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좋아하는 마음이 우릴 구할 거야 - 그것이 덕질의 즐거움! 자기만의 방 시리즈
정지혜 지음, 애슝 그림 / 휴머니스트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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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마음도 소중한 건데. 그런데 나도 사실 되게 악담, 악평, 비난을 종종 입에 올린다. 욕은 뭐 맨날 하고.
그게 블로그 글이나 인스타나 서평일 경우 좀더 계속해서 고치기는 하는데 도저히 좋은 말이 안 나오면 그냥 삭제하거나 비공개로 하고, 그가 잘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했던 말이거나 판매자나 작가보다도 구매자나 독자를 더 위하는 마음이 크면 그냥 질러버린다.
블로그엔 제목과 작가이름, 책 링크가 없는 악평들이 난무한다. 다 이웃공개다.
상처받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나는 어떤 특정 말이나 행동에 급발진 하는 것으로, 책을 쓴 작가 자체를 혐오한 적은 나나 내게 소중한 사람에게 직접적인 가해를 했을 뿐이다. 굳이 변명하자면.
다 됐고 일단 미안하다.
이런 생각 가져놓고도 또 그런 글들 쓸 것 같긴 하지만.
아무튼 미안합니다.

사람들에게 나를 내보이지 않으면 된다. 상처받지 않으려면. 그래서 나는 끊임없이 이름을 지우고 눈에 띄지 않게 생활하고 연락처를 연동하기 보다는 쌩판 모르는 사람과 쌩판 모르는 아이디로 시작하곤 하는 거 같다. 근데 작가님 말씀대로 하고자 한 게 있으면 또 나를 위험에 노출 시키는 일을 기꺼이 감수해야 할 문제 같기도 하고. 그런데 여전히 위험하고 싶지 않다.
사업하라는 말이 끔찍하기 들리는 것도 그런 거였다. 공부 하지도 않으면서 공무원하겠다고 깝죽댄 것도 내가 드러나지 않는 것, 쭈그리로 사는 것을 선호해서 인 것 같다.

(안그래도 오늘 있었던 여러가지 남과 남의 기분을 해한 사람들을 목격한 이야기는 생략하고 넣어두겠다. 휴대폰에서 바로 쓰다보니 자꾸 오타와 함께 여과없이 날것들이 튀어나온다.)
미워하고 남을 해하는데 왜 그리 많은 에너지를 써야하는 건지 답답하다.

나도 평가질이란 칼날에 상담이나 장사같은 면대면 업무가 늘 두려웠기도 해서 공감됐고.

사적인서점은 예약제였고 큐레이팅 해주는 곳이었고, 큐레이팅이 나에겐 필요하지 않아서 이용하지 않았다. 안 필요하고 그런 시스템이 싫으면 안 가면 된다. 왜 예외로 뭘 요구하고 비난하고 했을까? 그냥 바로드림과 온라인 택배와 택배 가능한 헌책방까지 있는데. 왜 시스템 자체를 부정하는 비난글이 서점 운영자에게까지 가 닿아야했을까.

왠지 글 구독 서비스 하시는 분들도 같은 걸 겪을 것 같다. 이런 글 별로였다 즉각적인 반응이나 다음엔 어느 시간에 보내달라는 요구부터 이런저런거 묻는 메일이랄지.
나는 문보영 시인의 구독서비스를 이용한 적이 있는데 읽을 때마다 감탄해서 감동의 도가니라고 이런 저런 개소리를 많이 보냈던 것 같다. 두서없는 칭찬글이지만 이래서 좋았다는 것도 이래서 나빴다는 악플 만큼 작가에게 부담일 수 있을 것 같아 자제하려고는 노력했는데 두어번 정도 주체를 못하고 시인님 너무 좋아요. 엉엉. 했다. 좋아하기만 하자. 좀더 점잖게 살자.

꿈을 이룬 사람들은 모두 반짝거리기만 해서 그게 전부인 줄 알았습니다. 꿈을 이루면 행복해질 거라고, 그러니까 열심히 하라고만 배웠지, 꿈을 이룬 뒤 마주하게 될 현실에 대해서는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어요. 모순된 마음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몰라 쩔쩔매는 동안 시간은 계속 흘러갔습니다. 불행이 행복을 앞지를 즈음, 결국 저는 하던 일을 멈추고 잠시 쉬어가기로 했습니다.
20/160 - P20

좋아하는 마음이 너무 과해서 크게 체하고 난 뒤부터는 삶이 전복되지 않도록 마음의 용량을 여러 갈래로 나누고 있습니다.

42/160 - P42

올리브는 생이 그녀가 ‘큰 기쁨‘과 ‘작은 기쁨‘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에 달려 있다고 생각했다. 큰 기쁨은 결혼이나 아이처럼 인생이라는 바다에서 삶을 지탱하게 해주는 일이지만 여기에는 위험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해류가 있다. 바로 그 때문에 작은 기쁨도 필요한 것이다. 브래들리스의 친절한 점원이나, 내 커피 취향을 알고 있는 던킨 도너츠의 여종업원처럼.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올리브 키터리지』(권상미 역, 문학동네, 2010)
「작은 기쁨」 124p 중에서
42/160 - P42

그들은 돌려받지 못하는 제 사랑을 탓하며 덕질에 쓸 시간과 돈으로 주변 사람들이나 더 챙기라고 꾸짖듯 말합니다. 사람들은 제가 부질없는 사랑을 한다고 말하지만 저는 이미 차고 넘치게 돌려받고 있습니다. 제가 느끼고 있는 이 선명한 행복이 사랑의 대가가 아니면 대체 뭘까요?
50/160 - P50

고집 세고 편협한 우리를 이토록 쉽게 설득할 수 있는 건 오직 사랑뿐일 거예요.
85/160 - P85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 일에는 우열을 나누거나 등급을 매길 수 없지요. 하지만 책이나 음악, 그림 같은 예술 분야에서만큼은 완성도 높은 작품을 알아보는 안목과 그것을 즐기기 위한 감수성이 필요합니다. 그런 능력은 누구에게나 있는 것은 아니지요. 자라온 환경에 따라, 일정 수준의 학습을 통해 길러지는 감각이기 때문입니다. 그 점에서 저는 늘 자신이 없었어요. 책을 고르는 내 안목이 형편없는 게 아닐까, 신경이 쓰였습니다. 그런 고민들로 마음이 어지러울 때, 사적인서점 옆에서 작업실을 썼던 선아 님이 이런 얘기를 해주었습니다.
"가끔 자기 취향을 드러내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남과 비교해 우위를 차지해야 하는 사람들이 있더라고요. 난 이 책 별로. 이 작가는 구려서 싫어. 내 취향은 남다르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서 다른 사람의 취향을 깎아내리는 사람들 말이에요. 좋아하는 것만으로도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취향을 갖고 있는지 얘기할 수 있어요. 그러니까 우리, 싫어하는 것 말고 좋아하는 것으로 나를 얘기하는 사람이 돼요."
99/160 - P99

상처를 받지 않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한 사람의 독자로서 재밌게 책을 읽고 거기에서 그치면 됩니다. 사람들에게 나를 내보이지 않으면 돼요. - P109

당장이라도 일을 그만두지 않으면 내가 죽을 것 같았다고, 금방 다시 열 거니까 이건 닫는 게 아니라 쉬어가는 거라고, 그땐 그 방법밖에 없었다고 생각하면서도 실은 내가 모든 걸 내팽개치고 도망친 게 아닐까 하는 의문을 마음 한구석에서 지울 수 없었습니다. 백석의 시가 제게 물었습니다. 잠시 뒤에 고개를 들 수 있을 때까지 자신을 믿고 기다려줄 수는 없었던 거냐고. - P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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