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의 비밀 환상책방 4
조규미 지음, 김령언 그림 / 해와나무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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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점차 커지고 있는 시대입니다.

반려동물 예방접종, 반려동물 학교, 

반려동물 호텔, 반려동물 테마파크 등

사람을 대상으로 한 것 못지 않은

반려동물 시장과 서비스 또한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우리 아이들,

책에서도 개, 고양이 등

반려동물이 나오면

어느 책보다 마음을 열고

한번 더 책을 펼쳐보게 되죠?

왜냐하면 저희 아이가 그래서 이 책을 선택했거든요.^^



동물을 좋아하는 아이들이라면

이 책 표지!

한번쯤은 더 눈여겨 볼 것 같아요.

<9.0의 비밀>이란 책입니다.



제목에선 강아지의 느낌이 전혀 안 나지만

책 표지를 보면

이 책이 '강아지'에 대한 이야기겠구나

추측할 수 있어요.



그런데 자세히 보면요.

강아지 얼굴 중1/3정도가 로봇으로 나와있어요.

우리 그 옛날 터미네이터가 얼굴이 벗겨졌을 때 모양으로요.

섬뜩하지만,

한편으로 귀엽기도 한

작은 강아지는 어떤 사연이 있을지

궁금해집니다.



이 책은 어린이 SF 동화인데요.

위 그림에서 보이듯이 <미래 사회 엿보기>에선

이 동화에 등장하는 미래시대에

사용하는 물건들이 나와 있어요.




먼저, 책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이 책의 주인공인 찬이는 지각을 하기도 하지만,

제법 똘똘한 모범생으로 나와요.


하지만 박태희란 어린이에게 우수학생자리를 내어주고,

도리어 강아지 로봇 9.0과 함께 생활하며 관찰 일지를 작성하란

숙제를 받게 됩니다.



스마트 펫 9.0은

실제 강아지와 너무 비슷해서

구별이 힘든 애완동물 로봇이에요.

다만 실제 강아지와 달리

리모컨으로 컨트롤과 충전이 가능하죠.


찬이가 강아지 로봇 9.0을 받았는데,

조금 이상한 점을 발견하게 됩니다.

9.0은 두려워하면 오줌을 싸고,

찬이가 없는 동안 집을 엉망징창으로 만들어 놓아요.

그래서 찬이는 이름을 불량이라 지어요.

그런데 또 이상해요.

분명 로봇인데, 미끄러졌다고 피도 나요.

어떻게 그럴 수 있죠?



당시는 동물을 함부로 키울 수가 없다고 나와요.

혹시라도 이 강아지가???


이 시대엔

아무나 살아있는 동물을 키울 수가 없었어요.

'비밀사육자'란 사람들에게만

키울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죠.

음... 여기까지만 이야기 할께요.


불량이는 찬이와 어떤 날들을 보내게 될까요?

그리고 불량이는 왜 스마트펫답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는걸까요?


책을 통해 확인하세요^^






이 책에서 눈에 띄게 흥미를 끄는 것은

미래의 모습입니다.

특히 어린이들 시선으로 바라본 모습이다보니

아이들 스스로 자신의 학교생활과 쉽게 비교가 되겠더라고요.



등교는요.

일부 날엔 직접 가고,

나머지 날은 학교 의자에 앉아 등교접속을 합니다.

학교의자로 등교하면

홀로그램 교실에서 그룹 아이들과 공부하는 거예요.

선생님도 로봇입니다.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실상은 휴머노이드 로봇입니다.

0.1초 늦는 것도 용납하지 않고 벌점을 주죠.

(아! 이건 좀 싫네요. ㅎㅎㅎㅎ 인간이 아닌 로봇 선생님이라뇨!)



또한,

아빠와 엄마는 회사일로 바빠요.

찬이는 엄마와 손목 휴대장치로 메시지를 주고 받는데요.

360도 화상 통화가 가능해요.


"찬아, 별일 없지? 근데 집이 왜 그리 엉망이야?

또 도우미 로봇 충전하는 거 까먹은 거니?..."


언제나 엄마가 지켜보고 있다 버젼이네요.

엄마와 얼마든지 접속할 수 있다지만,

미래세계에서도 엄마아빠는 엄청 바쁘네요.^^;



저희 아이도 이 책을 재밌게 봤어요.

그림은 다소 적게 느껴지지만,

내용이 재밌어서인지

아이가 푹 빠져서 읽고 있더라고요.



생각지 못했던 미래 사회의 새로운 모습이라던지,

강아지의 사랑스러운 모습,

그리고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있는 찬이란 아이를 보며

책에 쉽게 몰입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아이는 별 5개 중 4.5개를 줬습니다.

0.5개는 왜 빠졌냐고 물으니까

주인공이 너무 못 생겼데요.ㅎㅎㅎ




"어떻게 하면 비밀 사육자가 될 수 있죠?"

...

"그건 간단한 문제가 아니란다.

까다로운 조건들이 많거든.

 비밀 사육자로 살아가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야."

...

"비밀 사육자가 된다는 것은 하나의 생명을 책임지는 일이야.

어려움을 이겨 낼 각오가 있어야 한단다.

어린 네가 혼자 힘으로 강아지를 키운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야."

p.133



"야아! 네 건 정말 진짜 같구나.

요즘은 뭐가 진짜고 뭐가 가짜인지 구분이 안 가는 세상이야.

우리 경찰에도 로봇견이 있는데 성능이 좋아.

물론 그건 로봇처럼 생겼지.

근데 이건 정말...."

p.138



불량이의 따뜻한 체온과 심장의 두근거림을 느끼며

찬이는 편안함을 느껴요.

사람은 상대의 따스한 체온을 전달받을 때,

정서적으로 안정되는구나! 생각하게 된 장면이었어요.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시대에

쉽게 키울 결심을 하고,

쉽게 책임을 버리는 무책임한 행동을 생각해볼 수 있었어요.

아마 그러니

미래 세계에선 '비밀사육자를 따로 뒀는지도 모르겠어요.



진짜와 가짜를 구분할 수 없을만큼

기술은 발전했지만,

여전히 사람은

살아있는 생물과의 교감을 통해

애정과 안정감을 느껴요.

그건 정말이지 부인할 수 없는 것 같아요.


색다르고 놀라운 미래세계를

책을 통해 경험함과 동시에

우리가 현실에서도 느끼는 따뜻한 마음까지

공감할 수 있는 책이예요.


그리고 생명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 또한

돌아볼 수 있는 책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이들의 책을 구해다 주는 엄마의 입장으로

SF 동화는 처음 봤는데요.

해와 나무 출판사에서

아래와 같이 다양한 장르의 동화가 있네요.

한번 둘러보시고 읽어보심 좋을 것 같아요.^^



이상

책 <9.0의 비밀>의 리뷰였습니다.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동화

#9.0의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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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인간 고철 1 - 변신 테스트
이야 지음 / oldstairs(올드스테어즈)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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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보고 아이가 선택한 책!

이번 책은 <고양이 인간 고철1. 변신테스트>입니다.


아무래도 남자아이다 보니

주인공이 남자아이일 게 예상이 되었는지,

단박에 이 책을 고르더라고요.


제목에서 예상하셨겠지만,

이 책은 고양이 인간이 되는 고철이란 어린이의 이야기입니다.



책이야기 간단히!

고철이란 이 잘 생긴 친구가 주인공인데요.

초반부터 준혁이란 친구의 괴롭힘을 받아오는 아이로

묘사되고 있습니다.

저희 첫째 아이와 나이도 비슷하고,

순둥이같은 저희 첫째랑 비슷한 것 같아서

짠했는데요.


어 그런데?

준혁이에게서 억울함을 느끼며

울분에 찬 고철!

그의 심장이 갑자기 벌렁댑니다.

철이가 몸을 일으키자마자

준혁이가 바닥으로 나동그라져요.

그리고 점점 철이의 몸이 달라집니다!

고양이로 변하면서

준혁이 일당을 혼내주죠.

그런데 꿈이었어요!^^


하지만 준혁 일당과 별개로

고철은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가게 됩니다.

그 와중에 마지막 인사를 하자는

준혁이 일당들...

꿈이 아닌 현실에서

고철은 정말로 고양이로 변하게 됩니다.


재빠르게 도망가고,

그 일당들을 따돌리게 되죠.

이렇게 고양이로도 살아보고,

전학을 간 고철이로도 살아보고

철이의 삶은 사람과 고양이로

왔다갔다 합니다.


내가 누구인지에 따라 세상이 달라져요!

고양이로 변하고

고양이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세상,

다시 인간으로 돌아온 철이가 보는 세상,

세상에 대한 시야와 관점이

각기 다른데요.


우리가 어느 상황에 있을 때,

우리와 상대를 바라보는 눈이

달라지는 걸 알 수 있어요.


이렇게 달라진 시각을 책으로 읽다보면

각기 다른 입장에서 볼 수 있어요.

이 책을 통해

간접적으로 인물이 처한 경험을 해보게 되죠.


고철이 고양이를 볼 때,

고철이 엄마를 볼 때,

고양이의 모습으로 엄마를 볼 때,

등등 말이죠.


나라면 이때 어떻게 행동할까?

내게 가볍고 빠른 다리가 4개가 생긴다면?

상상해볼 수도 있겠죠?


고철이 전학을 가고,

고철이 아닌 고양이의 모습으로

엄마를 만나며 집에 들어가보려고 하고,

새로운 친구들과도 만나게 됩니다.


이야기의 전개는 생각보다 빠르게 되요.

읽고 있는 첫 페이지에서

금세 끝에 왔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 거예요.



저희 아이는요!

저희 아이도

처음엔 그림이 별로 없다고 하면서

책을 들었는데요.

순간 몰입해서 단숨에 읽어버리더라고요.

자기는 고철이란 주인공과 '윤장우'란 친구가

굉장히 인상적이었다고 해요.


그리고 자신이 고철처럼 고양이로 변한다면,

고양이의 모습으로

엄마한테서 소세지를 받아먹어보고 싶데요.

반에서 대장인 장우의 피구공을

고철이 받아내는 장면도 기억에 남는댔어요.

(무슨 이야긴진 직접 확인해주십쇼!!^^)


진지하기보단

정말 신나고 재미있게 책을 읽어버린 듯 했어요.^^



대략적인 인물들은

이렇게 그림과 표로 나오니

인물 파악이 빠르고 쉬울 것 같아요.


우리가 여태껏 알던 히어로물이

생각나는 책이에요.

나약했던 주인공이

자신에게 숨겨진 새로운 능력을 발견한다?


그런데,

고양이라고 하니

천하무적 히어로까지는

아닌 것도 같고,

고양이의 능력이 어디까지 발휘되는지도

궁금해지는 책입니다.

앞으로 고양이 인간 고철의 능력은

어디까지일까요?

그리고 어떤 다양한 모습이 숨겨져있을까요?

기대됩니다.


아! 솔직히 저랑 저희 아이는요.

이야기가 너무 빨리 끝나서 아쉬웠어요.

다음 책이 빨리 나왔으면 좋겠네요!!



이상

<고양이 인간 고철 1.변신테스트> 리뷰였습니다!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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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인간 고철 1 - 변신 테스트
이야 지음 / oldstairs(올드스테어즈)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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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단숨에 읽어버렸네요.^^ 앞으로의 이야기가 더 기대되는 책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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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소감 - 다정이 남긴 작고 소중한 감정들
김혼비 지음 / 안온북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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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대출기 앞에 섰다.

책 대출기란, 커피 자동판매기처럼 내가 원하는 책의 '선택버튼'을 누르면 바로 즉석에서 책을 내어주는 신개념 대출서비스 기기다. 다른 사람들이 대출해 간 책을 제외하고는 기계에서 보유 중인 책이라면 24시간 언제든 책을 빌릴 수 있다. 한참을 서성이다. 이 책을 골랐다. 저자 이름 하나보고!


<아무튼 술>과 <전국축제자랑>. <요즘 사는 맛1>까지 읽은 사람들은 안다. 각 주제를 기가 막힌 찰떡 비유에, 특유의 창의+ 유머러스함으로 글 읽을 맛 나게 해주는 작가님이다. 워낙 많이들 좋아하는 작가님이다보니 여러 사람의 손타기와 유행을 지나 이제서야 이 책이 내 손에 들어왔다.

다정소감이란 책 제목이 낯설었다. 다정함도 아니고, 다정에 소감이 있을 수 있나? 뭔가 뜻은 있겠지만 어색하고 낯설게 다가오는 이 단어에 역시 묘한 게 작가님과 닮았다 생각했다. 읽다보니 당연히 이해가는 (작가님 작품의) 신조어(?)였다.


그러니까, 인생에서 벌어지는 온갖 일 중 내 마음을 가장 강력하게 붙드는 건 결국 다정한 패턴, 다정이 나를 구원하는 이야기였던 것이다. 글을 쓰려고만 하면 앞 다투어 튀어나오는 바람에 몇 개만 골라내야 할 정도로. 글을 쓸 때는 뻔하다면 뻔한 패턴에 어김없이 강타당하는 나의 확고한 일관성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기도 했지만, 어제는 노트에 모인 쓰지 않은 이야기들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는데 어쩐지 뭉클했다. 당연하다고 여겼던 일상이 결코 당연하지 않았던 것처럼, 뻔하다면 뻔한 패턴의 이 이야기들은 결코 뻔하지 않았다. 하나하나 저마다의 방식으로 고유했다. 뻔한 다정이란 없었다. ... 내 안에 새겨진 다정들이 내가 나를 사랑하는 것을 쉽게 포기하지 않게 붙들어주었기 때문이다. 똑같은 패턴을 반복해서 얻게 되는 건 근육만이 아니었다. 다정한 패턴은 마음의 악력도 만든다. 그래서 책 제목을 '다정소감'이라고 붙여봤다. p.220


역시나 그의 비유는 내 손이 무릎을 치게 했고, 입으로는 키득키득 웃게 했으며, 세심함으로 두루 여기저기를 뚫는 문장에 쾌감을 느끼게 했다. 미괄식의 사람에게 두괄식을 만들어 줄 수 있는 '김솔통'이라니! 처음부터 아주 기가막힌다. 본명인가, 가명인가? 정도로 여긴 김솔통이... 김솔을 받쳐주는 통이라니 참! 거기서 글의 방향을 잡는 작가님도 참 재밌다.


여기서부터 시작해서 저자 자신의 주관을 뚜렷이 나타내는 글들은 인상적이었다. 박물관에 간 중년의 여성들의 여행을 변호하는 글에서, 조상 혐오에서 제사지내는 이들을 향한 통쾌한 디스, 맞춤법, 옛 친구의 이야기까지... 약자(모든 약자에 내가 동의할 순 없지만 어쨋든)에 대해 배려할 줄 알고, 얼굴이 화끈거릴 수 있는 일에도 글로 피하지 않고, 돌이킬 줄 아는 글에서 작가에게 있는 진솔함이 느껴졌다.


이젠 더이상 내게 집주인이란 타인은 없지만, 강한 자를 대비해서 나도 이참에 축구를 배워야 하나 싶기도 하고, 왠지 철봉에 매달려 20개씩 3세트 윗몸일으키기를 하는 언니들한테 나도 조언을 좀 받고 싶어졌다. 여초직장에서 첫 비행에 지각한 내 앞에 '황금가면(김동률 음악)'(지극히 김동률님을 좋아하는 리뷰어의 사적인 생각)처럼 내게 나타나준 친구들을 보며 작가님 참 인생 잘 사셨네! 싶기도 했다. <제철음식 챙겨먹기> 글은 이전 작품에서 읽은 적이 있는 것 같다. 아마도 <요즘 사는 맛1>이 아닐까?

조상혐오를 멈춰달라는 글에서는 왜 저런 생각을 못했었던가 작가의 글에 깔깔거리며 시원하게 웃었다.


정말이지 조상들에게 너무 무례한 것 같다. 자기들은 스스로를 상식적이고 이해심 있는 인간형으로 상정하면서, 애먼 조상들은 자손의 피곤한 일상이나 사정 따위 헤아릴 줄 모르고 그저 밥만 찾고 인사받기만 바라는 소시오패스로 만들어버리니 말이다. 어떤 삶을 살아오고 어떤 인품을 지녔는지와 상관없이 죽어서 조상이 되는 순간 애정 결핍에, 밥 집착증에, 속 좁고 개념 없는 악귀나 괴력난신 취급을 받아야 한다니. 이거 어디 억울하고 무서워서 마음 편히 죽을 수 나 있겠나. 내가 조상이라면 밥을 못 얻어먹는 것보다, 그깟 밥 안 차려준다고 후손의 삶을 망가뜨리고 저주를 내릴 평균 이하 인격체로 취급당하는 것이 더 화가 나 제사상을 엎어버리고 싶을 것 같은데 말이다. p.85


미니멀리스트의 시련에서 존경스러워지려는 찰나, 캐리어 회사에서 캐리어를 옛날 것과 새 것 두 개나 받게 된 '금도끼 은도끼' 상황에선 웃음이 대 폭발했다. 한편으로 추억이 담긴 걸 버리지 못하는 남편과 사용 zero인 건 버리자는 나 사이에 있었던 갈등이 떠올랐다. 그때 좀 내가 양보할 걸 강행했던 게 미안해지기도 하고 말이다.


하지만 거대한 농담이 하나 더 기다리고 있을 줄은 몰랐지. 다음 날, "본사에 신혼여행의 추억이 깃든 소중한 물건이라 새것 대신 망가진 걸 그냥 받겠다는 고객님의 뜻을 전했더니 모두 크게 감동하셔서 정책상 사실 안 되지만 고객님의 물품과 함께 새 상품도 보내드리기로 결정하였습니다"라고 메시지가 온 것이다. 뭐라고? 그래서 지금 대형 사이즈 캐리어 두 개가 함께 올 거라고? 맙소사. 그 회사는 뭐 산신령이야? 지금 이거 금도끼 은도끼야? T는 정말 감사하다며 담당자에게 신경 써서 고른 기프티콘을 선물로 보내고 있었고, 저렇게 한쪽에서는 따뜻하고 아름다운 휴먼 드라마가 펼쳐지고 있는데, 낭만도 피도 눈물도 없지만 캐리어는 두 개나 갖게 된 미니멀리스트는 이걸 좋아해야 하는 건지 말아야 하는 건지 애매한 기분에 휩싸인 채로 머리를 싸맸다. 이게 뭐야! p.162


무심코 지나갈 사람의 생각을 글로 훑어버리는 놀라운 세심함과 남다른 시선으로 웃음 대 폭발하게 하는 김혼비 작가만의 글을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놀랄 정도로 털털한 B급 유머가 살아숨쉬는 글이 좋아서 이번에도 이책을 골랐는데, 역시나 잘 읽었다. 그리고 인간에 대한, 약자에 대한 여러 진지한 그의 생각까지 고이 담아진 글이 기억에 남는다.

현재 코로나 앓이로 정신이 몽롱한 상태여서 여기까지만,,, (뭔가 내용이 이상하더라도 용서해주세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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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곡 2023-06-19 07: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고생하십니다 무사히 회복 잘 하시길요!!!

렛잇고 2023-06-19 09:11   좋아요 1 | URL
서곡님~~ 이렇게 댓글 주신 마음써주심감사드립니다!!^^ 오늘 덥다는 게 시원한 하루 보내셔요!!
 
깨끗하고 밝은 곳 쏜살 문고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김욱동 옮김 / 민음사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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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고전은 어떤 책을 읽을까? 고민하다 '얇고 재미진 것을 주로 읽으라'는 주변 지인분의 조언을 완전히 받아들이기로 했어요. 그래서 바로 이 책! 얇고 작은 책을 골랐죠. 헤밍웨이하면 '하드보일드'하고 건조한 문체가 떠올라 선뜻 들 수 있는 책은 아니예요. 하지만 언제부터 '고전'에서 가독성을 기대했나... 싶죠.ㅎㅎㅎ 어느 정도는 포기(?)하고, 조금 더 곱씹어 읽기로 한 책으로 간주하며 읽어보았습니다. 그나마 이 책은 굉장히 얇으니까요.^^


수록 작품은 다음처럼 5편의 단편입니다.

- 깨끗하고 밝은 곳

- 살인자들

- 병사의 집

- 킬리만자로의 눈

- 프랜시스 매코어의 짧지만 행복한 생애

하나하나 제가 어떻게 읽었는지 이야기 해 볼게요.


<깨끗하고 밝은 곳>

... 물론 불빛도 중요하지만 꺠끗하고 아늑해야 해. ... 도대체 그가 두려워하는 게 무엇일까? 그것은 두려움도 공포도 아니야. 그것은 그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허무라는 거지. 그것은 모두 허무였고, 인간도 한낱 허무에 지나지 않거든. 모든 것이 오직 허무뿐, 필요한 것은 밝은 불빛과 어떤 종류의 깨끗함과 질서야. 허무 속에 살면서 전혀 그것을 알아채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는 그것을 잘 알고 있지. ... p.15


"불빛도 꽤 밝고 기분도 좋긴 한데 스탠드를 제대로 닦지 않았군." 웨이터가 말했다. p.16


마감시간까지 브랜디를 마시며 앉아있는 노인을 바라보며 젊은 웨이터와 나이든 웨이터는 대화를 나눕니다. 젊은 웨이터는 마감시간이 임박함에도 바의 종업원을 배려하지 않는 노인에게 싫은 내색을 하죠. 한편 나이든 웨이터는 노인의 심정을 이해해요. 그 나이엔 모든 것이 허무할 뿐이라고요. 단지 그(노인)에게 밝을 뿐 아니라 깨끗하기도 한 곳이 필요할 거라고요. 나이든 웨이터도 자신의 바를 정리하고, 다른 바에 들어가 젊은 바텐더의 술을 받아 마십니다. 그리고 자신이 술을 마시는 그 바는 밝지만 깨끗하지 않다고 읊조리죠.


나이든 이와 젊은 이는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참 다른 것 같습니다. 젊은 사람들은 아직은 누려보지 않은 많은 것들을 기대하고, 나이든 사람들은 대체로 누릴 건 누려봤기 때문에 모든 것에 흥미를 잃게 마련이니까요. 어느 면에서 '깨끗하고 밝은 곳'이 필요한 것인지는 구체적으로는 모르겠어요. 하지만 젋은이와 나이든 이의 관점의 차이는 지금이나 그때나 뚜렷하게 보였어요.


무엇보다 헤밍웨이는 부자들을 자신의 소설 속 인물로 많이 배정해두었어요. 굳이 '부자'라고 그 사람들을 알려 주죠. 아무리 부유하다 해도 나이가 들면 '죽음' 앞에 자신에게 남은 건 나약하고 허망함 뿐인 걸 보여주는 것도 같아요.


<살인자들>

식당에서 일하는 이들은 남자 둘을 손님으로 맞이합니다. 이 두 남자, 종업원 닉에게 시덥지 않은 요구들을 하죠. 급기야 주방장까지 부릅니다. 그리고 둘은 묶고, 한 명에겐 손님을 받지 말라고 지시해요. 자신들은 올래 안드레슨을 죽이러 왔다면서요. 결국 안드레슨은 식당에 오지 않았어요. 종업원들은 안드레슨의 집에 가서 그에게 그가 죽을 위기에 처했다고 알리기로 합니다.


전 여기서 궁금했어요. 물론 이 일.. 안드레슨에게 알릴 수 있죠! 하지만, 어쩌면 죽음의 위협을 감수하며 안드레슨에게 알리러 가는 거잖아요. 그 두 남자가 다음 날도 들이닥치거나 주변에서 맴돌다가 안드레슨의 집에 가는 종업원을 발견하면 어떻게 해요? 안드레슨이 어떤 사람인지, 그리고 이 종업원들에게는 어떤 사람이길래, 이 종업원들이 이런 일까지 감수하는 걸까? 궁금했어요. 안드레슨을 향한 주변의 평은 이렇습니다. '참 좋은 분', '참 점잖은 분', '권투 선수' 등이요.


그렇게 닉이 뛰어가서 안드레슨에게 알리지만, 안드레슨의 반응이 더 기가막힙니다. 놀라기는 커녕 심드렁해요. 도망다니기도 귀찮대요. 오히려 주변인들이 앞으로 벌어질 상황이 뻔해보여서 안쓰러워합니다. 그리고 종업원 닉은 이 지역을 떠나기로 하죠. 그의 죽음을 볼 수 없다고요.


이 책의 끝이 제겐 허탈했긴 해요. 그래도 이 짧은 소설이 뭐라고. 안드레슨은 과연 식당 문을 열고 들어올까 긴장감이 감돌더라고요. 식당의 종업원들은 어떻게 되는 걸까? 궁금하고요. 헤밍웨이가 안드레슨 집의 여인을 집주인으로 안 하고 굳이 집을 돌봐주는 벨부인으로 바꿔치기(?) 한건 왜일까 질문도 들고요. 상황을 상상하고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측해보는 것도 재밌었어요.



<병사의 집>

1917에서 1919년까지 참전한 한 대학생 크레브스의 이야기입니다. 참전하고 귀환했지만, 다른 병사들보다 늦게 돌아와서 아무도 자신을 환영해주지도, 파티를 열어주지도 않아요. 자신의 모든 시작인 고향에서 그런 상황을 맞딱드린 크레브스는 고향에서의 모든 것에 무기력한 반응을 보입니다. 반면 자신에겐 아직 전쟁의 잔재가 머리 속에 남아있는데, 고향에서의 주변 사람들 모두는 그가 일상으로 복귀할 것을 재촉합니다.


대학생이면 엄청 어리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그 나이에 뭣도 모르고 참전 용사로 전쟁에 나갔어요. 지금 상황에서는 상상도 못 할 일이네요. 어쨋든, 살아서 돌아왔지만, 아무도 그의 수고와 고생을 인정해주지 않죠. 그의 심경을 깊히 헤아릴 순 없지만, 허탈하고 의욕없는 삶이 이해가 되기도 해요. 한편, 제가 아들 엄마인지라 크레브스 엄마의 입장에서도 잠깐 볼 수 있었는데, 그 입장에선 살짝 속이 터지기도 하고요. ^^;


자신과 결혼하고 싶다고 할 정도로 크레브스를 자랑스럽게 여기는 여동생, 그리고 아들의 모습에 안타까워하며 응원해도 아들이 다시 일어나 주길 바라는 엄마... 혹시 참전한 경험이 있던 헤밍웨이가 겪은 상황은 아니었을까요? 아버지와의 대화는 쏙 빠져있습니다. 그건 또 왜 그럴까요? 참전 병사의 입장에서의 이야기는 좀처럼 보지 못한 이야기라 새로웠던 단편이었습니다.



<킬리만자로의 눈>

헤밍웨이는 많은 작품에서 '죽음'과 '허무'를 많이 본 작가 같아요. 그 사이엔 (위에서도 이야기 했듯이) '부자'가 꼭 등장합니다. 여기서도 등장해요. 바로 주인공 '해리'의 아내죠.


해리는 작가입니다. 여러 여자들을 만나고, 작품으로도 유명해진 작가로 보여요. 한때 깊이 사랑하던 여자도 있었지만, 이젠 한 여자에게 정착했어요. 그건 그녀가 '부자'이기 때문이에요. 그런데다 중년 여성치고 아름다고 매력적인 여성입니다. 그런 그 여자와 함께 아프리카에 갔어요. 거기서 다리를 다치고, 제대로 처치하지 못한 모양에요. 결국 (파상풍인지 몰라도) 죽음에 달합니다.


해리는 자신이 쓰고 싶은 게 많은 작가였습니다. 이제 안정적인 삶에서 자기가 원하고 꿈꾸던 작품을 쓰는가 했는데, 이렇게 허탈하게 죽음이 코앞으로 다가와 있어요. 죽음 앞에 그의 본능은 폭발합니다. (말이지만) 거칠고 폭력적입니다. 삶을 놓치고 싶지 않고, 죽음을 인정할 수 없는 태도답죠. 여자는 내일이면 비행기가 올 거라고 위로하지만, 결국 해리는 죽고말아요. 그가 말한 죽음처럼 그는 옛 친구의 모습을 가진 죽음을 맞이합니다. 그런 면에서 아랫 문장이 읽는 제게도 소름돋았어요. 마치 죽음을 본 적 있는 사람처럼 헤밍웨이는 작품에서 '죽음'을 표현했죠? 그(작품속 주인공 해리)의 작품 속에 나온 킬리만자로 눈처럼 그는 그것을 보며 죽게 됩니다. 그(해리)의 작품들은 죽음을 암시하는 것처럼 보여요.


"사신이 큰 낫과 해골바가지를 갖고 있다고 믿지 말아요. 자전거를 타고 오는 순경 두 사람이 될 수도 있고, 새가 될 수도 있어요. 아니면 하이에나처럼 큼직한 주둥이가 있는 놈일 수도 있죠." 그가 그녀에게 말했다.

바야흐로 죽음이 그에게로 다가오고 있었지만 이제 더 이상은 아무런 형체도 없었다. 다만 공간을 차지하고 있을 뿐이었다. p.83


어느 작품에서도 볼 수 없었던 아프리카에서 사냥의 모습, 그리고 한 공간에서 야생동물과의 어우러진 삶이 색다르게 다가왔어요. 미국적인 작가에게서 '아프리카'의 모습이라? 모험에 강했던 '헤밍웨이'니까 가능했겠다 싶은 요소에요.



<프랜시스 매코머의 짧지만 행복한 생애>

이 작품 또한 아프리카에서의 사냥이 나옵니다. 위의 소설보다 조금더 생생하게 사냥의 모습을 보여주죠. 어느 동물보다도 무섭기로 알려진 '사자'가 이 작품에서 큰 공포를 자아내죠.

이 작품에서는 매코머가 부자입니다. 아내 마거릿은 아름다고 매력적인 외모를 가진 여인으로, 매코머가 부자이기 때문에 부부생활을 유지하고 있어요. 사냥을 하는데 조력자인 윌슨은 이 부부 사이에서 긴장감을 갖게하는 인물입니다.


앞으로도 평생 부자일 것으로 예상되는 매코머이지만, 사자 앞에서 줄행랑을 치며 나약한 모습을 보입니다. 윌슨도 아내도 그 앞에서는 추켜세우지만 실은 우습게 여기죠. 사지가 바들바들 떨리는 사자 사냥이었지만 간신히 마치게 되요. 다음 날엔 물소를 잡는데 성공을 하며 자신감을 찾는 매코머입니다. 가장 큰 물소 한 마리를 추격하면서 이젠 사냥에 강렬한 의지를 보이는데요. 겁쟁이었던 그가 이젠 달라진 걸까? 싶은데, 정말로 어이없게 그가 죽고 말아요. 왜 일까요?^^


세번째로 이야기하지만, 헤밍웨이의 이 단편들에선 유독 부자들이 많이 보여요. 그들의 모습은 부유한 만큼 인격과 행실이 뒷받침 되고 높은 자존감을 가진 인물이기보단, 나약하고 의존적인 모습들이 자주 보여요. 술에 의존하고, 남자에 의존하고, 어떤 성취에 의존하죠. 헤밍웨이가 어느 정도는 의도적으로 그런 부자의 모습을 내비쳤다고 생각해요. 어떤 의미에서 그랬는지는 잘 모르지만요.


제게 헤밍웨이는 <노인과 바다> 책 이후 이 책으로 두번째 만났다고 볼 수 있어요. 하드보일드한 문체가 사실 거친데다, 아주 재밌다고 느껴지진 않긴 한데요. 사실적인 측면에서 긴장감이 들고, 그런 면에서 객관적으로 작품을 받아들여 독자 주관으로 작품을 해석하게 될테니 그런 방식으로 이해하는 재미가 나름 있긴 해요. 그의 삶을 이해하고 본다면 흥미롭게 볼 내용이 풍성하기도 할테고요. 그런 의미로 이 책은 잘 읽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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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곡 2023-06-12 10: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꼼꼼하고 자세한 리뷰 잘 읽었습니다 ㅎ 한 주 잘 시작하시길요!

렛잇고 2023-06-12 14:46   좋아요 1 | URL
서곡님 귀한 시간 제 리뷰 읽는데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서곡님도 행복한 한 주 보내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