자의 증식속도가 침입자를 잡아먹는 속도를 뛰어넘어 도무지 막을 수 없는 순간이 오게 됩니다. 이런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대식세포를 비롯한 최선선의 면역 세포들은 자신들이 잡아먹은 침입자의 일부인 항원(anti-gen)을 떼어내, 후방의 전문가에게 전달합니다.

후방의 림프절(혹은 임파선)에는 면역의 2차 방어를 담당하는 전문가인 림프구들이 모여 있습니다. 대식세포가 침입자로부터 떼어 낸 항원을 림프절에 전달하면, 림프구는 그 항원에 맞는 항체(anti-body)를 생산하기 시작하죠. 항체는 특정 항원에만 결합하도록 설계된 유도미사일입니다. 이렇게 우리 면역계는 '최첨단 화학무기'까지 동원해 침입자로부터 몸을 지키는 것이죠.

여기에 더해 림프구의 일부는 기억세포(memory B Cell)라는 형태로 바뀌어, 한번 침입했던 침입자에 대한 정보를 기록해 놓습니다.'

약에 대한 다양한 속설들이 있습니다.

속설을 합리적 의심을 해보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지식이 있어야 합니다.

모든 판단을 알고 있는 지식으로 결정 내릴 수 있는 상황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의 지식으로 적어도 의심해 볼 수 있는 능력, 질문해 볼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되지 않을까요?

저자가 이 책을 쓴 이유 또한 그랬습니다.

약을 밥보다 더 잘 챙겨 먹는 일상에서 이 책을 읽은 뒤에 새로운 의문들이 더 많이 생겨났기를 바랍니다. 그 의문이 우리를 더 건강하게 만들 것이라 확신합니다. 의문은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힘이 세거든요.

그것이 사이비 의약품을 피하는 방법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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