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무언가를 너무 잘하려다 아예 손도 못대는 경우가 종종 있다. 특히 글쓰기는 지나친 욕심에 머릿속 생각으로만 끝나거나, 기한에 쫒겨 양에 안차는 마감을 하기도 한다.
알라딘 프레이야님의 첫번째 책 ‘앵두를 찾아라‘ 는 출판기념회를 함께 하며, 모인 이들이 감동받은 한 편씩 골라 돌아가며 읽었었다. 그리고 돌아와 꼼꼼하게 읽었지만 두 해가 지나도록 리뷰하지 못했다. 그녀의 절제된 아름다운 문장에 ‘정말 에세이는 아무나(누구나) 쓰는 문학이 아니구나‘ 감탄하며 기가 죽었더랬다.^^
두번째 책 ‘고마워, 영화‘도 밑줄 그어가며 읽었지만 여태 리뷰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그녀에 대한 나의 애정은 변함없다고 간밤에 댓글로 고백했다.^♥^
‘배혜경의 농밀한 영화 읽기 51‘이라는 부제를 단 ‘고마워, 영화‘는 그녀가 영화를 얼마나 사랑하고 깊이 있게 보는지, 이 책엔 또 어떤 정성을 들였는지 알 수 있었다. 표지 사진도 한 편의 영화 포스터처럼 멋스럽고, 챕터를 나눈 아르누보풍의 속지와 그 뒷면에 넣은 글귀도 심혈을 기울였구나 감지되었다.
그녀가 애정으로 읽어낸 51편의 영화 중 내가 본 건 13편 뿐이지만, 같은 마음이거나 비슷한 느낌이구나 싶어 안심이 되고 위로가 됐다. 간혹 내가 의아하게 생각했던 것들은 그녀의 글로 이해가 되었고, 보지 못한 영화들은 꼭 봐야겠다 싶었다. 그중에도 ‘세상의 모든 것들. 다가오는 것들. 버드맨. 비우티풀. 위대한 침묵. 실비아‘ 등등...
그녀가 엄마와 꼭 같이 보고 싶었다는 큰딸과 본 ‘더 로드‘를 나는 아들과 같이 보았다. 아들은 책을 읽고 영화를 봤지만 나는 책을 보기 전이라, 뭔 뜻인지 모르겠다 싶은 건 아들의 보충 설명으로 이해했었다. 또한 각각 서울과 광주에서 ‘아가씨‘를 본 후, 우리 큰딸과 심야 전화로 감상을 나누었던 기억이 오버랩됐다. ‘마더‘와 ‘색.계‘를 보고 심도 있게 감상을 나누었던 지인들과 대화 등 기억의 조각들을 불러오는 행복한 책읽기였다.
아~ 원작이 있는 영화들 중 아직 원작을 못 본 것도 보고 싶고, 내가 모르는 많은 영화들을 소개해 준 그녀가 고맙다. 이렇게 농밀한 영화 이야기를 들려준 그녀의 건필을 기원하고, 세번째 책을 기대하며 감사와 사랑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