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정천 가족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24
모리미 토미히코 지음, 권일영 옮김 / 작가정신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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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 교토의 대학생을 주인공 삼아 청춘찬가를 부르짖던 교토작가 모리미 도미히코가 이번에는 '너구리'를 주인공 삼아 가족을 이야기한다. 역시나 배경은 교토지만 이제는 인간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너구리', '텐구' 같은 이물들이 주인공이 되어 이야기를 이끌어나간다.


확실히 모리미 도미히코는 독자들에게 재미를 주는 작가라는 건 두말할 필요 없는 것이고 그는 그 외에도 많은 재능을 지닌 작가라고 생각한다. 이번 작품에서도 그가 가진 무수한 재능이 어김없이 드러나고 있지만 내가 특히 이번 작품을 읽고 감탄한 건 스토리 구성능력인것 같다. 이번 작에서 그는 클리셰를 비틀고 합치고 풀어내 자신의 색깔로 펼쳐내고있다.


책을 막 읽고 생각나는 클리셰들만 간추려봐도
쇠락한 명가 이야기 , 원수 가문 간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죽은 위대한 아버지(지도자)의 뒤를 잇는 자식들(후계자) 이야기 등등등 (찾아보면 더 많겠지만)
이러한 클리셰들을 비틀고 후려쳐서 도미히코 특유의 유쾌한 분위기를 자아내며 하나의 큰 줄기 아래에서 약동하는 훌륭한 이야기로 만들어냈다. 
 

재기 넘치는 젊은 작가가 만들어낸 훌륭한 소설이다. 재미있었다.  


덧)  역시나 모리미 도미히코 교토답게 그의 작품에 곳곳에서 나온 지명이나 인물들(금요구락부의 주노인은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에 등장하는 이백 노인이 아닌가 싶다)도 등장한다. 이제는 그의 작품을 모리미 월드 혹은 모리미 교토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덧2) 유정천 가족은 모리미 도미히코가 구상한 동물이야기 3부작 중 1부라고 한다. 2, 3부가 남아있는 것, 아직까지 이 매력적인 세계관을 더 옅볼 수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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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이미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 발상에서 좋은 문장까지
이승우 지음 / 마음산책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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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작성을 이야기하는 무수한 작법서는 보통 두 가지 유형을 지니고 있다.
정확한 문법이나 스토리나 플롯 구성법, 표현 기법 등의 소설 '작법'에 있어서 기술적 부분을 중시하는 쪽과 소설가로서의 마음가짐, 즉 좋은 소설을 쓰는 소설가가 되려면 삶을 어떠한 태도와 방식으로 살아가야하는가 등의 '소설가'로서의 부분이 중시되는 쪽이다. 


 아무래도 소설 쓰는법을 가르쳐주는 작법서는 전자가 후자보다 많은 편일 일터인데 이 책은 이 분류법으로 따지자면 아무래도 전자보다 후자에 속한다. 본격적인 작법서적은 아니지만 기본적인 작법을 이야기함과 동시에 풀어내는 '소설가의 태도'에 대한 작가의 조언이 인상깊은 책이다. 책 내내 드러나는 자부심있는 소설가의 작가론이 나는 좋았다.  
   

 문장은 간결하고 담백하고 설명이 쉽고 흥미롭다 때로는 압축하여 한 문장으로 보여주는 각 장의 마지막 구절이 잠언처럼 읽힐 때도 있었다. 분량은 길지 않았지만 구성과 내용이 엄밀하여 입문서로서 풍요로운 책이다.
작법서로서도, 한 소설가의 작가론으로서도 의미깊었다.   
 

 많은 도움이 되었다. 아마 몇 번 더 읽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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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피크닉
온다 리쿠 지음, 권남희 옮김 / 북폴리오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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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짤막한 리뷰.

 

 청춘, 노스텔지어, 미스터리한 미녀 여학생 등등 온다리쿠가 즐겨 사용하는 소재들 중에서도 청춘이라는 소재를 매우 아름답게 그려내었다.
졸업을 앞둔 고3 학생들의 보행제라는 특수한 소재는 하룻밤, 보행로라는 시간적 공간적으로 제한적인 배경을 담고있는데 이것이 오히려 이 책의 주제를 부각시키는 장치다.

 해가 지고 밤이 되고 다시 새벽이 오고 시간이 지나고 보행제가 끝나가며 아직 청춘의 문턱에 선 인물들 서로 간의 이야기는 점차 고조되고 심화되며 결국 해소된다. 그리고 하룻밤 새에 그들의 청춘은 보행제라는 의식에 흠뻑 세례받고 성장한다.
 매혹적이다

아, 물씬 청춘인 소설에 가슴이 설레니 나는 아직도 청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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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실의 바다
온다 리쿠 지음, 권영주 옮김 / 북폴리오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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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다 리쿠의 단편선.
각각의 이야기들의 길이는 짧지만 온다 리쿠만의 오묘한 분위기는 여전하다
단편들과 함께 타 작품들의 번외나 스핀오프작들도 들어있다
고로 온다리쿠를 처음읽는 사람들보다는 매니아들에게 먹히는 책이라 생각한다.  

굳이 정리하자면 온다리쿠를 처음 읽는 자들에겐 리쿠 월드가 살짝 내미는 매혹적인 프롤로그,온다 리쿠 매니아들의 추가 참고서라고 할 수 있겠다. 초심자와 경험자 모두에게 의의가 있다.

개인적으로는 
역시 온다리쿠의 문체와 특유의 분위기에 매혹된 나로서는
10편의 단편들 중 그 풍미가 가장 진했던 '노스텔지어'가 제일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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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궤도 세트 - 전2권 신의 궤도
배명훈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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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실공히 한국 SF에서 빠뜨릴 수 없는 거성이 된 배명훈의 첫 장편

 배명훈은 내가 한국 SF계에서 제일 좋아하는 '현재진행형'의 작가이다. 새삼 이렇게 소개할 필요도 없이 나만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이 리뷰를 읽는 분들이면 다 알겠지만 그는 언제나처럼 기대를 부르는 작가이며 그런 마법을 지닌 작가의 첫 장편(게다가 리뷰마다 엄청난 호평일색이었기에)이기에 무척이나 고양된 채 독서를 시작했었다.  

 결과적으로는 뭐랄까, 아주 미묘하달까 축구로 예를 들자면 메시,에투,호나우지뉴,앙리 -판타스틱4-라는 세계최고의 라인을 갖췄지만 이름값만큼은 성공적이지 못했던 07/08 시즌의 FC바르셀로나 같다는 느낌이랄까. 그러니까 독서 전의 엄청난 기대에 부응을 못했었다는 것 뿐이지 안타까운 작품은 아니라는 소리이다. 'FC바르셀로나'는 축구 역사상 언제나 최고였던 몇 안되는 팀중 하나이지 않은가 단지 나 개인의 기대감에서 비롯된 문제다. 이쯤에서 중언부언은 자제하고 세부적인 스토리 언급을 지양하며 작품에 있어서의 호,불호를 말해보겠다. 

감상 - 배명훈, 창조자는 거대한 세계의 이야기를 세심하게 창조하었으니.

훌륭한 점이 무척 많다. 일단 우주 단위의 공간과 시간을 배경으로하는 거시적인 스토리의 전개는 무척 훌륭했다. 엄청나게 큰 스캐일을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이야기의 짜임새도 역시 좋았다. 타워는 가벼운 몸풀기 정도가 아니었나 싶을 정도로 이리도 유구한 스캐일을 아주 유연하게 주무른다는 생각이 들었으니말이다. 또한 이제는 배명훈 특유의 문체로 자리잡지 않았나 싶은 휘몰아쳐가는 사건 앞에서도 담담하게 서술하는 때론 건조하게 느껴지는 문체도 여전하다. 이 문체는 설정과 묘하게 어우러져 '배명훈 분위기를' 내고있다. 개인적으로 SF작가의 능력은 바로 능청스럽게 이야기하는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SF작가가 만든 새로운 세계 안에서 인물들은 새롭게 움직이고 새로운 사건이 일어나야한다. 배명훈은 아직까지 완전히 새로운 행동양식을 지닌 인물들이 활동하는 새로운 세계를 만든 적이 거의 없었는데 본작에서 그 능력을 증명한 것 같다.(타워의 배경은 새롭지만 인물들의 행동양식이 다르거나 한 건 아니었다) 자신이 만든 설정 안에서 쓸 수있는 재료들을 조리있게 사용하여 그 기반에서 새로운 무엇인가를 '자아내어' 그림을 완성해 낸게 너무 좋았다. 그 중에서도 제일 인상깊었던 것은 후기에서 '글을 쓰는 도중 어느 순간부터 자신의 글에 대해 자신감을 지니게 되었다는' 고백이다. 창조자로서의 자신감, 이 작가는 또 기대감을 주는구나, 진짜로 물건이다라고 느꼈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분명히 존재했다. (명심할 것은 개인적이다, 난 평론가도 아니고 문학이론에 대해 공부한 적도 없다 그냥 생각한대로 적는 것이다)

책을 덮고 즐기는 엔딩의 여운을 방해할 정도로 아쉬웠던 부분이 바로 분량의 문제다. 큰 스캐일에 걸맞게 신의 궤도는 많은 인물이 나와 스토리를 끌어간다. 그  큰 스케일 때문이겠지만 주인공 한 명에 의해 그 만을 중심으로 사건이 다 진행되지않고 여러 인물들의 행동들이 여러 물결이 되어 이야기를 보조하거나 끌고가며 소설을 진행시키고 있는데 여기서 아쉬움이 있는 것이다  

 볼륨이 더 컸더라면 캐릭터 묘사, 사건 묘사가 더 매끄럽게 즉 매력적으로 진행되지 않았을까라는 아쉬움이다. 조금 더 여유를 가지고 길게 써나갔더라면 주연급 캐릭터들 뿐만 아니라 조연 캐릭터들도 생명력을 얻고 스토리 진행에 맛을 더 했을 것이다. 배명훈도 그 '맛'을 노린듯 중간중간 조연 캐릭터를 주인공 행동, 사건진행의 발화에 이용하고 있지 않은가. 그리고 얼핏 개성을 가지고 있는 것 같긴한데 분량이 적으니 캐릭터들 만의 개성을 통해 생명력을 얻기도 전에 전형적인 조연으로 남았을 뿐이다. 간혹 너무 빠르거나 텅 비어있다고 느꼈던 사건 진행에 대한 면도 역시도 분량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여유가 있었다면 더욱 효과적인 서술이 되었을 것 같다 (엑스트라나 조연의 시각에서 사건이 일어난다든지.. 아 이런 건 순전히 내 취향일 뿐임이 확실하다)  

 이 것은 악평이 아니다, 충성심 있는 독자가 대작에 부리는 투정이라고 해야 옳다.  이 엄청난 설정과 뛰어난 스토리가 너무 아쉽기 때문이다. 확실히 여유롭게 4권 아니 3권 정도의 분량만 되었어도 '얼음과 불의 노래'나 '앤더시리즈'에 버금가는 클래식이 되었을 수도 있을거라고 생각한다.  

(덧, 그리고 이건 신의 궤도 뿐만의 문제가 아닌데 배명훈의 주인공은 항상 무언가를 공유하고 있는 것 같다. 의도했다면 모르겠다만 그게 아니라면 캐릭터 형성의 문제 그것도 아니라면 특유의 문체가 특정한 인물 내면을 형성시키는데 있어 문제를 만드는 것이라고 본다.)  

 하지만 역시 대단하다.  

 본작 신의 궤도는 배명훈의 성장과 발전을 나타내는 증거물이다. SF단편집이나 무크지에 하나씩 내던 단편들부터 시작해 그는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중편과 단편집까지 내기에 이르렀고 그러한 성장의 과정에서 그를 우리에게 각인시키고 그 만의 작풍을 확장해왔다. 이번 작품은 그가 써왔던 하나하나의 작품들이 단지 그의 커리어에 있어서 단순히 거쳐가는 것들이 아닌 하나 하나의 가치가 있다는 것을 보증하는 증거물이다. 그가 전작들을 변형시키고 조립하여 사용하고 그 것의 총합보다 더 큰 무엇을 완성시켰다는 점은 찬사가 나온다. 그는 준비하고 있엇던 것이다. 우리가 배명훈에게 계속 기대를 걸었던 것은 여태까지 단편과 중편에도 만족했었지만 그에게서 더 무엇이 더 나올 수 있을 것이다라는 느낌이 있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그것이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것이 본작 신의 궤도라고 본다. 확신한다 그는 더 나아갈 것이다.

결언 

 신의 궤도는, 이 거대하면서 세심한 이야기는 확실히 본격적으로 배명훈식 SF가 정립되기 시작하였다는 신호로 받아들이면 될 것이다. 우리는 이 첫번째 메인요리에 100% 만족하려고 노력할 필요는 없다. 그는 보다 더 멋진 요리들을 우리에게 선보일 것이기에. 우리는 잔뜩 기대한 후 즐기고 포만감과 함께 그를 찬양하고 다시금 기대하면 되는 것이다. 비로소 독자들을 항상 기대에 굶주리게 만드는 작가가 우리의 모국에서 나타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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