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삼체 1~3 세트 - 전3권
류츠신 지음, 이현아 외 옮김 / 자음과모음 / 2020년 7월
평점 :
칼 세이건, 미치오 카쿠의 책을 좋아한다. 그리고 김상욱 교수의 책도 몇 권 읽었다.
물론 과학 상식에 대한 목마름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SF 영화나 소설을 더 재미있게 감상하기 위함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F에 그려진 과학 세계를 이해하기에는 지금도 부족하다.
하지만 다 이해하지 못하면 어떤가?
SF 영화나 소설을 통해서 미래 사회의 가능성만 보는 것도 얼마나 흥분이 되는 일인가?
대한민국을 벗어나, 지구를 벗어나, 우주의 세계관으로 우리가 발 딛고 있는 세상을 잠시 바라볼 수 있는 상상만으로 인간의 존재에 대해서 겸허해질 수 있는 자체만으로 SF 장르가 던져주는 가치는 충분하다고 할 수 있다,
SF 소설하면 떠오른 거장들이 있다.
아이작 아시모프 , 아서 클라크, 로버트 하인라인 , 그리고 최근에 알게 된 테드 창.
그리고 김보영 작가나 김초엽 작가의 책도 리스트에 포함이 되어 있다.
이들의 모든 작품을 다 읽지는 못했다.
아니 나중을 위해서 남겨놓았다고 하는 것이 더 적확한 변명일까?
직장을 그만두고 나만의 자유로운 시간이 충분할 때 책꽂이 한 쪽에 SF 소설과 세계문학전집을 곶감 빼먹듯 읽고 싶은 게 나만의 버킷리스트 중의 하나다.
류츠신이라는 낯선 작가의 이름을 만났다.
그러나 낯선 이름과는 다르게 그의 이력은 SF 노벨상으로 일컫는 휴고상을 수상을 한 이력이 있고,
이미 영어로 그의 소설이 소개될 만큼 유명세를 치른 작가였다.
지구의 과거 3부작을 보면 우선 두께에 위압감을 느낀다.
또 하나의 벽돌 책 깨기에 들어갔다. :)
가지고 있는 한 권의 책 중에서 가장 두꺼운 책이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인데 합하면 이것보다 더 두껍다. 두꺼운 책은 읽는 이를 위해서 분권을 하는 게 맞다고 본다. :)
이해하기 쉽지 않은 내용지만 전체의 줄거리를 따라잡으면 굉장히 흥미로운 줄거리여서 2권에 대한 도전을 쉽게 할 수 있는 소설이다.
소설을 읽으면서는 조디 포스터가 주연한 '콘택트'라는 영화도 머리에서 맴돌았다.
우주에 존재할지도 모르는 생명체와의 조우를 위한 인류의 노력!
"외계 문명 탐사는 매우 특수한 분야야. 연구자의 인생관에 큰 영향을 미치지. 사람 소리도 모두 끊긴 밤, 이어폰으로 우주에서 전해지는 생명이 없는 소리를 듣지. 어렴풋하게 들려오는 소리는 그 별들보다 더 영원한 것 같았어. 때로 그 소리는 다싱안링의 겨울에 끊임없이 몰아치는 바람처럼 차가워.
때로 야근을 마치고 나와서 밤하늘을 올려다보면 별들이 마치 빛나는 사막처럼 느껴졌어. 나는 그 사막에 버려진 불쌍한 아이 같고 ... " - 1권, 198쪽
이 책에서도 이러한 시도가 있다.
그리고 마침내 다른 태양계에서 메시지를 받는다면 지적 흥분은 얼마나 극에 달할까.
그렇지만 그들로부터 수신된 메시지는 예상을 뒤엎었다.
' 이 세계가 당신들의 정보를 받았다.
나는 이 세계의 평화주의자다. 내가 먼저 당신들의 정보를 수신한 것은 행운이다.
경고한다. 대답하지 마라! 대답하지 마라! 대답하지 마라!
당신들의 방향에는 1000만 개의 항성이 있다. 대답하지 않으면 이 세계는 송신원의 위치를 파악할 수 없다.
하지만 대답을 하면 송신원 위치가 파악되어 당신들의 생성계는 침략당하고 당신들의 세계는 점령당할 것이다.
대답하지 마라! 대답하지 마라! 대답하지 마라! ' - 1권, 308쪽
지구는 이미 차별과 끊임없는 전쟁으로 희망이 없다고 생각하는 이들의 희망은 우주에 있는 다른 생명체에 있다.
이제 이들과 이들을 막으려고 하는 이들과의 한 판 지략 대결이 기대된다.
소설은 외계 문명뿐만이 아니라 중국의 문화대혁명 또한 심도 있게 다룬다.
SF 소설이 가지는 묘미가 이런 게 아닐까.
역사의 한 부분을 가지고 작가가 창조한 인물에 의해서 역사의 한 꼭지를 심도 있게 돌아보게 하는 힘 말이다.
'과학의 경계'라는 집단의 핵심 인물인 천체 물리학자 예원제가 문화대혁명 때 희생당한 인물의 딸이다.
해서 새로운 문명에 대한 탐구는 곧 역사의 새로운 해석과도 맞물린다.
삼체 게임으로 들어가는 장면들은 이해하기 쉽지 않지만,
곳곳에 문학적인 작가의 문장력이 책을 포기하지 않게 한다.
'인류 문명은 우주라는 황무지를 홀로 외롭게 걷는 세상 물정을 모르는 소년(소녀)이다. 어느 날 그(그녀)는 다른 이성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그녀(그)의 얼굴과 생김새는 보지 못했지만 그녀(그)가 먼 곳에 있다는 것은 알아 그녀(그)에 대한 아름다운 상상이 들불처럼 번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