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우리 영혼은
켄트 하루프 지음, 김재성 옮김 / 뮤진트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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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스와 애디는 한 마을에서 오랫동안 같이 산 이웃이면서 서로 배우자를 먼저 사별한 상태이다. 그런데 어느날 애디가 루이스를 찾아가 밤에 함께 잠을 자자고 제의를 하면서 이 소설은 시작된다.

애디가 루이스를 찾아가게 된 계기는 외로움 때문이다. 온 밤을 외로움에 시달리며 잠을 이루지 못하는 고통으로 인해 애디는 이웃의 눈치와 상관없이 용감하게 루이스에게 밤을 함께 보낼 것을 요청한다.

잔잔한 소설이다. 노년의, 아름다운 사랑. 어쩌면 나 또한 평생을 같이 살던 배우자를 사별한다면, 그래서 밤에 혼자 잠자야 한다면, 그렇다면 나 또한 애디처럼 외롭고, 긴 밤이 괴로울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그럼에도, 애디처럼 용감해질 것 같지는 않다. 그만큼 애디가 고통스럽다는 것이고, 그만큼 루이스가 믿을 만 하다는 것일테다.

늦은 사랑이지만, 그들은 편안하게 관계를 지속해나가고 평온해진다. 하지만 결국은 자식으로 인해 헤어지게 되었지만, 그래도 나는 이 소설을 통해 노년에도 삶은 이어진다는 것을 배운다.

정말 제목처럼, 잔잔하면서도 따뜻한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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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홀릭 2025-10-28 2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잔잔하니 좋았어요
넷플릭스 영화도 추천해요~

그레이스 2025-11-26 0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빠가 돌아가시고 불면증을 호소하던 엄마가 생각나네요.
 
히틀러의 음식을 먹는 여자들
로셀라 포스토리노 지음, 김지우 옮김 / 문예출판사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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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찮게도 '독일인의 전쟁'을 읽은 후에 이 '히틀러의 음식을 먹는 여자들'을 연이어 읽게 되었네요. 계획한 것은 아니었지만 서로 내용이 연결되어있어 이 소설을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이 소설의 작가 로셀라 포스토리노는 우연찮게 제2차세계대전 중 히틀러의 음식을 먹은, 즉 동양식으로 말하면 기미상궁 역할을 한 마고 뵐크의 폭로를 언론을 통해 접하게 됩니다. 마고 뵐크는 자신의 과거를 평생동안 비밀로 간직하다 96세에 언론에 폭로하지요.

히틀러는 전쟁 중 독살을 두려워하였고, 일단의 여인들에게 미리 음식을 먹도록 함으로서 독살을 방지합니다. 이때 이 여성들은 히틀러의 비밀벙커 근처에 거주하고 있는 건강한 순수 아리안족이어야 하지요(일단 순수한 아리안족이 과연 존재하는가는 논외로 합시다^^).

이 소설의 여주인공 로자는 결혼 1년만에 남편이 전쟁에 나가고, 베를린의 폭격에 어머니를 잃은 후, 남편의 고향에 몸을 위탁하려 갑니다. 그 고향이 바로 히틀러의 비밀벙커 근처이며, 그녀는 갑작스럽게 강제 동원되어 매일 히틀러의 식탁에 오를 음식을 먹습니다.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 하지만 궁핍한 전쟁 기간 동안 질 좋은 음식을 먹는, 그리고 두둑한 보수를 받는 일을요.

이렇게 소설은 로자가 히틀러의 기미상궁으로의 일상을 보내며 겪게되는 여러 사건들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사실 로자의 아버지는 사회주의자로 히틀러에 반감을 가졌고, 로자의 남편은 전쟁 중에 실종되었으며, 로자는 히틀러에게 반감을 가졌으면서도 그의 음식을 먹는 것을 '선택'합니다. 그야말로 모든 가치가 전복되고, 생존본능조차 망가진 시대를 살게 되지요.

'독일인의 전쟁'과 연결하여, 저는 제2차세계대전 중의 한 독일인의 심리를 작가가 너무나 잘 그려냈다고 생각합니다. 작가는 1978년에 출생한 이탈리아인임에도 전쟁 중의 암흑의 시대와 모순, 그럼에도 끝내 살아있는 인간 사이의 연대와 사랑을 너무나 잘 나타냅니다.

로셀라 포스토리노의 책은 아직 이 소설 한 권만 한국에 번역된 것 같습니다. 이 정도의 실력을 가진 작가의 글이라면 더 번역이 되었으면 하네요. 다른 소설들도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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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인의 전쟁 1939-1945 - 편지와 일기에 담긴 2차대전, 전쟁범죄와 폭격, 그리고 내면
니콜라스 스타가르트 지음, 김학이 옮김 / 교유서가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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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세계대전사를 보다보면 어떻게 한 나라의 국민들이 한 미치광이 살인자의 말에 환호하고 그에게 동참해 그 끔찍한 범죄들을 저지르게 되는지 의아하고 이해가 안될 때가 많았다. 역사에서야 사건들이 실제로 일어났으니 그들이 그런 범죄를 저질렀다고 알고는 있어도 도대체 어떤 심리가 그들을 그토록 비이성적으로 만들었는지 정말로 궁금했었다. 그리고 다행히 이 책이 나의 궁금증을 해소시켜주었다.

이 책 '독일인의 전쟁'은 전쟁 기간 동안 쓰여진 독일인들의 편지를 분석해 그들이 가졌던 생각과 심리를 이야기한다. 독일인들이 1차대전의 패전이 남긴 상흔으로 인해 히틀러의 선동에 넘어갈 수 밖에 없었던 사정이라던가 유대인들에 대한 강한 증오(이들은 유대인들의 절멸 또한 옹호했다), 그리고 어떻게 그들이 전쟁의 종말에 이르기까지 끝까지 싸우게 되었는가에 대한 심리의 분석이다.

나는 이 책이 지금 현재 우리가 반드시 읽어야하는 책이라 생각한다. 왜냐하면 독일인들은 결코 우리와 다른 존재가 아니며, 그러므로 그들이 특별히 악한 존재 또한 아니기 때문이다. 즉, 우리 또한 어느 순간에 이르면 독일인들과 똑같은 행동을 할 가능성이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2025년 현재, 팍스 아메리카나의 시대는 저물어가고 세계적으로 극우적 성향을 가진 정당들이 득세하고 있다. 풍요롭던 복지사회는 점차 국가부채의 무거움으로 변해가고, 생활이 어렵게 된 시민들은 이민자들을 향해 증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어쩌면 우리는 새로운 전쟁의 시대로 접얻들어가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기에 우리는 과거에서 배워야 한다. 우리가 또 다시 비극을 저지를 수는 않아야 하지 않겠는가?

나는 이 책에서 그러한 희망을 본다. 제2차세계대전 당시 바티칸은 히틀러를 옹호하고 그의 유대인 학살의 죄를 묻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교황 레오14세는 자신의 출신이 미국임에도 트럼프의 이민자 추방과 미국 우선주의 노선에 대해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카톨릭은 지난 과거에서 잘못을 참회하고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를 배운 것이다.

우리 또한 이 '독일인의 전쟁'을 통해서 독일인들이 왜 그러한 과오를 저지르게 되었는지를 반추하고, 아무리 힘든 삶에서라도 우리가 지켜야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그리고 어떠한 지도자를 우리가 선택해야 하는지 잊지 말아야 한다. 인간이 위대한 이유는 과거에서 배울 수 있는 존재라서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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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것들
앤드루 포터 지음, 민은영 옮김 / 문학동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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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드루 포터는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이라는 소설이 유명하다는데 아직 읽어보진 못했다. 다만 이 '사라진 것들'이라는 소설책이 먼저 나에게 왔다.

'사라진 것들'은 앤드루 포터의 단편소설집으로 주인공은 40대 백인 남성이 주를 이룬다.

40대는 2,30대의 젊음이 지나고 나름 가정을 이루고 아이들을 기르는, 즉 남성에게는 가장이 되는 시기이다. 저자는 이 시기에 주목해, 삶의 어느 시점에 잘못된 기차에 올라타 정신을 차려보니 젊을 때는 예상하지도 원하지도 심지어 알지도 못했던 곳에 와버렸다는 걸 깨닫는 위기의 남성을 그린다.

저자가 그리는 40대 남성들은 평범하게 사는 듯 싶지만, 그 안에는 미묘한 비틀림이 있다. 나는 아직 젊은 것 같은데 가장으로 주어진 의무가 있고, 어린 아이들을 키우는 아버지이지만 그 역할은 쉽지 않다.

살다보니 무언가 상실했고, 예전과는 달라진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 하지만 그럼에도 삶을 살아가며 새롭게 찾아오는 것들을 맞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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