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님이 제작년 사망하셨지만 사람이 아닌 것과 정말 끔찍하고 잔혹하게 피튀기며 싸우는 이야기는 좀 충격이라서 잘 못읽겠다. 글은 잘 쓴다. 잘 쓰니깐 내가 지금 읽고 충격받아서 토할 거 같은 거겠지 싶게.정말 잔인한데 상대적으로 무섭지는 않다. 귀신 이야기나 인간 아닌 것들 보다도 무서운게 사람이고 내가 첫장면에 무서웠던 건 막대기 살인 사건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ㅠㅠ 왜 여성도 아니고 남성들끼리 남성에게 잔인하게 가했던 폭력 살인 사건들이 떠오르는지;; 아무튼 그럼. 무섭다기 보다 잔인한데 그게 만화스러워서 읽다가 무감각해질까봐 약간 조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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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 눈살 찌푸려지는 말이나 언급이 있는데 또 앤지는 시녀이야기를 읽네. 참 옛날 책이었지. 그래서 그냥 읽는다. 인종차별적이고 성적인 농담. 내가 어디까지 견디고 볼 수 있을까. 켄지와 제나로의 로맨스는 예측된 거긴 한데 로맨스 보려고 읽는 건 아닌데 싶어서 잠깐씩 멈칫하는 중. 아무튼 최근작 유머코드가 후진지 아닌지 계속 읽어볼 생각이다.

아주 나중에 읽을 미스틱 리버는 지명 이름이구나.

부바가 매니와 존을 다시 기절시키고, 그와 넬슨과 트우미 형제가 차에 태워 찰스타운의 미스틱 리버 다리 아래 쓰레기 하치장으로 데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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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정지된 건지 묻는데 뭐가 그렇게 복잡한 거요?"
내가 따졌다. 그러고는 ‘그녀’가 컴퓨터라는 사실을 떠올렸고 또 내가 취했다는 사실도 기억해 냈다.
거실로 돌아왔을 때 앤지는 벌써 곯아떨어져 있었다. 천장을 올려다보고 있고 소설책 『시녀 이야기』가 갈빗대 아래로 미끄러져 팔 관절에 걸려 있었다. 내가 책을 빼내자, 그녀는 신음을 흘리며 돌아눕더니 베개를 끌어안고 턱을 처박았다.
100/413

"그래, 정서적인 차원이야. 물리적인 의미는 아니지만 알몸도 허용은 되지. ‘솔직’, ‘노출’, ‘고백’, ‘폭로’."
"‘폭로’라."
내가 되뇌었다.
"그래. 그게 2레벨의 분수령이야."
"3레벨에서는 뭐라고 부르는데요?"
앤지가 묻자 그가 속기를 뒤졌다.
"현현(顯現). 이제 이해가 가? 같은 거야. 4레벨에서는 ‘탈피,’ 5레벨은 ‘파벽,’ 6단계는 ‘진리.’"
"정말 종교적이군요."
내가 말했다.
"그래. 슬픔 치유사는 심리학을 가장한 종교를 팔고 있어."
"심리학도 본질적으로는 종교라고 할 수 있죠."
앤지가 말했다.
"맞아. 하지만 조직화된 종교는 아니잖아."
"심리학, 정신분석의 고위성직자들이 그 말에 동의할 것 같지는 않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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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는 한, 슬픔 치유사는 진리와 계시 교회의 모병단이야."
"벌써 관계까지 파헤친 거예요?"
앤지가 물었다.
"아직 신문에 낼 정도는 아냐. 하지만 같은 침대를 쓰는 건 분명해. 진리와 계시 교회가 보스턴에 있는 교회는 맞지?"

"12시간?"
그는 냉장고에서 프림을 꺼냈다.
"필요하다면 그 이상도 가능해. 디스켓엔 열아홉 시간이나 지속된 ‘집중 심문’ 사례도 들어 있더군."
"불법인가요?"
내가 물었다.
"경찰이라면 그렇지.

106/413

"아니,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냐. 그 자들은 고객의 정보를 축적하고 있어. 정서적, 정신적, 재정적 정보 모두. 한 개인에 대해 알아야 할 모든 것을 캐내는 거라고."
(중략)
"그럼, 고객의 주인이 되는 거지, 패트릭. 영원히."
(중략)
"뭐든. 다시 아내와 아이들이 있지만 호모섹스를 꿈꾸는 가상의 고객 얘기를 해보자. 이제 그는 ‘노출’에서 ‘고백’으로 넘어가. 기본적으로 다른 고객들과 직원 앞에서 추한 진실을 털어놨어. 그때부터는 일반적으로 낸터킷에 있는 치유원에 가게 돼. 그리고 벌거벗은 조개가 되어 5일 동안 다른 조개들과 함께 떠들고, 떠들고, 떠들고…… 물론 항상 ‘솔직’해야지. 치유원 직원들에 의해 통제되고 보호된 채 끊임없이 벌거벗어야 하는 거야.

108/413

슬픔 치유원이나 교회를 빠져나가려 하지만 그것도 불가능해. 그 자들이 은행기록과 비밀번호는 물론 온갖 비밀을 장악하고 있으니까."
109/413

"이건 슬픔 치유원에서 치료 받은 사람들 모두의 명단이야. 내가 교회의 회원명부를 구해 둘을 일치시킬 수만 있다면, 곧바로 퓰리처상이야."
"꿈도 야무지셔."
110/413

내가 중얼거렸다. 책장에는 기술서 몇 권과 르 카레 소설 몇 권, 그리고 제이가 좋아하는 초현실 작가들의 책들이 몇 권 들어 있었다. 보르헤스, 가브리엘 마르케스, 바르가스 요사, 그리고 코르타사르.
150/413

고글 너머의 활수한 미소에 짙은 눈썹.
*활수
171/413

주간(州間) 절도범으로......"
"주간 절도?"
"그래. 그 자들 고객들이 베이 주에 살고 있을 필요는없잖아. 디스켓에 노스이스트와 미드웨스트 출신 고객들의 파일까지 들어 있었어. 그러니까 기술적으로 말해서, 앤지는 주 경계선 너머의 정보를 훔친 셈이라고."
"그야 말로 끝내주는 선이로군요."
(중략)
디스켓의 정보와 직접 연관 있다고 판단될 경우, 슬픔치유사에 관한 어떤 기사도 출판할 수 없다는 내용이래."
(중략)
패트릭, 놈들은 시간을 벌자는 거야. 놈들의 목적이 바로 그거라고. 그리고 작전이 먹혀들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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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한테 메시지를 보낼 일이 있으면 그게 우리 암호다."
그가 말했다. 술에 취해 목소리가 걸쭉했다.
"뭐가요?"
"「페일세이프」."
(중략)
"아냐, 진담이야. 내가 무덤에서라도 너한테 메시지를 보낼 일이 생기면, 그게 암호야. 「페일세이프」."
그가 카우치 쿠션과 씨름하다가 간신히 일어나 앉았다.
"무덤에서의 메시지라. 맙소사, 진짠가 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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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죽은 후, 나와 가까웠던 바로 그 상대가 너한테 접근해 「페일세이프」 같은 말도 안 돼는 헛소리를 지껄이면, 그 인간을 완전히 아작내 버리라는 게 작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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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저 놈들이 나보다 오래 살 거야."
그의 말은 사실이었다. 이집트의 노예 귀신들이 주장하듯, 노동과 노동의 결과는 언제나 인간의 노고보다 오래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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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모로 보나, 어린 시절 이후 우리 사이를 채우고 있던 것은 그냥 특별한 관계 정도가 아니었다. 그건 신성한 관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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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버는 고개를 돌려 내게 윙크했다. 마치 샘 셰퍼드가 각색한 노엘 카워드의 연극 속에 갇힌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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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그저 자기만족을 원했을 뿐이야. 인종차별 같은 불의가 판치는 판에 크루거란드가 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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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면에서는 중미나 남미의 커피, 인도네시아와 마닐라의 의류, 극동의 과일, 중국의 싸구려 상품들이 전해질 때까지 그곳 사람들에게 어떤 참상이 벌어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못 본 척 한단 말이야. (시가를 깊이 빨아들이고 연기 사이로 나를 본다.) 사람들은 그 정부들이 어떻게 돌아가고, 반대자들을 어떻게 처리하고, 어떻게 중노동을 시키고, 미국 기업들의 이익을 위협하는 사람들을 어떻게 대하는지 잘 알고 있어. 그리고 모르는 척하지. 아니, 사실은 은근히 조장하는 측면도 있다네. 왜냐하면, 그들도 부드러운 셔츠를 입고, 커피를 마시고, 최고급 스니커즈를 신고, 과일 통조림과 설탕을 원하기 때문이야. 그리고 나 같은 사람들이 그들을 위해 그 일을 해주는 거야. 그 나라 정부를 꼬드겨, 노동 단가를 낮추고 대신 그 잉여분을 그 사람들한테 넘겨주는 거라고. 그래서 잘 먹고 잘 살지 않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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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대물 경연대회 때가 마지막이었어.”
오른쪽의 얼간이가 눈썹을 치켜뜨고 나를 보았다.
내가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옷을 입혀놓으면 잘 모르지. 까봐야 진가를 아는 법 아니겠소, 응?”
그가 고개를 한 번 끄덕이고는 자기 모습에 한이라도 맺힌 사람처럼 다시 어두운 창유리를 노려보기 시작했다.
대물(Big Dick) 경연대회의 실제 이름은 보스턴 탐정연합 주최 우수탐정 선발대회지만 이 바닥 사람들은 누구나 대물 경연대회라고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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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ㅋㅋㅋ 아 번역 잘한다. 우수탐정 선발대회를 왜 지하철 안에서 Big dick대회라고 말하는 거야. 진짜. ㅋㅋㅋㅋ 그러니까 사람들이 다 쳐다보지. 중의적으로 해석할만한 단어를 나라면 못찾았을 것 같다.


여러 소설 생각이 난다. 이게 몇년도 작품이었더라?

매사추세츠에서 능력 있는 사립탐정들이 독립 라이선스를 따내려면 라이선스가 있는 사립탐정과 함께 2500시간 이상 수사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 제이는 FBI 경력을 인정받아 요건은 1000시간뿐이었지만, 에버렛 햄린을 통해 조건을 충족한 지 오래다. 앤지는 나와 더불어 라이선스를 따냈다. 그리고 내 사수가 바로 제이 베커였다.
(중략)
내가 아는 한 이런 식으로 라이선스를 따낸 사람들은 모두 그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다. 에, 나를 제외한 모두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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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전문가가 뛰어들 경우, 들키지 않고 숨어 지내는 건 절대 불가능하다. 말 그대로 누구도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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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이유가 가장 중요하지. 요제프 멩겔레는 나한테 걸리지 않았다. 그랬다면 절대로 숨지 못했을 텐데. 그리고 내 어린 떠버리 달타냥이여, 그대가 내게 배운 이상, 이제 누구도 패트릭 켄지로부터 달아날 수 없으리로다."
(중략)
제이, 당신 말이 옳기를 빕니다. 자격이 있든 없든, 이제 나도 숨바꼭질의 술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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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 치유사가 진리와 계시 교회와 관련이 있을까?"
"가능성은 농후해."
그녀가 끄덕였다.
"사이비종교든 뭐든, 그런 집단이 얼굴마담으로 사업체를 내민 게 처음은 아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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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바가 미국에서 불법무기 사업을 하게 된 계기는 레바논의 인맥 덕분이었다. 지난 10년 동안은, 위조 신분증과 여권, 위조지폐와 유명 브랜드 짝퉁 명품, 완벽하게 위조된 신용카드, 면허증과 전문자격증 같은 보다 수지맞는 사업에 뛰어들기도 했다. 부바는 하버드 졸업식보다 짧은 시간에 하버드 대학 졸업장을 구해줄 수 있다. 그 자신도 창고 벽에 코넬 박사학위 증서를 걸어놓기도 했다. 물리학 박사. 세인트 바르톨로뮤 파로치알 고등학교를 3학년 때 중퇴한 친구치고는 꽤나 괜찮은 가방끈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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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나는 이 책의 말에 기본적으로 동의하거나 공감하고 있다. 다만 곁가지로 평행선을 그으며 드는 생각.
어제 감시 구속 통제 몰아가기가 PC의 얼굴을 하고 있다는 말에 깊게 공감했었는데 문득 취향도 올바름 쇼핑이 깃드는 걸 수도 있다는 생각이 잠깐 들었다. 내 취향과 생각도 많은 이념으로 때묻어있겠지. 눈치본 취향들. 책읽기엔 이제 겉멋없이 아무리 평이 좋아도 나 좋은 책만 읽는 게 어느정도 형성되긴 했지만 그 외의 것들에서 착하고 도덕적이고 좋은 사람이고 싶고 그렇게 보이고 싶어서 장착한 인스타 감성의 사회화된, 피씨를 잔뜩 처바른 취향이 있겠지. 독특한 게 아니라 결국은 똑같은 거 하고 있겠지. 이게 정답이냐 아니냐를 떠나서 갑갑하다. 슬프다.
대체로 지금은 맞는 게 내일도 맞는 건지는 다시 봐야 할 일인데 언피씨한 건 다 죽여버리는 건 문제가 있는 것 같다. 눈엣가시를 외면하면 될 일인데 눈엣가시가 커지면 내가 정의니까 밟아죽여야지, 하고 행동하는데에는 별 제약이 없다. 그리고는 곧 자가당착에 빠진다. 아 쟤가 없어지니 이번엔 내가 눈엣가시야? 그럼 기꺼이 나를 던져 죽어야 하는데 가만히 뒤지긴 싫어서 갑자기 온갖 의심이 시작되는 거다. 이게 전세계적인 트렌드라는 말에서 또 소름이 돋았고 그게 맞는 말 같았다. 그럼에도 나는 언피씨를 경멸하고 피씨를 지향하는 작가들이 좋다. 나도 그렇게 단호박같았으면 좋겠다. 신앙처럼 피씨를 붙들고 정말 아름다운 세상이 온다고 확신했으면 좋겠다. 누군가 디자인한대로 순응하고 순진하고 열정적이게 세상이 보였으면 좋겠다. 그리고 남들도 나같기를 바란다. 나보다 한술 더 뜨는 사람을 존경하고 배워서 흡수하고 싶다. 아름다움을 따라마시고 싶다. 지금처럼 가상의 음모론을 상상하고 그게 하나씩 들어맞는 걸 보는 게 아니라.
내가 공부할 때 자료들이 자꾸만 사라진다. 분명 나는 책만으로는 이해가 안가서 네이버와 유튜브를 참고해 공부를 했었다. 그 단순한 걸 말하는 의사들의 발언은 다음날이면 삭제돼 있고 그 기초적인 것을 가짜뉴스라고 했다. 그 기본을 무시하고 정치적으로 세상에 안내하는 의사들이 더 나쁜 거 아닌가. 나는 정치 쪽은 관심도 없었고 엄청 예측을 잘 하지도 않았고 생각도 못했지만 누구나 기초적으로 알아야 하는 책에 나오는 지식이 정치적으로 삭제되는 걸 보고 충격받았다. 나에겐 그게 미접종자라고 뒤통수를 팔꿈치로 후려치고 지나가는 사람들보다도(요즘 자주 당하는 린치인데 이거는 백신패스로 인한 미접 혐오를 가장한 여혐같다) 더 무서운 점이다. 나는 트럼프 계정이 블락됐을 때 트럼프 꼴 좋다고 할 게 아니라 블락한 기업의 의도를 의심했어야 했다. 나에게까지 억압이 찾아오기 전에 의심하고 거부했어야 했다.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이라도 더 큰 원칙으로 보호받기 위해서 그 사람을 응원해야 했는데 하지 않음을 후회한다. 이젠 내가 죽을 차례일지도 모른다. 모든 마녀사냥을 아프게 바라보고 있다. 그리고 아직도 트럼프를 블락했던 회사는 내게 내가 좋아하는 아이돌을 합성한 딥페이크 영상과 알페스 계정을 추천해준다. 그래서 잘 안 들어간다. 차라리 대놓고 하이브가 관리하는 위버스와 광고 위주로 추천해주는 인스타를 보는 것이 더 나은 것 같다.
알았니? 너때문에 알았어. 알페스와 비엘과 딥페이크를. 내 눈 돌려내. 미성년자 일탈계랑 이런 것들은 하나도 블락하지 않으면서.
이분이 가지고 있는 추진력이 멋져 알맹상점은 서울 갈 때마다 들러본다. 그렇지만 거기서도 느껴지는 어떤 한계가 있어 나는 가끔 주저앉는다. 취향이 모여 죄책감이 된다.




환경 근본주의자는 이렇게 반박한다. “재활용하고 태양광 패널을 집에 달고 SNS로 알리고 대안 물건을 산다고? 뭐가 그리 순진해. 노예제도가 노예 한 명 풀어줘서 없어진 것 같아? 근데 왜 환경문제에서만큼은 전적으로 개인적인 해결책과 착한 소비에만 기댈까?3 그래서 세상이 바뀔 것 같아? 80퍼센트 이상의 쓰레기가 가정이 아니라 건설 현장과 공장에서 나온다고! ”
28/210
3 시릴 디옹, 권지현 역, 『작은 행성을 위한 몇 가지 혁명』, 갈라파고스, 2019, 43쪽.
이거는 환경 근본주의자들뿐만 아니라 환경을 지킬 의지가 없는 사람들도 이렇게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런가하면 하나를 생각하다보면 당장 실천가능한 것 위주로 생각하기 어렵다. 점점 에프엠이 되가는 거다. 그래서 나역시 환경잡지 기자도 하고 머리도 비누로 감고 그때는 친환경제품이 별로 없었으니까. 그러다가 포기하고 탁 놔버린다. 지쳐서 제풀에 나가떨어진다. 막 시작한 제로웨이스터들은 자기에게 두는 기준이 매우 높을 때가 많다. 생리대를 사용할 때 죄책감을 느끼고 고기 먹고 죄책감 느끼고 패스트푸드 사먹어서 죽고 싶다고 한다. 나도 그랬는데 또 그렇게 되지 않으려고 애쓴다. 어차피 지구는 한번 망해봐야돼. 창문 열면 풍겨오는 쓰레기 냄새를 너희도 좀 맡아봐야돼. 나는 항상 눈에는 눈 생각. 이에는 이 생각중. 사람들은 누구나 입장을 바꾸지 않고는 도무지 모르니까. 니가 싼 거에, 술먹고 토한 거에 한번 자빠져 봐야된다고. 나는 어디에 누구에게 이렇게 분노하는 걸까.

나에게 플라스틱 프리는 플라스틱 없는 삶이나 지구를 구한다는 비장한 각오와는 좀 다르다. 내겐 플라스틱 덩어리인 노트북도 필요하고 안경테도 필요하다. 다만 비닐봉지나 일회용 컵·수저·빨대 등 일회용 플라스틱 없이는 살 수 있겠다 싶다.
26/210

사람들과 다보록다보록 모여
*다보록다보록, 처음본 단어. 예쁘다.

만듦새가 좋은 천연 소재의 플라스틱 프리 물건은 고루하게 들리던 정치적 올바름을 일상의 소확행이자 작은 사치로 승격시킨다. (2018년 CJ오쇼핑은 뽁뽁이를 종이 완충재로 바꿨는데 이용해 본 지인들은 선물 받는 기분이라며 만족감을 드려냈다.) 머리에 띠 두르고 팔뚝질하던 사회운동은 개개인의 취향이 스며든 라이프스타일로 승화한다.
26/210

개인에게 강요하는 방식은 햇빛을 모으는 돋보기처럼 그의 행동에만 초점을 맞춘 나머지 그를 태워 버린다. 오늘도 쓰레기를 이만큼이나 버렸어, 플라스틱 또 썼어… 이렇게 자신을 탓하게 만든다. 친환경 제품에 지갑을 여는 착한 소비도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특정 물건을 소비하는 건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
28/210

환경 근본주의자는 이렇게 반박한다. "재활용하고 태양광 패널을 집에 달고 SNS로 알리고 대안 물건을 산다고? 뭐가 그리 순진해. 노예제도가 노예 한 명 풀어줘서 없어진 것 같아? 근데 왜 환경문제에서만큼은 전적으로 개인적인 해결책과 착한 소비에만 기댈까?3 그래서 세상이 바뀔 것 같아? 80퍼센트 이상의 쓰레기가 가정이 아니라 건설 현장과 공장에서 나온다고! "
28/210
3 시릴 디옹, 권지현 역, 『작은 행성을 위한 몇 가지 혁명』, 갈라파고스, 2019, 4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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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쟝쟝 2022-02-08 15: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나는 어디에 누구에게 이렇게 분노하는 걸까. 먹먹하게 가슴을 치는 마지막 문장이네요. 입장이 딱 떨어지고 생각한대로 행동을 바꾸는 사람들이 언제나 대단해요. 저도 했다가 포기하고 했다가 포기하는 자주 결심하고 자주 포기하는 환경걱정자(?)입니다.

Persona 2022-02-08 15:44   좋아요 1 | URL
완벽할 필요는 없는데 어느순간 옆사람들에게 강요하는 거처럼까지 돼버리기도 하더라고요. 스스로에게도 남에게는 더더욱 냅두면 좋을텐데 싶기도 하고요. 자주 포기하고 자주 또 의지를 다지고 하는 거죠. 그런데도 실천할 땐 마치 여태 실패 한번 안 해본 사람처럼 구는 제가 제일 싫으네요. ㅋㅋㅋ 그래도 오늘은 좀 낫겄지, 하면서 파이팅입니다.
 

비록 일본이야기만 고사 정도만 아는 나에겐 좀 신기하다.
지진제, 상량식….
그나저나 새로 책 꺼내지 말고 일단 몇권은 끝냈으면 좋겠는데.

사고물건은 사전고지를 하는 것이 일본 법이기도 하지만, 부모에게 물려받은 집도 가게를 겸하는 것이 아니면+형편이 되면 신축을 하는 문화도 흔한 것 같다. 상속하는데 돈이 많이 들기 때문에 유족이 들어가 사는 경우보단 팔리는 것이 흔한 것 같고. 자살이나 사건 때문이 아니라 나이들어 병사, 자연사 하는 경우에도 단독주택은 그냥 새로 밀어버리곤 하는 거 같고.
지진때문에 집 자체에 원목이 많이 들어가는 구조라 그런 걸까 싶기도 하고. 지진이나 쓰나미 때문에 또 새로 짓는 경우도 있기야 하겠다.
그러고 보니 동일본 대지진 이후 후쿠시마 출신이 홈리스에 많은 비율이라는 이야기도 들은 것 같다. 우리만큼은 아니어도 일본도 꿈을 가지고 도쿄로 와서 사회생활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다 일자리를 잃으면 집세는 비싸고 고향 땅 집 팔아가지고 도쿄로 온 거라 어떻게든 도쿄에서 견뎌야 하는데 운이 나쁘면 집이 날아가고(아무래도 월세가 많으니까), 일본은 주소가 안정적이지 않으면 또 취직이 안된다. 나도 불합격 사유가 다른 거였겠지만, 주소가 불안해서 ㅋㅋㅋ 였다. 외국인인데도;; 아니 입사하면 거기서 하숙하게 될 거라고 그쪽 주소 불러준 건 회산데도 ㅋㅋㅋㅋ 그냥 이유를 갖다 붙인 거겠지만 우리 나라라면 그런 말 안할 거 같아서 인상깊었다. 그래서 주소 불안 상태로 무직으로 있다가 우에노역으로 가는 거…. 후지산 폭발하면 어떻게 되는 거야. 이런 생각하니 일본 무섭다. 나는 고층에서 사는데 여기서 지진나면 끝장인 거 같고.
아무튼 그러한 이유로 집짓기 관련 책이 많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한데 이렇게 번역서도 많으니 이거는 좋다.

다 떠나서 일단 안전한 곳에서 살고 싶다. 나도 마루가 있고 장지문이 있는 집에서 사는 것이 좋지만 어릴 적 외할아버지댁에서 있다 보면, 담이 있으면 들여다보고 싶은지 남의집 담을 넘어 들여다보는 사람 꼭 있고, 한옥집 문을 열고 들어오는 사람이 있다. 저층 아파트나 빌라에서는 내가 들어가서 몇번째 복도 불까지 켜지는지 확인하고 가족을 파악하는 사람이 있고, 허름한 친구 자취방에 숨어있으면 기어이 힘주어 그집 문고리를 부수고 들어오는 사람이 있었다. 대체로 많은 범죄 전문가들이 여름에도 창문을 열고 생활하지 말라고 하고(에어컨 없는데), 도어락은 위험하다고 하면서 문 앞에 씨씨티비를 꼭 설치하라고 한다. 한때는 엘리베이터를 타면 따라 타는 사람 있을까봐 서둘러 닫힘 버튼 누르게 됐고, 같이 탄 사람이 먼저 층을 누를 때까지 의심을 못 풀고 내 층 못 누를 때도 한때 있었다. 거짓으로 층을 누르고 나머지 층을 오르거나 내린다. 그리고 지금도 1층을 안 눌러 자기가 탄 엘리베이터가 우리집까지 올라온다거나 닫힘 버튼 안 누르고 있는 층에 도착하면 나는 우리집쪽으로 안 가고 가만히 정 중앙에 서 있는다. 엘리베이터가 닫힐 때까지.
이따금 정기적으로 아파트 외벽 칠하시는 분들이 밖에서 내려오면 나는 그분들이 내가 있는 층을 지날 때까지 숨어있는다. 마주치기가 그냥 좀 그렇다. 배달은 시키지 않는다. 처음 이 집에 이사올 때에도 밖에서 한솥이나 짜장면을 포장해왔었다. 근데 사실 의미가 없다. 늘 외출하면 옆집에서 시킨 택배 옆집 배달 음식 때문에 배달 택배 하시는 분들이랑 늘 만난다. 그래도 요즘엔 이상한 사람들 없고 다 좋은 분이고 다들 열심히 사시고 친절한 분들이시다. 그래도 나는 배달과 택배를 되도록 안 시키려고 한다.

가족의 연대 의식은 어떻게 만드는가

넓은 공유 공간을 만들어야 합니다.
가족이 제각각 다른 일을 할 때도 함께있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듭니다. 부엌을중심으로 다이닝룸과 거실을 같은 공간에 두면 하나의 넓은 공유 공간을 갖게 됩니다. - P15

마음가짐 7평면이 아닌 입체로 생각하라

가로X세로의 m²가 아닌,
가로X세로X높이의 m³의 사고방식으로

주택 건축의 기본은 ‘2‘보다 ‘3‘
(중략)
높이도 고려해야 합니다. - P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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