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일곱 해의 마지막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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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쉬
늘 비어있다가 내가 대출하면 꼭 예약 걸려서 숨도 못 쉬고 책 읽고 체하게 되는 이런 상황.

에피소드 중에 백석이 겪는(겪었을) 어떤 상황이 백석의 싯구와 버무려져 나오는 장면들은 상당히 안 섞여서 만약 평점을 나쁘게 주는 사람이 있다면 이 부분이 어색하다고 해야할까? 아직 간이 속까지 배지 않은 오이소박이 같아서 좀 눈에 걸려서 좋게 못 읽었노라고 할 거 같다. 그런데 이게 못 써서가 아니라 백석 특유의 문체와 김연수 특유의 문체가 다르기 때문인 거 같다. 너무나 오랜 시간적 거리도 있고. 그렇지만 김연수작가님도 글을 잘 쓰는 사람이고 시인이자 소설가이기에 그런 부분 외의 부분은 상당히 좋았어서 어디부터 어디까지 밑줄을 쳐야하나 고민하게 만든다. 단어들도 하나하나 신중하게 선택한듯한 단어들. 물론 나는 아직도 여전히 바이러스 대신 ‘비루스’ 비슷하게 쓰는 게 맞는 거 같다. 우리 나라를 둘러싼 나라중에 바이러스를 바이러스라고 말하는 나라는 우리 뿐이라 어색하게 느껴졌다. 러시아어 표기는 출판사마다 다르니 병기해주는 건 좋았다. 그루파 이런 건 러시아어 몰라도 의미 유추 가능하니깐 병기할 필요는 내 보기에도 없어보였음. 근데 문학동네 식이라면 꺼삐딴 리도 카피탄으로 표기할 거 같단 생각은 들었다. ㅎㅎㅎ

그리고 혜산시의 삼수갑산 내용이 나와 너무나 반가웠다. 험지고 유배지였으나 우리 외할아버지 말씀 들어보면 그다지 각박한 곳은 아니었다는데. 소들을 아침에 백두산 고원에 풀어놓고 저녁에 데리고 들어가는데 소들이 자기 주인 다 알아서 따라간다는 말과 무스탕 입은 사람들 보면 삼수갑산에선 가죽은 집 없는 거지들이 뒤집어 쓰고 다니는 거라고 하셨던 말씀이 생각난다. 그리고 내가 오징어 순대 아바이 순대 좋아하는 거 보시고는 아바이가 할아버지란 뜻인 거는 아냐고 하시던 거. 그리고 새터민 선배들이 영어 공부에 어려움 느끼던 거, 정권이 바뀌고 신변보장 안 될까봐 두려워하던 거, 의외로 새터민 중에는 보수가 많았던 거, 그런 것도 생각난다. 그거 보면서 이념이 다르면 확실히 북에서 살 수 없겠구나 생각했다.

문학에 주체나 사상이나 그런 것들을 넣으면 계도는 될지 모르겠지만 후져지는 작품들을 여러번 봐 왔기에 나는 예술이 사회참여적어야 한다 현실을 반영해야한다 일견 맞는 말이고 또 그럴 수밖에 없고 다 좋은 말이지만 예술가가 예술성을 포기하지 않으면서 사회참여적이려면 대박 거물급, 세기의 천재, 대문호여야 거부감이 생기지 않는 걸까, 뭐 그런 생각이 자꾸 든다. 그리고 남의 사생활 참여(침해)적이기도 참 쉬운 거 같다. 지켜야 할 선이라는 게 독자인 나로서도 너무 자주 헷갈리고. 어쨌든 일단 예술성이나 지키고 현실을 불편하게 만들든 말든 하는 거지 글도 못 쓰는데 예민미 쩔면 난 잘 못 읽겠음. 근데 매번 총회하고 자아비판하고 자백위원회와 고발로 대체 뭘 지적하는건지 아 읽는 내내 고구마였다.
월북하여 숙청/좌천만 되고 쓰는 삶을 살 수 없었던 작가들이 안타까웠다. 구인회 회원님들 다들 월북 안하시고 참전후 무사히 살아돌아오셨다면 서울에서 천변 풍경 바라보고 무과수 제과 앞에서 제비다방 추억하며 학림다방 빵모자 할아버지들과 계동 소풍 다니시지 않으셨을까. 마음껏 쓰고 태우고 쓰고 태우는 삶이라니 너무 절망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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