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알래스카 샌더스 사건 1~2 - 전2권
조엘 디케르 지음, 임미경 옮김 / 밝은세상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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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가에서 떠돌고 있는

책을 추천하는 글을 봤다.


이 책은

책 표지 색이 강렬해 눈에 띄었다.

그리고!

저자 이름을 보자마자

6년 전에 서평단에서 읽었던

<볼티모어의 서>란 책이

떠올랐다.

(지금 이 책에서도 <볼티모어의 서>가 등장한다!!)


이 책은 읽어봐야겠다!


1권당 500여 페이지가 좀 못 되는

두꺼운 분량의 책이었다.

즉, 2권이고

1000페이지가 좀 못 된다.

<볼티모어의 서>에서 그랬지만,

작가 조엘 디케르는

세심하고 쉽게 책을 써서인지

분량이 꽤 많다.


하지만 그의 책은

가독성 하나는 보장이 되니까

(고작 2권 읽었지만,

여기서 그의 글쓰기 스타일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 같다)

무작정 달려들어도

걱정 없을 것이다.




이 책의 배경은

뉴햄프셔 주의 자연의 아름다움 매력적인 소도시,

마운트 플레전트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으로

시작한다.

조깅을 하던 한 여성(로렌 도노반)은

그레이 비치 근처 모래밭에서

살해된 알래스카 샌더스란 여성의 몸에

곰이 주둥이를 박고 있는 모습을 발견한다.

곧바로 근처 주유소에 도움을 요청해

경찰이 출동하며

1999년 4월에 그렇게 수사가 시작된다.

1999년의 그 살인사건은

이 책의 1인칭 저자

마커스 골드먼의 현재와

오가며

전개된다.


마커스는 <해리 쿼버트 사건의 진실>로

베스트셀러 작가로

명성을 날리고 있고,

이미 그의 작품은 드라마화될 예정이다.

해리는 그동안 잘 지내왔던

형사 페리 게할로우드와 연락을 이어가던 중에

자신의 연애에 문제가 있고,

페리 또한 그의 삶에 문제가 생겼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1999년 이미 종결된 <알래스카 샌더스> 사건의

재수사에 페리와 함께 하게 된다.

모든 범죄에서

증거와 증인이 있으면,

사건은 쉽게 해결될 수 있지 않을까

막연히 생각했다.


지금은 과학수사에

CCTV 도 곳곳에 있으니까!

하지만 우리 주변에도

여러 미제의 사건들이 있듯이

아직은 범인을 찾지 못한,

혹은 범인이 발각되지 않았을 수도 있는 사건들이

있는 것이다.

지금처럼 과학수사가

익숙하지 않은 과거의 경우 더 그럴 것이다.

또한 이 책 속의 에릭 도노반처럼

무고한 시민이 10년 넘게

억울하게 감옥에 갇혀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재수사를 통해

1999년에는

숨겨져 있었던 이야기,

두려워서 절대 발설하지 않고 싶었던 이야기,

그때는 보이지 않았지만

지금은 보이는 이야기들이

10년이 지난 2010년에는

드러난다.


범인일 줄 알았는데,

여전히 확실히 풀리지 않는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유명한 배우 혹은 모델이 되고 싶었던

그녀들,

지금의 배우자에게 버려질까

사람들에게 손가락질 받을까 봐

두려워 숨겨온 이야기,

잠깐의 불장난이 짜릿했지만

후회스러워 무마하려 했던 이야기

여기엔 스포 같아서

말할 수 없는 별의별 이야기들이

이 책에 담겨있다.


까도 까도 충격이고 충격인

이 스릴러 책이

일상의 삶을 사는 이들에겐

색다른 재미와 짜릿함을 줄 수 있겠다.


이야기의 흐름이 빠르고

계속되는 충격적인 전개 때문에

인물 한 명 한 명의 아픔이

상당히 큰데도

세세하게 짚고 머무르기엔

무리가 있다.

그래도 어김없이

자식을 잃은 아픔과

억울하고 애통한 심정까지

범죄 사건에 가담하거나

연루된다면

삶이 어느 정도까지

나락으로 떨어질지

그 고통을 감당하며

어찌 살 수 있을까

여러 생각이 든다.


'인간은 결국

나 자신만을 위해

삶을 영위해 나간다'란

거부할 수 없는 진리(?)가

크게 와닿기도 한다.


독자들을 함정에 빠뜨리려면

어쩔 수 없었겠고

많은 사건을 대하는 경찰분들이라면

정말 저렇게 할 수도 있겠다는 걸

이해는 한다만,

형사 페리를 비롯해

경찰들은 왜 그리 사건에 대해

빠르게 단정 짓는지,

자신의 해결되지 않은 상처와 협박으로

왜 그리도

성급히 결론을 내리려 하는지

사건을 대하는 면면들이는

읽으면서 씁쓸했다.


한편으론

이렇게 끔찍한 사건들을 접하고

경찰분들에게

트라우마 같은 것도 무시 못 하겠다?

웬만한 담력으로

경찰일 할 수가 없겠다 싶기도 하고 말이다.


가독성,

빠른 전개로 흡인력

세세한 증거와 증인들의 심리

모든 것들 담아내느라

많은 분량이 쓰였다.


이와 더불어 조금 생뚱맞을 수 있지만,

마커스 골드먼의 해리 쿼버트까지 등장하여

마커스의 글쓰기에 채찍질을 가하며

멘토의 역할을 멈추지 않음으로

1000페이지는 좀 못되지만

굉장한 분량에 보탬이 됐다.


"내가 자네 대신 대답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내 생각은 말해도 될 것 같아. 자네가 글을 쓰는 이유는 치유하기 위해서가 아닐까? 자네는 <해리 쿼버트 사건의 진실>을 써서 나를 치유해주었지. 나는 그 책을 통해 나 자신을 회복할 수 있었어. 자네가 쓰기 시작했다고 말한 <알래스카 샌더슨 사건>은 페리 게할로우드를 치유하는 글이 될 거야. 자네가 세상 모두를 치유하고 싶다고 덤벼든다면 고마운 일이지만 지금은 자네 자신을 생각할 때야. 물론 자네는 문학의 방랑자가 되어 미국 전역을 누비고 다니며 여러 지역에서 일어난 각종 살인사건을 해결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그런다고 자네 자신이 치유되지는 않아. 자네의 볼티모어 가족에게 일어난 일도 치유되지 않을 거야. 그런 방식으로는 자네의 알렉산드라도, 사촌 형제들도 찾을 수 없어. 이제 자네 자신을 용서해야 할 때가 되었지. 오로지 글쓰기만이 자네가 자신을 용서할 수 있도록 해줄 거야." p.402



많은 이들이 저마다

다른 상처와 아픔을

가지고 살아간다.


삶이란

단순하지 않고,

모든 것이 완전히 해결될 수 없으며,

온전하지 않은 인간들이

온전한 삶을 만들기 위해

애쓸 뿐이니까?


그럼에도

우리가

삶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치유가 필요하다.

누군가에게는

글쓰기가

그를 용서하며

치유해 줄 수 있을 것이고,

누군가는

문제를 끝까지 붙들고

포기하지 않는 결국에

치유에 다다를 수 있을 것이다.


많은 것들을 헤아려야 하기에

분량은 충분한 것도 같지만,

여러 가지를 담아내기엔

분량이 부족해 보이기도 한 책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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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트라이더 세계 대모험 2 : 영국 카트라이더 세계 대모험 2
박시연 외 지음, 최우빈 그림, 전국지리교사모임 기획 / 주니어김영사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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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게임 카트라이더를 기억하시나요?

유아초등학생 아이를 둔 부모님이시라면,

아마도 귀여운 헬맷 모양 캐릭터들이 펼치는

카트 경주 게임을 잘 알고 계실텐데요.

(아마도 지금도 하시는 부모님이 계실지도^^

아이들과 함께요.)


카트라이더 게임도

최근에 19주년을 맞이하였다던데요.

오랫동안 사랑받는 게임이자

캐릭터인 것 같습니다.

바로 그 게임캐릭터들이

이 책에서는

영국에서 대모험을 펼치게 되는데요!

어떤 내용일까 한번 보실까요?




이렇게 벽걸이로 붙일 수 있는

영국 지도가 부록으로 딸려오는데요.

저는 기존에 아이들 방 벽에

세계지도를 붙여놔서

영국 지도 또한 그 옆에 같이 붙여놨어요.

아이들에게 세계지도 속 영국과

이 지도의 영국을 보여줬어요

아이들이 새롭게 보이는지

놀라더라고요.


책 안에도

아래와 같이 영국지도가 있으니

아이들이 책을 읽으면서

수시로 영국 지도와 유명한 지명을

 찾아볼 수 있을 거예요.



그만큼 이 책의 경우,

다른 세계사 만화에 비해

지리적인 지식에 비중이 있는 편입니다.

이 책의 기획과 제작에

많은 지리교사 선생님들께서

함께 해주셨거든요.


영국 널리 알려진 도시를

지도와 함께 상세하게

다루고 있다는 점이

이 책이 다른 세계사 만화와는

차별적인 부분입니다.

(얼마나 상세한지는

길까지 자세하게 그려진

책 내용 이미지를 참고해주세요)



등장인물에 대한 소개고요.


이 이야기는

미국에서 모든 포털을 해제한 다오 일행은

미국 문힐 시티에서

블랙 커퍼니의 악당 투탑과 랍토르 R을

마주하는데서 시작합니다.

투탑과 랍토르R은

아크메돈 외계인을 도와

지구를 정복하는 게 목표죠.

이들은 영국에도 새로운 포털을 설치했어요.

지구를 정복하려는 악당들의 계획을

무산시키고자

영국에 있는 포털을 해제하기 위해

카트라이더 일행은 소형워치로 열린 포털을

따라 영국으로 갑니다.



카트라이더들은 포털을 해제하기 위해

영국의 각 유명지를 차례차례 살펴 보게 되는데요.


지도와 함께 대표 관광지들이

하나하나 소개가 됩니다.

영국을 소개하는 면만 봐도

아이들에게 지리적 지식을 주기 위한

선생님들의 참여가 돋보이죠.


시차에 대한 설명까지 있으니

우리나라보다 9시간정도가 빠르다는 점까지

알 수 있습니다.

또한, 영국이란 나라가

우리나라나 다른 많은 일반 국가들처럼

단 하나의 나라가 아니라

여러 왕국이 연합되어

지금의 영국이 되었다는 점을 알 수 있어요.


영국 국기 '유니언 잭'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으니

이것도 함께 읽어볼만 합니다.



제가 사진엔 안 넣었지만,

'다오의 탐험일지'에 추가로

영국이 어떤 나라인지

역사와 문화에 대한

간략한 설명도 덧붙여 있는데요.

영국 지도와 함께

한번 더 나와

역사와 문화적으로 유명한 내용이

그림만으로 한눈에 알아볼 수 있어요.


카트라이더 일행이

포털을 해제하는 내용 후에는

아래와 같이

'다오의 탐험일지'로 각 도시에 대해

지도와 함께 살펴볼 수 있습니다.

지도까지 나오니 여행을 하는 듯

한곳 한곳 둘러보는 것 같아요.



틈틈히 나오는 영국 곳곳을 배경으로 한 사진과 설명,

박물관 구조까지 자세히 나온 걸 보고 감탄했어요.

제가 오히려 재밌게 읽어봤어요.^^




영국은

비록 EU(유럽연합)에서 탈퇴했지만,

종교적으로 문화적으로, 역사적으로도

세계에 여러 방면으로

영향을 끼친 나라입니다.


청교도 혁명,

산업혁명,

셰익스피어,

비틀즈까지...

우리에게 익숙한 많은 인물과 사건들이

영국이란 나라에서 비롯되었다는 걸

알 수 있어요.

세계 공용어인 '영어'조차

영국부터 모국어잖아요.


그런 영국이란 나라의 매력을

이 책 <카트라이더 세계 대모험>으로

아이들에게 소개해 주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카트라이더 세계 대모험은

아직가지는 1권 미국편에 이어

이번 책 2권 영국까지 있고요.

앞으로도 계속 출간될 예정이라고 하니

많이 기대가 됩니다!

#어린이만화 #카트라이더세계대모험2영국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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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트라이더 세계 대모험 2 : 영국 카트라이더 세계 대모험 2
박시연 외 지음, 최우빈 그림, 전국지리교사모임 기획 / 주니어김영사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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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재밌게 읽었어요. 귀여운 만화에 영국에 대한내용까지 알차게 담겨있어서 저도 읽으면서 새롭게 알게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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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 구경하는 사회 - 우리는 왜 불행과 재난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가
김인정 지음 / 웨일북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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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무심코 보고 지나치던 일들을 섬세하고 고민가득한 시선으로 볼 수 있었습니다. 고통에 무뎌진 우리를 돌아보거 그 고통을 보고 나야가야 할바를 고민하게 하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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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 구경하는 사회 - 우리는 왜 불행과 재난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가
김인정 지음 / 웨일북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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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문화 #고통구경하는사회





'함께 추모합니다.'

이 글을 쓰는 오늘, 10월 29일 포털사이트 N의 첫 화면에 뚜렷하게 적혀있는 문장이다. 작년 10월 29일엔 코로나 시기를 지나 모처럼 할로윈 데이를 즐기려고 이태원으로 나온 이들 중 159명이 압사사고로 사망하는 일이 있었다. 오늘은 이들에게 벌어난 일들을 기억하고 추모하려는 행진과 대회 또한 있었다.

이 책은 정확히 그 사건을 추모하는 듯, 비슷한 시기에 출간되어 작년의 그 사건을 시작을 열었다. '고통'이란 현장과 참사 속에서 우리의 모습은 너무나도 다양했다. SNS와 유튜브 등 빠르게 업로드되고 공유되는 매체가 익숙해지면서 '고통'을 대하는 우리의 모습은, 특히 이 이태원 참사를 대하는 태도는 노골적으로 드러났다. 누군가는 핸드폰 카메라를 꺼내 들이댔고, 다른 누군가는 누워있는 이들을 함께 살리려 구조대 사이에 끼어들었다. 또 누군가는 새로운 뉴스를 기다리며 사망자 수에 안타까워했고, 어디선가의 누군가는 희생자들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영상을 전달했으며, 누군가는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영상보다 더 깊숙한 고통을 살피려 했다. 좁은 골목길이라는 환경과 신고에 대처하지 못했다는 공기관에 대한 비난은 잠시 접어두고, 사고로 인한 고통을 내가 실제로 대했더라면 난 어떻게 했을까, 그곳에 있었더라면 나는 다른 사람과는 어떻게 달랐을까를 생각해본다.

저자는 그 사건을 예시로 각자의 위치에서 참사 장면을 바라보는 우리의 다각도적인 면모를, 다양하게 고통을 구경하는 이들의 모습으로 이야기한다. 그리고 SNS와 유튜브로 무분별하게 공유된 영상으로 구경당하게 된 피해자들의 입장에서 어디까지 촬영이 되어야 하는지 등의 윤리적인 잣대를 고민해본다. 언론인들도 이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런데다 우리가 그런 고통에 (영상을 보며) 더 많이 노출됨으로 무력함으로 죄책감 또한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구경으로 시작했던 어쨋든간에 그 시선을 멈추지 말라고 한다. 타인의 고통에 다가가는 길이 열릴 것이라는 희망을 그는 이야기했다.


그러므로 구경으로 시작됐다고 하더라도 그 시선을 멈추지 말기를. 여력이 된다면 포기하지 말고 움직이기를. 행동이 절대선은 아니라는 것을 잊지 않기를. 시급한 진단의 효용과 오용을 잊지 않은 채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사유하기를. 때로 대중이 활용하는 기술은 부당할 정도로 쉽게 공격받는다. 인터넷에서 간단히 볼 수 있는 큰 단위의 숫자만드로 무언가를 주체적으로 경험하고 행동했다는 효능감을 느끼는 것은 경계해야 하지만, '좋아요'와 '리트윗'같은 대중화된 기술의 효과를 괄시하거나 폄하할 필요 역시 없다. p.36


 이 책을 읽으면서 사회적인 이슈에 얼마나 무심한 부류의 사람인지 알 수 있었다. 사실 뉴스에 나오는 사고는 중요했지만, 내게 급하고 당장 처리해야 할 일이 아니었다. 엄마로서 당장 오늘 챙겨야 할 내 아이의 스케줄, 아이의 먹을 거리, 요즘 아이에게 보이는 문제 등이 내게는 어느 것보다 중대한 문제였다. 그래서 이 책에서 읽은 사건들은 생소하거나 겉핥기로 지나간 뉴스들이 참 많았다. 날씨는 그저 그때그때 방어하고 대처해야 하는 문제였지만, 방글라데시란 나라에서는 겨우 입에 풀칠하며 삶과 환경을 연명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나는 몰랐다. 사실 기후가 전 세계적인 위기임에도 실질적인 위기에 닥치지 않았다는 거리감에 잘 와닿지 않았다. 최근 기사로 많이 등장하는 산업재해들을 여러 기사들을 접했지만, 달리 뭔가 할 수 없다는 무력감에 안타까움을 표하는 게 전부였었다. 자신들이 위험에 방치되어 있어도 그저 자신의 노력으로만 감수하고, 실제로 산업재해로 목숨을 잃기까지 했지만, 회사를 상대로한 그들의 목소리는 계란으로 바위치기일 뿐이었다. 실제적으로 책에 나온 사례들을 읽고 나니 충격적이었다. 5.18 사건도 내게는 태어나기도 전 일이니 쉽게 와닿지 않는 사건이었다. 하지만, 어이없고 억울하게 자식을 잃은 지 오래였어도, 마른 눈물을 매년 끌어 올려야 겨우 고통을 인정받기에 고통을 되새김질하는 부모의 행동을 읽었다.같은 부모의 입장에서 자식을 떠나보낸 아픔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더이상 사과할 사람은 없는데 그들은 어디가서 사과를 받아야 하는지, 그리고 그들의 애끓는 부르짖음의 끝은 사과가 아닌 혐오라는 어이없는 사회 반응에 참담함을 느꼈다. 아파트 청소 노동자들의 쉼터이야기 또한 충격적이었다. 내가 사는 아파트의 수고하시는 분들의 노고를 떠올리게 되었고, 갑의 비난을 피해 이도 저도 할 수 없는 노동자분들의 노동환경에 대해 처음으로 생각해보았다. 누군가의 선행을 볼 때, 선행 자체보다 이분법적으로 선행한 자들의 상황에 먼저 주목하는 관성적인 우리의 시선도 돌아볼 수 있었다.




어떤 사건을 대하면서 내가 무심히 갖고 있던 무관심함, 그리고 회피의 시선을 제대로 직시하게 해 준 책이었다. 하지만, 몇 가지 저자의 문장엔 동의하긴 어려웠다.(꼬투리를 잡으려고 한 건 절대 아니다.ㅠㅠ 납득하지 못하거나 불편했던 것을 솔직히 말하고자 한다.) 가령 지역에서 사건 사고가 많이 일어나는 이유로 인식하기 쉽다고 주장하는데, 지역 뉴스로 사회적인 문제들이 많이 다뤄서라고 했다. 기사들이 선별되고 편집되는 과정이 중앙집권적인데 편중되어있다는 것을 KBS, MBC뉴스의 기존 기사의 주제로 저자가 분석한 것은 납득할 만한 것이긴 했다. 그렇지만, (저자의 말대로 서울사람은 모르는 지방사람들만 알 수 있는 것인지 몰라도) 지방에서 유독 사건사고가 많다는 것은 동의하기 힘들었다. 어쨌든 나는 내 기준에서 보건데 뉴스란 것이 대체로 부정적인 내용이 많을 뿐더러 지방에서만 사건사고가 많다는 느낌은 전혀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나는 P지역에선 대기업 회사 산업 인프라가 구축되면서 출산율이 늘었다는 기사를 보았던 걸 기억한다. 또, 최근의 사건들(신림동 칼부림 사건, 분당 흉기난동 사건, 신림동 성폭행사건)을 보면 거의다 서울 및 수도권에서 일어난 일이 아닌가? 한편, 저자가 말한대로 국민의 반이 서울 수도권에 밀집되어 있으니 뉴스 또한 자연스럽게 그 지역 중심으로 기사가 많을 수 밖에 없다는 건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는 흐름이 아닐까 생각했다.

젠더 갈등을 다룬 내용을 보면서 어떤 기사가 어떤 댓글을 인용하여 마치 그 집단을 대표하는 듯 표현하는 것은 나도 위험하다는 데 같은 생각이다. '맥락을 제거한 채 화해를 강요하는 일이 아니라, 지워진 맥락을 복구하는 작업이 필요하며, 무엇을 고민해야 하는지 정확하게 묻고 대화가 이루어질 수 있는 공론장을 만들어내는 일(사실 쉽지 않긴 하겠다만,,,)'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한국 페미니즘이 과연 '변질'되지 않았는지에 대한 한 문장에서 살짝 불편함을 느꼈다. 내가 페미니즘을 혐오하는 사람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극단적인 페미니스트들을 보면 '변질'이라는 단어가 절로 생각나기 때문이다.

이후 '기레기'에 대한 단어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싶다.(p.218) 사실 이 책을 통해서 이 책의 저자인 김인정 기자님의 저널리즘에 대한 깊은 고민과 성찰을 보며 기자님들에게서 '희망'을 발견한 게 사실이다. 그러나 '혐오표현인 '기레기'라는 멸칭은 상황을 나아지게 할 수 없다는 낙인이며, 저널리즘의 실패 사례를 개선하는 데 도움을 주지 못한다.(p.218)' 문장을 보면서, 그런 단어가 어떻게 나오게 되었는지에 대한 반추는 없이 그 단어에 대해 '멸칭'이라고만 칭하며 거론한 것은 (내가 별 거 아닌 것에 너무 예민한 지 몰라도) 단어에 대해 불편함을 보인 것처럼 내겐 보였다. 저자분은 기레기라할만큼 그들 부류의 행동은 하지 않았더라도, '기레기'라 불릴만한 행동을 한 다른 이들의 행위를 덮어준 것처럼 여겨져서 거슬렸다면, 내가 너무 민감하게 반응한 걸까?

아무튼 그렇다하더라도 이 책을 보면서 남의 고통에 무작정 취재만을 위해 달려드는 게 아니라 한 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자문하고, 고민하는 기자님의 모습을 보며 깊은 인상을 받았다. 깊고도 심오한 고민에, 위험과 고통의 자리에 에 기꺼이 나아가길 서슴치 않는 용기가 담긴 이 르포집 한 권으로 나는 다른 이들의 고통에 그저 시선만 주는 데서 멈추지 말고 의식적으로 조금더 나아갈 수 있는 동력을 받았다. 행동으로 나아가기까지 포기하게 되더라도 고민하기를 그치지 말 것을 말이다. 개인을 넘어서 공동체로 전진해야 한다는 방향을 기억하며 고민하고 또 작은 것이라도 행하는 데까지 나아가보기로 했다. 그게 우리가 고통을 봐도 되는 이유다. 우리는 연대된 이들로 연결되어 있으며, 공동체 안에 함께 하는 이들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고통을 보는 이유는 다른 이의 아픔에 공감하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연대를 통해 느슨한 공동체를 일시적으로나마 가동하여 비슷한 아픔을 막아내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이 일이 왜 일어났는지 살펴보고, 누가 잘못을 저지른 것인지 알아내고, 구조적인 문제점을 파헤쳐 참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감시하는 게 동료 시민의 역할이다. 우리의 시선이 어디에, 얼마나 어느 정도의 섬세함으로 머물러야 하는지, 어느 방향으로 옮아가야 하는지까지가 이야기되어야 한다. 기자의, 미디어의, 카메라의 윤리가 결정되는 것도 이러한 지점에서다. p.34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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