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마천의 사기 세가(史記世家) 중 진 세가(晉世家)뽕나무 아래의 굶주린 자에 의해 목숨을 구하다에 나온 내용이다. 조순(趙盾)은 양공과 영공(靈公) 때에 정권을 잡았다. 조순이 사냥을 나갔을 때, 뽕나무 아래에 굶주린 사람(시미명)이 있는 것을 보고 밥과 고기를 주었다.

 

사치스럽고 성정이 나쁜 영공은 간언하는 조순을 근심거리로 여겨 조순에게 술을 마시게 하고 병사를 매복시켜 죽이려고 했다. 영공의 주방장이 된 시미명은 조순이 떠나가게 해 화가 미치지 않도록 했다. 병사들은 조순을 죽이려고 맹견을 풀어 놓았는데 시미명이 개를 묶어 죽였다. 병사들이 조순을 뒤쫓아 죽이려고 했지만 시미명이 반격을 가하고 조순은 탈출했다. 조순은 그제야 그를 도와 살려준 사람이 뽕나무 아래에서 굶주리고 있던 시미명이라는 것을 알았다.

 

도망간 조순은 국경을 벗어나기 전에 사촌동생 조천으로 하여금 영공을 시해하게 하고, 영공이 죽자 양공의 동생 성공(成公)을 추대하였다. 조순은 다시 돌아와 국정을 맡게 되었다.

 

 

사기 세가 중 조 세가(趙世家)아이 울음소리에 종족의 존망이 달려 있다에 나온 내용이다. 조순이 죽고 그의 아들 조삭(趙朔)이 뒤를 이었다. 삭은 성공의 누이와 결혼하였다.

 

성공이 죽고 그의 아들 경공(景公)이 왕이 되었다. 경공 3, 대부 도안고(屠岸賈)가 조순이 영공을 시해했다는 이유로 그의 아들 조삭을 주살하려고 했다. 한궐은 반대하고 조삭에게 달아나라고 했지만 조삭은 조씨 가문의 제사를 끊어지게 하지 않기만을 당부하고 죽었다. 도안고는 조삭의 씨족을 모두 죽였다. 임신하고 있었던 조삭의 아내는 그때 아들을 낳았는데 도안고가 아이를 찾아내려고 했다.

 

[조삭의 아내인 공주는 갓난아이를 속바지 가랑이 사이에 넣고는 축원하여 말했다.

조씨 종족이 멸망하려면 네가 큰 소리로 울고, 멸망하지 않으려면 아무 소리 내지 마라.”

{아이를} 찾아내려 했을 때 아이는 결국 소리를 내지 않았다.

-p.477, 사마천 지음, 김원중 옮김, 사기세가, 진세가, 민음사]

 

다행히 울지 않아 아이는 살아났지만 도안고는 포기를 모르고 아이를 찾아 죽이고자 했다. 조삭의 문객 중 공손저구(公孫杵臼)는 조삭의 친구 정영(程嬰)에게 고아를 부탁하고 다른 사람의 아이를 조씨의 고아라 속이고 아이와 함께 죽었다. 정영은 진짜 조씨 고아와 산 속에 숨어 있었다.

 

15년이 지나고 경공이 병이 들어 점을 쳐 보니, 후대가 제사를 제대로 지내지 않아 재앙이 생긴다고 해서 한궐과 의논하여 이름이 무()인 조씨 고아를 데려 온다. 여러 장수들은 정영, 조무와 함께 도안고를 쳐 그 종족을 멸한다. 정영은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조무는 정영을 위해 봄가을에 제사를 지내고 대대손손 끊어지지 않게 했다.

 

(*사기 세가의 내용은 민음사 판 사기세가진세가(p.315~327)’조세가(p.474~481)’에서 발췌, 정리하였습니다.)

 

 

 

중국 원나라 희곡 작가 기군상(紀君祥)의 작품인 조씨 고아는 사기의 진 세가와 조 세가의 내용을 토대로 한 비극 작품이다. 조씨 고아의 주인공은 정영이다. 이야기는 배경을 생략한 채, 도안고가 사이가 좋지 않은 조순을 해치려는 것으로 시작한다. 도안고는 조순의 삼백 명이나 되는 일족을 모두 죽인다. 조순의 아들 조삭은 부마였는데, 임신하고 있는 공주에게 아이의 아명을 조씨 고아라 지어주고 원수를 갚아 달라 유언하고 죽는다. 공주는 떠돌이 의원인 정영에게 조씨 고아를 맡기고 자살한다.

 

조씨 고아는 복수의 이야기이다. 하지만 셰익스피어나 고대 그리스의 대표적 복수 비극인 아이스퀼로스의 오레스테이아 3부작과는 결이 다르다. 동양의 정서가 많이 가미되어 있는 이 희곡에는 자신의 욕망보다는 한 집안의 복수를 위한 씨앗 하나를 살리고자 하는 사람들의 이해할 수 없는 희생이 주를 이룬다. 한 아이를 살리기 위해, 단지 조씨 집안의 복수를 위해 정영을 비롯해 모든 사람이 죽음을 불사하고도 아이를 살리려고 한다.

 

기군상은 사기 세가에 없는 내용을 절절하고도 절묘하게 희곡에 넣는다. 정영은 마흔 다섯이 되어서야 귀한 아들을 보았는데 그 아들을 조씨 고아라 속여 대신 죽게 하고 자신은 20년 동안 조씨 고아를 돌본다.

 

조씨 고아(정발)가 스무 살이 되었을 때, 정영은 예전에 억울하게 죽었던 충신과 명장을 한 권의 두루마리에 그려 내 그동안의 일을 정발에게 자세히 알려 준다. 정발은 이러한 사실을 주공에게 알리고 왕은 도안고의 집안 일족 가운에 어린 아이 하나 남기지 말고 다 죽이라고 한다.

 

[정발이 노래한다.

 

<탈포삼(脫布衫)>

저놈(도안고)을 형틀에 목 박아 형장에서 끌어내되,

바로 목을 치고 가슴을 쪼개지는 말라!

저놈을 다지고 다져 한 움큼

고기즙으로 만든다 해도,

내 가슴 가득한 이 울분은

결코 지워 버릴 수 없으리라!

p.112]

 

도대체 복수가 무엇이기에 저렇게 많은 무고한 사람이 죽어야만 하는가? 정영이 무엇을 위해 자신의 아이를 희생하면서까지 조씨고아를 살려야 했는지 이해가 잘 안 된다. 조씨 고아가 장성해 행한 복수는 결국 도안고 일족 전체를 죽이는 것이었다. 조씨 고아 또한 나머지 삶을 사는 내내 그들에게 또다시 복수를 당하지 않을까 걱정해야 하고, 그들에게 남겨진 마지막 씨앗이 있는지를 계속 의심해야 할 것이다. 복수는 복수를 낳고, 그것은 끝이 없다.

 

기군상의 희곡은 셰익스피어나 고대 그리스 비극보다 훨씬 가독성이 좋았고, 많은 것이 생략되고 절제되어 있지만 거기에 들어있는 의미를 잘 이해할 수 있어 좋았다. 설자(楔子)가 있어 계속 내용을 복기시켜 주었고, 고대 그리스 극의 코러스 역할과 비슷한 노래()가 배우의 마음을 표현해 주었다.


국립극단의 대표 레퍼토리 조씨고아의 연출가 고선웅의 연출과 각색은 너무 좋았다. 고선웅 연출가는 기군상의 원대(元代) 희곡 내용 중 현대인이 잘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을 거의 완벽에 가까운 수준으로 각색해 관객을 이해시켜 주었다.

 

또한 기군상이 정영의 자식을 등장시켜 사기 세가의 내용을 뛰어 넘는다면, 고선웅은 거기에 더해 정영의 아내를 등장시켜 훨씬 더 절절하고 먹먹하게 기군상을 기절시켜 버린다. 정영이 조씨 고아와 자신의 아들을 바꾸기 위해 집으로 왔을 때, 그의 아내는 정영을 이해하지 못하고 정말 억울해 한다. 그런 마음을 담은 정영의 아내의 절규, 남편에 대한 실망과 원망, 그럼에도 기어이 아이를 데리고 나가 죽임을 당하게 할 때, 모든 관객이 울었다. 내 옆의 남자 분은 정말 많이 울더이다.

 

20년 동안 조씨 고아를 길러내고 도안고에 대한 복수가 마무리 되었을 때, 정영은 이제 아무것도 남은 것이 없구나라고 말한다. 늙어빠진 왕은 조씨고아에게 도안고 일족 모두를 죽여주겠다고 하고, 남은 뿌리조차 없도록 하겠다고 할 때 정영은 허탈하게 왕을 바라본다. 권력과 욕망, 인간의 삶 모두가 부질없고, 인생은 잠깐뿐이라는 사실을 새삼스레 느끼게 해주었다.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끊임없는 전쟁이 생각되는 순간이었다.


이번 연극에서 하성광배우를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드라마 며느라기에서 약간 얄미운 작은 아버지역으로 나온 분이었다. 정영을 연기한 하성광 배우는 연기를 신들린 것처럼 했다. 딱 정영이었다. 그가 아내에게 자신의 아들을 기어코 빼앗아 오는 장면, 자기 아들의 무덤에서 뼛가루(의견이 분분하다)를 칠하는 모습, 조씨 고아에게 두루마리를 펼쳐놓고 그 간의 사연을 얘기하는 연기를 넋을 잃고 보았다. 커튼콜 때 나를 포함한 관객의 기립박수는 그의 연기에 대한 아낌없는 칭찬과 감탄이었다. 심지어 나는 아이돌 가수의 팬처럼 큰 소리로 환호했다.

 

조씨고아마지막 장면에서의 그의 대사가 묵직하게 마음에 남는다.

 

[이 세상은 꼭두각시의 무대

북소리 피리소리에 맞추어 놀다보면

어느새 한 바탕의 짧은 꿈

갑자기 고개를 들어 보니 늙었네

이 이야기를 거울삼아 알아서 잘들 분별하시기를

우환을 만들지도 당하지도 마시고

부디 평화롭기만을

금방이구나 인생은

그저 좋게만 사시다 가시기를]


연극을 보고 나오면서 아리스토텔레스가 시학에서 말한 감정의 카타르시스의 실현이 떠올랐다. 어떤 씻김굿을 하고 나온 기분도 들었다. 사람 사는 것이 늘 거기서 거긴데, 왜 매번 내 마음엔 미움이 싹트고, 분노와 욕망이 생기는지....다 부질없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부터라도 마음에 담고 있는 타인에 대한 미움을 없애고, 용서하고 용서받고, 욕심내지 말고 살기로 결심했다. 대형 크리스마스트리가 설치된 저녁 어스름의 명동은 활기찼다. 나를 포함한 그곳의 모든 사람들에게 평화가 있기를, 지금 전쟁을 하고 있는 세상의 모든 나라가 전쟁을 멈추기를 진심으로 바랐다

복수는 그저 허무한 복수를 낳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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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3-12-14 18: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고선웅 연출 믿고 본다고^^ 저는 2019년 오페라를 봤었습니다. 조씨고아전 정말 재밌겠어요. 원작과는 다른 각색을 보는 것이 연출의 힘인 것 같습니다!

페넬로페 2023-12-14 18:52   좋아요 1 | URL
고선웅 연출가가 뮤지컬도 연출했군요. 좋았을 것 같아요. 조씨고아는 원작도 괜찮았는데, 연극이 넘 좋았어요.
먹먹하고 재미있고~^
연출과 배우의 연기가 잘 어우러졌더라고요.

Falstaff 2023-12-14 18: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조씨고아>는 을유세계문학전집 78번으로 나온 <원잡극선>에 나옵지요. 물론 여러가지 판본이 있겠으나 어느 것을 읽어본들 원래 텍스트가 조금 낡았다는 생각을 안 할 수 없을 거 같습니다.
그래도 중국의 현대극이 부러운 건 계속해서 과거 행적을 지양하려고 다양한 모색을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민음사 <사기세가>는 조심해서 읽으셔요. 역자 김원중이 설마 그랬겠습니까만 의심스러운 곳이 하필이면 중요한 곳에 있더라고요. 교정/교열할 때 잘못한 거겠지요.

페넬로페 2023-12-14 18:58   좋아요 1 | URL
을유판 조씨고아도 있군요. 찾아봤더니 무려 836페이지네요.
번역자가 다르니 한 번 읽어봐야 겠어요.
원작의 내용은 현대인이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많죠. 그냥 그것이 주는 의미가 무언지 생각하고 배워야 될 것 같아요.
제가 사기세가를 읽을 때, 번역가의 진의를 알 만큼의 소양을 갖추지 못했어요 ㅠㅠ
그저 주는대로 받을 수밖에요.
그러니 폴스타프님께 언제나 의탁하고 있습니다.
잘 이끌어 주십시요^^

꼬마요정 2023-12-14 19:12   좋아요 1 | URL
<사기세가> 어떤 부분인가요? 요새 조금씩 읽고 있습니다. 혹시 <사기본기>에는 없나요? 좀 반항심이 드는 부분이 있긴 했거든요...

Falstaff 2023-12-15 05:51   좋아요 2 | URL
페넬로페 님: 을유판 읽으실 필요가 있을까 싶습니다. 836페이지에 달하는 원나라 시대 곡曲 대본입니다. 원곡이 베이징 오페라라고 하는 북경 경극의 원류라고 하지만 천년 전의 뻔한 스토리라서 읽어보시라고 권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도서관에서 보신다면 좋을 듯합니다.
꼬마요정 님: 민음사에서 한문을 배우지 않은 세대, 중국사를 전공하지 않은 사람들이 교정, 교열에 참여한 거 같습니다. 나라 이름이 비슷비슷한데요, 진나라 만 해도 천하를 통일하는 秦만 있는 게 아니라 晉도 있고 陳도 있고 그런데요 이걸 헷갈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말을 했더니 인정은 하는데 그렇다고 수정을 하지는 않더군요.

꼬마요정 2023-12-15 12:42   좋아요 2 | URL
폴스타프 님 고맙습니다^^ 전 가끔 동북공정 때문에 화가 나서요ㅠㅠ 다행히 진 나라들이군요. 근데 솔직히 너무 헷갈립니다. <본기> 읽을 때도 진 나라 표기 잘못된 거 있었어요.

꼬마요정 2023-12-14 19: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조씨 고아> 연극 보고 싶었는데, 결국 못 봤어요. 전 처음에 기군상의 희곡과 역사가 일치하는 줄 알고 기겁했답니다. 진짜 정영이 자기 아들 바꿔치기 한 줄 알고... 조씨 고아가 진짜 말 그대로 조씨의 고아란 뜻인 것도 한참 있다 알았죠... 중국은 나라도 크고 사람들도 많아서 이야기들도 참 많습니다. 자기들 것이 좋은 건데 그들은 잘 모르는 것 같기도 하구요.

마지막 대사 좋네요... 제발 전쟁이 모두 끝나기를...ㅠㅠ

페넬로페 2023-12-14 19:42   좋아요 1 | URL
조씨고아의 의미가 넘 직접적이죠? ㅎㅎ
기군상의 원작을 읽을 때, 사실 조씨고아가 바로 복수를 감행한다는 게 이해가 잘 되지 않더라고요. 근데 한편으로 그 시대에는 또 그럴 수 있지 않나 생각도 들더라고요.
연극이 주는 의미가 좋더라고요.
마지막 대사도 좋고요.

그레이스 2023-12-14 22: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기 읽었던 기억이 이제는 가물가물하네요^^

페넬로페 2023-12-14 22:43   좋아요 1 | URL
아마 거의~~

호시우행 2023-12-14 23: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구사일생으로 한 생명을 구출한 의미가 처절한 복수로 이어진다는 게 정말 참으로 허망하네요.ㅠㅠ

페넬로페 2023-12-15 00:16   좋아요 0 | URL
네, 그것이 이 희곡이 전하는 의미인 것 같습니다.
부질 없고, 허망하고요^^

희선 2023-12-15 02: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한사람도 아니고 한 집안에 하는 복수라니... 그렇게 사람을 다 죽이면 뭐가 좋을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복수는 복수를 낳을 뿐이죠 그런 걸 보여주고 그걸 보는 사람은 복수할지 말지 생각하라는 걸지도 모르겠네요


희선

페넬로페 2023-12-15 10:10   좋아요 1 | URL
그러게요.
그게 맞는데 사람 사는 것이 그렇지 않나봐요.ㅠㅠ
그때나, 지금이나요^^

새파랑 2023-12-15 07:3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전 첨들어본 작품인데 연극으로도 있고 유명한가 보군요~! 조씨 고아라라고 해서 성이 조씨인 고아에 대한 이야기? 인가 생각했습니다 ㅋㅋ 동양의 특성이 가미된 비극적 이야기라니 이건 재미가 없을수가 없겠네요 ^^

페넬로페 2023-12-15 10:11   좋아요 2 | URL
저도 처음 들어보는 작품이었어요.
연극 보러 가기 위해 책을 읽었는데 사연이 절절했고 먹먹했어요.
서양의 비극과 약간 달랐어요^^

cyrus 2023-12-15 10:1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공연 보고 싶은데 일정과 시간이 맞지 않네요. 서울에는 보고 싶은 공연이 너무 많아요.. ^^;;

페넬로페 2023-12-15 10:26   좋아요 1 | URL
공연 보려면 시간 맞추고 일정 조절하기가 쉽지 않죠.
또 예매하기도 어렵고요.
기회 되시면 보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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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곡 2023-12-22 14: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오늘도 춥네요 미리 메리 크리스마스요 ㅎㅎ 연말 잘 보내시기 바랍니다~~

페넬로페 2023-12-22 15:59   좋아요 1 | URL
서곡님! 감사합니다^^
날씨가 엄청 추워요.
감기 조심하시고
즐거운 크리스마스 보내시길 바래요^^
 














혹독한 스탈린 시대와 세계 대전을 거치는 동안 러시아인은 누구나 힘들게 살았고, 인텔리겐치아에게도 그 힘든 삶은 비껴가지 않았다. 납득할 수 없는 죽음과 이유도 모르는 수용소로의 유배,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는 엉뚱한 곳으로의 강제 발령이 비일비재했고, 살기 위해서는 그러한 억울함과 부당함을 받아들여야만 했다.

 

류드밀라 울리츠카야의 소네치카는 그러한 시대와 그 후 주어진 기만적인 해빙기를 온 몸으로 지나온 소냐(소네치카)라는 여인과 그 가족에 대한 이야기이다. 행복보다는 불행 쪽에 가까운 이 여자의 일생을 작가 울리츠카야는 정확하고 사실적인(어떨 땐 폐부를 찌르는-‘무언가를 앗아가는 사람에게는 역설적으로 관대하고 퍼주는 사람에게는 끔찍이도 잔인한 여자의 본성(p.16)’ 같은), 신랄한 문장으로 압축적 서사의 힘을 보여준다. 또한 흔들림 없는 객관성을 유지함으로써 소네치카의 인생에 대한 섣부른 판단을 금지시킨다. 불행한대도 의연하게 살아가는 여자의 강인함을 부각시키는지, 아니면 그것으로 사실 이 여자가 엄청 불행하고 바보스럽다고 하는지 조금 헷갈린다.

 

특별히 예쁘다고 할 게 없고 근시이기도 한 소네치카는 일곱 살 때부터 스물일곱 살까지 책에 빠져 산다. 자신의 인생에 독서가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의 시작부분에 서술된 소네치카의 광적인 독서에 머물 수밖에 없다. 똑같이 책을 좋아하는 습성에 대한 반가움은 잠시이고 그 뒤에 따르는 울라츠카야 작가의 뼈를 때리는 문장 때문이다. 어떤 이유로든 책벌레가 된다는 것은 타고난 기질과 그쪽에 대한 재능이 있어서이다. 하지만 책벌레의 삶은 책 속의 삶과 현실을 잘 구분하지 못하거나 가벼운 정신병리적 기운(p.11)’마저 들게 만들 수 있다. 경계에 머물며 그저 그렇게 인생의 대부분을 보낼지도 모른다.


[이것은 무엇이었을까모든 예술에 전제되는 유희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것인가미숙한 어린아이의 덜 깨인 순진한 믿음인가상상력의 부재로 허구와 현실 사이의 경계가 존재한다는 인식이 없는 것일까아니면 그 반대로 자아를 잊을 정도로 환상의 영역으로 깊숙이 들어가 그 경계 바깥의 모든 것들이 의미와 내용을 상실하는 것일까?

그녀는 마치 꿈조차도 읽는’ 듯했다. -p.10~11]

 


소네치카는 도서관의 지하 보관실에 근무하며 책 속의 삶을 이어간다. 그곳에서 예술가의 삶을 포기하고 부조리와 강압적 삶에 적응한 유린당한 유럽 인텔리겐치아47세의 로베르트 빅토르비치의 뜬금없는 청혼을 받아들인다. 결혼과 동시에 소네치카는 믿고 있었던 책 속의 삶을 너무나 가볍게 던져 버리고 억척스럽게 집안을 이끌어가는 일상의 삶을 사는 전사가 된다. 남편을 사랑하고 그가 주는 사랑에 황송할 만큼의 행복을 느낀다. 다시 예술가로 돌아간 빅토르비치는 소네치카가 가족으로 받아들인 폴란드 소녀 야샤와 사랑에 빠져 그녀를 자신의 뮤즈로 삼는다. 소네치카는 남편과 야샤의 사랑을 아무 저항 없이 인정한다.

 

그토록 애써 마련한 집과 남편도, 자신을 전혀 닮지 않은 딸인 타냐도 모두 자신의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소네치카에게 남은 건 늙어버린 자신밖에 없었다. 공허와 주어진 인생을 그대로 수긍하며 살아왔다는 안타까움뿐이었다. 소네치카는 그 적막과 외로움을 이겨내고자 다시 책을 읽기 시작한다.

 

결국 소피야 이오시포브나에게, 책벌레인 우리들에게 책이란 무엇인가? 독서에 대한 타고난 재능으로 책 속의 문장에 공감하며 감동을 느끼는 행복을 얻지만, 그것은 일상에, 자신의 선택에 그 어떤 도움도 되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저 책 안에서 위안과 충분한 자유를 얻는 것으로 만족하는 건 아닌지.

 

 


거의 같이 늙어가고 있지만 아흔의 무르는 예순의 딸인 안나 표도르브나에게 폭력적으로 군림하고 있다. 안과 의사인 안나는 인텔리겐치아이지만 엄마에게 꼼짝없이 복종한다. 안하무인에 참을성 없고 변덕스러운 무르는 평생 딸을 부려 먹는다. 소네치카보다 스페이드의 여왕의 안나가 더 불행해 보인다.

 

작가 류드밀라 울리츠카야는 격동의 시기를 지나온 러시아 여성의 삶을 짧은 분량이지만 시대적 배경 안에 각 인물의 성격과 개성을 밀도 있게 잘 녹여내고 있다. 그렇지만 왜 소네치카와 안나가 자신의 삶에 놓인 부당성에 분노하지 않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 시대 여성으로서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또는 계속되는 인생의 부단한 전진 속에서 다져진(책읽기를 포함한) 포용력이라고 보기엔 안타까움이 많이 남는다.



 

 

 

 

 

 









소네치카가 남편의 공방에서 발견한 그림에 있는 하얗게 빛나는 하얀 눈을 가진 여자가 야샤라고 알아챈 순간 그녀는 자신의 주위에 눈이 쌓여 있다고 느낀다. 그러나 길에는 5월의 형형색색의 녹음이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그녀는 십칠 년간의 행복한 결혼생활이 끝났다고, 벌써 오래 전에 벌어졌어야 하는 일이 지금 일어났다고 생각한다. 집으로 돌아온 그녀는 책장에서 손에 잡히는 대로 아무 책이나 골라 읽는다. 소네치카가 고른 책은 알렉산드르 푸시킨의 벨킨 이야기귀족 아가씨-농사꾼 처녀였다.

 

그녀는 책 속의 문장에 몰입하며 다시 행복을 느낀다. 예술가인 남편의 기질을 이해해주고 그의 뮤즈가 될 수 없는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며 본래 좋아했던 책의 세계로 돌아간 그녀에게 더 이상의 불안과 강박은 없어졌고, 책을 통한 자유를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녀가 무심결에 고른 책은 러시아 문학에 냉소적이었던 남편에게 유일하게 예외적이었던 푸시킨의 작품이라는 사실이 아이러니하다.

 

스페이드의 여왕은 감추어져 있는 앙심을 의미(p127-푸시킨의 스페이드 여왕)’하는 그대로 푸시킨의 스페이드 여왕은 권선징악적 내용을 담고 있다. 노 백작 부인에게 카드 게임에서 확실하게 이길 수 있는 3장의 번호를 가르쳐 달라고 해 백작 부인을 죽음으로 몰고 간 게르만은 스페이드 여왕 카드 패로 전 재산을 잃고 정신병원으로 가게 된다. 백작 부인에게 모질게 시달렸던 가난한 양녀 리자베타는 상당한 재산을 가진 친절한 젊은이와 결혼을 한다.

 

푸시킨의 스페이드 여왕과 동명의 소설인 울리츠카야의 스페이드의 여왕은 푸시킨의 소설과 플롯은 비슷하지만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간다. 스페이드 여왕인 무르의 존재는 너무나 크고 확고해서, 주변 사람들을 시들게 한다. 안나는 어머니인 무르를 의자로 내리치고 싶어 하고, 머리끄덩이를 잡고 싶고, 혐오와 구역질(p.110-울리츠카야의 스페이드의 여왕)’을 느끼지만 한 번도 실천한 적이 없다. 어머니에게 알리지 않고 아이들을 전 남편이 있는 곳으로 보내려는 계획을 세우지만 안나의 삶은 너무 어이없게 끝나고 만다.

 

울리츠카야의 스페이드 여왕의 악령은 나쁜 사람을 벌주는 것이 아닌 자기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을 오히려 잠식해 버린다. 푸시킨의 소설보다 울리츠카야 소설이 더 빛나는 건 이 부분 때문이다. 어이없고, 말도 안 되지만 사실 이러한 일들이 우리에게 자주 일어난다. ‘관계라는 종속적인 것이 사람의 발목을 잡고 지옥으로 끌어당긴다. ‘스페이드의 여왕의 마지막 내용이 너무 먹먹하고도 슬펐다. 섬뜩하기도 했다. 어떻게 살아야 되는지 오랫동안 생각했다.

 

내가 읽은 러시아 소설은 도스토옙스키 작가의 작품이 많다. 언제나 그의 작품을 읽으며 감탄하지만 새롭게 만나는 러시아 작가도 정말 매력적이다. 이번에 만난 울리츠카야의 작품 역시 좋았다. 너무 장황한 도스토옙스키의 작품보다 분량이 훨씬 적었지만 그의 작품을 읽는 것만큼 풍성했다. 러시아 여성에 대한, 러시아 여성 작가가 쓴 글이라 재미있었고 공감한 내용이 많았다.


[안나 표도르브나는 차가운 우유팩을 들었다십오 분 후에 아이들이 떠나고두 시간이 더 지나서야 무르는 아이들이 떠났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그때는 아마도 이미 파흐라에 있을 것이다안나 표도로브나는 무르의 눈이 휑해지고조용하고 쉰 목소리가 유리가 쨍그랑하는 듯 날카롭게 올라가 고함치는 것을 상상했다깨진 그릇의 파편들가장 비열하고 참을 수 없는 여편네의 욕설.....그러고 나서는 별안간 이 일이 이미 일어났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녀즉 안나는 힘없는 손을 들어 화장을 한 늙은이의 따귀를 기분좋게 힘껏 갈긴다이후에 어떻게 될지는 아무래도 상관없다. -p143~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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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3-12-10 10:4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전 러시아 특유의 가난하고 비극적인 이야기가 좋더라고요~!!
이 책을 읽었던 감상평이 떠오르네요 ㅋㅋㅋ

페넬로페님 역시 러시아 소설 전문가 이십니다~!!

페넬로페 2023-12-10 11:55   좋아요 3 | URL
러시아가 워낙 역사의 굴곡이 심해 비극적인 스토리가 많은 것 같아요.
러시아 전문가는 당연 새파랑님 이십니다. 아마 누구나 인정할걸요^^

dokkikorea 2023-12-10 15: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좋네요

청아 2023-12-10 22:5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그녀는 마치 꿈조차도 ‘읽는‘ 듯했다!! 읽다 보니 김영하 작가 팟케스트에서
<소네치카>줄거리를 들어봤었네요. 남편이 너무 어처구니 없어서 가슴 아팠던 것 같아요.
그래도 페넬로페님의 리뷰를 보니 책으로 읽고 싶어집니다. 어느 것이 발췌문이고 어느 것이 리뷰인지 페넬로페님 문장이 아름다워서 헷갈렸습니다. >.<

페넬로페 2023-12-10 23:09   좋아요 3 | URL
남편이 정말 어처구니가 없죠.
러시아 여성의 삶도 녹록지 않았다는 걸 울리츠카야 작가가 잘 썼더라고요.
새로운 작가의 발견이었습니다.
저는 그저 위대한 작가의 작품을 훑었을 뿐입니다 ㅎㅎ

희선 2023-12-11 09: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류드밀라 울리츠카야는 박경리상 받기도 했어요 예전에 다른 나라 사람이 상을 받아니 했군요 그저 그렇게 알고 책은 읽어본 적 없어요 어릴 때부터 책을 좋아한 사람이 나오다니, 저는 어릴 때는 책을 안 봐서... 책과 현실은 아주 다르다고 생각하기도 하는군요 그래도 사람이 사는 데 책이 주는 게 있기는 하겠지요 사람은 책을 읽지 않아도 사는 데 문제 없군요 안 보는 것보다 보는 게 좀 나을 듯합니다 다른 즐거움이 없다면... 제가 그렇군요


희선

페넬로페 2023-12-11 16:41   좋아요 1 | URL
박경리상이 있다는 걸 저는 이번에 알았어요. 소네치카는 프랑스 메디치상도 받았는데, 이번에 한강 작가가 받은 상이더라고요.
책은 안보는 것보다 보는 게 훨씬 더 좋겠지요^^

서곡 2023-12-11 19: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프사 바꾸셨네요 예쁩니다 ㅎㅎ 월요일 저녁 편안히 잘 보내시기 바랍니다!

페넬로페 2023-12-11 20:30   좋아요 1 | URL
네, 오늘 일리야 밀스타인 전시회 보고 와서 작가의 서재 그림으로 바꿔봤어요^^
오늘 하루종일 비가 오네요.
건강한 저녁 되시길요^^

책읽는나무 2023-12-12 10: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아한 기분이 절로 들었습니다.
페페 님의 리뷰를 읽는 동안 말입니다.
잘 읽고 갑니다.^^

페넬로페 2023-12-12 12:46   좋아요 1 | URL
우아한 기분~~넘 좋으네요 ㅎㅎ
덩달아 저도 순간적으로 우아한 기분이 들어 기뻐요♥

2023-12-12 12: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12-12 18: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12-12 20: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나이는 먹는 게 아니라 뱉어야 한다는 장욱진 화가의 말처럼, 화가는 나이를 먹을수록 점점 심플하게 그림을 그린다. 나무, 아이, , 사람에게 있는 군더더기를 모두 제거한 채, 하고 싶은 말을 다 참아가며 본질의 느낌만을 표현한다. 화가는 자신의 일을 저항의 연속(p.19. 강가의 아틀리에)이라고 했다. 자기만족이란 있을 수 없으며, 항상 저항 속에서 살아간다는 말에 평생 그림을 그리며 산 사람의 고민과 예술가의 존재 이유가 느껴진다.

 

[장욱진의 그림을 서구 현대미술사에다 기준을 놓고 보면 소박주의, 상징주의, 또 초현실주의 등 그런 쪽에다가 견주어서 생각해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일만은 아니다 하는 생각을 나는 해봅니다. 문명 발생 이전의 원초 시대의 양식에 보다 가까운 그런 종합적인 감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물론 누구의 그림이든 간에 역사로부터 독립해서 발생할 수도 없고 또 존재할 수도 없습니다. 예술가는 모든 것을 다 보고 생각을 해나가는 것입니다.

-p. 20, ‘장욱진, 나는 심플하다중에서]


Conan님이 올려주신 페이퍼를 보고 10월에 혼자서 덕수궁 국립현대미술관으로 장욱진의 그림을 보러 갔다. 생각했던 것보다 화가의 그림은 더 단순했다. 내가 살고 있는 삶의 모습이 밋밋해서 그런지 예술 작품은 작가의 개성이 많이 들어간 것을 좋아한다. 봉준호의 영화보다는 박찬욱의 영화를 더 좋아하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장욱진의 그림은 많은 것이 생략되고 작아서 자세히 들여다보아야 했다. 그림이 주는 의미와 머리에 떠오르는 생각들을 맞춰 보는 것에 시간이 많이 걸렸다. 심플해서 쉬운 듯 보였지만 생각보다 어려웠다결을 다 말하지 않고 짧고 단순하게 기결을 압축시킨 그의 작품은 순수했다. 그의 그림에서 내가 말하는 방식을 배우고 싶었다.


-▣自像, 1951년, 종이(시험지)에 유채.

 

 미술 작품을 감상하면 화가의 자화상은 거의 매번 볼 수 있다. 각자 그리는 자화상의 모습도 천차만별이라 그것을 비교하며 보는 것도 재미있다. 장욱진의 자화상 역시 특이했다. 결혼식 때 입었던 프록코트를 입고 레드카펫을 밟으며 장욱진은 어디로 가고 있을까? 6.25전쟁이 한창일 때 화가는 힘든 현실 속에서 어떤 꿈을 꾸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장욱진의 부인인 이순경 여사는 혜화동에 있는 동양서림을 20년간 운영했다고 한다.

 

[“이 그림은 대자연의 완전 고독 속에 있는 자기를 발견한 그때의 내 모습이다. 하늘엔 오색 구름이 찬연하고 좌우로는 풍성한 황금의 물결이 일고 있다. 자연 속에 나 홀로 걸어오고 있지만 공중에선 새들이 나를 따르고 길에는 강아지가 나를 따른다. 완전 고독은 외롭지 않다.”

-장욱진, 자화상의 변, '화랑', 1979, 여름호]


덕수궁의 가을은 언제나 운치가 있다. 서울 도심에 몰려있는 다른 고궁과는 달리 근대적이다. 그곳에서 고종은 새로 들어온 서양 문물인 커피를 즐겨 마셨다. 하지만 몰락해가는 대한 제국의 무능한 왕으로 그의 마음은 커피의 맛처럼 쌉싸래했을 것이다. 이상하게 덕수궁에 가면 내 마음도 그렇다. 덕수궁 돌담길을 연인과 걸으면 헤어진다는 말은 정말이다. 나도 첫사랑과 덕수궁 돌담길을 걷고 나서 헤어졌다. 장욱진의 그림처럼 나와 나의 첫사랑은 그때 가장 순수했다. 지금 나와 그의 자화상은 어떤 모습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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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곡 2023-11-23 16: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덕수궁 가본지 오래 되었는데 올려주신 글과 사진 잘 봤습니다! 오후 마저 잘 보내시기 바랍니다~~

페넬로페 2023-11-23 17:27   좋아요 1 | URL
친구들 만날 때 거의 중간에서 만나니 1년에 몇 번은 고궁 나들이를 하게 되는 것 같아요.
날씨가 엄청 추워진다고 합니다.
서곡님께서도 감기 조심하십시오^^

얄라알라 2023-11-23 16: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10월 혼자 나들이를 하셨다니 더욱 페넬로페님 뭔가 있어 보이세요^^
장욱진 화가님만큼이나 20년간 서점(서림)을 운영하신 부인분도 짱!!

페넬로페 2023-11-23 17:30   좋아요 2 | URL
어떨 땐 혼자가 편하더라고요.
시간 날 때 훌쩍 다녀오면 기분 전환도 되고 뭔가 있어 보이기도 하고 ㅎㅎ
저도 이번 전시에서 부인께서 동양서림을 오래 운영하셨다는 걸 알게 됐어요^^

yamoo 2023-11-23 17: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장욱진 전시회에 갔다오셨군요!
장욱진 그림들은 도판으로 볼 땐 굉장이 좋았는데, 막상 미술관이나 전시관에서 보면 그 크기의 작음에 당혹스러움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그림이 조금만 컸다면...하는 아쉬움....늘 그런 아쉬움이 있어요..

페넬로페 2023-11-23 18:32   좋아요 2 | URL
네, 저도 yamoo님과 똑같은 생각을 했고 그 점이 정말 아쉬웠어요.
김환기나 김창열 화가의 그림과 좀 비교되더라고요^^

청아 2023-11-23 18: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군더더기 없이 비워내는 것, 단순함을 추구하기. 생각보다 어렵다고 느낍니다.
그래도 늘 마음은 그렇게 살고 싶은데 그걸 잘 표현한 작품들을 보면
마치 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 같아요.ㅎㅎ

페넬로페님 사진을 보니 맑은 날 미술관에 다녀오셨나 봅니다.
덕분에 구경 잘 했습니다.^^

페넬로페 2023-11-23 18:58   좋아요 2 | URL
요즘 단순함을 다시 배워야 할 것 같았는데 이 그림들을 보면서 더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덕수궁에 간 날 날씨가 가을답지 않게 추웠어요
그래서 하늘이 더 청명한 것 같아요^^

새파랑 2023-11-23 22:3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덕수궁 돌담길은 연인이 가면 안되는 곳이군요 ㅡㅡ 혼자서 미술관도 가시는 페넬로페님은 진정한 마니아 이십니다~!
사진으로 봐선 잘 모르겠는데 크기가 작나 보군요. 미술의 세계는 정말 어렵습니다~!!

페넬로페 2023-11-23 22:55   좋아요 2 | URL
네, 예로부터 전설처럼 전해 내려오는 말입니다 ㅎㅎ

장욱진 화가의 작품은 대다수가 크기가 작은 그림들이었어요.
작가 나름의 이유가 있었겠죠~~

희선 2023-11-24 04: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림이 단순하다고 해서 단순한 것만은 아닐지도 모르겠네요 이렇게 말해도 그저 보이는 것만 보기도 하지만... 어떤 건 그래도 괜찮지 않을까 싶기도 해요 잘 몰라서 이렇게 생각하는 건지도 모르겠군요


희선

페넬로페 2023-11-24 06:12   좋아요 1 | URL
단순함에 더 많은 것이 들어 있는 것 같아요. 많은 생각과 감정들을 단숨함에 압축하는 것은 쉽지 않겠지요. 당연히 그래도 괜찮을 것 같아요^^

호시우행 2023-11-24 12: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좋아하는 장욱진 화가의 작품 중 하나를 소장하고 있어요.

페넬로페 2023-11-24 13:58   좋아요 0 | URL
아! 그라시군요~~
어떤 작품일지....
분위기가 좋을 것 같습니다^^

Conan 2023-11-24 14: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시회 다녀오셨군요~ 그림은 혼자보는게 더 좋은 것 같습니다.^^ 잘 알지는 못하지만 한동안 보고있으면 그림이 말하고자 하는게 들리는 것 같기도 합니다.~

페넬로페 2023-11-24 15:11   좋아요 1 | URL
네, 저도 그림을 잘 모르는데, 그냥 그림 앞에 서서 한참 쳐다보고 있으면 나름의 느낌이 오더라고요. Conan님 덕분에 좋은 감상 하고 왔습니다**

독서괭 2023-11-27 16: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엇, 저 양주에 있는 장욱진미술관 가봤어요. 조경이 좋더라고요. 미술품 감상은 애들 데리고 가서 제대로 하지는 못했습니다만^^;; 덕수궁 경관과 어우러져 좋으셨겠습니다!

페넬로페 2023-11-27 19:29   좋아요 1 | URL
양주에 장욱진미술관이 있군요. 저도 담에 기회되면 한 번 가봐야겠어요. 그렇죠, 아이들과 가면 감상을 제대로 할 수가 없어요. 그래도 아이들에게는 추억이 쌓였겠어요^^

서니데이 2023-12-01 22: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림은 오래된 느낌이 아닌데, 나무 액자의 표면에서 시간이 오래된 작품이라는 느낌이 듭니다.
미술관 다녀오셔서 좋으셨겠어요.
페넬로페님, 오늘부터 12월입니다.
벌써 연말이 되었습니다. 추운 날씨 건강 조심하시고 좋은 일들 가득한 한 달 되세요.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페넬로페 2023-12-02 01:26   좋아요 1 | URL
2023년 12월이 되었어요.
올해의 마지막 달~~
아쉬움보다는 한달동안 잘 보내 올해를 즐겁게 마무리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서니데이님께서도 연말 잘 보내시길요^^

나와같다면 2023-12-05 00: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2023년 서재의 달인 되심 축하드려요. 페넬로페님의 좋은 글 잘 읽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페넬로페 2023-12-05 08:01   좋아요 1 | URL
나와같다면님, 감사합니다.
나와같다면님께서도 북플마니아 되심을 축하드려요.

서니데이 2023-12-05 20: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올해의 서재의 달인 축하드립니다.
따뜻한 연말 좋은 시간 보내세요.^^

페넬로페 2023-12-05 20:57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서니데이님♡♡♡
 
운명의 꼭두각시
윌리엄 트레버 지음, 김연 옮김 / 한겨레출판 / 2023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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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소설을 읽었을 때, 초반 부분은 약간 밋밋하게 읽혔다. 트레버 작가 특유의 담담하고 간결한 문장에 어떤 감정이 일어나지 않았고, 혹시 번역의 문제인가도 생각하게 되었다. 그렇게 천천히 가다가 71페이지에서 갑자기 불안이 엄습했고, 78페이지에서 나의 심장이 쿵 내려앉아 버렸다. 무너졌다는 것이 더 맞는 표현일 것이다. 훅 들어오는 이 운명의 꼬임들 때문에 그 다음은 계속 슬픈 감정으로 책을 읽게 되었다. 언제나 불행할 수밖에 없는 폭력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은 고결하며 용기를 내게 하는 것임에도 따뜻함보다는 서늘한 느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이 소설을 두 번째 읽었을 때, 처음의 밋밋한 느낌은 작가의 치밀한 전략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트레버는 이 책의 초반에 시대적 배경과 인물 하나하나의 성격을 지루할 만큼 자세하게 설명한다. 재독했을 때, 작가가 왜 이런 배치를 했는지가 완벽히 이해되었다. 인물 개개인의 성격과 관계, 또한 영국과 아일랜드의 오래된 반목의 역사를 모르고서는 이 소설이 말하고자 하는 것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똑같은 윌리엄이라는 이름을 가진 아일랜드의 퀸턴가와 영국의 우드컴 가문의 4대에 걸친 이 엄청난 이야기를 한 권의 책에 압축된 분량으로 서술한 트레버 작가는 역시나 대단한 소설가였다.

 

거의 750년 동안 영국의 지배를 받은 아일랜드는 처음엔 켈트족이 정착해 살던 나라였다. 기독교는 3~5세기 사이 성 패드릭에 의해 전파되었다. 그 뒤 바이킹족이 침략했으나 그들은 토착민의 문화에 잘 동화되었다. 앵글로-노르만이 아일랜드에 들어오고 그로부터 영국과의 기나긴 악연이 시작되었는데, 헨리 8세는 아일랜드를 더 강력하게 통치했고 종교개혁을 실시했다. 가톨릭교회의 재산을 몰수하고 수도원을 해체했다.

 

엘리자베스 1세는 플랜테이션이라는 식민정책을 시행하여 토착민으로부터 방대한 토지를 몰수하여 잉글랜드 귀족들에게 나누어주었다. 신교도가 아일랜드로 이주했지만 그들은 예전의 다른 민족과는 달리 쉽게 토착민의 문화에 동화되지 않았다. 그들은 얼스터 지역을 장악했으며 결국 이곳은 지금의 북아일랜드로 아일랜드는 아직도 완전한 독립을 이루지 못했다.

 

식민주의자들의 수탈과 약탈은 언제나 지독했다. 전통적으로 농업 국가였던 아일랜드는 유럽의 산업혁명의 영향을 받을 수 없었다. 대다수가 소작농인 아일랜드인은 환금성이 강한 농작물은 거의 잉글랜드로 보내고 그들은 하루 세끼를 감자에 의존했다.

 

1845년부터 시작된 감자 잎마름병은 사람들을 굶주림에 의한 죽음으로 내몰았으며 전염병으로 무수한 사람들이 사망했고 고국을 떠나게 했다. 그 와중에도 영국은 아일랜드에서 재배한 감자를 제외한 작물을 배로 실어 날랐으며 그들의 굶주림을 외면했다. 7년에 걸친 대기근으로 아일랜드는 완전히 폐허가 되었고, 아일랜드어를 버려야 했으며 아일랜드인은 영국에 대해 극도의 증오를 가지게 되었다.

 

운명의 꼭두각시1차 세계 대전에 영국의 편에서 독일군과 싸웠던 아일랜드가 영국으로부터의 독립을 희망했지만 그 꿈은 이루지 못했고 서로간의 폭력이 계속되는 것이 중요한 시대적 배경이 된다. 영국은 전쟁에 투입되었던 아주 잔혹한 군인들인 블랙 앤드 탠즈를 아일랜드의 혁명을 제압하는데 다시 투입한다. 어느 시대에나 그랬듯이 아일랜드인 사이에도 내전과 반목은 존재했고 그것은 계속적인 폭력과 복수로 이어진다.

 

영국은 나쁘지만 영국인 한 사람, 한 사람을 보면 모두가 나쁜 사람은 아니다. 철천지원수의 나라지만 영국인인 애나 우드컴은 아일랜드 남자와 결혼했고, 킬네이에서 퀸턴 가문을 이끌었다. 그녀는 아일랜드의 대기근을 외면하지 않았고, 토지 대부분을 주변 사람들을 위해 내놓았다. 애나 우드컴의 증손자인 윌리의 어머니도 영국인이다. 킬네이가 있는 로크 지방은 가톨릭 교도와 신교도가 함께 살았고 그들은 일요일에 각자의 성당과 교회에 다닐 수 있었다. 가벼운 계급 사회가 존재했지만, 각자의 위치에서 자신의 신념을 유지한 채 평화를 유지하며 살 수 있는 곳이었다.

 

난세에 중립을 지키고, 평화주의자로 산다는 건 어렵다. 킬개리프 신부는 과격한 아일랜드의 제국주의 혐오자에 의해, 윌리의 아버지인 윌리엄 퀸턴은 영국의 블랙 앤드 탠즈인 러드킨 중사에 의해 자신이 선택한 인생을 살지 못하게 된다. 중립을 지키는 것만 어려운 것은 아닐 것이다. 어느 한 쪽을 선택한다고 해도 그들은 목숨을 담보로 한 상대방의 보복성 폭력에 항상 노출되어 있다. 그것만으로도 이런 시대를 사는 개인은 불행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밤에 잠자리에서 난 더 이상 흐느끼지 않았다. 무의식적으로 손톱을 써서 다른 손 손바닥을 쥐어뜯지 않고도 아버지와 여동생들을 생각할 수 있었다. 심지어 내가 그토록 많이 들었던 천국, 이제 궁금해 할 더 큰 이유가 생겼음에도 여전히 어렴풋한 땅으로 남은 천국에 있는 제럴딘과 데르드러를 상상할 수 있었다. 플린 부인과 팀 패디와 오닐도 그곳에 있다고 여겼다. 물론 나의 아버지도. -p78.]

 

윌리의 관점으로 서술된 이 소설의 78페이지가 이 소설의 다른 어느 부분보다 내게 많은 의미로 다가온 건 이런 상황에 놓인 윌리의 어머니인 에비 퀸턴의 입장을 많이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 역시 엄마이기에 마음이 너무 안 좋았다. 그 뒤로 계속되는 에비의 행동과 결국 아들을 사지로 몰아넣는 것까지 다 이해될 정도였다.

 

이런 일을 당했을 때, 엄마의 역할은 대개 두 가지이다. 맨 정신으로는 살아갈 수 없는 것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윌리를 위해 정신을 차리고 자신을 수습하며 아들의 미래를 챙겨야 한다는 것이다. 이 세상의 엄마들이 위대한 건 대개 후자를 선택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전자를 선택한 에비의 입장을 너무 잘 이해할 수 있었다. 총으로 사람 하나 죽이는 게 전혀 이상할 것 없는 세상에 왜 누군가가 러드킨 중사를 쏘지 않았는지 의아해할 수 있다. 사람들이 이 남자에게 복수해주지 않는 것에 좌절한다. 자신과 같은 영국인이 가족을 죽였다는 생각도 이 여자를 미치게 했을 것이다. “단호함은 거의 효과가 없었을지도 모릅니다......상실이 너무 깊어서 종종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을 때가, 어떤 위로도 소용이 없을 때가 있습니다.(195.)”라는 킬개리프 신부의 말이 정확하다. 에비에게 닥친 상실은 운명을 뛰어넘는 것이다.

 

이 소설은 이종 사촌간이며 서로를 사랑했던 윌리, 메리앤과 그들의 딸인 이멜다의 관점으로 순서대로 서술된다. 운명의 수레바퀴 아래서 어느 누구도 그 굴레를 피해갈 수 없었지만 그 모질고 질긴 인연과 인생의 힘듦을 이겨내고 계속 이어갈 수 있는 힘은 결국 사랑이었다. 윌리와 메리앤 뿐만 아니라 이 소설에 나오는 인물들 모두의 바탕에는 사랑이 깔려있다.

 

이멜다는 킬네이에서 아버지 없이 성장하고 신교도임에도 가톨릭 학교를 다니고 있다. 자신이 살고 있는 곳과 주변이 온통 과거의 운명의 그늘에 휩싸여 있다는 걸 직감하며 비밀을 찾아다닌다. 이멜다를 통해 이 집안의 운명의 흐름이 다시 복기되며 그것은 고스란히 이멜다의 삶을 잠식한다.

 

이멜다는 볼료냐의 성녀 이멜다 람베르티니와 축일을 나누었는데, 성녀는 첫 영성체를 하기 전에 감실 앞에서 성체가 떠 있는 것을 보고 그것으로 영성체를 한다. 그 뒤로 성녀는 세속으로 돌아오지 않았는데, 이 소설의 이멜다 역시 집안의 마지막 운명의 기운을 고스란히 받아들여 세속의 삶을 살 수 없게 된다. 윌리와 메리앤은 노년에 이르러서야 다시 재회하게 되고 그들은 같이 딸의 불행을 지켜낸다.


-p12. ‘아일랜드역사 다이제스트 100’, 한일동, 가람기획

 

[어머니는 이상한 말을 했다. 지도를 보고 있노라면 아일랜드와 영국이 꼭 연인처럼 보인다고. “라니건 씨,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세요? 신기하게도 포옹을 떠올리게 하지 않나요? 이 모든 상황을 만들어낸 가장 특별한 포옹.”

포옹이라고요?”

제가 아일랜드식 환상에 너무 도취했다고 생각하시나요? 킬개리프 신부는 그렇게 생각하죠. 다른 사람들도 그렇고요. 하지만 전 이제 이 모든 것의 일부예요. 제 열정을 어쩔 수 없어요.” -p.287]

 

아일랜드와 영국의 지도를 보면 포옹까지는 아니더라도 친밀하게 마주보고 있다. 어쩌면 키스를 하고 있는 모습인 것 같기도 하다.

 

불행이 뻔히 보이는데도 지옥으로 들어가는 사람들을 윌리의 아버지인 윌리엄 퀸턴 씨는 운명의 꼭두각시라고 부른다. 사랑이든, 숙명이든, 선하든, 악하든 그 어떤 이유에도 운명은 결과에 관대하지 않다. 윌리엄 트레버 작가는 킬개리프 신부를 통해 그가 하고 싶은 말을 한다. ‘살인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는 것이며, 전쟁은 어리석고, 논쟁과 설득만이 유일한 방법’이라는 것....이 세상에서 자행되는 폭력은 그것이 어떤 이유이든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상처와 원한만 남길 뿐이다. '운명의 꼭두각시'로 살 수밖에 없는 우리들이 킬개리프 신부의 말을 계속 새기며 살아가야 할 당위가 여기에 있다. 

 

 *아일랜드 역사 부분은 한일동의 아일랜드역사 다이제스트100』(가람기획, 2019년)에서 참고해 정리해서 썼고 페이지는 생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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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3-11-19 14: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역시 엄청난 페넬로페님의 리뷰~!! 저도 윌리의 엄마의 분노가 이해가 되면서도 안타까웠어요. 우리가문이 아일랜드를 위해 한게 엄청난데, 왜 아무도 복수를 안하는거지? 이런 느낌? 윌리는 뭐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는 생각도 들고..

저도 이 책 읽고 인터넷으로 아일랜드 정치랑 종교를 찾아봤습니다 ㅋㅋㅋ

이 작품은 소설을 넘어선 아일래드의 역사서라고 생각합니다~!!

페넬로페 2023-11-19 16:29   좋아요 2 | URL
한 권의 책에 트레버 작가가 써 놓은 내용이 너무 많아 그걸 다 글에 나타내는게 불가능하다고 생각되어 그저 제 느낌대로 썼습니다.
아일랜드의 역사도 참 불행한 일이 많았는데 그러한 일을 겪었을 개인들의 가슴엔 얼마나 많은 한이 있었을지 ㅠㅠ

네 정말요.
소설을 넘어선 역사입니다^^

거리의화가 2023-11-19 16:4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리뷰 읽으니 이 책은 저도 접근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페넬로페 2023-11-19 17:02   좋아요 2 | URL
네, 이 책은 역사의 시각으로 읽어도 되고 여성의 시각으로도 좋아요. 읽으면서 열불이 많이 났습니다. 그걸 다 옮기기가 역부족 이었어요.

청아 2023-11-19 21: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아는 이니스프리가 저 이니스프리에서 왔을까요ㅋㅋㅋ

아일랜드의 역사가 우리의 역사와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고 어디선가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페넬로페님 리뷰 읽으니 마음이 급해지네요. >.<

페넬로페 2023-11-19 21:46   좋아요 1 | URL
이니스프리섬은 아일랜드 출신의 시인인 예이츠의 고향 쪽에 있는 호수섬이라고 해요.
이 책에도 언급되어 있어 인용해 보았어요. 떠돌아 다녀야하는 주인공 월리의 마음같았어요.

아일랜드가 여러가지 면에서 우리나라와도 비슷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고도 합니다.
미미님의 감상도 얼른 듣고 싶어요^^

희선 2023-11-20 01: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람은 누구나 역사에 영향을 받겠습니다 그런 걸 더 많이 받을 때가 있지 않나 싶기도 합니다 여기에서는 전쟁이 아닐까 싶네요 전쟁뿐 아니라 종교도... 아일랜드는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낳지 못한다는 법도 있었더군요 그런 사람이 아주 없지 않았겠지만, 그런 사람은 수녀원에 들어가서 일하고 아이를 낳으면 다른 곳으로 입양 보냈더군요

전쟁이 일어났을 때 다른 사람을 죽이지 않을 수 있을지, 죽이지 않으면 자신이 죽고... 그런 거 생각하면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합니다 여전히 전쟁은 일어나고 쉽게 끝나지도 않네요

페넬로페 님이 쓰신 글을 보니 아일랜드가 한국과 비슷한 면이 있기도 하군요


희선

페넬로페 2023-11-20 09:30   좋아요 1 | URL
사람은 정말 역사에 영향을 많이 받지요. 아일랜드가 핍박받은 민족이지만 ‘밀크맨‘같은 책을 읽어보면 참 통제가 많은 나라였다는 생각도 들어요. 이 소설은 어떤 전쟁에 대한 건 아닌데 전쟁같은 삶과 비슷할 것 같아요. 어쨌든 폭력은 서로에게 끝이 나지 않는 일인 것 같아요.

2023-11-20 01: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11-20 09: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11-20 11: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11-20 14: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니데이 2023-11-22 06: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윌리엄 트레버 책이 올해 가을에도 신간으로 나왔네요. 그러고보니 표지를 본 것 같기도 해요.
이 책 시리즈를 전에 샀는데, 다른 책보다 판형이 작았어요.
사진을 보니 기억이 맞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페넬로페님, 따뜻하고 좋은 하루 보내세요.^^

페넬로페 2023-11-22 08:35   좋아요 2 | URL
한겨레 출판사의 트레버 시리즈의 판형이 디자인은 좋은데 읽을 때 양손에 꼭 잡고 읽어야해서 조금 불편했어요.

이번 주 날씨는 따뜻해서 좋은 것 같아요. 또 추위가 몰려 오겠죠.
서니데이님!
건강하고 행복한 하루 보내시길 바래요^^

희선 2023-12-09 01: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 님 또 축하합니다 십이월에 일어난 좋은 일이군요 살면서 좋은 일이 일어났을 때 기뻐하기도 해야겠네요 그것만 생각하는 게 좋겠습니다

페넬로페 님 남은 십이월 책도 만나면서 즐겁게 건강하게 보내세요


희선

페넬로페 2023-12-10 10:36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희선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