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엄마 시즈코상 - 가장 미워하고 가장 사랑했던 이름
사노 요코 지음, 윤성원 옮김 / 이레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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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그림책 <100만 번 산 고양이>로 감동을 준 사노 요코가 가장 미워하고 가장 사랑했던 사람, 친정 엄마와의 애증을 고백한 감동에세이다. 이 땅의 자식은 그 누구도 부모에게 잘 했다고 자신할 수 없으리라. 이 책을 보는 내내 반성과 후회와 더불어, 부모를 감당하지 않으려는 자식들의 이기심에 부끄럽지만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시부모와 친정 부모에 대한 감정의 폭이 다르고 깊이가 다르다는 것도 고백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시부모님과 친정 부모님에 대한 생각으로 하루에 많이 읽을 수 없었고, 일 주일이나 끼고 읽으며 참회하는 심정이었다.  

내 엄마는 어떤 엄마였고, 나는 어떤 엄마인가? 사노 요코의 고백을 읽으며 나를 대입시키고 비춰보게 된다.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가 독자의 감성을 움직인 작품이라면, 사노 요코의 <나의 엄마 시즈코상>은 작가의 경우를 솔직히 털어 놓으며, 부모를 섬기는 방법과 자신의 노후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어쩌며 자신의 치부 하나쯤 꽁꽁 묶어둔 채, 아무렇지 않은 척 살다가 솔직한 그녀의 고백에 마음의 빗장이 무장해제 당하는 느낌이다.   

사노 요코의 어머니 시즈코상은 분명 보통의 엄마들과 다른 독특한 분이었다. 요코는 어려서 엄마의 따뜻한 사랑을 받지 못했고, 잘한 일에도 칭찬이나 인정을 받지 못했다. 심지어 동생들을 낳아 키우면서도 엄마가 감당해야 할 일을 맏딸인 요코에게 맡겨버린다는 느낌도 들었다. 반면 아빠의 든든한 사랑과 지원을 받은 요코는, 엄마가 여자로서 질투하는 거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어머니는 음식도 잘 만들고 살림을 정갈하게 하는 솜씨꾼이었고, 항상 화장을 하고 집에서나 외출해도 흐트러지지 않았다.사교성이 좋아 사람들과 교류하면 금세 그들을 사로잡을 수 있는 매력적인 여성이었다.
  


나는 어머니를 돈으로 버렸다. 사랑 대신 돈을 지불했다.(30쪽)

내가 어머니를 사랑했더라면 지금처럼 돈을 쏟아붓지는 않았을지도 모른다. 일반 병실에 어머니를 모셔 놓고도 양심의 가책 같은 건 느끼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어머니를 사랑하지 않았다는 죄책감 때문에 이 비싼 실버타운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38쪽)   
가족이란 비열한 집단이다. 타인을 가족처럼 샅샅이 알게 된다면 친구도 지인도 소멸할 것이다.(114쪽) 

 
요코는 어머니와 살가운 사이가 아니다. 세상엔 자기 엄마를 사랑하지 않는 자식들이 많다는 걸 알기까지, 본인만 엄마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해 많이 괴로워했다. 엄마와 함께 살만큼 애정이 없어 실버타운에 맡기고, 사랑 대신 돈으로 엄마를 버렸다고 자책한다. 엄마가 자신에게 못되게 굴었다는 걸, 나이 먹으면서 더욱 선명하게 기억하는 요코는, 엄마에 대한 애정이 생기지 않았다. 자식 일곱을 낳아 셋을 잃었고, 겨우 마흔 둘에 미망인이 된 어머니에게, 열아홉 살 맏딸은 의지하며 친구처럼 지낼 수도 있었는데 그러지 못했다. 돈도 집도 남기지 않고 세상을 뜬 남편을 대신해 자식들을 벌어 먹이기 위해 얼마나 고달픈 인생이었으랴. 자식들이 알지 못하는 엄마의 고통과 외로움도 있었겠지... 

요코는 "나는 어머니를 어머니가 아니라 사람으로서 싫어했다." (135쪽)고 말한다. 요코는 어머니를 만질수 없을만큼 싫어했다. 요코의 어머니가 냉정하고 지나치게 이기적인 면도 분명 있었다. 친정 아버지의 특별한 사랑을 받았음에도 돌아가시기까지 자주 찾지 않았고, 장애 동생들도 철저히 외면했다. 그 모든 짐을 천사표 이모가 맡았지만, 이모는 행복하게 감당했다. 사람 됨됨이와 그릇의 차이가 실감되는 이모였다. 가족이기에 관계를 끊거나 버릴 수 없는 숙명, 그 짐을 지고 가는 게 우리네 인생이다. 요코의 어머니는 20년 동안 애지중지했던 자신의 집에서 며느리 손에 쫒겨났다. 세 명의 친딸도 도망쳤으니 며느리도 힘들 거라고만 짐작했던 딸들은 늦게서야 어머니가 그동안 늘어놓은 며느리의 험담이 사실이었다는 걸 알았다. 혜택만 누리고 의무를 저버린 요코의 어머니 시즈코상은 결국 자신도 버림을 받은 것이다. 사람 일은 정말 알 수 없다. 누구도 늙음을 피해 갈 수 없듯이 우리 모두 노인이 된다. 친정 부모나 시부모의 현재가 결국 나의 미래라는 것을 인정하면, 조금 더 넉넉하게 마음을 쓸 수 있지 않을까? 


내 친정엄마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7년을 혼자 지내셨다. 고향으로 이사한 작은 언니가 가끔 엄마를 모셔가 1~2주 쯤 함께 있는 정도였다. 언니는 친정엄마인데도 새 반찬이 없으면 "얘, 왜 이렇게 입맛이 없다니?"말하는 엄마가 이쁘지 않다고 말했고, 2주 이상 계실 땐 솔직히 엄마가 귀찮아져서 모셔다 놓고 마음으로 죄를 짓는게 괴롭다며 울먹거렸다. 친정엄마도 그럴진대 하물며 시어머니를 이뻐할 며느리가 있겠느냐고도 했다. 더구나 어머니의 도움이 필요해 같이 살자고 했을 땐 거절하더니, 늙고 병든 시어머니를 모시게 된 며느리가 곱게 여길 수 없는 건 인지상정이라고 했다. 그래서였을까? 친정엄마는 오빠집으로 들어가고 3개월이 지나 며느리와 소원해졌고, 결국 5개월만에 동생이 모셔갔다. 한 식구가 되려면 미움과 다툼의 통과의례를 거쳐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좀 더 필요한가 보다. 

예닐곱 살이었을까? 동생이 학교에 들어가기 전  
"나는 멀리 시집갈거야~"

라는 내 말에, 자기도 멀리 시집간다고 해서
"너는 아들이니까 시집가는 게 아니고, 색시한테 장가 들어 엄마 아버지 모시고 사는 거야~" 
라고 했더니
"엉아(형아) 있는데~"
라는 말을 했다. 살면서 그 얘기만 나오면 약코가 죽었던 내 동생은 늘 형보다 잘하려고 무던히 애를 쓴다. 


102살까지 장수한 시할머니를 모시고 살았던 내 시어머니는, 당신은 할머니께 친절하고 상냥하게 못하는데 남들이 효부라고 하는게 싫다고 하셨다. 더구나 여기저기서 주는 효부상, 효행상을 부담스러워 하셨다. 시어머니는 암으로 돌아가시기 한 해 전까지 평생 며느리로만 살아서 같은 여자로 생각할 때 짠한 마음이 컷다. 큰동서는 시할머니와 시부모를 모시고 4대가 함께 20년 넘게 살았으니, 어찌 스트레스가 없었으며 힘든 일이 없었으랴! 어쩌면 시어머니와 큰동서의 암은 그렇게 산 세월이 준 병이 아니었을까 짐작해본다. 시부모나 친정부모를 모시고 살지 않은 사람은, 함께 사는 그들에게 잘한다 잘못한다 탓할 자격이 없다고... 나는 말한다. 특히 시누이들이 나서서 간섭하고 잘잘못을 탓하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어진다. 그래서 친정엄마의 일도 일체 침묵하고 지켜보는 중이다. 나 역시 혼자 남은 시아버지를 선뜻 모시고 살겠다 하지 않은 죄인이고, 친정엄마를 모셔와 살거 아니라면 어떤 말도 공염불이고 간섭이기 때문이다. 우리네 인생 자체가 애증을 먹고 사니까, 싸움도 해결도 당사자들이 풀어가며 미운정 고운정이 들어야 진짜 가족이 되는 거라고 생각한다.   


요코는 어머니가 치매에 걸려 많은 기억을 잃고 뼈만 앙상하게 남은 노인이 되어서야 50년간 짓눌렀던 자책감에서 해방되었다. 누군가에게 용서받은 느낌, 신에게 용서받는거 보다 스스로에게 용서받는 것이 훨씬 어려운 일이라는 것도 깨달았다. 엄마가 치매에 걸리지 않았더라면 모녀간의 애증을 풀 기회도 없었을테니, 지금까지 살아 치매에 걸려줘서 고마운 엄마. 그 어머니를 만질 수도 없었던 요코가 어머니와 한 이불 속에서, 가르지 않은 젓가락처럼 꼭 붙어 자장가를 불러주며 눈물을 쏟아내는 장면은 화해의 절정이었다. 

노래하면서 나는 어머니의 하얀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왈칵 눈물이 솟구쳤다. 예상할 수 없던 일이었다. 그리고 생각지도 않던 말이 튀어나왔다.
"미안해요, 엄마. 미안해요."
나는 거의 흐느끼다시피 말했다.
"전 못된 아이였어요. 미안해요."
어머니는 제정신으로 돌아왔던 것일까?
"나야말로 미안하다. 네가 잘못한 게 아니란다."
내 안에서 무엇인가가 폭발했다.
"엄마, 치매에 걸려줘서 고마워요. 하느님, 어머니를 이렇게 만들어 주셔셔 고맙습니다."
수십 년 동안이나 내 안에서 응어리져 있던 혐오감이 빙산에 뜨거운 물을 부은 것처럼 녹았다. 끝없이 김이 솟아오르는 듯했다. 어머니는 평생분의 '고맙다'와 '미안하다'를 치매에 걸리고 나서야 양동이째 쏟아붓다시피 하며 비운 것일까?  (200~201쪽)

 


작고 노르끄레해진 어머니의 손, 그 작은 손으로 자식들 먹여 살리며 모든 걸 감당해야 했던 어머니를 버렸기 때문에, 결국 어머니에게 다정할 수밖에 없었다는 진솔한 고백이 마음을 울렸다. 사랑하지 않은 엄마라 짐으로만 여겼던 요코. 먼 길을 돌아 돌아 애증도 진정한 사랑이었음을 확인시킨 요코의 어머니는 2006년 8월 20일 아침 아홉 시 반, 93세에 돌아가셨다. 꿈꾸던대로 도쿄대 출신이었던 남편과 산 세월은 20년이었지만 존경했으며, 나머지 50년을 딸과 애증의 세월을 살다 간 시즈코상은 그래도 행복한 사람이었다. 

내 젊은 날, 스무 살에 찾았던 인천영락원 입구에 써 있던 말을 기억하며, 늙은 부모님의 현재가 결국은 나의 미래라는 걸 깨닫는다.

나 늙어 노인되고,
노인 젊어 나였으니
나와 노인 따로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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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31 23: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1-01 01: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글샘 2010-10-31 2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모와 자식의 문제는, 핵가족 속의 핵폭탄인 것 같습니다.
갈수록 쉽지 않은 문제일 거라 생각합니다.
애증의 물결은 거리감을 더 넓게 하기 쉽겠지만, 그 거리를 당기는 일은... 쉽지 않은 문제라 생각합니다.

순오기 2010-11-01 01:57   좋아요 0 | URL
할머니 할아버지는 이미 가족이란 울타리 속에 넣지 않으려는 게 핵가족의 본심이죠.ㅜㅜ
자식이 버린다는 생각만 안한다면 노인들 스스로 시설로 가야되는 세상 아닌가 생각중...ㅠㅠ

2010-11-01 09: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1-01 17: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같은하늘 2010-11-01 1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기언니~~ 잘 지내셨어요? 와락~~ㅎㅎ
오랜만에 들려 읽는 첫번째 글이 마음은 짠하게 하지만 확 닿는 글이네요.
어여 마무리를 보고싶어요.^^

순오기 2010-11-01 17:22   좋아요 0 | URL
마음이 무거워서 마무리가 쉽지 않았어요.ㅜㅜ

마녀고양이 2010-11-01 2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니, 저는 이 책 못 읽을거 같아요...
아무래도 죄지은게 많아서, 내내 울다가 지쳐 잠들까봐 무서워요. 에그.

순오기 2010-11-02 21:20   좋아요 0 | URL
책 자체가 슬프지는 않아요~ 재밌고 유쾌하게 읽히는데
자기 문제 때문에 무겁지요.

2010-11-02 18: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0-11-02 21:20   좋아요 0 | URL
다들 이 책 읽으면 자기 문제로 안착하게 될 듯해요.
세상엔 애증의 관계인 모녀가 많은가 봅니다.^^

hnine 2010-11-02 2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이 이런 내용이군요.
음...읽으시면서, 그리고 리뷰 쓰시면서도 내내 마음이 좀, 무거우셨겠어요. 저는 이 리뷰 읽으면서도 벌써 마음이 가라앉는데요.

순오기 2010-11-02 21:21   좋아요 0 | URL
사적인 얘기를 더 넣었다가 너무 불편해서 삭제했어요.
대부분 오십보 백보일거라고 생각은 들지만...

2010-11-03 11: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1-03 17: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노무현이, 없다 - 다시는 못 볼 아주 작은 추억 이야기
도종환 외 17인 지음, 사람사는 세상 노무현 재단 엮음 / 학고재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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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관련 책들을 여러 권 읽어 면역이 되었으니 눈물나지 않을거라 생각했는데, 이 책을 보면서도 여전히 눈물이 났다. 


당신도 우리를 보고 계십니까?라는 도종환의 서문은 담담하게 읽었다. 그러나 취재원 노무현을 얘기하는 고형규의 글이나 노간지의 매혹과 슬픔을 얘기한 정윤수의 글을 읽으며 울컥했고, 정혜윤이 쓴 글에서 자발적으로 줄서서 조문하는 대열을 보며 '우리도 누군가를 굉장히 사랑하고 존경하고 싶어했던 건 아닐까'라고 생각했다는 택시기사의 말에 공감하며 울었다. 우리는 정말 존경할만한 대통령을 갖지 못했다. 그럼에도 그가 대통령으로 재직할 때 우리는 그에게 인색하고 난폭했다는 말에도 나는 아니라고 도리질할 수 없어서 눈물이 났다.


노무현, 그는 병신춤으로 자신을 웃음거리로 내어주면서 분위기를 반전시키며 장악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는 하어영의 글. 1988년 13대 국회의원 총선으로 정계에 입문한 것은 지역주의 극복을 화두로 삼고, 사람 대접을 제대로 하지 않는 사회에 대한 분노 때문이었다고... 그는 개혁 아이콘이 되어 신뢰할 수 있는 지도자가 되고자 했으나 그의 평가는 유보한다는 손혁재의 글. 광주를 걸머진 젊은이들의 친구로 과거사 청산을 끌어안고 제주 4.3 추모식에서 공식적으로 사과한 유일한 대통령이다. 과거사청산 관련법을 제정하기 위해 노력했으나 기득권을 누려온 보수언론과 한나라당에 의해 무산되었다는 이이화 선생의 글은 실패한 개혁이 아니라, 그의 노력과 좌절을 기억하고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봉하마을에 대통령 사저를 설계한 정기용 교수는 노무현은 농가 문제의 대안과 화포천 습지 보존, 봉화산 푸른숲 가꾸기, 부엉이 바위 밑 작은 동물원을 계획했다고 얘기한다. 송기인 신부는 상식이 무너진 사회의 희생자인 노무현이, 함께 살자, 함께 가자고 외쳤던 그가 우리 각자인 동시에 모두라고 말한다. 만화가 정훈이가 그린 짧은 이야기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다'는 그야말로 100%공감됐다.


2부 아주 작은 이야기는 대통령 곁에 있었던 사람들이 전하는 가슴 따뜻한 이야기다. 대통령 후보시절부터 코디네이터였던 박천숙은 남대문이나 백화점에서 아버지가 입을 옷이라며 그에게 입힐 옷을 사왔으며, 발가락 양말이 유일한 사치였다는 대통령은 아버지처럼 자상했다고 기억한다. 대통령 후보 인터뷰에서 남들은 부인이 넥타이를 골랐다고 할때 코디네이터가 골랐다고 정직하게 답한 유일한 사람. 대통령의 식사와 국빈만찬과 연회를 책임진 청와대 운영관 신충진씨는 특별한 주문 없이 무엇이나 잘 먹은 대통령이고, 식사 시간에 10분 이상 기다리지 않도록 배려한 그 사랑에 답하려 봉하마을까지 와서 마지막 점심을 챙겼다. 처음으로 바보 노무현이란 글을 유니텔에 올린 유중희씨는 그 일로 2009년 공기업에서 해고되었다. 정의를 지키는 바보를 사랑한 죄라고 담담히 받아들이는 그가 빛났고, 이런 어이없는 짓을 서슴지 않는 게 우리사회의 수준이다. 고교부터 46년 노무현의 단짝 친구였던 원창희씨는 그를 붙잡지 못한 죄를 슬퍼한다. 초상화를 그린 이종구씨는 소탈하지만 근엄하고 권위적이지 않은 초상화를 그렸는데 영정이 될 줄은 몰랐단다. 다큐3일의 이경묵 피디는 봉하시민 노무현을 만났고, 오리농법을 도입하려고 노력한 그를 기억하는 홍순명씨와 봉하마을에서 찍사와 머슴처럼 일한 비서진도 따뜻한 사람들이었다.   

 
자연인 노무현과 대통령 노무현을 만났던 사람들이 얘기하는 그를 다시 만나는 건, 기쁨이면서 슬픔이었다. 그동안 몰랐던 인간 노무현의 모습을 많이 알게 됐고, 재임시에 더 많이 응원하고 사랑하지 못했음을 고백하는 건... 이미 떠나버린 놓친 열차를 추억하는 것일 뿐. 그럼에도 불구하고 따뜻한 그의 모습을 새기며 추억을 공유하는 것으로 작은 위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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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에자이트 2010-10-09 16: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무현이 아저씨...

순오기 2010-10-10 08:15   좋아요 0 | URL
아이고... 노이에님...

stella.K 2010-10-09 18: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무현 자서전 읽고 참 많이 울었습니다. 이 책도 그럴 것 같군요.
지금까지는 그분을 다소 감성적으로 대할 수 밖엔 없지만,
이제부턴 그분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가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도 가져 봅니다.

순오기 2010-10-10 08:16   좋아요 0 | URL
객관적인 평가~ 어떤 의미에선 제대로 된 평가가 이루어지리라 기대합니다.

stella.K 2010-10-10 21:46   좋아요 0 | URL
제 말씀은 그분은 대통령 당선 때부터 평가절하된 느낌이라
객관적인 평가에서도 올바른 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그런 말씀이었습니다. 언니께서 말씀하시는 것과 같다는...^^

마노아 2010-10-09 2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며칠 전에 '옥희의 영화'를 본 '하이퍼텍 나다'는 유명 인사의 이름을 좌석에 붙여 놓았는데 제 자리를 찾느라고 들여다본 첫번째 좌석에 '고 노무현'이라고 적혀 있었어요. 그 글자를 보는 순간 울컥! 치밀어 오르더라고요. 그렇게 순간순간, 생활 속으로 파고드는 이름이에요. 우리는 그 이름을 앞으로도 떠나보낼 수 없을 거예요. 리뷰 잘 읽었어요. 뭉클해요.

순오기 2010-10-10 08:18   좋아요 0 | URL
그렇게 우리 가슴에 한 자리 자치한 이름이고 떠나 보낼 수 없는 사람으로 남아 있겠죠.
 
허균의 드라마틱한 삶을 조명하다
허균, 최후의 19일 - 하
김탁환 지음 / 민음사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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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균 최후의 19일이 역순으로 진행돼 드라마틱한 허균의 생애를 조명하기엔 좋을지 몰라도, 독자에겐 친절하지 않은 진술이다. 다 읽고 나서야 사건의 발단과 전모를 파악하게 되니까, 차라리 하편 맨 끝장의 1일부터 거꾸로 읽어가는게 좋을 거 같다. 아마 작가도 1일부터 차례로 집필하고 편집은 19일부터 역순으로 하지 않았을까...  이번주 금요일 고등학교 독서회 토론도서인데 회원들은 어떤 감상을 풀어낼지 기대된다.

노회한 정치인 관송 이이첨과 교산 허균은 정치적 동반자로 같은 배를 타고 항해하다, 서로 최고의 권력자가 되기 위해 배신의 칼날을 준비한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라고 결국 역모의 괴수가 된 교산의 능지처참으로 막을 내린다. 오늘날의 정치에서도 합종연횡이나 3당 야합, 혹은 토사구팽 등 목적을 위한 온갖 수단을 보아 온 터라 놀랄 일도 아니지만... 

교산은 칠서의 변으로 궁지에 몰렸으나 광해군의 신임으로 살아났고, 관송의 수하로 들어가 그의 개를 자처하고 막강한 권력을 얻는다. 영창대군을 죽이고 서궁(대비)을 삭출할 때에 끝까지 반대한 영의정 기자헌을 유배시켰다. 교산의 제자였던 기준격은 아버지를 유배시킨 교산을 미워했고, 작은아버지 기윤헌이 교산의 아들 허굉을 끝까지 제자로 돌보는 걸 비난했다. 숭례문 흉격 사건이 터지자 기준격은 아버지를 위해 교산을 비방하는 상소를 올렸지만, 교산을 아끼는 광해는 추국을 미루었다. 관송은 교산을 옭아넣기 위해 여인 이재영에게 접근한다. 교산의 아들 허굉은 칠서의 사건으로 아버지를 따르던 서양갑, 이경준, 박치인, 김경손, 심우영이 죽고, 아버지는 정권의 실세인 이이첨, 박승종, 유희분과 어울리는 걸 보고 등을 돌렸다. 광해의 속마음을 아는 교산은 언제나 임금의 마음이 편하도록 솔직하게 말했고, 자기의 뜻과 다르더라도 임금의 뜻을 따르겠다고 한다. 광해는 그런 교산을 아낄 수밖에 없었을 듯하다. 대명과 노추(청)의 전쟁에 대명숭배의 명분을 앞세운 신하들은 마땅히 군대를 파견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임금의 뜻은 달랐다. 실리를 취하려는 광해의 뜻을 아는 교산은 강홍립을 설득했고, 강홍립은 광해의 비밀교지를 받고 온갖 핑계를 대며 천천히 행보한다.


이이첨과 교산은 선조 22년 같이 생원시에 급제했다. 관송은 교산의 시문에 기죽었고, 교산은 관송의 정치력과 승승장구를 부러워한 듯하다. 교산은 정치권에 입문해서도 온갖 기행으로 삭탈관직과 탄핵을 받았다. 그런 와중에도 변방의 서출들과 연을 맺었고, 무륜당을 비롯해 그를 추종하는 무리들이 많았다. 광해는 세자 시절의 인연으로 교산을 아끼고 절대적인 신임을 가졌다. 교산의 딸 해경을 세자의 소훈으로 맞이한다는 밀지와 권력을 독점한 관송을 감시하라는 하교를 내렸다. 교산을 죽인 사건의 발단이 된 숭례문 격서도 백성의 여론이 궁금한 임금을 위해 서로 묵인하에 한 행동이었지만, 관송은 교산을 침몰시키기 위해 옭아매었다. 교산은 임금이 바뀐다고 세상이 바뀌는게 아니고 정치권의 실세에 의해 임금도 좌지우지 되는 현실을 통째로 바꿔, 백성이 주인이 되는 세상을 만들려고 했던 것이다.  
  

이 책은 어디까지나 김탁환이 그려낸 허균이고, 소설이 아닌 허균을 제대로 알려면 이이화 선생이 쓴 '허균의 생각'이나 허경진이 쓴 '허균평전'을 보면 더 좋을 거 같다. 어쨋든 김탁환 작가는 ’지식인이란 무엇인가?’라는 화두로 전체에 관한 통찰과 통찰의 현실화 방안으로, 조선 최고의 천재이자 이단아인 교산을 재창조했다고 적고 있다.

 

엊그제 고딩 아들이 이 책을 보더니, 문학선생님이 허균을 서자라고 했다고 말했다. 허균이 서출들과 교류했지만 그의 스승 이달이 서출이었을 뿐, 그는 서자가 아니라 아버지 허엽이 상처하고 후처로 맞이한 김씨 사이의 소생이라고 말해줬다. 그러니까 우리가 아는 큰형 허성은 전처 소생이고, 허봉과 난설헌, 허균은 같은 어머니에게 태어났다. 아들녀석은 어떻게 문학선생님이 그런 걸 틀릴 수 있냐며, 내일 학교가면 선생님께 말하겠다며 씩씩거렸다.^^ 이렇게 허균을 서자로 아는 이들이 종종 있다.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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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0-10-06 1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니, 저도 어제 이책 찾아봤는데요...
궁금한게 있어서요.
제가 역사 이야기를 지나치게 소설화한 책을 좋아하지 않아서,
이 책은 사실에 근거한건지, 작가의 허구를 많이 첨부했는지 알고 싶어요.

좋은 리뷰입니다~

순오기 2010-10-07 01:29   좋아요 0 | URL
나도 허균을 연구한 사람이 아니니까 정확히 알수는 없지만.
그동안 내가 읽은 책에 등장했던 허균을 조합해봐도 이 소설과 크게 다르지 않을거라 이해했어요.
그래서 이이화 선생의 허균생각이 더 읽고 싶은데 품절이더라고요.ㅜㅜ

감은빛 2010-10-06 15: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상 하권 따로 리뷰를 올리셨군요.
일단 하권 리뷰만 읽고, 상권은 나중에....
근데 역순 진행이라면 좀 불편할 것 같네요.
말씀처럼 거꾸로 읽는것이 더 이해하기 좋겠네요.

이이화 선생의 <허균의 생각>, 허경진의 <허균평전>
이런 책들도 있었군요. 왠지 이 책보다 더 끌리는데요. ^^

순오기 2010-10-07 01:31   좋아요 0 | URL
일단 역순 진술이라 상황 파악 하는게 불편했어요.
다음에 볼 기회가 있다면 하권 맨 뒤부터 볼거에요.^^

허균의 생각과 허균 평전은 금욜에 도서관에서 찾아봐서 있으면 빌려오려고요.
 
허균, 최후의 19일 - 상
김탁환 지음 / 민음사 / 2008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홍길동전을 읽고 허균에 필이 꽂혀 그의 최후를 다룬 김탁환의 소설이 궁금했다. 대체 그는 어떤 죄목으로 처형되었고, 마지막 나날들을 어떻게 보냈는지 알고 싶었다. 


이 소설은 최후의 19일부터 역순으로 진행된다. 1613년 광해군이 집권하던 시기다. 광해는 허균과 동궁전에서 밤을 지새우며 새로운 정치를 펴나가자고 마음을 합쳤던 관계다. 광해는 허균을 사랑했으나 실권을 장악한 판의금부사 이이첨은 교산을 죽이라고 한다. 교산은 서자들과 새로운 세상을 꿈꾸었으나 모반을 꾀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배신과 배신으로 그의 죄는 불어났고 왕은 친국을 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이이첨은 교산과 자신 중 하나를 택하라는 압력으로 왕이 친국을 거두고 교산을 능지처참하기로 결정됐다. 교산은 임금을 원망하지 않는다는 말을 남기고 죽음을 받아들인다.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다섯 마리의 황소가 끌어서 온몸을 나누는 형벌은 참으로 잔인하다.


허균과 무륜당의 계획은 이재영의 고변으로 들통난다. 여인 이재영은 관송 이이첨의 사탕발림, 허균을 살려준다는 말과 자신은 시인으로 크게 이름을 날릴거라는 약속에 순진하게 고변했다. 기준격은 스승 허균을 모함하는 말도 서슴치 않았지만, 교산은 오히려 자신의 말이 올무가 될거라며 안타까이 여긴다. 교산을 따르던 동지의금 김개, 박치의, 돌한, 봉학, 명허 모두 관군에게 당한다. 노회한 이이첨은 교산을 죽이기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한다. 삼창이라 불리는 평창부원군 이이첨, 문창부원군 유희분, 밀창부원군 박승종과 동지경연 박자홍까지 교산과 뜻을 같이 했던 그들이, 교산을 죽이기 위한 음모라는 걸 알기에 광해군은 교산을 살리려 하나 임금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일이 된다. 관송 이이첨은 광해군이 교산을 친국하면 자기들도 같이 엮일 것을 알기에 친국을 막는다. 관송의 속내를 아는 교산은 달관한 듯하다. 교산은 아버지처럼 자신을 챙겼던 큰형님 허성과 시문을 높은 경지로 이끌어 준 작은 형 허봉을 추억한다. 천재이자 기인인 허균을 조선시대 지식인으로 오늘날 진중권과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했었는데, 그는 자신이 꿈꾼 이상적인 세상을 위해 행동한 사람으로 오히려 체 게바라 쪽이 아닐까...


이 책은 허균의 최후 19일을 역순으로 서술하기 때문에 맨 뒤에서부터 거꾸로 읽으면 이해가 쉬울 거 같다. 하루치를 읽고 그 다음날 것을 읽고 ’아~ 이렇게 된 거구나’하고 이해되는 게 썩 유쾌하진 않다. 작가는 드라마틱한 허균의 생애를 보여주기 위해 일부러 소설을 역순으로 썼겠지만, 독자들에게 친절한 진술방식은 아니다. 하여간 허균이 이이첨의 정권 독점 야욕의 희생양이 되는 과정을 들여다보는 게 편치는 않다. 정치권의 먹고 먹히는 권모술수는 오늘이라고 다르지 않으니까. 허균을 사랑한 광해군은 이이첨을 감시하라는 특별 지시와 그 딸 해경을 세자빈의 후궁인 소훈으로 삼겠다는 비밀교지를 내린다. 허균은 광해군의 두터운 신임을 받았지만, 결국 무륜당의 우두머리로 역모의 괴수가 되어 몰락의 길을 걷게 된다. 광해군도 어쩔 수없을 만큼 이이첨의 권력이 강했고, 교산이냐 관송이냐 택하라고 으름장을 놓는 이이첨의 협박에 누구도 비켜가지 못했다. 역모를 꾀한 중죄인의 가족은 삼대를 멸한다는 걸, 아들 굉이 깨닫고 지혜롭게 처신하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적는 편지에 마음이 짠했다. 광해군을 쥐락펴락 했던 김상궁, 김개시도 이이첨의 조종을 받는다. 허균을 따르는 자들은 교산이 결코 권력에 욕망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믿었지만, 그가 꿈꾸는 이상향을 세우기엔 역부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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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허균이 꿈꾼 세상
    from 엄마는 독서중 2010-12-09 01:25 
    허균 최후의 19일이 역순으로 진행돼 드라마틱한 허균의 생애를 조명하기엔 좋을지 몰라도, 독자에겐 친절하지 않은 진술이다. 다 읽고 나서야 사건의 발단과 전모를 파악하게 되니까, 차라리 하편 맨 끝장의 1일부터 거꾸로 읽어가는게 좋을 거 같다. 아마 작가도 1일부터 차례로 집필하고 편집은 19일부터 역순으로 하지 않았을까...  이번주 금요일 고등학교 독서회 토론도서인데 회원들은 어떤 감상을 풀어낼지 기대된다. 노회한 정
 
 
섬사이 2010-10-07 0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거꾸로 읽기의 비법을 알려주셔서 고마워요.(꼭 읽고 말테닷!!! ^^;;)

순오기 2010-11-30 20:29   좋아요 0 | URL
다음에 읽게 되면 뒤에서부터 읽으려고요.^^
 
오래된 미래 - 라다크로부터 배우다, 공식 한국어판
헬레나 노르베리-호지 지음, 양희승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07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저자인 헬레나 노르베리-호지는, 언어학자로서 라다크의 토속어를 연구하기 위해 라다크에 갔다가, 그들 삶에 깊이 배어든 생태학적 지혜와 공동체 중심의 세계관에 매료돼 16년을 머물며 라다크 사람들과 더불어 살았다. 라다크 사람들의 삶을 지켜보는 관찰자로, 때로는 함께 어울려 사는 이웃으로 그들의 삶에서 찾아낸 것들을 차분하게 기록했다. 

 

히말라야 고원의 라다크는 작은 티베트라 불린다. 티베트의 대승불교를 믿고 달라이 라마가 정신적 지도자다. 1인당 1에이커의 땅을 소유하고, 경작할 수 없는 땅을 소유하지 않는다. 땅의 소산물을 소중히 여기며 낭비하지 않으며 소박한 행복을 누린다. 욕심내지 않으니 다툼이나 언쟁이 없고, 개인의 이익이 공동체의 이익과 충돌하지 않는다. 일년에 4개월 일하고 겨울 8개월은 축제를 즐기며 여유롭게 산다. '파스푼'이라는 협동체는 우리의 두레나 계 비슷한 시스템으로 출생, 결혼, 장례 등 애경사를 돕는다. '고바'라는 마을 우두머리가 있고 민주적으로 운영한다. 일처다부제였으나 1942년 형식상 불법이 되어 옛날처럼 보편화는 덜하다. 일부다처도 있으나 사랑도 공유하므로 다툼이 없다. 여성들은 존중되고 지위를 보장받으며 물질적으로 풍요롭지 않아도 가난을 불평하거나 불편한 줄 모른다. 아기와 엄마가 늘 함께 있도록 하며, 아이들은 주위의 모든 사람들에게 무제한의 사랑을 받는다. 라다크 사람들은 '화내는 놈'이 가장 나쁜 욕이고 수치로 여긴다. 그들은 누구도 아이에게 화내지 않으며, 외국인이 조롱할지라도 친절을 베푼다. 정서적으로 건강하고 안정된 그들은 '세상에 행복하지 않은 사람도 있는가?' 반문할 정도로 자신들의 삶에 만족하고 행복하다. 


2부 라다크에 부는 변화는, 개발과 자본주의 시스템이 사람과 사회를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리얼하게 보여준다. 자원부족과 험한 기후와 불편한 교통 덕분에 식민주의와 개발로부터 보호되었던 라다크는 1974년 인도정부가 관광객들에게 개방하면서 서구문화가 들어오고 개발의 붐이 일어나면서 고유의 가치들이 파괴되었다. 서구의 편한 문물을 접하고 돈이 세상을 돌아가게 한다는 걸 알게 됐다. 새로운 경제는 빈부의 격차를 가져왔고 전통경제와 공동체 의식은 파괴되었다. 모든 걸 자족했기에 세상에 우리처럼 행복하지 않은 사람도 있냐고 놀라던 라다크 사람들은 스스로 가난하고 자기네 고유한 방식은 뒤떨어졌다고 느낀다. 라다크 문화를 보여줄 수 있는 건 하나도 남지 않게 될 거라고 진단한다. 3부 라다크로부터 배운다. 저자인 헬레나 호지는 라다크가 서구문화에 침몰되고 문화적 다양성이 사라지는 걸 지켜보며 심각한 의문을 갖는다. 서구 문화와 과학기술문명은 세계의 토착문화를 소멸시키고, 인류사회의 장래가 불투명하다는 걸 깨닫는다. 서구식 산업문화에서 세계의 문화적 다양성을 지키고, 사회적 생태적으로 건전한 생활방식을 지키고 발전시켜 온 토착문화를 구하기 위해 반개발 운동을 펼쳤다.  
 

반개발은 우리가 나아갈 미래사회라는 메시지에 착잡해진다. 완전 미친 짓인 4대강사업을 어찌한단 말이냐!!


헬렌 스코트 니어링 부부, 베아트릭스 포터와 월든의 헨리 데이빗 소로우, 윤구병 등 일찍 환경문제를 깨달은 분들과 마찬가지로 권정생 선생님도 유작 '랑랑별 때때롱'에서 과학의 힘을 빌지 않고 환경개발을 멈추고, 원시적으로 사는 방식이 우리의 미래를 위한 길이라고 말씀하신다. 책 제목 '오래된 미래'를 음미하면 해답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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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큐리 2010-10-04 07: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꼭 읽어야 한다면서 미루고...또 미루고 있어요...누님 리뷰올라오니 다시 도전해야겠다는 생각이 ..^^

순오기 2010-10-04 16:12   좋아요 0 | URL
꼭 읽어야 할 책이 어디 한두권이라야 말이죠.ㅋㅋ
독서마라톤 덕분에 비문학 분야를 챙기다 보니, 미루었던 책들을 읽게 되네요.^^

양철나무꾼 2010-10-04 1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러다 우리도 반개발 운동을 벌여야 하는 게 아닐지,원~ㅠ.ㅠ

님의 리뷰로 다시 보니 새로운 걸요.
참 좋아요~^^

순오기 2010-10-04 16:13   좋아요 0 | URL
일찍 각성한 이들은 시대를 막론하고 반개발 운동을 벌였더라고요.
베아트릭스 포터는 이미 그 시대에 반개발을 부르짖고 실천했어요.
베아트릭스 포터의 집 리뷰도 올려야 하는데...^^

라로 2010-10-04 14: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머큘님과 똑같은 마음으로 미루고 있었는데,,,아,,,읽을 책이 넘 많아!!!ㅠㅠ
그렇지않아도 언니에게 책 기증하는거 시작하려구 뽑아 놨어요.
얼렁 읽고 보내드릴꼐요~.
매달 쪼금씩 기증을 하면 것도 괜찮을것 같죠?

순오기 2010-10-04 16:14   좋아요 0 | URL
알라딘너들이 쌓아두고 못 보는 책 리스트 만들면 굉장할 거에요.ㅋㅋ
오호~ 매달 조금씩 기증하는 것도 좋지요, 책 꽂을 자리 만들어야겠어요.^^

혜덕화 2010-10-05 1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읽고 녹색평론과 환경 관련 서적들에 관심을 갖게 된 것 같아요.
아주 감동적으로 읽었답니다.
책 읽고 리뷰 쓰는 분들 부러워요.
읽고 나면 생각을 정리를 못하니 원......

순오기 2010-10-05 20:32   좋아요 0 | URL
이런 책을 읽으면 정신이 번쩍~ 나지요.
저도 리뷰 쓰는 거 어려워요~
더구나 독서마라톤 기간이라 교육청 사이트에 남긴 600자평을 그냥 옮기니 줄거리 정리만 하게 된다는...ㅜㅜ

꿈꾸는섬 2010-10-06 0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요새 책장에 꽃혀 있는 <오래된 미래>를 꺼내 볼까 싶었어요. 다시 읽어보고 싶네요.

순오기 2010-10-06 01:16   좋아요 0 | URL
가끔은 그렇게 마음에 땡기는 책을 다시 읽는 것도 행복하죠.

2010-10-06 0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슷한 답을 주는 제목의 책이 생각나네요.^^ <돌아갈 때가 되면 돌아가는 것이 진보다> (천규석)
- 정말 모두와 함께 '오래된 미래'를 결론으로 내고 '돌아가면' 얼마나 좋을까요. 티비를 켜고 뉴스를 보면, 그건 터무니없음을 (슬프게) 확인하지만요.

순오기 2010-10-06 03:06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알려주신 책 검색해보렵니다.
오래된 미래로 돌아가야 된다는 걸, 위정자들이 깨달아야 하는데 말이죠.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