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록강은 흐른다 (문고판) 네버엔딩스토리 3
이미륵 지음, 이옥용 옮김 / 네버엔딩스토리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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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6학년 2학기 읽기 셋째 마당 2단원에 실린 ’옥계천에서’ 원작이다. 소설보다는 동화라고 해야 더 어울릴 한 폭의 아름다운 수채화 같은 풍경이다. 3.1운동 이후 쫒기듯이 독일로 건너간 이미륵 선생이 독일어로 쓴 자전소설로 1946년 독일에서 출간된 작품이다. 독일인들의 눈에는 동양의 신비로운 풍경이, 우리가 어린왕자에 끌리는 것 같은 느낌이 아니었을까 짐작해본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어로 쓴 가장 빼어난 문장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독일 중학교 고과서에 실렸다.  


 

우리 교과서 읽기에는 이미륵(1899~1950) 선생과 작품에 대해 소개하고 ’옥계천에서’ 전문을 실었다. 교과서에 실린 정규화 번역의 다림출판사 글보다 이옥용 번역의 보물창고 책이 훨씬 더 매끄럽고 아름다운 우리말을 살려냈다. 우리말로 된 ’압록강은 흐른다’를 읽고 싶은 소망을 스스로 번역하면서, 작가의 느낌과 생각이나 행간의 의미를 제대로 살려내고 있는지 질문을 던지며 작업했다고 한다. 물론 우리말로 쓴 원작이 없으니 최선을 다한 번역으로 접하는 것도 다행이다. 아래 사진은 교과서에 실린 전문이다. 

 


 
 

이 책은 이미륵 선생의 기억에 남은 유년기 추억부터 서당에서 한학을 공부하던 기억, 신식학교에서 받은 서양식 교육과 경성의전 재학 중 3.1운동에 참여했다 독일로 망명한 것까지 나온다.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라 식민지 조선의 문제를 크게 다루진 않는다. 고향의 아름다운 풍경과 정서를 전달하려고 노력했음이 엿보인다. 자식에 대한 사랑을 조용하고 온화하게 표현하면서 단호했던 아버지와 어머니의 모습은 참으로 바람직해 보인다. 딸 셋을 낳고 미륵불에서 사십구일 기도를 올리고 얻은 아들이라 아명을 미륵이라 했고, 작가는 이의경이란 본명을 두고 필명으로 썼다.  
 

사촌 수암형과의 유년기는 그야말로 악동의 모습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미륵은 조용히 수암형을 숭배하며 따랐지만 의외로 만만찮은 고집을 보여주는 아이였다. 짖궃은 장난으로 얼룩진 유년기를 아름다운 수채화로 그려내, 타국에서 고향을 그리다 끝내 고국 땅을 밟지 못하고 돌아간 작가의 삶에 짠한 마음이 든다. 신식학교에 가거나 휴교하는 것도 아버지와 어머니의 뜻에 따라 순종했고, 독일로의 망명도 어머니를 근심시키지 않으려는 마음에서 단행했는데, 우여곡절을 거쳐 독일에 도착한 6개월 후에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누이의 편지를 받았으니 참으로 안타까웠다. 


아버지와 바둑을 두거나 술잔을 나누는 모습이 어찌나 좋아 보이던지 우리 아이들에게도 읽어주었다. 몰래 술을 나누다 어머니에게 들킨 아버지와 두 잔 술에 취한 아들이 나눈 대화는 사랑스런 장면이다.이 장면을 읽고 나서 우리 삼남매에게 제안을 하나 했다. 고2를 앞두고 있는 아들녀석이 학교에 다녀오면 두어 시간씩 하는 컴퓨터 게임을 끊으면, 가족 모두 까투리에서 맛난 안주에 생맥주를 사겠다고 했더니 그날로 게임을 딱 끊었다. 그래서 약속대로 1월 24일 다섯 식구가 생맥주 단합대회를 가졌다. ^^ 

   
 

"술을 조금 마셨다고?니 친구가 있어야 해요."
"오늘 한 번만 봐 주는 거예요!"
"아, 시인에게 술은 정말 없어서는 안 되는 것이라는 걸 어머니가 아신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버지, 그렇지? 아니, 아버지께는 존댓말을 써야지요. 그렇지요, 아버지?" 
"그러게 말이다." (79쪽)

 
   


요즘 도시 아이들에겐 이 책에 나오는 놀이나 정서에 공감하긴 어렵겠지만, 나이가 제법 든 어른들이라면 잊고 있던 유년기의 추억을 되살리기에 좋은 책이다. 바쁜 일상과 도시생활에 잊고 있었던 아름다운 유년기의 추억을 되짚어 보는 감흥에 취할 만한 책이다. 박완서 선생의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에 그려진 유년의 풍경처럼, 파노라마로 펼쳐지는 아름다운 수채화를 감상하는 독서였다. 이미륵 선생의 또 다른 작품 ’무던이’도 같이 읽으면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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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아이즈 2010-02-21 2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압록강은 흐른다,는 읽으면서 눈물 흘린 몇 안 되는 소설 중의 하나예요. 교과서에 실렸으리라곤 생각 못했는데,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순오기 2010-02-21 22:34   좋아요 0 | URL
눈물 흘리며 읽었군요~ 참 애잔하지요.
 
엄마는 파업 중 (문고판) 네버엔딩스토리 4
김희숙 지음 / 네버엔딩스토리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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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5학년 2학기 읽기 셋째마당에 실린 '엄마는 파업중'의 원작동화다.




작가인 김희숙 선생님은 빛고을 광주의 초등학교 선생님이다. 2004년 12월 '학교도서관 활성화를 위한 학부모독서회 연수'에서 강사로 오신 선생님을 만났다. 당시 47세로 세 아이(대1,중3,초1)의 엄마였는데, 현직에서 남다른 독서지도를 하는 분이라 배울 점이 많았다. 그 중에 압권은 발표를 잘하거나, 남들과 다른 의견을 낸 어린이에게 "멸치를 고추장 찍어 입에 넣어 준다"는 파격적인 상이었다. 그날 참여했던 160여명의 광주독서회 어머니들은 우레와 같은 박수와 환호로 선생님을 응원했었다. 

우리 나이쯤이면 몸 생각해서 날마다 멸치 먹기가 하나의 과제이지만, 아이들은 잘 먹지 않는 식품이라 선생님의 독창적인 사탕발림이 정말 근사하게 느껴졌다. 선생님이 주시는 멸치를 자랑스레 먹으며 들어가는 아이들, 어떤 아이는 손가락에 묻도록 고추장을 듬뿍 찍어 매운 것도 잘 먹는다고 뽐내기도 한단다. 그 아이들의 추억속에 그려질 멸치의 풍경화가 떠올라 입가에 미소가 감돌았다.^^


표제작과 더불어 작가의 현장 경험에서 얻은 12편의 단편은, 우리 가정이나 학교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모습이다. 마음이 아프지만 따뜻한 이야기들, 여성의 권리회복을 위한 페미니즘 이야기를 초등생의 눈높이에 맞게 잘 풀어놓았다. 그래서 이 책은 아이 뿐 아니라 부모가 같이 읽어야 할 책이라 생각된다. 가족이 함께 읽고 토론하거나 독후활동을 하면 제법 묵직한 주제인 '더불어 사는 사회'에 대한 이해와 생각키우기에 좋다.

제목과 표지에서 짐작하듯이 가족의 협조가 없는 가사노동에 지친 엄마가 버즘나무(플라타너스)로 올라가 파업을 한다는데, 엄마들은 대부분 이런 마음을 먹어봤기에 공감한다. 아이들은 이 책을 읽고, '우리 엄마도 파업을 하면 어떡하지?'라는 불안을 가질지도 모른다. 그런 불안이 생겼다면 제대로 된 독서를 한 듯하다. 우리 아이들은 방학이면 자기가 먹은 그릇을 설거지 한다. 처음엔 억지로 하더니 반복할수록 재미를 붙였고, 이제는 엄마가 산더미처럼 쌓아 둔 설거지도 말끔히 해 놓아 가끔은 엄마를 감동시킨다. 평소엔 잘하지 않다가도 가끔 자기 방을 청소하거나 설거지하는 아들녀석을 보면, 가부장제에 젖은 내 남편과 다르게 이 다음에 '사랑받는 남편'이 될 것같아 뿌듯한 마음이 든다.^^

아이들은 재미없거나 어렵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래서 엄마가 먼저 읽고 대화로 이끌어준다면, 주제를 이해하고 깨달음을 얻은 작은 다짐 하나라도 생활에서 실천하는 사랑스런 아이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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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 편지 3 - 개정판, 조선 건국부터 조선 후기까지 12살부터 읽는 책과함께 역사편지
박은봉 지음 / 책과함께어린이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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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봉선생님이 딸 세운이에게 들려주는 세번째 역사편지로, 조선 건국부터 조선 후기까지 들려준다. 엄마가 이야기하듯 들려주는 역사 이야기에 사진과 자료가 충실한 썩 괜찮은 역사책이다. 역사에 관심 있는 초등 고학년부터 중학생이 읽으면 좋겠다. 중학교 가기 전에 한국사 편지 5권을 다 읽으면 우리 역사에 대해 뭔가 안다고 우쭐거릴 수도 있을 것이다. ^^ 

3권을 읽은 초등 5학년 아이들은 짜증이 난다고 했다. "왜 짜증이 나는데?" 물었더니 "그냥요." 대답했다. "왜 짜증이 나는지 그 이유를 알아야 역사책을 제대로 배우고 역사논술도 할 수 있는 것 아닐까?" 다시 질문했더니... 위화도 회군으로 왕이 된 이성계가 나라 이름도 마음대로 정하지 못하고 명나라한테 정해 달라고 한 것부터 맘에 안 든다고 투덜거렸다. 게다가 청나라에 무릎 꿇은 인조의 모습도 보기 싫고 사화도 짜증난다고. 어리지만 힘이 없어 강대국에 비굴한 우리 역사가 짜증난다는 것이다. 다른 말로 하면 속상하다는 말이다. 우리가 역사를 배우면서 정말 한심하게 느끼는 건 바로 이런 문제들이다. 지금도 경제적으론 잘 살게 되었어도, 온전한 자주국방을 이루지도 못하고 미국의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이나 제대로 된 민주주의 국가가 아니라는 자각은 힘빠지게 한다. 

 

지도와 사진, 그림이 적절히 배치된 역사이야기는 이해를 돕는다. 명나라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던 이성계가 나라 이름으로 '조선'과 '회령' 두 개를 보내어 조선으로 하라는 답신을 받았다.
"오직 조선이란 이름이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그 유래가 오래다. 이 이름을 쓰고 하늘을 본받아 백성를 잘살게 하면 후손이 길이 번성할 것이다."
요동을 정벌하러 나섰던 고려와 다르게 명나라를 큰 나라로 섬기겠으니 인정해 달라는 조선은 태생적인 한계를 갖고, 한양 천도로 경복궁을 짓는 것으로 계획도시를 세워갔다. 드라마에서 자주 본 '전하, 종묘사직을 보존하소서!'라는 의미는 무엇일까? 종묘는 왕실의 조상신을 제사 지내는 곳이고, 사직은 나라 경제의 근본인 토지와 오곡의 신을 제사 지내는 곳이다. 왕이 남면했을 때 왼쪽에는 종묘가 있고, 오른쪽에는 사직이 들어서야 했다. 조선 시대는 종묘와 사직을 나라의 생명처럼 신성시했다는 걸 기억하자. 

 

개정판이라 불타버린 숭례문 사진이 들어 있다. 이런 젠장할~ 6백년이 넘도록 숱한 전쟁 속에서도 살아 남은 숭례문을 2008년 2월 10일에 불지른 채종기라는 이름도 기억해야 하리라. ㅜㅜ 

세종이 한글을 만든 진짜 이유는, 글을 모르는 백성들의 편리와 유교의 가르침을 배우게 하기 위해 만들었다. 세종은 백성들이 까막눈이면 나라를 다스리는데 이롭지 않으며, 충.효의 유교 정신을 가르쳐 고려의 백성을 조선의 백성으로 만들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 한글이었다는 건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 세종은 그 옛날에도 백성을 깨우치려고 노력했건만 현대에 국민을 우매화하려는 집권자들은 대체 어느 별에서 온 인종들인가! 



조선시대 관리를 뽑는 건 엄격한 절차를 따랐다. 장원급제를 해도 종6품부터 시작해 차근차근 위로 올라갔지 단번에 높은 관직을 받을 수 없었다. 그래서 왕이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있으면 빨리빨리 승진을 시킬 수는 있었지만 건너뛰게 할 수는 없었다. 따라서 돈이나 집안을 배경으로 하는 이른바 '낙하산'인사는 꿈도 꾸지 못했다고 한다. 다만 정승이 천명한 인물이 마음에 안들면 후보를 다시 추천하라고 명단을 물려, 왕의 마음에 드는 후보자가 나올때까지 몇 번이나 물리기도 했단다. 

조선시대 의적 홍길동, 임꺽정, 장길산의 출현은 잘못된 정치 때문이었다고 조선왕조실록에도 기록됐다. 당시 지배층도 도적이 들끓는 것은 정치를 잘못하여 백성을 도적으로 만들었다는 걸 알고는 있었다.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정묘호란과 병자호란은 결국 조선을 무력화시키고 청나라를 섬기는 지경까지 몰아갔다. 명과 청 사이에서 실리외교를 했던 광해군과, 청나라에 볼모로 잡혀서 서양문물을 접했던 소현세자가 왕위에 오르지 못하고 의문사한 것은 두고두고 안타까운 일이다. 당쟁으로 무수히 피를 흘린 숙종. 영조시대의 사화는 붕당정치나 탕평책으로 당파들의 세력을 약화시키고 왕의 권위를 되찾고자 했으니 뜻대로 되지 못했다. 1693년 울릉도와 독도에서 일본인을 몰아낸 안용복을 다루지만, 아직도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는 일본과 맞서고 있으니 참 부끄러운 일이다.   

한국사 편지 4권에선 조선후기부터 대한제국 성립까지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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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0-02-17 0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참 좋지요~~ 와 개정판엔 숭례문 사진도 들어있군요. 음...

순오기 2010-02-17 16:04   좋아요 0 | URL
불타버린 숭례문 사진은 맘이 쓰리지요.ㅜㅜ

2010-02-17 10: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글샘 2010-02-17 2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서재에 놀러오시는 님께서 '논술 과외를 위해서' 초딩 5,6년 정도에게 읽힐 책을 찾으시네요. 아무래도 순오기님께서 이런 분야에는 도사시니깐... 부탁드립니다. ^^

(pek님의 전갈...)
논술과외를 하고 있는데, 글을 잘 쓰기 위해 학생들에게 독서를 시킵니다. 주로 중고생들을 가르치는데 초등학생들을 맡게 될 때가 있어요. 제가 5,6학년들이 읽어 좋은 책은 20권 가량밖에 못 읽어서요. 그래서 유익함과 재미를 얻을 수 있는 책 추천을 부탁한 거예요. 현재 초등학생들에게, 20권 다음으로 어떤 책을 선택해야 할지 고민입니다. 20권은 이미 수업을 했거든요. 먼저 제가 사서 보고 예습?을 해야 하거든요.

페크pek0501 2010-02-18 01:03   좋아요 0 | URL
ㅋㅋ 여기서 글샘님을 마주치네요. 순오기님을 말씀하시길래 제가 한 번 찾아와 봤어요. 이렇게 제 일에 수고를 해 주시다니 이 원수(?)를 어떻게 갚지요? 방금 글샘님 블로그에 댓글을 달고 오는 길입니다.

순오기 2010-02-18 05:12   좋아요 0 | URL
저도 잘 모르지만, 수업했다는 20권을 알면 다른 책으로 골라본다고 답글 드렸어요.

페크pek0501 2010-02-18 0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순오기님께 직접 부탁을 드려야 하네요. 되도록 재미있는 책이었으면 좋겠어요. 책은 참 재미있는 거구나, 하는 것을 꼭 느끼게 하고 싶거든요. 제가 글샘님 블로그에 쓴 댓글을 참고하시면 더욱 좋겠구요. 힘드시면 5권만 부탁할게요. ㅋ

순오기 2010-02-18 05:12   좋아요 0 | URL
글샘님 서재 글도 봤고 님 서재에 댓글 남겼어요.^^

2010-02-18 10: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2-18 12: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0-02-18 22:23   좋아요 0 | URL
다음주 월욜 서대전역 10시 19분 도착!^^

페크pek0501 2010-02-19 0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아침입니다. 어젯밤 곰곰이 생각해보니 제가 어려운 부탁을 드렸단 생각이 들어 미안해졌어요. 전 글샘님이나 순오기님이 초등용 책의 리뷰도 많이 쓰시는 것 같기에 쉬운 부탁인 줄 알았던 거죠. 제가 부탁하면 짠, 하고 책 목록이 나오는 줄 알았던 것. 인간이 얼마나 어리석은 존재인지는 잘 아시죠?ㅋㅋ 두 분 다 바쁘실 텐데...그래서 그 추천도서는 글 쓰는 제 동료들에게 부탁할 생각입니다. 그러니 신경 쓰시지 마시고 혹시 앞으로 그런 책을 발견하게 되면 제 이메일로 보내주시면 감사... 제가 괜히 부탁드려서 부담 갖게 해 드려 미안하단 뜻에서 초등 5,6학년용 책 몇 권을 추천해 드리겠습니다.

초등 5,6학년들이 읽으면 좋을 책 :
대교출판의 트리갭의 샘물, 아주 특별한 우리형, 창비출판의 괴상한 녀석 등 세 권은 생각할거리를 주면서도 재밌어요. 마당을 나온 암탉(황선미), 아홉살 인생(위기철) 등 두 권은 사색적이어서 좋은 책인데, 애들이 좀 어려워해서 6학년2학기나 중1때 읽으면 좋을 듯.
너도 하늘말나리야(이금이)는 생각이 깊어지는 책입니다. 시공주니어출판의 마틸다, 샬롯의 거미줄 등 두 권도 애들이 좋아할 책입니다.
이 일로 인해 순오기님을 알게 된 건 저로선 큰 소득입니다. ㅋㅋ 제게 도움을 주시려고 애쓰시는 게 느껴진 두 분께 진심으로 감사 드립니다.

순오기 2010-02-19 15:28   좋아요 0 | URL
어~ 별로 어려운 일은 아닌데, 님이 수업한 책 20권과 중복되지 않는 걸 추천하려고 그랬어요. 위에 추천하신 책 중에 '트리갭의 샘물'만 못 읽은 책이네요.^^
하여간 님을 위해 페이퍼를 작성할게요. 곧~~ ^^

페크pek0501 2010-02-19 15: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대단한 다독이십니다. 한 권만 빼고 다 읽으셨다니... 그럼 신세 지겠습니다.ㅋ

순오기 2010-02-19 20:43   좋아요 0 | URL
동화책 읽은 세월이 몇 년인데요.^^

페크pek0501 2010-02-19 15: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고로, 트리갭의 샘물, 재밌어요. 그 샘물을 마시면 영원히 죽지 않는다는 얘기예요. 그래서 책 속의 인물들은 그것을 마실까, 말까 망설입니다. 아무리 몸을 다쳐도 자살을 하고 싶어도 죽어지지 않는 생명체가 된다는 일이,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잖아요. 이 책, 강추합니다.

순오기 2010-02-19 20:44   좋아요 0 | URL
오후 늦게 지역도서관에서 트리갭의 샘물 빌려왔어요.^^
 
아기제비 번지점프 하다
배다인 지음, 이지선 그림 / 소년한길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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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쯤 같이 시공부를 했는데, 그 후 동화작가로 성공한 후배의 작품이다. 2005년 '은골무'로 대산창작기금을 받았고, 2006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동화에 당선했다.
마음이 따뜻해지는 우리들의 이야기, 혹은 어린시절을 추억할 세 편의 동화는 초등 3학년 이상 읽을 만하다.

표제작인 '아기제비 번지점프하다'는 넓은 아파트로 이사가기 전 잠시 외할머니댁에서 살게 된 수정이네 이야기다. 늙은이 혼자 사는 집에 찾아와 준 제비가 고마운 할머니는, 잠시 사는 동안도 제비꼴을 못봐주는 엄마가 못마땅하다. 제비들이 신기한 수정이도 불평만 하는 엄마가 얄밉다.
시골학교로 전학 온 수정이는 철봉을 못해서 겁쟁이라 놀림받아 의기소침해졌다가, 매일 도서관에 들러 책을 읽는 아이가 있다는 선생님의 칭찬에 기분이 좋아졌다. 하지만 독후감을 써 오라는 선생님 말씀에 반 아이들은 대놓고 수정이를 타박한다. 독후감 쓰기를 싫어하는 4학년 교실에서 있을 법한 일이다.^^

곧 제비새끼가 알을 깨고 나왔고, 어미는 먹이를 물어다 키웠다. 어느 날 바닥으로 떨어진 새끼제비를 올려주려던 수정이는 갑자기 날아든 어미새의 공격으로 의자에서 떨어져 다리가 부러졌다. 그래도 기브스한 다리로 할머니방 창에서 제비를 지켜보는 게 즐겁다. 다른 제비처럼 날아오르지 않는 막내제비를 지켜보는 수정이는 마음 졸인다. 나처럼 겁내지 말고 용기를 내라는 수정이의 응원을 받으며, 드디어 막내제비도 힘차게 날아올랐다. 마치 번지점프를 하듯이...

'빛나는 왕따'에선 옷을 잘 입고 다니는 민지의 차림새에 예진이는 기죽고 속상하다. 달리기에서 넘어져 무릎이 찢어진 바지를 꿰매 입은 승현이를 놀리는 아이들이 꽤심했지만 예진이는 편들지 못했다.

암으로 투병중인 승현이 엄마가 예진이의 바지를 예쁘게 꿰매주었다. 예진이를 사랑하는 승현이 엄마의 마음에 감동을 받은 예진이는 부끄러워 안 입겠다던 그 바지를 입고 학교에 간다. 승현이처럼 바지를 꿰매입었다고 민지가 놀렸지만 예진이는 당당하게 대답한다. 승현이 엄마가 사랑을 나줘 준거라고... 엄마가 아파서 힘든 승현이를 응원하기 위해 스스로 왕따가 되어도 좋다고 생각한 예진이에게 박수를 보낸다.

'하우스 섬'은 수박농사가 잘 되면 새 컴퓨터를 사주겠다고 약속한 아버지의 말에 태희는 신이 났다. 하지만 엄청난 비로 하우스가 물에 잠기고, 아버지는 하우스 지붕에 간신히 올라 있다. 태희는 아버지를 지켜보고 친구들은 구조대를 부르러 간다. 새컴퓨터가 생긴다고 은근히 무시하고 귀찮아했던 영우와 민호의 도움으로 아버지가 구출되자 태희는 울어버렸다.

서로의 마음을 들여다 보지 않고, 내 마음을 몰라준다고 속상했던 기억을 가진 독자라면 공감할 이야기다. 아이들 세계에서 흔히 있는 시기와 질투, 잘난체 뻐기거나 놀림을 당해도 먼저 마음을 열고 다가서면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걸 알려준다. 때론 한없이 어리게만 봤던 아이가 어른의 어버이가 되기도 한다.

세번째 작품집을 낸 작가는 대학에서 강의하고 지역언론사에서 편집장으로 일한다. 지난 1월 지인의 화순문학시상식에서 만나 선물로 받아 뒤늦은 리뷰로 감사를 대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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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0-02-16 1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딸아이가 커가면서 이런 저런 친구 얘기를 하고, 하소연도 하는데.. 정말 무엇이라 말해야할지 어렵더군요.. 바지 그림이 참 이쁜 책이네요..

순오기 2010-02-16 21:17   좋아요 0 | URL
딸은 크면 친구가 되죠. 그래서 같이 토닥거리기도 하고요.^^
 
그려 봐, 볼펜으로 작고 귀여운 그림 레슨 수첩 1
가나하요코 지음, 박현미 옮김 / 루비박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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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에 이 책을 소개한 이는 하이드님이다. 알라딘은 이 책을 많이 팔았으니 하이드님께 보너스를 줘야 할 듯.^^ 대딩 딸이 이 책을 보더니 혹해서 사달랜다. 앞으로 초등생들과 지내려면 그림은 필수다 싶어 두말 없이 사줬다. 책을 잘 활용하라고 거금을 들여 하이테크 펜까지 사줬다.^^ 이 책은 유치원 또래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그림에 관심있는 이들 모두를 위한 책이다. 특히 그림을 좋아하는 아이들에게 세뱃돈 대신 주어도 좋을 듯하다.

가장 압도된 장면, 보기에 얼마나 눈부신가! 색 볼펜이 이렇게 많다는데 놀랐고, 색색의 볼펜을 다 구입하려면 돈이 만만치 않게 든다는데 놀랐다.

요걸 보기 전엔 볼펜 그림을 종이에만 그리는 줄 알았다. 종이는 물론이고 천이나 금속, 나무와 플라스틱까지 주변에 있는 어떤 물건에도 그림을 그려 분위기를 바꿀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

표면이 코팅된 종이나 도화지처럼 매끄러눈 종이는 피하고, 처음엔 복사용지를 대고 밑그림을 그려 일러스트 연습을 하라고 일러준다. 볼펜을 동글동글 굴려서 그릴 수 있는 그림들은 무궁무진하다. 둥그런 모양에 귀의 위치와 다리에 약간 변화를 주면 동물의 앞모습과 뒷모습을 그리는 건 어려운 게 아니다.

돼지의 포인트는 무엇일까? 뒷모습이라면 꼬리와 그 밑에 점 하나 찍어주는 센스, 앞모습과 옆모습은 둥근 코만 그려주면 귀여운 돼지는 순간에 창조된다.ㅋㅋㅋ 돼지 하나만 제대로 그릴 줄 알아도 책값은 건지는 거다.^^

동물을 마스터했다면 이번엔 과일 그리기 도전이다. 사과 하나를 그려도 방향이나 잘린 면을 그리고 색깔을 바꾸거나 세세한 부분에 변화를 주면 다양한 사과가 탄생한다. 사과 뿐 아니라 어떤 과일이라도 가능하다.

다양한 인물 그리기를 거쳐 러시아 인형 마트로시카를 그리면 볼펜 그림의 진수를 맛볼 수 있다. 옷 모양이나 색깔을 바꿔가면서 마트로시카를 그려 밋밋한 봉투도 변신시킬 수 있다. 여자의 변신이 무죄이듯이 봉투와 편지지의 변신도 무죄다.^^

설날 세뱃돈을 담아주는 봉투에 활용하면 좋을 아이템. 나만의 멋진 봉투를 만들어 아이들에게 세뱃돈을 준다면 녀석들의 머리에 센스쟁이로 각인되지 않을까?^^

대칭 그림을 그려 넣으면 한껏 솜씨가 돋보일 듯하다. 동물, 꽃, 인물 어떤 것이든 데칼코마니처럼 그려낼 수 있다. 처음엔 보고 그리고 좀 더 자신이 생기면 자기만의 그림을 연출하는 것도 좋겠다.

책을 보고 우리 딸이 다이어리에 그려 놓은 행사 일정표, 엄마 아빠의 결혼기념일과 생일을 표시하고 여백에도 멋진 그림을 그렸다. 이 정도면 책값이 아깝지 않고, 볼펜 일러스트 달인이 되는 건 시간 문제일 듯.^^

일기나 메모를 남기고 여백에 그림을 그려주는 센스라니 책 사준 보람이 몽글몽글 피어난다. 이 다음 아이들 일기나 숙제 검사할 때 어울리는 그림 하나 그려 넣으면 아이들 얼굴에 함박 웃음이 피어나지 않을까?^^

마지막 챕터엔 볼펜의 모든 것을 간단하게 설명했다. 130년의 역사를 가진 볼펜의 진화, 볼펜 구조와 잉크 종류, 볼펜을 고르는 법이나 사용법 등 볼펜마니아가 갖춰야 될 기본적인 소양을 안내했다.

누구나 그림을 잘 그리고 싶지만 맘 먹은대로 쓱쓱 그려지는 게 아니라는 걸 우리는 안다. 그림을 잘 그리고 싶다는 꿈만 꾸지 말고 당장 볼펜으로 그려보자, 그러면 요런 돼지 정도는 식은 죽 먹기라는 걸 보장한다.ㅋㅋ 책이 작아서 핸드백에 넣고 다니며 심심할 때 그려봐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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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10-02-12 14: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 책을 아무리 따라 그리려고 해도 비슷해지지 않는다는 ㅎㅎㅎ

순오기님 정이현 작가 책을 보내드리려 하니 주소를 비밀댓글로 알려주세요~

순오기 2010-02-12 14:43   좋아요 0 | URL
하하~ 휘모리님 잘 안돼요?
우리 딸은 제법 그렸는데... ^^
주소는 님 서재에 남길게요. 생유~

L.SHIN 2010-02-12 14: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릴 때 했던 '색칠공부'가 떠올라요, 헤헷.
정말 좋아했는데!

순오기 2010-02-12 15:03   좋아요 0 | URL
색칠공부는 그려진 그림에 색칠만 했지요. 모든 아이들어 거치는 필수과정이었지요.^^

blanca 2010-02-12 15: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귀여워요. 따님 그림 솜씨도 있는 것 같아요. 저는 이거 사도 제대로 따라 그리지도 못할듯. 순오기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구정도 행복하게 보내시고요^^

순오기 2010-02-12 20:34   좋아요 0 | URL
후후~ 우리딸 그림은 제법 그리지요? 연습하면 잘 할 수 있어요.
구정이 아니라 '설'이라니까요.^^ 님도 즐거운 명절 보내셔용!

노이에자이트 2010-02-12 17: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이테크 펜 얼마 하던가요? 우리동네 알파문구점은 한 자루에 1800원이에요.

순오기 2010-02-12 20:35   좋아요 0 | URL
알라딘에서 택배지 2,500포함 19,400원 줬으니까 더 비싸군요.
브랜드가 다른지는 모르지만 저건 훨씬 비싼데 반값인날 샀어요.

노이에자이트 2010-02-12 22:36   좋아요 0 | URL
저거 맞아요.원래 정가는 2200원일 거에요.우리동네는 할인해서 팝니다.

다크아이즈 2010-02-12 17: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녕 볼펜으로 이 모든 게 가능하단 말씀이죠? 전 요즘 딸내미가 생일선물로 사 준 일제 제트스트림 볼펜에 버닝 중이에요. 볼펜 똥 없이 술술 잘 써지는데 여기 나오는 볼펜도 일제 같은데 브랜드가 궁금하네요. 별 걸, 아니 모든 걸 다 아우르는 울 순오기님 역시~라는 말 밖에...

순오기 2010-02-12 20:39   좋아요 0 | URL
알앤비 파이롯드 하이테크인데요. 다른 건 안 써봐서 모르지만 요건 만족스럽다네요.

비로그인 2010-02-12 2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니 설 즐겁게 보내세요.. (--)
우리 설지나고 한번?

순오기 2010-02-12 21:07   좋아요 0 | URL
산사춘과 함께!^^
만치님도 즐겁고 행복한 설 보내시길!

꿈꾸는섬 2010-02-13 07: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너무 좋으네요. 하이테크펜과 책 한권이면 심심하지 않겠어요.ㅎㅎ

순오기 2010-02-15 02:37   좋아요 0 | URL
방학에 이 책 한 권이면 심심치 않고 그림 실력도 높일 수 있고 좋을 듯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