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 하 열린책들 세계문학 150
마거릿 미첼 지음, 안정효 옮김 / 열린책들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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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영화가 아니라 책으로 봐야 돼!"

새침하게 말하는 폼에 나는 옆집 언니가 내 앞에서 좀 더 아는 척을 하고 싶어 하는 것 같아 그땐 거슬렸다. 초등학생에서 중학생으로 넘어가는 시기쯤이었던 것 같다. 옆집 언니네 집, 따뜻한 온돌방 이불 속에 다리를 넣고 앉아 나무 통에 들어있는 TV에서 나오는 비디오 영화로 이 작품을 접했다. 그때 봤던 영화는 사진같이 한 장 한 장으로 장면만 기억날 뿐이다. 책에서는 모든 대사를 영화에서 나왔던 인물들이 읽어주는 듯 읽혔다.


짧은 시간이 담아내는 영화에 비해 책은 더욱 길고, 깊게, 자세하게 이야기를 내놓았다. 당시의 상황은 어떠했으며, 짧은 시간이 설명할 수 없는 복잡다단한 상황이 내재되어 있었으며, 인물의 심경에는 얼마나 여러 가지의 감정과 상황이 개입되고 뒤섞여 행동과 말을 자아내던지. 옆집 언니가 했던 저 한마디가 읽는 내내 내 머릿속에서 튀어나왔다. "이건 영화가 아니라 책으로 봐야 돼!"



(하)권의 줄거리

아버지 제럴드의 장례를 치르고 난 후, 스칼렛은 자신의 또 하나의 목적을 향해 애슐리에게 제안했다. 애틀랜타에서 자신의 제재소를 맡아달라고 말이다. 윌과 스칼렛의 여동생이 결혼한 만큼 더 이상 타라에 남을 이유가 없어진 애슐리는 북부로 떠나 스칼렛과의 관계를 끊으려고 했지만, 스칼렛은 임신을 했다는 것을 핑계로 애슐리를 더 가까이 자신에게 두려고 애틀랜타로 오게끔 한다. 멜라니는 자신의 고향인 애틀랜타로 돌아와 비록 작은 집이지만, 자부심을 갖고 꾸미며 다른 이들을 초대하고 여러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다. 스칼렛은 프랭크의 딸을 낳고, 다시 제재소로 복귀하고자 한다. 프랭크는 출산 후에도 양키와 흑인과의 대립관계 중에도 외출을 감행하는 스칼렛이 양키와 흑인에게 위협을 당하고 오자 클랜이란 이름으로 양키들을 제지하다가 결국 죽음을 맞이한다. 프랭크와 함께한 애슐리 및 남부인들에게 위기가 될 수 있었던 상황을 레트가 정리해 준다. 레트는 더 이상 스칼렛을 놓칠 수 없어 프랭크의 장례가 끝난지 얼마 안 된 스칼렛에게 청혼을 하고 스칼렛과 결혼한다. 레트와 스칼렛은 티격태격했지만, 그들만의 티키타카였고 딸 보니까지 낳아서 그들의 결혼생활은 잘 유지되는 듯했다. 그런데, 애슐리의 생일날, 스칼렛과 애슐리가 어쩌다 했던 포옹이 주변인들에게 발각되고, 스칼렛의 임신이 유산이 되면서 레트와 스칼렛은 조금씩 사이가 벌어진다. 딸 보니로 이어졌던 그들의 관계였지만, 보니가 승마에서 장애물을 넘다가 목 부상으로 죽으며 스칼렛과 레트에겐 크나큰 실연과 아픔이 된다. 이어 멜라니가 연약한 몸으로 임신을 해서 죽는데, 여기서 스칼렛은 레트와 서로 사랑하는 마음임을 확인했지만, 레트의 마음은 이미 떠난 상태. 그렇게 그 둘은 헤어지게 된다.



전쟁의 두려움 그 이후


남북전쟁으로 남부인들은 북부인들에게 패배했다.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남부인들은 전쟁 이전을 그리워하며 이 상황을 어떻게 극복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그 와중에 전쟁에서 가족을 잃고, 집을 잃었으며, 배고픔과 가족을 떠맡은 책임감으로 생존이 절실했던 스칼렛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결혼을 선택했고, 그렇게 증오하던 양키인들과도 손을 잡았다. 스칼렛이 분명 표독스럽고 이기적이며 물불 안 가리는 상식을 벗어난 행동을 하는 인물임에는 틀림없다. '생존'이란 단어 앞에서는 과격하면서도 극단적인 그녀의 행동들이 조금은 이해가 되기도 한다. 어쩌면 모두가 살기 위해, 모두가 그녀만을 바라보는 상황에서 스칼렛은 '생존'을 위한 최선의 행동을 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 상황이 되어보지 않은 상황에서 스칼렛을 마냥 비난할 수 있을까? 스칼렛이 자신의 엄마 엘런에게서 배워왔던 가치와 현실에서 갈등하고 고민했듯, 엄마 엘런의 조언과 충고(여자는 조신해야 한다. 박애 정신 등등)는 과연 전쟁이 끝나 살아내야 했던 이들에도 적절한 것이었을까?


소설의 주제는 생존이다. 재난을 만나도 쉽게 지나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능력 있고 강하고 용감한데도 굴복하고 마는 사람이 있다. 모든 격변에서 그렇다. 살아남거나 그렇지 못하거나, 의기양양하게 살아남은 사람들에게는 있고 그렇지 못한 사람에게는 없는 특징이란 무얼까? 나는 살아남은 사람들이 말하는 <불굴의 정신>이 무엇인지 알뿐이다. 그래서 불굴의 정신을 지닌 사람들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썼다. -마거릿 미첼-

<책 뒤표지 중>


애슐리한테 왜!!! 납득이 안 가네?


그 와중에 스칼렛은 이 책의 상중하의 대부분에서 오직 '애슐리'만 바라본다. 영화에선 몰랐는데, 애슐리란 인물 이렇게 무기력하고 비현실적인 인물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매력없는 인물이다. 하지만 주인공이 좋다니 어쩌겠나? 사랑이 그렇다는데 어쩌겠나? 독자의 입장에선 절대로 납득할 수 없는 사랑이다.

애슐리가 영원한 사랑? 불멸의 사랑?

여기서 그눔의 '사랑'이란 걸 발로 뻥 차 버려서 지구 밖으로 보내버리고 싶게 어이없는 단어다.

문제는 스칼렛이 자신의 인생에서 중요했던 그 두 남자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었다는 거다.

깨달음도, 사랑도 뒤늦게 찾아왔으니 어찌하겠는가? 그저 인간의 어리석음과 욕망을 한탄할 뿐이다.


그녀를 사랑했던 두 남자를 전혀 이해하지 못했고, 그랬기 때문에 그들을 잃었다. 이제 그녀는 만일 조금이라도 애슐리를 이해했더라면 절대로 그를 사랑하지 않았겠으며, 레트를 조금이라도 이해했더라면 그를 절대로 잃지 않았으리라고 어렴풋이 깨달았다. 그녀는 세상의 어느 누구라도 자기가 정말로 이해한 적이 있었을까 막연히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p.1835



엇갈린 사랑은 붙잡을 수 있을까?


뒤늦게야 깨달은 사랑... 정말 내가 다 울고 싶었다.


"남자로서는 한 여자를 그보다 더 사랑하기가 불가능할 정도로 내가 당신을 사랑했다는 생각을 당신은 단 한순간이라도 해봤어? 마침내 당신을 얻게 될 때까지 오랫동안 내가 당신을 사랑했었다는 걸 아느냐고? 전쟁 동안 난 멀리 떠나서 당신을 잊어보려 했지만, 뜻대로 되지를 않아서 항상 돌아올 수밖에 없었어. 전쟁이 끝난 다음에 난 체포되리라는 위험을 무릅쓰고 당신을 찾으려고 돌아왔어. 어찌나 당신을 사랑했는지 난 그때 프랭크 케네디가 죽지 않았더라면 내 손으로라도 죽여 없애고 싶은 심정이었지. 난 당신을 사랑했지만, 그런 마음을 당신이 깨닫게 하기가 힘들었어. 당신은 당신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정말로 무자비해, 스칼렛. 당신은 그들의 사랑을 볼모로 잡아서 채찍처럼 휘두르니까. p.1822


"나는 내가 아는 온갖 방법을 다 시도했지만, 하나도 성공을 거두지 못했어. 난 당신을 정말로 사랑했어, 스칼렛. 만일 당신이 나한테 용납만 해주었다면, 난 한 여자를 사랑한 어떤 남자보다도 훨씬 부드럽고 다정하게 당신을 사랑했겠지. 난 당신이 내 진심을 알게 하고 싶지가 않았어. 그리고 언제나 - 언제나 애슐리가 문제였어. 그게 날 미치게 했지. 내가 아니라 내 자리에 애슐리가 앉았기를 당신이 상상하는 줄 알면서 저녁마다 식탁을 가운데 놓고 당신과 마주 앉으면 난 견디기가 힘들었어. ..." p.1825


그눔의 애슐리! 그눔의 애슐리!! 걔가 너한테 뭘 해 줬다고!!

예쁘고 사랑스러운 그녀의 이마 X를 한대 치고 싶을 만큼 깨닫지 못하는 스칼렛,

'여기선 그런 조롱과 비웃음 조금만 거둬줘!'라고 내가 앞을 막아 부르짖고 싶었던 레트의 행동과 한마디들....

남들은 다 아는데, 자신들은 서로 사랑하는 줄 모르는 그들의 엇갈린 사랑이 너무도 안쓰러웠다.

스칼렛은 아플 때 '레트'의 이름을 불렀고, 그와의 하룻밤에 새 신부처럼 설렜으며, 그가 자신의 방에 들어오지 않나 기다렸다. 레트는 스칼렛의 모든 행동과 말을 뚫어지게 응시했다. 그녀의 진심은 언젠간 자신에게 올 거라고 마음속으로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그리고 그 사랑을 온전히 딸 보니에게 바쳤다. 완벽한 딸바보 아빠였다.

뒤늦게 진실을 고백하는 레트의 말에 가슴이 녹아버리는 줄 알았다. 뒤늦게 스칼렛이 레트와의 사랑을 착착 정리하는 걸 읽으며, '어서 가서 말해!! 당장 레트에게 너의 마음을 이야기하라고!!' 나는 스칼렛을 닦달하는 마음을 담아 눈을 부라리며 거칠게 책장을 넘겼다. '제발! 영화의 마무리가 내가 읽는 책에서는 바뀌어 있어라!' 빌면서....



모두가 속편을 이런 마음으로 기다렸겠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속편이 영화로 나오고, 캐스팅에 난리가 났던 기억이 있어 웃음이 난다.

이렇게 엇갈린 사랑을 제발 돌이키고 싶은 마음은 모든 독자들의 염원이었을 거다. 솔직히 그 속편의 내용은 뭔지 모르겠지만, 책의 막판을 읽는데 한 가지 희망을 발견했다. 부디 속편이 나오길 바라는 나도 바라는데, 과거 독자들은 얼마나 간절했을지 상상이 됐다.


레트가 하는 말에 스칼렛이 애슐리가 했던 말을 떠올리며 레트의 말을 이어가는 장면이 있다.(p.1832-1833)

레트는 그때 자신의 마음과 연결된 데에 스칼렛에게 살짝 기대를 품었던 것 같다.


"그건 언젠가 오래전에 애슐리가 -옛 시절에 대해서 했던 말이에요."

라고 스칼렛이 눈치 없이 말해 셀프로 판을 깨고 만다.

독자들의 아우성이 들리는 것 같다. 나도 "야아!!!" 하고 소리 지르고 싶었으니까....

그는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고, 그의 눈에서는 광채가 사라졌다.

"말끝마다 애슐리로구먼." 그가 말했고, 잠깐 동안 침묵이 흘렀다. p.1833


여기서 아무리 레트가 스칼렛에게 더 이상 사랑이 안 남았다고 말하지만, 그래도 스칼렛을 향한 약간의 사랑!! 내가 여기 찾았다고!! 그의 사랑에 희망을 품게 된다. 속편을 읽으면 되나요? 여기서 더 이야기 없나요?

누가 레트랑 스칼렛 좀 다시 만나게 해주세요....ㅠㅠ 울고 싶은 심정이다.

그래도 이 책은 다 스칼렛 뜻대로 됐다.(멜라니도 죽었고, 애슐리도 스칼렛의 것이 될 수도 있었다)

그러니까 레트도 분명 돌아올 거라 믿는다!! 스칼렛! 당신의 집념(집착)을 믿어요!! ^^:;;


드라마고, 영화고, 책이고 내가 너무 완성되는 사랑만 봐 온 걸까? 그게 익숙해져서 인지, 이렇게 엇갈리는 사랑에 나는 적응이 안 됐다. 어쩌지 못하고 감정이 복받쳐 울음이 나오려고 했다. 차라리 죽음으로 끝나는 사랑이라면 사랑으로 끝맺음하는 거라서 다행일 텐데, 이렇게 영원히 연결해 주지 않는 엇갈린 사랑이라니!

'우리 서로 사랑했는데, 우리 이제 헤어지네요' 백지영 노래의 가사가 절절히 가슴을 파고드는 듯 너무 아팠다.

그래서 이 소설이 그 절절함에 여운이 더 남는지도 모르겠다.


사랑이 연결이 안 되어 너무 안타깝게 썼지만, 남북전쟁과 그 전쟁으로 남부인들이 겪었던 고초가 생존과 함께 결부되어 삶의 서사를 깊이 헤아릴 수 있었던 소설로 두고두고 읽고 싶은 책이다.



*이 책은 인종차별과 더불어 철저히 남부인의 시각으로 쓰였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여기선 그 점은 배제하고 리뷰를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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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곡 2024-02-14 08: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말끝마다 애슐리로구먼.˝ ㅋㅋㅋ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오늘 잘 보내시기 바랍니다~~

렛잇고 2024-02-14 10:25   좋아요 1 | URL
레트 입장에서는 진저리 칠 부분이긴 했죠. ㅎㅎㅎ 감사합니다 서곡님 좋은 하루 보내셔요!!^^

stella.K 2024-02-14 10: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거 중학교 때 읽은 기억이납니다. 재미있어 다행이지 넘 두꺼워 읽기쉽지 않죠. 근데 나이들수록 영화 보단 책이 좋고 깊이가 있더군요. 저도 다시 읽고 싶긴한데 언제 읽을지는ᆢ

렛잇고 2024-02-14 10:27   좋아요 2 | URL
중학교 때 읽으시다니 정말 대단하셨네요!!! 맞아요. 재밌지 않았더라면 이 책을 어떻게 읽었을까 싶기도 하고 새삼 마거릿 미첼이 이런 책을 쓴 게 대단하기도 하더라고요. 손으로 썼을텐데요. 맞아요. 두께가 멈칫하게 하는 책입니다. ㅎㅎㅎㅎ^^ stella.K님 댓글까지 주시고 감사합니다. 행복한 하루 보내셔요!!😊😊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메리 앤 섀퍼.애니 배로스 지음, 신선해 옮김 / 이덴슬리벨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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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는 어딜 가는 차 안에서

아들이 '왕 단팥빵'을 10번 해보라고 했다.

틀리지 말고 하라는 거다.

입에 힘을 최대한 끌어모아 긴장을 갖추고

틀리지 않고 '왕'에 강세를 넣어 해봤다.

이 책의 제목을 읽으면

아들이 우리에게 내준 발음 테스트가 떠오른다.

<건지감자껍질파이북클럽>

제목 읽기가 어려워서 말이다.


건지는 뭐고 감자는 뭐고

감자 알맹이가 아닌 감자껍질파이는 뭐란 말인가?


책의 배경은

편지를 주고받았던 시기부터 말하자면,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난 직후이다.

그리고 이 책에서 이야기가 되는 건지 섬은

1940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이 점령했던 유일한 영국의 섬이었다.


건지 섬에 살고 있는 도시 애덤스는

자신이 구한 찰스 램의 책에 적혀있는 이름과 주소를 보고

당사자(줄리엣)에게 편지를 보낸다.

도시는 줄리엣에게

건지 섬에서는 책을 구하기가 힘들기에

찰스 램 책 관련 도움을 요청하며

편지를 주고받는다.

편지를 통해

독일군들 몰래 돼지를 잡아먹다가

북클럽까지 탄생하게 된 사연도

이야기하게 되는데

이를 계기로 줄리엣은

건지 섬에 관한 르포를 쓰기로 한다.


1940년 건지 섬에 들이닥친

독일군 행렬과 나치 깃발이 펄럭이는 걸 보며

건지 섬사람의 심정은 어떠했을지,

실제로 건지 섬이 점령당하여

자유로웠던 삶을 순식간에 박탈당한

이들의 참담함은 어떠했을지

그리고 수용소에 잡혀갈까 봐

그 불안감은 얼마나 컸을지

상상력을 가동해 보니

소름 끼쳤다.


살아있는 돼지를

병든 돼지로 바꿔치기해

돼지를 빼돌리다 걸렸을 때,

그리고 돼지를 잡아먹으면서

오랜만에 느끼는 그 육즙과 허기를

충만히 느끼고 귀가하던 중

독일군에게 발각되어

뭐라도 핑곗거리를 대야 했을 때,

짜잔! 하고 나타난

엘리자베스의 순발력과 대처능력!

이 모든 것이 비록 편지글로 전달됐지만

조마조마하면서도 안도감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이게 건지 섬에서 벌어진

점령당한 이들의 참담함을 이야기해

고통스럽다기보다

억압되는 중에

그들 안에서 일어나는 결속력과

삶에 대한 절실함을 느낄 수 있어서

깊은 감동이 있다.


처음에는 우리에게도 희망이 있었습니다. 6개월이면 독일군이 물러갈 거라 확신했어요. 그렇지만 그 기간이 점점 길어졌습니다. 식량을 구하기 어려워지고 급기야 남은 장작도 떨어졌지요. 고된 노동으로 음울한 낮을 보내고 지루함으로 컴컴한 밤을 지냈습니다. 모두가 영양부족으로 헬쓱해지고 이 상황이 과연 끝나기는 할까 하는 의문으로 침울해 했습니다. 우리는 책과 친구들에게 매달렸습니다. 책과 친구는 다른 삶이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주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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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와중에 그들에게 만들어진 모임이,

엘리자베스가 기지를 발휘하여

어찌어찌 만들어진 북클럽이라니!

모두 당황하지만,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없었기에

그들은 모였고, 읽었다.


성의 주인 행세를 한 술꾼 존 부커,

독일군과 연애를 한 엘리자베스,

마법 약을 만드는 미스 이솔라프리비,

손자를 포로로 잃었다가 되찾은 램지,

아버지와 어머니를 한순간에 잃은 말수가 적은 도시,

돼지 바비큐 장소를 제공한 아멜리아

등 각기 다른 캐릭터가 책으로

새로운 공동체를 형성해가는 과정이 흥미롭다.

그들의 이야기가 책으로 완성되는 것을 돕기 위해

그들은 줄리엣을 초대하고,

한마음 한뜻이 되어

그녀를 맞이한다.


생기발랄하고 에너지가 넘치는

옳지 못하거나 냉소와 비아냥에는

찻주전자도 던질 수 있었던

런던의 줄리엣은

건지섬에서 진정한 자신을 마주하며,

소중한 사람들과

건지 섬의 줄리엣으로 살아간다.



전쟁은 당연히 말로 헤아리기 어려운

상처와 부스럼을 만들었다.

모든 이들을 북클럽으로 묶은 원동력인 한 사람이

건지 섬으로 돌아갈 날을 얼마 안 남기고

수용소에서 총살당하고 말았다.

수용소에서 나온 이는

조롱과 멸시, 그리고 처참함이 트라우마가 되어

상처를 회복하기에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한 아이는

가장 소중한 자기 엄마를 잃었다.

그럼에도 그들은 건지 섬의 북클럽으로

이 모든 시련을 그들의 방식으로

보수하고 새로이 가꾸어간다.


전쟁에 대한 순기능을 이야기하려는 건 아니지만,

하지만, 전쟁이 아니었다면,

저 사람들이 한 공간에서

혹은 머리를 맞대고

함께 할 수 있었을까?

책이 아니었다면,

그 어떤 것이 저들을

하나로 묶어줄 수 있었을까?

건지 섬이 아니었다면 어디서

한 아이가 온전한 성장할 수 있도록

책임을 감당할 수 있었을까?

책을 찾지 않았다면,

책이 제 주인을 찾지 않았더라면,

과연 그들의 사랑은 이루어질 수 있었을까?

(이건 읽어보신 분이나 알 수 있을 말이겠네요.^^)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엘리자베스와 존부커가

독일군들이 있는 창 너머로 들려오는

영국방송의 음악을 따라 왈츠를 추는 장면이다.

영국으로 가는 비행기를 여러 차례 올려다보며

독일군들의 주장처럼 영국도 점령당했을까 했지만,

건지섬은 점령당했어도

아직 영국은 건재함을 알고 안도하는 왈츠가

씁쓸하면서도 아름다웠다.

아직 그들에게 전쟁이 끝나지 않았지만,

그들의 마음만큼은

왈츠처럼 산뜻하고 행복한 희망을

발견한 심정이었을 거다.


보기드문 서간체 소설이었다.

편지글 읽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편이라

이 책이 왜 그리 많은 이들의 입소문을 탄 걸까

의아했었다.

편지형식만으로도 생생하게 상황이 전달되는데

전혀 무리가 없었다.

스토리 또한 흥미롭게 전개되어

다음이 궁금해질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마지막에 미스 이솔라프리비의 관찰일기의

강력한 한방은

잊을 수 없는 마무리였다.^^

소설이라 하지만,

실제 있는 건지 섬과 세계 2차대전이란 역사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소설이어서

좀 더 생생했고

안타까움과 감동이 더했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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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곡 2024-02-05 15: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왕단팥빵 ㅎㅎㅎㅎ 너무 귀엽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새 달 잘 보내시기 바랍니다!!

렛잇고 2024-02-05 16:26   좋아요 1 | URL
서곡님도 해보세요. 은근 어려워요 ㅋㅋㅋ 네 2월이 시작됐네요! 지금처럼 풍성한 독서 즐기시고요! 구정 연휴도 감사하고 행복하게 보내셔요!!^^
 
사랑을 무게로 안 느끼게
박완서 지음 / 세계사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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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간극이 느껴지지 않는 에세이입니다. 역시나 좋은 문장이 많아 책 이곳저곳이 인덱스지가 붙여져있네요. 박완서 작가님이 참 그리워지기도 하고 애틋해지는 에세인데요. 박완서 작가님 좋아하시는 분들에겐 더없이 좋을 책이에요. 책도 너무 예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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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무게로 안 느끼게
박완서 지음 / 세계사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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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박완서 작가님이다!! 책으로 우리 곁에 다시 와 주신 작가님!

22년에 출간된 책 <모래알만한 진실>은 그가 남긴 에세이 660편 중 35편만 엄선해 모은 에세이 결정판이다. 이 책은 <모래알만한 진실>에 이은 박완서 작가님 에세이 결정판의 두 번째라고 한다. 원 책인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란 에세이의 전면 개정판인데, 그간 미출간 원고였던 <님은 가시고 김치만 남았네>가 더해졌다. 나는 22년에 나온 <모래알만한...> 속의 에세이 한편 한 편을 애정을 다해 읽은 기억이 난다. 끝내 내 인생 책으로까지 여겼었다. 이번 책의 출간을 확인하고, 박완서 작가님이 살아서 작가로 복귀하신 것 같은 착각에 빠져 읽었다. 정말 황홀했다.


이 책 속 에세이들은 1971년부터 1994년까지 작가님이 일상에서 보인 순간순간을 포착한 글이다. 작품을 읽고 난 후 맨 끝에는 작품 완성 연도임을 의미하는 듯한 '19XX 년'이 적혀 있다. 내가 태어나기도 전 혹은 아기 때였던 때라고? 보기에도 믿기지 않을 정도로 현실에서 우리가 느끼고 공감할 만한 이야기들이 많았다. 1970-80년대 서울의 삶이 (시골에 비해) 이렇게 앞서나갔단 말인가? 시골에서 자란 나는 오히려 그 시대 서울 이야기가 지금과 이질감이 별로 없게 느껴질 정도였다. 작가님이 경험한 입시열기, 졸업식, 도시의 삭막함, 세대 차이, 주말농장 등은 내가 경험해 온 것과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닭이 깃털을 쫙 뽑아 내보내는 신박한 기계가 그 당시에 있다고? 난 엄마 따라 시장 다니던 어릴 적에도, 지금도 본 적이 없는데 그 땐 있었나 보다. 물론 시대감이 느껴지는 상황과 단어들로 그 시대와 지금이 다름을 알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본질은 같다. 시대는 바뀌고, 날로 날로 기술이 발전하면서 점차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는 시기라 하지만, 인간은 인간으로 자체 본성과 욕구는 변하지 않는지 예나 지금이나 사람 사는 모습은 다르지 않았다.


작가님의 에세이에서는 자신의 수치심, 아쉬움, 치기 등의 감정이 작품 속에서 무심한 듯 툭툭 튀어나온다. '전쟁도, 어른 눈치 보느라 기에 눌린 것도 경험 안 해 본 너희가 뭐가 답답(땁땁)하냐! 생각할수록 답답해진 건 오히려 나다!'(p.200)는 글이 생각난다. 그런 장면을 읽으면서 나는 먼저 피식피식 웃는다. 작가님에게서 작가로서가 아닌 한 인간으로 진솔함을 느끼고 나와 같은 감정을 가진 누군가가 박완서 작가님이라는 데에 위로를 받는다.

작가님의 관찰과 그 너머를 발견하는 통찰에도 감탄한다. 부자와 범죄자를 두 부류에게서 어떻게 공통점을 발견하며, 그들 사이인 '보통'(의 삶)을 살자고 어떻게 저렇게 글로 독자를 설득할 수 있을까? 어떻게 저런 사고를 하고 결론에 도달할 수 있었을까?

날카로우면서도 시선은 올곧은 작가님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현실에 있는 모순을 예리하게 지적하고 후련하게 논리를 펴는 글에서 말이다. 예를 들면 동성동본에 대해, 당시 장발과 짧은 치마 단속에 대해, 국제 사회의 비정한 실리 추구에 대해 참으로도 다양한 주제가 다뤄졌는데, 이에 편견 없는 상식으로 본인의 가치가 드러난 글이 강단 있게 느껴진다.

그런데다 또 글은 어떻고? 글은 생생했고, 상상하기 부족함 없으라고 묘사와 비유를 감칠맛 나게 넣어 그 안에 담긴 감정과 상황이 고스란히 전달된다. 박완서 작가님의 글에 많이들 극찬하는 '글맛'이라는 것을 경험한다. 두런두런 꾹꾹 눌러가며 낭독하고 싶고, 필사하고 싶은 글들이다.


아이들이 돌아왔다. 개선장군처럼 의기양양해서, 개선장군처럼 지칠 대로 지쳐서, 엄청난 빨래 보따리를 전리품처럼 걸머지고 아이들은 돌아왔다.

아이들의 배낭은 마술이라도 부리듯이 꾸역꾸역 꺼내어도 꺼내어도 끝이 없는 빨랫거리를 토해 놓았다.

아이들의 빨래에선 찝찌라고 비릿한 바다 냄새가 났다. 옮겨 놓는 대로 무수한 모래를 떨구었다. 그러나 내 집이 해변일 수는 없었다.

아이들은 노독을 풀기 위해 깊은 잠에 빠지고 나는 수돗물에 열심히 바다의 때를 빨아냈다.

아이들의 빨래를 다 헹구고 나니 나의 여름은 이미 끝나 있었다. p.242-243



이 책에서는 특히 박완서 작가님 생활을 가늠케 하는 사진들을 담은 페이지도 있다. 시골이 좋다고 자랑처럼 한다 해도 꽃을 좋아하며 깔끔한 차림에 세련된 서울 사람인 작가님이 난 좋다. 사진 렌즈를 의식하며 정면으로 찍은 사진이나, 일상을 누리는 모습 그리고 자연스럽게 밝은 미소를 띤 작가님의 얼굴에서 글에서 만났던 작가님이 연결 지어졌다. 평온함과 안정적인 느낌을 받는다. 호원숙 작가님을 통해 소개된 박완서 작가님의 손때가 묻어있는 사물 사진들도 수록되어 있다. 저마다 사연이 있는, 앤티크하면서 만질만질 잘 관리된 듯 보이는 물건들은 그를 향한 먹먹한 그리움이 느껴지는 것들이었다. 작가님의 에세이 중간중간 인상적인 구절을 예쁜 바탕에 크게 적어 놓은 쪽들도 너무 좋았다. 찍어서 자주 보고 곱씹어 보고 싶은, 핸드폰 바탕화면에 놓고 두고두고 읽어보고 싶은 문장이다. 책표지와 내부 그림 디자인이 박완서 작가님의 글의 감성을 더욱 센스 있게 살렸다.




그런 박완서 작가님의 이 책을 갖고 있어서 좋다.

두고두고 꺼내보고, 낭독하면서 또 키득키득 웃기도 하고 감동도 마음에 품으려 한다.

맞아맞아! 하고 가슴 팍 치는 문장들을 읽으며 마음의 사이다 한 잔 들이켜려고 한다.

몸이 들떠 있거나 무력할 때,

차분한 마음으로 인생의 희로애락을 차근차근 곱씹으며 이 책을 읽으려고 한다.

읽지 않아도 책 제목만 보고도 위로받는 이 책을

두고두고 책장에 담아두고 눈길을 두려 한다.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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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4, 지식책 읽기를 시작해야 합니다 - 아이의 지식 격차가 벌어지는 결정적 시기
전병규(콩나물쌤) 지음 / 클랩북스 / 2023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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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이제 초등학교 4학년이 되어서 본격적인 학습의 시기가 왔구나 실감하고 있는 때이다.(아이는 전혀 생각이 없으나 엄마만 걱정 한가득..) 그러니 이 책의 제목 중 단어 '초4'가 내 눈을 사로잡았다. 그리고 붙어있는 문구, '이야기책'만으로 절대 성적을 올릴 수 없다. 란 문구가 뇌리에 강하게 박혔다.


아이 독서의 필요성에 대해 모르는 사람은 없을 거다. 특히 부모라면 아이가 책 읽기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갖게 마련이다. 나 또한 아이들이 책과 조금씩이나마 가까웠으면 하고 바라는 부모 중 하나다. 그래서 아이들이 관심 있는 주제나 작가님 혹은 스토리 진행 스타일에 따라 책을 빌려다 주고 있다. 아이가 책과 친근해지게 하기 위해 내가 주로 빌려주는 책은 이야기책이다. 학습만화도 즐겨 보지만, 줄글도 제법 읽는 시기가 다가온 상황에서 나의 첫아이는 4학년이 되었다. 그런데 초4! 이제 지식책 읽기를 시작해야 한다니!! 이야기책으로는 절대!!! 성적을!!! 올릴 수 없다니!! "어머님 어디 가세요? 이 책은 정말 어머님 같은 분이 읽으셔야 해요!!"라고 내게 부르짖는 듯, 책 제목은 그런 다급한 부모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아이들이 독서를 독서 자체로써 즐기게 해주기엔 우리나라 부모에게 '성적'이란 단어는 조바심과 불안을 촉발하는 단어기도 하다.ㅋ)


저자가 말한 것처럼 이 책은 '지식책'에 해당한다. 그러기에 이 책의 구성과 흐름을 파악하는 게 필요하다. 지식책의 필요성과 어떤 식으로 읽어야 하는지 소개가 이 책의 큰 구성이며 흐름이다. 세세한 것은 이미지를 참고해 주시길!




아이들이 책을 사랑하고 즐겁게 보는 걸 목표로 삼은 내게 사실 문해력이 이 시대에 왜 필요한지에 대해서는 여러 독서 관련 책을 읽었으니 어느 정도는 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왜 그런지 모르겠으나(분명 같은 내용인 것 같은데, 기존의 저자의 논리에 납득되어 그 이후에도 쉽게 신뢰기반이 다져져서인지) 문해력이 이 시대에 진정으로!! 왜 필요한 건지!! 마음에 확 와닿았다.


먼저, 지식책이 무엇인지 한번 정리해 보게 됐고, 아이들이 왜 읽어야 하는지 충분히 이해가 됐다. 우리가 좋아하는 글은 이야기가 맞다. 하지만, 실상에서 접하게 되는 가장 많은 글은 지식 글이다. 우리의 전반적인 생활을 윤택하고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선 지식책(글)을 읽고, 읽는 행위를 통해 실생활에 필요한 정보를 얻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 아이들은 지식책을 읽어야 하고, 그것은 똘똘해졌으나 아직은 조금의 순수함이 남은 4학년이 적기인 것이다.


이 책에서 가장 도움을 받은 건 역시 지식책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방법적인 내용이었다. 사실 내 경우, 아이들과 대화를 많이 하는 편은 아니다. 아이들이나 나나 각자 해야 할 것들을 묵묵하게 하는 편이 익숙해졌다. 그래서 대화를 하거나 할 때 굉장한 에너지와 노력을 필요로 한다. 이 책은 그런 내게 자극을 줬고, 아이들에게 한마디라도 더 보게끔 시도해 보게 했다. 특히 '지식과 생활을 확인'하는 면에서 내가 할 수 있었던 적용은 최근 '여행'과 관련된 것이다. 여행을 계획하며 아이들에게 비행시간과 나라 간 시차를 알아보고 아이들과 도착시간을 계산해 보았다. 아이가 먹고 있는 과자 '카스타드'는 몇 개가 들어있고, 엄마가 몇 박스를 사 왔으니 총 몇 개가 있는지는 현재 아이의 학습과도 연관이 있었다. 책 읽기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었지만, 책의 지식을 이렇게 실생활에 접목해 유연하게 적용해 보는 걸 시도할 수 있었다는 자체가 내게는 이 책이 의미 있었다. 끝말잇기나 자음으로 단어 맞추기는 해본 적이 있기는 했다. 이제 아이들에게 적용해 볼 수 있는 건 마인드 맵같이 지식을 구조화하는 걸 실행해 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러면 아이들이 지식을 좀 더 큰 시야에서 확실한 이해를 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가슴도 벅차올랐다.(저는 지식도 감정적으로 받아들이는 F거든요. ㅎㅎㅎ)


이 책이 조금 다른 책, 즉 아이들의 독서를 다룬 책과 다른 점이 있다면 학습만화에 대한 시각이 부정적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저자는 학습만화의 교육적인 효과를 주장했는데, 많은 양의 배경지식을 습득할 수 있고 그림책에서 줄글 책으로 넘어가는 가교 역할도 한다고 한다.(p.42) 아이들이 아이들에게 인기 만점 책인 지식만화 WHY를 예를 들어 하부르타식으로 읽을 수 있게 접근한 점도 도움이 됐다. 만화만 읽는 행위 자체만 보지 말고, 그것을 통해 아이들이 지식에 접근하고 습득할 수 있는 방법을 고려해 보는 것이 더 현명하겠다.

저자의 지식책에 대한 주장과 접근 방법에 대한 정보가 확실하고 풍부한 책이었다. 그러나 사례는 조금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학교 선생님으로 학생들이 사례로 들어야 할 테니 조심스럽겠다. 그래도 저자가 오랜 경력의 초등 교사이자, 교육에는 이미 전문가일 저자라는 걸 감안한다면 이 책의 주장은 충분히 납득할 만하다. 마무리가 급 끝나버려 당황스럽긴 했다. 이미 충분한 정보를 제공했기 때문에 이 또한 그럴 수 있다 여긴다.


마지막으로 이 책은 성인 독자인 내게 내리는 경고음 같았다. 소설 위주로 책을 읽는 내가 작년 읽은 책들을 돌아보니, 상당수 소설책이었기 때문이다. 내가 좋아하는 책만 읽으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문해력을 높이고 조금 더 풍성한 지식과 사고능력을 갖기 위해선 지식책이 필요함을 알고 문해능력을 더 키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이 아이보단 나에게 더 많은 도움이 됐다. 지식책도 늘려보고, 책의 내용을 구조화하며 좀 더 뇌가 쉽게 습득할 수 있는 방법을 꼭 독서에 적용해 봐야겠다는 다짐까지!! 하며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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