닐스 비크의 마지막 하루 - 2023 브라게문학상 수상작
프로데 그뤼텐 지음, 손화수 옮김 / 다산책방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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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나도 ‘닐스 비크’처럼 생의 마지막 하루를 보내고 싶다. 여느 때와 다르지 않은 일상과 함께, 조용하지만 한편으론 벅차오르는 슬픔과 회한을 간직한 채, 죽었거나 아직 살아 있는 내 삶의 모든 인연들이 초대된 파티에서 춤추며 웃고, 사랑과 감사함을 나누는 그런 마지막 하루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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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5-11-19 13: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같은 날은 두 번 오지 않기에 하루하루가 소중하겠지요.
사랑과 감사함이 있는 하루는 더욱 소중할 거예요.
생각을 부르는 소설 같습니다.^^

페넬로페 2025-11-19 15:43   좋아요 0 | URL
네, 똑같은 날들일지라도 마지막엔 아쉬울 것 같아 더 열심히 살아야겠어요 ㅎㅎ
담담하게 전개되는 이 소설이 저는 좋았습니다^^
 
예멘 모카 마타리 내추럴 - 200g, 홀빈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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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소하지만, 세계 3대 커피라는 예멘 커피를 안 마셔 볼 수는 없다. 색깔부터 모든 것이 다크하지만, 그 뒤에 남는 여운이 색다르고 깊이가 있다. 가벼운 것보다 약간 묵직한 디저트와 어울린다. 졸음을 쫓고 집중력이 필요할 때, 진하게 마셔도 좋을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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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5-11-19 13: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커피는 무조건 좋아요...

페넬로페 2025-11-19 15:44   좋아요 0 | URL
네, 커피없는 세상을 상상도 못하겠어요^^
 













고전을 읽을 때 내가 자주 고민에 빠지는 이유가 하나 있다. 책이 써진 시대의 특성만을 고려해 읽을 것인가, 아니면 현대적 관점을 조금이라도 들이밀 것인가이다. ‘고전의 반열에 오른 작품은 그것이 어느 시대의 것이든 그 의미가 보편적으로 이해되는 것이지만, 어쨌든 매번 같은 고민을 하게 된다.

 

셰익스피어 5대 희극에 들어가는, 1592년경 초연된 말괄량이 길들이기(The Taming of the Shrew)같은 작품이 내게 고민을 던져주는 대표적인 것이다. 번역가와 평론가는 이 작품이 역설적이며 극적인 반전과 풍자가 있다고 하지만, 아무리 읽어도 그러한 해석이 잘 납득되지 않는다.

 

말괄량이 길들이기는 본극 안에서 공연되는 극중극이다. 본극은 극중극보다 더 짧아 서극으로도 불린다. 영주는 술주정뱅이인 땜장이 크리스토퍼 슬라이를 가짜 영주로 만들어 슬라이를 골탕 먹이려는 계획을 세우고 하인들을 내세워 그를 혼란에 빠뜨린다. 처음에 슬라이는 자신이 영주가 아니라고 강하게 부정하지만, 모두가 슬라이를 영주라고 하며 받들어 모시기에 점점 자신이 영주라고 믿어버린다. ‘말괄량이 길들이기는 슬라이 앞에서 희극배우들이 공연하는 극이다.

 

파도바의 갑부인 뱁티스타에게는 두 딸이 있다. 맏딸인 말괄량이인 캐서리나와 얌전하고 여성스러운 둘째딸인 비앵카이다. 캐서리나가 왜 말괄량이가 되었는지는 독자들이 추측해야만 한다. 하여튼 말괄량이로 소문난 캐서리나에게는 구혼자가 없고, 둘째딸인 비앵카에만 구혼자가 몰린다. 뱁티스타는 둘째딸의 구혼자들에게 큰딸의 구혼자를 데려오지 않으면 절대 비앵카도 결혼시키지 않겠노라고 선언한다.

 

캐서리나는 불합리한 사회적 관습과 가부장제를 거부하는 여성이다. 그런 생각을 가진 여성은 당연히 이해받지 못하고 고립된다. 그녀는 남성중심의 사회에서 자신이 원하는 독자적인 방식으로는 결코 살아가지 못한다. 그녀에게 자유는 주어지지 않는다. 캐서리나는 결혼을 한 몫 챙기는 것으로만 여기는 무례한 남자인 페트루키오를 거부하지 못한다. 아버지와 신랑간의 계약으로만 성립되는 결혼이라는 제도를 받아들여야만 한다.

 

페트루키오가 캐서리나를 길들이는 방식은 유치하고 웃기게 보이지만 거기에는 끔찍하게 계산된 폭력이 있다. 캐서리나는 결혼을 거부하지만, 페트루키오는 강제적으로 밀어붙이며, 이상한 복장으로 결혼식에 늦게 와서 행패를 부린다. 잠을 재우지 않고, 먹을 것을 주지 않으며 마치 짐승을 길들이듯 변덕스럽게 캐서리나를 대한다. 사육사가 되어 아내를 잡는다. 캐서리나는 자신이 편안해지기 위해 페트루키오의 말을 듣는 척 한다. 페트루키오가 해를 달이라고 우기면 그냥 달이라고 인정해버린다. 그런데 그것이 정말 듣는 척 하는 것일까? 길들여지고 가스라이팅 당하는 사람은 그런 척하기 쉽지 않다. 저절로 그렇게 되는 경우가 더 많다.

 

셰익스피어는 52장의 캐서리나의 말을 통해 남편에 대한 아내의 복종의 역설과 가부장제를 조롱하고 비판(옮긴이 해설)’할지 모르지만, 이 연극을 통해 아무생각 없이 웃어넘기는 그 당시의 관객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지 궁금하다. 그저 페트루키오의 행동을 그대로 답습하지는 않았을지? 대다수는 캐서리나가 그에게 길들여졌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난생처음 도전하는 셰익스피어 5대 희극5편의 셰익스피어 희극을 잘 설명해놓은 책이다. 각 작품마다 내용의 중요구절을 원문과 함께 인용해 극의 흐름을 잘 이해할 수 있게 한다. 또한 작품에 대한 평가와 거기에 담긴 의미, 인문학적 해석이 들어있다. 박용남 저자는 말괄량이 길들이기셰익스피어시대의 가부장주의 문화에 대한 통렬한 풍자와 비판이 들어 있다(p.178)’고 말한다. 이 극은 눈에 보이는 대로 해석해서는 안 되며, 캐서리나의 행동은 약자인 여성이 선택할 수 있는 지혜로운 현실적 대안일지도 모른다고 서술한다. 과연 그럴까? 여전히 난 이 작품에 대한 해석에 만족할 수 없다.

 

[그렇다면 카타리나는 정말로 말괄량이인가? 말괄량이란 일반적으로 말과 행동이 거칠고 여자답지 않은 여자를 의미한다. 하지만 셰익스피어 당시 영국에서는 남편에게 순종하지 않고 잔소리가 심한 아내를 가리키는 말로 주로 사용되었다. 그래서 말괄량이(shrew)’라는 단어는 꾸짖다(scold)’와 동의어로 인식되었다. 한마디로 여성의 언어(잔소리)는 통제되고 교정되어야 할 죄악으로 여겨졌던 것이다. 여성은 남성의 말에 복종하고 잠잠하라는 의미다. 여성의 말 없는 조용함이 미덕으로 간주된 것도 그 이유다.카타리나같이 가부장적인 사회규범에서 어긋나는 여성들은 말괄량이로 낙인직혔다. -p192~193’]

 

희극과 비극의 차이는 마지막에 죽음이 있느냐 없느냐로 구분될 뿐이다. 희극 역시 극의 내용은 폭력적이며 사람을 기만하는 경우가 많다. 차라리 개인적 결함과 욕망, 운명으로 인해 죽음으로 귀결되는 비극이 훨씬 더 설득적일 수 있다. 풍자와 해학, 웃음으로 이루어진 희극적 내용에 더 지독한 인간의 애환과 씁쓸함이 담겨 있을지도 모른다.

 

베니스의 상인의 샤일록과 한여름 밤의 꿈에 등장하는 보텀은 희극적 해피엔딩 속에서도 지극히 비극적인 쓸쓸함으로 남아있는 인물이다. ‘말괄량이 길들이기의 슬라이 역시 마찬가지다. 신이나 기득권자에 의한 한 순간의 장난과 속임수에 불행해 질, 모두가 폭소를 터트릴 찰나에 한없이 나락으로 떨어질 인간의 단면을 희극은 여지없이 보여준다. 어쩌면 그것이 평범한 인간들의 삶에서 더 자주 볼 수 있는 허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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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5-11-10 20: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앗 분홍책이다! ㅋㅋ 저도 오늘 분홍책 리뷰 썼는데 괜히 반갑 ㅋㅋㅋㅋㅋ
으아 저 <말골량이 길들이기> 진짜 싫어해요. 이 작품 말고도 말씀하신 부분 등 시대적으로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든 지점이 있어서 저는 그토록 다들 찬양하는 셰익스피어…. 그냥 그렇더라고요. 흠..

페넬로페 2025-11-10 20:48   좋아요 0 | URL
저는 ‘말괄량이 길들이기‘가 그냥 코믹극 정도일 줄 알았는데 이런 내용일지는 생각지도 못했어요.
정말 황당하더라고요.
셰익스피어가 영어를 잘 사용해서 칭송받는 것 같은데
원문으로 읽을 능력이 안되니 그저 번역문으로 열 받았습니다.
지만지의 이 책 번역은 더 억센 느낌이 들었어요 ㅠㅠ

독서괭 2025-11-10 21: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도 지만지책 읽으셨군요! 말괄량이 길들이기는 원작으로 안 읽어보고 대충 줄거리만 알았는데 극중극인 줄은 몰랐네요;; 셰익스피어 작품 중 제일 별로일 것 같아요…

페넬로페 2025-11-10 21:18   좋아요 1 | URL
내용이 정말 황당했는데, 여기에 들어 있는 풍자나 가부장제에 대한 고발을 잘 이해할 수가 없어요 ㅠㅠ
그 당시 남자들이 엄청 좋아했을 희극 같아요.

책읽는나무 2025-11-10 22: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구병모 작가의 <절창>소설에도 셰익스피어 희극 몇 작품 잠깐씩 언급되어 요즘 관심이 좀 가고 있어요.
주로 <한여름 밤의 꿈>작품 언급이 많긴 했었는데 어떤 대목들의 비판은 아마도 <말괄량이 길들이기>였었나, 싶기도 하네요.
인어 공주 동화 내용도 있기도 했었구요.
저는 아직 셰익스피어 작품을 자세하게 읽어보진 못했네요.
읽게 된다면 답답하겠단 생각이 듭니다.

페넬로페 2025-11-11 00:07   좋아요 1 | URL
구병모 작가는 셰익스피어 희극을 어떻게 소설에 인용했는지 엄청 궁금해요.
저는 희극보다는 셰익스피어 비극이 훨씬 더 좋더라고요. 절절하고도 왜 그렇게 사는지 이해가 되지 않기도 하고요.
셰익스피어 읽으시려면 비극부터 시작하시길요^^

페크pek0501 2025-11-11 11: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셰익스피어 4대 비극을 읽었는데 명언 같은 멘트가 좋아 셰익스피어 명언집, 이라는 책까지 샀더랬죠.ㅋ
저는 난생처음 도전하는 ~~4대 비극을 샀는데 재밌어요.

페넬로페 2025-11-11 13:31   좋아요 1 | URL
네, 저도 희극보다는 비극을 더 좋아합니다.
얼마 전에 도서관에서 박용남 저자의 강의를 들었는데 너무 좋았어요.
희극은 비극보다는 생소했는데 도움이 많이 되었어요^

꼬마요정 2025-11-11 22: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말괄량이 길들이기> 싫어요!! 토마스 하디의 <성난 군중으로부터 멀리>도 뭔가 결말이 비슷한 느낌이거든요. 시대상이라는 게 참 그렇습니다… 저는 <템페스트>랑 <십이야>가 좋아요… ㅎㅎㅎ

페넬로페 2025-11-12 00:19   좋아요 1 | URL
셰익스피어의 대다수 희극 작품의 과정과 결말에 뭔가 약간씩 기분 나쁜 요소가 들어 있더라고요. 거기에 다양한 의미와 풍자가 들어 있더라도 읽기 불편한 점이 많았어요.
특히 <말괄량이 길들이기>가 제일 그랬어요.토마스 하디의 작품의 내용도 궁금합니다. <템페스트>는 작가의 말년 작품이라 그런지 저도 좋았습니다^^

yamoo 2025-11-21 08: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두 그런 고민이 있죠. 책 덕후들은 아마도 대개는 비슷한 고민을 한다고 생각하는 1인..그걸 그래도 자신의 생각을 개진할 정도면 독서내공이 쌓인 고수인 것이죠...쉽게 말해서 남들이 다좋다고하고 평론가도 좋다고 하는데 아는 싫은 작품이 있는데 그걸 싫다고 주장할 수 있는 자신감 말이죠...ㅎㅎ 뭐..그렇다구요..^^;; 어쨌거나 저은 이런 리뷰가 좋아요!ㅎㅎ

페넬로페 2025-11-21 08:40   좋아요 0 | URL
독서에 고전의 비율이 많아 웬만하면 그 시대의 상황을 고려하며 읽는 편인데 ‘말괄량이 길들이기‘는 도무지 그렇게 되지가 않았어요.
원서로 읽으면 그런 뉘앙스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과정이 너무 아니더라고요.
매번 책읽기가 만만하지 않다는 걸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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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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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함과 쓴맛이 부드럽게 어우러지는 맛, 거기에 가벼운 산미가 은은하게 남는다. 에티오피아 커피라 더 강한 산미를 기대했지만, 생각보다 산미가 많지 않다. 날씨가 추워져 따뜻한 커피가 더 좋은데, 부드러운 바디감을 살려 연하게 마시면 더 좋을듯하다. 역시나 드립백의 장점은 간편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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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 홈 : 가족 희비극 (페이퍼백) 움직씨 만화방 2
앨리슨 벡델 지음, 이현 옮김 / 움직씨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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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적이고 예술적이며 학문적인 가족이지만, 그 속에 들어있는 개인의 정체성은 음울하기도, 폭력적이기도 하다. 솔직하게 털어놓는 앨리슨가의 서사는 펀홈 장례식장의 사연처럼 다채롭다. 조이스 소설 ‘율리시스‘의 스티븐과 블룸의 관계로 서로를 이해하고 인정하는 아버지와 딸이 멋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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