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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독일기 : 잠명편 - 눈은 자도 마음은 자지 마라
이지누 지음 / 호미 / 2008년 11월
평점 :
품절
이지누, 아무리 검색해도 출생년도를 알 수 없다. 책 속에 언급하기를 50년 세월~~ 이라 했으니 50대려니 짐작만 해본다. 대구에서 태어났으며 우리 문화를 관찰하고 기록하는 사람이란다. '우리 땅 밟기'라는 단체를 이끌고 잡지나 신문사의 사진 편집인과 논설위원을 거쳤으며, 지금은 스스로의 작업만 한다고 한다. 저서로는 '절터-그 아름다운 만해-강원도.경상도편' '잃어버린 풍경1-서울에서 한라까지' '잃어버린 풍경2-백두산을 찾아서' '이지누의 집이야기' '뭐라, 내한테서 찔레꽃 냄새가 난다꼬'가 있다.
리뷰를 쓰면서 이렇게 작가에 주목해 보긴 처음이다. 이 책을 읽으며, 이 사람 참 독한 사람일거라고 생각했다. 2002년 중양절부터 90일간 선현들의 말씀을 읽고 관독일기를 쓰는 걸 8년째 계속하고 있다니, 어찌 독한 사람이 아니겠는가!^^ 남의 가정사가 왜 궁금할까마는 이 사람 결혼은 했는지, 결혼했다면 그 부인이 참 힘들지 않을까 걱정이 될 만큼 자신에게 엄격하고 독특한 완벽주의자라고 생각됐다.
관독일기(觀讀日記)는 '책만 읽는 바보'라고 알려진 형암 이덕무가 음력 9월 9일 중양절 이후 11월말까지 90일 동안 책을 읽고 소감과 서평을 붙인 관독일기를 보고 따라 했는데, 이 책은 2007년 10월 19일부터 2008년 1월 16일까지 쓴 일기를 책으로 엮은 것이다.
내가 이 책을 받은 것은 11월 중순이었으나 쉽게 손에 잡지 못했다. 차일피일 미루다가 지난 2월중순 2층 세입자와 목청을 돋우는 일이 생겨, 내 마음을 다스릴 겸 비로소 읽기 시작했다. 나의 언행을 돌아보며 거울에 비춰보기는 독서만큼 좋은 것이 없지 싶다. 이 책의 저자도 잠과 명을 읽으며 자신의 과거와 현재를 적나라하게 비추기에, 부끄러워 고개를 들지 못했다고 밝히고 있다. 나 또한 그런 마음으로 스스로 언행을 조심하고 경계하는 마음을 갖고자 들춰보게 된 것이다.
잠(箴)은 누구에게 보이는 글이 아니고 자신의 허물을 예방하고 반성하며 결점을 보완하려고 짓는 글이고, 명(銘)은 스스로를 반추하며 새기는 글이다.
따라서 이 책은 하룻밤에 좌르르 읽을 책이 아니다. 하루 한 편씩 읽으며 마음에 새기는 독서를 해야할 책이다. 나는 열받은 마음을 달래고자 몰입해 하룻만에 읽었으나 리뷰를 쓰기까지는 또 한 달이 흘렀다. 감히 어줍잖은 말로 내 감상을 담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좋은 책을 나누려고 어머니독서회 3월 토론도서로 정해 오늘 토론을 했다. 다들 저자가 독한 사람이라 공감했고, 우린 흉내도 낼 수 없노라 고백했다. 오로지 한 회원이 책읽기를 시작한 날, 딱 하루 일기를 쓰고는 다음 날은 잊어버렸다고 해서 모두 웃었다. 책을 읽고도 그 약발이 사흘을 넘기지 못하는 나는, 올 가을 10월 19일부터 한 편씩 다시 읽으며 새기겠다고 말했더니, 그도 좋은 방법이라며 잠자기 전 한 편씩 읽고 묵상하던지, 아침에 마음을 가다듬고 읽는 것도 좋겠다고 호응했다.
저자에게 잠과 명을 들려준 분은 장유, 신흠, 이규보, 최한기, 허균, 기대승, 안정복, 이식, 이덕무, 정약용 등으로, 선현들의 주옥같은 말씀이 담겨 있다. 책을 읽어가며 나의 무지함에 부끄럽고 성현들의 지혜로움에 감탄하며 밑줄긋기에 바빴다. 깊이 사유하지 않고 살아온 나날들이 부끄럽지만, 또 다시 그렇게 살아갈 것을 알기에 책을 읽으며 내내 부끄러웠다. 약발이 사흘이라도 자꾸 말씀을 새기다 보면, 좀 더 성숙한 인품을 갖게 되지 않을까 무너지는 마음을 추스리며 좋은 말씀을 옮겨 본다.
언어는 침묵을 통해 깊어진다.
차라리 낮을지언정 높지 마라.
눈은 자도 마음은 자지 마라.
홀로 갈 때 그림자에 부끄러움이 없어야 한다.
세 번 생각하고 세 번 침묵하라.
2층 세입자가 이사하고 모든 일이 마무리 되는 3월 2일까지 보름을 시달리면서, 나름 침묵하거나 맞대거리를 중지했던 건 바로 이 말씀 때문이었다. 나를 돌아보며 언행을 삼가할 수 있었으니 어찌 좋은 책이 아니겠는가! ^^
그대 입을 다물어라 멍청한 바보처럼
속이 시끄러운 사람 싸움질하고 치달리지
이것이 병통이라 침묵 해치는 적이로세
그대 정신 수습하여 공허한 경지에 놔 두게나
깊고 깊은 연못 속 外物에 동요되지 않나니
그대의 삶 텅 비우면 만물을 포용하리
때때로 꺼내 써도 고갈되지 않으리니
아 이것이 바로 침묵하는 이유로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