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드런 액트
이언 매큐언 지음, 민은영 옮김 / 한겨레출판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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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다수의 사람들은 별 생각 없이 국가, 사회, 도덕, 법률이 정해놓은 길에 순응하며 살아간다. 그 길이 자신의 신념과 맞는지, 모든 사람에게 동등한 것인지에 대한 의문을 갖기 시작하는 순간 삶은 피곤해진다. 결론도 나지 않으며 다른 대안을 찾기가 쉽지 않다. 작가 이언 매큐언의 표현대로 그야말로 현상유지(p.23)’하며 사는 것이 적당하고 편안한 것이다.

 

59세의 고등법원 가사부 판사인 피오나 메이는 종교나 신념 등에서 현상유지에 실패해 법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는 사람들에게 어떤 결정을 내려주어야만 한다. 이들의 문제점은 타협의 여지가 없고, 양극단적인 딜레마에 빠져 있어 어느 한 쪽의 손을 들어주면 다른 쪽에 치명적인 타격이 가해진다는 것이다. 피오나가 내린 판결에 의해 누군가가 죽을 수도 있고, 특수한 공동체나 종교 단체의 기본 원칙이 부정당할 수도 있다. 그런 결과가 피오나에게 항상 부담감으로 작용한다.

 

부부간의 이혼소송, 교리 실천에 대한 신념이 달라 딸의 교육 문제에 대한 분쟁이 있는 유대인 부부, 하레디(세속 문화를 극단적으로 거부하는 초정통파 유대교) 공동체 출신인 번스타인 부부의 싸움 등 피오나가 처리해야 할 일이 쌓여있다. 한 아이만 살려야 했던 샴쌍둥이의 운명처럼 이미 판결한 사건에 대한 생각과 회의도 끊임없이 이어진다. 그 선택의 결과에 대한 트라우마가 계속 그녀를 괴롭힌다.

 

[이상한 차이, 특별 청원(자신에게 유리한 사실만 말하는 일방적인 진술), 내밀한 반쪽의 진실, 희한한 비난이 난무하는 고등법원 가사부. 법의 모든 분과가 그러하듯 판사는 상황의 미세한 특이점을 신속하고 완벽하게 이해해야만 했다. -p.9~10

 

이 모든 슬픔은 주제도 비슷하고 그 안에 담긴 인간적인 요소들도 비슷했지만 피오나는 끊임없이 그 슬픔에 매혹되었다. 그리고 자신이 이 절망적인 상황에 합리적인 시각을 제시해준다고 믿었다. 그녀는 가족법 조항들을 대체로 신뢰했다. 낙관적일 때는 아이의 필요가 부모의 필요에 우선함을 법령에 명시하는 것이 문명 진보의 중요한 표지라고 여기기도 했다.

-p11]

 

직업적 스트레스뿐만 아니라 피오나에게는 또 다른 고민이 있다. 35년 동안 결혼생활을 한 동갑인 남편이 그녀에게 개방결혼을 제안했다. 더 늦기 전에 육체적 열락(悅樂)을 느끼고 싶다는 철없는 남편의 투정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황당해한다. 남편인 잭의 바람은 젊었을 때처럼 피오나와 열정적인 잠자리를 원하는 것인 동시에, 그것이 안 되면 지금 썸을 타고 있는 젊은 여자와의 연애를 눈감아 달라는 이중적인 메시지였다. 자기연민에 빠져 자신만을 생각하는 남편에 대한 섭섭함과 또한 사회적으로 이뤄놓은 명성에 흠집을 내지 않기 위해서도 그녀는 남편의 요구를 들어줄 수 없다.

 

백혈병에 걸린 17세 소년 애덤 헨리는 급히 수혈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는 여호와의 증인신자이기 때문에 남의 피를 받기를 거부한다. 피오나의 판결에 의해 애덤 헨리의 생사(生死)가 결정되는 급박한 순간부터, 애덤과 피오나의 연결, 그 결과는 충격적이었고 많은 여운이 남았다.

 

아동의 양육과 관련한 사안을 판결할 때.법정은 아동의 복지를 무엇보다 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p.50)’는 아동법 제1조를 바탕으로 이 소설을 쓴 이언 매큐언작가는 매 순간, 우리들에게 딜레마적 상황을 보여주며 당신이라면 어떤 결정을 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한다. 아동(청소년)에게 자기 삶의 결정권을 주는 것이 맞는가?’ 판사나 법의 판결이 그들에게 꼭 합리적인 것만은 아닐 수도 있다는 것, 아동의 복지를 우선으로 한 판결이 그저 판결만으로 끝나며 그 다음을 책임져주지 않는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남는다.

 

내가 목격하고, 나를 찾아 온 여호와의 증인신자들은 전교하러 다닐 때, 꼭 자신의 아이들과 함께였다. 심지어 유모차에 어린 아이를 태우고 우리 집 문을 두드리기도 했다. 그들의 교리와 종교적 신념이 무엇인지 잘 모르지만 일단 아무런 힘과 결정권이 없는 아이를 이용한다는 것이 내가 이 종교를 아주 싫어하는 이유이다. 사랑과 평화를 위해 존재하는 종교는 한편으로 이기적인 것이기도 하다. 백혈병을 앓는 애덤에게 여호와의 증인은 수혈을 통해 생명을 주기보다, 하느님의 말씀을 앞세워 자신들의 교리를 실천할 수 있는 성스러운 순교를 원했다.



‘Anchor Books’‘Random House’THE CHILDREN ACT표지이다.

 

피오나는 자신이 살고 있는 그레이즈인 스퀘어에서 왕립재판소까지 걸어서 출근한다. 비 오는 어느 날, 한 손에는 서류가방을, 다른 손에는 우산을 들고 걸어가며 바흐의 파르티타 2번을 머릿속으로 연주한다. 버지니아 울프의 클라리사 댈러웨이처럼 그녀 역시 의식의 흐름 속에 잠겨있다. 남편을 사랑하지만, 그가 원하는 것이 어이없어 자존심이 상하고 자신의 처지가 처량하다는 것, 여지껏 남편에게 최선을 다했지만 그들에게 아이가 없다는 점에서, 아니 자신이 남편에게 아이를 안겨주지 못했다는 것에 결국 발목이 잡히는 느낌을 받는다. ‘설움과 불만, 분노(p.63)’로 가득 찬 59세의 피오나는 자기연민에 빠진다.

 

이 책의 절반 이상이 피오나와 애덤에 대한 내용이지만 난 원서의 표지에 압축되어 표현된 60페이지에서 69페이지까지의 내용이 너무 좋았다. 바흐 음악의 흐름대로 피오나의 변화되는 감정을 따라가며 그녀의 현재와 과거를 오가는 생각들에 완전 몰입할 수 있었다. 어딘가로 멈추지 않고 급하게, 계속 가야할 것 같은 한 여자의 삶이 위태로워 보이기도 했다.

 

이언 매큐언의 칠드런 액트는 얼마 전에 읽은 속죄와 조금 결이 다른 소설이지만, 어딘가는 닮고 연결된 느낌도 든다. 여전히 문장은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고, 영어권 작가 특유의 위트가 있다. 소설의 마지막 페이지를 읽고, 책을 덮어도 여전히 해결된 것은 없다. 무엇이 옳은지,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하며 살아야 하는지....

작가는 도망쳐버렸고, 난 계속 딜레마적 고민과 의식의 흐름에 푹 빠져있는 상태다.

 

[강변의 들판에 내 사랑과 나는 서 있었지.

기울어진 내 어깨에 그녀가 눈처럼 흰 손을 얹었네.

강둑에 풀이 자라듯 인생을 편히 받아들이라고 그녀는 말했지.

하지만 나는 젊고 어리석었기에 이제야 눈물 흘리네.

-예이츠, <버드나무 정원을 지나>, p.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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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4-04-27 08:4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런 번역서 제목 저는 훨씬 좋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을 위한 법조항‘이란 뜻일텐데,,, 다른 제목으로 바꾸는 것보다 더 낫네요.
이언 매큐언 책 꽤 쌓아놨는데, 이 책은 없어요.
아! 나온지 얼마 안됐군요.
말씀하신대로 원서 표지에서 그런 느낌이!

페넬로페 2024-04-27 09:29   좋아요 3 | URL
제가 제목에 대해 그런게 아니고~~ 책표지가 한국판보다는 원서가 더 마음에 와 닿는다는 거였어요.
주인공의 직업이 판사이고 그것도 가사부를 맡다보니 아무래도 저런 발걸음으로 걷는 삶이 많지 아닐까 싶어서요.
한국판 표지는 너무 하나만을 의미하는 것 같더라고요~~

그레이스 2024-04-27 09:52   좋아요 2 | URL
제목에 대한 생각은 저의 것!^^
번역책 나올때 출판사에서 제목을 바꾸는게 맘에 안들어서요 ^^
표지느낌은 페넬로페님 말씀하신 느낌이!

페넬로페 2024-04-27 09:46   좋아요 2 | URL
아, 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어쨌든 발자크보다는 문장이 좋습니다 ㅎㅎ^^

서곡 2024-04-27 10: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암스테르담과 이 책 빌렸다가 암스테르담만 읽고 반납 ㅎㅎㅎ 영화 칠드런액트만 봤습니다

현재 저는 이언의 검은개를 조금 읽었는데요 계속 읽을지말지 생각중이랍니다

페넬로페 2024-04-27 11:47   좋아요 1 | URL
암스테르담도 읽고 싶어요.
부커상을 받은 작품이더라고요.
영화는 고민중입니다.
아무래도 내용을 다 알고 있어 흥미가 떨어질 것 같아요^^

꼬마요정 2024-04-27 14: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속죄>는 너무 좋았고, <넛셀>이랑 <체실비치에서>는 괜찮았고, <견딜 수 없는 사랑>은 그냥 그랬어요. 이 책은 모두 추천하시네요. 이제 요 책 읽어보겠습니다^^

페넬로페 2024-04-27 16:42   좋아요 1 | URL
다음에는 <넛셀>이랑 <체실비치에서> 읽어봐야겠어요.
<칠드런 액트>는 그렇게 많이 재미있지는 않은데 생각할 거리를 많이 주는 소설이더라고요^^.

새파랑 2024-04-27 16: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남편 나쁜놈이네요... ㅋㅋ 페넬로페님에게 고민을 안겨준 문제작이군요~!
저 이책 사놨는데 손이 안가더라구요. 이언 메큐언이랑 저랑 잘 안맞는듯 합니다...

페넬로페 2024-04-27 16:49   좋아요 1 | URL
그러게요~~
근데 남자는 다 똑같지 않을까요? ㅋㅋ
매큐언 작가가 월리엄 트레버 작가와는 뭔가 다른 매력이 있더라고요^^

책읽는나무 2024-04-27 22:5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때 페페 님의 <속죄> 리뷰 읽고 집에 가면 책 사야지! 다짐했었는데 헐...오래 전에 사다놓았더군요.ㅋㅋㅋ
근데 다른 책도 이미 사다 놓았더군요.
<스위트 투스>요.
<스위트 투스>가 이언 매큐언의 책인 줄 최근에 알았어요.ㅋㅋㅋ
그냥 일단 덮어두고 사기만 했던 저의 습관! 처음으로 셀프 칭찬했네요.ㅋㅋㅋ
최근엔 <암스테르담>도 장만은 해뒀구요.
이젠 읽기만 하면 됩니다.^^
근데 페페 님의 이 리뷰도 읽고 나니 아...또 사야 하나? 고민되네요. 일단은 이 책 눈도장 찍고 집에 있는 책들부터 천천히 읽어나가.....
아, 언제가 될까요?^^

페넬로페 2024-04-27 23:49   좋아요 0 | URL
매큐언 작가의 작품도 은근 많네요. <스위트 투스>는 처음 들어 봅니다.
천천히 읽어봐야겠어요.
책나무님!
그게 우리들이잖아요 ㅎㅎ
일단 읽고 싶은 책 사 놓고, 서재 친구들 글 올라오면 또 사놓고,
도서관에서 빌려 오고,
그러다 안 읽은 책 쌓이고 ㅎㅎ
언젠간 읽게 되겠죠~~
분명 그런 날이 옵니다^^
 

처음에는 인생 책 네 권을 어떻게 고를지 암담했고, 고민되었지만 알라딘 서재 친구들이나 작가들의 <인생네권>에 자극받아 그냥 쉽고, 가볍게, 의식의 흐름대로 골랐다.

 

페넬로페의 인생네권은~~~


소포클레스 비극 전집은 고전의 전범(典範) 같은 책이다. 이 책에 나오는 모든 것이 인용되고, 응용되며, 다양하게 변형된다. 지금 이 시대에도 똑같이 적용되는 인간과 세상과의 관계가 소름끼친다. 특히 오이디푸스 왕은 삶이 정말 내 뜻대로 안 되는 것을 인식시켜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명료하게 가르쳐주는 인생의 지침서이다.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은 세 번 읽은 책이다. 중학교 때 처음 이 책을 읽었을 때, 나는 라스콜니코프가 고리대금업자 알료나 이바노브나를 도끼로 살해하는 것에 전율을 느꼈다. 그가 이 노파를 살해하는 것에 대한 당위성을 인정했고, 세상의 누군가는 그렇게 해주어야 한다는 라스콜니코프의 주장에 동의했다. 중학생인 내가 그때, 왜 그런 생각을 했을까? 40대에 읽었을 땐, 라스콜니코프가 노파를 살해한 것이 정당한가에 대해 생각했다. 그의 자격이 의심되었다. 그 어떤 이유에도 사람이 사람을 죽일 수 없다는 도덕적인 면이 우선되었다. 50대를 훌쩍 넘어 최근에 다시 읽은 죄와 벌에서는 그저 <인간 라스콜니코프>만 보였다. 무엇이 그를 이렇게 성마르게 하고, 정신적으로 힘들게 하는지.그와 환경적으로 별로 차이가 나지 않은 것 같은 라주미힌은 저렇게도 긍정적이고 활기찬데 왜 라스콜니코프는? 엄마의 마음으로 라스콜니코프를 안아주고 위로해 주고 싶었다.

 

 

장 지글러의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는 내게 세계를 보는 관점을 바꾸어준 책이다. 물론 그 전에도 세상의 불공평성과 폭력, 이기심에 관심이 많았지만, 이 책은 나를 한 발짝 더 세계 속으로 들어가게 했다. 또한 아이러니하게도 이 책은 나를 힘 빠지게도 했다. 아무리 아우성치고, 발버둥 쳐도 이놈의 자본주의 세계는 영원히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패배감에 젖어 누군가가 희망을 얘기할 때, 난 그것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비관주의자가 된 듯하다. 언젠가 성당에서의 성경 공부 시간에, '하느님이 없다고 생각한 적이 있는가?'에 대한 질문을 받았을 때, 난 이 책을 인용했다. 이 세상에 하느님이 없는 곳이 너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ㅠㅠ

 

  

로버트 먼치의 언제까지나 너를 사랑해는 딸아이가 어렸을 때 밤마다 읽어준 책이다. 아이가 이 책을 너무 좋아해 수백 번 넘게 읽었을 것이다. 아이를 낳아 기르고, 그 아이가 커 가는 모습, 그러다 엄마는 늙어가고 다시 아이가 어른이 되어 아이를 낳아 기르는 모습들. 매 순간마다 존재하는 사랑한다는 말, 그리고 아! 인생, 인생, 나는 늙어가고, 늙어가고.오래된 책 냄새가 많이 나는 이 책을 다시 읽어 보니 왜 이리 슬픈지 모르겠다.

 

이번 생은 책과 함께 망했다

어쩔 수 없다. 그냥 그렇게 살다 갈 수 밖에.


알라딘 서재,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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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곡 2024-04-24 15: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번 생은 책과 함께 망했다. --> 우와아아아 짝짝짝!!!

페넬로페 2024-04-24 16:22   좋아요 1 | URL
ㅎㅎㅎ~~
서곡님께서 제 마음을 알아주시는군요^^

은하수 2024-04-24 15:3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책과 함께 흥한거 아니구요~~~??^^
책과 함께 하는 페넬로페님의 이번 생 쭈욱 응원할게요 ~~

페넬로페 2024-04-24 16:24   좋아요 2 | URL
책을 사랑한 반어적 표현이었지만, 한편으로 책만 읽어 아쉬운 마음도 조금 있습니다. 앞으로는 책과 함께 흥하는 인생을 살겠습니다. 은하수님, 응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서곡 2024-04-27 12:08   좋아요 2 | URL
독서 외에 영화 미술 음악 감상 등으로 세계를 좀 더 넓히고 싶다가도 책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독서가 제일 쉬웠어요 일까요 ㅎㅎㅎ 책과 함께 흥하는 생 저도 응원하고 또 열망합니다~~

페넬로페 2024-04-27 12:43   좋아요 1 | URL
전에는 영화도 많이 보고, 책도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이 읽었는데, 지금은 왜이리 시간이 빨리 가는지 모르겠어요.
시간의 밀도가 점점 낮아지는 느낌입니다.
서곡님, 응원 감사합니다^^

다락방 2024-04-24 16: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장 지글러의 책을 넣을까 하다 말았는데 넣었다면 페넬로페 님과 장 지글러로 만났겠네요. 제가 넣으려던 책은 [인간 섬] 이었어요.

페넬로페 2024-04-24 16:45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께서 장 지글러의 책을 좋아하신다는 거 알고 있죠~~
<인간 섬>도 읽어보겠습니다^^

stella.K 2024-04-24 17: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죄와 벌을 넣고 싶었는데 역시 저는 부활을 거부할 수 없어서...ㅠㅠ

페넬로페 2024-04-24 17:35   좋아요 2 | URL
결국 도스토옙스키냐, 톨스토이냐의 문제군요 ㅎㅎ

Falstaff 2024-04-24 18:2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소포클레스가 제일 앞에!! ㅎㅎㅎ 고스톱 치다가 다 잃고 막판에 쓰리고, 광박 씌운 기분입니다. ^^

페넬로페 2024-04-24 18:46   좋아요 0 | URL
‘오뒷세이아‘를 선택할까 고민하다가 오뒷세이아보다는 ‘오이디푸스‘나 ‘필록테테스‘, ‘안티고네‘쪽이 더 당기더라고요.
막판에 쓰리고, 광박, 좋습니다 ㅎㅎ

새파랑 2024-04-24 20:3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우~! 페넬로페님의 네권의 범위가 엄청 다양하네요~!!

저도 1번, 2번 너무 좋아합니다 ㅋ

4번은 의미긴 있는 책이군요 ㅜㅜ

페넬로페 2024-04-24 21:11   좋아요 2 | URL
네 권을 저에게 의미가 있는 책으로 정했어요.
지금 다시 보니까 4번이 찡하네요^^

모모 2024-04-25 00: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늘 잘 보고 있어요, 응원합니다~^^

페넬로페 2024-04-25 00:14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모모님!
저도 항상 응원하고 있어요^^

희선 2024-04-25 01: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죄와 벌》을 중학생 때 처음 만나셨군요 읽을 때마다 다르게 생각하시다니... 사람 세상에서는 사람이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해야 하지만, 자본주의사회에서는 그게 잘 안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딘가에서는 음식이 남아서 버리고 어딘가에서는 없어서 굶고... 따님한테 밤마다 책을 읽어주셨군요 그런 책 기억에 많이 남겠습니다


희선

페넬로페 2024-04-25 08:26   좋아요 1 | URL
책을 좋아하다보니 책과 관련된 저만의 스토리도 많은 것 같아요.
인생 네 권 고르기 쉽지 않았는데 해 보니 또 재미있었어요 ㅎㅎ

그레이스 2024-04-25 09: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언제까지나 너를 사랑해 읽다 울었어요 ㅠ

페넬로페 2024-04-25 15:28   좋아요 0 | URL
네, 내용이 슬픈데 주구장창 읽었어요 ㅎㅎ

페크pek0501 2024-04-28 12: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죄와 벌은 생각나지 않아 인생 네 권에 못 넣었는데 넣을 만하다고 생각해요. 그 장편을 읽고 도선생이 천재라고 여겼거든요.^^

페넬로페 2024-04-28 14:06   좋아요 1 | URL
<죄와 벌>뿐만 아니라 도선생님의 작품중에서 경쟁되는 것이 많았어요. 작가의 여러 경험이 작품 속에 들어 있는 것 같아요^^
 
엘살바도르 산타아나 이사벨 - 200g, 홀빈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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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품절


커피에 너무 많은 맛이 담겨 있으면, 맛에만 집중하게 된다. 목련, 벚꽃, 진달래, 철쭉, 서양수수 꽃다리, 조팝나무꽃이 지천으로 널려있는, 날 좋은 날에 자연을 잊게하는 커피는 어울리지 않는다. 산타아나 이사벨 커피는 지금 마시기에 좋다. 그냥 커피 본연의 맛이라 멋진 배경에 곁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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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곡 2024-04-14 14: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산타아나 이사벨...이름이 너무 예쁜데요 ㅎ 일요일 잘 보내시기 바랍니다!!

페넬로페 2024-04-14 19:36   좋아요 1 | URL
커피에 따라 이름도 다양한 것 같아요.
ㅎㅎ
요즘 날씨가 딱 좋은 것 같습니다.
서곡님!
남은 일요일도 잘 보내시길요^^

라로 2024-04-14 14: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커피 맛을 몰라요. 그냥 찐하다 약하다 정도? ‘자연을 잊게하는 커피‘ 그 부분은 커피 광고 회사가 카피로 사용해도 좋을 것 같아요! 멋진 표현! 이부분 커피 회사에 파세요.^^;;

페넬로페 2024-04-14 19:38   좋아요 0 | URL
저도 커피맛 잘 몰랐는데 마시다보니 조금은 알 것 같아요.
광고회사에서 카피로 사려나요? ㅎㅎ
라로님
반갑습니다^^

2024-04-17 04: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4-17 14: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4-21 02: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책읽는나무 2024-04-17 06: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커피맛 표현은 역시 페페 님.^^👍

페넬로페 2024-04-17 14:34   좋아요 1 | URL
요즘 일이 많아 책을 거의 못 읽어요.
그래서 커피 백자평이라도 썼어요 ㅎㅎ
책나무님, 잘 지내시죠?

책읽는나무 2024-04-17 15:28   좋아요 1 | URL
안그래도 오늘 새벽 문득 페페 님 글 좀 읽어보려고 들어왔다가 엥? 했어요.
많이 바쁘신가봐요?
그래도 커피 백자평이라도 남겨 놓으시니 좋네요.
커피 광고 나래이션 문구는 페페 님께 의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나 제가 좋아하는 공유가 광고하는 카누 커피라도 좀....ㅋㅋ
 
용의자 X의 헌신 - 제134회 나오키상 수상작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 3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억관 옮김 / 재인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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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처음부터 범인이 누구인지 알려 준다. 알려 주고 시작하기에 나중에 큰 반전이 있을 거라 예상할 수 있다. 읽을수록 계속 기대하고 기다리게 된다. 반전은 상상도 못한 것이라 좋았다. ‘헌신‘이란 말이 이해되었고, 추리 소설인데도 의외로 사랑을 생각하게 했다. 사랑한다면, 헌신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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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친놈 2024-04-03 11: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글 보니 다시 읽고싶어지네요 ㅎㅎㅎ 그때는 아무것도 모르던 중딩때라 다시읽으면 어떤 느낌일지 궁금해집니다 ㅎㅎㅎ

페넬로페 2024-04-03 14:28   좋아요 1 | URL
중학교때 이 소설을 읽으셨군요.
재독하시면 그때와는 느낌이 조금 다르실 듯 합니다.
근데 결말을 알고 있어 재미는 약간 떨어질 것도 같은데요 ㅎㅎ

책친놈 2024-04-03 14:54   좋아요 1 | URL
맞아요 아무래도 추리소설이라 결말을 알고보면 아쉬울것 같기도 해요 기회가 된다면 봐야겠어요

은오 2024-04-04 06: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히가시노게이고는 이거랑 <악의> 읽었는데 저도 재밌게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너무 옛날이라 내용은 하나도 기억이 안 나지만ㅠㅋㅋㅋㅋ(결말도요...)

앞으로도 헌신하겠습니다~!!

페넬로페 2024-04-04 08:49   좋아요 1 | URL
이 책이 2017년도에 출간되었더라고요.
좀 오래되었죠 ㅎㅎ

여기서 헌신을 더한다면~~
음, 흠흠^^

새파랑 2024-04-04 11:0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전 이 책 예전에 영화로도 본거 같아요. 그 후에 책으로 읽고 ㅋ

히가시노 게이고 책은 재미있어서 좋더라구요~!!

페넬로페 2024-04-04 12:28   좋아요 2 | URL
네, 재미 있었어요.
소설 속에 치밀한 것을 설계했더라고요^^

서곡 2024-04-10 16:58   좋아요 1 | URL
저는 영화로만 보았습니다 원작은 안 읽었지만요...한국판 중국판 일본판 영화가 세 개나 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 중 두 개를 보았네요

오늘 휴일 잘 보내시기 바랍니다~~

그레이스 2024-04-04 11: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한동안 히가시노 게이고 모으던 남편도 이제는 시들 ㅎㅎ
이 책 때문에 시작되었던 것 같아요.

페넬로페 2024-04-04 12:29   좋아요 1 | URL
저는 <나미야~~>보다 더 좋았어요.

희선 2024-04-06 03: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히가시노 게이고 알고 얼마 안 됐을 때 이 책 봤군요 그때는 이런 소설 안 지 얼마 안 돼서 제대로 못 본 듯합니다 탐정 갈릴레오도... 한국에서도 영화 만들고 이 책 다시 나왔던 것 같아요


희선

페넬로페 2024-04-06 15:36   좋아요 1 | URL
탐정 갈릴레오가 ‘유가와‘이더군요.
이 사람만 없었으면 완전 범죄가 될 뻔 했는데 ㅎㅎ

stella.K 2024-04-12 13: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영화로 보니 읽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긴 하더군요. 얼마 전 중고샵에 구판이 있길래 살까 하다가 선수를 뺐겼어요. 요즘엔 봄을 타는지 모든 게 시큰둥 하더군요. ㅋ

페넬로페 2024-04-12 18:36   좋아요 1 | URL
stella님께서는 영화를 보셨군요.
이미 결말을 알고 책 읽으면 재미 없을 것 같은데요.
책은 계속 결말을 향해 추리해 나가거든요~~
봄이라 그런지 저도 영 독서 진도가 안 나가네요~~
요즘 꽂이 정말 예뻐요^^
 














산책을 하다보면 유모차에 누워있는 갓난아기나, 엄마 아빠와 놀러 나온 아이들을 만난다. 얼마 전에 아기를 낳은 조카가 가족 단톡 방에 아기의 동영상을 자주 올려준다. 아기는 쉴 새 없이 몸을 움직이고 옹알이를 하며 잘 웃는다. 아이들을 보면 예쁘고 귀여워 저절로 마음이 환해지는 미소가 지어지지만, 한편으로 왠지 슬프기도, 씁쓸하기도 하다. 저 아이들이 헤쳐 나갈 세상이 아득해 보여서이다. 별것도 없는 세상에서 버티고, 살아남기 위해 얼마나 많이 쓸모없는 것들에 최선을 다하고 그것을 지켜내야 하는지 그들은 아직 모를 것이다.

 

<윌리엄 스토너>의 삶에도 반짝했던 순간은 몇 번 되지 않았다. 아무 희망 없이 노동만으로 농사를 지으며 근근이 살아가는 집안에서 자란 스토너가 대학에 들어갈 수 있었던 것은 타고난 머리가 좋아 공부를 잘해서일 것이다. 4년간 농과대학에서 공부하고 스토너가 다시 돌아가야 할 곳은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 부모와 척박한 땅이 있는 고향이었다. 대학 2학년 때 그는 교양 과목인 영문학 개론수업에서 아처 슬론 교수가 읽어주는 셰익스피어의 소네트에 온몸으로 불안하게 흐르는 피가 느껴져자신의 진로를 바꾼다. 그는 대학에 남아 영문학을 공부하기로 한다. 처음으로 부모의 뜻을 따르지 않는다.

 

[그대 내게서 계절을 보리.

추위에 떠는 나뭇가지에

노란 이파리들이 몇 잎 또는 하나도 없는 계절

얼마 전 예쁜 새들이 노래했으나 살풍경한 폐허가 된 성가대석을

내게서 그대 그날의 황혼을 보리.

석양이 서쪽에서 희미해졌을 때처럼

머지않아 암흑의 밤이 가져갈 황혼

모든 것을 안식에 봉인하는 죽음의 두 번째 자아

그 암흑의 밤이 닥쳐올 황혼을.

내게서 그대 그렇게 타는 불꽃의 빛을 보리.

양분이 되었던 것과 함께 소진되어

반드시 목숨을 다해야 할 죽음의 침상처럼

젊음이 타고 남은 재 위에 놓인 불꽃

그대 이것을 알아차리면 그대의 사랑이 더욱 강해져

머지않아 떠나야 하는 것을 잘 사랑하리.]

 

셰익스피어의 소네트는 죽음을 말하고 있다. 살아있음에도 죽음을 인식해야 우리는 더 지혜롭게 살 수 있다. 스토너는 너무 어린 나이에 이 소네트에 감동받았다. 이 시가 그에게 공부에 대한 열정을 주었을지는 몰라도, 삶에 미리 죽음을 끌어당겨 섞어버린 것처럼 스토너는 평생을 살아간다. 아내 이디스와 딸 그레이스, 부모님, 그가 사랑했던 캐서린에게 한 번도 진정으로 책임이란 걸 지지 않았다. 피하고 견딤으로, 사회에서 벗어나기 좋은 대학이라는 곳에 매몰되어 숨어 지낼 수 있었던 게 그의 삶이었다.

 

평론가 이동진은 이 소설을 “‘스토너패배한 자의 변명과 후일담을 담은 소설이 아니다. 삶에는 근원적인 고독이 엄존하고 그 고독에는 영광과 상처가 공존한다고 말하는 소설이다. 삶의 가치가 삶 자체일 수는 없다고 주장하는 작품이다. 그 가치가 사랑과 우정이라도 그렇다. 가치가 훼손되고 목적이 좌절되며 소망까지 상실되어도, 책장을 넘길 때마다 한 사람의 단순한 세월이 꼬박꼬박 묵직하게 흘러간다. 미련하지만 끝내 위엄을 잃지 않은 인간에 대한 성실하고도 위대한 문학이다.” 라는 감상을 남겼다.

 

이동진의 말에 어느 정도 공감하지만 이 책을 읽을 때, 순간순간 치받는 분노와 속상함도 많았다. 스토너가 이기적인 사람이라는 생각도 했다. 그가 한 선택과 체념이 분명 불행을 가져올 것인데도 무심하고 무기력한 스토너가 이해되지 않았다. 스토너는 자신의 전공인 문학속의 세계에서 세상이 변화되는 것을 지켜볼 뿐이다.

 

스토너에 대해 그런 안타까움을 느끼면서도 이 책을 읽는 내내 스토너가 바로 인 것 같은 생각이 들어 먹먹하기도 했다. 남의 인생을 들여다보면 무엇이 잘못되었고, 어떻게 해야 잘 되는지가 보이지만 사실 내 인생은 그렇지가 않다. 나또한 용기를 내지 못했고, 나를 먼저 생각했으며 기회 있을 때마다 세상에 등 돌리는 일이 많았다.

 

죽음을 앞둔 스토너가 회한에 빠지지 않고 그가 그 자신이었음을 느끼고 자신이 쓴 책에 자부심을 가지는 것이 좋았다. 남들 눈에 실패작으로 보이는 삶도 괜찮다. 그것이 뭐가 중요하겠는가? 그저 온전히 자기의 느낌과 생각만이 중요할 따름이다. 삶보다 죽음에 더 가까운 나이가 된 나는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에게 점점 더 관대해진다. 이러면 안 되는데이렇게 물러지면 안 되는데, 라고 생각하지만 난 스토너를 이해하며 삶이 별것 아니라는 여유와 냉소를 동시에 가지게 되었다.

 

[넌 무엇을 기대했나? 그는 다시 생각했다.

기쁨 같은 것이 몰려왔다. 여름의 산들바람에 실려 온 것 같았다. 그는 자신이 실패에 대해 생각했던 것을 어렴풋이 떠올렸다. 그런 것이 무슨 문제가 된다고. 이제는 그런 생각이 하잘 것 없어 보였다. 그의 인생과 비교하면 가치 없는 생각이었다.

팔다리에 나른함이 조금씩 밀려들었다.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감각이 갑작스레 강렬하게 그를 덮쳤다. 그 힘이 느껴졌다. 그는 그 자신이었다. 그리고 과거의 자신을 알고 있었다.]



 

 

 

 

 

 

 

 


 



오랜만에 유쾌한 소설을 읽었다. 읽는 내내 웃음이 나오고 기분이 좋아졌다. 뭉클함도 있어 숙연해질 때도 있었다. 인간에게 요구되는 중요한 것만 남기고 나머지는 단순화시켜 쿨하게 사는 순례 씨가 부러웠고 존경스러웠다. 이 소설 여기저기에서 툭 튀어나오는 유머코드도 의미심장했고 통쾌했다.

 

유능한 세신사였던 75세 순례 씨는 땀 흘리지 않고 버는 돈을 불편해한다. “순하고 예의바르다는 뜻의 순례(順禮)에서 지구별을 여행하는 순례자라는 마음으로(p.13) 살고 싶어 순례(巡禮)라고 개명했다. 그녀는 자기 소유의 4층 건물인 순례 주택을 싼 값에 사람들에게 임대해주고 있다. 남자 친구 박승갑 씨의 외손녀인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오수림을 잘 키워주었다. 순례 주택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 다 순례 씨를 닮아 있다.

 

순례씨와 수림은 가족보다 더 서로를 잘 알고 이해하는 나이를 초월한 친구 사이다. 그들은 서로를 최측근이라 여긴다. 가깝고 정이 깊지만 그들은 절대 선을 넘지 않는다. 지켜야 할 것과 허용되는 것이 분명하고 아주 독립적이다. 순례 씨는 어른이다. 그런 어른이 키운 중학교 3학년인 수림이는 영민하고 단단하며 감사할 줄 안다.

 

[“수림아, 어떤 사람이 어른인지 아니?”

순례 씨가 대답 대신 질문을 했다.

글쎄.”

막연했다.

자기 힘으로 살아 보려고 애쓰는 사람이야.”

순례 씨 생각 동의.” -p.53]

 

정말이다. 사람은 나이가 많다고 다 어른이 되는 것은 아니다. 진정한 어른이 되기도, 어른답게 살기도 어렵다.

 

 

스토너와 순례 씨의 삶을 잠깐 들여다본다. 그들은 똑같이 열정을 가졌고, 자신의 의지대로 인생을 선택해서 살았다. 하지만 더 행복해 보이는 사람은 순례 씨다. 누군가 나에게 누구처럼 살고 싶으냐고 묻는다면 난 머뭇거리지 않고 스토너가 아닌 순례 씨처럼 살고 싶다고 대답할 것이다. 이제부터 나의 롤 모델은 순례 씨이다.

 

[“수림아, 이 지구에 내 최측근이 딱 한 명 있는데 누구지?”

오수림.”

그래서 어떻게 살아야 한다고?”

행복하게 살아야 해.”

순례 씨는 감사라는 말을 잘 한다. 순례 씨가 좋아하는 유명한 말관광객은 요구하고, 순례자는 감사한다가 떠올랐다. 나도 순례자가 되고 싶다. 순례자가 되지 못하더라도, 내 인생에 관광객은 되고 싶지 않다. 무슨 일이 있어도. -p.99~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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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4-03-31 02: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가장 가까운 사람 자기 편이라 할 수 있는 사람이 한사람 있다니 좋을 것 같네요 그런 사람은 한사람이면 되죠 소설에 나온 사람이지만 부럽네요 소설이라고 해서 꼭 현실과 다른 건 아니기도 하겠습니다 소설 속 사람과 같은 사람이 현실 어딘가에 있을지도 모르죠


희선

페넬로페 2024-03-31 09:15   좋아요 1 | URL
소설 속 이야기이지만 현실에서도 저러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분명 현실에서도 있을거예요.

hnine 2024-03-31 09: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유은실 작가를 어린이, 청소년책들로만 읽어 알고 있었는데 순례주택은 꼭 그런 것 같지 않아요. 오랜만에 작가의 책을 다시 읽어봐야겠습니다.
우리 인생은 어떻게 보면 스토너의 삶을 닮은 시기가 있고 또 어느 시기는 순례씨의 생각과 삶과 비슷하기도 하고, 그렇게 복잡하게 진행되기도 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해봅니다.
좋은 리뷰 잘 읽었습니다 ^^

페넬로페 2024-03-31 10:25   좋아요 0 | URL
이 소설이 청소년 소설로 분류되어 있더라고요. 오히려 청소년보다 어른들이 더 많이 읽어야 할 것 같았어요.
네,
hnine님 말씀처럼 인생은 여러 시기를 거치는데 스토너의 삶을 닮은 시기가 훨씬 더 많지 않나 생각했어요. 이제부턴 순례 씨처럼 살고 싶어졌어요. 巡禮하는 자세로요 ㅎㅎ

새파랑 2024-03-31 13: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순례씨 보다는 스토너~!! 심심해 보이고 무난해 보이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인생이 그렇지 않을까란 생각이 듭니다. 특별할건 없지만 유일한 나의 인생~!!

페넬로페 2024-03-31 14:56   좋아요 1 | URL
새파랑님은 스토너~~
근데 스토너처럼 너무 쉽게 사랑하는 여자를 보내시면 안됩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