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의 강 - 2012 볼로냐 라가치 상 수상작 Dear 그림책
마저리 키넌 롤링스 지음, 김영욱 옮김, 레오 딜런.다이앤 딜런 그림 / 사계절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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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기

제목의 '소.나.기'는 윤초시네 손녀와 소년의 순수한 사랑을 그린 황순원의 '소나기'가 아니다.
이 책을 보고 또 보면서 찾은 키워드 소통.나눔.기쁨의 줄임말이다.

<비밀의 강>은 소통, 나눔, 기쁨의 3중주를 환상적인 그림으로 연주한,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그림책이다.

일찌감치 올해의 그림책으로 자리매김해도 충분할 책이다.

 

먼저 필이 팍 꽂힌 '소통'의 키워드'로 살펴보자.

우리의 주인공 칼포니아는 타고난 감수성으로, 단짝 강아지 버기 호스(마치를 끄는 말'이라는 뜻)와 대화하고, 시끄러운 새들의 지저귐도 사랑의 노래로 표현할 줄 아는 소통의 시인이다.

 

내 강아지 이름은 버기 호스. 당연히 버기 호스.

"일어나, 잠꾸러기. 오늘은 왠지 특별한 일이 생길 것 같거든. 일어나봐 버기 호스."

 

아가씨 새가 "나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라고 물으면, 총각 새가 "그럼, 그럼, 물론이지."라고 답하는 것만 같았어요.

 

거울에 비친 또 하나의 칼포니아처럼 늘 함께하는 버기 호스와 잠결에도 새들의 노래를 듣고 깨어난 칼포니아는 행복하다.

 

 

어린 칼포니아는 엄마 아빠의 어려움을 알고 도움이 되고자 애쓰는 사랑스런 딸이다. 엄마 아빠는 칼포니아에게 경제불황의 어려움도 알려주고, 칼포니아가 쓴 시를 듣고는 감상과 더불어 살짝 고쳐주는 센스까지 제대로 소통할 줄 아는 가족이다.

 

"이 숲에도 불경기가 찾아들었어."

"불경기가 뭐예요?"하고 칼포니아가 아빠에게 물었어요.

"모든 게 팍팍해졌다는 뜻이지. 특히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더욱더 어려운 때가 되었단다."

"우리 집도 가난한 거예요? 가난이 뭔지 모르겠어요," 칼포니아가 되물었어요.

"우리도 가난하지. 아빠는 가난한 이웃들에게 생선을 팔며 정직하게 살아왔단다. 조만간 우리 가게도 문을 닫아야 할 것 같다. 모두 다 점점 살기가 어려워지겠지."

 

 

생선이 있다면 참말로 좋겠어.

그럼 어려운 시절도 끝이 날 텐데.

하지만 난 티끌만큼도 걱정은 안 해.

모두와 북적북적 사이좋게 지낼 수 있으니까.

 

"'모두와 북적북적 지낼 수 있으니.'는 별로구나. 어쩐지 윙윙 몰려다니는 벌들이 떠올라. 꿀벌이나 호박벌 같다고 할까?"

칼포니아는 기분이 나쁘지 않았어요. 칼포니아는 우선 마음속으로 시를 고치고 나서 다시 소리 내어 읊어 보았어요.

 

 

벌들은 모두 내 친구.

꽃들은 모두 내 꽃동무.

모두가 행복한 시간은 나도 즐거운 시간.

모두 모두가 이렇게만 계속된다면

절대 끝나지 않을 테지.

 

"이 편이 낫구나. 넌 정말 똑똑한 애야. 하지만 '영영 끝나지 않을테지'는 어떠니?"

엄마가 말했어요.

"영영 끝나지 않을 테지. 영. 영." 하고 칼포니아가 중얼거리자

"멍멍. 멍.멍."하고 버기 호스도 따라했어요.

 

 생각이 깊은 엄마의 칭찬은 칼포니아의 시적 감수성에 좋은 영향을 끼칠 듯, 사랑으로 조언하는 엄마의 진심이 느껴진다.^^ 플로리다 외딴 숲속 마을 칼포니아 가족과 버기 호스가 사는 집이라는 표현은, 버기 호스의 위치를 짐작케 한다.

 

 

칼포니아는 가족 뿐 아니라 자신과도 소통할 줄 아는 소녀다. 가게 문을 닫게 될지도 모른다는 아빠 말을 듣고 어떻게 하면 도울 수 있을까 궁리하다 물고기를 잡기로 한다. 자신이 물고기라면 특별하고 아주 예쁜 것만 물거라는 생각에 도달하고 생일잔치에 쓰고 남은 분홍 종이로 장미꽃을 만든다. 내면의 소리를 알아듣는 칼포니아는 자신과 소통하는 것이다.

 

<비밀의 강> 최고의 장면으로 꼽을만큼 압도된 물고기 3종세트, 나무에 표현된 물고기와 칼포니아 머릿속의 물고기... 환상적인 상상력에 디테일이 살아 숨쉬는 그림을 그린 레오 딜런. 다이앤 딜런 부부에게 절로 경의를 표하게 된다. 와우~~

 

 

 

칼포니아는 물고기가 많은 강을 찾기 위해 숲속 마을에서 가장 지혜로운 알버타 아주머니를 찾아가 조언을 청한다. 나이를 초월해 이웃과 친구가 되고 가르침에 귀 기울이는 것, 속으론 좀 웃기다고 생각하면서도 말하지 않는 어린아이답지 않은 진중함으로 소통할 줄 안다. 코가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 비밀의 강을 찾아나선 숲속에서 칼포니아의 모든 행동은 소통의 극치를 보여준다.

 

"비밀의 강은 멀리 있나요?"

"아무도 모른단다."
"그럼 제가 어떻게 알아볼 수 있어요?"
"너라면 대번에 그 강을 알아볼 수 있단다. 네 코끝이 가리키는 대로만 따라가려무나."
"감사합니다. 제가 물고기를 잡아서 아주머니한테도 좀 드릴게요."
"마음씨가 천사 같구나."
하지만 칼포니아는 뭔가를 찾아내기 위해 코끝이 가리키는 대로 간다는 게 한심스러웠어요.

"코는 늘 앞쪽만 가리키는데, 어디서 꺾어야 하는지 어떻게 알지?"

 

가장 먼저 깡충깡충 뛰어다니는 토끼가 눈에 들어왔지요.

칼포니아는 몸을 돌려 토끼를 봤어요.

코끝이 오른쪽을 가리켜요, 칼포니아는 코끝이 가리키는 대로 따라 걸었어요.

 

얼마쯤 지나자 파란 어치 한 마리가 우람한 참나무 가지 사이로 날아들었어요.

칼포니아는 왼쪽으로 고개를 돌려 그 파란 새를 쳐다봤어요.

이번에도 코끝이 가리키는 대로 따라갔어요.

 

눈앞에 강이 나타났어요.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강이에요.
칼포니아가 비밀의 강을 찾아낸 거에요. 칼포니아는 환호성을 질렀어요.
그리고는 삼나무 밑둥에 걸터앉아 아름답게 반짝이는 강을 바라보았어요.

"네 무릎에 앉아서 강을 봐도 괜찮겠니?"

"얘들아, 난 어려운 시절을 겪고 있는 우리 마을을 도우려고 여기 왔어.
그러니까 미안한데, 너희를 좀 잡아가도 화내지 말아 줘."

 

토끼와 파랑새의 코끝이 가리키는 방향은 칼포니아의 내면이 그들과 소통한 것이라 믿어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삼나무에게 앉아도 되느냐고 허락을 구하고, 물고기들에게 잡아가도 화내지 말아달라고 부탁하는 소녀라니.... 마음을 읽어내고 자연의 모든 생명체와 교감하는 소통의 달인이라 불러도 모자라지 않는다.

  

 

앉아도 좋다고 허락한 삼나무는 칼포니아처럼 물고기들과 인사를 나누려는 듯 한마음으로 나뭇가지 손가락을 뻗었다. 그림 작가의 섬세함에 또 다시 감동의 미소를 날리고,^^ 장미꽃 낚시를 덥석 물려는 물고기를 지켜보며 꽁알거리는 개구리 변사도 웃음을 자아내게 만든다.^^

 

 

두번째는 '나눔'의 키워드' 살펴보자.

칼포니아는 경제불황으로 인한 가족의 근심에 동참하는 것으로 고통을 나눈다.

비밀의 강에서 엄청나게 많은 메기를 잡아 돌아오는 길에 만난 배고픈 부엉이와 곰, 사나운 표범에게는 먹거리를 나눈다.

지혜로운 조언을 해준 알버타 아주머니에게는 가장 크고 좋은 메기를 드려 소득과 감사를 나눈다.

칼포니아는 어리지만 아름다운 나눔으로 더불어 사는 공동체 삶을 실현하는 사랑의 표상이다.  

  

  

 

 

칼포니아의 나눔은 엄마아빠의 삶에서 배운 듯, 아빠도 칼포니아가 잡아 온 메기를 가난한 이웃과 자연스럽게 나눈다. 돈이 없어 오랫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한 손님들에겐 먼저 메기를 먹고 기운내서 돈을 벌면 값을 가져오라며 그냥 주었다. 이웃들은 메기부터 먹고 일해서 번 돈을 가져왔고, 알버타 아주머니 가게에도 손님들이 찾아와 필요한 것들을 사갔다. 경제불황의 어려움에도 욕심내지 않는 나눔은 이웃들의 밝은 표정에서 행복이 감지된다. 세번째 '기쁨'의 키워드는 소통과 나눔에 저절로 따라오는 '기쁨'을 공유하는 것으로 '소.나.기' 3종세트가 완성된다. 칼포니아가 숲속 동물들에게 물고기를 나눠주고 돌아오는 씩씩한 발걸음에서도 기쁨의 키워드는 감지된다. 

 

    

 

 

<비밀의 강>은 '소.나.기' 뿐 아니라 많은 것들을 보여주는데, 아이들 눈높이에서 보면 더 많은 것을 발견할 수 있다.
10년의 초등 방과후 생활을 마감하던 2월 아이들에게 보여줄 마지막 선물로 <비밀의 강>을 준비했는데, 아이들은 완전 몰입으로 내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아이들은 그림작가의 섬세함보다 더 예민한 감각으로 그들만의 즐거움을 누렸다. 아이들은 처음엔 그림을 건성으로 봤는데, 숨겨진 것들을 살짝 알려줬더니 새삼스레 그림책 보는 재미를 발견하곤 최고의 장면을 꼽으며 <비밀의 강>이 제공하는 '소.나.기'에 동참했다.

 

  

  

 

 

어른이 주제에 집중하는 것보다 그림에 더 몰입하는 아이들은 칼포니아 머리에 달렸던 종이 장미꽃은 10개인데, 어떻게 잡은 물고기는 그보다 많으냐고 따졌고... 칼포니아가 잡은 물고기를 가져오다가 숲속에서 만난 동물들에게 나누어 주었는데 왜 집에 가져온 물고기 수가 줄지 않았느냐고 재차 물었다. 처음 칼포니아가 메고 오는 물고기는 16마리, 부엉이에게 1마리, 곰에게 2마리, 표범에게 3마리, 알버타 아주머니에게 1마리를 주었으니 7 마리를 뺀 9마리를 가져와야 한다는 게 아이들 계산이다. 그런데  제일 적을 때가 12마리고 마지막 장면엔 16마리를 멘 낚시대가 배치되었다고, 나누어준 쪽에 배치된 낚시대 그림이 틀렸다고 항의했다. 솔직히 어른인 나는 물고기 수까지 헤아리진 않았는데, 아이들 말을 듣고 세어봤더니 눈썰미 좋은 녀석들의 지적이 옳았다. 원작에도 그렇게 됐는지, 아니면 사계절출판사 편집 과정에서 배치가 잘못 됐는지 모르지만, 최고의 그림책이라 찬사를 아끼지 않은 <비밀의 강>에서 발견한 옥의 티가 다음엔 수정되면 좋을 듯하여 자세히 적어둔다.^^

 

 

접힌 부분 펼치기 ▼

 

25쪽 강에서 잡은 물고기는 16마리, 26쪽 부엉이에게 주기 전인데 12마리, 31쪽 곰에게 2마리 주었으니 13마리 맞다.


33쪽 표범에게 3마리 주었는데 14마리, 34쪽 집으로 돌아오는 길엔 12마리, 알버타 아주머니에게 드렸는데도 13마리


나무들의 표정이 리얼하게 살아 있는 35쪽, 부엉이와 곰과 표범에게 6마리 주고 집으로 돌아가는 칼포니아 낚시대엔 16마리가 걸려 있다. 34쪽엔 12마리 낚시대가 배치되었으니 이야기 진행으로 봐도 맞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상력의 극치를 보여주는 환상적이고 섬세한 그림은 2012년 블로냐 라가치상 수상작의 진수를 보여주기에 충분하다는 걸, 이 책을 본 독자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펼친 부분 접기 ▲

 

내가 생각하는 좋은 책이란, 단순한 독서로 끝나지 않고 꼬리에 꼬리를 물듯 다른 책을 떠오르게 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도 이 책은 좋은 책으로 추천할 만하다. 이 책을 보면서 1930년대 미국의 경제공항을 배경으로 한 <리디아의 정원>이 생각났다. 아빠의 오랜 실직과 엄마의 맞춤옷 일감도 없어 입 하나라도 덜려고 외삼촌 집으로 가게 된 리디아. 웃을 일 없는 참담한 상황이지만, 리디아는 즐겁게 빵집 일을 돕고 비밀리에 옥상정원을 꾸며 무뚝뚝한 외삼촌을 웃게 한다. 리디아와 칼포니아의 긍정적인 마인드와 가족을 생각하는 효녀다운 행동, 경제불황에도 열심히 일해서 해피엔딩이 되는 건 두 책의 공통점이다. 리디아의 정원에서는 경제공황의 시대상황을 루스벨트 대통령 액자를 배치하는 것으로 표현됐는데, 비밀의 강에서는 시대적인 상황은 알 수 없지만 가난한 살림살이와 기워입은 옷으로 경제상황을 짐작케 한다. 

 

  

 

초판은 흑인 소녀 칼포니아의 피부색 때문에 커피색 종이에 인쇄됐다는 설명에 조금 놀랐다. 하지만 초판이 나온 1955년의 미국은, 유색인종 분리정책에 맞선 로자 파크스 사건으로 흑인들의 승차거부가 촉발되었던 해가 아니던가? 흑인들은 분노했고 1년에 걸친 승차거부로 유색인종 분리정책에 종지부를 찍은 대법원 판결을 얻어낸 것이 1956년이다. 유색인종 분리정책을 소재로 한 <일어나요, 로자> <싫어요> <자유의 노래><까만 얼굴의 루비>등 줄줄이 떠올라 꼬리를 무는 독서가 됐다. 

 

 

 

무엇보다 이 책의 마무리가 절창이다.
다시 한번 비밀의 강을 찾고 싶은 칼포니아에게 들려주는 알버타 아주머니의 말과 칼포니아의 시~^^

"비밀의 강은 네 마음속에 있단다. 네가 원할 때면 언제든 그곳에 갈 수 있지, 자, 눈을 감아 보렴. 그럼 보일 테니까."

 

비밀의 강은 내 마음속에 있네.

언제든 갈 수 있는 그 강,

알버타 아주머니의 말은 모두 맞았지.

하늘에는 황금빛 물결이 너울너울 

강에는 옥빛 물살이 출렁출렁

강,강, 비밀 속에 감춰진 내가 사랑하는 강. 

 

꼭 필요하지 않으면 더 이상 욕심내지 말고 비밀의 강은 마음 속에 있다는 알버타 아주머니의 가르침은, 누구나 인생에서 자기만의 '비밀의 강' 하나쯤 간직한 삶을 꿈꾸는 소망을 품게 한다. 내 인생의 강은 어디로 흐르고 있는가? 내가 간직한 비밀의 강은 무엇이고 어디에 있을까....마음으로 헤아려 보는 것으로 '소.나.기'에 동참시키는 행복한 그림책이다.

 

 

 

3/18 붙임

이 책을 사서 처음 읽고 써 놓은 구매자평~ ^^

가족과 이웃을 생각하는 칼포니아의 사랑이야기! ˝내가 물고기라면 어떤 걸 물고 싶을까? 아주 특별한 걸 물고 싶겠지.... ˝ 사랑과 나눔, 배려의 키워드로 읽히는 환상적인 그림책! 새창으로 보기
순오기 ㅣ 2013-02-26 l 추천(1)댓글(0)

 

소.나.기 = 소통, 나눔, 기쁨처럼 제목을 뽑으면 사.나.배 = 사랑, 나눔, 배려가 되는데

소.나.기 VS 사.나.배 ========================> 의미는 다르지만 제목으론 소.나.기가 훨 낫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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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잘라 2013-03-17 2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소.나.기! 이제 [비밀의 강]하면 소나기 생각날것 같아요!
마음에 와닿는 소나기, 깔끔하고도 속 시원한 소나기, 맞고 갑니다.

순오기 2013-03-18 12:17   좋아요 0 | URL
황순원의 소나기, 비밀의 강 소나기!!
2월에 써둔 구매자평을 기억했다면 제목이 사.나.배로 바뀌었을지도 몰라요.ㅋㅋ

프레이야 2013-03-17 2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언니 페이퍼 보고 저도 오랜만에 그림책 리뷰 써보려고 사두고는 아이쿵 오늘까지였네요. 지금 쓰긴 틀렸고 전 그만 자진해서 물러나야겠어요. 언니의 리뷰에 행운이 있기를! ㅎㅎ 소.나.기 의 의미가 좋아요.

순오기 2013-03-18 12:16   좋아요 0 | URL
아아~ 리뷰대회 참여하려고 책을 샀는데 마감일을 기억 못했군요.
내가 3월 17일까지라고 제목에 썼는데.ㅠ
소.나.기는 의미도 좋고 부르기도 좋지요!^^

2013-03-17 23: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3-19 01: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크아이즈 2013-03-18 1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나기 저 말 넘흐 창조적이네요.
저도 앞으로 그림책에 관심 좀 가져야겠어요.
관심분야가 아니라 소홀했더니 무식이 통통 튀옵니다.^^*

순오기 2013-03-19 02:38   좋아요 0 | URL
제가 창조한 말은 아니어요.
그림책을 보다보면 점점 빠져들어 매니아의 길을 가게 되지요.ㅋㅋ
 
[한눈에 펼쳐보는 문화재 연표 그림책]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한눈에 펼쳐보는 문화재 연표 그림책 한눈에 펼쳐보는 그림책
이광표 지음, 이혁 그림 / 진선아이 / 2012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2주만에 기숙사에서 나온 고3 막내에게 <한눈에 펼쳐보는 문화재 연표 그림책>을 건네주었다.
엄마가 리뷰해야 하니까 보고서 소감을 말해달라고...^^

단숨에 훑어보더니 한 줄로 평가한다.

"괜찮은데, 꼭 알아야 될 것을 쉽게 설명하고 중간에 삽입된 만화는 역사공부를 지루하지 않게 하는 효과가 있어!"

우리 딸의 개인적인 평가에 더하여, 이 책의 특징을 정리한 뒤표지를 보면 장점이 확인된다.

 

선사 시대부터 대한 제국까지 우리 문화재와 역사를 연표 형식으로 정리했습니다.

이 책에서는 각 시대별 문화재뿐만 아니라 역사적 사건과 인물 등 다양한 이야기를 통해 어려운 역사와 문회재를 흥미롭게 익힐 수 있습니다. 정확한 정보와 사진으로 재미있게 구성해 평범한 문화재 감상에서 벗어나 역사의 흐름 속에서 문화재를 살펴보는 통합 학습의 좋은 길잡이가 될 것입니다.

 

 

역사공부를 좋아하는 아이들은 이미 알고 있는 것을 확인하거나, 여태 몰랐던 것을 알아가는 재미를 더할 수 있다.

5학년 윤*이는 방과후학교가 끝나고 남아서 좌르르 읽고나서 하는 말이

"너~무 많은 문화재가 들어 있어 머리가 터지는 줄 알았어요."

"단숨에 다 보니까 그렇지. 이런 책은 한꺼번에 다 보지 말고 시대별로 나눠서 천천히 봐야 좋아."
"나눠서 보면 앞에 거 까먹어서 다시 봐야 해요. 그래도 세종대왕님 덕분에 한글로 읽으니 얼마나 다행이에요!"

 

윤*이 말처럼 고학년 아이들은 이 책을 잡으면 처음부터 끝까지 좌르르 읽었다. 역사의 흐름을 따라 가니까 중간에 끊을 수 없어 기어이 다 읽고야 책을 덮게 되는 것 같다. 집에 빌려가고 싶어하는 아이에게는 기꺼이 빌려주었더니, 역사공부를 하게 돼서 좋았다고 감사의 문자를 보낸 어머니도 있었다. 큼지막한 판형이라 보기도 좋고, 박물관이나 유적답사를 통해 보았던 문화재가 나오면 '나, 이거 알아, 이거 봤어!' 하면서 볼 수 있어 더 좋을 듯... ^^

 

어린이들 반응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역사의 흐름에 따라 기술되어 문화재로 보는 한국사 공부다.
1. 선사 시대의 문화재

2. 삼국 시대의 문화재

3. 남북국 시대의 문화재

4. 고려 시대의 문화재

5. 조선 시대의 문화재

6. 근대 문화재

 

 

문화재 연표 그림책을 표방한 만큼 역사적 사건을 연대순으로 정리해서, 그 문화재가 언제 어떻게 만들어졌고 그 가치도 판단할 수 있도록 안내했다. 역사공부는 단순한 암기가 아니라 시대적 배경을 알고 역사 흐름을 이해하는 공부다.

 

 

시대별로 꼭 알아야 될 문화재를 설명하고 단원 정리하듯 <한눈에 쏙!> 페이지를 마련했다.

그 시대의 특징을 요약정리하고, 더 들여다 보기와 똑똑해지는 문화재 퀴즈로 다시 확인할 수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지리에 어두워 지도가 없으면, 지명을 듣고도 그 곳이 어디인지 가늠하기 어렵다.

그런데 이 책은 문화재를 설명하면서 지도에 표시해서 지리감각이 부족한 사람도 알기 쉽게 되어 좋다.

 

 

유네스코에 등록된 우리 문화재를 알려주는 건 기본이고, 탑과 부도의 명칭이나 지붕의 종류를 설명해주는 그림과 궁궐 약도와 문화재 위치를 안내한 그림은 독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친절한 서비스라 더욱 빛났다.

 

 

 

 

도자기에 대해서도 많은 것을 배웠다. 도기와 자기의 차이나 상감기법과 은입사 기법, 진사 청자에 대한 구별도 할 수 있게 됐으니, 나에게는 유레카였다고나 할까...^^

도기(토기)는 흙으로 빚어서 섭씨 500~800도에서 굽는 것이고, 자기는 '사기그릇'이라고도 부르는데 도기의 표면에 유약을 발라 섭씨 1300도 안팎의 고온에서 다시 구운 것이다.(22쪽)

은입사 기법은 바닥 표면에 가늘게 홈을 파서 원하는 문양을 만들고 거기에 은실을 두드려 박아 무늬를 표현하는 방식이다.(23쪽)

진사(辰砂)는 붉은 색 안료를 말하는데, 진사 안료를 무늬 장식에 사용했기 때문에 '진사 청자'라고 부른다.(24쪽) 

 

 

 

나는 이 책에 나온 우리 문화재를 '누가 소장했는가' 특별히 눈여겨 보았다.

국립중앙박물관이나 서울대학교 규장각, 일부 대학박물관이 소장한 것도 있지만, 프랑스나 일본 등 외국에서 갖고 있는 우리 문화재는 사실 갈취당한 것인데 돌려받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미래의 인재들이 뛰어난 외교력을 발휘해 찾아올 순 없을까, 혹은  간송 전형필 선생처럼 사재를 털어서라도 문화재를 되찾는 일에 나서는 재벌은 없을까 희망을 가져본다. 이 책에 수록된 '삼성미술관 라움' 소장의 문화재도 많은데 '간송미술관'처럼 정기적으로 무료개방하여 국민에게 봉사하는 '오블레스 노블리주' 기대해본다.

 

 

 

 

 

옥의 티... 23쪽 활자인쇄를 설명하는 아래에 '어떤 내용(의) 책이든 손쉽게~' 38쪽 위 명동성당(에)서~ ㅠ

2쇄를 찍을 때는 교정해서 나오리라 믿는다.^^ (교정쇄가 나오면 '옥의 티'는 삭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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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3-02-26 07: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몸상태가 비몽사몽으로 작성한 건데... 스스로 댓글이라도 달아줘야지.
수고했어~~~~ 순오기!^^

프레이야 2013-02-26 0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정말 수고하셨어요!! 몸도 안 좋은 상태로 숙제하셨군요.^^
이렇게나 꼼꼼히 말에요. 초등아이들과 수업하던 때와는 달리 이제는 어린이책에 관심이 덜 가서
그만 놓쳤지 뭐에요.^^ 오기언니 오늘도 홧팅!입니다^^

순오기 2013-02-26 20:32   좋아요 0 | URL
숙제를 하루 지나서 했어요.ㅜㅜ

러브캣 2013-02-26 1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보았습니다~

순오기 2013-02-26 20:32   좋아요 0 | URL
파트장님!^^

엄마콩 2013-03-03 1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순오기 2013-03-03 10:46   좋아요 0 | URL
무엇을 축하하는 건가? 알아봤더니...
신평가단 좋은 리뷰로 선정되었네요~ 축하 고맙습니다~ ^^
 
[평강공주와 바보온달]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평강공주와 바보 온달 비룡소 전래동화 24
성석제 글, 김세현 그림 / 비룡소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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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달과 평강공주 이야기는 어른아이 모두가 익히 아는 이야기다.
그럼에도 여러 버전으로 나오는 것은 옛날이야기로 끝나지 않고
현대에도 변주되어 만날 수 있는 이야기의 생명성 때문이 아닐까?
더구나 '준치가시, 엄마 까투리, 청구회의 추억'에서 만난
독특한 그림으로 각인된 김세현 화가의 솜씨는 품격을 더했고...

평강공주와 바보 온달, 바보 온달과 평강공주

제목으로 누구를 먼저 쓰는가에 따라 비중과 관점이 다르겠으나
이 책은 평강공주를 앞세웠어도 이야기는 온달로 시작한다.

이 책은 온달을 고구려 평원왕 때 평양에 살았다고 써 있는데
<박수근의 바보 온달>에서는 평강왕의 딸 평강공주라 나온다.
한 책만 무심히 읽을 때는 몰랐는데 이 책을 다시 보면서
'왜, 왕 이름이 다르지? 누가 잘못 쓴 건가?'의문이 생겼다.

우리집에 오래된 <소년소녀 한국문학 고전편> 삼국사기 본기와 열전을 찾아보니
"평원왕은 평강상호왕이라고도 불렸다"고 기록되었다.
'아하~ 내가 무식했구나!' 고백할 수 밖에...

고구려 평원왕(평강왕)시대 우리의 주인공은 온달이다.
성석제 작가의 입말로 그려낸 온달의 모습은
보통 사람들보다 머리 하나만큼은 커서 멀리서도 잘 보이고,
입은 옷은 다 떨어져서 구멍으로 바람이 술술 지나다니고,
얼굴에는 땟국물이 줄줄 흘렀고 머리털은 마구 흐트러져 새들이 집을 지으려고 앉았다 가곤 했단다.
화가는 묘사에 걸맞게 온달의 머리와 몸에 달라붙은 새들을 친구로 그려냈다.
새집머리 온달과 절친 새들은 늘 같이 나와서 눈썰미 좋은 독자를 웃게 만든다.

줄거리는 익히 아는 바와 같이 어려서 평강공주가 울 때마다
'바보 온달에게 시집보낸다'고 했던 아버지의 말씀대로
열여섯 이 된 평강공주가 온달에게 시집가겠다 고집해서 궁궐에서 쫒겨난다.
공주는 신분이 맞지 않아 절대 그럴 수 없다는 온달 어머니를 설득해 혼인을 한다.
땟국이 줄줄 흐르던 온달은 각시를 잘 만나 때를 벗으니 늠름한 장부가 되었다.

공주는 가지고 온 금팔찌를 팔아 새집을 짓고 살림과 농사 지을 논밭도 장만했다.
고구려 시대에도 여자들은 결혼지참금을 가져갔다는 얘기인가?
어쨋든 지혜로운 공주는 온달에게 말타기와 글을 가르쳐 제몫을 감당할 장군감으로 키웠다.
예나 지금이나 부인말을 잘 들으면 앞길이 열리고 성공적인 인생을 살게 되는군.^^

고구려 벽화의 느낌을 살려낸 장면들은 그림책 보는 재미를 더한다.
화가는 한지 콜라주 기법과 채색 기법으로 힘 있고 아기자기한 화면을 만들었다고 하는데
고학년 어린이들은 고구려 벽화와 물감으로 찍어 낸 표현기법도 알아보았다.

실력을 갈고 닦은 온달은 사냥대회에서 으뜸을 차지해 임금의 눈에 띄었다.
왕은, 바보 온달이 몰라보게 달라졌음을 치하하고...

왕의 칭찬에 고무된 온달, 북쪽 나라가 고구려로 쳐들어왔을 때 용감하게 전쟁터로 향했다.
전쟁은 승자와 패자가 갈리지만, 양편 모두 병사들이 목숨을 바친다.
화가는 전쟁의 참혹함을 검은색으로만 표현해 더욱 비장함을 느끼게 된다.

전쟁에 승리한 왕은 온달은 자랑스러운 사위로 인정하고 멋진 혼례를 치른다.
아버지와 딸의 화해와 용서가 먼저 이루어졌고...

평원왕이 세상을 떠나고 공주의 오빠가 왕(영양왕)이 되었다.
온달은 신라에 빼앗긴 땅을 찾기 위해 전장으로 나가며
빼앗긴 땅을 고구려 땅으로 만들지 못하면 살아서 돌아오지 않겠다 다짐하고...

온달은 신라군의 화살에 맞아 쓰러졌다.
온달의 시신을 넣은 관은 땅에서 떨어지지 않았고,
소식을 듣고 달려온 공주가 관을 어루만지며 집으로 돌아가자 하니 비로소 움직였다.
온잘의 장례를 치르는 날 온 나라 사람들이 행렬을 따르며 슬퍼했다.
온달의 이름은 고구려 뿐 아니라 후세에게는 신분을 초월한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로 전한다.

표지를 들추면 앞뒤 속지에는 깨알같이 풀어 쓴 이야기가 나와 편집자의 센스도 엿보인다.

남자아이나 여자아이든 구별없이 <평강공주와 바보 온달> 그림책을 즐겨보았다.
남자아이들은 온달이 대단하다 말하고, 여자아이들은 평강공주가 훌륭하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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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아이즈 2013-02-24 1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단한 순오기 언냐, 언제 벌써 훌훌 털고 일어나 이렇게 알찬 리뷰까지 올리실까요.
전 아직도 만남에 취해 헤롱헤롱인데, 순 오기로 버티시는 건 아니지요? ㅋ

순오기 2013-02-26 07:08   좋아요 0 | URL
게으름 부르다 마감날이라 부랴부랴~ ^^
'순 오기'도 체력이 소진되었는지 다운됐어요.ㅠ

러브캣 2013-02-24 1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보았습니다~

순오기 2013-02-26 07:08   좋아요 0 | URL
파트장님~ ^^

수퍼남매맘 2013-02-24 1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 평원왕과 평강왕이 동일인이었군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몸은 좀 어떠세요? 빨리 쾌차하시길 바랍니다.

순오기 2013-02-26 07:09   좋아요 0 | URL
삼국사기 본기에 '평원왕은 평강상호왕이라고도 불렸다'라고 나왔더군요.^^

라로 2013-02-24 2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 평원왕과 평강왕이 동일인이었군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평강공주가 영양왕의 동생이었군요!!
예전 역사를 배울 때 영양왕이 쉽게 외어졌더랬거든요,,ㅎㅎㅎㅎ
정말 많이 힘드셨나봐요!! 광주에서 청주까지 왕복 버스는 좀 힘든 여행이죠!!ㅜㅜ
어여 쾌차하시길요~~~~.

순오기 2013-02-26 07:10   좋아요 0 | URL
나에게도 영양왕은 귀에 익었지요.^^
청주 나들이가 힘든게 아니라 여러가지 정신적인 피로감이 충만했이요.ㅠ

희망찬샘 2013-02-25 07: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멋진 그림책이네요. 평강왕의 딸 평강공주~ 저도 그 책을 읽은 기억이 나네요. 순오기님 덕분에 또 좋은 정보를 얻었습니다.

순오기 2013-02-26 07:11   좋아요 0 | URL
평강왕의 딸 평강공주~~~ 나도 그냥 무심히 봤더랬지요.^^

순오기 2013-02-25 08: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평원왕과 평강왕~ 저만 모르는 게 아니었나 봅니다.^^
댓글로 힘주시는 이웃님들 고맙습니다~!!

프레이야 2013-02-26 0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자아이들은 온달을 여자아이들은 평강공주를 손들어 줬군요.
재미있어요. ㅎㅎㅎ 추천!

순오기 2013-02-26 23:58   좋아요 0 | URL
여자 남자라는 이유만으로 편들어주기도 했겠지요.^^
 
날마다 멋진 하루 가로세로그림책 3
신시아 라일런트 글, 니키 매클루어 그림, 조경선 옮김 / 초록개구리 / 2012년 10월
절판


날마다 멋진 하루를 보낸다면 즐겁고 행복하겠지!^^
표지의 깃털과 속지의 갓털은 잡을 수 없는 시간의 은유일까?
깃털이 하늘을 나는 새들에게 주신 선물이라면
오늘이라는 시간은 우리에게 주어진 최고의 선물이다.

보통 민들레 홀씨라고 부르는 갓털은
엄마 품을 떠난 여행으로 새로운 생명을 만들어낸다.
모험 끝에 다다른 땅 깊숙이 뿌리를 내려 꽃을 피우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시간의 흐름은 해님이 알려준다.
주어진 하루,
해가 떠서 질 때까지 사람들은 시간을 어떻게 보낼까...

볼이 통통한 아이는 혼자서 시간을 보내지 않는다.
곁에는 암닭도 있고 다람쥐도 있다.
아이의 하루는 운동화 끈을 질끈 동여매면서 시작된다.
씨앗을 심을 수도 있고, 다람쥐와 암탉과 심심지 않게 놀 수도 있다.

해 뜨는 것에서 해 지는 것까지 볼 수 있는 시간
아이의 하루는 엄마와 함께 시작한다.
배경은 하늘색과 노란색 바탕을 교대로 보여준다.
독자가 숨은 그림 찾기 놀이를 즐기라고 곳곳에 무언가를 숨겨두었다.^^

채소밭을 가꾸는지 곡괭이와 삽을 들고 물을 주는 아이와
그 곁에는 빨래를 너는 어른이 둘이나 된다. 아이를 혼자 두지 말라는 듯.
커다란 완두콩이 주렁주렁 매달려 수고의 보람도 감지할 수 잇다.

다 잘 될 거라는 희망을 새싹에서 발견한다.
선택과 집중, 아이의 얼굴은 보이지 않지만 진지함이 느껴진다.
부분을 확대해서 보여주는 이런 방식을 나는 특별히 좋아한다.^^

속지에서 보여준 갓털은 어느새 민들레 꽃을 피웠다.
풀잎 사이에 암탉은 알을 낳았고,
다람쥐는 알을 호시탐탐 노리는지 파수꾼이 되어 지키는 건지...^^

달걀을 들고 달려오던 아이는 떨어뜨려 깨뜨렸지만...
실수를 다정하게 다독여주는 것도 하루가 주는 선물이다.


후후~~ 후우~
민들레 갓털을 불어 소원을 날려보내며 시작한 하루는
집으로 돌아가 엄마 품에 안길 수 있어 더 멋진 날이다.
아이를 보호하고 보듬어 줄 수 있는 가정은 그 무엇보다도 소중하다.

학교에 온 아이들은 책을 읽거나 공부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이 제일 행복할 테고...

새와 나무와 살아 숨 쉬는 모든 것들은 하루를 기대한다.
'오늘 어떤 일을 할까?'
'오늘 나에게 어떤 일이 찾아올까?'
아침을 성실하게 보내고
점심을 정직하게 보내면
저녁이 소곤대며 찾아와
달빛을 환하게 비춰 줄 거에요.

한 편의 시처럼 아름다운 구절이다.
빨리빨리를 외치며 분주하게 지내는 우리들이 생각해 볼 말씀이다.

하루 한순간 모든 게 뒤바뀔 수도 있다.
갑자기 쏟아지는 비가 대문을 두드리면
밖에 나가 비와 함께 춤추며 놀아도 좋다.
모든 걸 계획대로 하면서 살 수는 없다.
인생엔 항상 예외도 종종 있으니까.

어제는 먼바다로 떠나가 버렸고,
내일은 아직도 잠들어 있다.
우리가 살아갈 하루는 언제나 오늘이다
우리가 간직할 하루도 언제나 오늘이다.
넓고 넓은 우주에서
빙글빙글 지구가 돌아.
오늘은 곧 지나가고
다시는 못 돌아온다.
그러니 최선을 다해 오늘 하루를 멋지게 보내자.
오늘 하루를 우리 스스로 가득 채워보자
멋진 하루가 또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문장을 음미하며 소리내어 읽어보아도 좋다.
오늘 하루 나는 무엇을 할 것인지 헤아려보아도 좋다.
좋은 계획을 세워보는 시간의 여유로움과 평화를 사치처럼 누려보자.

이 멋진 그림책은
검정 종이에다 밑그림을 그린 다음 공작용 칼로 선을 따라 오려내서
커다란 종이 한 장으로 한 장면 전체를 표현한 놀라운 그림이다.
그림이 중간중간 끊어지지 않게 오리다가 실수를 해도
밑그림을 다시 그리지 않고 원래 계획을 조금씩 바꿔서 표현했다고 한다.
지나온 시간은 되돌릴 수 없지만 앞으로의 일은 바꿔 나갈 수 있으니까.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을 헛되이 보내고 나면 되돌릴 수 없지만
앞으로 살아가야 할 시간은 알차고 소중하게 쓰는 지혜가 필요하다.
시간의 소중함, 하루를 알차게 보내는 지혜를 알려주는 멋진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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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3-01-15 1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지는 자본금과도 같은 것.
하지만 쓰는 사람에 따라 시간의 의미가 달라지겠지요.
순오기 님처럼 저도 시간을 알차게 보내도록 노력할 꼬예요. ^^

순오기 2013-01-15 19:03   좋아요 0 | URL
공평하게 주어지는 자본금~ 이거 참 근사한 표현이네요.^^
저도 어영부영 허비하는 시간 많아요.ㅜㅠ

수퍼남매맘 2013-01-15 2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그림책 궁금했었는데 잘 봤습니다.
표현기법이 독특하네요.
애들과 한 번 시도해 보고 싶어요.

순오기 2013-01-17 12:37   좋아요 0 | URL
독특한 그림 기법도 마음에 들었어요.^^

같은하늘 2013-01-17 0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찜하고 있었는데 오기언니 덕분에 구경 잘하고 가요~~ㅎㅎ

순오기 2013-01-17 12:38   좋아요 0 | URL
저는 탐나는 그림책은 꼭 사게 돼요. 나를 위해서~^^

꿈꾸는섬 2013-01-18 15: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정말 탐나는 그림책이에요.^^

순오기 2013-01-19 10:18   좋아요 0 | URL
아이들보단 어른들이 더 좋아할 듯해요.^^

자하(紫霞) 2013-01-19 2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린 것 같지 않아서 판화인가 했는데 오리기였군요.
작가가 서양인인데 동양적인 분위기인 것 같고요.
도서관에 있는지 봐야겠어요~
없으면 희망도서로 신청하고요.ㅋ

순오기 2013-01-28 05:53   좋아요 0 | URL
오리기로 표현한 그림이 신선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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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비단길로 간다 푸른숲 역사 동화 6
이현 지음, 백대승 그림, 전국초등사회교과 모임 감수 / 푸른숲주니어 / 2012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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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숲 역사동화 시리즈는 참 좋다. 역사와 문학의 만남으로 동화의 참맛을 만끽하게 된다. 특히 열너댓 살의 등장인물들이 어쩜 그리 당차고 야무진지, 요즘엔 부모가 자녀를 너무 나약하게 키우는 거 아닌가 급반성하게 된다. 내가 클때만 해도 6학년이 되면 촌에서도 혼자 기차를 태워 친척을 찾아가는 통과의례를 거쳐야 비로소 나이값을 인정해줬다. 촌놈의 상경기는 오랫동안 영웅담처럼 부풀려져서 어린 나를 달뜨게 했는데, 유감스럽게도 인천으로 이사하는 바람에 그 맛을 보지 못했다.

 

발해의 상경에서 금씨 상단의 외동딸로 곱게 자란 홍라는 열네 살이다. 요즘 말로 세상을 다 아는 것처럼 잘난체 하는 '중2병'의 나이다. 홍라는 어머니를 따라 일본교역길에 나섰다가 풍랑으로 어머니를 잃고 상단을 지키고 일으켜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떠맡게 된다. 열네 살이 빚더미를 떠안은 상단을 지키기 위해 장삿길에 나서는 건 보통 일이 아니다. 비록 호위무사 친샤와 별자리를 볼 줄 아는 열일곱 살 월보가 곁에서 돕는다 해도... 일본과 신라, 거란과 당나라 뿐 아니라 서역과 활발한 국제무역의 중심지였던 발해의 상단을 따라 교역로를 더듬어가는 여정은 만만찮다. 빚을 독촉하는 섭씨 아들 말갈 소년 쥬신타와 신라소년 비녕자가 함께가는 길이지만 물길과 수천리 육로를 달리는 건 막막하다. 더구나 시일이 촉박한 사장시 아들의 결혼식에 쓸 비단 5백필을 책임져야 하는 상황에서는... 열네 살 홍라, 두 살 위의 쥬신타, 열일 곱 살의 월보와 더 어린 비녕자 등 십대의 이들이 헤쳐가야 할 길은 까마득하다. 그럼에도 씩씩하게 나아가는 그들을 따라가려면, 책 뒤에 나온 교역로를 먼저 살펴봐야 홍라의 비단길을 헤아릴 수 있다.

 

 

홍라는 고구려의 후예인 어머니 금기옥과 흑수 말갈 최고의 궁수인 아골타를 아버지로 둔 다문화가족이다. 당시에도 국제결혼이 있었고, 발해와 말갈은 말이 달랐지만 뜻을 통함에는 그리 어렵지 않았던 듯하다. 신라 또한 발해와 말갈인들과 소통함에는 통역이 있기는 했지만 그들은 통역을 세우지 않아도 웬만한 의사소통은 할 수 있었던 듯하다. 아버지와의 만남으로 자신을 의탁할 수도 있었지만, 홍라는 무엇을 위해 상단을 지키고 일으키려는지 자신의 길이 어디에 있는지 아버지의 물음에 명확하게 답하지 못한다. 자신이 가야할 길을 따라 온갖 역경과 우여곡절을 거쳐 솔빈을 거쳐 등주에 이르고 청해진에서 장보고의 죽음으로 혼란한 틈에 위기에 처한다. 역사적 사실과 상단의 흥정과 협상은 위태로우면서도 흥미롭게 전개된다.

 

백대승 화가의 삽화는 이야기 전개와 복선을 짐작케하며 화려하고 멋진 분위기를 연출한다. 동화에서의 삽화는 비중있는 역할을 맡은 등장인물에 비길만큼 매력적이다.

 

  

  


역사적 기록이 많지 않은 발해는 잃어버린 우리민족의 역사다. 비록 중국이나 이웃나라의 기록에 의지해서라도 중국의 동북공정에 맞서 우리 역사를 바로 세워야 할 것이다. 서태지의 '발해를 꿈꾸며' 노래를 듣고 자란 세대는 오늘도 발해를 꿈꾼다. 이 책을 읽은 어린 독자들은 '돈이 최고'가 된 세상에서 자기 인생의 비단길을 찾은 홍라처럼 깨달음을 얻게 될 것이다. 제 아무리 잘나고 똑똑한 사람이라도 함께 하는 이들의 수고와 도움이 없다면 힘을 쓸 수 없다는 것을... 나를 돕기 위해 다른 사람들의 소중한 그 무엇을 희생시키는 것이 결코 당연하지 않다는 것을... 친샤와 월보와 쥬신타와 비녕자에게도 그들의 길이 있음을... 홍라가 마음을 비우고 자기 짐을 내려놓고 나서, 스스로 어떤 길을 가야할지 깨달은 것처럼...

 

우리가 동화에서 흔히 발견하는 어려움도 척척 헤쳐나가 성공에 이르는 비현실적인 결말을 내세우지 않는다. 또한 등장인물이 영웅처럼 무엇이나 해결하지 못한 채 속수무책이라 오히려 설득력이 있다. 내 인생의 비단길을 찾기까지 고통과 대가를 치뤄야 한다는 것도 이해된다. 자신이 가야할 길을 찾은 쥬신타와 월보와 비녕자, 친샤와 홍라처럼, 우리도 나아갈 길을 꿋꿋이 찾아나가자.

 

발해의 역사와 금씨상단 홍라의 삶과 교역의 어려움을 잘 버무려낸 수준높은 동화로 초등 고학년 이상 일독을 권한다.
발해 소녀 홍라가 살았던 그때 발해와 세계에선 어떤 일이 있었는지, 이 책을 읽고 깊이 있는 역사공부를 시작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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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퍼남매맘 2013-01-11 0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십자가를 한 불상이 참 인상적이었어요.
푸른숲주니어의 역사동화시리즈 정말 좋아요.

순오기 2013-01-11 10:39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불상에 십자가를 새겼다니 놀랐어요.^^

러브캣 2013-01-24 06: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