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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틀러의 음식을 먹는 여자들
로셀라 포스토리노 지음, 김지우 옮김 / 문예출판사 / 2019년 12월
평점 :
우연찮게도 '독일인의 전쟁'을 읽은 후에 이 '히틀러의 음식을 먹는 여자들'을 연이어 읽게 되었네요. 계획한 것은 아니었지만 서로 내용이 연결되어있어 이 소설을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이 소설의 작가 로셀라 포스토리노는 우연찮게 제2차세계대전 중 히틀러의 음식을 먹은, 즉 동양식으로 말하면 기미상궁 역할을 한 마고 뵐크의 폭로를 언론을 통해 접하게 됩니다. 마고 뵐크는 자신의 과거를 평생동안 비밀로 간직하다 96세에 언론에 폭로하지요.
히틀러는 전쟁 중 독살을 두려워하였고, 일단의 여인들에게 미리 음식을 먹도록 함으로서 독살을 방지합니다. 이때 이 여성들은 히틀러의 비밀벙커 근처에 거주하고 있는 건강한 순수 아리안족이어야 하지요(일단 순수한 아리안족이 과연 존재하는가는 논외로 합시다^^).
이 소설의 여주인공 로자는 결혼 1년만에 남편이 전쟁에 나가고, 베를린의 폭격에 어머니를 잃은 후, 남편의 고향에 몸을 위탁하려 갑니다. 그 고향이 바로 히틀러의 비밀벙커 근처이며, 그녀는 갑작스럽게 강제 동원되어 매일 히틀러의 식탁에 오를 음식을 먹습니다.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 하지만 궁핍한 전쟁 기간 동안 질 좋은 음식을 먹는, 그리고 두둑한 보수를 받는 일을요.
이렇게 소설은 로자가 히틀러의 기미상궁으로의 일상을 보내며 겪게되는 여러 사건들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사실 로자의 아버지는 사회주의자로 히틀러에 반감을 가졌고, 로자의 남편은 전쟁 중에 실종되었으며, 로자는 히틀러에게 반감을 가졌으면서도 그의 음식을 먹는 것을 '선택'합니다. 그야말로 모든 가치가 전복되고, 생존본능조차 망가진 시대를 살게 되지요.
'독일인의 전쟁'과 연결하여, 저는 제2차세계대전 중의 한 독일인의 심리를 작가가 너무나 잘 그려냈다고 생각합니다. 작가는 1978년에 출생한 이탈리아인임에도 전쟁 중의 암흑의 시대와 모순, 그럼에도 끝내 살아있는 인간 사이의 연대와 사랑을 너무나 잘 나타냅니다.
로셀라 포스토리노의 책은 아직 이 소설 한 권만 한국에 번역된 것 같습니다. 이 정도의 실력을 가진 작가의 글이라면 더 번역이 되었으면 하네요. 다른 소설들도 궁금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