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켄슈타인 - 200주년 기념 풀컬러 일러스트 에디션 아르볼 N클래식
메리 셸리 지음, 데이비드 플런커트 그림, 강수정 옮김 / 아르볼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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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은 어떻게 탄생하는가? 그리고 진짜 괴물은 누구인가?

프랑켄슈타인을 읽으면서 드는 질문입니다.

인간의 성선설과 성악설의 논제와도 같이 하게 되는 그런 의문이 책을 읽으면서 들 수밖에 없습니다.

대부분의 과학이 향하는 끝점은 인류의 행복입니다.

프랑켄슈타인도 자연철학에서부터 생물학에 관심을 가지면서 인류의 행복을 향한 도전을 멈추지 않습니다.

해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모든 지식을 동원해서 동물의 사체와 시체를 이어붙인 새로운 생명체를 만들어냅니다.

2년에 가까운 세월을 생명 없는 육체에 숨을 불어넣겠다는 생각 하나로 열심히 노력했어요. 이걸 위해 휴식을 포기하고 건강도 돌보지 않았습니다. 그것을 바라는 내 마음은 정상이라고 볼 수 없을 만큼 뜨거웠죠. 그런데 이제 일을 마치고 보니 꿈꾸었던 아름다움은 온데간데없고, 숨 막히는 공포와 혐오만 가슴에 가득했습니다.



하지만 자신이 창조한 피조물의 모습에 실망한 그는 도망을 치고 맙니다.

'과학만능주의에 경종을 울린 작품'이라고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프랑켄슈타인이 창조한 생명체를 외모 하나만으로 판단하고 책임지지 않을 때 어떠한 불행이 닥칠지를 보게 됩니다.

그것은 다름 아닌 프랑켄슈타인 스스로가 짊어져야 할 불행의 무게가 되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동생, 친구, 아버지, 연인 그리고 자신의 목숨의 무게를 말입니다.

인간들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창조자에 의해 탄생이 되었지만 그는 이름도 없습니다. 그의 모습에 의해서 불리는 '괴물', '악마'가 그의 이름입니다.

인간들 사이에서 인정받고 싶었던 괴물. 그의 눈에 비친 어느 가족의 모습은 고단한 삶이지만 행복이라는 감정을 갖기에 충분했던 것입니다.

금세 밤이 되었지만, 놀랍게도 이 집 사람들은 가느다란 심지를 이용해서 빛을 이어 가는 방법을 알고 있었고, 덕분에 해가 지더라도 내가 인간 이웃들을 지켜보면서 누리던 즐거움이 중단될 염려가 없었다. 저녁에 여자와 남자는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여러 가지 일을 하느라 분주했고, 노인은 아침에 천상의 소리로 나를 매료시켰던 악기를 다시 들었다. 그의 연주가 끝나자 이번에는 젊은 남자의 차례였는데, 그는 연주를 한 게 아니라 단조로운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나중에야 그게 책을 소리 내어 읽은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지만 그때에는 말이나 문자 같은 것에 대해서는 아는 게 아무것도 없을 때였다.

숨어서 인간의 언어를 배우고, 감정을 배우고, 도와주지만 흉측한 모습 때문에 쫓겨나게 되는 그의 심정은 어떨까요?

그의 마음속에 '복수를 향한 갈증'을 만든 것은 과연 누구일까요?

피부 색깔이 다른 이유만으로 차별을 가하는 지금의 세상과도 별반 다를 것이 없습니다.

소설이 나온 지 200년이 더 지났지만 변하지 않는 차별을 만드는 것을 보면 인간이야 스스로 괴물을 자처하는 존재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괴물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는 모습을 보면서는 오히려 인간이야말로 충동의 노예로 계속 살아가가는 괴물보다 못난 존재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이제 나는 곧 죽어 지금 느끼는 것을 더는 느끼지 못하겠지. 가슴 속에서 타오르는 불행의 불꽃도 꺼질 것이다. 장작더미에 개선장군처럼 올라 살이 타는 고통 속에서 환호하겠지. 불길이 잦아들면 바람이 재를 바다로 쓸어 가겠지. 영혼은 평화롭게 잠들겠지만, 영혼도 생각을 한다면 그렇게는 생각하지 않을 거야. 안녕히. "


이 책은 메리 셸리가 열여덟에 쓴 것이라 하네요.

1818년 1월에 익명으로 발표되었다가 1831년에 개정판을 내면서 그녀의 이름을 밝혔다고 합니다.

200주년 기념으로 나온 이번 특별판에는 삽화가 포함이 되어 있습니다.

작가의 상상력이 그림작가에 의해서 비주얼로 생생하게 살아나서 재미가 배가 됩니다.

이번 책에 삽화를 그린 데이비드 플런커트에 대해서 찾아보니 정치 삽화가로도 이미 유명세를 타고 있는 작가네요.


PS, 책을 다 읽고 삽화만 봐도 또 하나의 감동으로 읽을 수가 있어서 읽는 재미가 두 배가 되네요.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쓴 서평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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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데 가장 많이 써먹는 심리학
지루징 지음, 정유희 옮김 / 센시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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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이라는 단어를 혹은 학문을 이전에 알았을 때는 대상이 남이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상대를 잘 이해해서 내가 원하는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을까? 하는 목적에 심리학 관련 책을 여러 권 읽었던 것 같습니다.

어찌 보면 새로운 도구에 대한 기술을 습득하는 것과 같은 과정으로 말입니다.

그러나 대상이 사람이라고 하면 그게 가능할까요?

도구는 매뉴얼이 있어서 스스로 익힐 수 있는 내용이지만 사람은 매뉴얼화되어 있지 않습니다.

헤서 지금까지는 스스로 공부한 '심리학'이 잘못되었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심리학을 배우는 목적을 상대를 이기기 위함이 아니라 상대를 이해하기 위한 방향으로 읽기로 했습니다.

아이의 행동, 배우자의 행동, 직장 동료의 행동, 직장 상사의 행동들을 보면서 그 행동의 원인이 되는 내용에 대해서 이해를 한다면 훨씬 서로 간의 소통이 잘되지 않겠습니까.

그런 면에서 보면 심리학은 상대방에 대한 감정을 이해하고 또 내 안의 감정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살아가는 데 가장 많이 써먹는 심리학' 제목이 그렇습니다.

책을 읽는 목적이 무엇이냐에 따라서 이 책을 읽고 나면 좋은 책과 그렇지 않은 책으로 나뉠 것 같다는 생각이 앞섭니다.

상대방을 이기기 위한 전술로써 이 책은 별로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내 삶을 보다 긍정적인 생각으로 살아가기 위한 길잡이로서는 좋은 책 같습니다.

이 책의 저자는 대학에서 응용심리학을 전공한 심리상담가라고 나와 있습니다.

책의 구성은 상담에 관련된 내용보다는 다양한 생활 속 스토리를 가지고 이야기를 풀어나가기에 '심리학'이라기보다는 자기계발 쪽에 더 가깝다는 생각입니다.

책에 소개된 젊은 수도승을 위한 가르침이 대표적인 이야기입니다. (이 책 말고도 많이 소개된 내용으로 알고 있습니다.)

_젊은 수도승을 위한 스승의 가르침

평소에 불만이 가득한 젊은 수도승에게 스승이 소금 한 주먹을 물 잔에 넣고 맛을 보게 했다. 그러고 나서 다시 소금을 가지고 호숫가로 가서 뿌렸다.

"이제 호수의 물을 맛보거라"

물맛의 차이를 느낀 젊은 수도승에게 이렇게 이야기했다.

"인생의 고통은 바로 이 소금과 같이 고작 한 줌에 지나지 않는다. 더 많지도 더 적지도 않다. 그러나 그 고통을 느끼는 정도는 우리가 고통을 어디에 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네가 이 고통을 작은 물 잔이 아닌 호수에 담는다면 너의 고통은 희석되어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위의 이야기처럼 삶을 어떻게 긍정하고 사느냐에 따라서 남에 대한 이해도 달라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자기 삶에 대한 긍정이 가득한 사람은 분명 남에 대한 배려도, 소통도 원활하리라 봅니다.

그런 면에서 '심리학'은 자기 삶을 위한 긍정을 배워나가는 학문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심리학에 대한 전문 내용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파블로프의 조건 반사를 이용해서 1970년 대 미국의 양 떼 목장주들이 늑대의 공격을 물리친 사례는 아주 흥미로웠습니다.

'파블로프의 조건반사'를 일상에서 어떻게 응용할 수 있을까 고민했는데, 이 사례를 읽으면서 아이가 싫어하는 것을 즐거운 TV를 보면서 가까이할 수 있게 해봐야겠다는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행복해서 웃는가? 웃어서 행복한가?

제임스 랑게 이론

제임스 랑게 이론의 유명한 질문이죠.

이미 뇌과학에서도 가짜 웃음에 대한 효능이 발표가 되었지만 ....

우리가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정서'에 대한 의미인 것 같습니다.

정서란 '우리를 자극하는 대상을 인지하는 순간 신체적으로 변화가 일어나는데 이런 변화가 일어나기 전, 우리가 이 변화를 느끼는 것' 이라고 하죠.

제임스에 의하면 정서란 단시 신체적 변화에 대한 반응이며 이러한 반응이 일어나는 원인은 외부 세계가 아니라 신체에서 나온다고 설명했다.

어쨌든 이 이론에 의하면 건강한 신체에서 정서적 발달이 생긴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네요.

아이를 열심히 놀게 해야겠습니다. ㅎㅎ

그 외에도 다양한 주제들이 있습니다만,

말씀드린 대로 어떤 목적으로 선택하느냐에 따라서 책에 대한 평가는 나뉠 것 같습니다.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쓴 서평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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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로 바로 이해하는 가장 쉬운 손자병법 -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법을 알려준다! 일러스트로 바로 이해하는 가장 쉬운 시리즈
더퀘스천 편집부 지음, 서희경 옮김, 나가오 카즈히로 감수 / 더퀘스천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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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자병법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이가 일본의 소프트뱅크를 이끄는 손정의다.

그의 경영 이념에 적용이 된 것이 바로 손자병법이기 때문이다.


손자병법을 애독하고 삶의 지침으로 삼은 이는 손정의 외에도 많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인물이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인 빌 게이츠, 페이스북의 마크 저크버그가 있습니다.

경영자뿐만 아니라 현대 경영, 경제, 전략의 대가로 평가받고 있는 마이클 포터, 앨빈 토플러, 피터 드러커 같은 이들도 주인공들입니다.

2500년 전에 쓰인 병법서가 오늘날 경영 현장에서도 끊임없이 인용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아마도 인간의 본질은 어느 시대나 변하기 않기 때문이고, 손자병법은 인간의 본질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같은 내용이라 하더라도 어떤 상황에서 읽는가에 따라서도 다가오는 내용은 다를 겁니다.

상황에 맞게 쉽게 꺼내봐서 볼 수 있으면 하는 생각이 있었는데, 제 바램에 맞게 편집된 책이 나와서 간단히 소개하려고 합니다.



이 책은 제목대로 일러스트로 이해하기 쉽게 구성이 되어 있습니다.

몇 가지만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1. 지지 않을 확률을 높여라

손자는 승부에 대해서 "적을 알고 아군을 알면 100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 아군을 알고 적을 모르면 승패는 반반이다. 적을 모르고 아군도 모르면 반드시 위태로워진다."라고 말합니다.

위태롭지 않기 위해서 경쟁사까지 속속들이 알기는 어려운 환경입니다.

하지만 내가 속한 조직을 이해하는 것은 어떨까요? 우리 회사가 취급하는 제품에 대한 이해는 어떨까요?

기술의 속도가 빠른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내 것이라도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는 Learning이 필요합니다. 이것이 손자가 이야기하는 위태롭지 않게 되는 상황을 만드는 것입니다.

2. 승리를 부르는 5개의 포인트

손자는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했습니다.

손자가 꼽는 다섯 가지 승리 포인트를 보면서 비즈니스에 그대로 적용해 보는 것도 유용할 것 같습니다.

첫째, 싸워야 할 때와 그렇지 않을 때를 판별한다.

둘째, 병력의 규모에 맞는 전술을 수립한다.

셋째, 상관과 부하가 서로 의사를 통일한다.

넷째, 사전 계획과 절차를 완벽하게 한다.

다섯째, 유능한 장군과 과도하게 간섭하지 않는 군주가 필요하다.


3. 리더의 마음가짐

손자는 병법 전반에 걸쳐 팀워크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병사 개인의 능력보다 군대 전체의 기세를 중시합니다.

우리의 비즈니스 현장에서는 어떨까요?

리더마다 다르겠지만, 개인의 능력에 의지하는 경우를 종종 봅니다. 이럴 경우 전투에서는 이길 수 있을지 몰라도 전쟁에서는 결코 이기지 못할 것입니다.

팀을 먼저 생각하는 리더의 마음가짐이 승리를 가져옵니다.

책이 쉽고 어렵고 보다 중요한 것은 내용을 일상에 적용시켜 보는 일일 겁니다.

그렇지만 언제든 빼내서 상황에 맞는 전술과 전략을 볼 수 있는 쉬운 책이 있는 것 또한 전술적으로 큰 무기가 되는 것입니다.

늘 승리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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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체 1~3 세트 - 전3권
류츠신 지음, 이현아 외 옮김 / 자음과모음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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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억 년 전 지구에는 박테리아만 존재했다.

시간의 길이를 모든 상상력을 동원해 보아도 잡히지 않는 시간이다. 100년이라는 시간은 어떨까?

지금 태어나는 아이의 평균 수명이 150세라고 하니 100년이라는 시간도 그리 긴 시간은 아닌 듯하다.

'시간'은 공상과학 영화나 소설에서 단골로 등장한다.

태양계 너머 생명의 존재를 알기 위해 우주 탐사선을 보낸 지 40년 하고도 몇 년이 흘렀다.

보이저호가 보내오는 소리를 기다리는 것이 어디 과학자 뿐이겠는가.

우주에 다른 생명체가 존재한다는 소식이 들려오면 더 이상 지구에서 지구인끼리 벌이는 전쟁과 불평등이 사라질까.

모든 인간사는,

우주적 입장과 관점에서 바라볼 때 중요키는 커녕 지극히 하찮고 자질구레하기까지 하다.

- 칼 세이건 <코스모스>

어디서 어느 시대를 살아가든 '인간에 대한 이해'는 장르를 불문하고 작가들의 소명인 것 같다.

삼체를 읽으면서 든 생각도 그러하다.

류츠신 작가가 SF 소설 '삼체'를 통해서 이야기하고자 했던 내용 또한 결국은 인류이고 인간에 대한 이해이지 않을까.


넷플릭스 정주행처럼 소설 읽기 정주행을 했다.

간만에 맛보는 몰입의 즐거움이었다.

소설의 어떤 점이 정주행을 가능케 한 것인지를 이야기하면서 스토리 중심이 아닌 서평을 대신하고자 한다.

첫째, 인간에 대한 깊은 고찰을 가능하게 한다.

SF 소설은 Time killing 용으로 읽곤 했지만,

외계인의 관점에서 본 인간의 특징을 긴 호흡으로 읽게 된다.

'인류의 소통 기관은 진화 과정에서 생겨난 일종의 결함이다.

너희의 대뇌가 강한 전파를 방출할 수 없는 것에 대한 불가피한 보상이자, 너희의 생물학적 열등성을 증명하는 것이지. 사고를 직접 보여주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고 고차원적인 소통 방식이다.'

무엇이 효율적이고 고차원적인 소통 방식일까?

소설에서 그려지는 외계 생명체는 생각을 위장하거나 기만할 수 없는 존재로 나온다.

즉 생각하는 것이 바로 상대방에게 전달이 되는 것이다.

인간도 이런 소통 방식을 택했다면 '오해'로 인한 전쟁은 생기지 않았으리라 본다.

반면 우리가 아름답다고 감탄하는 예술은 탄생할 수 있었을까? 하는 질문에는 결코 그렇지 않았을 것이라는 확신에 찬 답을 할 수 있다.

좋아하는 상대방의 마음의 몰라서 연애편지도 보내고, 그림으로도 표현하면서 인간의 예술, 문학이 같이 발전해 왔으리라 본다.

모나리자의 미소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기에 아직도 인류의 최고 예술품의 반열에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지 싶다.


유발 하라리는 '허구' 즉 상상력이야말로 인류가 진화한 원인으로 꼽지 않았던가.

그렇다면 고차원적인 소통은 사고를 직접 보여주는 것보다, 상대방의 생각에 공감을 해주는 것이야말로 인류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소통 방식이지 않을까 싶다.

문명이 시간을 위해 흐르게 하고, 시간이 삶을 위해 존재하게 하라.



둘째, 미래 사회에 대한 가능성 있는 상상을 하게 한다.

2015년에 많이 회자된 영화가 백 투 더퓨처였다.

이유는 1985년 당시 미래 사회로 간 시점이 2015년이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저마다 영화 속에서 상상으로 그려졌던 세상이 20년 후 실현이 된 이야기를 하느라 기쁜 비명을 질렀다.

소설에서 그려지고 있는 세상은 200년 후의 이야기이지만, 그래도 미래 사회의 가능성에 대해서 상상하는 것만으로 즐거운 일이다.

우주 엘리베이터도 먼 훗날에는 건설이 되었을 것이며, 동면 기술 또한 보편화되어서 그야말로 영생을 누릴 수 있는 조건들이 만들어진 세상일 것이다.

지금 동면 기술을 보편화되었다고 가정한다면 당신은 어떤 조건일 때 지금의 삶을 정리하고 동면에 들어갈 것인가? 그리고 또 깨어나기를 희망하는 것은 100년 후인가? 아니면 더 먼 훗날인가?

또한 뇌과학의 발전으로 인간의 생각을 바꿀 수 있는 세상이라고 하면 이것은 희망적인 사실인가?

아니면 비극적인 사실인가?

패배주의에 있는 군인들에게 '멘털 스탬프'기술을 이용해서 도전 의식을 고취시키는 장면들이 등장한다.

모든 기술이 그렇지만, 악용될 수 있는 요소를 배제할 수는 없다.

만약 이 기술을 이용된다면 ...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셋째, 작가의 낭만적(?)인 문장력이다.

SF 소설이어서 딱딱한 문체가 주를 이룰 것 같지만, 영화의 장면을 떠올리게 하는 작가만의 감성적인 문장은 SF 소설을 읽고 있는 것인지, 낭만 소설을 읽고 있는지 모를 정도로 헷갈리게 한다.

칼 세인건의 글이 대중적으로 사랑받는 이유 또한 같은 곳에 있다고 본다.

한두 문장만 소개를 하면 짧은 것만으로 이 글을 읽는 분이라면 공감을 하지 않을까 싶다.

"사라질 빛이지만 그때의 석양이 가장 아름다웠다.

이 석양의 마지막 광휘도 한때 성난 바다의 거친 파도 위를 비추었을 것이다.

서쪽 하늘의 구름 사이를 뚫고 나온 몇 가닥 빛기둥이 먹구름 아래 바다 위에 천국에서 흩뿌린 꽃잎 같은 황금빛 얼룩을 만들어냈을 것이다.

꽃잎 밖은 먹구름 아래 암흑의 세상과 같고, 폭우가 뭇 신들의 장막처럼 하늘과 바다 사이에 늘어진다.

번개만이 거센 풍랑이 토해내는 물보라를 멈춘다. 금색의 빛무리 속에 들어가 있는 구축함이 파도의 깊은 골짜기에서 뱃머리를 힘겹게 들어 올린다. "

"동쪽의 빛무리가 빠르게 커지며 황금 그물 같은 빛살을 대지 위로 뿌렸다.

세계 최초의 원자폭탄이 폭발한 뒤 피어오른 모래 먼지를 비추었던 태양이며, 100만 년 전 원시인과 1억 년 전 공룡이 게슴츠레한 눈을 껌벅이며 바라보았던 바로 그 태양이다.

또 그보다도 더 오래전 태초의 바다에서 첫 번째 생명 세포가 느꼈던 그 몽롱한 빛도 바로 이 태양이 뿜어낸 것이다. "

SF 소설을 읽으면서 접힌 모퉁이가 많이 생긴 건 드문 일이다.

PS,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나 영원한 전쟁을 재밌게 읽으신 분이라고 하면

비록 1,900페이지에 달하지만 정주행의 맛을 보게 되리라 장담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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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체 1~3 세트 - 전3권
류츠신 지음, 이현아 외 옮김 / 자음과모음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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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세이건, 미치오 카쿠의 책을 좋아한다. 그리고 김상욱 교수의 책도 몇 권 읽었다.

물론 과학 상식에 대한 목마름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SF 영화나 소설을 더 재미있게 감상하기 위함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F에 그려진 과학 세계를 이해하기에는 지금도 부족하다.

하지만 다 이해하지 못하면 어떤가?

SF 영화나 소설을 통해서 미래 사회의 가능성만 보는 것도 얼마나 흥분이 되는 일인가?

대한민국을 벗어나, 지구를 벗어나, 우주의 세계관으로 우리가 발 딛고 있는 세상을 잠시 바라볼 수 있는 상상만으로 인간의 존재에 대해서 겸허해질 수 있는 자체만으로 SF 장르가 던져주는 가치는 충분하다고 할 수 있다,

SF 소설하면 떠오른 거장들이 있다.

아이작 아시모프 , 아서 클라크, 로버트 하인라인 , 그리고 최근에 알게 된 테드 창.

그리고 김보영 작가나 김초엽 작가의 책도 리스트에 포함이 되어 있다.

이들의 모든 작품을 다 읽지는 못했다.

아니 나중을 위해서 남겨놓았다고 하는 것이 더 적확한 변명일까?

직장을 그만두고 나만의 자유로운 시간이 충분할 때 책꽂이 한 쪽에 SF 소설과 세계문학전집을 곶감 빼먹듯 읽고 싶은 게 나만의 버킷리스트 중의 하나다.


류츠신이라는 낯선 작가의 이름을 만났다.

그러나 낯선 이름과는 다르게 그의 이력은 SF 노벨상으로 일컫는 휴고상을 수상을 한 이력이 있고,

이미 영어로 그의 소설이 소개될 만큼 유명세를 치른 작가였다.


지구의 과거 3부작을 보면 우선 두께에 위압감을 느낀다.

또 하나의 벽돌 책 깨기에 들어갔다. :)

가지고 있는 한 권의 책 중에서 가장 두꺼운 책이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인데 합하면 이것보다 더 두껍다. 두꺼운 책은 읽는 이를 위해서 분권을 하는 게 맞다고 본다. :)



이해하기 쉽지 않은 내용지만 전체의 줄거리를 따라잡으면 굉장히 흥미로운 줄거리여서 2권에 대한 도전을 쉽게 할 수 있는 소설이다.

소설을 읽으면서는 조디 포스터가 주연한 '콘택트'라는 영화도 머리에서 맴돌았다.

우주에 존재할지도 모르는 생명체와의 조우를 위한 인류의 노력!

"외계 문명 탐사는 매우 특수한 분야야. 연구자의 인생관에 큰 영향을 미치지. 사람 소리도 모두 끊긴 밤, 이어폰으로 우주에서 전해지는 생명이 없는 소리를 듣지. 어렴풋하게 들려오는 소리는 그 별들보다 더 영원한 것 같았어. 때로 그 소리는 다싱안링의 겨울에 끊임없이 몰아치는 바람처럼 차가워.

때로 야근을 마치고 나와서 밤하늘을 올려다보면 별들이 마치 빛나는 사막처럼 느껴졌어. 나는 그 사막에 버려진 불쌍한 아이 같고 ... " - 1권, 198쪽

이 책에서도 이러한 시도가 있다.

그리고 마침내 다른 태양계에서 메시지를 받는다면 지적 흥분은 얼마나 극에 달할까.

그렇지만 그들로부터 수신된 메시지는 예상을 뒤엎었다.

' 이 세계가 당신들의 정보를 받았다.

나는 이 세계의 평화주의자다. 내가 먼저 당신들의 정보를 수신한 것은 행운이다.

경고한다. 대답하지 마라! 대답하지 마라! 대답하지 마라!

당신들의 방향에는 1000만 개의 항성이 있다. 대답하지 않으면 이 세계는 송신원의 위치를 파악할 수 없다.

하지만 대답을 하면 송신원 위치가 파악되어 당신들의 생성계는 침략당하고 당신들의 세계는 점령당할 것이다.

대답하지 마라! 대답하지 마라! 대답하지 마라! ' - 1권, 308쪽

지구는 이미 차별과 끊임없는 전쟁으로 희망이 없다고 생각하는 이들의 희망은 우주에 있는 다른 생명체에 있다.

이제 이들과 이들을 막으려고 하는 이들과의 한 판 지략 대결이 기대된다.

소설은 외계 문명뿐만이 아니라 중국의 문화대혁명 또한 심도 있게 다룬다.

SF 소설이 가지는 묘미가 이런 게 아닐까.

역사의 한 부분을 가지고 작가가 창조한 인물에 의해서 역사의 한 꼭지를 심도 있게 돌아보게 하는 힘 말이다.

'과학의 경계'라는 집단의 핵심 인물인 천체 물리학자 예원제가 문화대혁명 때 희생당한 인물의 딸이다.

해서 새로운 문명에 대한 탐구는 곧 역사의 새로운 해석과도 맞물린다.

삼체 게임으로 들어가는 장면들은 이해하기 쉽지 않지만,

곳곳에 문학적인 작가의 문장력이 책을 포기하지 않게 한다.

'인류 문명은 우주라는 황무지를 홀로 외롭게 걷는 세상 물정을 모르는 소년(소녀)이다. 어느 날 그(그녀)는 다른 이성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그녀(그)의 얼굴과 생김새는 보지 못했지만 그녀(그)가 먼 곳에 있다는 것은 알아 그녀(그)에 대한 아름다운 상상이 들불처럼 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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