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나 너를 사랑해 언제까지나 너를 사랑해
로버트 먼치 글, 안토니 루이스 그림, 김숙 옮김 / 북뱅크 / 200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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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먼치의 '언제까지나 너를 사랑해', 로제티 슈스락의'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피터 레이놀즈의 '언젠가 너도'를 읽으면서, 우리 작가들이 쓰고 그린 책 중에 이런 책은 없을까? 궁금했고 찾아봐야지 하며서도 잘 안된다. 한번 검색해 봐야겠다.

이 책은 캐나다에서 출판되고 베스트 셀러가 되었으며, 한참 후에 미국에서 베스트 셀러가 되었다. 그것도 양로원에서 노인들이 찾는 책이었다고 한다. 당신들이 자녀를 키우던 때를 추억하는 노인들의 마음을 충분히 알 것 같다. 이 책은 작가가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하고 사산한 두 아이에게 보내는 아버지의 사랑노래라고 한다. 그 안타까운 아버지의 마음이 세상의 부모 마음을 움직인 듯하다. 부모 마음은 동서양이 다르지 않을 것이다. 로버트 먼치는 그런 부모 마음을 간결한 노래에 실어 잘 표현하고 있다. 아이를 키운 부모라면 누구나 공감할 사실들, 언제까지나 너를 사랑하지만, 키울 때는 정말 미처 버릴 것 같은 일도, 이 아이를 내다 버릴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의 상황도 생긴다는 것을~ㅠ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속에서 나온 자식이기에 무조건적인 사랑을 하게 된다.

아이가 점점 자라 온 집안을 망가뜨리는 상황, 화장실 휴지를 길게 풀어놓거나 치약을 바닥에 짜 놓는 둥 난리를 쳐 놓은 그림에 절로 웃음이 난다. 특히 아들이 더 심한 것 같다. 우리 아들도 네살 때, 치솔을 변기에 집어 넣고 보지기를 넣어 설비 아저씨를 불러 변기를 뚫어야만 했다. 그 후 화장실 문을 위에서 잠글 수 있게 고리를 달았다. 그랬어도 순간 방심하면 기어이 일을 저지렀다. 참 다양한 말썽을 피우며 자란 아들이 이제 중학교 2학년이라 수염 자리도 시컴시컴 잡혔다. ㅎㅎ

"너를 사랑해 언제까지나 / 너를 사랑해 어떤 일이 닥쳐도 /  내가 살아 있는 한 / 너는 늘 나의 귀여운 아기"  

이 책에서 어머니가 아들에게 불러주는 자장가다. 나도 할머니와 어머니가 불러주시던 자장가를 부르며 아이를 재웠다. "꼬꼬 닭아 울지 마라. 멍멍 개도 짖지 마라~ " 그 다음엔 내 맘대로 그때 그때 가사를 만들어 불러주었다. 삼남매를 다 키워 장성한 지금 생각하면, 아이들이 기억할 자장가로 딱히 남는 게 없다는 아쉬움이 든다. 이 책의 자장가처럼 영원히 아이들 귀에 쟁쟁한 자장가를 남겨주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이 다음 손주를 키울 때라도 그렇게 해야겠단 생각이다.

'자식을 키워봐야 부모 마음을 안다'는 말씀은 내가 아이를 키우며 이해하게 됐고, 부모님께 받은 사랑으로 내 아이를 키웠다. 세월이 흘러 우리 아이들도 자라고 나도 나이 먹었으며, 우리 아버지는 이미 돌아가셨고, 엄마는 혼자 살기엔 힘겨운 할머니가 되셨다. 늙으신 부모님은 자녀들의 보살핌을 받아야 하지만 내리사랑은 있되 치사랑은 어려운지라, 자녀들은 아무래도 소홀하다. 이 책을 읽으면 홀로 계신 어머니가 자장가를 부를 기운도 없어, 아들이 어머니를 안고 자장가를 부르는 장면에서 가슴이 뭉클하다.

'사랑해요 어머니 언제까지나 / 사랑해요 어머니 어떤 일이 닥쳐도 / 내가 살아 있는 한 / 당신은 늘 나의 어머니'  

그 아들이 집으로 돌아와 자기의 아이를 안고 어머니가 불러주던 자장가를 부른다. 비로소 부모 마음을 아는 아들이 된 것이다. 이렇게 내리사랑은 계속 되는 것이다. 이 책은 아이들보다 자녀를 키우는 엄마들이 더 감동하고 뭉클할 책이다. 지금 아이를 키우는 엄마라면, 자녀의 가슴에 영원히 살아 있을 자장가나 주제가를 남겨주는 것에 소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 책을 읽고 여기 나온 자장가나 자기 집의 주제가를 책갈피로 만들면 좋은 독후활동이 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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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7-12-30 2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기 집의 주제가라... 생각해 본 적 없는데, 이런 것이 있으면 가족 사랑이 더 애틋해질 것 같아요. 역시 순오기님^^

순오기 2007-12-30 23:18   좋아요 0 | URL
주제가, 참 의미있어요. 어쩌면 가훈보다 혹은 가훈만큼 필요한 것이라 생각돼요. 우리는 장사익의 '찔레꽃'이 주제가라 할 수 있죠. 광주에서 목포까지 할아버지 댁에 갈때마다 아빠가 어찌나 크게 틀어대는지 처음엔 다들 귀를 막으며 괴로워했는데, 어느 날부턴가 모두 따라 부르고 있더라고요.ㅎㅎ 그래서 자연스럽게 우리집의 주제가가 되었답니다!^^
 
팥죽 할멈과 호랑이 네버랜드 우리 옛이야기 1
박윤규 지음, 백희나 그림 / 시공주니어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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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팥죽할머니와 호랑이'는 우리에게 너무 친숙한 이야기다. 일곱가지 보잘것 없는 것들( 알밤, 자라, 물찌똥,송곳, 돌절구, 멍석, 지게)이 천하무적 호랑이를 물리치고, 힘없는 할머니를 구해내는 이야기는 통쾌함과 우리 민족의 해학성까지 발견하게 된다. 어린 독자들은 이런 것 몰라도 재미있는 한편의 옛날이야기로 충분히 만족한다. 게다가 한지로 표현한 그림은 어찌나 맛깔나는지 마치 한편의 에니메이션을 본 듯하다. 살아있는 입말체의 옛날이야기 책이야 많이 볼 수 있지만, 그림에서 이만한 책을 찾기는 어려울 것 같다. '팥죽할머니와 호랑이'이야기 책이 여러가지 있지만 내가 본 중엔 제일이다. ^^ 이 책을 보고 한지로 제작한 백희나님께 홀딱 반해서, 또 다른 책'구름빵'도 사야지 맘 먹었다.

박윤규님의 이야기 솜씨는 이미 '호랑이 똥은 뜨거워'나 '산왕부루'로 충분히 맛 보았기에 당연히 인정한다. 입말이 살아 있는 글맛은 아이들에게 읽어줄 때 제대로 표현된다. 오늘 동짓날에 팥죽을 먹고 읽어주면 아주 딱이다. ^^

"옛날 옛날, 깊고 깊은 산골에 파죽할멈이 살았어. 맛난 팥죽을 팔팔팔 잘도 끓여서 팥죽 할멈이야." 로 시작하여 "어흐엉, 할멈을 꿀꺽 잡아먹어야겠다!"는 호랑이가 나타나 아이들을 곧바로 이야기 속으로 끌어들이는 솜씨도 일품이다. 팥죽을 끓이며 꺼이꺼이 우는 할머니 소리에 폴짝폴짝 통통 찾아온 알밤, 할멈이 척척척 팥죽 한 그릇을 퍼주자 후루룩 다 먹고...  엉금엉금 척척 기어 온 자라 한마리, 질퍽질퍽 탁탁 들어온 물찌똥, 뾰족뾰족 송곳이 깡충깡충 콩콩 뛰어오고, 덜렁덜렁 쿵쿵 걸어온 돌절구와 데굴데굴 척척 굴러온 멍석까지 팥죽을 후루룩 한 그릇씩 먹고는 다들 제자리로 숨어들고. 자~~ 이제 호랑이한테 팥죽할머니를 구하는 그들의 활약을 지켜보면 된다.

이 호랑이가 어찌나 재미있는지 그림을 들여다보면 웃음이 절로 난다. 알밤, 자라, 물찌똥, 송곳, 절구에게 턱없이 당해 쓰러진 호랑이를 멍석이 쨉싸게 둘둘둘 말아버리니까 꼼짝없이 지게에 얹혀 강물에 풍덩 빠져 버렸지. 호호호~ 제 힘만 믿고 힘없이 늙은 할머니를 잡아먹으려던 호랑이는 벌을 받은 거야!

"깊고 깊은 산골에 사는 팥죽할멈은 맛난 팥죽을 팔팔팔 잘도 끓여서 두루두루 나눠 주며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단다" 로 끝나는 전형적인 권선징악의 이야기 구조가 아이들의 심성에 좋은 영향을 준다고 믿는다. 그런데, 왜 팥죽을 끓였을까? 한걸음 내달아 질문하는 아이가 있다면, 우리의 풍습을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좋은 엄마와 선생님이 될 기회다. 팥의 붉은 색은 악귀나 나쁜 기운을 몰아내는 힘이 있다고 믿은 우리 조상들의 지혜를 가르쳐주고, 팥죽이라도 팔팔 끓여 나눠먹으며 팥죽할멈과 호랑이 역할극이라도 해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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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Journey 2007-12-23 1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제가 가지고 있는 <<팥죽 할머니와 호랑이>>는 보림에서 나온 책인데, 왠지 시공주니어의 책이 더 재미있어 보이네요. (예전부터 눈독을 들이기는 했으나 ^^;;) 한 번 읽어보아야겠네요.

순오기 2007-12-23 11:00   좋아요 0 | URL
저도 보림 것으로 아이들한테 읽어주었는데, 이 책이 학교도서실에 들어왔고 너무 좋아서 하나 사려고요! ^^ 한지 인형이 어찌나 좋은지 반했어요.^^

향기로운 2007-12-24 0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아이들책중에 제가 좋아하는 책중에 하나에요. 한지인형의 표정이 얼마나 예쁜지.. 만들어보고 싶긴했는데.. 재주가 없어 못하고 말았던..ㅠㅠ;; 딸아이가 동짓날 팥죽을 만들어보자했는데 일이 생겨 만들지 못했거든요. 순오기님 말씀처럼 팥죽을 만들면서 이 책을 읽어주면(혹은 역할극도) 더 재밌지 않을까 생각되요^^ 참 좋은책이에요.

순오기 2007-12-24 01:46   좋아요 0 | URL
정말 한지 인형이 너무 리얼하죠?
그림책은 내용뿐 아니라 그림 때문에 사게 된다는... ^^

bookJourney 2007-12-25 17: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국, 이 책을 사기로 했습니다.
한 권은 외국에 보낼 선물용으로, (핑계 김에) 또 한 권은 저희 집에서 볼 책으로 ... ^^

순오기 2007-12-26 00:12   좋아요 0 | URL
ㅎㅎㅎ~ 저도 적립금 들어온 김에 애들 그림동화를 엄청 질렀어요!
이럴 때 아니면 언제 사겠냐면서~~~~~ 못 말리는 책 욕심! 그래서 행복해요 ^^
 
돼지책 (100쇄 기념판) 웅진 세계그림책 1
앤서니 브라운 글 그림, 허은미 옮김 / 웅진주니어 / 200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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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돼지를 소재로 한 책이 많이 있지만, 이 책은 긴 말이 필요없는 앤서니 브라운의 책이다. 내게는 특별한 느낌으로 다가온 책이라 더 애정이 간다. 아이들에게 읽어줄 때도 정말 돼지엄마가 된 기분으로 읽어주면 아이들에게도 느낌이 전달되는지 같은 기분으로 호응해 주어서 신났다. 앤서니 브라운 특유의 그림이 주는 매력도 이 책에서 물씬 느낄 수 있다. 가사노동에 지친 엄마가

"너희들은 돼지야!"

소리치고 가출한 뒤로 아빠 피곳씨와 두 아들은 돼지로 그려졌고, 집안의 벽지나 커튼과 모든 소품들도 돼지가 그려져 있다. 요걸 발견한 아이들은 엄청 깔깔대며 좋아한다. ㅎㅎㅎ 어떤 것들이 돼지로 그려졌는지 찾아보는 것도 한 재미다.

"엄마, 모든 책은 쓸모가 있어!"

이 말은 큰딸이 고2던 작년에 외친 말이다. 왜냐고요? ㅎㅎ 학교에서 국어 듣기평가를 보는데 바로 요 '돼지책'이 나와, 이 이야기를 처음 접하는 고2 여학생들이 아주 즐겁게 깔깔 웃으며 들었다는군요. 헉~ 깔깔 웃고 났는데 문제가 출제되니까 무슨 얘기였었지... 질문에 답하느라 다시 줄거리를 물어보느라 법석대었고, 자기는 엄마 책상에 올려 있던 이 책을 읽었기에 여유있게 주제에 접근한 답을 쓸 수 있었다며, 꼬맹이들 책이라고 무시하다가 심심해서 읽었는데 횡재했다는 얘기였어요. ^^

치워도 치워도 끝이 없고 표도 안 나는 집안 일, 내가 도대체 뭐하는 거지? 내가 꿈꾸던 삶이 이런 거 였나? 때론 회의에 빠지는 주부들의 가사 문제를 간결하고도 명쾌하게 보여준다. 아하~ 우리도 엄마를 도와줘야 겠구나! 저절로 공감을 불러 일으키며 아이들 손에 해답을 꼭 쥐어 주는 책!

엄마의 가출 후 엉망이 된 집안 꼬라지와 먹을 것도 제대로 못 먹고 돼지가 되어버린 아빠와 두 아들을 보면서, 우리도 엄마가 없으면 이렇게 되겠구나! 아이들은 작은 불안을 느끼기도 하지만...... 가족이 후회하고 반성할 쯤 돌아온 엄마가 너무나 반가운 돼지네 가족을 이해하지요.^^ 그 후 집안일을 나누는 가족들의 일상, 편안하게 앉아서 쉬는 엄마의 행복한 표정은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게 되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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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Journey 2007-12-21 06: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주 의미심장한 책이네요. 읽어보아야겠어요.
(아 ~ 세상은 넓고 읽고 싶은 책은 너무 많아요. ^^)

순오기 2007-12-21 21:00   좋아요 0 | URL
외국 가정도 우리네 가정과 다르지 않은거 같아요.
가사노동이 버거운 주부이야기, 가족이 함께 하는 가사분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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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선수 윌리 웅진 세계그림책 26
앤서니 브라운 글 그림, 허은미 옮김 / 웅진주니어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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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월드컵으로 우린 모두 축구의 열혈팬이 되었다.

"대~한~민~국, 짝짝짝 짝짝!"

목이 터져라 한마음 되어 붉은 물결을 이뤘던 그 장관을 잊지 못한다. 이 책은 그 열기를 타고 다음해 출판되었다. 아주 아주 유명한 앤서니 브라운의 책으로, 주인공 역시 침팬지와 고릴라로 우리 눈에 친숙한 캐릭터! 앤서니 브라운의 그림은 섬세하면서도 곳곳에 숨어 있는 것들을 찾아내는 즐거움이 있다. 이 책에서도 무심코 지나칠 것들을 곳곳에 숨겨 놓아 재미를 더한다. 아주 사소한 것 같지만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을 그림에 숨겨 놓았다고 생각된다. 



윌리는 축구를 좋아하지만 축구화가 없다. 그래도 열심히 뛰고 달리지만, 덩치 큰 녀석들에 치여 좀체로 공이 오지 않는다. 어깨가 축 쳐져 집으로 돌아가는 길, 보도블록의 금도 밟지 않으려는 윌리에겐 축구공이 없다. 윌리의 어깨를 좌악~ 펴 줄 방법은 없는 걸까?  



오래된 파이공장을 지날 때, 누군가 유행이 지난 축구복을 입고 축구를 하고 있다. 윌리의 기억엔 아빠가 입었던 옷이랑 똑같았다. 윌리는 지켜보다가 말없이 주거니 받거니 둘이서 축구를 했다. 그 낯선 사람은 축구화 끈을 풀고 신발을 벗더니 윌리에게 주었다.

 


윌리는 집으로 돌아와 광이 나도록 축구화를 닦는다. 앗, 같이 축구를 하고 축구화를 벗어준 사람이 윌리 뒤의 액자 그림과 똑같다.^^ 바른생활 어린이 윌리는 16개의 계단을 세면서 이층으로 올라가서 손과 얼굴을 구석구석 깨끗이 씻고, 정확히 4분 동안 이를 닦은 다음 잠옷으로 갈아입고 맨 윗단추부터 4개의 단추를 모두 채운다. 화장실에 다녀와서는 곧장 침대로 뛰어 든다. 물 내려가는 물소리가 멈추기 전에...... 아침이면 윌리는 이 모든 것을 반대로 한다. 정말 규칙을 잘 지키는 바른생활 어린이다! ^^ 



자~~~ 축구화를 신고 열심히 연습한 윌리의 실력은 몰라보게 향상되어 시합에 나가게 되었다. 너무나 기쁜 윌리는 저녁마다 연습하며 축구화가 마법을 부린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시합에 나가기 전날 밤, 너무 흥분한 탓에 잠도 잘 못 자고 악몽을 꾸다가 늦잠을 자버렸다. 시합이 10시인데 9시 45분에 일어나다니~~~부랴부랴 달려간 윌리, 세상에~ 축구화를 두고 왔다. 이를 어쩌나~~ 하지만 친구가 빌려준 축구화를 신고 열심히 뛰었다. 마치 축구공이 보이지 않는 실로 윌리 발에 매달린 듯, 상대편을 셋이나 따돌리고 정확하게 슛을 쏘았다. 성공~~~~ 윌리는 등번호 11번을 달고(11번은 아무나 달 수 있는 번호가 아니죠 ^^) 골키퍼와 1대 1로 맞서도 겁나지 않았다.

"고오오올인~~~축구 신동 윌리! 윌리는 축구 신동!"

관중들은 열광했고, 경기가 끝나 집으로 가는 길에 윌리는 낯선 사람을 생각하고 살며시 웃었다. 그가 누구였는지 직접 말하지 않지만, 윌리도 알고 독자들도 알 수 있다. 그가 바로 윌리의 아버지였다는 것을... 아버지는 이렇게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끝까지 응원해주는 분이다. 특히 사내녀석들이 열광하는 축구를 요렇게 정겨운 이야기로 그려낸 앤서니 브라운이 좋다. 유치원생이나 초등 저학년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축구선수 이름 알아맞추기나, 월드컵 우승국과 개최국의 국기를 알아보는 것도 좋은 독후활동이 될 듯하다. 실제로 축구를 즐기는 것은 고학년이 되어서 더 많이 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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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12-18 1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독후활동을 이렇게 하면 재미있겠군요.

순오기 2007-12-19 07:37   좋아요 0 | URL
좀 생각해보면 독후활동할 꺼리들은 무궁무진하죠~ ^^

가시장미 2007-12-18 17: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쾌 상쾌 통쾌한 리뷰입니다! ㅋㅋㅋ
독후활동 정말 멋지네요~ 와우~ ^^*
저도 국기를 잘 모르는데, 독후활동 지도해 주세요. 으흐

순오기 2007-12-19 07:38   좋아요 0 | URL
유쾌 상쾌 통쾌하니까... 생각나는 게 그거? ㅎㅎㅎ
ㅋㅋ 저도 지나고 나면 어느 나라 국기인지 헷갈려요. ^^

bookJourney 2007-12-18 2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 애도 요즘 들어 부쩍 축구에 재미를 붙인 것 같던데요,
이런 독후활동도 재미있겠네요.

순오기 2007-12-19 07:39   좋아요 0 | URL
초등3년이면 축구에 재미 붙일때가 되어오죠~~ㅎㅎ
독후활동은 생각해보면 많아요... 좀 귀찮아서 그렇지 ^^
 
늑대가 들려주는 아기돼지 삼형제 이야기 - 3~8세 세계의 걸작 그림책 지크 29
존 셰스카 글, 레인 스미스 그림, 황의방 옮김 / 보림 / 199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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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잘 알고 있는 아기돼지 삼형제 이야기의 패러디작품으로, 바로 악당이면서도 멍청한 늑대가 들려주는 이야기다. 갑자기 왜 명바기가 확~ 떠오르는 것일까? 말 같지 않는 변명이라도 한번 들어봐 줘야 할까~~음, 명바기가 아니고 늑대니까 한번 들어 주자. 자~ 진실이 무엇인지 얘기해 보시죠!

늑대의 입장에서 하는 '아기 돼지 삼형제 이야기'를 너희들은 처음 듣는거야. 아무도 들은 적이 없거든... ^^ 나는 알렉산더 울프, 그냥 알이라고 부르기도 해. 어린 독자들은 이름부터 호감을 갖기 시작해서, "늑대가 토끼나 양, 돼지같이 조그만 동물을 먹는 건 절대 우리 잘못이 아니야."라고 말하면, 다들 맞아 맞아 공감해준다. 호호~ 요 그림책 작가는 상당히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끌어가며, 아이들을 홀딱 빠져들게 한다. 목소리를 적절하게 흉내내어 구연하면 아이들은 진짜 몰입한다. 늑대가 들려주는 이야기면서, 마치 대화를 주고 받듯 끌어가는 솜씨가 일품이다. 그림도 독특한 캐릭터의 늑대에 호감을 가질만큼 재미있게 그려졌다.

할머니의 생일케이크를 만들려는데 설탕이 떨어져서 이웃의 돼지네로 얻으러 갔어, 그때 늑대는 심한 감기에 걸렸고... 돼지를 부르려는데, 그만 코가 간질간질해서 재재치가 터져 나온거야~~~ 세상에 집을 지푸라기로 짓는다는 게 말이 되니? 재채기 한방에 지푸라기 집이 몽땅 부서졌고, 그 한복판에 아기돼지가 죽은채로 있는거야. 먹음직스런 햄이 있는데, 너희들이라면 그냥 가겠니? 꿀꺽~~~ㅎㅎㅎ 둘째도 역시 바보처럼 나무로 지었으니 내 재채기에 또 부서져 버렸어. 늑대의 명예를 걸고 하는 말인데, 두번째 아기돼지도 죽어 있었어. 너희도 알지? 음식을 바깥에 그냥 놔두면 상한다는 걸~~~~ 그래서 내가 또 먹어 치웠지! ㅋㅋㅋ

삼형제 중에 그래도 머리가 제일 좋은지 첫째는 벽돌로 지었더라고, 그런데 이 녀석은 우리 할머니한테 막 욕을 하는거야, 다리나 부러지라고! 너 같은면 이런 걸 참을 수 있겠어? 내가 막 미쳐버릴 것 같아 돼지네 집을 부수려고 할 때, 경찰들이 달려왔어. 내가 막 재채기를 하면서 야단법석을 떨을 때 말이야~~~ 다음은 너희가 아는대로 내가 돼지를 두마리나 먹어 치운 늑대가 된거야. 신문기자들은 감기에 걸린 늑대가 설탕을 얻으러 왔단 이야기는 독자의 흥미를 끌지 못할 거라 생각하고, 오직 "입김을 세게 불어 집을 부숴버렸다"라고만 기사를 써 나를 고약한 늑대로 만들어 버렸어. 난 정말 억울하게 누명을 쓴 거라고......

흐흐~ 어떤 게 진실인지, 혹은 입장 바꿔 생각해보라고 하는 말이라면 어린 독자들이 이해할 수 있으려나? 아이들은 아기돼지 삼형제 이야기가 이렇게 다를수도 있다는 것에 상당히 재미를 느끼며, 늑대 이야기가 진짜인지 물어보았다. 호호~ 아이들끼리 늑대 이야기가 맞다 아니다로 편이 갈라져 잠시 토론을 펼치는 것도 좋았다. 늑대가 "너희들은 나한테 설탕 한컵쯤은 꾸어 줄 수 있겠지?"라고 음흉스럽게 물을 때, 오싹~~하며 질겁하는 아이와, '응, 설탕을 꾸어줄게'라고 말하는 아이들로 나뉘었다. ^^

명바기의 진실을 삼척동자도 아는바 같이, 늑대가 들려주는 아기돼지 삼형제 이야기는 어린 독자들도 충분히 간파한다. 이렇게 널리 알려진 이야기를 새롭게 만들어낸 '존 셰스카'가 너무 멋져 보인다. 앞으로 명바기가 들려주는 'BBK 이야기' 라는 명작이 태어나는 것은 아닐까?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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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장미 2007-12-17 1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와 비교하기에는 늑대가 훨...씬.. 나은 것 같은데요? ㅋㅋ
이런 책도 있군요. 잘 알려진 이야기의 번외편이라고 해야할까요..
관점에 따라 주인공의 행동이나 말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잘 전달할 수 있는 동화같네요. 초등학교 저학년 수업을 할 때 아주 좋을 것 같아요. :)

순오기 2007-12-17 14:36   좋아요 0 | URL
흐흐~ 그 보다는 늑대가 훨씬 더 늑대적일까요?^^
예, 초등 저학년들은 자기들이 읽은 책의 패러디 작품도 충분히 쓸 수 있어요.

마노아 2007-12-18 1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옷, 이 책 매력적입니다. 늑대 입장에서의 재구성이라니... 일단 오리지날 버전을 먼저 들려준 뒤 도전해야 할 책이군요. 담아가요^^

순오기 2007-12-19 07:42   좋아요 0 | URL
ㅎㅎ 애들이 참 좋아해요. 여러번 들려줘도...
이모가 들려주는 늑대의 목소리에 조카가 껌벅 넘어갈 것 같은데요. ^^

bookJourney 2007-12-19 06: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흠, 늑대의 말이 사실일까요? 아닐까요?!
기자들이 진실을 전한 걸까요? 독자들의 흥미를 끌기 위해 진실을 감춘 걸까요?!
늑대의 말에 잠시(!) 흔들리는 건 평상시 기자를 믿지 못하는 제 불순한 태도 때문일까요?!
아이가 "엄마, 어느 쪽이 맞는 건가요?"라던가, "엄마는 어느 쪽이 맞다고 생각해요?"라고 물어볼까봐 조금 겁나는데요 ... ^^;;

순오기 2007-12-19 08:03   좋아요 0 | URL
ㅎㅎㅎ 겁나기도 하죠. 요즘 같으면... 우리가 알고 있는 사실이 진실이 아니라는 게 무지 무지... ㅠㅠ
아이가 질문하면 엄마가 되물어보세요. 넌 어떻게 생각해? 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