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약 아프다면?
난 병원에 갈 것이고
의사의 진단에 따라 치료하고 약을 먹겠지.
나에겐 별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

‘우리 몸이 세계라면‘ 은
그 부제목에서 밝혔듯이
분투하고 경합하며 전복되는
우리 몸을 둘러 싼 지식의 사회사다.

그때의 우리 몸은
권력의 구조적이고 조직적인
지식과 관습, 모순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된다.
권력,시선,기록,끝,시작,상식이라는 6개의 주제로
작가는 역사적인 사실부터
현실의 문제까지 서술하며
사회역학의 연구자로서 반성과 자세를 얘기한다.

처음엔 가볍게 그냥 지식을 받아들이려 책을 폈다.
그러나 책을 읽어갈수록
결코 가볍지 않은 내용때문에
머리가 무거워지고 가슴이 답답해졌다.
결국 내 몸은 돈과 권력에 의해
살 수도
죽을 수도 있는 것이었다.
막연히 그럴 것이라고 알고는 있었지만
정확한 수치와 그래프로 나타낸 글 앞에서
한번 더 실감하고 인정할 수 밖에.

‘각성하자‘
‘의문을 가지고 질문하고 감시하자‘
고 다짐할들 내 몸이 아프다면?
난 어쩔 수 없이 그 무방비와 암흑의 세계로
걸어 들어 갈 수 밖에.
내 몸이 세계라서
메커니즘적으로 대우받고
그 신성함에 존중받기를 바라며
그 뒤의 좀더 구체적인 방향과 대안 제시를
작가에게 바란다.



*인간의 몸에 대한 지식이 생산되는 과정은 중립적이지 않습니다. p29

*여성의 질병은 남성이 생산해낸 의학지식으로
진단되고 치료 받습니다.p30

*담배회사는 죽음을 판다. p31

*일제강점기의 인종주의 과학은 실증적.정량적 측정이라는 측면에서 과학의 외피를 둘렀지만 결론은
정해져 있었습니다.통치해야 하는 ‘이웃집 원주민‘
조선인에 비해 일본인이 인종적으로 우월함을 보여주는 것이었습니다. p8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 이름은 빨강 2 민음사 모던 클래식 2
오르한 파묵 지음, 이난아 옮김 / 민음사 / 2009년 11월
평점 :
절판


‘내 이름은 빨강‘
이 제목을 통해서
소설 첫 장면의 살인사건에 대한 이야기의 시작으로
‘빨강‘이 뭘까,빨강을 통해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 지가
궁금했다.
16세기말 이스탄불의 세밀화와 세밀화가들에 대해
여러가지 역사적 사실과 에피소드를 묶어
각각의 화자를 통해 이야기는 연결된다.

그림을 그릴 때
전통적인 기법을 그대로 따라야하는지
아니면 저마다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려고 애쓰는
베네치아 화가들처럼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고스란히 들어 있으며
작가는 읽는 나에게도 똑같이 질문하는 듯 하다.
그런 이유로 난 이 책을 읽으며
나비,올리브,황새,화원장 오스만,에니시테 에펜디의
얘기를 들으며 누구의 말이 옳은 것인가,
어떤 화풍을 선택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답을 해야한다는 생각에 무겁게 책을 읽었다.
마지막 책장을 덮었을 때조차
결론을 내지 못했으며 엘레강스를 죽인 살인자도
책의 끝부분에 밝혀졌을때야 알 수 있었다.

잘 이해하지 못한 까닭에 답을 말할 수 없을까?
라는 생각에 다시 1권부터 궁금한 부분들을
자세히 다시 읽어가니 내가 놓친 부분이 많았고
이 소설은 잘 짜여진 모직물처럼 완성도가 있었고
난 그 천을 몸에 걸치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각각의 화자가 얘기하는 건 다 맞는 말이었고
그러한 것들이 얽히고 섞여 이스탄불의
세밀화가 꽃 피었으리라.
오르한 파묵의 이 소설은
100년 동안 찬란했던 세밀화와
눈멂을 통해 신의 세계에서 바라볼 정도로
평생을 바쳐 그림을 그려온 장인들에 대한
헌사이며
그 전통을 이어오지 못한 아쉬움을 토로한다.

이 소설이 아니었다면
어떻게 내가 휘스레브와 쉬린을 알게되고
페르시아와 이스탄불의 세밀화를 볼 수 있었을까.
노벨 문학상은 이렇게 전세계적으로
터키를 알리는 계기가 된다.
우리의 서울을 완벽하게 알릴 수 있는 작가를
기대해본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서니데이 2019-08-05 19: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르한 파묵 책 중에서는 이 책이 많이 알려진 것 같아요.
다른 책도 많이 소개되었지만, 이 책이 먼저 생각납니다.
페넬로페님, 시원하고 좋은 하루 보내세요.^^
 
내 이름은 빨강 1 민음사 모던 클래식 1
오르한 파묵 지음, 이난아 옮김 / 민음사 / 2009년 11월
평점 :
절판


오래전부터 읽고 싶었는데 이제야 1권을 끝냈다.
지극히 나 혼자만의 생각이지만
오르한 파묵의 문장은 김훈의 문장과 닮았다는
느낌을 받는다.
‘내 마음의 낯섬‘을 읽을 땐 김훈의 ‘공터에서‘가
생각났고 ‘내 이름은 빨강‘ 에서는 ‘칼의 노래‘가
떠올랐다.

˝내가 본 것들,나의 기억들,나의 눈 모두가 두려움이
되어 서로 뒤섞였다. 다른 색은 전혀 보이지 않았고
온통 빨간색투성이였다. 내 피라고 생각했던 것은
빨간 물감 이었고 손에 묻은 물감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멈추지 않고 뿜어져 나오는 내 피였다˝
ㅡ내 이름은 빨강

˝나는 적의의 근거를 알 수 없었고 적 또한 내 적의의 떨림과 깊이를 알 수 없을 것이었다. 서로 알지 못하는 적의가 바다 가득히 팽팽했으나 지금 나에게는 적의만이 있고 함대는 없다.˝
ㅡ칼의 노래

아마 김훈의 문장을 허투루 읽을 수 없듯이
‘내 이름은 빨강‘도 쉽게 넘어가지 않아
그런거 같다.
그냥 스토리를 따라가기엔 문장의 울림과 깊이가
커서 줄 그어 가며 천천히 읽어나갔다.

초반엔 오스만 투르크 제국과 그 주변의 여러 민족,
유럽의 상황들에 대해 배경을 익혀야 했으며
책에 나오는 일부의 화가와 시인, 왕들이
허구가 아니었기에 검색을 자주 해야했다.

예술이란 과연 무엇인가?
그림이란?
저마다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려고 애쓰는 이교인처럼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어야 하는지
아님 전통적인 기법을 그대로 따라야하는지?
이 소설은 계속 나에게 질문하고
난 혼란에 빠진다.

작가는 이 소설에 인생,예술,사랑,그림,
다른 많은 것들에 대한 생각을 담고 있고
깊은 슬픔과 인간적인 고뇌를 소재로 한다고 한다.
작가의 말처럼 이 책에는 여러 가지 내용이 있고
미스터리적인 기법을 사용하기에
더욱 흥미롭다.
1권의 마지막 부분에서 셰큐레의 아버지 에니시테가
죽을 때 극도의 몰입이 시작되어
소설의 스토리에 완전히 들어갔고
빨강의 출현으로
뒷 얘기가 궁금하다

2권!!
어서 펼쳐보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반 일리치의 죽음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122
레프 톨스토이 지음, 이순영 옮김 / 문예출판사 / 2016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러시아의 대문호 레프 톨스토이는
그 시대의 귀족의 역할과 농민의 삶에 대한
거시적인 고민을 많이 한 작가이다.
오죽하면 아예 소설의 한 장을 온전히 자신의
생각과 의견으로 장식했을 정도일까.
물론 이것은 위대한 작가들의
공통적인 특징이기도 하다.
그런 작가이지만
한편으로는 놀랍게도
우리 삶에 정말 밀접한 사소하지만 개인적으론
중요한 일상의 생활을 표현하는데도 탁월하다.
‘안나 까레니나‘에서 돌리는 별장에 있는
까레니나를 만나러 가는 마차안에서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해 생각한다.
한 남자의 아내,아이들의 엄마,여자로서의
삶에 대한 심리를 드러내는데
작가가 남자인데도 아주 디테일하게 표현되어
그 부분을 읽을 때 많이 공감했다.

‘이반 일리치의 죽음‘에서도 묘사는 탁월하다.
병을 앓아가며 고통에 시달리는 이반 자신뿐만 아니라
그 주변의 사람들의 생각들과
의사들이 환자를 대하는 태도까지
인간들의 민낯을 보여준다.
처음엔 자신의 죽음을 부정하고
주변 사람들을 윈망하는 이반이
점점 죽음을 받아들이는 과정이 장엄하다.
배경지식이 필요없고 그 어떤 시대에나
통용되는 병과 고통과 죽음에 대해
뭉클하게 생각할 수 있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생각의 탄생 - 다빈치에서 파인먼까지 창조성을 빛낸 사람들의 13가지 생각도구
로버트 루트번스타인 외 지음, 박종성 옮김 / 에코의서재 / 2007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채사장의 ‘열 한 계단‘ 에서는
책을 고르는 기준으로
‘불편한 책‘을 선택하라고 한다.
한 번도 접하지 않은 내용의 책,
내가 인식하고 믿는 것의 반대되는 책,
내가 지지하지 않는 쪽의 책,
이런 것들로.
그래야 이 세계를 바라보는
지평을 넓힐 수 있고
한 계단 더 발을 올리며
성장할 수 있는거니까.

‘생각의 탄생‘이
그런 불편한 책이 아니었나 한다.
살면서 지겨우리만치 그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는 생각들,생각들!!
근데 이제껏 내가 알고 있었던
‘생각‘ 이란 말의 의미조차
다시 생각하게 해주는 책!!
살아오면서 보아왔던
이 세상에 대해
과연 난 여지껏
무엇을 보고 생각해 왔는가를
생각해보게 해주는 책!
천재들은 나와 다른 사람이 아니라
내가 그렇게 살지 못했다는 걸
뼈저리게 생각하게 해주는 책!
생각의 탄생은 그런 책이었다.

근데 놀라운 건
불편하다고 생각했던 이 책이
재미있었다.
밑줄도 그어가며
수학 문제도 풀어가며
남편에게 이런 책을 왜 읽냐며
타박도 들어가며
그렇게 읽다보니
어느새 불편한 책이 좋은 책이
될 수 있었다,나한테**

Synosia‘-(종합지)
이렇게 되는 것!!
참 어려울 것 같다.
고정관념적인 생각도 많고
익숙하고 편안한 뇌만 사용해왔기에
쉽게 바뀔 수없다는것 안다.
그래도 기름칠해가며
조금씩 생각의 변화와 창조에
이르고자 시도는 해봐야겠다.
그렇게 해서 내가 바라는 바는
천재들이 완성한 위대한 업적이 아니라
언제라도 터질 수 있는 그들의 유머같이
온전히 나만의 것이 될 수 있는 것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창조적으로 생각하기
*상상력을 학습하는 13가지 생각도구ㅡ
관찰,형상화,추상화,패턴 인식,패턴 형성,유추,
몸으로 생각하기,감정 이입,차원적 사고,
모형 만들기,놀이,변형,통합
*위대한 통찰은 ‘세속적인 것의 장엄함‘
즉 모든 사물에 깃들어있는
매우 놀랍고도 의미심장한
아름다움을 감지하는 능력에 달려있다.
*추상이란 어떤 대상의 전체를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눈에 덜 띄는 한 두개의
특성만을 나타낸다.
*나는 삶을 베낀다.
그러나 삶의 외양을 베끼는것이 아니고 시간을
가로질러 진화해가는 삶의 행보와 단계를 베낀다.
*생각이라는 행위는 본질적으로 공감각적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