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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는 기분
박연준 지음 / 현암사 / 2021년 7월
평점 :
#산문
🪑슬픔이 굳어 의자가 되었다. 누가 앉을래?
"쓸 때 나는 나를 사용한다.
나를 사용해 다른 사람에게 간다."
'쓰는 기분' 을 나눠 갖고 싶어서 쓰기 시작한 책이다.
#박연준 의 #쓰는기분
✒ 무심코 서평의뢰를 승낙하다보니 읽을 책이 산더미. 시,소설,에세이,경제서,고전..얇은 책부터 벽돌책까지.
"그래 쉽게 가자."하며 시집 한 권을 집어 들었다.
분량은 100페이지가 안된다.
한 장,두 장..읽히지가 않는다. 외계어 같다.
참 불친절하다.
그때 알았더라면?
#시를읽는방법
✔ 시는 '소리 내어' 읽을 때 자기 모습을 보여준다. 시는 나혼자 방에서 입으로 읊을 때 얼굴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책 속의 시는 죽은 것이다. 책 속의 시는 잠자거나 죽은 척하는 말들이다.
이 방법대로 난 그 즉시 책 속의 시를 낭독해 보았다.
와..갑자기 뭔가 속에서 올라오면서 목소리가 떨렸다. 눈물이 뚝 떨어지는 걸 경험하며 웃음이 났다.
✔처음 읽는 시는 낯선 음악이라고 생각하자. 시의 언어는 소통의 언어가 아니다. 그러니 읽을 때 이해에 초점을 두지 말자.
나의 목소리로 시의 언어를 연주하는 것이다.
그래서 시는 한 줄이 전부인 것. 한 줄 한 줄이 작품 전체의 무게를 동시에 감당한다. 시는 한 줄에 모든 걸 걸고 그 다음 한 줄로 나아간다.
↪ 누군가 시인이 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게 뭐냐고 물으면 작가는 '좋은 눈'이라고 대답한다. 좋은 눈이란 무얼 알아보는 눈, 그 이상이어야 한다고.
그래서 예전엔 시 쓰기 전에 하나의 대상을 정해 오래 바라보는 훈련을 했다. 5분,10분,30분,한 시간을 정해놓고 견디며 하나의 대상/풍경을 본다.
↪ 시를 가르치는 사람은 습작생에게 '방법론'을 가르치기 어렵다. 예술에는 절대방법이 없기 때문에. 시의 온도에 대해 얘기해 준다. 너무 낮아, 너무 높아, 뜨거운데 아름답다...이런 얘기를 할 수 밖에 없다.
예전에 미대 입시를 준비할 때 미술학원 선생님은 내 그림을 보고 "이부분은 강하게" "이 부분은 약하게" "여기좀 죽여주고" "거긴 살려야지,좀더" 했던 기억이...🙂🙂
📝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연필 에 관한 이야기였다.
✅ 연필은 내 여섯 번째 손가락이다. 쥐고 있으면 손에 착 감기고, 내려놓을 땐
무리 없이 톡 떨어진다. 토끼의 간처럼 떼었다 붙였다 할 수 있는 '편리한 손가락'같다. (P.108)
✅ 잘 산 연필은 '몽당연필'이란 최후를 맞지만 이는 귀하고 드물다. 연필들은 중간에 자주 사라지고 다른이의 손으로 넘어가기도 한다. 나는 '몽당연필'을 두고 이렇게 쓰기도 했다.
"새끼손가락만큼 작아지기까지, 이 연필은 얼마나 많은 시간을 종이 위에서 걷고 달렸을까. 누군가의 손아귀에서 스케이트를 타듯 종이 위를 긁적이던 숱한 밤, 그리고 낮이 필요했으리라. 그 시간을 충분히 보낸 연필들만 '몽당'이라는 작위를 받을 수 있다. '몽당'이란 누군가의 품이 들고, 시간이 깃든 후에 붙여지는 말이다.' (P.111)
↪ '사진은 순간을 얼려낸다. 순간을 압인하는 방식은 시인들의 글쓰기방법과 닮았다.'
어쩜 나도 그래서 사진찍는 걸 좋아하는지도? 순간을 잡아두려고. 가둬두려고 말이다.
↪ #로맹가리 의 소설 #흰개 속의 한문장을 읽고 작가는 울었다.
그리고 덩달아 나도 울었다.
아름다운 문장들은 독자를 감동하게 만들지만 정확한 문장은 독자를 상처받게 만들고 그 상처는 살리는 상처이기에.
"책을 쓸 때는 이를테면 전쟁의 처참함을 고발하려는 게 아니라 그것을 떨어내려고 쓰는 것이다."
힘든 날이면 써왔던 나의 추잡스러운 일기들(결국 다음날 찢어버릴)이 결국 벗어나기 위함이었음을 깨달았기 때문에.
"변태 후 다른 페이지로 이동하는 일" (p.159)
✅ 시와 눈물
몸 속 액체들이 일제히 발꿈치를 드는 기분이 들어요. 무언가를 준비하려는 듯이, 껴안아 맞이하려는 듯이 제 속의 물기가 모두 일어서는 느낌! 그것은 창 밖에서 일어나는 일을 자세히 보려는 고양이의 몸짓과 닮았을지 모르겠네요. 여름 한낮 덩굴식물이 자라기 위해 제 존재를 밀고 일어서는 기운과 비슷할지도 모르죠. 한 사람에게 시가 온다는 건 몸 속 액체가 넘쳐날 것 같은 감각 속에서 소중한 걸 감지하고 받아내려는 일에 가깝지 않을까요? (P.197)
🌈 나에게 늘 어렵기만 했던 '시'라는 장르. 이 책을 읽고 뽀짝 다가갈수 있어서 좋았다.
@hyeonamsa
소중한#책선물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