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갈매기 생각숲 상상바다 2
김남중 지음, 조승연 그림 / 해와나무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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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최고인 세상을 만들기에 혈안이 된 정치인과 재벌들은 자기 주머니로 들어올 돈만 생각하는 것 같다. 세계가 인정한 우리나라 서해안 갯벌, 천혜의 자원을 못쓰게 만들어버린 새만금 방조제를 어찌할꼬? 경제논리로 사람도 귀하게 여기지 않는 자들이 하물며 갯벌에 사는 무수한 생명들을 염두에 두겠는가? 오직 인간만이 주인인양 마음대로 밀고 허물고 채워 바닷물길까지 막아버린 악행을 저지른 것이다. 이 죗값을 어찌 갚으려고 그러는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사람들이 던져주는 과자맛에 길들여진 갈매기들은 애써 먹이를 찾지 않는다. 그저 뱃전에서 날며 던져주는 과자를 먹는 삶에 만족하는 갈매기가 있고, 갈매기스럽지 않은 짓이 부끄러워 그곳을 떠난 갈매기 흰둥이가 있다. 마침내 조용한 갯벌을 찾아낸 갈매기 흰둥이는 사람들과 철새 및 바다생물들과 먹이를 나누며 평화롭게 사는 게 행복했다. 하지만 행복도 잠시 뿐. 인간들은 방조제를 쌓아 바닷물길을 막아버린다. 밀물과 썰물이 드나들면서 날마다 마법같은 식탁을 차려주던 갯벌은 죽음에 이른다. 조개도 게도 더 이상 바닷물을 먹지 못하고 널브러져 죽음을 맞이한다. 또한 갯벌의 생물을 먹고 살던 갈매기나 철새도 먹이를 구할 수 없게 된다.

 

'위험한 갈매기'라는 제목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어찌해서 위험한 갈매기가 됐는지, 갈매기가 위험하다면 다른 것들은 위험하지 않은지도 헤아려볼 일이다. 세계에서 가장 긴 방조제를 쌓아 기네스북에 오른 걸 자랑스러워하는 우리나라, 과연 자랑스런 일일까? 천혜의 갯벌을 파괴한 죗값을 우리 후손들이 감당하면서 두고두고 땅을 치며 통곡할 일이 될 것이다.

 

어두운 바탕에 묵직한 색감으로 표현한 그림이 책 분위기를 잘 전한다. 갯벌의 죽음으로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갈매기와 새들과 어민들에게도 미안하고 수천의 갯벌 생명들에게도 미안하다. 눈앞의 이익에만 급급한 어리석은 인간을 절대 용서하지 말거라.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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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4-07-14 1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눈앞의 이익에만 급급한 어리석은 인간.
쓰레기를 마구 양산하고, 음식물 쓰레기를 마구 만드는 그런 나쁜 사람이....
저예요.... 흐흑

순오기 2014-07-15 11:45   좋아요 0 | URL
누구든 쓰레기를 만들어내는지라 어리석은 인간 부류에서 자유롭지는 못하지요~ ㅠ
 
난 작지만 내 나무는 진짜 커요!
크리스틴 베겔 글, 레베카 도트르메르 그림, 류재화 옮김 / 소년한길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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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나무를 가족에 비유하여 알기 쉽게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나뭇잎을 활용한 그림 표현도 신선하고 사랑스럽다.

가족 구성원 특성에 맞춘 이야기에 공감이 된다.

바오바브 나무처럼 어마어마하게 큰 나무에 사는 가족 이야기를 들어보자.

 

이빨이 말처럼 커서 당나귀 같은 오빠.

맨날 붙어다니며 수다가 많은 첫째 둘째 언니.

뚱뚱이 강아지를 기르는 뚝 아줌마.

요리는 잘 못하지만 '모두 입 다물어!' 한 마디로 제압하는 내무부 장관 엄마.

목소리가 엄청나게 큰 엄마는 가족 중에 제일 크다니,

엄마의 역할이 크고 강해진 현대 사회 모습이 그대로 보여진다. ^^

 

엄마의 목소리가 하도 커서 귀청이 떨어질 뻔한 할아버지는 귀가 잘 안 들리고

틀니를 한 할머니는 할아버지를 '슈-녹 영감탱이'라 부르고

모르는 게 하나도 없는 아빠는 그야말로 척척박사다.

부엉이네 큰 구멍에 사는 고양이 루나 파크.

나무 맨 아래 밑둥, 가지 끝에 사는 나를 아무도 잡지 못한다.

나무보다 더 높이, 저 큰 하늘 속에 있는 별들을 볼 수 있어 작은 것이 좋단다.

왜냐하면 하늘이 훨씬 더 크게 보이기 때문이란다.

 

가장 낮은 가지에서부터 뻗어나가는 나무.

이파리 하나 둘, 나뭇가지 하나 둘 늘어가는 나무

점점 커다랗게 자라는 나무에서 밑둥이 차지한 막내는 꼭대기의 할아버지도 부럽지 않다.

각자 제 자리에서 맡은 역할을 해나가는 나무들 이야기는 사람살이의 이치도 깨닫게 한다.

 

그림은 미리보기로 확인하면 호감을 갖게 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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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4-04-28 06: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이름도 뜻이 있네요.
나는 작고 나무는 크다,
참 생각해 볼 만한 이야기로구나 싶어요.

순오기 2014-04-29 19:00   좋아요 0 | URL
주민센터 도서관에서 빌려왔어요~^^
 
<에비와 원더랜드 : 사과를 먹지 않은 백설 공주> 서평단 모집!
에비와 원더랜드 : 사과를 먹지 않은 백설 공주 에비와 원더랜드 1
사라 밀나우스키 지음, 박소연 옮김 / 달리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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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설공주 이야기의 다른 버전, 파격적인 변신, 패러디?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자못 기대가 높았는데, 재미와 참신함이라는 두 가지를 충족하기엔 아쉬움이 남는다.

 

우리는 우리의 잘못으로 바뀌어버린 이야기를 바로잡아야 한다. 꼭 그래야만 한다. 이야기는 바뀌면 안 된다. 절대로! (76쪽)

 

이야기는 바뀌면 안된다, 꼭 해피엔딩이어야 한다는 조건으로 사과를 먹지 않은 백설공주 이야기를 새로 만들어낸다는 것 자체가 한계를 안고 있다. 이왕 바꿀거면 전제 조건없이 확 바꿔버려야 독자의 상상력이 더욱 활발해지지 않을까? 사과는 먹지 않았지만 꼭 왕자를 만나 구출되고 결혼한다는 설정은 시대착오적이라는 생각도 든다. 이야기는 바뀌면 안된다는 에비의 신념하에 결말을 맞춰가는 게 오히려 어린이답지 않게 느껴졌다. 차라리 그 어떤 조건도 없이 파격적으로 바꾸었다면 더 재미나지 않았을까? 현실의 아이보다 동화 속 백설공주가 더 변화를 겁내지 않고, 어떻게 바뀌든 자기의 인생을 알아서 살아가겠다는 당당함이 느껴져 점수를 후하게 주고 싶다. 새엄마 왕비 에블린은 악마답지 않게 아이들에게 휘둘리고 대적하지 못하는 것도 좀 웃기다. 어리버리한 악마처럼 그려져 공주를 죽이려는 계모의 컨셉에 어울리지 않는다.

 

누나인 에비는 동생의 안전과 돌봄을 생각하는 책임감 강한 누나라, 판타지 세계에서도 현실을 망각하지 않는다.

현실에선 낯선 동네로 이사하고 전학간 학교에서 적응하는데 어려움을 겪지만, 오히려 동화 속 세계를 여행하고 현실을 받아들이며 새로운 것이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니라는 깨달음을 얻는다.

동생 요나는 통통 튀는 캐릭터로 나름 귀엽고 자기 역할을 잘 감당한 아이다. 백설공주가 독사과를 먹지 못하게 이야기를 바꿔버린 장본인이지만 새로운 생각을 내놓아 이야기를 이어나가는 창의성이 높은 아이였다.

판타지 세계로 빨려 들어간 마법의 거울과 '백설공주'에 나오는 마법의 거울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드러나지 않아 궁금하고 기대가 된다. 다음 신데렐라 이야기는 어떻게 바꾸었을지도 기대 된다.

 

서평단으로 책을 받아 읽고 리뷰가 늦어 미안하지만, 10명의 서평단 중에서 미션을 수행한 이가 많지 않다.
서평 날짜가 많이 지났는데도... 왜 그럴까?

뻔한 공주 이야기가 아닌 새로운 이야기에 대한 기대치가 높았는데, 생각만큼 기대를 충족하지 못한 듯하다.

미국에서 100만부가 팔렸대도 그네들 정서와 우리 정서가 다르거나, 우리 이해도가 그들과 다르기 때문일지도....

판타지 동화의 한계와 참신성이 떨어져 어디선가 본 듯한 이야기가 재현된 느낌이라 아쉽다.

 

*옥의 티~ 112쪽, 에비가 '멜 왕궁'이라 말하자 백설공주가 '멜 왕궁'라고 고쳐주었다고 했는데

               113쪽에서는 '멜 왕궁'이라고 나온다. 오역인지 표기의 잘못인지 확인해야 될 듯.

               118쪽, "포기하면 안 돼지!"  => '돼''되지'로 써야 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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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4-03-14 1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떻게 보면... 아이들이 '신나게 바꾸지 못'하고 '이야기를 바꾸지 않고 틀을 지키도록 한다'는 대목이
벌써 어른 사회에 길들어 버린 모습이 아닌가 싶기도 해요.

저는 어릴 적에 어떤 이야기이든 요리 바꾸고 조리 바꾸면서 놀았어요.
동무들도 모두 옛이야기를 다 바꾸면서 놀았고요.
노래도 노랫말을 마음대로 바꾸면서 불렀고요~

순오기 2014-03-15 16:08   좋아요 0 | URL
그렇죠, 마음대로 바꿔야 재미도 있고 마음껏 상상을 펼칠 수 있겠지요!

2014-03-14 19: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4-03-15 16:09   좋아요 0 | URL
감사^^

단발머리 2014-03-21 08: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옥의 티, 너무 좋은 구성인데요.
저는 이런 걸 잘~~ 못 찾아요.
잘 찾고 싶은데... 오타 잘 찾으면 독자모니터 할 수 있는 카페가 있더라구요. 하고 싶은데, 잘 못 찾아요~~ 엉엉.

순오기 2014-03-24 19:26   좋아요 0 | URL
제가 남의 눈의 들보만 보는 경향이 있어서 그런지, 그냥 잘 보여요.
제가 잘 못 쓴 것도 나중에 보면 보여서 수시로 고친답니다.ㅋㅋ
 
강치야, 독도 강치야 봄봄 어린이 6
김일광 지음, 강신광 그림 / 봄봄출판사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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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치는 독도를 중심으로 동해바다에 살았던 바다사자의 한 종류로, 해양생물학자들은 바다사자라고도 부른다. 보통 바다사자보다 1.5배 정도 몸집이 크고 온몸에 아름다운 흰색 털이 난 동물이다. 독도어부들이 강치를 가제라 해서 독도 옛 이름이 가제도또는 가지도라 불렸다, 강치들은 독도에서 평화롭게 살았는데, 우리나라가 힘을 잃은 대한제국 말기에 일본인들이 강치를 무참하게 잡아 죽였다.

 

강치야, 독도 강치야는 이런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대왕강치 가족을 중심으로 쓴 강치들의 수난사다. 초등 저학년들이 읽기 쉽게 큼직한 글씨체와 강치와 독도 풍광의 수채화가 어우러진 동화책이다. 강치를 주인공으로 한 의인동화지만 강치의 생태를 깊이 다루거나 환상적인 이야기로 꾸민 동화는 아니다. 강치를 지키지 못한 안타까운 마음이 담겨 있어 읽고 나면 미안하고 숙연해지는 책이다.

 

 

글을 쓴 김일광 작가는 포항의 섬안에서 태어나고 자라서 형산강과 바다가 들려주는 동화를 주로 썼다. 강신광 그림 작가는 서양화를 전공하고 개인전과 100여회의 기획전과 단체전을 가졌다. 두 작가의 조화로운 글과 그림은 독도 강치가 겪은 평화로운 모습과 수난의 아픔을 잘 보여준다.

 

이야기는 아빠 대왕강치가 태어난 아기 강치 아라에게 세상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것을 가르치는 것부터 시작한다. 강치들은 쑥쑥 자라 무리를 이루고 괭이갈매기들과 어울릴 수 있을 만큼 자랐다. 하지만, 강치들의 느긋한 평화와 행복은 오래가지 못했다. 일본인들이 강치를 그대로 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기강치 아라가 살던 때는, 우리나라가 힘을 잃고 일본의 식민지로 전락하던 대한제국 말기였다. 아라는 장난을 좋아하고 새로운 것에 호기심을 갖는 개구쟁이로, 동도에 살던 달이네가 와서 사냥꾼 소식을 전하기 전에는 무서울 게 없었다. 파도에 떠밀려온 어부에게 꽁치 떼를 몰아주어 기운을 차리게 하고, 연기를 피워 배를 불러 떠나는 어부를 보며 울릉도에 꼭 가보고 싶다는 꿈을 꾸는 사랑스런 강치였다. ‘동도에는 절대 얼씬도 하지 말라!’는 대왕강치 아빠의 명령을 어기고 동쪽 섬까지 헤엄쳐가는 말썽도 부리고, 엄마 아빠께 꾸중 듣고 벌을 받아도 바위산에 올라 다이빙 하는 것을 즐겼다. 하지만 껍질이 벗겨진 채 죽은 강치들이 둥둥 떠 있는 붉은 바다를 보고는 정신을 잃었다.

 

 

대왕강치는 동도에 살던 강치들을 잡아간 사냥꾼들이 닥치기 전에 모두 서도로 옮기고, 날쌘 강치들을 김바위와 보찰바위 및 가재바위에 보초를 세웠다. 강치들은 바위틈, 굴속, 골짜기에 꼭꼭 숨어 굶주림을 견디며 못된 사냥꾼들이 언제 들이닥칠지 몰라 불안했다. 사냥꾼들이 나타나지 않을 때 바다로 들어가 굶주린 배를 채우는 생활도 오래가지 않았다.

 

어느 날 사냥꾼들을 태운 배가 동도와 서도 사이로 들어왔다. 대왕강치는 용감하게 맞서며 강치들을 더 위로 올라가라고 소리쳤지만, 낮은 바위에 숨은 강치들은 사냥꾼들이 휘두른 막대기에 겁을 먹고 바다로 뛰어내렸다. 바다에 뛰어들었던 강치들은 사냥꾼들의 그물에 모두 잡혔다. 대왕강치는 달려들어 그물을 찢고 강치들을 구하려다 사냥꾼들의 창에 찔렸다. 창에 찔린 대왕강치는 강치들을 꼭꼭 숨어있게 했지만, 사냥꾼들은 서도를 빙빙 돌면서 강치들이 눈에 띄면 닥치는 대로 잡아갔다. 대왕강치는 강치들을 지키려고 애썼지만, 사냥꾼의 그물에 잡혀 울부짖는 아기를 구하려던 엄마들까지 구하지는 못했다. 울부짖는 아기강치를 미끼로 엄마강치들을 끌어들인 사냥꾼들은 잔인하고 포악했다. 대왕강치는 사냥꾼들의 총에 맞아 숨을 거두면서도 아라와 달이에게 너희들은 독도 강치다. 바다처럼 이 돌섬을 넉넉하게 품고 지키라고 외쳤다. 아라는 아빠 말씀을 가슴에 새기며 돌섬을 지키겠다고 다짐하지만 끝내 살아남지는 못했다.

 

 

 

우리가 힘이 없어 나라를 빼앗겼던 1905년부터 8년 간 일본 어업회사가 강치 고기와 기름 및 가죽을 얻으려고 무려 14천여 마리를 잔인하게 잡아 죽였다고, 저자는 머리말에서 밝혔다. 기록으로 알려진 수 외에 일본인들 손에 죽임을 당한 강치는 또 얼마나 많았을지 생각할수록 안타까운 일이다. 일제강점기 일본의 수탈은 사람과 식량 뿐 아니라, 바다 생물인 강치까지도 씨를 말려버렸다. 일본의 무자비한 강치 남획은 결국 우리가 힘이 없었기 때문이고, 우리의 무관심으로 독도 바다의 강치를 보호하지 못했다. 강치의 멸종은 우리의 소중한 수산자원을 잃은 것이고, 자유롭고 평화롭게 살아갈 바다 생명이 사라져간 것이다.

 

작가는 일본인들에 의한 독도 강치 수난사를 그려 보이며 우리 무관심으로 잃어버린 바다생명을 지키려는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독도 강치를 역사 기록으로만 알고, 실제로 볼 수 없다는 것을 부끄러운 마음으로 돌아보게 한다. 지금 우리가 볼 수 있는 유일한 강치는 일본 시네마 현 박물관에 박제로 만들어져 전시된 것뿐이다. 일본은 강치를 멸종시킨 자신들의 잘못을 부끄러워하거나 반성하지 않고, 여전히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주장한다. 기억하지 않는 역사는 되풀이 된다고 했다.

 

눈앞의 이익에만 급급해 먼 앞날을 내다보지 못한다면 우리의 불행한 과거는 언제고 재현될 수 있다는 것을, 후세들에게 역사를 제대로 가르치지 않고 올바른 역사관을 심어주지 않는다면, 우리는 스스로 불행한 미래를 또다시 자초할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우리가 힘이 없어 지키지 못했던 강치에게 지키지 못해 미안해, 독도 강치야!’ 라는 미안한 고백도 반복해선 안 되겠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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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곳으로 달려! - 쓰나미에서 살아남은 아이들, 2014 SK 사랑의책나눔, 아침독서신문 선정, KBS 책과함께, 우수환경도서 선정, 2013 고래가숨쉬는도서관 겨울방학 추천도서 바람그림책 17
사시다 가즈 글, 이토 히데오 그림, 김소연 옮김 / 천개의바람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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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주제는 속표지의 '맞잡은 손' 한 컷으로 충분히 감지된다.
2002년 월드컵에서 우리가 목청껏 불렀던 '손에 손 잡고'의 다른 버전으로 읽힌다.
서로 힘을 내자고 응원하는 일도 손에 손잡고 하지만,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생존이 위협받을 때도 우리는 '손에 손잡고' 헤쳐나갈 수 있다.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안녕들 하십니까?'도 '손에 손잡고' 이 불공정한 사회를 정의롭고 살만한 세상으로 만들어가자고 손내미는 것이라 읽혀져 눈시울이 뜨거웠는데, 이 책 '높으로 곳으로 달려'에서도 뜨거운 감동으로 뭉클한 쓰나미가 밀려왔다.

속지를 넘기면 할아버지와 손자가 푸른 바다를 보며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마지막 페이지도 할아버지와 손자가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으로 마무리된다.
'지진이 일어나면 쓰나미가 오고, 쓰나미가 오면 뒤돌아보지 말고 힘것 달려서 스스로 자기 목숨을 지키는 거'라는 것과 '인간은 바다의 은혜를 입기만 할 뿐 바다와 사귀는 방법을 잊고 있었고, 그걸 너희들이 가르쳐주었고 살아만 있으면, 앞으로 어떻게든 할 수 있는 법'이라고 글이 다 전달한다.
이렇게 글만으로도 이야기를 이해할 수 있으며 그림이 글을 보조하는 역할을 하는 것은 그림이야기책(Illustrated book)이라 부르고, 진정한 의미의 그림책(Picture book)은 그림없이 글 자체로만 존재할 수 없으며 그림이 없다면 이야기가 불분명해서 글이 담지 못한 정보와 의미를 그림이 전달해준다. 이런 기준으로 볼 때, 이 책은 글로 충분히 뜻이 전달되는 그림이야기책이지만, 그림이 단순히 내용 이해를 돕는 보조 기능 뿐 아니라 이야기를 더욱 생생하고 절절하게 전달하고 있어 진정한 의미의 그림책(Picture book)으로 봐도 좋겠다.

2011년 3월 11일에 일어난 동일본 가마이시 대지진 실화를 바탕으로 한 책이다.
일본은 대지진과 쓰나미에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까지 겹쳐 그야말로 멘붕이었다. 하지만 자연재해는 언제든 일어날 수 있고, 피해를 줄이고 목숨을 지키기 위한 마음가짐과 살아갈 힘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책을 만들었다. 재앙이 겹친 당시 상황으로 책이 무산될 뻔했지만, 중학생이 보낸 편지가 의지가 되었다고 작가후기에 밝혔다.

책의 배경이 되는 가마이시 시는 2004년부터 지진과 쓰나미에 대비해 중학생이 초등학생을 도우며 피난하도록 했고, '목숨을 지키는 세 가지 원칙'을 기억하고 다른 사람을 도우려면 우선 자신이 살아 있어야 한다는 것도 가르쳤다. 목숨을 지키는 세 가지 원칙을 보면 정말 생존을 위한 현실을 직시하고 행동하도록, 도망치는 것이 절대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고 가르쳤음을 알 수 있다.
*목숨을 지키는 세 가지 원칙은
1. 상상에 그치지 말 것!
2. 어떤 때에도 온 힘을 다한다!
3. 첫 번째로 대피하는 사람이 될 것! 내가 진심으로 도망쳐야 주위 사람들도 따라서 열심히 도망친다. 도망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나의 행동이 다른 사람의 목숨을 구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책 뒤에는 지진과 쓰나미가 있던 날, 가마이시히가시 중학교와 우노스마이 초등학교 아이들이 피난한 약도가 들어 있다. 중학생과 초등학교 아이들 및 유치원생을 포함한 약 600명의 아이들이 산으로 오르는 언덕길 2킬로미터를 달려서 살아 남았다고. 2킬로미터면 5리길로 내가 초등학교를 통학하던 거리여서 충분히 가늠되는데, 평지가 아닌 언덕길을 서로 손을 맞잡고 격려하고 부추기며 달렸을 그네들 모습이 머릿속에 파노라마처럼 떠올랐다.

2011년 3월 11일, 5교시 수업을 끝날 무렵의 교실이 갑자기 흔들렸다.
칠판지우개가 떨어지고 아이들 몸이 공중으로 붕 떠오르고... 정신없이 책상 밑으로 들어갔던 아이들은 쓰나미가 밀려온다는 고함에 혼비백산 요양원이 있는 산으로 달린다. 촌각을 다투는 위기상황, 중학생들은 초등생의 손을 잡고 달린다. 조금 더 힘을 내자고 힘을 북돋우고 격려하면서...

양로원에 도착해 이제 괜찮다고 생각했을 때, 뒤에서 쿠~웅 소리가 나며 시커먼 물이 솟아 올랐다. 쓰나미다~~~ 건물이 파도에 밀려 무너지고 집들이 비명을 질렀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 일촉측발의 위기상황이닷~~

'자기 목숨은 스스로 지켜!'
누군가 등을 떠밀며 소리쳤고, 모두 위로 위로 달려 산꼭대기로 향했다. 유치원 아이들을 업고 달리거나, 사람을 태운 수레를 꼭대기까지 밀고 가는 중학생도 있었다. 파노라마로 펼쳐지는 그림은 독자를 오싹하고 등골이 서늘하도록 당시의 위기상황에 몰입시킨다.

위기에서 벗어난 아이는 산 위에서 마을을 내려다 보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힌다.
살아남았다는 안도감과 더불어 흩어진 가족의 안부가 염려되고 평범한 일상을 되찾기까지 얼마나 견뎌야 할지 모든 것이 암담하다. 그럼에도 입을 다물고 있으면 나쁜 생각만 떠오를 거 같아서 같이 가위바위보를 하거나 작은소리로 노래를 부른다. 슬픔과 기쁨은 재빨리 전염되는 바이러스 같다.
별이 유난히 빛나는 밤길, 진눈깨비가 내리는 길을 지친 몸으로 내려와 모두 학교 체육관에 모였다. 이웃들이 나누어준 과자와 사탕을 먹으며 찾으러 올 가족을 기다린다. 모두에게 위로가 필요한 시간이다~

체육관에서는 몸이 따뜻해지도록 바싹 달라붙어서 추운 밤을 지새웠다. 집을 잃고 가족과 헤어져 배고픔을 참고 추위를 견디며 함께 지낸 그 밤을 잊지 못할 거라는 생각을 하며... 이틀 후에 만난 아빠는 가족의 안부도 알려주고, 집이 쓸려갔다고 풀이 죽어있진 말자고 하면서도 처음으로 우는 모습을 보였다.
'가족들은 모두 피난했습니다'
라는 쪽지를 빈집에 붙여 놓은 이웃 중학생 덕분에 가족을 찾으러 헤매거나 걱정하지 않고 도망친 아저씨, 아이들이 필사적으로 도망치는 걸 보고 따라서 달린 할머니... 참으로 가슴이 뭉클해지는 감동과 배려다. 목숨이 위태로운 위기상황에서도 이웃을 생각하며 '안부쪽지'를 생각하고 나누어 준 중학생 덕분에 많은 사람이 목숨을 구했다는 보충설명은 가슴 뜨거운 감동이었다. 경쟁이 아니라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삶은 배려와 작은 나눔으로 가능하다는 걸 보여준 아름다운 사례다.

쓰나미에 휩쓸려간 학교를 다닐 수 없어 시내의 초등학교로 간 아이들~
먼 곳으로 이사한 아이와 가족을 잃은 아이도 있고 모두에게 많은 일들이 있었다.
해마다 칠석날이면 색색의 종이에 소원을 적어 대나무에 거는 풍습에 따라 두 학교의 아이들이 모여 종이에 소원을 적어 학교를 장식했다. 모두 이루어지기를 바라며 적었을 소박한 소원들이 절절하게 다가왔다. 아름다운 소원, 아름다운 사람, 아름다운 풍경이다.

친구가 엄마를 찾으면 좋겠어요. 엄마가 보고 싶어요. 친구를 만나고 싶어요.
축구 선수가 되고 싶어요. 라면이 먹고 싶어요. 어서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요.
다시 고양이를 키우고 싶어요. 아빠 배를 빨리 고쳤으면 좋겠어요. 강아지가 천국에 갔기를...

여름방학에 할아버지와 바다를 보러 간 손자는 묻는다.
"할아버지는 바다가 무섭지 않아요?"
"아니.... 쓰나미는 무섭지. 하지만 바다가 잘못한 게 아니란다. 자연은 원래 그런 거야. 지금까지 우리가 먹고살게 해 주었으니 고마운 바다기도 해. 너도 성게나 전복은 좋아하지?"
첫장에서 보여준 바다는 속이 보이지 않는 푸른 바다였지만, 뒷면의 바다는 온갖 바다생물이 꿈틀대는 바다다. 살아있는 사람은 바다에서 먹을 걸 잡아먹으며 또 살아간다.

2008년 고베에 갔을 때, 가난한 동네의 집들은 서로서로 등을 맞대고 지어져 고베지진에도 무너지지 않았다는 설명을 들었다. 집들도 등을 맞대고 지으면 서로 의지가 되어 무너지지 않듯이 사람도 손에 손을 맞잡고 살아야 한다. 고통과 어려움도 나누고 기쁨과 즐거움도 나누며 서로에게 힘이 되고 의지가 돼야 한다. 손에 손을 맞잡고 안녕하신지 서로 안부를 물으며 우리들의 삶은 지속된다. 오늘도 내일도...

지난 12월 10일 '4060 인생2막 놀이터' 프로그램에서 이 책을 읽고 감상을 표현한 김** 어머님이 생전 처음으로 했다는 마인드 맵... 맞잡은 손과 실내화, 안부쪽지와 칠석날 소원을 적은 쪽지와 고마운 바다라는 키워드로 이 책의 주제를 충분히 파악하신 듯. 그림책은 어린이들만 보는 책이 아니라 모두가 보는 책이라는 게 다시 확인되는 마인드 맵으로 사진을 클릭하면 조금 더 크게 보인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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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3-12-22 1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본은 온통 바다이고 지진이 잦아, 어른도 아이도 제 몸과 집과 마을을 지키려는 움직임과 생각을
어릴 적부터 나누고 키우는데, 어떻게 보면 우리 나라는 큰 물결도 지진도 없다 보니
몸이고 집이고 마을이고 스스로 잘 지키려는 넋이 오히려 사라지기도 했을까 하는...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해요.

참 눈물겨우며 애틋한 그림책입니다.

순오기 2013-12-23 15:36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환경에 적응하여 살려면 그에 맞는 교육과 훈련도 따라야지요.
눈물겨운 생존 이야기~ 아이들도 참 대단했어요!!

꿀꿀페파 2013-12-22 1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잘 보고갑니다!!

순오기 2013-12-23 15:36   좋아요 0 | URL
^^
하나는 이제 쓰려고 들어왔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