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를리외르 아저씨 쪽빛그림책 2
이세 히데코 지음, 김정화 옮김, 백순덕 감수 / 청어람미디어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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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받고 '학교 애들에겐 보여주지 말아야지!'라는 이기적인 생각을 했다. 내 책은 아이들에게 무방비로 보여주기 때문에 아무리 신신당부를 해도, 몇 녀석만 보면 구김이 가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 책은 그렇게 취급당하기엔 너무 아까운 책이다. 아무리 이기적이어도 내 생각을 쉽게 바꾸지 않을거다.ㅎㅎ

왼쪽엔 소피, 오른쪽엔 를리외르 아저씨의 행보를 따라가는 그림이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나는 유화도 멋지지만, 살짝 연필 자국이 보이는 투명한 수채화가 좋다. 학창시절 상은 못 탔어도 몇번 작품을 출품했던 기억만으로도 행복하기에, 이런 그림을 그리는 화가가 존경스럽다. 이 책을 쓰고 그린 '이세 히데코'는 파리의 아파트를 빌려 뒷골목 공방을 찾아가 수작업 하나하나를 스케치 했다고 한다. 제본의 60공정을 수작업으로 하는 장인을 알아본 화가도 역시 장인이란 생각이 들었다. 잠시 소피와 를리외르 아저씨를 따라 파리의 뒷골을 거니는 것도 즐겁다.



를리외르는 <Relieur(제본가) = Doreur(금박가)>를 이르는 말로 낡거나 망가진 책에 새 생명을 넣어주는 사람이다. 또한 '상업적인 책은 사지도 팔지도 않는'다고 하니 감동이 일렁인다. 이런 를리외르 아저씨를 만나 새롭게 태어나는 소피의 책을 통해, 오늘날 책의 홍수시대에 사는 독자에게 하고 싶은 말이 무얼지 생각해본다. 날마다 쏟아져 나오는 책 중에 대를 물릴 만큼 귀한 책 하나를 건지는 것도 참 복이지 싶다.

소피는 아끼는 나무도감이 망가졌지만, 새로 사지 않고 정든 책을 고치고 싶어 를리외르 아저씨를 찾아 간다. 아저씨는 책이 망가지도록 보고 또 들여다 본 소피의 도감에 새 생명을 준다. 소피와 를리외르 아저씨가 만나는 과정도 짧은 한줄 글과 그림으로 따뜻하게 보여준다. 아저씨의 작업실에서 구경하며 간섭하는 귀여운 소피, 충분히 사랑스럽다! 아저씨는 소피의 책으로 제본과정을 상세히 보여준다.



나무옹이 같은 손으로 모든 걸 다 해내는 를리외르 아저씨. 가죽 안쪽을 조심스럽게 갈아내어 종이 두께로 얇게 펴는 일이 만만치는 않은가보다. 여기까지 작업을 하고 소피와 공원으로 점심 먹으러 가는 아저씨, 소피는 아저씨가 출근길에 사들고 온 빵을 들고 따라나선다. 공원에서 400살도 더 먹었을 아카시아 나무를 보고 감탄하는 소피에게, 를리외르 일도 그만큼의 세월 동안 이어져 왔다고 가르쳐 준다. 400살도 더 먹은 아카시아 공원의 그림은 가슴이 뭉클하는 감동을 준다.  이 책은 정말 그림이 더 많은 말을 들려주는 느낌이다. 나중에 크면 온세상 나무를 다 보러 다니고 싶다는 야무진 소피를 돌려보내고, 아저씨는 "아들아, 저 나무처럼 크게 되어라" 말씀하셨던 아버지를 생각한다. 마법의 손을 갖고 있던 를리외르 아버지처럼 되고 싶었음을 떠올리며...



책에 생명을 불어 넣어주는 를리외르가 된 아저씨는 누가 알아주지 않고 이름을 남기지 않아도 좋단다. 아저씨는 세상에 딱 하나뿐인 아카시아 표지 '소피의 나무들'을 만들어 새생명을 주셨다. 이 책 제목이 그 누구의 를리외르가 아닌, 오직 소피를 위한 '나의 를리외르 아저씨'였음을 알겠다. 아름다운 손을 가진 를리외르 아저씨는, 그 책이 두번 다시 뜯어지지 않았으며 훗날 소피가 식물학자가 된 것을 아실까? ^^

일본의 고단샤 출판문화상 그림책상을 받았다는 이 책은 별다섯으론 모자란다. 짧은 글에 마음속까지 비쳐보일 것 같은 수채화로, 잔잔하지만 뭉클한 감동을 주는 책은 어른들이 더 좋아할 것 같다.  그림이 더 많은 얘기를 들려주는 책으로 부모와 아이가 함께 나누는 감동속으로 한번 들어가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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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절대 안 빌려주는 책, 나의 를리외르 아저씨
    from 엄마는 독서중 2010-03-25 00:42 
    팜므느와르 님의 서재에서  <죽어도 못 빌려줘 - 다시 정리하는 엘리자베스 키스>라는 페이퍼를 읽었다. 바로  영국화가 엘리자베스 키스의 코리아 1920~1940 를 아무도 못 빌려준다는 것.^^  이 책은 아직 못 봤지만, 얼마 전 KBS스페셜에서 방송한  <노르베르트 베버 신부의 고요한 아침의 나라에서> (방송일자 : 2010.02.21(일) 8시  
 
 
마노아 2008-04-12 2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의' 를리외르 아저씨 하고 부르니 더 감동이 뭉클!해요. 정말 너무 아름다운 책이죠. 저런 장인이 생활고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대한민국이 되었으면 해요. ㅠ.ㅠ

순오기 2008-04-13 09:23   좋아요 0 | URL
'나의 를리외르 아저씨' 나도 불러봐요. ㅎㅎ 그래서 이 책은 나만 볼거에요!!^^
한가지에 평생을 걸고 산 장인들이 대우받는 사회가 돼야겠지요.

bookJourney 2008-04-13 1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아름답고 감동적인 책이지요~
우리나라 옛책의 장정도 멋지던데 ... 이제는 보기 힘들게 된 것 같아 안타까워요.

순오기 2008-04-14 01:04   좋아요 0 | URL
를리외르 아저씨~ 너무 좋아요. 를리외르도 멋지고...
우리나라 옛 책도 멋지죠~~ 보존이 중요해요. 장인의 경지가 후세에게 대물림되는 것은 필수고요!
 
조지 아저씨네 정원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35
게르다 마리 샤이들 지음, 베너뎃 와츠 그림, 강무홍 옮김 / 시공주니어 / 199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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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리뷰를 쓴 '오소리네집 꽃밭'이 우리나라의 자연스런 꽃밭을 보여준다면, 이 책은 외국의 자연스런 정원을 보여주고 있다. 부자가 반듯하게 인공적으로 가꾼 정원과는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그림을 곁들였다. 색연필과 파스텔로 칠했다는 부드러운 그림만큼이나 자연스러움이 얼마나 좋은지 어린 데이지꽃을 통해 보여준다. 그림만 봐도 절로 마음이 따뜻해지는 조지 아저씨네 정원이야기는, 유치원 또래와 저학년들이 봐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구렛나루 덥수룩한 수염을 가진 조지 아저씨, 아저씨만 봐도 푸근한 정이 묻어나온다. 아무렇게나 나고 자라듯 헝클어진 것 같은 정원이지만, 아저씨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사랑해준다. 꽃과 새와 동물들과 말을 나눌수 있는 아저씨는 조그만 정원이라고 속상해하지 않고 충분하다고 말한다. 꽃들에게 물을 주면서도 "내가 즐거워서 하는 일이란다."말하는 아저씨는 정말 행복한 사람이다.

어느날 높은 담으로 둘러친 이웃집 정원을 들여다 본 조지아저씨, 정원 식구들에게 옆집 얘기를 들려주었다. 눈부신 장미와 기품있는 백합, 우아한 카네이션에 대해서도... 아저씨는 자기 정원을 좋아하니까, 어린 꽃들이 어떻게 느낄지는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어린 데이지꽃은 이웃집 정원을 동경했다. 장미와 백합 옆에서 활짝 피어나고 싶어서 조지 아저씨네 정원에서 사는 게 행복하지 않았다. 마음 착한 조지 아저씨, 데이지 꽃이 원하는 대로 해주려고 밤중에 몰래 옆집 정원에 심어놓았다.

정원 잔디밭 한가운데 있는 데이지꽃을 본 옆집 아저씨. "어떻게 잡초가 여기 있는거야?"투덜대며 파내어 거름더미에 버렸다. 아~ 지켜보던 조지 아저씨, 데이지를 살리기 위해 정원의 식구들과 의논을 했다. 궁리하던 식구들은 나이팅게일 새가 데이지를 물어와 제자리에 심어주자 비로소 편안한 잠자리에 든다.

어린독자들은 이 책이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스스로 알아낸다. "남의 집을 엿보거나 탐을 내선 안돼요. 자기가 있을 자리를 잘 알아야 행복해요. 조지 아저씨는 왜 잔디밭 한가운데 데이지를 심어놔요?" 등 자기들이 느낀 것을 제각각 풀어내며, 어른들이 생각하는 제 분수를 알라는 교훈 뿐 아니라 다양한 감상을 풀어냈다. 있는 그대로를 사랑하고, 원하는대로 해줘야 행복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 조지아저씨가 멋지다! 아름다운 정원은 돈으로 꾸미는 것이 아니라, 꽃과 나무와 새들이 노래하며 행복을 느낄 때 이루어지는 천국이다. 정원이 아닌 우리집이나 우리학교로 바꾸어봐도 좋을 듯하다.

책 뒤에는 작품해설과 더불어 작가와 화가에 대한 설명을 곁들여 충분히 이해하도록 친절히 안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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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8-04-07 16: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이 책 완전 좋아요! 그림 속 아저씨가 빨강머리앤의 매튜 아저씨 떠올리게 해요. 푸근한 인상이 편안합니다. 순오기님 서재에 봄이 활짝 피었어요!!

순오기 2008-04-07 23:09   좋아요 0 | URL
오호~ 푸근한 인상이 매튜아저씨를 떠오르게 했다니 좋아요.^^
봄이 활짝 핀 서재에서 님도 봄맞이 활짝 하셨나요?^^

bookJourney 2008-04-07 1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아~ 따사로운 봄 햇살이 느껴질 것 같은 그림책이네요.

순오기 2008-04-07 23:09   좋아요 0 | URL
봄빛, 봄햇살...다 정겨운 느낌이지요. 이 책에서 보여주는 것들도요.^^

비로그인 2008-04-07 2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림이 정말 예쁘네요.
저만 볼게 아니라 아이들도 보여주고 싶어요.

순오기 2008-04-07 23:10   좋아요 0 | URL
그림책 느낌이 정말 포근하고 좋아요.
이래서 제가 그림책에서 벗어나지 못해요.^^

세실 2008-04-08 17: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스텔톤 그림이 참 따뜻해 집니다. 조지아저씨의 푸근함이 이곳까지 전해지네요.

순오기 2008-04-08 17:12   좋아요 0 | URL
그림도 좋지만 조지아저씨의 인간성은 더 좋아요.^^

희망찬샘 2008-05-25 1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책들이 너무 많군요. 어서 우물 안 개골이를 벗어나야 할텐데...

순오기 2008-05-25 12:20   좋아요 0 | URL
저도 알라딘에서 좋은 책 정보를 많이 얻어요. 희망찬샘님께도요.^^
 
오른발, 왼발 비룡소의 그림동화 37
토미 드 파올라 글 그림, 정해왕 옮김 / 비룡소 / 199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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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서는 여러번 읽어도 몰랐다. 이 책이 그렇게 눈물 나는지를...... 토요일에 아이들에게 읽어주다가 울컥~눈물이 솟구쳐 계속 읽어나갈 수가 없었다. 아, 이 난감함이라니! 잠시 쉬는 척하고 짐짓 아무렇지 않은 듯 씩씩하게 읽었지만, 눈치 빠른 녀석들은 알아채고 숨죽였다.

할아버지의 이름을 따서 '보비'라 이름 짓고, 처음으로 한 말이 '보브'였다는 각별한 할아버지와 손자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어려서 할아버지는 손자의 손을 잡고 '오른 발 왼 발' 걸음마를 가르쳐 준 분이다. 블럭쌓기를 할때마다 맨 위에 코끼리 블럭만 올리려면 재채기를 하는 할어버지. 와르르~ 무너진 블록쌓기였어도 할아버지와 손자의 추억은 깊었다. 아, 이런 애틋한 추억을 가진 할아버지와 손자가 한없이 부럽다.

우리 애들에겐 할아버지와의 추억이 별로 없다. 할아버지가 손주들과 놀아주기엔 너무 점잖은 어른이었다. 그래서 지금도 할아버지한테 친밀감을 많이 느끼지 못한다. 외할아버지는 잘 놀아주셨지만 너무 멀리 살아 1년에 한번이나 만나는 정도였고, 이젠 사랑이나 추억을 나눌 수조차 없다. 아쉽지만 되돌릴 수 없는 일이기에, 이 다음 내 손주들이랑 같이 놀아주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자고 다짐한다.

보비가 다섯 살이 되고 할아버지가 뇌졸중으로 병원에 입원한다. 보비는 아무것도 먹고 싶지 않았고 밤에 잠도 오지 않았다. 빨리 할아버지가 낫기를 바라며 석달이 지났다. 더 이상 좋아지지 않기에 집으로 할아버지를 모셔왔다. 보비는 반가움에 달려갔지만, 할아버지는 말도 못하고 움직이지도 못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할아버지가 보비를 부르는데 괴물같은 소리만 나왔다. 보비는 놀라 도망쳤다가 다시 돌아가니, 할아버지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보비는 "할아버지, 도망가려고 했던 게 아니에요. 무서워서 그랬어요. 미안해요." 라고 말하는데, 아~~~여기서 울컥 눈물나더라.ㅠㅠ



자기를 알아본 할아버지를 위해 보비는 블럭쌓기를 한다. 할아버지는 웃음 비친 얼굴로 바라보다 코끼리 블럭이 올려질 때, 역시 재채기를 하려는 듯 이상한 소리를 냈다. 탑은 쓰러졌지만 손자와 할아버지는 즐겁게 웃었다. 이제 곧 할아버지가 나으실거라는 생각을 하며..... 할어버지는 조금씩 말하기 시작했고, 숟가락도 들었고 걸음도 걷고 싶어하신다. 보비는 할아버지가 자기의 어깨를 잡고 걸을 수 있게 '오른 발 왼 발'하며 걸음마 연습을 시킨다. 예전엔 할아버지가 보비에게 가르쳐준대로......



보비와 할아버지는 '오른 발 왼 발' 하면서 열심히 걸음마를 연습했고, 여름이 끝나갈 무렵 할아버지는 잔디밭 끝까지 걸어갈 수 있었다. 할아버지와 보비는 어떻게 걸음마 했는지 '오른 발 왼 발'하면서 끝없는 이야기를 나눈다.

단순한 색과 선으로 할아버지와 손자의 애틋한 사랑을 그려낸 그림이 분위기를 잘 전한다. 뭉클하면서 눈물어린 감동이 일렁이는 할아버지와 손자의 사랑 얘기가, 요즘 더욱 절실한 상황이다. 사랑은 추억이다. 할아버지와 손자 사이에도, 부모와 자식 사이에도 사랑의 추억이 많이 있어야 나중에도 함께 나눌 수 있다.

한 때 뇌졸중으로 자유롭지 못했던 친정아버지가 생각나 더 가슴 아팠다. 아이들보다는 이런 사연이나 추억이 있음직한 부모가 더 좋아할 책이지만, 따뜻한 심성의 아이로 자라기 원한다면 자주 읽어주고, 할아버지 할머니와도 좋은 추억을 많이 만들어주면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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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Journey 2008-04-06 16: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울컥 ...
중풍과 치매로 고생하셨던 친할머니도 떠오르고, 돌아가신 시아버님도 떠오르네요.

순오기 2008-04-06 23:31   좋아요 0 | URL
울컥~~~ 다들 이런 사연 하나쯤은 있죠.
우린 건강관리 잘해서 이런 아픔 만들지 말아야할 텐데...

책방꽃방 2008-04-06 17: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책 저도 참 좋아하는 책입니다. 다시 보고싶네요^^

순오기 2008-04-06 23:32   좋아요 0 | URL
책방꽃방님 반가와요~~ 우리 만나게 한번 안 불러주시나?^^
저도 볼때마다 따뜻함이 느껴져 좋아요.

마노아 2008-04-06 2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찌르르 했어요. 아이의 솔직한 표현에 같이 울컥 했네요.
조부모님과 함께 사는 것은 며느리되는 엄마에게는 참 힘든 일이지만 아이들에게 추억 한아름 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한 것 같아요. 울 할아버지는 잘 놀아주시기보다 TV채널 때문에 늘 손녀들과 싸웠다는 이야기를 전해듣긴 했지만요^^;;;

순오기 2008-04-06 23:35   좋아요 0 | URL
그러죠. 며느리는 힘들지만 손주들에겐 좋은 추억...
우리애들도 할아버지 모시고 살자니까, '할아버지랑 별로 안 친하잖아!'이런 반응이었어요.ㅠㅠ 함께 살면 더 친밀감을 느끼겠죠. 요즘은 대부분 TV를 방에 따로 갖고 있으니 채널 싸움은 안 할 듯해요.^^

뽀송이 2008-04-07 0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아마 이런 책 읽어주라고 하면 울컥~ 하면서 심하면 눈물까지 주룩주룩 흘릴거예요. 분명.ㅠ.ㅠ 전 이렇게 따스한 책이 좋던데 요즘 아이들은 어떤가요? 저희 집 아이들이 중고생이라 어린 친구들 반응이 궁금합니다. 우리도 자식 낳고 이만큼 키우다보니 부모 마음 어렴풋이나마 알겠고, 우리도 이 다음에 나이 먹어 늙어가려니 생각하면... 마음 한구석 벌써부터 바늘에 콕!! 찔린 것 같아요.^^;;
어머나~ 또 말이 길어졌어요. 월욜~ 피곤하지않게 즐거운 마음으로 시작하셔요.^.~

순오기 2008-04-07 13:19   좋아요 0 | URL
영화 식코 보고 왔어요. 독서회원들과 같이....
애들도 이 책 읽고나서 할머니 할아버지께 편지 썼어요. 할아버지댁에 자주 가는 아이들은 깊은 정이 잘 표현되었더군요. 우리 마음 같지야 않겠지만, 저희들도 크면 알겠죠~ ^^

2008-04-07 21: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08-04-07 23:11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

천랑 2010-01-27 2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오늘이 할아버지 기일입니다...
검색창에 무심코 할아버지를 쳤다가 어렸을 때 본 이책표지를 보고 왔네요.
저희 할아버지도 뇌졸중으로 말을 잃으시고 잘 움직이시지도 못했어요.
어렸을 때 정말 많이 놀아주셨거든요...저도 항상 할아버지를 따랐구요...
할아버지가 잘 못걸으실때 제가 항상 잡아드린 기억이나네요...이젠 그러지도 못하지만...
자꾸 눈물이 날라고 하네요...
글 잘읽었습니다

순오기 2010-05-01 02:41   좋아요 0 | URL
그런 추억이 있으니 할아버지가 많이 그립겠네요.
사랑은 역시 추억으로 간직되는 거 같아요.
 
사람을 사람답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초코 엄마 좀 찾아 주세요! 그림책 보물창고 17
게이코 가스자 지음,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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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특별한 생일떡을 먹었다. 전에 '와일드 보이' 리뷰에 썼던,  이웃 입양 소년 생일떡이다. 그 떡을 가지고 와서, 제 친엄마에게 유치원 갔다는 얘기를 해줘야 할까 고민하고 있었다. 아이는 여섯 살이 되어 유치원에 다니고 태권도장에도 다니며 아주 즐거워한다. 자유로운 영혼의 와일드 보이 같은 아이가, 유치원에 간 며칠은 "세상에서 제일 좋은 우리 엄마 보고 싶어." 울었다고 전하며, 엄마도 아들 보고 싶어 울었었다고 웃는다. 이제는 "세상에서 제일 좋은 우리 엄마 드리고 싶어요."라며 유치원에서 만든 과자를 가져오기도 했단다. 이렇게 넘치는 사랑을 주고받는 모자를 보며, 가슴으로 낳은 자식이란 의미가 콕 들어와 박힌다.

유난히 어휘력이 뛰어난 아이는, 제 부모 형제들이 쓰는 전라도 말을 딱딱 맞아 떨어지게 써 어른들을 놀라게 한다. 엊그제도 쑥을 보면서 "아이~ 저 쑥 뜯어다 된장 폴폴 풀어서 쑥국 끓이면 좋겠다" 고 말해 우리를 웃게 했다. 이런 아이를 보며 제 엄마는 또 걱정이다. 언젠가는 큰엄마 아들이 되었음을 알텐데 조금이라도 충격을 줄이기 위해선, 자연스럽게 입양이 어떤 것인지 알려주고 싶다 한다. 그래서 생일떡도 먹었고, 옆에서 지켜본 이웃의 이모로 이 책을 생일선물로 구입했다.

외톨이 아기새 초코는 엄마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엄마를 찾아 나선다. 자기랑 똑같은 노랑색 기린에게 엄마냐고 묻는다. 날개가 없는 기린은 아니라고 대답한다. 이번엔 날개가 있는 펭귄을 찾았지만, 너처럼 볼이 통통하지 않다고 엄마가 아니라고 한다. 볼이 통통한 바다코끼리는 다리에 줄무늬가 없어서 아니란다. 아무리 둘러보아도 자기랑 닮은 엄마를 찾지 못했다. 아우~ 실망으로 어깨가 축 처진 초코가 너무 짠~~~하다. 사과를 따는 곰 아줌마를 봤지만, 닮은 데가 하나도 없으니 역시 엄마가 아니다. 너무 슬퍼서 울기 시작한 초코, "엄마, 엄마! 우리 엄마 좀 찾아 주세요! 흑흑!" 

깜짝 놀라 달려온 곰 아줌마, "오, 아가! 만약에 엄마가 곁에 있었다면 어떻게 해 주었겠니?" "엄마는 나를 꼭 안아 주었을 거예요."  "이렇게? 이렇게 말이지?" 곰 아줌마는 초코를 꼭 껴안아 준다. "맞아요......그리고 뽀뽀를 해 주었을 거예요."."이렇게? 이렇게 말이지?" 곰 아줌마는 초코를 번쩍 안아 올리더니, 쪽 소리나게 뽀뽀를 했다.

초코는 곰 아줌마랑 즐겁게 노래를 부르고 함께 춤도 추었다. 한참 놀다가 풀밭에 엎드려 쉬는데 곰 아줌마가 말했다. "초코야, 내가 네 엄마가 되면 어떻겠니?" "예? 아줌마가요?" "하지만, 아줌마는 나처럼 노랗지 않잖아요. 날개도 없고, 볼도 통통하지 않고, 또 다리에 줄무늬도 없잖아요." "오, 이런! 만약 내가 그렇게 생겼다면 얼마나 우스꽝스럽겠니?" ^^

초코는 곰 아줌마 집으로 갔다. 서로 다른 모습의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 나와, " 얘들 이름은 히피, 앨리, 피기...이 어여쁜 녀석들의 엄마는 바로 나지!" 곰 아줌마는 가족을 소개하고 맛있는 사과파이로 저녁을 주었다. 초코는 밤이 되어 새로 생긴 엄마의 품안에 포근하게 안겼다. 서로 다른 형제들 하마, 악어, 돼지와 같이....... ^^

혈통 중심의 가족만 가족으로 아는 우리에게, 사랑으로 한 식구가 되는 입양가정을 보여준다. 유치원기 아이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노란 새를 주인공으로 엄마 곰과 하마, 악어, 돼지까지 생김새는 달라도 한 가족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별 거부감 없이 이야기가 진행되고, 그림도 밝은 색조라 따뜻한 마음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유치원기 아이들도 입양이 무엇인지 충분히 이해하도록 잘 알려주는 책이다.

이 책은 부산에 사는 독자가 출판을 추천해 우리말 책이 나오게 되었다고 한다. 요즘은 입양을 생각하는 가정도 많아지고, 공개입양도 할만큼 생각이 많이 열렸다. 우리 작가들이 입양을 소재로 한 그림책을 만들어 낼 날도 멀지 않을거라 기대한다. 5월 11일은 입양의 날이다. 해외입양 1위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고, 우리가 감싸 안을 수 있도록 사회적 편견이나 제도가 달라지면 좋겠다.

여섯 살 생일을 맞은 소년이 엄마와 같이 이 책을 끼고 살며, 입양을 이해하고 나중에 큰 충격받지 않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마음밭이 준비되길 바라며 선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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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5월 11일은 입양의 날, 읽으면 좋을 책
    from 파피루스 2008-05-10 20:34 
    가정의 달 5월, 11일은 입양의 날이라고 합니다. 혈통주의 때문에 국내입양이 많지 않아 해외입양 1위인 우리나라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건전한 입양문화 정착과 국내입양의 활성화를 위하여 제정한 날이라는데, 2006년부터 시행되어 올해 3회를 맞는다고 합니다. 입양의 날을 맞아 아들과 함께 읽어볼 수 있는 책을 담았습니다. 유치원기 아이들에게 입양을 자연스럽게 알려주는 외국 그림책이다. 이웃
 
 
bookJourney 2008-03-30 0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음이 짜~안하네요.
저희 집 아이들에게도 이 책을 읽어주어야겠어요.

순오기 2008-03-30 10:06   좋아요 0 | URL
이 아이가 "엄마, 세상에 엄마는 한명 밖에 없는거지?" 이런 질문을 하더랍니다. 무슨 말을 들었는지...그래서 영화 '열한번째 엄마'도 보여주고 엄마가 두명도 될 수 있다고 했다는데, 언제가 될지 몰라도 아이가 받을 상처를 생각하면 마음이 짠~ 하지요.

마노아 2008-03-30 2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입양의 날이 따로 있군요. 처음 알았어요. 이 책 마음에 들어요. 보고 나면 마음이 따뜻해질 것 같아요.

순오기 2008-03-30 23:06   좋아요 0 | URL
장애자의 날, 입양의 날, 별별 날이 많이 있지만 우리가 잘 모르고, 또 알아아도 그냥 저냥 지나쳐버리지요. 이런 책은 참 권장할만하지요.^^
 
우리 선생님이 최고야! 비룡소의 그림동화 68
케빈 헹크스 글.그림, 이경혜 옮김 / 비룡소 / 1999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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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1997년에 초판이 나와 10년이 넘도록 끊임없이 사랑받는 책이다. 케빈 행크스의 이 책을 읽은 아이들은 이젠 청소년이 되어 그의 청소년소설을 만나는 독자가 되었다. 나도 2006년에 나온 청소년소설 '병속의 바다'로 다시 '케빈 행크스'를 만나며 얼마나 반가웠는지... ^^

유치원이나 학교에 처음 가는 아이들을 위한 책이다. 처음으로 만나는 선생님에 대한 설레는 기대감은 엄마나 아이가 같을 것 같다. 어쩌면 두려움도 살짝 느낄 것이다. 우리 선생님은 어떤 분일까? 나를 사랑해 주실까 ~~ 무섭지는 않을까 ~~~ 두근두근 설레임을 갖는다는 건 좋다. 처음이란 건 이렇게 설레임이 동반되어 좋다!

알록달록 예쁜 옷을 차려입은 귀여운 생쥐 '릴리'는 학교가 좋다. 학교에서 하는 건 뭐든 좋다. 그 중에 가장 좋은 건 '슬링어 선생님' 반이 된 것이다. 선생님은 아주 멋쟁이로 멋진 옷에 넥타이도 날마다 다른 색깔로 맨다. "우와!" 릴리는 그저 모든 게 감탄스러워 "난 크면 선생님이 될거야!"라고 소리친다. 선생님들이 패션감각을 갖고 신경써야 한다는 것, 릴리를 보면 확실히 알 수 있다.^^

이 책이 처음 나왔을 때 초등학생이었던 우리 큰딸은 선생님이 되고 싶은 꿈을 변치않고 간직해 이번에 교대를 가게 되었다. 아이가 학교에서 만난 선생님의 영향으로 꿈을 바꾸지 않고 10년이 넘도록 키웠다는 게, 그동안 만난 선생님들께 감사할 일이다. 이제는 여기 나오는 '슬링어선생님'같은 좋은 선생님이 되도록 열심히 배우고 노력해야 할 차례다.

쇼핑을 해서 멋진 물건을 갖게 된 릴리, 배우들이 쓰는 선글라스와 음악이 흘러나오는 보랏빛 가방, 그 속에 넣을 동전 세 깨까지 갖게 된 릴리는 친구한테 자랑하고 싶어 안달이 났다. ㅎㅎ 이런 릴리의 마음을 모른척 하며 '나중에'라고 말씀하시는 선생님, 쉬는 시간이나 '함께 하는 시간'까지 기다릴 수 없었던 릴리의 자랑치기... 결국 선생님은 수업이 끝나면 찾아가라며 빼앗아 둔다.

릴리는 큰일났다. 가슴이 울렁거리며 울음이 터질 것 같아, 너무나 슬프고 화가나서 모든 일이 심드렁해졌어. 슬링어 선생님이 자기 물건을 빼앗았으니 선생님이 도둑이라고 생각했고, 드디어 선생님이 되지 않기로 결심했어.

호호호~ 귀여운 릴리, 이런 멋진 그림을 그려 선생님 가방에 집어 넣다니! ㅋㅋㅋ 하지만, 슬링어선생님은 수업이 끝나고 '공부에 방해만 되지 않으면 학교에 가져 와도 좋다'고 하시며 물건을 돌려주셨다. 돌아오면서 가방을 본 릴리는 깜짝 놀랐지, 자기 물건이 고스란히 들어 있고 선생님의 편지도 있었으니까.

 "오늘은 힘들어도 내일은 훨씬 좋아질 거다."

선생님이 도둑이라고 생각한 릴리는 너무 부끄러워서 자기에게 벌을 주었고, 슬링어 선생님을 다시 그리고 얘기도 새로 썼다. 요렇게~~~ ㅎㅎㅎ

 
이때 부모님의 자세는 우리가 본받아야 한다. 선생님은 분명히 이해해주실거라며 릴리를 위로하고, 선생님께 편지도 쓰고 학교에 가져가라며 맛난 과자도 만들어 주셨다. 아이 앞에서 선생님을 탓하거나 흉보지 않을 것, 선생님에 대한 신뢰감을 심어주는 것은 반드시 부모가 해야할 역할이다. 다음날 편지와 과자를 가지고 학교로 달려간 릴리는 선생님과 어떻게 되었을까? ^^ 너무나 행복한 학교생활이 주욱~ 이어졌을 거란 상상은 어렵지 않겠죠?



'우리 선생님이 최고야!'라고 말할 수 있는 릴리의 학교생활이 얼마나 신이 날지, 선생님과 엄마들은 안봐도 다 알 수 있지요.^^ 이렇게 친절한 선생님, 아이가 좋아할만한 선생님을 만나는 건 아이에게도 엄마에게도 축복이다. 하지만, 그 복은 서로의 믿음위에 생겨나는 것이기에 선생님 못지 않게 학부모의 역할도 중요하다 생각하며, 이제 자녀를 유치원이나 학교에 입학시키는 부모를 위한 필독서로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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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8-02-18 14: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카에게 올해 연말에 사줘야겠어요. 그림이 너무 맘에 들어요. ^^

순오기 2008-02-19 01:29   좋아요 0 | URL
책엔 학교라고 나오지만, 유치원과 더 어울린다 싶어요.^^
마노아님은 좋은 이모!!

bookJourney 2008-02-18 17: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너무 좋지요? 이 책의 릴리도, 선생님도, 부모님도 ... 매우 바람직한 모습이에요 ^^

순오기 2008-02-19 01:30   좋아요 0 | URL
정말 바람직한 ^^ 릴리와 선생님, 그리고 엄마 아빠까지 멋져요!!

산사춘 2008-02-19 0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순오기님의 따님이라면 멋진 선생님이 되겠지요~

순오기 2008-02-19 02:15   좋아요 0 | URL
감사~~ 열심히 배우고 따뜻한 마음을 잃지 않고 간직하리라 믿어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