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판에 이름을 새겨준다는 말을 듣고 신청했었고 그래서 이메일로 보내주시는 글을 보고도 또 이렇게 종이책을 사고 말았다. 이름을 신청할 필요도 없었을텐데 괜한 흔적을 남겼구나 싶다. 내 이름이 있으나 없으나 상관이 없었을 것이니까.
책 앞뒤로 러키 시스터스 목록에는 심하게는 (9)가 붙은 이름도 있다. 동명이 그렇게 많다는 뜻이구나. 내 옆에도 숫자가 붙어있다. 내 이름도 나는 나와 동명인 사람과 친분이 있던 적이 여태 한번도 없었지만 어디에서나 A나 B가 붙고는 했다. 화실에서도 A다.
다양한 언니들에게 다양한 여성들이 편지를 쓴다. 언니나 동생에게 편지 받는 기분으로 매주 이 언니단의 편지를 받았었다. 어떤 날은 감동받고 마음이 따뜻해졌는데 또 어떤 날은 연대고 뭐고 너무 지쳤다.
나는 여성이라는 것이 꼭 종교같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요즘 유튜브에는 특정 종교에 관해서 내 알고리즘으로 뜨는데 그 종교 같다. 태어난 것 만으로 이런 걸 감수해야 하는 것이다. 물론 영문학을 공부하면서 남성들이 남성이라는 이유만으로 겪는 다른 불편을 목격한 적도 있다. 하나도 안 궁금한 한 코미디언 커플이라는 짜증난 경상도 여성과 답답한 충청도 남성의 부부 영상에는 늘 지겹도록 싸움을 조장하는 댓글이 달린다. 이럴 땐 그냥 내가 무성이면 좋겠다. 오죽하면 포스트 크로싱을 할 때 나는 한동안 내 성별을 it으로 해두었다. he/she/it/they중에 고를 수 있다는 게 너무 좋았다. 어차피 내게 보내줄 익명의 엽서는 나를 You나 D. 라고 할 뿐일테니까 사실 그들이 나를 뭐라고 알든 상관이 없지 않나 싶다. 나는 내가 you이거나 I인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그래서 나는 내가 여성인 게 싫다. 언니나 누나라는 호칭이 낯설고 부담스러우며, 가끔 주류에 편승하고 여성이라는 젠더는 지워버리고 싶다. 그래서 그냥 it이 되기로 했다. 왠지 이 책도 열어보기가 겁이 난다. 편지를 읽고 착잡했던 순간이 많았고 나는 역시나 연대가 겁이 났기 때문이다. 왜 우리가 연결돼 있어야만 하는 걸까. 그런데도 난 언니단 신청을 했었다. 그리고 응원도 받은 거 같다. 그러니깐 언니들이란 두려운 연대이면서도 따뜻한 응원이다. 겁이나더라도 서로가 서로의 진실에 증인인 게 혼자인 것 보다 나을지도 모르겠다.

사고 나니 종이책으로 안 사기로 했는데… 그런 생각이 또 들고 가책이 생긴다. 읽은 책을 어서 팔아야겠는데 안 읽은 건 팔 수 없고 읽고 정이 든 것 역시 팔기 어렵다. 불 나면 내가 제일 먼저 타 죽을 것이다. 그 생각도 너무 자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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