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어떤 책으로 기록해야 할지 의아한데 내 책은 흰글씨 쪽이었다. 내내 기분이 나쁘다가 너무 말랑뽀송환하게 끝나는 거 아니야?

이 기분으로 공부해야지!
그냥 누군가 내 그림을 보고 이런 글을 써준다면, 혹은 그 반대. 내가 누군가의 그림을 보고 이런 글을 쓸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진심으로. 물론 이 책에 나오는 동판화가 기시다 미치오는 가상의 인물이겠지만.
그림그리는 걸 좋아하지만 살면서 감동받은 그림은 정작 많지가 않다. 우리 집에는 아빠가 화가 친구에게서 사온 공포에 쩐 고독하고 두려운 남자가 절규하는 동판화가 있는데 사실 잘 들여다 보지 않는다. 내겐 좀 괴롭고 무서운 그림이었다. 내가 그린 그림 대부분도 잘 들여다 보진 않는데 보관의 어려움으로 식탁에 올려둔 기린그림은 밥먹으면서 보긴 한다. 얘는 뭔가 이상한 기분이 잘 들지 않아서 뒤집어 놓지 않았다. 나는 꽃그림이나 사람그림을 걸어두면 가끔 소름이 끼쳐서 진짜 그러고 보면 그림 소비(?)도 잘 하지 않는 편이긴 하다. 반면 기린은 맹하고 (해)맑은 친구다. 그림을 본 화실 선생님은 고민인형 아니냐고 했다. 다 들어줄 거 같다고. 그런데 난 인형이든 그림이든 말 거는 짓은 안한다. ㅋㅋㅋ 이거 얼른 김장비닐 사다가 넣어서 저 위에 안 보이는데다가 넣어야 하는데. 솔직히 화판에 부피감 있게 작품 나오는 게 난 힘들고 부담스럽다. ㅠㅠ 연습작인데 방탄 씨디 앨범보다 크면 곤란한데. 자꾸 내 그림이 선이 강한 게 어울릴 거 같다, 우키요에 스타일로 그려보면 어떠냐는 말을 종종 들어서 이책에 일본화 언급 있을 때마다 나도 강한 선으로 먹선을 그려볼까 하는 딴 생각을 종종 했다. 근데 일본화도 선 강하지 않은 거 있는데. 소재가 비슷하면 솔직히 난 중국화 한국화 일본화 구별 못한다. 한국화 재료 자체도 여우표(지금은 없어졌지만)라든가 일본화 재료도 꽤 많고. 물론 나는 지금 알파를 쓰고 있지만 쿠레타케 안채도 궁금하긴 해서.

암튼 재미있었다.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도 읽어봐야 할 듯.



다음은 북클럽이 남긴 글 일부.

완독한 일본 원서는 얼마 안되는데 그 몇 안되는 책 중 하나가 되었네요. 신나요!
처음엔 좀 음침하고 으스스하게 보았는데 마지막에 너무 뽀송하고 햇볕으로 소독되는 기분이 되게 좋았어요!
이책 읽는 초기에 커피점 탈레랑 어쩌구 하는 시리즈 읽는 중이었는데 어학원이 데마치야나기 역 근처여서 찾아보며 읽기 좋았고요. 이야기들 배경이 오노미치에서 시작해서 오노미치로 끝나잖아요? 마치 도시 이름이 주는 느낌 때문에 우로보로스 같은 그런 느낌도 있었고요. 양면적인 두 세계가 끊임없이 독립적으로 연결돼 있으면서 동시에 연결돼 있는 이미지랑도 잘 맞는 거 같아요. 좀 억지일까요?

이야기 내내 기시다 미치오 그림이 궁금했어요. 가상의 그림이겠지만 저는 얼굴없는 여성과 집 그림 보다도 야행에서는 심하게 우는 얇은 종이가 떠올랐거든요. 서광은 두툼한 종이가 떠오르면서요. 종이가 찍히려면 적당히 얇은 종이여야 할 거 같은데 말이죠. 그러다가 또 이런저런 기법과 표현에 관한 상상을 하기도 했어요. 초등학교 때 동판화 해본 것도 떠오르고 굉장히 그림이 다채로워질 것 같단 생각도 들고. 아무튼 직접 보고 싶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리곤 마치 기시다 미치오의 작품 세계에 관한 글 아닐까 하는 착각도 들었고요. 누군가가 누군가의 그림과 그의 작품세계에 대해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풀 수 있다면 얼마나 멋질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사실 결말을 어느정도 알고 읽기 시작했지만 결말을 풀어가는 드라마틱한 느낌은 모르고 있었기에 그부분이 저에겐 나름의 반전이었네요. 무대가 돌아가는 세트장이 떠오르면서 연극적이라고 느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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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7-10 14: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페르소나님 반갑! 잘지내셨나요 저도 분명 야행 읽었는데 기억이 가물 ㅎ 건강 잘 챙기기 ♡

Persona 2021-07-10 15:08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장자지몽같고 평행우주론 같은게 읽고나니 저도 몽롱합니다 ㅋㅋ 그래도 밝은 느낌. 어두워도 저 너머에 서광이 있으리라 생각하는 그런 기분이 어쩐지 평온해지는 책이었습니당 ㅋㅋ 스캇님도 건강하시고 늘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