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회 알라딘리뷰대회~ 순오기 대박이요!
마지막 강의
랜디 포시.제프리 재슬로 지음, 심은우 옮김 / 살림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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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생으로 나와 동갑내기인 이 남자, 랜디 포시(Randy Pausch). 그는 카네기멜론대학에서 ‘인간과 컴퓨터의 상호관계’와 ‘디자인’을 강의하는 컴퓨터공학 교수였다. 예쁘고 지혜로운 아내 재이와 아들 둘과 딸 하나를 둔 가장이었다. 그는 마흔 여섯인 2006년 9월에 췌장암 판정을 받았고, 자기의 죽음을 앞둔 마흔 일곱 2007년 9월 18일 마지막 강의를 했다. 그리고 2008년 7월 25일 세상을 떠났다.  

그는 가고 없지만 올해가 가기 전, 나는 이 책을 꼭 읽어야겠다고 맘 먹었다. 한해를 마무리하고 새해 다짐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죽음을 앞두고 그의 열정을 다 쏟아부은 마지막 강의를 기록한 이 책은 즐겁고 유쾌하다. 많은 이들에게 잘난척 한다고 지적받은 그였으나 정말 잘난 사람임에 틀림없다. 시한부 인생을 살면서도 오늘 행복하기를 선택하고 실천한 사람이 그리 흔치는 않을 테니까. 부모의 좋은 교육으로 낙천적이고 긍정적이었던 그는 죽을때까지 열정적으로 살았다. 자신이 교통사고나 심장마비로 죽었다면 남은 가족을 위한 삶을 준비할 수도 없었기에, 암을 행운이라고 받아들인 이 남자의 가족 사랑에 끝내 울고 말았다.  

세상에 올때는 순서대로 왔지만, 떠남에는 순서가 없다. 어느날, 내게 닥치면 거부하지 못하고 가야 하는게 우리네 인생이다. 엄마보다 하루 먼저 이 책을 읽은 큰딸이, 건강검진 결과를 기다리는 내게 조심스러워하면서 물었다.
 "엄마가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으면 어떻게 할 것 같아?" 
 "음, 우선은 한동안 공황상태에 빠질테고, 다음엔 밀려 있는 일들을 정리하겠지. 그 다음엔 여행을 할 것 같다. 원주 토지문학관과 중학교 국어책에 나왔던 홍도가 제일 가고 싶은 곳이야. 너랑 제주올레도 가면 좋겠고... "   

사실 누구에게나 닥치는 죽음인데 우리는 별로 준비하지 않는다. 마치 나와는 상관없는 일처럼. 하지만 이 책을 읽고는 죽음 자체보다 죽음이 닥치기 전 내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지, 내게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지 생각하게 되었다. 내가 어린시절 가졌던 꿈을 포기하지 않고 지금 이 나이에도 이룰 수 있을거란 희망을 갖게 된 것도 랜디 포시의 영향이다.  

랜디 포시는 자기 삶에 최선을 다했고 행복한 인생을 살았다. '마지막 강의'에 올인하기 보다 남은 시간은 가족과 함께 해야 한다는 아내에게, 마지막 강의가 자신의 현재를 보여줄 뿐 아니라 아이들을 위한 것이라고 설득했다. 어린 아이들이 아버지를 기억할 수 있도록 자기 삶을 통틀어 무엇을 전할 것인지에 몰입했다. 그는 어린시절 큰꿈을 가졌고 장벽을 만나면 넘어서려 노력했다. 물론 부모님과 스승들에게 조언을 구했고, 사람들과의 좋은 관계를 위해서도 때론 협상하거나 불평하지 않고 노력했다.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 주었고 모두에게 장점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그는 학생들에게 스스로를 판단하는 법을 가르쳐 주었고, 가장 좋은 교육은 자기 성찰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그는 학생들에게 그런 도움을 주는 교수였다.

그는 마지막 강의 끝자락에 말한다. "이 강의는 어떻게 당신의 꿈을 달성하느냐에 관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당신의 인생을 이끌어 갈 것이냐에 관한 것이다."라고. 그리고 두번째 헤드 페이크(숨겨진 목표)를 찾았느냐고 묻는다. "오늘 강의는 여기 모인 사람들을 위한 것만이 아니고, 내 아이들에게 남기는 것" 이라고 말한다. 강의 마지막 슬라이드는 여섯 살, 네 살인 두 아들과 18개월의 딸을 안고 있는 사진이다. 바로 이 사진과 마지막 강의 동영상을 올린다.  

 

나는 지금 세 아이의 엄마지만, 어린시절엔 부모의 경제적 빈곤이 원망스러웠고 바꿀수만 있다면 부모를 바꾸고 싶다는 철없는 생각도 했었다. 지금 우리 아이들이 나같은 생각을 한대도 어쩔 수없는 일이다. 그래도 내가 성장해서 가정을 이루는 걸 보고 가신 아버지와 살아계신 엄마가 고맙다. 그리고 나도 우리 아이들의 성장기를 지켜보며 살 수 있는 지금, 최고의 행복을 누리고 있음에 감사한다. 

랜디 포시는 "내 아이들은 이제 아버지가 없으므로 이것도, 저것도, 그것도 못 해보겠구나......" 라는 생각이 마음을 흔들었다고 고백한다. 그래서 그는 살아있는 동안 아이들이 기억할 추억을 만들려고 노력했다. 또한 부모의 임무란, "아이들이 일생 동안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그 꿈을 열정적으로 좇을 수 있도록 격려해주는 것"라고 말한다. 그래서 자기 아이들에겐 "너희들이 되고 싶은 것이면 그게 무엇이든, 바로 그것을 이루기 바란다"고 말한다. 그는 자녀들의 삶을 지켜보지 못하기에 마지막 강의를 통해, 아버지가 어떤 사람이었고 무슨 일을 했으며, 어떻게 살았는지를 보여주고 싶어했다. 그는 자신이 아이들을 얼마나 사랑했고, 함께 살기 위해 병과 싸웠음을 기억해주기 원했다. 두 아들 딜런과 로건의 성격에 맞게 놀아주고 그들의 특성을 존중했으며, 클로이에게는 처음으로 사랑에 빠진 남자가 아빠였다는 고백으로 내 눈물샘을 자극했다. 그는 아이들이 어떤 길을 선택하든 아빠가 그들과 같이 있는 것처럼 느끼기를 소망했다.

이 책이 혹자에겐 올해 최고의 책이거나, 내 인생의 책이 될 수도 있겠다. 랜디 포시가 들려주는 인생철학을 자기 삶에 적용하여 멋진 인생을 펼치고, 자기 인생을 진지하게 돌아볼 독자도 있을 것이다. 나는, 자기 인생을 성공적으로 산 사람이라도 자녀들이 잘못 된다면, 결코 그의 인생이 100% 성공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 맥락에서 랜디 포시의 마지막 강의도, 자신은 성공적인 인생을 행복하게 살고 가지만, 그의 아내와 세 아이들의 미래도 멋지게 펼쳐 행복하기 바라는 절절한 마음을 공감할 수 있었다.

자~ 인생은 길지 않다. 시간을 낭비하고 아웅다웅 싸우기엔 너무 아깝다는 사실을, 우리는 어리석어서 기어이 그 과정을 겪어봐야 안다는 것이 문제다. 동갑내기 이 남자가 죽음을 받아들이기까지 힘든 시간을 겪어냈음을 안다. 자다가도 깨어나 아내와 같이 울었고, 마지막 강의에서 아내의 생일을 축하하면서 격정적인 입맞춤에 그의 아내가 "제발 죽지 말아요." 속삭일 때 나는 울었다. 이제 남겨진 그의 부인과 아이들은 그와 함께 했던 모든 것들을 추억하면서 씩씩하게 살아갈 거라 믿는다. 랜디 포시가 죽음앞에서 긍정적으로 살아간 것처럼 우리는 흉내라도 내봐야 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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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송이 2008-12-29 0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리뷰 좋은데요.^^
이 책 요즘 인기가 많더군요. 읽고 있는 분들을 여럿 보았답니다.
"내 아이들은 이제 아버지가 없으므로 이것도, 저것도, 그것도 못 해보겠구나......"
리뷰만 봐도 마음이 짠합니다.ㅠ.ㅠ

순오기님~~~ 잘 지내고 계시죠? 항상 건강하세요.^.~
전 여전히 바쁘지만, 한 이삼일 쉬면서 밀린 일 좀 하려고요.^^;;;

순오기 2008-12-30 15:57   좋아요 0 | URL
쓰다보니 너무 길어졌어요. 어디 잘라내던지 줄이던지 해야될 듯...
어제 어머니독서회에서 이 책 소개했더니 새해 첫 토론도서로 정해졌어요.
한번 보면 좋을 듯...
어른들은 많이 좋아지셨나요?
저야 여전합니다~~~ 밀린 서평이 좀 있어서 그렇죠.^^

하늘바람 2008-12-31 19: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동영상까지 올리셨네요. 대단하셔요

순오기 2008-12-31 20:30   좋아요 0 | URL
동영상은 조금 나오지만 마지막 강의 분위기는 충분히 알 수 있지요.
동영상 보고 책을 읽으니 손에 잡힐 듯했어요.^^

희망찬샘 2009-01-03 06: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관심 가는 책이네요. 기회가 되면, 아니 기회를 만들어 읽어 보아야겠어요.

순오기 2009-01-03 22:10   좋아요 0 | URL
기회를 만들어 꼭 읽어보셔요~

아영엄마 2009-01-21 2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순오기님!! 리뷰 대회 종합 일등 하셨어요. 감축드립니다~~~~
[어린이/유아]에서도 이등하시구요. 책별로도 님 성함이 군데 군데 보이는 것 같은데요~. 정초부터 대박나셨으니 올 한해도 무지 무지 행복하실 듯 합니다.

혹시 모르실까봐... 요기로 가시면 확인가능합니다.

http://blog.aladdin.co.kr/eventWinner

순오기 2009-01-22 18:52   좋아요 0 | URL
아영엄마님, 어제 세실님이 문자로 알려줘서 알았어요.
제 서재에 대박 페이퍼도 올렸어요. 소식도 전해주시고 축하도 고맙습니다!^^

마노아 2009-01-21 2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기어이 울고 말았어요. 언제나 나를 감동시키는 순오기님! 순오기님 따라 이 책을 산 게 다행이에요. 저도 곧 만날게요. 그리고 대회 1등 하신 것 진짜 축하해요! 그 열정에 이렇게 보상이 따라오나봐요. 정말 잘 되었어요! (>_<)

순오기 2009-01-22 18:53   좋아요 0 | URL
고마워요~~ 어여 마지막 강의 만나보세요.^^
마지막 강의로 이미지와 서재멘트를 올려두고 있었는데 마치 운명처럼~ 1등을 먹었어요.^^

마늘빵 2009-01-21 2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축하해요!! 순오기님 1등 타셨어요.

순오기 2009-01-22 18:54   좋아요 0 | URL
아~ 여기에도 축하 댓글을 남기셨군요. 고맙습니다~^^

동생 2009-01-22 1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누나~ㅁ 축하합니다.

순오기 2009-01-22 18:54   좋아요 0 | URL
동상~ 고마워! 3월에나 봐야 할까? ^^
 
[사진리뷰] 앤서니 브라운 그림책 리뷰를 올려주세요~ 5분께 2만원 적립금을 드립니다.
고릴라 비룡소의 그림동화 50
앤서니 브라운 글 그림, 장은수 옮김 / 비룡소 / 199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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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릴라'로 판매량 순위 상품 검색하면 첫번째로 뜨는 책인데, 앤서니 브라운 매니아라면 빼놓지 않고 봤을 책이다. 앤서니 브라운은 1983년에 '고릴라'로, 1992년에 '동물원'으로 케이트 그린 어웨이 상을 받았다. 케이트 그린 어웨이 상은 영국에서 한 해 동안 가장 훌륭한 그림책을 그린 일러스트레이터가 받는 상이라 하니, 앤서니 브라운의 진가를 25년 전에 알아봤다는 얘기다. 우린 1998년에 출판된 '고릴라'를 만났고, 10년 세월동안 줄곧 변한없이 사랑받은 책이다. 이후에 줄줄이 나온 앤서니 브라운의 책들은 매니아를 감동시키기에 충분했고, 독자들은 그에게 변함없는 애정을 바친다. 

앤서니 브라운의 그림책이 사랑받는 이유가 뭘까? 누구나 공감하겠지만 첫번째 그의 매력은 숨은 그림찾기에 있다. 나오는 책마다 독자에게 서비스 하듯 무언가를 꼭꼭 숨겨두는 그의 기발함에 환호성을 지르게 된다. 액자속에 혹은 배경의 구석이나 생각도 못한 생활도구에 숨겨, 볼때마다 하나씩 새록새록 발견하는 독자의 기쁨을 저버리지 않는다. 이미 그도 짐작하겠지만 어린이나 어른들이 숨은 그림찾기에 열광한다는 걸 모르진 않겠죠?^^ 

두번째 이유는,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다는 것 아닐까? 파괴된 가정이 아니라 행복한 가정을 위해 사랑을 전달하는 것이다. 고릴라에서도 딸의 이야기를 들어주거나 다정하게 대해줄 여유가 없는 아빠를 등장시켜 우리네 가정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하지만 예리한 송곳으로 찔림 받는 것으로 끝내지 않고 화목한 가정을 위한 멋진 마무리로 독자를 행복하게 한다. 독자를 위로하고 행복하게 한다면 분명 좋은 책임에 틀림없다. 그도 행복한 가정에서 자라지 않았다는데, 행복한 가족 이야기를 그리면서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고 위로 받는 것이라 짐작해본다. 

고릴라의 한나 아빠는 우리 남편의 모습이고 우리네 아빠들의 모습이다. 그래서 편치않지만 공감이 가는 독자들이 많을 것이다. 자~ 우리집에 펼쳐지는 풍경화를 책 속에서 만나보자. 너무나 익숙한 그림이 아닐런지... ^^

  
  

아빠는 한나가 뭘 좋아하는지, 뭘 잘하는지 알고 있을까? 어쩌면 한나의 생일도 까먹고 있다가 생일선물로 고릴라 갖고 싶다는 말을 듣고서야 알았는지도 모르지. 밤중에 침대 발치에 고릴라 인형을 놓아 둔 걸 보면 아빠는 알고 있었나? ^^ 어쨋든 고릴라 인형을 방구석에 치워두고 잠이 든 한나, 그날 밤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저 인형의 놀라는 표정을 봐, 그야말로 서프라이즈!! ^^ 



아이들은 이 장면을 굉장히 좋아한다. 자기들도 인형의 표정과 동작을 흉내내면서 대리만족이라도 하는 것 같다. 고릴라 인형이 점점 진짜 고릴라처럼 커져버리다니 놀라워라~~ 잠이 깬 한나 깜짝 놀랐지만, 친절한 고릴라 아저씨 해치러 온게 아니라 동물원에 같이 가잔다. 둘이 살금살금 아래층으로 내려와 고릴라는 아빠 코트를 입고 집을 나섰다.  

 

어린 독자들의 꿈과 환상을 실현시켜주는 앤서니 브라운, 정말 아이들이 열광하지 않을 수 없다. 고릴라와 함께 동물원에 가는 것만으로도 설레는데 하늘을 부웅~ 날 듯이 나무를 타고 담장을 뛰어 넘는 고릴라라니! 한나는 동물원에서 진짜 고릴라도 보고, 오랑우탄과 침팬지도 봤지만 그들은 다 슬픈 표정이었다. 왜 그들은 슬픈 표정일까? 어린 독자들한테 물어보면 갖가지 대답이 나온다.

'동물원에 갇혀서, 구경하는 사람들이 놀려서, 배가 고파서, 여친이 배신해서, 한나가 슬프니까... '

고릴라와 함께 동물원을 나와선 영화를 보고 맛난 것도 먹었고...집으로 돌아와 잔디밭에선 멋지게 춤을 추었다. 아~~~ 아이들이 아빠에게 바라는 그 모든 것을 충족시켜 준 고릴라, 내일 다시 만나자며 한나와 작별의 뽀뽀를 나눈다. 아침에 눈을 뜬 한나 옆엔 고릴라 인형이 누워 있었고... 아래층으로 내려가 아빠에게 지난 밤 얘기를 하려는데 아빠가 말했다. 

"생일 축하한다. 우리 귀염둥이. 동물원에 가고 싶었지?"  

 

아빠는 어떻게 한나의 마음을 알았을까? 한나의 꿈을 엿보기라도 한 걸까? 그도 아니면 꿈속의 고릴라가 바로 아빠였던 걸까? 갸우뚱 갸우뚱 어린 독자들의 궁금증은 해결되지 않지만, 한나는 아빠와 함께 동물원에 간다. 자~ 앤서니 브라운의 숨은 그림찾기는 마지막까지 긴장을 늦추지 않는다. 고릴라 아저씨가 먹던 바나나가 왜 아빠의 뒷주머니에 꽂혀 있을까? ^^

앤서니 브라운의 고릴라는 아이들이 꿈꾸는, 우리 아빠가 해주면 좋을 일들을 그려내며 행복한 가정 만들기에 독자를 동참시킨다. 이 책을 읽고 동물원에 가자고 졸라대는 아이 등쌀을 버텨낼 부모가 있을까? 행복한 가정은 아빠의 참여로 아이들의 행복함에서 출발한다는 걸 멋지게 제시하고 있다. 아빠의 사랑과 관심으로 우리의 꿈나무들이 무럭무럭 자란다고 말해주는 앤서니 브라운도 멋지고, 아빠의 역할을 미리보기 해준 고릴라 아저씨도 멋지다, 요즘 말로 킹왕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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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이에겐 고릴라 같은 아빠가 필요해요
    from 엄마는 독서중 2009-11-30 03:36 
    4회 리뷰대회에서 이 책으로 아동분야 2등을 먹었으니, 올해는 참가에 의의를 두고 다른 관점에서 조명해봤다.^^  아빠는 식탁에서도 신문만 읽거나 늘 바빠서 한나와 눈을 마주치며 이야기 나눌 신간도 없다. 동서양이 크게 다르지 않을 아빠들의 보편적 모습이다. 신문은 꼭 식탁에서 읽어야 하고, 회사 일을 집에까지 가져와야 하는 걸까? 아빠는 한나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관심도 없다. 책 속에 엄마가 나오지 않는 거로 봐선 한나
 
 
하늘바람 2008-12-25 2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멋진 리뷰. 저도 참여하고픈 데이상하게 시간이 안나네요 ㅠㅠ. 님 좋은 소식 있길 바랍니다

순오기 2008-12-26 05:47   좋아요 0 | URL
올해는 모든 일에 더 이상 욕심내지 않기로 했어요. 참여에 의의를 두고...^^
 
랑랑별 때때롱 (양장) 개똥이네 책방 1
권정생 지음, 정승희 그림 / 보리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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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님이 보내준 책을 차일피일 미루다가, 2008 올해의 좋은 책 설문에 답하려고 서둘러 읽었다. 권정생선생님이 돌아가시기 전, 마지막으로 집필한 작품이다. '개똥이네 놀이터'라는 어린이 잡지에 2년간 연재했던 것을 묶었는데 안타깝게도 선생님은 보지 못하고 돌아가셨다. 극심한 육체적 고통에서도 이렇게 순수하고 아름다운 환상동화를 남겨주셨으니 고마울 따름이다. 선생님은 집필하는 동안 당신의 마지막 작품이 될 것을 예감하고 그토록 사랑한 어린이에게 하고 싶은 말씀을 작품에 다 담았을거라 짐작해본다.

순수한 동심으로 한번쯤은 상상해 봤을 지구 밖의 생명체와 소통하는 꿈같은 이야기가 펼쳐지는 동화로 그림자 극을 보는 듯한 삽화가 환상적인 분위기를 더한다. 새달이와 마달이 형제가 어찌나 익살맞고 귀엽던지 보는 내내 즐거웠다. 삽화의 수준을 넘어 그림책으로 분류해도 좋을 듯하다.



시골에 사는 새달이와 마달이가 랑랑별에 사는 때때롱과 매매롱 형제랑 대화를 나누고 편지를 나누는 꿈같은 일이 전개된다. 다들 잠든밤에 이루어진 일이지만 엄마와 아빠는 형제의 말을 믿어주고 약간의 동조도 해준다. 여늬 부모 같으면 허무맹랑한 소리라고 무시했을 테지만, 작가가 이상적으로 생각한 부모상은, 이렇게 아이들 말에 귀 기울이고 믿어주는 새달이와 마달이 부모님 같은 분인가 싶다.  아이들과 주고 받은 일기장과 편지, 사진을 보는 부모로서 믿지 않을 수 없기는 하겠다.^^
이야기는 비약 발전하고 새달이네 개 흰둥이와 소 누렁이까지 때때롱을 만나러 하늘로 오르는 장면은 단연 압권이다. 날마다 날개야 나온나 날개야 나온다' 하루 다섯번씩 열흘간 주문을 외운 흰둥이에게 날개가 솟은 것이다. 이 얼마나 환상적인가~~~바로 표지 그림이다. ^^



흰둥이의 꼬리에 매달린 누렁이와 그 꼬리에 매달려 하늘로 오르는 새달이와 마달이가 부럽기조차 하다. 아마도 어린 독자들은 엄청 부러워할 것 같다. 랑랑별에 도착한 이들은 자연스럽게 어울려 친구로 지낸다. 놀랍게도 때때롱 별에선 사람들이 원시적으로 살고 있다. 과학의 이로움을 빌리지 않고 모든 걸 아끼고 절약하는 게 몸에 밴 생활을 한다. 반찬도 딸랑 세 가지 이상은 올리지 않는다. 하지만 다 맛있어서 새달이와 마달이도 맛있게 먹는다. 너무 많은 음식을 차리고 버려지는 게 많은 우리의 식생활태도를 나무라는 작가의 음성이 들리는 듯하다.ㅜㅜ 

새달이와 마달이는 때때롱 가족과 같이 500년 전의 세상으로 여행을 떠난다. 과학이 발전하여 모든 일은 로봇이 대신하고 목에 매달린 스위치만 누르면 원하는대로 척척 다해준다. 사람이 할 일 없는 세상은 무슨 재미로 살까? 좋은 유전인자만 골라 맞춤형으로 만들어진 아이들은 희노애락의 감정을 느끼거나 표현하지도 않으며 부모 형제와 제각각 떨어져 산다. 이 책은 5~6학년으로 분류되었지만, 3학년 정도면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작가님은 다시 읽어보니 재미있다가 없다가 한다고 미안해 하셨지만, 아이들 상상의 나라에선 충분히 일어날 수 있을 듯한 얘기다. 작가의 따끔한 일침을 깨달을 수 있는 주제의식도 좋다. 과학이 사람의 전유물이 아닐진대 함부로 사용함으로 자연과 환경을 파괴하고, 부모 없이도 생명체를 만들어내는 복제의 잘못을 일깨우고 있다. 못생겨도 부모의 생김을 닮아 태어나는 것이 가장 자연스런 일이다. 아무리 과학이 발전해도 인간에게 행복을 가져다 주지는 못한다. 넘침은 모자람만 못하다고 했다. 생명을 소중이 여기고 자연을 귀하게 여길 때, 그 생명질서를 깨뜨리지 않고 행복하게 살 것이다. 이 책은 그런 의미에서도 권정생 선생님의 철학이 잘 녹아있는 동화다. 별 생각없이 세태를 따라 영어식 표기를 많이 하는데 이 책은 그런 억지스러움 없이 예쁜 우리말을 잘 살려 쓴 작품이라 더욱 정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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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8-10-27 1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무리 과학이 발전해도 인간에게 행복을 가져다 주지는 못한다! 우리가 꼭 기억해야 할 명제예요. 이토록 자연을 사랑하고 아이들을 사랑하신 분이 이제 안 계시다는 게 참 슬퍼요.

순오기 2008-10-27 20:46   좋아요 0 | URL
권정생선생님이 세상에 안 계신 건 슬프지만 이젠 육신의 고통에서 벗어났다는 것만으로 위로를 삼아요.ㅜㅜ

메르헨 2008-10-27 1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권정생선생님 글이었군요.
네...발전이 행복은 아니죠.^^
예쁜 우리말책이라고 하시니 더 보고 싶네요.^^

순오기 2008-10-27 20:48   좋아요 0 | URL
영어식 표기는 거의 없어요. 로봇, 카메라 이런 정도 빼고는...^^

후애(厚愛) 2008-10-27 1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에게는 배울 점이 많은 책이네요. 물론 어른들도 마찬가지지만요^^; 저는 권정생선생님의 글은 한 번도 읽어 본 적이 없는데 순오기님이 쓰신 서평을 보니 읽고 싶은 충동이 생깁니다@_@

순오기 2008-10-27 20:49   좋아요 0 | URL
권정생선생님의 동화는 작고 하찮은 것들에 대한 소중한 가치를 일깨워준답니다. 강아지똥이나 몽실언니 등은 동화계의 전설이요.^^

가시장미 2008-10-28 0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이 책 그림도 특이하고 너무 잼날 것 같네요. 우리 희망이한테 읽어줘야 겠네요 ㅋㅋ

순오기 2008-10-28 08:12   좋아요 0 | URL
그림자 그림이 정말 예뻐요~~ 태교에도 좋을 듯...

bookJourney 2008-10-28 06: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글도, 그림도 참 좋아요~.

순오기 2008-10-28 08:12   좋아요 0 | URL
권정생 선생님 글에 이런 멋진 그림이라니! ^^
 
천사들의 행진 - 야누시 코르차크 양철북 인물 이야기 1
강무홍 지음, 최혜영 그림 / 양철북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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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타적인 삶의 야누슈 코르착, 우리도 그렇게 살 수 있을까?

‘천사들의 행진‘

현대사회는 부를 축적한 사람이 권력을 얻고 세상을 좌지우지 하는 일이 많다. 따라서 많은 이들이 경제적인 성공을 위해 치열하게 경쟁한다. 출판계는 이들을 앞세워 성공신화로 도색된 자서전과 자기계발서 출판에 열을 올리고, 어른들의 성공신화나 자기계발서는 어느 틈에 어린이용으로 둔갑해 아쉬움을 더한다. 삶의 가치를 물질에 둔 어른들 기준을 어린이에게도 적용시키려는 이런 현상에 경계심을 갖게 하는 책이 나왔다.

‘야누슈 코르착’의 생애를 다룬 그림동화가 그것이다.

야누슈 코르착은 촉망받는 의사였지만, 병원에도 갈 수 없는 가난한 아이들을 찾아 거리로 나섰다. 그리고 거리에서 죽어가는 아이들을 돌봐줄 수도 가난을 치료할 수도 없는 현실에 괴로워했다. 오랜 고민끝에 마침내 의사의 길을 버리고 고아들의 아버지가 되기로 결심했다.

고아들은 야누슈 코르착의 친절에 다시 버려질까봐 두려워했다. 하지만, 코르착의 진심은 아이들 마음을 열었고 마침내 자신들을 버리지 않을거라는 믿음을 갖게 된다.

코르착은 그후 가난과 학대와 무관심으로 상처받은 아이들을 위해 생애를 건다. 부모에게, 사회가 버린 아이들을 찾아 먹을 것과 입을 것, 쉴 곳을 찾아주고, 무엇보다 자신들 편에 서 있는 사람이 있다는 믿음과 사랑을 찾게 해주었다.

의사이며 교육자이고 작가로서의 삶 대신에 선택한 고아들의 아버지로 함께 한 그의 이타적 생애는 모든 것을 자신을 위해 쓰기에도 바쁜 우리 모두에게 조용한 경각심을 일깨운다.

코르착은 자신의 철학이자 신념인 인권존중을 실현하고자 고아원에 ’어린이공화국’을 도입하여, 어린이들이 존중받는 것이 무언지 생활에서 깨닫게 한다. 혹 잘못하는 친구가 있으면 아이들은 법정에 세워 해답을 찾을 때까지 토론했다. 전쟁 중에도 인권을 존중받는 아이들의 행복이 밝은 색조의 그림으로 보여 진다. 고아원에서 존중받는 아이들은 얼마나 행복했을까? 그들의 마음을 헤아려보며 독자도 잠시 즐거워진다.

검은 군홧발과 철조망으로 그려진 1939년 9월, 침략군 독일에 무너진 폴란드 바르샤바에 '게토'가 설정되고, '고아들의 집'도 강제 이주 명령이 내려진다. 히틀러의 유대인 청소 정책에 야누스 코르착과 그의 아이들도 참혹한 학살을 비켜갈 수 없었다.

당시 저술활동을 했던 코르착은 게토지역에서 아이들을 살려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자기 힘으로 거부할 수 없는 죽음이 닥쳤을 때, 그는 도망가라는 사람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당신이라면 아이들을 버릴 수 있겠습니까?'라고 물으며 아이들과 함께 죽음의 행진을 향한 발걸음을 옮긴다.

코르착은 200명의 아이들에게 가장 좋은 옷을 입히고 ’여름휴가’를 떠나자고 한다. 그리고 아이들이 놀라거나 겁에 질리지 않도록 앞장 서 나아갔다. 그들은 코르착 할아버지를 천사라 말했고, 코르착은 아이들을 천사라고 생각했으니 그들은 분명 천사의 마음이었을 것이다. 코르착과 아이들은 죽음의 가스실로 가는 기차를 향한 죽음의 행진을 한다. 아무것도 알지 못한 소녀는 코르착의 품에 안겨 꿈을 말한다. "할아버지, 나는 농부가 될 거에요. 밀을 많이 길러서 언니랑 오빠들과 할아버지에게도 줄 거예요." 소녀는 행복한 미래를 꿈꾸며 스며드는 가스에 졸린 눈을 감는다. 소녀를 끌어당겨 품에 안은 코르착도 1942년 64세의 나이로 눈을 감았다.

생명의 존엄성을 짓밟은 독일군의 학살을 소리없는 행동으로 세상에 고발한 그들의 죽음은 가장 아름다운 행진으로 세계인의 가슴에 새겨져 있다.

1979년 그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국제연합은 그의 정신을 기려 ’세계 어린이의 해’이자 ’야누슈 코르착의 해’로 제정하였다. 또한 1989년에는 코르착의 어린이 인권 사상을 바탕으로 ’어린이 권리 협약’을 제정 선포했다.

이 책을 읽은 아이들 가운데 저학년들은 의사가 되어 고아들을 돌보겠다는 아이들이 많았고 고학년들은 좀 더 현실적이고 솔직하게 야누슈 코르착을 존경하지만 그렇게 살기는 어렵다는 감상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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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고래들이 숨 쉬는 도서관'에 리뷰가 실리다
    from 엄마는 독서중 2008-10-18 15:48 
    학교도서관, 공공도서관에서 일하시는 분들과 어린이책을 사랑하시는 분들을 위해 여러 출판사가 함께 만든 계간지 '고래가 숨 쉬는 도서관'이란 책을 처음 받았다. 이런 책이 있다는 말은 들었지만 실제로 본 적은 없었다. 출판사 양철북의 '일본문학기행'에 당첨되어 7월 26일 3박 4일 일정으로 갔을 때, 이 책의 발행인 조월례 선생님도 동행하셨다. 내가 동화를 읽어야겠다 맘 먹으면서 조월례님의 '내 아이 책은 내가 고른다(푸른책들)'에 추천된 책들은 다
  2. 진실한 사람, 야누슈 코르착의 빛나는 잠언들
    from 엄마는 독서중 2009-01-10 18:11 
    초등3학년때부터 초등선생님이 되고 싶었다는 큰딸이, 교대에 가서 1년 공부하고 돌아와 한 말이 생각난다. 공부를 하면서 엄마가 우리를 어떻게 키웠는지 짐작하게 됐고, 지금 자기가 하는 생각이나 행동의 근저에 엄마가 끼친 영향이 크다는 걸 알게 됐다고. 엄마가 어떤 성향인지 또 엄마의 그런 마인드가 우리에게 어떻게 작용했는지 이해하게 됐다고... "그래서 뭐가 잘못 됐다고 생각해?" 물었더니, 딱히 잘못 됐다고 말할 건 없는데, 엄마가 이렇게 안
  3. 어린이와 함께 보는 인권 이야기
    from 엄마는 독서중 2010-01-15 02:45 
    그림책은 어린이만 보는 책이 아니라, 어린이부터 모두가 보는 책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림책은 어린이가 보는 책이라고 인식하는 분들이 많다. 다행히 알라딘에는 그림책을 즐기는 어른들이 많아서 참 좋다. 나도 그 중 한 사람으로 매번 그림책을 보면서 감탄하는 건, 어려운 주제를 어쩌면 이리도 쉽게 풀어낼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처음엔 그야말로 닥치는 대로 읽었는데, 자칭 마니아가 되면서 주제별로 찾아 읽는 재미도 얻게 되었다.
 
 
순오기 2008-08-27 05: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딘가(?)에 싣는다고 2천자로 제한된 원고를 만드느라 다시 쓴 리뷰에요. 전문가의 도움으로 잘 마무리되었지만...두세 번의 수정을 거쳐서 완성됐어요. 나중에 실린 걸 확인하면 알려드릴게요.^^

치유 2008-08-27 06:13   좋아요 0 | URL
축하드려요.^^*

마노아 2008-08-27 14: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천자가 이정도 분량이에요? 생각보다 짧군요. 그 덕분에 정제된 순오기님표 리뷰를 한 번 더 보게 된 건가요? 어디에 실린 건지 궁금해요!^^

순오기 2008-08-27 15:14   좋아요 0 | URL
나도 글자수 2천자에 맞춰 썼더니~ 원고지 2천자라서 다시 줄였어요.ㅜㅜ
어디에 실렸다고 확인되면 알려드릴게요. 원고료는 아마 없을 거예요.ㅋㅋㅋ

2008-08-28 02: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8-28 02: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공지영 책 속의 책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
공지영 지음 / 오픈하우스 / 2008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책값이 좀 비싸 망설이다가, 딸에게 추천하는 책이 많이 나온다기에 내 딸의 스무살 생일선물로 샀다. 작가 엄마가 읽은 책을 딸에게 소개하며 하고 싶은 말을 전하는 편지로, 한 주에 하나씩 2년간 쓴 것을 모은 책이다. 책으로 소통하는 모녀의 모습이 보기 좋았다. 이 책의 최대 장점은 바로 책 속의 책을 만나는 것으로, 여기 소개된 책들이 만족스럽다. '공지영 책속의 책'이란 페이퍼로 정리하니 30권이 넘었다. 내 청춘에 열광했던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이방인, 자기앞의 생, 남해금산'이나, 특히 200원 균일가였던 삼중당 문고로 세계문학을 섭렵한 것이 나와 같아 짜릿한 공감대가 형성됐다. 아마도 공지영은 나랑 같은 나이거나 한두살 아래쯤(?) 일거라 짐작해본다.

4월 20일 생일인 딸에게 선물로 내밀었더니, 엄마가 먼저 읽고 달랜다. 엄마가 줄친 책을 읽는게 습관이 돼서 밑줄이 있어야 편하게 읽히고 명쾌하게 정리된다기에, 초록 색연필로 밑줄을 그어가며 열심히 읽었다.^^

이 책은 내가 딸에게 했던 말이랑 똑같은 부분이 많아 읽어주면서 깔깔거렸다. 위녕 또래가 있는 모녀라면 충분히 겪었을 상황과 대화들이다. 공지영은 일주일에 한번씩 딸에게 편지를 썼는데, 작가엄마와 나처럼 평범한 아줌마의 차이점을 통감한 독서였다. 나는 그저 말로만 끝냈고, 작가는 일기처럼 흔적을 남겼다는 차이. 난, 언제까지 남의 글을 빌려 딸에게 하고픈 말을 전해야 하나? 살짝 부끄러움과 부러움이 교차되었다. 하지만, 공지영도 편지의 절반을 읽은 책에서 공감하거나 감동받은 부분을 소개하는 것으로 할애했기에 위로가 되었다. 그녀의 소설에서 빛나던 문장이나 감탄할 묘사가 여기선 그리 많지 않다는 것, 작가도 일상적인 글에선 빛나는 문장이나 묘사를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지는 않는구나! 내심 안도한 내 심보는 또 뭘까?ㅎㅎㅎ

생각보다 이 책에 열광하거나 쓰나미처럼 감동이 밀려오진 않았다. 삶의 철학이라는 게 특별한 사람만 얻는 게 아니라, 그저 열심히 살다보면 이만큼은 터득하는 것이려니 생각한다. 여기에 담긴 것들이 그런 삶에서 얻어지는 깨달음이라, 나도 이만큼 치열하게는 아니어도 최선을 다했으니 편하게 끄덕일 수 있었다. 안일하고 무사태평하게 살지 않은 엄마라면, 사랑하는 딸에게 이 정도의 교훈이나 잠언은 들려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내가 몰랐던 책이나 안 읽은 책을 소개받는 즐거움은 컸다. 엄마가 읽은 책을 딸에게 소개하고 추천한 것처럼, 나도 내 딸에게 말로만 좋다 할게 아니라 기록으로 남겨야겠단 생각도 들었다.

'남의 옘병이 내 고뿔만 못하다'는 속담이 있다. 누구나 자신이 겪는 아픔이나 상처가 죽을만큼 힘들다. 그런 삶의 무게와 버거움을 풀어내며, 다시 살아낼 힘을 얻는다. 자기 삶이 투영되지 않은 글이 독자에게 공감을 얻기는 어렵다. 인간적인 진솔함이 배어 함께 아파하고 공감할 수 있으니까, 세대가 흐르고 세월이 흘러도 사랑받는 작품이 되리라. 내가 끼적이는 리뷰나 페이퍼에도 내 부끄러운 치부나 아픔을 풀어내며 힘을 얻는다. 공지영도 딸에게 쓰는 편지를 통해 작가가 아닌 십대 딸을 둔 엄마의 진솔함을 담았기에 공감할 수 있었다. 특히 매번 수영장에 가는 걸 미루거나 핑계대는 모습은 마치 내 얘기 같아 찔리면서도 웃었다.^^

공지영이 소개한 책 중에 박경리선생의 'Q씨에게'는 가장 읽고 싶은 책이다. 우리 시대 최고의 작가인 그분이 여든 둘의 나이, 뇌졸중으로 쓰러져 이대로 가신다면 너무 안타까워 빠른 쾌유를 간절히 빈다. 황석영의 '몰개월의 세월', 마치다 준의 '얀 이야기', 타샤 튜터의 책들......여기 소개한 책중에 읽고 싶은 책이 많아 지름신이 거세게 강림할 것 같다. 내 딸은 이 책을 읽고 어떤 책이 보고 싶을지 기대하며, 읽고 싶다는 책은 무조건 사 줄 것이다. 작가가 딸에게 권할만큼 좋은 책을 독자가 읽는다면 이 책이 주는 보너스를 받는 것이라 생각한다.

한주간의 가정학습을 끝내고 오늘 밤 기숙사로 돌아갈 스무살의 내 딸, 앞으로 사랑을 경험할 딸에게 열심히 밑줄 그은 책을 전한다.

   
 

"진정한 자존심은 자신에게 진실한 거야. 신기하게도 진심을 다한 사람은 상처 받지 않아. 후회도 별로 없어. 더 줄 것 없이 다 주어버렸기 때문이지. 후회는 언제나 상대방이 아니라 자신을 속인 사람의 몫이란다."(178~179쪽)

 
   

엄마가 밑줄 친 책을 읽으며 엄마와 같거나 혹은 다른 감상일지라도, 모녀가 같은 책을 공유하는 즐거움을 기대하며 내 딸에게 말하련다.

"민주야, 네가 어떤 삶을 살든 엄마는 너를 응원할 것이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를 끝까지 사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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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자기 말에 배반감을 느끼며...
    from 엄마는 독서중 2010-03-13 14:32 
    요즘 서재에 새글도 못 올리고 마실도 뜸한데   그래도 찾아주시는 분들께 감사하고 죄송하네요.  새학기라 학교 일도 바빴고, 좀 심란한 일도 있어서......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  라고 했으면서, 사실은 부모의 뜻에 맞게 살아야 진심으로 응원한다는 걸 알았어요.  스스로 한 말에 배반감이 들어서 부끄럽고 심란하고. &n
 
 
세실 2008-04-27 17: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마지막 글에 코끝이 찡합니다. 맞아요 위녕과 공지영의 관계....민주양과 님의 관계를 연상하게 합니다. 서로 의지하고, 친구같은 관계지요. 참 멋집니다. 저와 보림이의 관계도 이렇게 되리라 믿어 봅니다.

순오기 2008-04-27 21:26   좋아요 0 | URL
올라가기 싫다고 내일 새벽에 간답니다. 잔소리를 들어도 엄마 품이 아직은 좋은가 봐요.ㅎㅎ엄마와 딸은 좋은 친구 같지요. 님과 보림이도... ^^

bookJourney 2008-04-27 2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천만 꾸욱~~~ ^^

순오기 2008-04-27 21:27   좋아요 0 | URL
추천에 감사~ ^^

하늘바람 2008-04-28 1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게 큰 딸이 있으시단 말이어요? 와~

순오기 2008-04-28 12:34   좋아요 0 | URL
ㅎㅎ 내일이면 지천명인데 큰애가 대학1년이면 늦었죠~ 막내라야 맞을걸요.^^

프레이야 2008-04-28 1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동의 리뷰에요.
전 언제나 이렇게 좋은 엄마 되어보려나 싶어요.
어제 두딸 때문에 열 받아서 속상한 마음 감추지 못하고 감정을 드러내고
말았어요. 작은애가 더 상처 받은 표정이었구요. 머리 박고 반성해야해요, 전.

순오기 2008-04-28 12:41   좋아요 0 | URL
난 대놓고 나쁜엄마 노릇해요.ㅎㅎㅎ나를 위한 삶을 더 중요하게 여기니 희생하는 좋은엄마 노릇은 못하거든요. 열받으면 우리도 치열하게 싸워요. 큰딸이랑 아들과도...막내랑은 싸워보지 않았지만... 비온 뒤에 땅이 굳듯이 좋은 관계도 그렇게 만들어가는거겠죠~~
"너도 다음에 너 닮은 딸 낳아봐라!!' 한마디 뱉어버리면 후련할려나? 감정폭발하고 나면 기분이 좀 그러죠.ㅠㅠ가까이 있으면 차 한잔하면 좋을텐데...아.쉽.다!

다락방 2008-04-29 1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순오기님의 딸이 벌써 스무해 생일을 맞은건가요? 좋은 엄마시네요. 밑줄 그어가며 읽은 책을 선물하는 엄마라니! 너무 근사해요!

순오기님이 책에서 받았던 감정을 따님고 고스란히 느낄 수 있겠지요.
이 리뷰만으로도 책에 대한 호감이 생겨요.(사실 저는 공지영의 글을 좋아하지 않지만 말여요.) 먼훗날 저도 제 딸에게 선물하려면 미리 읽어봐야겠어요. 잘 읽고 갑니다. :)

순오기 2008-04-29 12:16   좋아요 0 | URL
책속의 책을 소개받는 게 제일 좋았어요. 다른 부분은... 다들 그 나이쯤 되면 깨닫는 것들 아닐까 싶더군요.
후후~ 이래서 아들은 없어도 딸은 꼭 있어야 된다니까요!^^

프레이야 2008-05-02 16: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기님, 리뷰 당선 축하!!!

순오기 2008-05-02 17:53   좋아요 0 | URL
오호~ 이런 경사가~ 헤경님의 축하에도 감사~ 넙죽 ^^

세실 2008-05-02 16: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야 님 경사가 더블입니다. 리뷰당선 축하드려요~~~

순오기 2008-05-02 17:53   좋아요 0 | URL
정말 더블경사로군요~~ 감사해요! 꾸벅^^

글샘 2008-05-02 2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로또신이 제대로 강림하셨군요. ㅎㅎㅎㅎ 축축축!!!

순오기 2008-05-02 23:14   좋아요 0 | URL
한나절만 참을걸! 지름신 묶어두고 있다가 오전에 주문하고... 오후 늦게 알았어요. 벌써 적립금이 들어왔던데...>.<
덕분에 글샘님의 축하도 받고 좋아요~~~ 광주이벤트에서 볼 수 있기를!!

이매지 2008-05-02 2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맛. 리뷰도 당선되셨군요 :)
요새 순오기님 당첨신이 제대로 강림하신 듯 ㅎㅎ
이 참에 로또라도 한 방 ㅎ
축하드려요~~~~

순오기 2008-05-03 00:04   좋아요 0 | URL
ㅋㅋ 그러게요. 그동안 막혀있던 물꼬가 트였는지... 로또라도 사볼까요?ㅎㅎ

마노아 2008-05-03 1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곡! 리뷰도 당선되었군요! 오월은 순오기님의 달이에요. 와장창 축하해요^0^

순오기 2008-05-03 15:28   좋아요 0 | URL
호곡~ 5월이 순오기의 달이라니~~ 또 그렇게 되었군요.ㅎㅎ
인터파크에서도 우수리뷰와 우수테마로 선정되었거든요.
그런데 인터파크는 적립금을 구입하는 책값의 10%밖에 못 써요.ㅠㅠ 받은 적립금 6만점 고스란히 있어요. 역시 알라딘이 좋아요~ㅎㅎㅎ
어여~ 하이타니 책 읽고 독후감 써서 같이 손잡고 일본 가자고요!!^^

마늘빵 2008-05-05 1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축하해요. 저만 늦게 안건가요? ^^

순오기 2008-05-05 12:27   좋아요 0 | URL
ㅎㅎ저도 지기님들의 댓글로 알았어요. 축하~ 감사합니다! 꾸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