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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던 독서노트 어플에선 못 찾겠다;;

이 책 다시 찍을 땐 ‘공생가설’에서 등장하는 류드밀라 마르코프가 류드밀라 마르코바로 나오면 좋겠단 생각이 살짝 든다. 여자이름이니까 성도 여성형으로… 근데 이것도 세계관일까? 여성 이름에서도 여성형 안 쓰는 세상이 설정인 거면 마르코프가 좋은 거 같기도.



작가가 청각장애를 가지고 있어서인지 단편에서 장애인이 나올 때는 거의 청각장애로 나오는 거 같다. 이 단편 처음 읽을 때 장애인 뽑았다고 논란의 여지가 나오는데

‘재경은 전정기관 이상 외에는 큰 건강 문제도 없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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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분을 보니까 뭐랄까, 이런 일이 없다고는 할 수가 없어서 뭔가 더 공감이 갔다고 해야하나. 그 장애나 질환을 가져 보지 않은 사람들이 ‘아프다’고 표현하는 거. 참 밥맛 떨어지는 일인데;; 그런 일들이 조로록 떠오른다. ‘아플’사람이라 배제하는 거.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당사자성에 대해서는 까도까도 할 말이 많다.

작가의 장애 역시 다른 능력을 의심받을 정도로 독자로서 나는 크게 받아들인 적이 없는데, 한쪽 귀에 문제가 생기거나 한쪽 눈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는 나도 많이 보아왔기도 하고 남은 걸로 살수가 있어서 사실 그 인터뷰 보고도 금방 잊어버렸었다. 그런데 이렇게 다시 나올 때마다 내 질환이나 장애로 열등인간 취급하고 공정성에 의심하는 무리들을 보면… 예, 중요한 대목도 아닌데 빡이 칩니다.
대한민국 서른 이상의 성인 7-8명중 한명이 당뇨거나 당뇨임을 스스로 부정하는 사람인데, 근데 당뇨라고 입사 못 시켜준다는 말을 한 세번 들었습니다. 그냥 나이 많고 여자라 곧 시집가면 손해다 그렇게 말하세요. 그게 덜 황당함. 기저질환자나 장애가 있는 사람들은 ‘아픈’게 아니고 그걸 안경 쓰는 거 틀니 끼는 거 가발 쓰는 거 그런 생활처럼 일상으로 당면하는 거라 별로 특별하고 대단하게 엄살 부릴 게 아닌데, 왜 지레 그걸로 일 못시킨다는 거야. 못할 거 같음 지원을 안 했지. 말초신경에 문제 생겨서 복합부위통증증후군 같다고 할 때도 공장일 했어. 통증은 늘 있는 거라 딱히 어느 시점부터 언제까지 아프다 할 수 없었고 그래서 비명도 못 지르고. 울면서 일했다고. 근데 ‘아프’지 않다는데 왜 일을 못 시켜. 병력 조사하고 낙인찍고. 싫어요 그런거. 내가 안 아픈데 왜 자격미달이랴.

실력 ‘보정’이라니… 참… 참담하다.


‘어떤 사람들은 재경이 인류를 대표하기에 불충분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동시에 어떤 사람들은 재경이 인류의 소외된 사람들을 대표하여 우주로 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재경은 과소대표되면서 동시에 과대대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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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긴 대표는 총대 메고 싶은 사람들이 하는 거지 대표성을 갖는 사람이 하는 게 아니라. 실험적으론 랜덤으로 표본 뽑는 거고. 근데, 모집단이라 해서 표본집단들의 대표성을 의심할 자격은 있는 거냐고ㅠㅠ 동양인, 여성, 비혼모가 하자품이냐고요. 진짜 이 책은 내내 신기하다. 최첨단 시대에서도 어떻게 사람들 수준은 달라지는 게 없는 세계관들 뿐이야.

필요이상으로 열내고 있음;;

항공우주국이 제안한 새로운 방식은, 기존의 생명체가 아니라 변형된 생명체를 터널 너머로 보낸다는 발상이었다.

판트로피, 우주의 극한 환경에 맞추어 생명체를 개조한다는 아이디어는 지금껏 소설 속 상상으로만 존재했을 뿐 실행된 적이 없었다. 지구를 떠나 다른 세계에 적응하여 살았던 세대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초의 판트로피, 훗날 사이보그 그라인딩이라는 정식 명칭이 붙은 이 프로젝트는 인간을 우주 거주구에 적응하게 만들거나 다른 행성에서 살아가기 위해서가 아니라, 인간을 우주의 저편으로 보내기 위해서 가동되었다.
—‘나의 우주 영웅에 관하여’,235/275 쪽

재경은 전정기관 이상 외에는 큰 건강 문제도 없었고 국제 미션 수행에 필요한 언어들을 유창하게 구사했다. 심지어…(중략)… 그러나 사람들이 생각하는 완벽한, 표준적인 우주비행사의 모습에 재경은 잘 들어맞지 않았다.

발표 이후에 한 관계자의 익명 인터뷰에서 ‘성별과 인종 쿼터를 신경쓸 수밖에 없었다’라는 답변이 나오면서 논란은 더욱 거세졌다. 재경의 자격에 대한 의심과 비난이 이어지자 항공우주국은 훈련 과정에서 재경이 탁월한 실력을 보였다는 서류들을 일부 공개했다. 온라인에서는 재경이 정말로 실력이 있는 것이 맞는지, 훈련 과정들에서 그녀의 실력에 대한 ‘보정’이 작용했던 것은 아닌지 논의하는 글들이 다국적의 언어로 게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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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들은 재경이 인류를 대표하기에 불충분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동시에 어떤 사람들은 재경이 인류의 소외된 사람들을 대표하여 우주로 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재경은 과소대표되면서 동시에 과대대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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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구하고 천착하는 사람들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무엇을 이해해보려는 이야기를 좋아한다. 언젠가 우리는 지금과 다른 모습으로 다른 세계에서 살아가게 되겠지만, 그렇게 먼 미래에도 누군가는 외롭고 고독하며 닿기를 갈망할 것이다. 어디서 어느 시대를 살아가든 서로를 이해하려는 일을 포기하지 않고 싶다. 앞으로 소설을 계속 써나가며 그 이해의 단편들을, 맞부딪히는 존재들이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를 찾아보려고 한다.

-작가의 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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