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점 탈레랑의 사건 수첩 2 - 그녀는 카페오레의 꿈을 꾼다
오카자키 다쿠마 지음, 양윤옥 옮김 / ㈜소미미디어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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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쩐지 읽어보지도 않고 삭제하고 싶지는 않아서 끝까지 읽게 된다.

중2병스러움, 하나도 안 웃긴데 웃겨 보이려고 개그치는 거… 하나하나 별로이긴 한데 제일 짜증나는 건 여자라면 안 쓸 이상행동을 하는 여성 주인공들로 가득차 있는 기분이 들었던 점인데 생각해보면 반대로 생각해도 짜증날 소설이 있겠다 싶어졌다. 여성 작가가 자기가 원하는 판타지 적인 남성인물을 그려서 여주 마음대로 움직여주는 글을 쓰면 그걸 읽는 남성 독자도 마찬가지일 거 같긴 하다. 남자라면 애초에 이런 행동을 안할텐데 싶은 소설도 있겠지? 엄청 많겠지? 그렇게 생각하니 놀랍게도 읽을만해졌다. 4권까지 진짜 쭉 밀고 가보겠다.

코지미스테리의 장점은 무슨 부분을 읽어도 죽는 사람이 없다는 점 같다. 거기다 미호시와 아오야마를 계속 러브라인으로 놓고 진행하니 적어도 주인공들은 좋겠지 뭐 싶고. 심각한 범죄가 안 나오거나 나오더라도 무사히 구출되니 마음이 무겁지 않은 점이 좋은 점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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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고독한 늑대의 피
유즈키 유코 지음, 이윤정 옮김 / 작가정신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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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은 예측 가능하지만 너무나 통쾌하다.
형법과 형소법 공부하면서 인권위 이야기랑 법의 아량에 속이 터질 때도 좀 많았다. 물론 모든 사람을 평등하게 법으로 보호하기 위한 절차이지만 범죄가 확실하고 범인도 있는데 증거 불충분으로 나온다거나 아직 성범죄는 처벌이 온탕이라는 점에서. 그리고 법적해석 앞에 심리적 해석이나 정신건강의학적 해석이 덜 반영되는 것처럼도 보여서. 아주 가끔 있는 관리소홀이나, 제도 변경으로 인한 어이 없는 판단 같은 것도. 2005-2010년도에 유독 이상한 잔혹범죄가 많았다는 것도. 그 시기에 내가 겪었던 것들도 상당해서 지금도 범죄 관련 방송이나 유튜브를 보면 얼어붙는다. 이야기를 좋아해 이야기를 찾아 듣다 보면 결국 종착지는 괴담과 사건 이야기가 되어버리니. 법은 쪼렙이지만 심리학을 공부한 나로서는 풀어주면 안되는 범죄자가 보이고 솔직히 그런 인간 본성에 무력감을 느껴서 사형을 왜 시키지 않는지도 의문일 때가 많다. 범죄심리학을 보고 풀려나거나 탈옥해서 살인기계가 되는 사람을 보면, 내가 감히 타인의 인권과 생명을 책임질 수 없는 존재는 맞지만 어울려 살 수 없는 사람들을 보면 왜 내 세금으로 저 사람에게 밥을 줘야 하는가가 심하게 싫어질 때가 많은 게 사실이다. 계도가 되고 교화가 되는 사람이 있고 아닌 사람이 있는데. 물론 과거에도 그리고 지금도 억울하게 누명쓰는 사람이 있으니 사형만은 안 된다는 입장도 충분히 이해가 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상한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는 것 같아서 걱정이다. 그래서 사형에 찬성한다는 건 아니고 이상한 사람들이 늘어나지 않게 사람들의 정신건강을 많이 신경써야 할 것 같다. 부모의 학대를 학대인줄 모르고 감당해왔던 세대여서인지 교회 같이 가자고 하는 것을 종교 학대라고 신고하거나, 공부하라는 잔소리를 교육학대라고 신고한다거나 그런 신고들이 요즘 많이 늘어서 아동학대범이 된 부모들도 많다고 한다. 반면 학교를 보내지 않거나 말도안되는 학대를 해서 아이를 사망케하는 학대범도 많고. 말 잘못 하면 손목 긋는 애들도 너무 흔하고. ㅠㅠ 이런 걸 보면 사람들 개개인은 점점 더 나약해지고 여려지는 경향도 있고 예민하고 날카로워 공격적인 경우도 많은 것 같다. 우리집은 사람이 거의 집에 없고 집에 운동기구도 없는데 바람이 세게 불면 아랫집에서 의심해서 우리집에 들이닥친 적도 있었다. 옥상에 가보시라고 해도 안 믿고 집에 러닝머신이 없는데도 어디다 숨겼냐고 하고. 엘리베이터에서 초면인 이웃을 엘리베이터 잠깐 타는 그 시간 동안 죽여버린 사건을 보고 정말 충격받았다. 평소엔 저쪽에 뛰어오는 사람을 위해 대기했었는데 이제는 멀리서 오다가도 엘베 문이 막 열리면 다른 데 가는 척하고 엘리베이터를 보낸다. 근데 왜 이런 이야기로 가지?
아무튼 무섭고 답답한 세상이다.
답답해 미쳐버릴 것 같아서인지 이렇게 옛날 이야기들이 좀더 통쾌하게 느껴지는 것 같다. 같은 시기의 경찰 비리에 관련된 다른 이야기를 읽었으면 또 충격받았겠지만 다행히 이 책은 통쾌한 쪽이다. 겉보기엔 비리투성이에 폭력단과 유착한 경찰같은 오가미에 관한 이야기들. 제목에서부터 각각 상징하는 바가 너무 세서 예측이 됐다. 처음부터 히오카 이야기도. 그냥 일본 소설들이 이런 건가보다. 예측이 되지만, 그런데 그 예측이 맞아떨어지면서 신물나는 게 아니라 재미있고 뜨거운 심정이 된다. 법의 심판이 충분하지 않을 때가 많고 그걸 보다가 이런 걸 보면…. 옛날 김홍신 책을 읽은 부모님 세대들이 장총찬에 열광했을 때 이런 심정이었을까?
한자와 나오키나 지금 이 책. 이런 느낌 너무 좋다. 의욕적이기 위해서 나는 많은 영웅담을 먹고 사는 것 같다.

하이브 주식은 방탄이들 소식을 먹고 살고, 연느가 울면서 연습시간 꾹꾹 채우고 나오는 영상을 봐야 나도 반성하는 기분으로 공부가 잘 된다.

암튼 잘 읽었다. 내가 오래 붙잡긴 했지만.
지포라이터가 갑자기 멋있게 보였는데 라이터는 무서워서 불켜는 시도도 안해봤고 쓸따리가 없는 품목이라 그냥 멋있다고 하기만 한다.

또 좋았던 건 중2병 없이 웃기지도 않고 감동도 없는데 웃기려고 하는 행동 없이 진지해서 좋았다.
왜 나는 다른 한켠에 중2병 스물 세살 남자가 나와서 여자라면 절대 저렇게 행동하지 않았을건데 싶은 행동을 하는 여자를 묘사하고 웃기지도 않은데 유머러스한 줄 아는 그런 시리즈를 놓지 않고 또 읽고 있는 걸까. 내가 제일 이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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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1-10-22 07: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장총찬!
정말 오랜된 기억을 되살리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교통경찰관이 생각나네요

아래층에서 그러면 힘드시겠어요

Persona 2021-10-22 12:30   좋아요 1 | URL
그집은 이미 이사 가서 한때 괴로웠죠. 저희 집 언제언제 나가는지 씨씨티비까지 보시고 비어있는 거 몇번 확인하고는 괜찮아지긴 했어요. 부모님한테 몇번 이야기 들어서 인간시장 진짜 궁금한데 정작 읽어본 적은 없어요. 궁금하네요. ㅋㅋㅋ 원래 권씨로 하려 했는데 그럼 넘 적나라해서 바꾸셨다는 이야기 흥미로웠어요. ㅋㅋㅋ
 
[eBook] 빈 옷장
아니 에르노 지음, 신유진 옮김 / 1984Books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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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 있음)



나는 이토록, 드니즈 르쉬르만큼 부모를 경멸해본적은 없는 거 같다. 늘 반항하는 자식이었기에 대판 싸운 적은 있지만 내 부모가 무식하다고 생각한 적도 없고. 비웃을만한 일은 내 부모에게 없었다. 아마도 내 부모가 그들의 부모에게서 같은 지원을 받았다면 나보다 더 잘 됐을 거라는 걸 아니까. 나는 삼각함수를 고졸인 아빠에게서 배웠다. 지금도 역삼각함수나 삼각함수 공식을 아빠보다도 잘 못한다. 다시 외워야 한다.
그렇지만 나는 드니즈 르쉬르가 왜 이러는지 알 것도 같다.
무엇보다 어느 여인의 가정집에서 불법 낙태시술을 하는 스무살 소녀의 지금 상황은 내 몸을 사리고 경계하고 혹은, 누구든 해할 준비가 되어있는 심정이 아닐까.

아빠는 할아버지의 욕심에 인문계 고등학교에 갔지만 할아버지가 대학 보낼 능력이 안 된다는 걸 알고는 대학을 포기하고 스무살엔 어느 대학 앞에서 떡볶이와 고구마 맛탕 같은 것을 팔았다. 그 학교에서 친구들이 수업 끝나면 다른 친구들과 나와 아빠가 파는 것을 팔아주겠다고 친구들을 끌고와 분식을 먹었다.
시간이 지나고 나는 아빠가 매일 출근했지만 들어가본 적은 없는 그 대학에 들어갔고, 졸업식에 한번도 대학 문턱을 넘어본 적 없는 아빠와 엄마를 데리고 교정 안을 거닐면서 요즘 학생들이 먹는 것들을 같이 먹었고 요즘 학생들이 수업 듣는 곳을 갔고, 어, 아빠, 저기가 거기야. 90년댄가 반파된 건물. 나라에서 지원해준 돈으로 이 건물 보수하고 이 건물을 더 지었대. 이게 우리학교 문과대학이 제일 최근에 펀딩 받은 거랬어, 하하하. (그래서 드니즈가 그런 사람들은 못 들어오는 대학이라고 했을 때 조금 화가 났었다. 드니즈의 상황을 새까맣게 잊어버리고 왜 그리 날이 서 있니. 드니즈, 하고 짜증을 냈다) 내가 자주 거니는 숲도 산책하고 건물을 나와서는 아빠가 옛날에 서점 사장님의 배려로 장사 했다던 곳에서 프랜차이즈 커피를 쐈고 옛날 아빠처럼 털옷 솜옷을 껴입고 장사하시는 (지금은 프랜차이즈 사장님이시다) 분의 음식을 사 먹었다. 그때 아빠는 복수를 이룬 거 같은 기분이라고 했다. 아빠의 육아 원칙이 아이들을 통해 아빠가 원하는 삶을 강요하지 않는 것인데 이상하게 아빠가 원한 걸 아이가 이미 이루어 주었고 그래서 복수한 기분이 들었다고 했다.


아빠 그건 무엇에 대한 복수야?
그러게.


가만 생각해보면 합리적이지 않은 그 마음을 이 책에서 자꾸 목격하였다. 드니즈 르쉬르는 자꾸만 부모님을 끌어내리려고 하고 더럽게 묘사하고 순박한 동네 사람들을 얼뜨기로 치부하려고 노력한다. 자기 출신을 지우고 바보같아 보이더라도 자기랑은 ‘끕’이 다른 것 같은 사람들을 선망하고 우아하고 수준있어보이려 하고. 그래서 그지같은 새끼를 부러워하고 걔 말이면 다 듣고 혼나고 가스라이팅 당해도 그 남자아이를 믿으려고 작정했던 것이다. 그리곤 콧김을 쉭쉭 뿜는 듯한 거친 구성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불법 시술하는 집에서, 경비가 있는 기숙사에서.

와 씨 나는 작가랑 주인공 분리해서 생각하려고 애쓰는 중인데 마지막에 주인공과 작가가 합치되는 기분이 들면서 엄청 헷갈리고 엄청 에너지 넘치고 엄청 멋있는 그런 글 읽은 기분이 든다.

근데 이게 첫 소설이라고? 이 작가 얼마나 대단한 거야?

초반에 너무 마음에 들었던 게 낙태에 대한 적나라한 기분이 느껴져서다. 정확히 말하면 낙태 시술 불법으로 하다가 하혈 엄청 해서 얼굴에 핏기 하나 없는 애가 정신 없는 사람처럼 주저리 늘어놓던 감정을 닮았다. 그게 리얼하게 끔찍한 게, 긴 꼬챙이(아마 책에선 그냥 ‘도구’일 것이다)를 부엌불에 달구고 하는 그 모습 보다도(어차피 병원 도구도 만만찮게 무섭다는 걸 알고 있고 나는 산부인과가 무서워서 자궁경부암 검진도 안 받고 있다. ㅠㅠ) 그 슬픈 행위가 은밀히 혼자 감당해내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근데 그 이야기를 마지막에 드니즈가 내뱉는 것이다. 너무 슬프고 끔찍했다. 그래 드니즈. 마크 그 비쩍 마른 염소새끼가 뭐가 좋다고 홀딱 빠져. 신분 그게 뭐라고 그렇게 갖고 싶어하니. ㅠㅠ


그닥 나쁘지 않은 학교인데도 ㅇ프로인 후배가 있었다. 나쁘지 않은 학교 출신이라 외모가 굉장하지 않아도 텐프로 오프로 삼프로 하는 식으로 쭉쭉 더 올라갈 수 있는 거라는 말을 해준 것 도 그 친구였다. 어떻게 된 건지 알고 있다 보니, 나이들어 입학해 다행이지 나도 철모르는 어릴 때 이런 학교 들어왔으면 그 아이처럼 됐을거라 생각한 적이 있다. 등록금은 많이 들어가는데 아나운서 준비하는 아이들은 입학 전 고3졸업하고 바로 성형수술을 들어가기 때문에 처음 입학해서 듣는 수업에 같은 병원 동기인지, 비슷하게 생긴 애들이 너무 많았고 조별 프로젝트 하면 1/3은 해외 대 출신, 1/3은 강남 출신이어서 나머지 1/3은 내심 기죽어있거나 오히려 아닌 척 과시를 하거나 그런 경우가 없지 않았다. 그런 친구들 보면서 나도 스무살에 이 학교 다녔으면 저 아이들 따라 했을 것 같단 생각을 했다. 300만원이 넘는 원피스를 입고 외제차를 몰고 시술받고 피부과 카드가 있고, 문장에 영어 단어 섞어가며 쓰는 게 자연스러운 걸 동경했을 것 같다. 자주 가는 술집에서 친해졌다고 공짜술을 주면 돈이 없어도 신세지지 말아야 한다. 거절 못해 시작하면 강남까지 진출해있다. 예뻐서가 아니라… 어린 게 예쁜 거기도 했다.
내가 참 좋아하던 후배 중 하나인데 어느 순간 연락이 끊겨버렸다.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 그애는 울면서 언니랑 자기가 속한 세계는 너무 다르다고 했다. 그런데 자긴 돈이 필요하고 돈이 없으면 학교를 못 다니지만 돈이 있으면 학교를 다닐지 말지 선택할 수 있다고 했다.

드니즈 르쉬르를 보면서 그 후배가 떠올랐다. 스무살이라는 게 아직은 위험한 나이인 것 같다. 사회에서 덜 위험한 나이는 그럼 언제일까? 나에겐 작가가 될 거야, 이 마음을 버리는 순간이었던 거 같다. 인플루언서가 될 거야. 이런 마음. 어느 책에서 29살의 여자애들은 언젠간 작가가 될 생각을 하지. 이 말을 본 적이 있었는데, 26의 나는 에고 어리다 어려, 라고 생각하면서 어른이 됐다고 느꼈던 거 같다. 그게 어떤 로망인지 조큼 알 것 같고 그게 로망을 이룬 것이려면 스물아홉은 너무 늙은 나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걸 떠올리는 지금의 나는 스물여섯의 내가 너무 웃기지만. 그래도 남이 부럽고 황새같은 애들을 뱁새인 내가 따라가고 싶고, 고단하고 지친 삶을 사는 내 부모가 부끄러울 만한 그런 나이는 아직 뭔가 너무 위험하고 위태로운 것 같다. 나이듦이 아닌 철듦의 문제일까.
나는 아이 둔 부모들에게 당신이 그 애 키우느라 얼마나 고생인지 꼭 말하라고 하곤 한다. 그 마음 쌓아두지말고 평소에 충분히 말해야 한다고. ‘엄마(아빠)가 나한테 해준 게 뭐있어!’이딴 소리 안 나오게. 이 돈을 벌기 위해 부모가 어떤 수모를 당하고 어떤 고생을 하는지 병원도 같이 가고 이야기도 많이 하고 밥도 같이 많이 먹고. 그러면서 무언가를 얻기 위해서 내가 항상 무언가를 희생해야 한다는 거. 다 가질 순 없다는 거. 성공하기 위해선 먼저 포기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걸 먼저 가르쳐야 할 것 같다. 시험기간에 스트레스 받는다고 잠깐 세부 다녀오는 애랑 우리 집을 어떻게 비교해. 삶의 가치를 두는 게 있으면 일단 그걸 위해 최선을 다해야지.
근데 스무살의 나도 소박하게 나도 힐 신고 싶어. 렌즈끼고 싶어로 시작했다가 그게 잘못하면 잘못됐을 수도 있을 거 같긴 하단 말이다. 비교하고 비교당하며 박탈감 느끼는 게 드니즈의 잘못은 아닌 것이다. 낙태하는 순간 그 뼉다구 놈이 함께하지 않은 것만이 잘못이 아니라, 소녀가 왜 늘 소외감을 느꼈어야 했을까, 뭐 그런 생각이 들긴 하는데 책을 다 읽고 났어도 잘 모르겠다. 어디부터 잘못된 건지. 물론 딱히 잘못된 건 아니지만.

이런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좋았다. 사실 평소에도 여자들끼리 해본 적 없는 이야기가 가득하다. 낙태이야기는 상처가 될까봐 해본적 없지만 예컨대 나는 생리때마다 피칠갑 한번도 안하는 여자 사람이 있을까 궁금하다. 샐까봐 허리가 끊어질 것 같은데도 누워서 자지 않는 나같은 사람이 많을지 어떨지. 노하우가 궁금하다가도 아니 그렇게까지 해야해? 하고 좌절할까봐 두렵기도 하다. 그녀들은 부정출혈과 생리와 하혈을 어떻게 구별할까? 나는 언제 도움을 요청해야 할까? 그런 것들이 궁금할 때가 있다.
A가 친구들에게 돈을 빌리러 다녔다. 나는 몇 천원 이상 줄 수가 없었다. 저축도 안하고 돈도 없었고 놀러 갈 때 오히려 A가 내줄 때 같이 내주곤 했을 정도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2주 뒤 B가 피를 흘렸다. 생리가 아닌 건 알고 있었다. 핏기 없는 얼굴로 다섯 장째 빠르게 생리대를 갈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그 애대신 A가 생리대를 빌리러 다니고 있었다. 몇 번을. 몇 번이고. 나는 앰뷸런스를 부르려고 했는데 B가 나를 말렸다. 이후에도 눈치없는 년이라고 나를 싫어했다. 그런데 유산이란 건, 산모의 생명도 위험할 수 있어서 나는 B가 죽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에 어른들이 몰라야 한단 생각을 하지 않았던 거다. 두고두고 미움 받은 걸 이제와서 어떻게 돌려놓고 싶고 그런 건 아니지만 이런 순간에 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늘 고민이었다. 어려운 게 많다. 생명을 위협할 정도로 위험한 순간에 남자친구에게 욕먹고 버려진 마음으로 혼자 가서 은밀하게 감당하는 것. 그것이 나에겐 낙태에 대한 정의라, 이런 글을 읽으면서 또 슬퍼졌다. 엄청 많이 출혈을 하면서도 연대할 수 없는 행위라는 게, 어린 여자들에겐 종종 친구처럼 함께 있다. 이게 어떻게 복수지? 이렇게 외로운 일이. 다만 아빠의 복수나 드니즈의 복수는 무언가 악에 받쳐 우는 일에 가까운 느낌도 든다.

뭐라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슬픈 책인데, 이 세상엔 이런 이야기가 분명 존재해야 하고, 어린 여자들이 발견해서 읽었으면 좋겠단 생각이 조금 들었다. 어떻게 하면 이런 순간 남자친구를 증오하는 대신에, 나를 낳아주고 대학교육까지 시켜준 부모를 증오, 하지 않을 수 있을지, 같이 고민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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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비워내고 있어. 죽을 때가 된 것 같아.》 어머니는 늙은 여자의 집에 다녀오면 그렇게 말했다. 아무도 나를 보러 오지 않았다. 혼자서 비워내야 한다. 불그스름한 증오의 작은 봉투를, 미리 저지른 실패를. 부모님 집에는 갈 수 없다, 그들에게 설명할 수 없다, 모두 잊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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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책을 아주 소중히 양손에 들고 와서 걱정스레 말했다. 《혹시 이미 있는 건 아니지?》 어머니는 내 미래에, 내 지식에 기여한다고 느끼셨고 내가 책을 더럽히는 것을 원하지 않으셨으며 책을 존중하라고 말했다. 그 책을 덮는 편이 어머니에게 더 낫다는 것을, 그것이 나를 그들에게서, 그들의 카페 겸 식료품점에서 멀어지게 한다는 것을, 내게 그들의 추함을 들춘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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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을 완전히 사랑하기 위해, 그들의 인생과 방식과 취향을 미워하지 않기 위해…… 나는 꿈을 꾼다. 나는 그들을 빚는다. 있는 그대로의 그들을 만나고 나면 필요한 일이다. 이유 없이 자신의 부모님을 사랑하지 못하는 것, 그것은 견딜 수 없는 일이다. 매일 아침 양동이에 오줌 떨어지는 소리가 마지막 한 방울까지 방의 칸막이벽을 뚫기 때문에 아버지를 싫어한다고, 어머니는 얼굴을 찌푸리면서 치마 속을 긁고, 그들이 선생님이 쓰레기라고 말한 ‘프랑스-일요일’을 읽는다고, 호텔을 여성 명사로, 손잡이를 남성 명사로 말한다고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다. 그 밖의 모든 것은 이 안에 있지 않으면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다. 하루에 스무 번 들리는 소리, 《별일 없어. 똑같지, 누가 죽었네, 한 잔 따라 봐.》 이 안에 있지 않은 사람들, 예를 들어 대학의 보르낭 같은 이들은 그들을 두고 마음대로 순박한 말투, 서민들의 아름다운 선의, 순진함을 말한다. 소박한 삶, 시골 사람들의 지혜, 소상공인들의 철학, 지식인들, 그런 부모를 둔 적이 없는 이들의 바보 같은 소리다. 하녀나 배관공이 아니다. 그것과는 다르다. 거리가 멀다. 바닷가에서 가공육을 종이까지 씹어 먹고, 차를 기다리면서 ‘고슴도치32’를 읽고, 웃음보를 터트리고 트림을 하고, 《미안합니다》라고 말하는 사람들. 열네 살에는 벗어날 수 없으리라 생각하며, 이 모든 것을 자신에게 말할 수조차 없었다. 이제는 스스로에 말할 수 있다. 나는 이제 보르낭 쪽에 속해 있으니 더 쉽다. 아무도 내가 그렇게 자랐을 것이라고 상상도 하지 못할 것이다. 나 혼자만이 알고 있다.

32 주간지, 웃긴 이야기를 싣는 잡지로 조르주 페렉의 ‘나는 기억한다’에도 인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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