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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화 옆에서     -서정주-

한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한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노오란 네 꽃잎이 피려고
간밤엔 무서리가 저리 내리고
내게는 잠도 오지 않았나 보다


고등학교때 교과서에 실렸던 걸로 기억해요.
그래도 학창시절에 외운 시들은
조금만 연습하면 기억이 되살아나는데
지금 외우는 시들은 돌아서면 금세 까매집니다.ㅜㅜ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은' 나이가 되었습니다.
빛고을 햇살이 눈부셔 국화향이 절로 풍길 것 같아요.
작년에 함평 국향대전에 가서 찍은 사진이랍니다.

>> 접힌 부분 펼치기 >>













국화향기 물씬 풍기나요? 인공보다는 자연의 아름다움이 더 좋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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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8-10-06 1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소국이 참 좋아요. 큰 국화는 별로...^^
예전에 서정주 시인한테 고등학생들이 문학 시험으로 푸는 시험문제를 주었는데 '국화옆에서'에 관련된 문제였는데 못 풀었던 일화가 생각나요. 너무 어렵다고 당신도 모르시겠다고 한..;;;;

순오기 2008-10-06 11:36   좋아요 0 | URL
나도 소국이 좋아요~ 2 ^^
우리나라 고등학교 시험 엄청 어렵지요. 고딩들 아니면 풀기 힘들죠~ ㅜㅜ

전호인 2008-10-06 1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들판으로만 나서면 어느 곳에서든 만날 수 있는 꽃이라서 좋고, 사람을 매료시키는 향기가 있어서 또한 좋습니다. 그리고 쓸쓸할 법한 가을과 함께 할 수 있는 덤까지 주는 꽃이라서 좋답니다.
서재에 온통 국화향기가 가득하게 느껴집니다.
^*^

순오기 2008-10-06 11:38   좋아요 0 | URL
오랜만이네요~ 잘 계시죠? 해람이와 미모의 부인께서도~ ^^
국화중엔 뭐니뭐니 해도 들국화가 제일인 것 같아요~
그 자연스런 조화를 인간이 흉내낸들 어련하겠어요.
음~ 제 서재의 국화향기가 멀리 멀리 퍼지라고 솔솔 불어대고 있어요.ㅋㅋ

무스탕 2008-10-06 1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아오~ 사진만봐도 국화향기에 취할것같아요.
국화 색깔이 참 다양하네요 ^^

순오기 2008-10-06 20:49   좋아요 0 | URL
흐흐흐~ 무스탕님 계신 곳까지 국화향 날리니 받으시와요!^^

실비 2008-10-06 14: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꽃속에 둘러싸인 순오기님..
꽃하고 구분이 잘 안가요~~~ ^^

순오기 2008-10-06 20:49   좋아요 0 | URL
꽃하고 구분이 안 간다면~~~ 너무 고와서라고 믿을게요.ㅋㅋㅋ

뽀송이 2008-10-06 2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이지~ 국화꽃이 원없이 있네요.^^
오랜만에 '국화 옆에서'도 보고, 순오기님 꽃물 든 얼굴도 보고 갑니다.^^


순오기 2008-10-07 00:27   좋아요 0 | URL
히히~ 국화의 계절이니까요, 원없이 보셨다니 좋아요~~ ^^

하늘바람 2008-10-07 0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지네요 요즘 국화 한다발 사고 파 안달났어요

순오기 2008-10-07 08:38   좋아요 0 | URL
사세요~ 국화는 오래 가니까 충분히 즐길 수 있어요.^^
항아리에 꽂아도 어울리고~

네꼬 2008-10-07 2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아 꽃향기!! 오늘 저 어떤 아주머니가 국화 다발을 머리에 이고 가시는데 그 향기가 어찌나 좋은지 저도 한 다발 사고 싶어졌지 뭐예요. 여기서 다시 그 향기 맡고 가요.
:)

순오기 2008-10-08 08:06   좋아요 0 | URL
국화향기~~취하듯 홀리듯.....그럴땐 한다발 사서 안고 가면 좋지요.
올 가을엔 우리두 국화 한다발 꽂아 놓고 사는 호사를 누려 보자고요.^^

조순무 2008-12-04 2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하하

조순무 2008-12-04 2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이 시의 중국어 반역이 있으면 알아 줄까요?나의 msn:zhaoshunwu@yahoo.om.cn.감가합니다!
 

그제 있었던 '용아 박용철 문학축제의 밤'에서 자작시를 낭송했던 김선진 어린이가 바로 옆에 앉았기에 그 엄마하고 잠간 이야기를 나눴어요. 아이가 3학년이던 작년에 용아백일장에서 초등부 최우수상을 받았고, 올해는 영랑백일장에 나가서 수상했다더군요. 이 아이는 시가 막 샘솟는 그런 아이였어요. 천재시인이 자라고 있는 듯해서 흐뭇했어요.

나도 우리 애들을 백일장에 보내보니까, 자기가 정말 좋아서 쓰고 오면 꼭 수상은 하더라고요.
아이가 이렇게 썼다~ 얘기하는 걸 들어보면, 금상 은상~ 또는 장려상엔 들겠네~ 짐작했는데, 결과를 보면 점친대로 수상하더라고요. 제가 시를 쓸줄은 몰라도 조금 볼 줄은 아나봅니다.ㅎㅎㅎ

백일장에 관심있는 분들, 어느 정도 써야 수상하는지 궁금하시죠~ ^^
백일장은 대개 주제어를 두세개 정해 주고, 그 중에 선택해서 쓰는데 용아백일장은 주제어를 세 개 줍니다. 작년에는 '신호등'과 ? 초등부 주제어였나 봅니다.

신호등  -어룡초등학교 3학년 김선진-
(제16회 용아전국백일장 운문 초등부 최우수상)

오늘은, 오늘은,
신호등 놀이
하는 날,

내가 역할을
정해 줄게요.

엄마는 뭐든지
'안돼!'
하니까 빨간불,

아빠는
'이건 안 돼, 저건 돼'
하니까 노란불,

할머니는 전부
'그거 된다, 저거 된다'
하니까 초록불,

나는 사람,
자~ 건너갑니다.

빨간불이 반짝,
노란불이 번쩍,
초록불이 초롱, 초롱.

공통점과 차이점   -어룡초등학교 4학년 김선진-
(제4회 영랑백일장 초등부 수상작)

있잖아,
산은 계절마다 색깔이 바뀐대.
연두, 초록, 진초록,
빨강, 노랑, 조황, 하양.

하지만,
바다는 하루에
여러번 색깔이 바뀐대.
파랑색, 빨강색, 노랑색,
남색, 보랏빛.

이렇게 다르지만,
비슷한 점은
둘 다 아주아주 아름답다는 거야.

산은 아주아주 많이 있대.
그런데 바다는
아주아주 많이 크대.

이렇게 달라도,
비슷한 점은,
자신이 품을 수 있을 만큼의
많은 생명을 품고 있다는 거야.

그런데,
그들이 아프대.
자신이 품고 있던
생명이 사라진대.
간직하고 있던
색깔이 떠나간대.

지금,
산과 바다의 공통점이 뭔지 아니?
그들이 몹시 아프다는 거야.

나   -송원초등학교 4학년 안휘원-
(제15회 용아전국백일장 운문 초등부 최우수상)

눈도 작고
코도 낮은
나를 보고
아버지는
'미스코리아'래요.

키도 작고
뚱뚱한 내가
미스코리아?

투덜투덜
속만 상하게 하는
나를 보고
어머니는
'제일 착한 천사'래요.

심술 궃고
욕심 많은
내가 천사?

나는 압니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사라의 콩깍지가 씌워
그렇게 보인다는 걸.

지금은 비록
예쁜 미스코리아도
예쁜 천사도
아니지만

아버지, 어머니의
바램처럼
예쁘게 자라
커다란 행복을 줄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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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희망꿈 2008-10-02 08: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대단한 솜씨네요. 최우수상을 받을만 하다는 생각이드네요.
어쩜 이렇게 글솜씨가 좋은지 부럽네요.

순오기 2008-10-02 08:51   좋아요 0 | URL
주제를 보고 '필'받아 시든 산문이든 척척 써내는 아이들 보면 대단하다 싶어요.
이 엄마 뿌듯하게 아이를 바라보던 눈길이 부러웠어요 부러워~~ ^^

실비 2008-10-02 1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듣고 저렇게 써내려간다는게 정말 신기할정도네욤..
와... 대단해욤!!

순오기 2008-10-03 12:16   좋아요 0 | URL
실비님 오랜만이어요. 어제 서재에 가서 여행사진 구경했어요.^^

필터 2008-10-02 1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우~! 참 대단하단 감탄사가 먼저 나옵니다.
정말 3학년/4학년의 마음 씀씀이가 맞아요?
너무 감탄스러워서...

순오기님.
자주 오겠습니다.
이처럼 기분 좋은 글 읽으러^^

순오기 2008-10-03 12:17   좋아요 0 | URL
저 정도면 어떤 주제라도 척척 써낼 것 같아요.
아이들 글은 내마음을 비춰주는 거울 같지요!
자주 오신다니 열심히 좋은 읽을거리를 올려야겠어요. 감사 ^^

마노아 2008-10-02 2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감탄스러워요! 맨 처음 신호등이 제일 맘에 듭니다. 엄마는 오죽 뿌듯할까요^^

순오기 2008-10-03 12:17   좋아요 0 | URL
엄마가 아주 자랑스러워했어요~ 그맘 알지요.^^
 

떠나가는 배  -박용철-

나 두 야 간다
나의 이 젊은 나이를
눈물로야 보낼거냐
나 두 야 가련다

아늑한 이 항군들 손쉽게야 버릴거냐
안개같이 물어린 눈에도 비치나니
골짜기마다 발에 익은 묏부리 모양
주름살도 눈에 익은 아~ 사랑하던 사람들

버리고 가는 이도 못 잊는 마음
쫒겨가는 마음인들 무어 다를 거냐
돌아보는 구름에는 바람이 희살짓는다
앞대일 언덕인들 마련이나 있을거냐

나 두 야 가련다
나의 이 젊은 나이를
눈물로야 보낼거냐
나 두 야 간다

이 시 기억하시나요?

우리 땐 교과서에 실렸는데 요즘 교과서엔 실리지 않았다죠? 그래도 문학에 관심있는 분이라면, 1930년대 김영랑 정지용등과 시문학을 주도했던 용아 박용철 시인을 잘 아실 겁니다. 용아 박용철 시인은 내가 사는 곳, 광주광역시 광산구 소촌동(솔뫼골)에서 1904년에 태어났습니다. 요즘 지자체에서 자기 고장 출신의 예술인들을 문화콘텐츠로 개발해 관광상품화(?)하는 일에 주력하기 때문에 어느 때보다 대접(?) 받고 있습니다.^^

우리 지역도 예외는 아니어서 '용아 박용철 전국 백일장'은 올해로 17회째, 2001년엔 은관문화훈장에 추서된 시인을 기리기 위해 쎄미나가 열렸고, 2004년에 탄생 100주년을 맞아 그를 기리는 행사가 크게 열렸습니다. 그의 미발표 희곡 '석양'이 생가 마당에서 초연되었으며, 시인의 두 아드님이 참석해 지역민들과 함께 했습니다. 머리가 허연 도사(?)같은 분이 셋째 아드님(박종률)이고 가운데 말씀하시는 분이 큰아드님(박종달)이십니다. 이런 일에 빠질 수없는 순오기, 두분의 사인도 받고 기념촬영도 열심히 했습니다. 제가 자칭 '이기자'거든요~ ㅎㅎ 사진은 맛뵈기로 하나만!



2007년엔 지역 문화예술회관에서 '떠나가는 배' 시낭송회를 가졌고, 올해는 바로 오늘 '용아 박용철 문학 축제의 밤'이 생가에서 열립니다. 9월의 마지막 밤을 용아 시인과 함께 보내는 것도 행복한 일이겠죠! ^^ 후기는 다녀와서~~


떠나가는 배 / 신라출판사

출간일 : 1987-01-01

 

 

'박용철 육필원고 자료집'은 큰아들인 박종달선생이 냈고, '박용철 전집 - 시집, 평론집'은 박용철기념사업회에서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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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2008-09-30 1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밤 7시네요. 일이 없다면 발이 내켜지게 갈수도 있는 거린데..아깝네요. 내년에 한번 생각해보고 싶네요. 가을이라..어딘가 가고 싶어 그런가..좋은 밤 되세요

순오기 2008-09-30 23:02   좋아요 0 | URL
앗~ 파란님도 광주에 사세요? 방가방가~~ㅎㅎㅎ
9시 20분에 마치고 돌아왔어요. 사진 올릴테니 구경하세요~ ^^

파란 2008-10-01 0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혹시나 해서 늦은밤에 들어와 봅니다. 잠도 오는데 머리 복잡한 일이 있어 자울거리며 돌아다녀요

순오기 2008-10-01 10:44   좋아요 0 | URL
밤새 작업해서 새벽녁에 올리고 아침에 들어와 수정했어요. 사진이 어둡고 흔들리고~ 쓸만한 게 별로 없네요.ㅜㅜ 그래도 현장 분위기는 전해질려나 맛보세요!^^
 


도깨비바늘  -이상교-

도깨비바늘이
두 눈 반짝이며
숲 그늘에 숨어 있다가

"지나간다!"
"지나간다!"
저희끼리 신호를 보내고
들키지 않게 몰래
화살 한 촉씩을 쏘아 댄다.

표적은
사람들의 운동화, 양말, 바짓가랑이......

꼭 붙잡고 늘어져
지나가지 못하게 말리진 못했지만
우리가 이겼다.

저길 봐라!
길바닥에 털버덕 주저앉아
우리가 쏜 화살을 뽑아내느라
낑낑대고들 있다.

푸른책들에서 나온 '풀아풀아 애기똥풀아' 30쪽에 실린 이상교님의 시와 양상용님의 그림이다.

  도시에선 도깨비바늘을 만나기가 하늘의 별따기지만, 시골에선 아주 흔한 풀꽃이었다. 가을~ 지금쯤 도깨비바늘은 제 후손을 퍼뜨려 종족을 유지하느라 한참 바쁠 철이다. 지나는 그 누구에게라도 붙어서 멀리 멀리 퍼져야만 하는 풀꽃들의 생존전략이 한창이다. 나도 모르는 사이 그들의 생명씨앗을 옮겨준 천사(?)가 되었을 유년기의 추억이 아른거린다.

 우리 삼남매를 키우며 '골목대장'놀이를 즐기던 젊은 엄마 시절이 내게도 있었다. 우리 아이들과 이웃 아이들까지 데리고 나섰던 가을 탐사길에서 만났던 '도꼬마리'를 마냥 신기해하던 아들녀석이다. 2001년 초등학교 2학년 때의 모습인데 제법 퉁퉁하던 녀석이 이젠 175Cm가 넘는 훤훤장부로 커가는 중이다.^^


민경이는 퉁퉁한 오빠에 가려서 옆에 다리와 발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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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8-09-26 2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깨비 바늘이란 말을 처음 들어보아요. 신기신기! 성주가 저때는 통통했군요. 지금은 늘씬하던데..^^

순오기 2008-09-27 11:09   좋아요 0 | URL
마노아님은 전형적인 '서울촌놈'ㅎㅎㅎ
우리 성주가 4.2킬로로 세상 구경했으니 웬디양보다 한 수 위였죠.ㅋㅋㅋ
우리 성주가 지금은 완전 슬림~~~ ^^

큰딸 2008-09-26 2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악! 성주 진짜 퉁퉁했다. ㅋㅋㅋ
사진 보자마자 폭소했어.

순오기 2008-09-27 11:10   좋아요 0 | URL
성주도 어제 보고서 씩 웃었어~~~ㅎㅎㅎ
곧 깜찍했던 너희들 어린시절을 공개할거야~~ㅎㅎㅎ

하양물감 2008-09-27 08: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동네서는 도깨비풀이라고 했는데, 정식이름이 도깨비바늘인가봐요...

순오기 2008-09-27 11:11   좋아요 0 | URL
우리도 촌에선 도깨비풀이라고도 했어요.
도감에 기록된 이름은 도깨비바늘이죠~~ ^^

노이에자이트 2008-09-27 16: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우리 고양이가 뒷산에 산책갔다 오면 몸에 도깨비 씨앗을 왕창 묻혀가지고 왔지요.야옹아.뭘 이렇게 묻혀왔니? 하면 눈만 땡글땡글...

순오기 2008-09-27 16:50   좋아요 0 | URL
눈만 땡글땡글~~ㅎㅎㅎ
 

자화상       -서정주-

애비는 종이었다. 밤이 깊어도 오지 않았다.
파뿌리같이 늙은 할머니와 대추꽃이 한주 서 있을 뿐이었다. 어매는 달을 두고 풋살구가 꼭 하나만 먹고 싶다 하였으나 흙으로 바람벽한 호롱불 밑에
손톱이 까만 에미의 아들.
갑오년이라든가 바다에 나가서는 돌아오지 않는다 하는 외할아버지의 숱 많은 머리털과
그 커다란 눈이 나는 닮았다 한다.
스물세 해 동안 나를 키운 건 팔할(八割)이 바람이다.
세상은 가도가도 부끄럽기만 하더라
어떤 이는 내 눈에서 죄인을 읽어 가고
어떤 이는 내 입에서 천치(天痴)를 읽고 가나
나는 아무 것도 뉘우치진 않을란다.

찬란히 티워 오는 어느 아침에도
이마 위에 얹힌 시의 이슬에는
몇 방울의 피가 언제나 섞여 있어
볕이거나 그늘이거나 혓바닥 늘어뜨린 병든 수캐마냥 헐떡거리며 나는 왔다.


--------------밤새도록 미친듯이 찾았다.
2005년 10월 미당문학관에 가서 찍은 사진들을~~~
그런데 대체 꼭 필요한 사진이 보이지 않는거다.
어제 보라감자꽃은 찾았고, 몇몇 사진은 보이는데
문학관 전경과 생가 전경, 그리고 마당 한켠의 우물 사진과
해로한 미당 부부사진과 시비를 찍은 사진이 안 보인다.

정말 밤새도록 미친듯이 찾았는데 왜 왜 왜~~~~없는 거냐?
그동안 사진을 찍기만 했지 앨범에 정리를 안 해서
상자에 봉투 봉투 차곡차곡 쟁여 있으니 장난이 아니다.

막내가 서너 살때 찍은 사진까진 삼남매 각각 앨범에 정리했으니
정말 10년은 쌓아두었나 보다. OTL

그래도 작년 가을 초등 학부모 12년을 마감하는 작품 만들때
애들 사진과 내 사진으로 분류해 두어서 그나마 다행이다.
밤새 뒤져도 나오지 않으니 약이 올라서 잠도 안 온다.
이젠 정말 앨범을 10권쯤 사서 정리를 해야겠다.ㅜㅜ

밤새도록 미친둣이 사진을 찾을 게 아니라 내 자화상을 찾아야 했을 듯......

'꿩 대신 닭'이라고 이거라도 올리자.
이 양반 5공때면 60이 넘었는데
그 나이에도 이러고 싶으셨을까?
미당 기념관에 걸려 있는 액자를 찍었다.


 시인의 고백처럼 '세상은 가도 가도 부끄럽기만 하더라'에 해당할 듯~~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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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8-09-25 1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친일에, 독재찬양에.... 거참 정말 부끄러워지네요...

순오기 2008-09-25 21:03   좋아요 0 | URL
거참~ 젊은시절 일은 이해한다손 처도 이순이 넘어서까지 저러고 싶었는지~~~~ 참 안타깝죠. 자화상을 들여다봐도 보이죠~~~

파란 2008-09-25 1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한일 못한일 입에 올리기 싫은일..그런일들이 뒤섞여 사는일이 얽혀있는거 같아요. 그 시인이 뒤돌아보아 지우고 싶은일이 한둘이 아닐거에요. 근데 지금쯤 미당문학관에서 바라보는 전망이 참 좋을텐데 합니다.

순오기 2008-09-25 21:04   좋아요 0 | URL
미당문학관 가는 길 여기저기에도 국화꽃들이 한창이겠죠~~ 국화향기처럼 살 수는 없었는지...

하양물감 2008-09-26 08: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 허. 허.

순오기 2008-09-26 11:28   좋아요 0 | URL
허~허~~~허~~~

노이에자이트 2008-09-26 16: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승만 찬양도 했지요.그런데 허근욱(월북한 허헌의 딸)씨가 문학수업을 미당에게 받기도 했으니 인연이 묘하죠.

순오기 2008-09-26 20:27   좋아요 0 | URL
이승만에 이어 박정희는 안했을까요? 전두환도 찬양했으니~~~ ㅜㅜ
사람의 인연이란 참 불가사의죠.^^

노이에자이트 2008-09-27 15: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그런 인연이 흥미롭더라구요.박정희에 대해선 정말 어떻게 했을지 궁금하네요.김동리 씨야 대표적인 "유신만이 살 길이다"주창자였으니 그런다 치구요.

순오기 2008-09-27 16:51   좋아요 0 | URL
유신만이 살길이다~~ 귀에 못박혔던 구호죠!ㅜㅜ

노이에자이트 2008-09-27 16: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때 혈기왕성한 젊은이였던 김성동 씨는 어떤 결혼식에 참석했는데 김동리 씨가 주례사에서까지 유신찬양을 하니까 "저래서 늙은이는 빨리 죽어야 하는데..."하고 중얼거렸다는 전설같은 이야기가 있죠.

순오기 2008-09-28 03:55   좋아요 0 | URL
님이 올렸던 김성동 페이퍼에서 본 거 같군요. 다른 데였는지도 모르지만...^^

노이에자이트 2008-09-28 15: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동리 씨는 5공 때도 대표적인 반공원로였죠.원래 순수를 주장하는 문인들이 의외로 정치적으로는 순수하지 못한 경우가 많죠.외국에서도요.

순오기 2008-09-29 02:13   좋아요 0 | URL
오히려 순수해서 정치적인 논리에 쉽게 빠지는 건 아닐까요?ㅎㅎㅎ

노이에자이트 2008-09-30 17: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순수하지 못한 이들이 유독 순수라는 가면 뒤에서 불순한 짓을 맣이 하지요.김동리의 색깔공세는 유명했지요.

순오기 2008-09-30 23:05   좋아요 0 | URL
순수의 가면 뒤에 숨은 두 얼굴~~~~~ 그랬군요.
김동리는 작품으로만 기억하는 작가라 그런 일은 잘 몰랐네요.ㅜㅜ

노이에자이트 2008-10-01 2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작품과 함께 그 작가의 경력도 파고 드는 버릇이 있어놔서...그런데 그럴 때마다 인간성과 작품이 너무 정반대인 인간들이 많아요.

순오기 2008-10-02 05:39   좋아요 0 | URL
작품과 작가의 삶에서 받는 괴리감~~ 조금은 알듯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