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 코르뷔지에는 현대 건축을 논함에 있어 절대 빼놓을 수 없는 건축가다. 그는 철골콘크리트 건물의 개념을 생각해냈고, 필로티 구조 또한 그가 제일 먼저 구상했다. 즉 그는 콘크리트의 물성을 확실히 이해하고 제대로 활용해낸 건축가이다.
파리에는 루이즈-카트린호가 센 강에 존재했는데, 그 배는 제1차세계대전 중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콘크리트 배가 폐선이 된 것을 르 코르뷔지에가 노숙자들의 숙소로 개조한 배이다.
콘크리트가 개발된 초기에 사람들은 콘크리트로 배를 만들었다. 의외로 콘크리트는 초기에 배의 재료로 쓰였는데, 그 배는 물 위에 뜰 수 있었고, 그 보급성과 대중성으로 활발히 제작되었다.
콘크리트는 19세기말에서야 건축자재로 쓰이기 시작했는데, 1906년 10월 20일에 특수 자재로 공식 인정되었다. 하지만 르 코르뷔지에가 고안한 철골콘크리트는 근대 도시의 풍경을 획기적으로 바꾸었다.
건축가로서 활발히 활동하던 그에게 어느 콘크리트 배의 개조에 대한 의뢰가 들어왔는데, 그 배는 원래' 리에주'라는 이름으로 제1차세계대전 당시 물류운송에 쓰였으나 종전 후 방치되었던 것을, 1929년 화가 겸 작가 마들렌 질하르트가 구입해, 그녀 사후 그 배를 물려받은 루이즈-카트린 브레슬로가 구세군에게 기증하여 노숙자 쉼터로 쓰고자 한 것이다.
그리하여 '리에주'는 르 코르뷔지에의 개조 후에 '루이즈-카트린'으로 명명되어 이후 60여년간 노숙자 쉼터로 쓰였다. 하지만 1995년에 또다시 그 쓰임을 잃게 된 것이다.
저자 미셸 캉탈-뒤파르는 도시공학자로 센 강에 방치되어 있던 '루이즈-카트린'호를 다시 되살리고자 했다. 그녀는 '루이즈-카트린'호가 가진 역사, 즉 건축학적으로 르 코르뷔지에의 손길이 닿은 것과 그 배가 구세군에서 노숙자 쉼터로 쓰이게 되는 연대의 과정을 되짚어봄으로서 도시가 가진 사람들의 삶과 건축, 그리고 그 역사 서린 한 유물을 도시와 어떻게 어울려 재생할 것인가를 여러 사람과 고민하며 새로운 도시 역사를 구축해나갔고, 이것을 이 책에 기록해놓았다.
인간과 역사와 건축.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심각하게 고민하고 계획하는 주제다. 우리나라도 난개발의 시대를 지나 품위있게 사는 삶을 추구하고 있고, 이 책은 그런 점에서 읽어볼 가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