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박사의 초등영어 학습법>을 읽고 리뷰해 주세요.
-
-
하버드 박사의 초등영어 학습법 - 미국식 커리큘럼으로 배우는
정효경 지음 / 마리북스 / 2009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평가단 도서로 이 책을 받아 읽으며 솔직히 제일 먼저 든 생각은 이거였다.
"너희 삼남매가 초딩이 아니라서 정말 다행이다!"
"맞아, 우리가 어릴 때 엄마가 이 책을 읽었다면 서로 얼마나 괴로웠겠어~ 흐흐흐."
옆에서 듣던 대딩 큰딸이 맞장구를 쳐 주었다.
"이 책은 엄마가 읽을 게 아니라 초등 선생님 될 네가 읽어야겠다. 너 올라갈 때 가져 가라."
했더니 별로 보고 싶지 않단다.ㅋㅋㅋ
난 영어에 올인하는 교육정책이나 엄마들에게 별로 동조하지 않는다. 모두가 영어를 잘 해야 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하지만, 영어를 배우기 위해 쏟아 붓는 에너지와 경제적 부담을 생각하면 기가 막힌다. 솔직히 우리 가정이 그럴 형편이 안되기 때문에 삐딱선을 타는지도 모르겠다. 어쨋든 중.고.대딩 삼남매에게 영어교육을 위해 그리 많은 돈을 쏟아 붓지 않았다. 물론 그럴 형편도 안됐지만 그러고 싶지도 않았다. 어차피 공부도 제가 필요성을 느껴야 하듯이 영어공부도 그렇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우리 큰딸이 초딩 3학년이던 1998년에 초등학교 교육과정에 영어 과목이 추가됐다. 시험은 치지 않고 일주일에 두어번 배웠던 거 같다. 공교육은 초등 3학년에 시작돼도 이미 많은 아이들이 선수학습으로 영어를 배우고 있었기 때문에 우리 딸은 굉장히 겁을 냈다. 그때 내가 자신있게 선언한 말 때문에 그래도 딸아이는 나름 안심했었다.
"너는 언어 능력이 탁월하기 때문에 영어도 겁낼 거 없어. 영어나 어떤 외국어라도 결국 언어 영역이니까 너는 잘 할 수 있어!"
지금 생각하면 가당치도 않은 오만이었지만, 결과적으로 그 말에서 크게 벗어나진 않았다. 가까이 지내는 우리 애들 친구들을 보면 초등학교와 중,고등학교 10년 이상을 학원에 다니거나 개인과외를 받는 등 그야말로 공부(영.수)에 올인하느라 책읽을 시간도 없이 지낸다.
큰딸은 6학년 되면서 시작한 0선생 영어를 만 2년 했을 뿐이고, 중학교 1학년 겨울방학에 영어 학원 딱 한 달 가더니 자기에겐 별 도움이 안된다고 그만 두었다. 그리곤 고등학교 입학하기 전 두 달, 고등학교 1학년 겨울방학에 두 달 개인과외 받은 것이 전부였다. 수능에서 영어 1등급은 받지 못했지만(고딩 엄마들은 알지만 영어는 한두 개만 틀려도 2등급이다) 10여년을 올인한 친구들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대학 2학년을 마치며 철이 들었는지 겨울방학에 엄마가 해주는 밥 먹으며, 영어 뿐 아니라 공부를 해야겠다며 요즘은 진지한 면학분위기 조성이다. 그래서 공부도 다 제가 하고 싶어야 하는 것이란 믿음은 변함없다. ^^
둘째는 5학년 가을부터 0선생 영어를 1년 반 하다가 때려 치웠고, 막내는 6학년 되면서 오빠가 공부하던 0선생 영어 교재로 혼자 공부했고, 중학교 들어가기 전 영어학원 등록해 딱 1년 다니고 끝이다. 그래도 셋이서 영화를 보거나 CNN뉴스를 들으면 대충 알아 먹고 엄마에게 설명해 준다. 아들녀석은 자기가 영화를 많이 봐서 그런지 영어 듣기가 들린다고, 모의고사 봐도 듣기는 하나도 안 놓친다고 자랑이다. 그럼 됐지 않는가? 진짜 필요한 영어공부는 고딩이나 대학생이 되어서 하면 되지 않는가, 무식한 엄마는 아직도 무대뽀로 믿고 있다.^^
이 책에서도 언어학자 촘스키를 인용해 "사람은 타고날 때부터 누구나 다 언어를 습득할 수 있는 장치(언어습득장치이론:Language Acquisition Device Theory)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 시기가 만 4세에서 만 12세인데, 이 시기에 모국어에 노출되지 못한 아이는 정상적인 언어생활이 어렵다고 한다." (35쪽)
그래, 맞는 말이다. 그 시기에 모국어를 잘 배우면 되지 모두가 외국어(영어)에 올인할 필요는 없다. 우리말과 글도 제대로 안 배운 아이들에게 영어를 배우라고 내몰 필요는 없다는 얘기다. 우리나라가 수출에 의지하는 산업구조라 국제화시대라고 내세우면서 미국이나 영어에만 주력하는 언어교육에 모두가 함몰될 필요는 없지 않느냐 말이다. 이 책에선 일주일에 5회 이상 2~3시간의 영어공부를 꾸준히 해서 총 2400 시간 이상 영어에 노출시켜야 된다고 거듭 강조한다. 우리말과 글을 외면하고 영어공부만 하라는 얘기는 물론 아니지만, 남들 다 하니까 우리 아이만 안 시키면 불안해서 영어공부를 시키는 사람도 적지 않다. 너무 일찍 영어공부에 내몰아 영어라면 치를 떨게 만든다면 차라리 안 가르친것만 못한 결과도 분명 있다. 자기 아이의 적성과 특성을 알아보고 적절한 시기와 경제력을 생각해 소신껏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을 읽어보면 엄마가 관리해야 될 부분이 상당히 많다. 난 절대 여기서 말하는 대로 할 수 없다. 영어뿐 아니라 다른 것도 마찬가지다. 과연 엄마는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서 자신의 모든 것을 투자해야 할까? 주변에서 그렇게 보낸 엄마들이 나중에 '내 인생 돌려줘!' 억울해 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아이의 인생이 결코 엄마의 인생을 대신해 줄수도 없고, 아이의 성공이 엄마를 충족시켜주지도 않는다. 어렵게 자란 자식이 부모 생각하듯이 자식이 너무 잘나가면 부모들은 얼굴 보기도 쉽지 않다. 그래서 나는 우리 아이들이 그렇게 잘되고 큰인물이 되기를 바라지 않는 소심한 엄마를 자처하고 산다. 이런 생각이 우리 아이들에게 가난을 대물림 할지 모르지만, 다 제하기 나름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나는 영어에 크게 관심이 없어서 이 책을 읽어도 건성 글자만 읽었다. 그러나 관심이 많은 엄마들에겐 유익한 정보가 많다. 미국식 커리큘럼으로 배우는 영어공부로, 특목고나 엘리트 코스 진학도 문제없다고 자신있게 내놓았다. 깊이 읽고 챕터가 끝날 때마다 요점을 짚어 준 키 포인트만 새겨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책은 내게 와서 별 환영을 못 받았지만, 다른 분들에게는 아주 유익하고 유용한 정보임에 틀림없다는 것은 나도 인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