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들도 학교에 가고 싶다 - 개정판 책읽는 가족 28
임정진 지음, 이선주 그림 / 푸른책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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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3학년 1학기 읽기에 개에 대한 설명문이 나오는데, 글의 구성을 배우는 단원으로 아이들이 좋아하는 개의 특성을 알려준다. 따라서 3학년 이상이라면 개들이 왜 학교에 가고 싶은지, 재미있게 읽고 이해할 수 있겠다. 학교에 가기 싫은 아이들의 호기심을 부추기는 책이다. 
 

임정진 작가는 '1957년 러시아에서 발사한 우주선 스푸트니크 2호에 개가 한 마리 탔으며, 그 개의 이름은 라이카'라는 사실만 가지고, 그 다음 이야기를 만들어 냈다. 개를 주인공으로 한 참신하고 기발한 발상에 아이들이 빠져들 만하다고 생각된다.  

왜장을 끌어안고 죽은 우리의 '논개'와 상관없이, 논바닥에서 뒹굴었다는 이유만으로 '논개'라 이름 붙여진 찜질방 개가 주인공이다. 논개는 그들만의 언어와 인간언어를 이해하며 이야기를 끌어간다. 주인들이 약수터에 오를 때, 대기 장소에 묶여 자기들만의 언어로 애국조회를 한다. 바로 개들의 학교를 만들고, 그 학교에서 배우고 싶은 것들을 이야기 하며 서로 소통하는 것이다. 등장하는 개들의 이름도 재미있다. 논개를 비롯한 한말, 장비, 은비 그리고 목에 이상한 우주복을 입은 라이카가 나온다.  

 

만화영화에서 본 우주선에 태워졌던 개 '라이카'가 멍청한 과학자들 생각처럼, 연료가 떨어졌을 때 사료 대신 나온 영원히 잠드는 약을 먹지 않고 지구로 돌아와 과학자들을 피해 숨어살 거라는 논개의 말에 개들은 동의한다. 그리고 리어카 할머니의 개가 목둘레에 이상한 우주복을 입고 나타나자 그 개를 우주견 '라이카'라 부른다.    

 


우주견의 새로운 신화를 쓸 '라이카'를 중심으로 그 주인 리어카 할머니의 인간소외를 다루는 수준작이다. 등산을 좋아하던 아들 동훈의 죽음 이후, 그 아들이 키우던 개를 데려와 동훈이라 부르며 리어카에서 동거하는 할머니의 외로움이 가슴 아프다. 된장국만 준다고 된장할머니라 부르는 논개의 찜질방 주인 할머니의 따뜻한 배려에는 가슴이 따뜻해진다. 우여곡절 끝에 리어카할머니가 소망의 집으로 거처를 옮기고 라이카가 늙어 더 이상 힘을 쓰지 못하자, 마을 개들이 나서서 리어카 할머니의 종이 수집을 도와주는 모습도 감동적이다.     

 


동네 개들이 단체로 피부병에 걸려 동물병원을 찾고, 피부에 바른 연고를 핥아먹지 못하도록 목둘레에 고깔을 씌운다. 우주견이라 부른 라이카의 우주복이 바로 이 고깔이었음이 드러나는 장면에서 유쾌하게 웃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개, 노인들이 말동무로 키우는 개. 사람끼리 소통하지 못하고 애완견에 사랑을 쏟는 세태를 보면서, 그 사랑이 사람끼리 소통된다면 더 좋지 않을까 안타깝다. 하지만, 과학자들이 라이카를 우주선에 태워 보낸 그 계획이 정말 한심하다고 말하는 작가의 생각이, 어린 독자에게 생명존중으로 소통된다면 그것으로도 족하다!   

 

 

개들이 바라보는 인간 모습이 개만도 못하다고 여겨질 때, 사람이 화를 내야할지 개들이 화를 내야할지 정말 알쏭달쏭하다. 이 책을 읽고 나면 '개만도 못한 인간' 이란 욕설을 함부로 하지 못하게 되는 건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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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0-03-17 0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순오기 언니의 서재를 들릴 때 눈을 감아야 할까요? 이 책도 갖고 싶네~
결국 한달 못 버티고 25일만에 책 주문 넣었어요.
언니가 추천하신 책 두개 같이,, Thanks의 맘을 담아서 같이~ ^^
좋은 일 가득한 하루되셔여!

순오기 2010-03-18 01:17   좋아요 0 | URL
도서관을 이용하면 다 사들이지 않아도 돼요.
저는 도서관 애용자지만, 빌려 읽고 소장하고 싶은 책은 과감히 질러요.ㅋㅋ

2010-03-17 09: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0-03-18 01:18   좋아요 0 | URL
^^

L.SHIN 2010-03-17 0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앙~ 나, 이 책 읽을거야! 아, 강아지...에헤헤 (>_<)

순오기 2010-03-18 01:18   좋아요 0 | URL
강아지를 좋아하세요?
재밌고 유쾌한 동화를 읽고 나면 기분이 좋아지지요.^^
 
실험 가족 - 책 읽는 가족 책읽는 가족 46
배봉기 지음, 박지영 그림 / 푸른책들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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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서 짐작하듯 또 다른 형태의 가족이 되기 전 실험기간을 두는 이야기다. 표지에서 보듯이 맞잡은 손이 무색하게 외면한 아이들이 바로 문제와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한다. 대부분 어른들-아니 부부의 결정에 따라 이혼을 하든, 새혼을 하든 아이들은 결정권 없이 따라가는 형태가 된다. 하지만 이 책은 새로운 가족이 될 것인가 말 것인가, 아이들 생각을 존중하고 따르는 것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외국에 나가 있는 남편의 외도를 용납하고, 새로운 사랑을 찾은 남편을 산뜻하게 보내주는 영수엄마의 태도는 흔치 않은 모습이다. 물론 아이에게도 아빠를 이해하라며 비난하지 않는 성숙한 모습이 존경스럽기까지 했으니, 이런 의미에서도 실험가족은 쿨하고 참신하다. 주변에서 우리가 보는 모습은 이런 산뜻함과는 거리가 멀다. 또 이혼한 배우자에 대해서도 비난하고 원망하는 걸 더 많이 보았다. 


아내와 사별한 민호아빠는 영수엄마와 대학 연극반 선후배로 막역한 사이다. 서로 가까워지면서 재혼을 생각하는 것은 자연스런 순서일 듯하다. 같은 학교 6학년인 영수와 민호에게 가족이 될 수 있는지 3개월의 실험기간을 갖자고 제안한다. 물론 너희들이 어떤 결정을 하든 그대로 따르겠다는 약속을 한다. 어른들의 자연스러움에 반해 어색함으로 시작된 아이들의 가족 되기는 만만치가 않다.


실험기간인 3개월까지 견딜 수 없어 친구들에게 부탁해 민호를 때리게 하고, 동거가족을 과감히 깨 버리는 영수. 같은 마음이었기에 침묵으로 동조하는 민호. 두 녀석들은 본래의 자리로 돌아오면 시원할 줄 알았다. 그러나 생각과 달리 편치 않은 느낌이다. 활력을 잃어버린 엄마를 바라보는 영수나, 침묵하는 아빠를 지켜보는 민호는 뭔가 잘못되었다고 느낀다.


새로운 가족이 되기 위한 실험을 끝내고, 비로소 빈자리를 느끼는 녀석들은 자기들끼리 화해를 시도한다. 그리고 도중에 끝내버린 실험가족의 연결고리를 만들기 위해 영수엄마의 생일잔치를 멋지게 계획한다. 6학년이면 깊은 속이 들만한 나이긴 하지만, 새로운 가족이 되기 위해선 서로 이해하고 배려할 줄 알아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정말 멋진 녀석들이다!


드디어 진정한 친구가 된 영수와 민호를 본 엄마와 아빠는, 다시 실험가족을 이어가기 위한 차 마시기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동해안으로 여행을 떠나는 것으로 막을 내리지만, 실험가족이 아닌 새로운 가족의 행복한 미래를 그려볼 수 있다.


요즘 우리나라는 네 쌍 중 한 쌍이 이혼할 정도로 가정 해체가 심각하다. 거기에 사별한 가정까지 합한다면 새혼 가정이 얼마나 될지 짐작이 된다. 이런 사회적 현상이 또 다른 형태의 가족을 예고하며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할 분위기로 만들어 간다. 입양이 동화의 단골소재가 되었듯 한부모 가정이나 새혼 가정도 동화에 깊숙이 자리매김 되었다. '실험가족'이 아이들의 뜻을 존중하며 새로운 가족을 받아들일 수 있게  준비기간을 둔다는 설정은 참 바람직하다. 새혼 가정을 꿈꾸는 사람들이 시도해보면 문제를 좀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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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10-03-16 08: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순오기님 덕에 익숙해진 작가님이 배봉기 씨예요. 실험가족이라니, 제목부터 깊이 곱씹게 되어요. 새혼이란 말도 그렇구요.

순오기 2010-03-16 23:28   좋아요 0 | URL
어차피 새혼이 갈수록 늘어가니까 우리 모두 받아 들여야겠지요.
배봉기 교수님~ 실험가족과 사라지지 않는 노래가 좋았어요.^^
 
<걱정을 걸어두는 나무 / 아이는 어떻게 말을 배울까>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걱정을 걸어 두는 나무 모퉁이책방 (곰곰어린이) 3
마리안느 머스그로브 지음, 김호정 옮김 / 책속물고기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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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3 막내와 더불어 아주 재미있게 읽었다. 우리 막내는 이 책을 읽고 자기 방에도 걱정나무 하나 두고 싶단다. 어떤 사람도 걱정이나 고민, 스트레스 없이 살 수는 없으니 모두에게 필요한 나무가 될 듯하다. 어리면 어린대로 어른은 어른대로 모두 자기 분량의 걱정을 안고 살아가니까. 오늘도 걱정을 한 보따리 안고 있는 우리 모두를 위한 책이다. 크고 작은 온갖 걱정을 '걱정나무'에 맡기고 편한 잠자리에 들고 싶다면, 이 책의 일독을 권한다.^^ 

근심 걱정, 고민과 스트레스를 안고 사는 우리의 주인공 줄리엣은 착한 아이다. 그래서 가족과 친구 때문에 모든 근심을 떠안고 산다. 아빠는 과학자이고 발명가이며, 엄마는 심리상담가이다. 복지관에 나가 뭔가 꼼지락 거리며 만들어야 하는 할머니는 화학대학 총장까지 지낸 분이고, 유치원에 다니는 여섯 살 아래 동생 오필리어(오프)는 '짜증노래'를 22절까지 입에 달고 사는 아이다.  

줄리엣은 총명하고 창의적인 아이지만, 예민하고 조금 소심해서 자기 생각을 말하지 못한다. 사실 줄리엣이 자기 감정을 표현하지 않는 이유는 가족과 친구를 배려하고 그들이 행복하기 바라기 때문이다. 엄마 아빠가 말다툼을 해도 말리지 못하고, 부모님이 이혼할까봐 전전긍긍 걱정에 싸인다. 동생이 놀려도 스트레스를 엄청 받으면서 부딪히지 않고 피해 다닌다. 안전경보기를 목에 걸지 않는 할머니는, 스스로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쓸모없는 늙은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싫어서 투덜거린다. 반에서 만날 괴롭히는 휴에게도 강하게 맞서지 못하고 입이 딱 붙어 버려 말 한마디 제대로 못한다. 늘 제일 친한 척하지만 곤란한 상황이 되면 편들어주지 않는 린지에게도 서운하다. 전학 온 친구 젬마는 좋은 친구지만 린지와 누가 최고로 친한 친구인지 줄리엣의 마음을 알아내려 경쟁한다. 어느 것 하나 줄리엣에겐 쉬운 문제가 아니다. 

아빠의 서재를 줄리엣의 방으로 꾸며준 덕분에, 할머니의 할머니 때부터 전해 내려온 벽에 그려진 '걱정나무'를 발견한다. 100년 전부터 이 집에 있었던 걱정나무는, 온갖 걱정거리를 실로 묶어 걸어두고 편히 잠들게 하는 나무다.^^ 

웜벳 볼프강은 친구들에 관한 고민을 들어주고, 돼지 페트로넬라는 학교에 관한 고민을, 염소 기네스는 아플 때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친구다. 개 디미트리는 가족에 대한 고민거리를, 공작새 피어스는 잃어버린 물건 때문에 생긴 고민을 들어준다. 오리 델리아는 새로운 변화에 적응하는 것이 어려울 때 도와주는 친구다. 뭔지 모를 걱정 때문에 혼란스러울 때는 나무 아래 구멍 속에 걱정을 넣어 두면 된다. 줄리엣은 아빠의 서재 방에서 잠들게 된 첫날부터 근심 걱정, 고민거리를 걱정나무에 걸어두고 잠든다. 그래서 줄리엣의 모든 걱정거리는 짠~하고 해결됐을까?^^ 


엄마 아빠가 해결해야 할 문제를 마치 자기의 잘못인 양 생각하는 줄리엣, 하지만 엄마 아빠의 말씀을 듣고 세상 근심을 자기가 짊어지지 않아도 된다는 걸 알았다. 할머니는 꼼지락거리며 무언가를 만드는 대신 복지관 노인들에게 컴퓨터를 가르쳐 주는 선생님이 되기로 작정했다. 린지와 젬마는 둘 다 줄리엣의 첫째 가는 친구라는 걸 알고 서로 배려하며 좋은 친구가 되려고 노력하고, 할머니에게 꼭 필요한 걱정나무를 선물한 줄리엣은 센스 만점 손녀다.  


밤마다 걱정나무와 이야기를 나누며 자신감을 회복한 줄리엣은 소리친다.
"난 뭐든지 견뎌낼 수 있는 사람이야. 난 그 어떤 시련도 견뎌낼 수 있는 사람이야!"  
줄리엣의 이야기가 끝나면 우리의 걱정거리를 걸어 둘 걱정나무가 나온다. 자~ 근심 걱정이나 고민과 스트레스를 모두 걱정나무에 걸어두자. 그러면 오늘 밤 잠자리가 편안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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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아이즈 2010-03-15 0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웅, 한결 같이 서재에서 활동할 수 있는 순오기님이 존경스러워요. 그 열정, 그 체력(안 보고 어찌 아나? ㅋㅋ) 님을 알게 된 건 제 게으름을 조금이라도 극복하는 계기가 되어서 더욱 기쁜 걸요. 사는 게 사는 게 아닌 나날들...
님하, 부디 정진하소서~

순오기 2010-03-15 00:59   좋아요 0 | URL
아우~ 며칠 심란해서 한결같지는 않았어요.
오늘까지 올려야 될 서평도서가 있어 끼적거렸어요.
님은 신경쓰며 하는 일이 많으니까 서재활동을 많이 못하는 거고요.^^

pjy 2010-03-15 09: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른사람?의 걱정을 자기 잘못인 양 생각하는 사람들을 위한, 벽에 그려진 걱정나무^^; 인테리어로 만점이네요~~

순오기 2010-03-16 07:07   좋아요 0 | URL
한쪽 벽면에 커다란 걱정나무로 채워 놓으면 근심이 싹 사라질거 같아요.
인테리어로도 딱이겠죠? 요즘 포인트 벽지에 멋진 나무 그림도 있더라고요.^^

마노아 2010-03-15 1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앤서니 브라운의 동화가 생각나요. 겁쟁이 빌리였던가요? 거기도 걱정 인형이 등장하잖아요. 아, 그치만 걱정 나무가 더 근사해 보입니다. 손이 덜 간다고 느껴서 그런가봐요.^^;;;

순오기 2010-03-16 07:10   좋아요 0 | URL
겁쟁이 빌리, 할머니가 주신 걱정인형 덕분에 편안한 잠자리가 되지요.^^
과테말라에 있다는 걱정인형에서 변형된 걱정나무가 아닐까요?

blanca 2010-03-15 2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걱정 나무.^^ 아드님이 중3이라니 저 중3때가 생각나요. 걱정은 많았는데 신나는 것도 많았고 참 역동적이었는데. 아드님의 나이가 부러워요. 그리고 그런 아드님과 책을 함께 읽고 얘기 나눌 수 있는 순오기님도.

순오기 2010-03-16 07:12   좋아요 0 | URL
중3은 막내딸이고요, 아들은 고2라서 엄마의 애인이라 불려요.ㅋㅋ
화이트데이에 남편은 천원짜리 초콜릿, 아들은 3천원짜리 사탕을 사왔더군요.
진짜 남편보다 애인이 좋을지라도 여친이 생기기 전까지만!ㅠㅠ

마녀고양이 2010-03-16 1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갖고 싶은 책이네요. 걱정 나무라...
해리 포터에서처럼 생각이 많은 날 그 생각을 따로 치워놓을 수 있는 공간이 있었으면 했는데.. 걱정 나무에 걸어놓으면 좋겠어요!

순오기 2010-03-16 23:27   좋아요 0 | URL
우리애들은 해리포터를 10년니 넘도록 마르고 닳도록 끼고 살지만 엄마는 단 한 권도 안 읽어서 모르는 얘기군요.ㅜㅜ 오로지 영화만 봤을 뿐이고...
 
모네와 함께한 하루
이봉 브로쉬 지음, 안수연 옮김, 김수길 그림 / 문학동네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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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주의 화가 클로드 모네와 에밀리의 환상적인 우정을 그린 매력적인 이야기다. 더불어 친숙한 모네의 그림을 보는 즐거움도 선사한다. 정말 이런 일이 있었을까? 아니 이런 일이 실제 있었다면 정말 행복하겠다, 싶을 만큼 이야기에 몰입되어 눈시울이 젖었다. 

어느 날 에밀리의 비밀연못에 흰 수염 할아버지가 있었다. 아름다운 모습을 사진으로 담아 집에 가서 그림을 그리는 열두 살 에밀리와는 다르게 아름다운 순간을 현장에서 그리는 할아버지는 누굴까? 에밀리는 두려움 반 호기심 반으로 가까이 다가갔다. 그는 에밀리의 아름다운 연못을 그리기 위해 천국에서 온 클로드 모네라고 소개했다. 



에밀리는 모네 할아버지가 그린 그림을 보는 순간 진짜 화가임을 알았다. 그리고 모네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가장 아름다운 색채는 네 눈에 보이는 색채가 아니라 네가 정성껏 다시 만들어 보는 너의 색채란다. 아름다운 이 연못에서 네 심장이 뛰는 소리를 들으며 네가 만들어 내는 것이지. 새들의 노랫소리처럼, 네가 정말 좋아하는 천국의 소리를 들으면서 말이야. 이해하겠니? 그렇지만 내 흉내를 내면 안 돼." (37쪽)

에밀리는 어린애 취급하지 않고 당당하게 화가로 인정해주는 모네 할아버지가 좋았다. 모네를 만나고 돌아온 에밀리는 식구들에게 말했지만 아무도 믿어주지 않았다. 모네는 이미 오래 전에 죽어 교과서에 나오는 화가라는 사실만 인정할 뿐. 상처 받은 에밀리는 입을 다물어 버리고... 모네 할아버지가 말한 태양이 아름다운 시간, 아직은 모네 할아버지가 있을 거 같아 비밀연못으로 배를 저어 갔다.  



다시 만난 모네 할아버지는 자신은 물론 죽었지만 고약한 유령은 아니라고 말한다.^^ 

"캔버스 위에서 색채와 빛을 만들어 내는 기쁨을 진정으로 맛보지 못한 사람들은 우리를 이해하기가 어려워. 너도 알겠지만, 난 오랫동안 미친 사람 취급을 받았단다. 내가 아틀리에를 벗어나 자연 한가운데에서, 누구나 쓰던 가루 물감 대신 발명한 지 얼마 안 된 튜브 물감으로 그림을 그렸기 때문이지. 너도 생각해 보렴, 더군다나 난 배 위에서 그림을 그렸잖니?" (63쪽)

에밀리는 모네 할아버지와 꿈같은 시간을 보내고 헤어질 시간이다. 모네 할아버지는 하늘 위 천국으로...  

"이제 다시는 할아버지를 만날 수 없나요?"
"귀여운 아가씨,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이제 다시는 서로 얘기하지 못하는 거죠?"
"에밀리, 그건 알 수 없단다. 계속 그림을 그리려무나. 약속할 수 있지? 이렇게 멋진 시간을 보내게 해 주어서 고맙구나. 그리고 이따금 날 만나러 오렴." (64쪽)

하지만 모네 할아버지는 에밀리의 질문에 어디서 만나자는 답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오랜 시간이 흘러 에밀리는 미술관 제 3 전시실 <선상 아틀리에>, 모네가 센 강에 띄운 배 위에서 그림을 그리는 자신을 그린 그림 앞에서 모네를 다시 만났다. 미술관장 루이즈는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며 눈물 흘리던 에밀리의 말을 진심으로 믿었고... 모네와 함께 있으라며 자리를 비켜주고 돌아서는 그녀의 귀에 프랑스 억양의 굵고 낮은 남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맙습니다, 부인."



인상파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프랑스의 유명한 화가 클로드 모네, 인상파 화가들이 처음으로 그림을 선보였을 때 사람들의 반응은 차가웠다. 물감을 마음대로 짜 놓은 것에 불과하다, 어린아이 그림 같다는 등 제대로 된 그림이 아니라는 혹평을 받았다. '인상파'라는 말도 한 미술 기자가 모네의 그림 <인상, 해돋이>라는 제목에서 인상이란 말을 따와 모네와 함께 어울리는 화가들을 비웃듯이 부른 데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선상 아틀리에>는 미국 반스 재단이 소장하고 있으며, 필라델피아 작은 미술관에 전시되어 있다. '모네와 함께한 하루'는 바로 그 곳에서 시작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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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0-03-15 1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순오기님 리뷰는 언제봐도 책을 사고 프고 읽고 프게 만들어요^^

순오기 2010-03-17 00:06   좋아요 0 | URL
다 사서 볼수 없으니 도서관을 애용해야지요.^^

2010-03-15 11: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0-03-17 00:06   좋아요 0 | URL
내가 이젠 작은 글씨 보기가 힘든 나이라 민감하게 느껴요.ㅋㅋ
 
트리갭의 샘물 눈높이 어린이 문고 5
나탈리 배비트 지음, 최순희 옮김 / 대교출판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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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k0501님이 재미있고 생각할거리가 많은 책이라고 추천해서 읽게 되었다. 제목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내용은 전혀 몰랐다. 나는 환타지가 현실도피 같아서 좋아하지 않는데, 이런 환타지라면 누구에게 추천해도 좋을 것 같다.^^  

세 가지 사건이 한 줄로 꿰어지기 전의 도입부는 감을 잡기 어려웠지만, 곧 트리갭의 샘물은 어떤 비밀을 갖고 있는지 호기심을 고조시키며 긴장감을 최대로 끌어 올린다. 할머니와 어머니의 잔소리가 귀찮아서 집을 나선 위니는 숲 속 샘물가에서 제시를 만난다. 제시는 백네 살, 아니 열일곱 살이고 위니는 곧 열한 살이 된다.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누던  위니는 마침 목이 말라 샘물을 마시겠다 하고, 제시는 절대로 먹으면 안 된다고 한다. 샘물의 비밀을 설명하기 위해 제시 가족은 본의 아니게 위니를 납치한다. 납치 현장을 목격한 노란 옷의 사나이는 그들의 뒤를 밟아 온다.

무조건 집으로 가서 이야기를 해 준다며 말을 달리는 터크씨네 가족은 무척 비밀스럽다. 위니가 감당하기에 벅찬 비밀은 뭘까? 우연히 포스터씨 숲에서 트리갭의 샘물을 마신 터크씨 가족은, 그 샘물을 마실 때의 모습 그대로 늙지 않고 영원히 죽지도 않는다. 어려서 삼천갑자 동박삭이와 한 번 구르면 삼년 산다는 3년 고개를 수없이 굴러서 오래도록 살았다는 옛날 이야기를 들었지만, 영원히 사는 샘물이라니 이거야말로 환타지 아닌가? ^^  

샘물을 마시지 않은 큰아들 마일즈의 아내와 두 딸은 늙지 않는 그들을 마법사로 오해하고 곁을 떠난다. 다른 가족은 나이 먹고 늙어가는데 영원히 그대로 산다는 것은 결코 축복이 아니다. 몇 년을 지낸 마을에선 이런 모습을 들킬까봐 떠돌아 다녀야 했고, 이웃의 눈에 뛸까봐 마음대로 돌아다니지도 못한다. 친구와 이웃들은 모두 나이 먹어 늙고 죽어가는데, 남겨지는 터크씨네 가족은 쓸쓸하고 죽을 수도 없는 게 고통이었다.  

노란 옷의 사나이는 어느 시대에나 존재하는 인간욕망을 대표하는 인물이다. 샘물의 비밀을 알아낸 그는 사람들에게 비싼 값에 샘물을 팔 계획을 세운다. 터크 가족을 산증인으로 내세워 샘물을 홍보하겠다며 협상하지만, 인간들이 돼지떼처럼 몰려들어 샘물을 마신다는 생각만으로 끔찍한 터크씨네 가족은 결사 반대한다. 불로장생의 인간욕구는 스스로 재앙을 불러 올 뿐이고, 삶과 죽음의 자연 질서에 따르는 것이 행복하다는 걸 그들은 절실히 깨달았기 때문이다.   

과연 노란 옷의 사나이는 사람들에게 샘물을 팔았을까? 제시는 위니가 열일곱 살이 되면 샘물을 먹고 성장을 멈춘 채 함께하자고 제안한다. 위니는 제시가 준 샘물을 과연 열일곱 살에 먹었을까? 위니는 트리갭의 샘물을 먹고 제시와 결혼해 영원히 사는 길을 갔을까, 살다가 죽어 자연으로 돌아가는 길을 택했을까? 먼 훗날 트리갭에 돌아온 터크씨 가족이 발견한 무덤은 누구의 것일까?마지막까지 흥미를 잃지 않도록 잘 짜여진 글이다.  

1975년 발표되어 미국 도서관협회의 우수도서로 선정되었고, 초 중고생의 필독도서로 읽히는 책이란다. 빨리 어른이 되고 싶은 청소년이 시간과 영원의 문제를 생각해보고, 주어진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토론하기에도 좋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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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10-03-09 0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원히 산다는 것은 문학의 오래된 주제죠.영원히 살면 행복할 것 같은데 혼자서 영원히 살면 주변의 사람들이 모두 죽어 쓸쓸할것 같고,모든이가 영원히 살면 지구의 인구가 너무 많이 늘어나지 않을까요^^

순오기 2010-03-10 04:56   좋아요 0 | URL
과연 오래 사는 것이 행복일까? 나이가 들수록 이런 생각이 드네요.
어쩔 수없이 고령화 사회로 들어서긴 했지만... 순리에 따른 것이 행복이겠죠.^^

마녀고양이 2010-03-09 1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재미있겠네요.. 보관함에 넣어야겠어요~ 한달 후 구매할 때는 꼬옥 언냐께 Thanks To 해드려야지.. 이제까지 그거 몰라서 적립금을 못 탔어염. 아흑~

순오기 2010-03-10 04:57   좋아요 0 | URL
늘 보관함은 넘쳐나고... 한 달에 한 번 구매는 잘 지켜지나요?^^

마녀고양이 2010-03-10 09:32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ㅎ. 저번 카드 사용 내역보니 순 알라딘~ 이더라구요. 그래서 눈 질끈 감고 책을 보관함에만 넣고 있는 중이예요. ^^

페크pek0501 2010-03-09 14: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추천한 책을 읽으셨군요. 참고로 세 가지 사건의 도입부는 초등학생이 읽을 경우엔 빼고 읽어도 됩니다. 애들이 그걸 어려워하는데, 그것을 빼고 읽어도 책의 메시지 전달엔 아무 지장이 없어요.

학생들이 책을 읽은 다음엔 그 내용과 함께 그 느낌과 생각을 써 보는 게 좋은데, 이런 문제의 답을 쓰면서 정리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 여기 옮깁니다.

1. 위니를 데리고 집으로 오자 터크는 매우 기뻤습니다.터크가 기뻐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2. 노란 옷을 입은 사나이는 위니를 찾아 주는 조건으로 위니네 숲을 달라고 했어요. 노란 옷의 사나이가 위니네 숲을 가지려고 애쓰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3. 제시는 영원히 사는 샘물을 한 병 담아와서 위니에게 주었습니다. 제시가 위니에게 샘물을 준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4. 터크네 가족 네 사람은 영원히 살아가는 것에 대해 서로 다른 생각을 가졌습니다. 영원한 삶에 대한 네 사람의 생각이 어떻게 다른가요?
터크 -
매 터크 -
마일즈 -
제시 -

5. 위니는 함께 영원히 살아가자는 제시의 제안에 응하지 않고 자신의 평범한 삶을 선택했습니다. 위니는 왜 영원히 사는 삶을 선택하지 않았을까요?(상상해서 쓰기)

6. 여러분이 위니였다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요? 샘물을 마셨을까요?

7. 영원히 사는 것이 좋을 수도 있고 나쁠 수도 있습니다. 영원히 사는 것의 좋은 점과 나쁜 점을 생각해서 써 보세요.

8. 이 책의 작가는 위니를 통해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전하려 하였습니다. 작가가 위니를 통해 하고자 하는 말은 무엇이었을까요?

......이 책을 읽을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며......

순오기 2010-03-10 04:58   좋아요 0 | URL
이런 이런 장문의 댓글이라니...감사합니다.
님 덕분에 재밌는 작품을 읽게 됐어요.
수업을 위해 질문을 뽑고 토론주제를 정하는 것도 머리가 아프죠.^^

페크pek0501 2010-03-11 1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세?진 것에 대한 작은 답례로 긴 댓글을 썼답니다. ㅋㅋ

순오기 2010-03-12 06:19   좋아요 0 | URL
신세라뇨? 덕분에 저도 좋았는걸요.^^

희망찬샘 2010-03-14 14: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죽음에 대한 두려움-엄마가 죽는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없는-으로 우리 희망이가 많이 울었던 적이 있습니다. 일 년 전이었나 봅니다. 외할머니의 죽음이 아이에게 아이답지 않은 생각을 하게 한 것 같아요. 아무리 설명을 해 주어도 눈물을 흘리더니 이 이야기 듣고는 죽음에 대해 어렴풋이나마 이해를 하는 듯 했어요. 저도 이 책 너무 훌륭한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순오기 2010-03-14 17:14   좋아요 0 | URL
아이들이 어려서 누군가의 죽음을 접하면 엄마 아빠의 죽음과 연관시켜 무서워하더라고요.ㅜㅜ
저는 이제 읽었지만 죽음을 자연스런 순환으로 받아들이기에 좋을 책이네요.
자연사는 사실 두려운 게 아니고 다른 곳으로의 이동이라 생각해도 좋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