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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함께 죽음을 이야기하자 ㅣ 1218 보물창고 3
게어트루트 엔눌라트 지음, 이옥용 옮김 / 보물창고 / 2011년 2월
평점 :
절판
작품에서 '죽음'을 모티브로 한 책은 많지만, 직접적으로 죽음을 이야기하는 책은 이 책이 처음인 듯하다. 독일에서 초등교사였고 교육학과 심리학 강연을 했던 저자는, 어렸을 때 남동생의 죽음으로 상실의 경험을 했기 때문에, 아이들이 느끼는 슬픔의 표현방식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우리말로 번역된 책 제목은 직설적이지만, 원제는 <아이들이 슬픔을 느끼는 방식>이다.
이 책은 죽음에 대해 어떻게 이야기하고,누군가의 죽음으로 생긴 상실감을 어떻게 위로하고 치유해야 할지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가며 설명하기 때문에 도움이 된다. 내가 겪었던 누군가의 죽음으로 생긴 문제나 정서적인 것들도 이해하게 되었다. 어른들 특히 부모나 선생님이 읽고, 누군가의 죽음을 겪은 아이들에게 어떻게 해야 할지 해답을 얻기 좋은 책이다.
아이들이 맞닥뜨린 죽음에 대해 슬픔을 느끼고 표현하는 방식이 모두 다르다는 걸 이해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애완동물이 죽었을 때, 할머니 할아버지가 죽었을 때, 엄마나 아빠가 죽었을 때, 형제자매가 죽었을 때, 예고없는 사고로 인한 죽음이나 자살, 장례식에 참예하는 문제 등 조목조목 짚어가며 사례를 들어 준다.
누군가의 죽음에 대해 아이가 질문하면, 솔직히 얘기해주고 함께 대화를 나누라고 조언한다. 아이들은 누군가의 죽음에 대해 자기 눈높이에서 이해하고 상상하며,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심을 갖거나, 자기 때문에 돌아가셨다는 죄책감을 느낀다고 한다. 아이가 느낀 슬픔이나 상실감을 치유하기 위해선 창의적인 활동이 유익하고,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풀어주는 어른들의 위로가 필요하다고 한다. 죽음은 먼 훗날의 이야기가 아니라, 살면서 언제라도 만날 수 있는 일이라 자연스럽게 알려주는 것이 좋다고 한다.
내게 가장 영향이 컷던 죽음은 친정아버지와의 작별이었다. 암으로 투병하는 동안, 살아계실 때 한번이라도 더 뵈려고 광주에서 인천을 오르내리며 작별을 준비했었다. 아버지는 당신의 자식들에게 제대로 해준 게 없다며 미안해하셨고, 우리는 아버지가 우리 앞길을 열어주신 것으로 충분히 역할을 하셨다고 위로했었다. 아버지와 함께 한 소중한 추억을 기억하면서 마음을 담아 글을 썼고, 형제들은 모두 글을 읽으며 울었고, 아버지께도 읽어 드렸다고 했다. 아버지는 당신께 감사하는 막내딸의 글에 위로받으며 고맙다고 했다는 말도 언니에게 전해들었다. 그렇게 작별을 준비했음에도, 돌아가셨다는 전화를 받고는 황망해서 아이들을 데려갈 생각도 못했다. 아이들도 외할아버지와 작별의식을 치뤄야 했는데, 그럴 기회를 못줘서 지금도 미안하다. 아버지와 사랑의 추억이 많은 만큼 슬픔을 잊고 일상으로 복귀하는 게 힘들었고, 아버지 돌아가신 가을이면 으레히 혹독하게 아팠었다. 저자는 죽은이와 작별하고 애도하는 시간을 충분히 주어야 한다고 말하는데, 내 경험과 이웃들의 경우를 봐도 애도하는 시간은 곁에서 뭐라하지 말고 그냥 지켜봐 주는 게 좋다.
우리 아이들은 친구의 엄마나 아버지가 돌아가신 경우를 봤고, 할머니가 암으로 투병하는 걸 지켜봤기 때문에 죽음은 영원한 작별이라는 걸 체감했다. 장례식에서 할머니와 함께 살았던 사촌언니가 애통하는 걸 지켜보며, 할머니와 함께 산 언니는 정이 많이 들어서 할머니를 보내기가 힘들다는 것도 알았다고 한다. 정이 깊을수록 누군가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건 엄청난 충격이라고 저자는 반복해서 이야기 한다. 그래서 자기만의 방식으로 슬픔을 표현하는 아이들을 이해하고 위로해야 한다고...
이 책을 보면서 영화 <카드로 만든 집>이 떠올랐는데, 궁극적으로 이 책이 얘기하는 죽음에서 비롯된 상실감과 충격이 얼마나 크고 어떻게 치유해야 하는지 잘 그려낸 영화다.
이 영화를 못 봤다면 꼭 찾아보시라, 죽음과 자폐에 대한 정신과 의사(토미 리 존스)의 심리 분석과 조언에 귀 기울여도 좋을 영화다. 이 책을 읽고 죽음을 소재로 한 그림책이나 문학작품을 아이들과 같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아트 슈피겔만의 <쥐>에서도 어려서 죽은 형과 늘 비교당하는 동생이 나오고, <호밀밭의 파수꾼>에서도 열세 살때 경험한 동생의 죽음으로 충격받은 홀든의 이야기도 생각난다. 애완동물의 죽음을 그린 그림책은 <개들도 하늘나라에 가요/신시아 라일런트/보물창고> <애완동물이 갖고 싶어/바르브루 린드그렌/보물창고> <안녕, 영원히 기억할게/하라다 유우코/살림어린이> 할아버지의 죽음이 나오는 <오른발 왼발/토미 드 파올라/비룡소> <할아버지 양복 입고 있어요/아멜리에 프리드/여명미디어> <유령이 된 할아버지/에바 에릭손/한길사><우리 할아버지/존 버닝햄/비룡소>등등 찾아 보면 많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