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오는 날의 생일 이와사키 치히로 그림책 1
이와사키 치히로 지음, 엄혜숙 옮김, 다케이치 야소오 기획 / 미디어창비 / 2018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길게 쓴 게 다 날아갔다.
톳토짱 읽기 전에도 이와사키 치히로 그림은 알고 있었다. 그림에 취미를 갖기 시작하면서는 이렇게 그려보고도 싶었다. 수채화가 어떤 면에선 먹을 쓴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많은데 그 느낌이 좋았다. 여백이 많고 많은 붓질을 하지 않아도 맑고 자유분방한 색의 덩어리들이 형태와 그림자와 투명함을 만들어내는 그의 그림이 마법같다. (아, 나는 ‘그녀’라는 호칭을 좋아하지 않는다. 외국어 같고 오글거린다. 그냥 지시대명사로만 쓰겠다. ‘그’역시 남자란 뜻 대신 이, 그, 저로 ‘것’을 빼 어느 인간을 지칭하는 말로 쓰는 중이다. )
그런데 그렇게 좋아한다 해놓고도 그림책은 본 적이 없었다. 근데 이건 내 잘못만은 아니다. 창가의 토토 말고 이와사키 치히로의 그림을 공식적으로 볼 수 있는 책도 사실 별로 없었다.

일본국제교류기금 서울 문화 센터가 학교 앞에 있을 때 수업이 일찍 끝나 저녁 여섯시까지 시간이 나면 자주 가서 공부책도 보고 일서도 보았다. 그전까지 나는 퍽 일본을 좋아하지 않았는데 히라가나가 눈에 보이고 읽을 수 있게 되면서 갑자기 일본학 수업을 듣고 JLPT를 공부했다. 왠지 언제든 다시 일본이 싫어질 수도 있으니 그 전에 뭔가 많이 해놓고 싶었다. 실제로 아라시가 방탄에 대해 망언을 하고 과하게 의식하고 하는 걸 보면서 아라시에 대한 마음도 접고 한두달 동안 일서 책도 안 만졌다. 요즘 다시 일서책 보는 계기도 바로 이와사키 치히로 때문이었다. 하여튼 그 때는 잠깐 시기가 좋았다. 북오프가 있고 일본국제교류기금 서울문화센터가 커피빈 위층에 있었다. 거기다 교보문고 광화문점에도 광역버스가 폐선되기 전이라 엄청 가기 편했다. ㅠㅠ

아무튼 그 국제교류기금에서 가을에 이와사키 치히로 온라인전을 했었다. 너무 신이 났다. 실제로 보면 좋았겠지만 이야기 없이 그림만 바라보고 있는 것도 좋았다. 너무 좋아서 댓글을 달았고 이벤트에 당첨이 되어 이 책을 받게 되었다. 치이라는 아이가 기대라는 자기 생일의 설렘을 보며 나는 다섯 살에 내 생일이라는 게 뭔지 알았던가? 싶었다. 사실 나는 지금도 생일이 특별하다는 생각이 잘 안 든다. 딸을 축하하고 싶어 아빠는 늦은 시각 퇴근하여 잠든 딸을 깨워 케이크에 초를 올리고 불라고 했고 나는 잠투정이 심해 그게 매우 싫어 늘 생일 사진은 골이 난 사진이었다. 엄만 그런 내가 이상한 애라고 하지만 내게 생일의 의미가 안 잡혀있으니 자다 강제로 깨워져 고생하는 밤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치이는 그런 나보다 성숙했다. 그리고 생일에 눈이 오다니 겨울 아이들의 특권 아닌가?

그림은 다양한 기법이 은근 사용된 거 같아 보는 재미가 있다. 솔직히 글밥은 적어서 아주 간단하게 돼있지만 말그대로 ‘그림’책. 그림이 설명을 다 한다. 구겨진 종이 위에 그린 초도 멋지고 랩이나 무언가 구겨 연한 물감을 연속적으로 찍은듯한 배경에 그림 시계나 인형같은 그림들, 연먹으로 농담을 조절한 아이의 얼굴이나 무릎같은 것들이 하나하나 사랑스럽다. 저작권 문제 있을까봐 그림은 일부 좋았던 부분만 클로즈업해서 옆으로 찍어봣다. ㅋㅋ 으아 힐링이다. 넘 좋다. ㅠㅠ


댓글(2)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cott 2020-12-15 22: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그곳 좋아했어요 커피빈에서 문화센터에서 빌린 책 일고 반납하고 북오프에서 중고 고르고,, 페르소나님 국제교육~그곳에 여러 행사나 이벤트도 하고 00글짓기 대회도 1년에 봄/가을(제기억에) 열려서 3개월 일본 어학연수 보내주는 등등에 장학금도 주고(나이제한 20-30세까지) 일본문학채 번역작품중 대중성 인정받고 번역이 잘된 작가 번역가 초청해서 강연회도 열고 선물도 주고 다과회도 열었은데 지금 교류가 전보다 활발하지 않고 코로나까지 덮쳐서 취소된걸로 알고 있어요. 치히로 작품집(오래전 화보집으로 나온거) 갖고 있는데 이분 화폭 수채화 물감처럼 번지게 그려서 추억이 아롱다롱 떠오르게 만들어서 좋아합니다.

Persona 2020-12-15 22:18   좋아요 1 | URL
맞아요. ㅋㅋㅋ 서울역 쪽으로 옮긴 뒤론 대출도 안하게 되고 쭉 이용 안했었는데 수업도 좋을 거 같고 여러 전시회나 영화제나 그런 것들 프로그램이 참 좋은 것 같아요. ㅎㅎㅎ 코로나라서 기대 안했는데 온라인전 열어서 너무 좋았어요.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