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의 달인, 호모 쿵푸스 - 공부하거나 존재하지 않거나! 인문학 인생역전 프로젝트 1
고미숙 지음 / 그린비 / 2007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2007년 여름 책따세 추천도서였는데, 중2인 우리 막내도 금세 읽었다. 이런 책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하면서도 제법 흥미롭게 읽어서 놀랐다.  

공부가 좋아서 혹은 재밌어서 하는 학생이 얼마나 될까마는, 정말 공부가 좋고 재미있어서 하는 괴물(?)같은 학생도 있긴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학창시절을 어영부영 보내고 뒤늦게 '그때 공부 좀 할 걸!' 후회하는 껄~족이 된다. 나 역시도 그런 입장이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공부란 죽을때까지 하는 것이란 생각이 절로 드는데, 공부를 입시나 성적을 위한 것으로 생각했던 그릇된 편견을 깨부수는 책이다.

 
저자 고미숙은 나랑 동갑이다. 책을 읽다보면 나랑 갑장인 저자들을 많이 발견하는데 나는 충실한 독자 역할이면 족하다.^^ 저자는, 호모 쿵푸스(Homo Kungfus)란 공부를 머리가 아닌 몸으로 하는 '공부의 달인'이라고 말한다. 마치 쿵푸(功夫)를 하듯이 앎에 대한 열정으로 몸을 단련하고 일상을 바꿔나가는 존재로, 공부해서 남주자 말한다.  

공부해서 남 주자는 말은 익히 들어왔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남을 밟고 올라가 나의 삶이 윤택해지는 경제적인 성공을 목표로 교육한다는 부끄러움을 또 깨닫는다. 나도 우리 아이들한테 경제적 안정이 보장되는 전문직을 갖도록 공부하라고 닥달해대는 보통의 엄마다.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앎과 삶이 일치하는 공부가 진짜 공부라는 건 이론으로만 믿을 뿐인가? 나는 평범한 소시민으로 '공부해서 남주자'는 말을 거창하게 생각하거나 실천하진 못한다. 그저 내 삶의 테두리에서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면, 그것도 공부해서 남주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살 뿐이다.  

학교 교육이 아닌 독서를 통한 공부가 유익하다는 걸 알면서도 잘 실천하지 않는다. 나도 문학에 치중한 독서편식이 심해서 철학이나 자연과학, 인문학 쪽의 책은 잘 안보고 못 읽어내는데, 그런 현상이 우리 아이들한테도 자연스레 전이되는 거 같아서 뜨끔했다. 이 책을 읽으며 나의 독서편식을 깨야겠다고 불끈 다짐했다.  

   
 

"학교식 공부는 독서력을 키워주지도 않지만, 독서를 권장할 경우에도 아주 편식이 심하다. 독서 목록이 괴테나 발자크, 헤르만 헤세 등의 서양 소설에 주로 편향되어 있어 중고등학교 시절 이런 소설을 특별히 좋아하지 않을 경우, 아예 독서와는 담을 쌓게 된다. 또 독서를 좋아하는 학생들도 소설이나 시 같은 문학적 취향만 키우게 되어 철학이나 자연과학에 대한 책을 통 읽어내지를 못한다. 그나마 독서를 해서 다행이라 해야겠지만, 이것 역시 치명적인 독서법에 해당한다. 따라서 독서의 세계에 제대로 발을 들여놓고 싶다면, 먼저 고전을 문학, 그것도 서양 문학 중심으로 사고하는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 (119쪽) 

"우리 시대에 공부란 책을 읽는 것이고, 책 중에서도 고전과 접속하는 것이다. 독서는 결코 선택이거나 취미가 아니라 필수며 특히 고전읽기를 하지 않는다면 그 공부는 말짱 도루묵이다. 그러므로 뭔가 다르게 살고 싶다면, 가장 먼저 자신이 호머 부커스(책 읽는 존재)임을 환기해야 하리라." (122쪽)

 
   

고미숙씨 저서가 꽤 많다. 독문학을 전공하다가 4학년 때 국문과 수업을 듣고 망치로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그 어디서도 맛보지 못한 지적 열정을 체험했기 때문에 인생 항로를 바꿔서 우리 고전을 연구하게 되었다는데, 수많은 저서들은 그 열정의 결과물이리라. '공간수유+너머' 강좌에 참여하고픈 열망이 솟는다. 아래 사진은 토요서당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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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호모 쿵푸스 실사판] 공부는 셀프!
    from 그린비출판사 2011-03-30 15:06 
    ─ 공부의 달인 고미숙에게 다른 십대 김해완이 배운 것 공부의 달인 고미숙 선생님. 몸으로 하는 공부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적절한 계기(혹은 압력?)를 주시곤 한다.공부가 취미이자 특기이고(말이 되나 싶죠잉?), ‘달인’을 호로 쓰시는(공부의 달인, 사랑과 연애의 달인♡, 돈의 달인!) 고미숙 선생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공부해서 남 주자”고. 그리고 또 말씀하셨다.“근대적 지식은 가시적이고 합리적인 세계만을 앎의 영역으로 국한함으로써 가장 ...
 
 
순오기 2009-05-30 15: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로거 특종으로 뽑혔네요~ 제목을 잘 정했나?^^
 
포토리뷰 대회
<26년 2>그 인간을 응징하라!
<26년 3>그 인간을 응징하라!
26년 1
강도영 지음 / 문학세계사 / 2007년 5월
절판


80년 5월 광주민주화운동 26년이 흐른 뒤, 사죄하고 용서를 구하지 않는 그 인간을 단죄하고 응징하는 만화를 그린 강풀에게 경의를 표한다.

우리에겐 이런 대리만족과 카타르시스가 필요했다. 역사가 단죄하고 응징하지 않는다면 누군가는 그를 응징해야 하지 않겠는가? 29만원 밖에 없다는 그 인간이 떵떵거리며 사는 것을 언제까지 봐야 하는가? 백범을 저격했던 안두희를 끝까지 응징했던 용감한 그 시민을 생각케 하는 만화였다.

'화려한 휴가'라는 작전명으로 투입됐던 공수부대, 시민군 최후의 보루였던 전남도청에서 자기가 쏜 총에 맞고 죽어가던 시민군이 남긴 마지막 말~ '넌 부끄럽지 않은가?' 평생 따라 다니는 양심의 가책에 온전한 삶을 살 수 없었던 김갑세 회장은 사형선고 같은 암선고를 받고 더 이상 늦출 수 없어 오랜동안 계획했던 일을 실행한다.

남편을 찾으러 나왔던 새댁은 계엄군의 총에 맞아 쓰러지고, 그 충격으로 실어증에 걸린 아버지는 다정하게 딸 이름 한 번 부르지 못했지만 오직 이 말만을 되풀이한다.
"저놈을 쏴 죽여야 해, 저놈을 쏴 죽여야 해!"
아픔으로 장성한 미진은 국가대표 사격선수가 되었다. 이제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할 것인가!

싸이렌 소리만 울리만 계엄군이 쳐들어온다고 공포에 질리는 엄마, 군에 간 아들이 휴가받아 돌아온 날 민방위훈련으로 싸이렌이 울렸다. 칼을 들고 장롱에 숨어 있던 엄마는 군복을 입은 아들이 계엄군으로 보여 칼을 휘두른다. 아들은 얼굴에 길게 난 상처를 갖고, 엄마는 죄책감을 하나 더한다. 곽진배 정말 사는게 사는 것이 아닌 그들의 상처투성이 삶이 눈물겹다.

5월 묘지 피해자 묘역에 나란히 묻힌 아버지를 찾는 두 남녀 이치영과 선영, 인연의 끈은 그들을 서로 위로하고 사랑하게 한다. 도청 최후의 시간에 살아남으면 사돈을 맺자고 했던 그 아버지들의 꿈같은 얘기가 실현된다.

어머니에게 5월 광주의 진실을 들으며 자란 장혁은 나쁜놈들을 혼내주기 위해 경찰이 되고 싶었다. 그는 경찰이 되었으나 그 인간이 외출할 때 논스톱으로 달리기 위해 신호체계를 바꾸는 교통지원 경찰 노릇을 했다. 그걸 안 엄마는 처음으로 아들의 뺨을 때리고...

26년 전, 군에서 휴가받아 아버지로 돌아온 김일병(김갑세)은 그 아들을 끌어안고 오열한다. 자신의 총에 맞아 죽은 사람에게도 아들이 있었는데 내가 무슨 짓을 한 것인가!

김갑세 회장을 보필하는 비서 김주안은 아버지의 위험을 막으려고 필사의 노력을 하는 아들이다. 생명이 두 달밖에 남지 않았음을 안 아버지는 평생을 꿈꿔온 계획을 실행한다. 아들은 그 아버지를 보호하기 위해 나서고... 사죄하지 않는 그 인간을 용서하고 싶어도 용서할 수 없는 피해자들은 드디어 그를 처단하기 위해 뭉친다. 광주의 아픔은 끝나지 않았고 그들의 상처는 아물지 않았는데 그 인간은 여전히 떵떵거리고 산다~~~~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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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9-05-20 1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만화네요^^

순오기 2009-05-20 19:02   좋아요 0 | URL
굉장한 만화예요~~ 기회되면 꼭 보세요!

글샘 2009-05-20 1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국사는 단죄가 없고, 지식인들이 지나치게 오래 굴러먹는 탓에 개선이 없죠.

순오기 2009-05-20 19:03   좋아요 0 | URL
독일처럼 다 처형하고 새로 시작해야 되는데 친일파부터 숙청하지 않았으니...

왕유니션맘 2009-05-20 2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다음에서 연재할 때 열심히 보았다는..강풀만화는 다 멋져요!

순오기 2009-05-21 01:01   좋아요 0 | URL
이모는 강풀만화 처음이었어요. 앞으로 줄줄이 챙겨보게 될 듯...

마노아 2009-05-20 2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에서는 류승범이 나오던데, 곽진배 역할이 아닐까 싶어요. 이번 달에 개봉했으면 더 좋았을 것을... 했지요. 더 많은 사람들이 광주의 진실을 알고 다가가야 하는데 황작가 사건을 보면 참 갑갑했어요. ㅠ.ㅠ

순오기 2009-05-21 01:03   좋아요 0 | URL
류승범, 곽진배의 카리스마를 잘 드러내겠죠~ 화려한 휴가도 개봉 시기가 좀 늦어서 안타까웠는데... 황작가와는 다른 의미로 황시인의 사건도 안타깝지요. 어쩌면 잘 되었죠~ 이 정권 아래서 뭘 한다는 게 수치스러운 일일지도...

노이에자이트 2009-05-23 0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만화 은근히 좋아하는 사람이 많더군요.강풀 만화는 영화로 된 게 몇 개 있죠.바보,아파트,순정만화.제가 좋아하는 누나들인 하지원,이연희, 소녀시대 수영이 나왔어요.
그런데 '26년'은 영화 제작하지 말라는 압력이 들어온다는 말이 있던데...

순오기 2009-05-25 17:57   좋아요 0 | URL
강풀만화가 영화화 됐어도 하나도 못 봤어요~ 26년은 꼭 제작돼야지요. 기필코!!

같은하늘 2009-05-25 2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음이 답답한데... 이 책 꼭 읽어보구 싶네요...
소장해 두었다가 울 아이가 좀 더 크면 함께 보아야겠어요...
 
노란 코끼리 보물창고 시그림책 2
줄리 라리오스 지음, 신형건 옮김, 줄리 패스키스 그림 / 보물창고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2006년 보스턴 글로브 혼북상 수상작인데
장님 코끼리 더듬듯 한다는 말이 떠오르는 코끼리 엉덩이 그림이 압권이다.ㅋㅋ 

 

동물마다 개성 있는 색깔로 입히고 독창적인 시로 풀어낸 솜씨가 놀랍다.
아이들이 좋아할 동물을 환상적인 색깔과 독특한 그림으로 창조했다.
보라색 강아지와 분홍색 고양이
 

붉은 당나귀와 파란 거북
 

하얀 부엉이와 갈색 쥐
 

14가지 동물을 등장시켜 각각의 색깔로 특성을 잘 나타냈다.
표지의 노란 코끼리 안장엔 이 책에 등장하는 동물들이 모두 들어있다
하나 하나 색깔에 맞춰 그려낸 시를 처음엔 이해가 안 됐는데
자꾸자꾸 소리내어 읽으니 비로소 그 시들이 내게로 왔다.^^

처음에 이 책을 접한 초등생들의 반응도 어렵다고 했다
4학년들도 도대체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동물을 색깔로 표현한 시니까 한편씩 음미하며 읽어 봐"
라고 조언했어도 별로 가져다 보는 아이가 없었다.

그래서 1~2학년 아이들에게 읽어주었다.
목차를 읽어주고 제일 궁금한 게 무어냐고 물었더니...
'하얀 부엉이'가 압도적이었고,
'보라색 강아지' '파란 거북' '분홍 고양이' '푸른 개구리'를 궁금해했다.

독후활동으로 자기가 좋아하는 동물을 색깔로 표현하는  
패러디 시를 쓰고 먼저 완성한 순서대로 책을 읽게 했더니,
불과 5분에서 10분만에 아이들이 시를 써냈다.

은빛 강아지   -1학년 김채은-

은빛 강아지는
은빛 소리를 내
또 은빛 뼈다귀를 먹고
은빛 침대에서 자고
은빛 게으름을 피우지
은빛 강아지는
은빛 방에서 살지!


1학년 채은이가 5분만에 써낸 시
은빛 소리, 은빛 뼈다귀, 은빛 침대와 은빛 게으름까지
아이들은 '분홍색 고양이'를 들으며
분홍 게으름이 귀에 익었는지 많은 아이들이 따라 썼다.

검정 다람쥐   -2학년 최나람-

검정 다람쥐가 내는 퀴즈야
다람쥐가 내는 퀴즈를 못 풀면 바보지
그늘이 된 집에서
갈색공을 먹는 애는 누굴까?
꼬리 뒤는 말려 있고
앞니는 왕이빨이야
귀는 곰 귀와 비슷해
힌트를 잘 읽어보는 게 좋아!


2학년 나람이도 5분만에 써냈다.
약속대로 시를 완성한 순서대로 책을 읽게 했더니
수업이 끝나도 돌아가지 않고 기다려서 읽고 갔다.
한동안 썰렁하던 녀석들의 반응이 완벽하게 반전됐다.^^

아이들은 독특한 그림에 관심을 나타냈으나 시를 이해하지 못하고 어려워 했다.
어느새 아이들도 색깔에 대한 고정관념이 박혀 있는 걸까?
아이들의 호기심을 유발하고 상상과 색감을 확장시킬 수 있는 책으로
어른들이 독서지도를 하면 멋진 패러디 작품을 건질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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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섬 2009-02-16 0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독후활동도 너무 멋져요. 순오기님 서재에 오면 늘 즐거워요.^^

순오기 2009-02-16 22:48   좋아요 0 | URL
아~ 이 독후활동은 정말 좋았어요.
아이들 작품이 훌륭했거든요.^^
 
조태백 탈출 사건 - 제6회 푸른문학상 동화집 책읽는 가족 61
황현진 외 지음, 임수진 외 그림 / 푸른책들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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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번째 푸른문학상 수상작인 '조태백 탈출 사건'은 기대 이상이다. 6회 수상작 다섯 편과 역대수상작가의 작품 두 편 모두 높은 점수를 줄만하다. 316편의 응모작에서 가려낸 당선작이다. 수상작들은 아이들이 겪었을 만한 이야기와 한번쯤은 상상했을 것이라 공감하며 유쾌하게 읽었고, 한 두편은 짠한 마음으로 현실을 돌아보게 된다. 소재의 다양성과 풍부한 상상력에 살짝 감동하는 즐거운 독서였다. 어린이에게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동화집으로 한 호흡에 좌르르 읽는 단편의 매력을 아는 초등 고학년들이 즐겨 읽을만 하다. 

<구경만 하기 수백번> 조향미 작품은 교실에서 일어날 왕따 문제를 관찰자 입장에서 서술했다. 아이들이 건드려도 꿈틀하지 않는 지렁이와 대비시켜 이야기를 진행한다. 가해자가 아니기 때문에 죄의식이 전혀 없는 시현이는, 태준이 패거리에게 집적당하면서 반발하지 않는 진우가 바보처럼 생각된다. 그러나 시현이는 어떤 행동도 하지 않고 관찰만 한다. 하지만 진우는 자기를 괴롭히는 패거리보다 구경하는 시현이에게 분노를 폭발한다. 우리도 가해자가 아니라고 구경만 하는 방관자가 된 적은 없는지 돌아보게 한다. 

<상후, 그 녀석> 공수경의 작품으로 중학교 1학년인 상후와 정체를 알 수 없는 그 녀석이 주인공이다. 성적 상위 5%에 만족하지 않고 1%를 요구하는 상후 엄마에 내 모습이 겹쳐진다. 엄마의 닥달에 쌓인 스트레스를 풀 수없는 상후. 졸음을 쫒기 위해 나갔던 베란다에서 우연히 앞동에서 틀어 논 'BB 뮤직 비디오'에 필이 꽃힌다. 날마다 11시 50분이면 뮤직비디오를 틀고 힙합을 추는 그 녀석은 누굴까...... 베란다에 쓰러져 잠이 든 상후를 발견한 엄마는 놀라고, 의사선생님의 말씀에 충격받는다. 아~ 학생과 부모는 영원히 성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단 말인가!  

<조태백 탈출 사건> 황현진의 작품으로 표제작이다. 바쁜 엄마와 아빠에게 숙제장 살 돈을 받지 못한 태백이는 깐깐하게 숙제장만 인정해주는 담임선생님이 원망스럽다. 사흘째 숙제장을 못 가져간 태백이는 집에 두고 왔다는 거짓말을 하고, 선생님은 집에 가서 가져오라고 한다. 있지도 않은 숙제장을 가지러 온 태백이, 집에 든 도둑에게 잡혔다 탈출했다며 112에 덜컥 신고를 한다. 초등생들이 꾸중을 피하기 위해 해봤을 듯한 상상에 웃음이 절로 난다. 눈하나 깜짝 않고 진술하고 인터뷰 하는 태백이 녀석 배짱 한번 좋다. 방송까지 나오고 문제는 점점 커져 담임선생님의 다크서클은 깊어만 간다. 동시를 쓰는 교장선생님께 저도 모르게 불어버린 태백이, 제아무리 배짱 좋은 녀석이라도 애는 애구나.^^ 거짓말한 태백이에게 내리는 교장선생님의 벌이 멋지다. 태백아~ 이 다음 추리소설 작가가 되면 사인본 하나 부탁한다.  

<누구 없어요?> 김현실 작품으로 우리 현실에서 부딪힐 법한 이웃 이야기다. 부모의 이혼으로 아빠와 살다가 갑작스런 사고로 아빠가 돌아가시고 혼자 남겨진 열두 살 아이. 이웃엔 기러기 아빠가 살며 외로움을 달래느라 개를 키운다. 하지만 아토피가 심한 내게 이웃의 애완동물은 절대 안된다. 아빠는 개를 키우지 말라고 부탁하려다 말도 못하고 돌아가시고...... 이웃 아저씨는 시골에 개를 보내고 돌아와 '누구 없어요?' 두드리며 찾는다. 슬픔과 배고픔에 쓰러진 나는 몸을 움직일수조차 없다. 수록된 작품 중에 가장 가슴 시린 이야기였다. 하지만 이웃 아저씨와 서로 의지가 될 거라는 암시로 마무리 되어 다행이다. 서로 잘 지내고 있을까? 뒷 이야기가 궁금하다. 

<엄마의 정원> 김화순의 작품으로 식물인간이 된 엄마를 되돌려 받고 싶은 하나의 이야기다. 눈오는 날 병원 옥상에서 본 정원은 가히 환상적이다. 하나가 제일 먼저 만진 나무가 사람이 된다는 걸 알고, 엄마 나무를 찾으려 환상과 현실을 꿈꾸듯 오가는 하나의 마음이 짠하다. 아빠의 바람을 알면서도 그 사랑을 돌리기 위해 장미나무가 되고 싶었던 엄마 마음을 알 것 같다. 어린이 동화에 어른들의 '바람' 얘기가 나와 입맛 씁쓸하지만, 이것 또한 현실이기에 외면할 수 없는 문제이긴 하다. 부모들은 자녀를 생각해서라도 가정을 지키기 위한 노력을 많이 해야할 듯히다.

<낯선 사람> 역대 푸른문학상 수상작가인 김일옥의 작품이다. 교회를 다니는 척 접근해 진우 집까지 들어온 낯선 아저씨, 시원한 물을 달라며 집을 둘러본다. 두려움에 도망친 진우는 경비실로 달려가 도움을 청한다. 나중에 도둑이 잡혔다는 소리를 들은 진우는, 문득 강이가 자기 아버지가 도둑일지 모른다고 했던 비밀얘기에 불안해진다. 강이 아빠가 도둑이라 잡혀간다면 강이는 혼자 어떻게 살까? 걱정이 태산이다. 사람들은 물건을 잃어버리지만 그 아들은 아빠를 잃어버리는 것~ 맞는 말이다. 비록 도둑일지라도 가장 소중한 자기 자식을 잃지 않도록 손 씻어야 하리라.

<마니의 결혼> 이혜다의 작품으로 딸을 많이 낳아 '마니'라는 이름이 붙은 마니의 이야기다. 언니가 셋이나 되는 마니는 집도 좁고 먹을 것도 경쟁해야 되는 환경이 싫다. 외동이로 자란 성준이는 복잡거리는 마니가 부럽다. 둘이 결혼하면 마니는 복잡한 집을 떠나고 성준이는 외롭지 않을거라고 의기투합한다. 이야기를 들은 부모님은 흔쾌히 허락한다. 둘은 결혼을 준비하면서 문제에 부딪혀 결국은 결혼하지 않기로 한다. 불평과 불만이 있어도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가족사랑을 깨닫도록 한 재치있는 교육법이 은근 부러워진다. 뻔히 그럴 줄 알지만 초등생의 결혼을 소재로 유쾌한 결말이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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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일곱 살의 털 사계절 1318 문고 50
김해원 지음 / 사계절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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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사계절 문학상을 받은 작품이다. 출판사마다 문학상이라는 공모제도로 우수한 작가와 작품을 발굴하는 건 좋다고 본다. 그러나 출판사가 추구하는 철학이나 문학상의 취지에 따른 차별성이 있으면 좋겠다. 청소년성장소설이라 그런지 모르지만, 올해 최고의 반응을 일으킨 '완득이'와 뭔가 비슷하다는 게 솔직한 느낌이다. 또한 머리카락을 소재로 하면서 '털'이라는 제목을 붙여, 일반적으로 '털'에서 연상할 선정성을 노린 거 아닌가 개인적으로 아쉬웠다.

이 책을 먼저 읽은 중3 아들녀석의 리뷰에 두발단속을 피하기 위해 학교 담장을 뛰어 넘었다기에 내게는 '아들의 재발견'을 준 책이다. 아들녀석은 '두발자유'를 꿈꾼다. 왜 학교가 학생들의 머리를 맘대로 못하게 하는지 따진다. 머리가 길다고 학업에 방해된다는 생각은 단지 규제하고 싶은 어른들의 생각이라는 것이다. 두발단속은 어디로 튈지 모를 십대들의 자의식이라는 불꽃에 반발과 거부라는 기름을 붓는 것이란다. 또한 두발규제라는 이유로 자유롭고 싶은 학생의 욕구를 억압한다는 것 자체가 인권유린이라고 말한다. 그 주장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학부모 입장에선 학교가 약간의 규제를 하는 게 고맙기도 하다.  

어제 아이들 학교의 운영위에서 '학생 용의 복장 규정'을 심의했다. 학생들의 설문으로 결정된 남학생은 뒷머리를 옷깃 끝까지 앞머리는 귀끝 3분의 2지점까지 허용하고, 여학생은 귀끝 25센티부터는 묶는다고 정해져 올라왔다. 하지만 교감 교장선생님께서 좀 더 강화했으면 좋겠다며 재심의를 요청해, 결국 승인을 보류하고 다음 회기에 더 논의하기로 했다. 나야 기본적으로 자유를 찬성하지만, 규제가 있어도 녀석들이 원체 심란하게 하고 다니는 꼴을 보면 더 규제를 해야 되는 거 아닌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어제 두발단속 문제로 잠시 왈가왈부한 덕분에 리뷰를 쓰게 되었다.  

이 책이 열일곱 살 학생의 두발단속을 소재로 삼았지만, 진짜 하고 싶은 얘기는 인간에 대한 예의와 옳지 않은 것에 침묵하지 않는 용기라고 이해했다. 오정고의 오삼삼 두발규제보다도 짧은 머리를 고수하던 송일호가 체육선생의 무자비한 행위(학생의 머리카락에 라이터 불을 붙이려는 것)를 보고 울분을 참지 못했고, 그 일을 계기로 두발자유를 위해 행동하게 된 것. 자녀 문제로 학교에 불려 온 부모라면 무조건 죄인으로 무릎 꿇어야 해결되는 상황을 거부하는 일호 아버지. 평생을 국가 시책이라면 국민을 위한 것으로 알던 할아버지가,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걸 깨닫고 재개발 반대시위에 동참하는 일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부패는 침묵을 먹고 자란다'는 말은 우리가 절실히 공감하는 현실이다. 정부의 잘못된 정책에 목소리를 높이고 촛불을 드는 일은, 침묵하지 않는 시민의식이고 용기다. 이 책이 이런 것을 주제로 학생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는 학교 문제와 있는 자들의 편이 되어 돈없는 사람들이 내몰리는 현실을 짚어가는 게 좋았다. 일호가 두발자유 피켓을 들고 일인시위를 하고, 학생들 머리를 바리깡으로 무자비하게 미는 현장을 목격한 할아버지는 충격을 받는다. 손자학교에서 벌어진 모든 상황을 이해한 할아버지가 교장을 찾아가 대안을 내놓고, 바리깡으로 밀린 학생들 머리를 깎아주며 별 하나씩 새겨놓은 건 정말 대단한 반전이었다.

아버지 없이 17년을 자란 일호가 갑자기 돌아온 아버지를 인정하고 소통하기 쉽지 않은 상황과, 처녀가 임신한 줄도 모르고 떠났다 17년만에 돌아온 일호아버지와 엄마의 미묘한 관계도 잘 그려냈다. 일제단발령으로 시작된 일호고조부의 이발사란 직업에 긍지와 자부심을 가진 할아버지와 다르게, 태성이발소에서 청춘을 썩힐 수 없었던 일호아버지의 가출은 할아버지의 가슴에 대못을 박았다. 어디를 여행하며 잘 살고 있는지 몰라 애면글면하는 할머니와 다르게, 철저하게 무반응이던 할아버지와 일호아버지의 화해는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부자 삼대는 순간의 화해와 소통으로 오랜 고통을 치유받는 장면은 눈물겨웠다.  

신체발부수지부모라 하여 일제강점기 단발령을 거부하는 가운데 우리나라 최초의 이발사가 되었다는 일호 고조할아버지의 이야기는, 우리나라 이발의 시작을 알게 해 주었다. 대단한 자부심을 가진 할아버지의 증언과 여인들의 입에서 입으로 내려온 할머니의 말씀이 달라 어떤게 진실일까 가늠해보는 재미도 있었다. 또한 결혼하지 않고 일호를 갖게 한 아빠는 일호엄마의 사랑을 얻기 위해 아들의 조언을 구하고, 일호는 연애박사 친구에게 물어봐 아빠를 코치하는 풍경도 재밌다. 쉽게 읽히는 성장소설로 곳곳에서 만나는 뭉클함과 재미는 청소년들이 읽으며 공감하기에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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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2-30 08: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08-12-30 15:54   좋아요 0 | URL
진즉 읽었는데 리뷰를 안 쓰고 있다가 어제 운영위에서 두발문제가 거론되는 바람에 쓰게 됐어요.^^
어린이 그림책까지 하면 여러편 쓰긴 했죠.ㅋㅋ

알맹이 2008-12-30 1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학교에 들어오기 전에는 두발 단속이니 복장 단속이 다 터무니없는 규제라고 생각하고 비난했었는데, 학교 현장에 들어온 지 3년 만에 교실에 들어서자마자 아이들 긴 머리와 짧은 교복과 뽀얀 화장부터 눈에 보이니.. 이를 어찌해야 할까요?? ^^ 이 책 한 번 읽어봐야겠네요;;

순오기 2008-12-30 15:55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자유롭고 싶은 영혼이야 백번 이해하지만...그래도 조금은 규제가 있어야겠죠.^^

쟈니 2008-12-30 17: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등학교때, 전혀 치마/바지에 대한 규제가 없다가 갑자기 '치마'만 입어야 한다고 어느 선생님께서 주장하시며 몽둥이 들고 교문앞에서 감시하던게 생각납니다. 바지나 치마나.. 했지만, 갑자기 치마'만' 입으라니까 바지가 입고 싶어지더군요. ^^

순오기 2008-12-30 20:30   좋아요 0 | URL
우리 땐 여학생은 무조건 치마였지, 바지 입는 학교는 없었어요.ㅜㅜ
왜 못하게 하면 그게 그리 하고 싶은지. 청개구리들이죠.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