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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이를 위한 커피백 알라딘 아네모네 블렌드 #1 - 14g, 5개입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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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바쁜이를 위해서도 좋겠지만, 계속되는 폭염이 주는 더위를 피하기 위해서도 이 커피가 유용하다. 커피백이라 간편하고 뜨거운 물에서 빨리 탈출할 수 있다. 아네모네 블렌드는 한 모금 마시고 난 후의 잔향이 좋다. 적당한 산미와 섞여있는 나머지 맛의 어우러짐이 잘 블렌딩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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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3-08-03 1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커피백은 드립백이랑 다른 건가요??

페넬로페 2023-08-03 19:30   좋아요 1 | URL
네, 드립백은 물을 천천히 부어주어야 하는데
커피백은 차 티백 같은 거예요~~
이 커피의 맛도 맘에 들었어요.

독서괭 2023-08-03 19:53   좋아요 1 | URL
오 그럼 저에게 필요한 커피예요! 이번달 커피쿠폰으로 사야겠어요. 감사합니다~^^
 
마지막 이야기들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30
윌리엄 트레버 지음, 민승남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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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트레버작가가 말년에 쓴 10편의 단편 소설에 생각보다 오래 붙들려 있었다. 처음엔 읽기 쉬운 것 같았지만, 읽을수록 글이 깊어 그 의미를 받아들이는데 시간이 걸렸다. 노작가가 만들어 낸 문장에 먹먹해져 그대로 멈춰 있기도 했고, ‘히스클리프적(p.180)’느낌을 너무 잘 알 것 같아 오랜만에 책을 읽고 마음이 아팠다. 아무리 생각해도 모호해 끝가지 이해되지 않는 내용도 있었다.

 

 

나이 들어 뒤돌아 본 삶에 그 어떤 것이든 명확한 게 있을까? <피아노 선생님의 제자>미스 나이팅게일에게도 무엇 하나 확실한 것이 없다.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집에서 피아노 레슨을 하며 외롭게 사는 미스 나이팅게일에게 여지껏 한 번도 만나지 못한 천재 소년이 찾아온다. 제자의 연주를 들으며 파라다이스를 느끼지만, 소년이 다녀가면 집안의 물건이 하나씩 없어지는 대가를 미스 나이팅게일은 치른다.

 

소년은 미스 나이팅게일에게 과거를 소환해 준다. 그녀는 홀로 된 아버지와 오랜 연인이었던 아내가 있는 남자가 자신에게 준 사랑의 진실이 무엇인가를 생각한다. 사랑이라 포장된 것에 사실은 자신을 붙잡기 위한 그들의 기만이 들어있었고, 그것에 이용당한 건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소년의 행동에도 자신을 향한 조롱이 있음을 느낀다. 미스 나이팅게일은 불안과 회환에 시달리지만, 그럼에도 자신이 가지고 있는 행복의 기억만을 남겨 둔다. 자신이 느낀 감정만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살아가면 그만이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진실 찾기는 의미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 음악의 미스터리는 그가 연주를 마치고 그녀의 인정을 기다리며 지은 미소 속에 있었다. 그리고 미스 나이팅게일은 그를 바라보며 전에는 알지 못했던 걸 깨달았다. 그 미스터리 자체가 경이였다. 그녀는 거기서 아무런 권리가 없었다. 인간의 나약함이 사랑과, 혹은 천재가 가져다주는 아름다움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이해하는 데만 너무 골몰했으니까. 균형이 이루어졌고, 그것으로 충분했다.

-p.17, ‘피아노 선생님의 제자중에서]

 

그렇지만 행복의 기억만을 붙들고 살기에는 인간의 고독한 삶은 너무 길게 늘어진다. 과거의 회한을 안고 사는 여자는 미스 나이팅게일만이 아니다. <다리아 카페에서>의 애니타와 클레어도, <겨울의 목가>의 메리 벨라도 마찬가지이다. 사람에게 다가오는 사랑은 왜 그리 불공평하고 정당하지 않은지....결혼이라는 제도가 그러한 이유로 꼭 존재해야만 하는 건지, 아니면 결혼이라는 제도 때문에 그 사랑이 불행해지는 건지...어쨌거나 인생은 언제나 모호하다.

 

친구 클레어에 의해 자신의 결혼생활이 깨져버린 애니타는 언제나 다리아 카페의 한 자리에서 커피를 마시며 출판사에서 받은 원고를 검토한다. 이 카페는 시인에게 사랑하는 아내를 빼앗긴 이탈리아 남자, 안드레아 카발리가 잃어버린 아내에게 불멸성을 부여하기 위해 그녀의 이름을(p.47)’따서 문을 연 곳이었다. 다른 여자를 사랑하게 된 남편에게 버림받은 애니타에게 여전히 회한은 존재했지만 삶이 평온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자신보다 더 오래 남편과 산 클레어의 삶도 그리 행복하지는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차례로 공유한 남자의 죽음에 애니타와 클레어는 다시 연결된다. 그들의 재회는 예의바르고 차가웠지만 그 밑에 숨겨진 건 복잡함과 아이러니였다. 세월이 지나면 용서할 수 없었던 것도 흐릿해지고, 과거보다 남겨진 삶이 더 중요하다. 애니타와 클레어에게는 앞으로 긴 고독과 외로움만 있을 뿐이다. 그들에게 배반을 주고받은 고통이 크지만, 고독을 함께 이겨 낼 과거의 우정이 절실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나중에 또다시 후회하더라도 결코 그들은 과거의 관계로 돌아가지 못한다. 끝내 그럴 수는 없다. 돌이킬 수 없는, 지켜져야만 하는 인간의 자존심은 매번 절박함(p.62)’을 이겨낸다.

 

 

황무지와 가까운 외진 곳이며 고독감에 시달릴 수도 있는(p.181)’, 매서운 바람이 부는 황량한 장소에서도 목가적인 삶은 늘 있어왔다. 앤서니는 자신이 굉장히 히스클리프적이라고 느낀 마을에 잠시 머물렀고, ‘메리 벨라는 그를 사랑하게 된다.

 

결혼해서 두 딸아이를 두고 행복하게 살고 있는 앤서니는 다시 돌아오지 말았어야 했다. 아니 돌아와 메리 벨라의 사랑을 확인해주고 잠시 동안의 행복을 주었어야 했을까? 그는 그곳에서 계속 살기를 선택한 그녀를 과거 속에만 머물게 하며 나머지 생을 절절한 고독 속의 겨울의 목가에 가둬놓는다. 몹쓸 인간 같으니라고. 히스클리프적이라 느낀 공간에 히스클리프를 남겨 놓고 그는 떠나가 버렸다. 그 나머지엔, 무시무시한 고독과 광기, 결코 뿌리치지 못할 한낱 희망만이 남아 있을 것이다. 히스클리프처럼.

 

[그렇듯 단순하게 메리 벨라에게 고독이 시작되었고, 과거에 그녀가 겪었던 그 어떤 고독보다 지독했다. 그녀가 살아오면서 너무도 자주 접한 고독들을 작아 보이게 만드는 그 무시무시한 고독은 불가사의한 것이기도 한 게, 그녀가 그 누구보다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 아직 곁에 있는데도 찾아왔던 것이다.....그의 목소리에는 분노도, 신랄한 짜증도 실려 있지 않았다. 하지만 인내심이 바닥나면 그 두 가지가 다 찾아올 터였다. 그다음엔 무관심, 경멸, 멸시가 이어질 터였다. 그녀는 왜 그걸 알까? 그는 왜 알지 못할까? 한때는 그가 선생님이었는데.

-p.203, ‘겨울의 목가중에서]

 

 

<레이븐스우드 씨 붙잡기>, <크래스소프 부인>, <모르는 여자>에는 불행이 있다.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에 힘듦만이 있는 사람들이 어쩔 수 없이 선택해야 하는 것과 그 결과에는 비참함과 죽음만이 있을 뿐이다. 단지 추측뿐인, 목적만 있는 사람의 어긋난 생각들과 기대는 무력함만을 남기고 삶을 비극의 구덩이로 빠트린다.


-애도, 조토 디 본도네, 1305

 

이탈리아 파도바의 스크로베니 예배당에 그려져 있는 조토의 애도에는 10명의 천사들마저 그리스도의 죽음을 슬퍼하며 울고 있다. 기억을 잃은 그림 복원가인 콘스탄틴 네일러는 조토의 애도중 천사들만 있는 복제그림을 복원중이다.

 

창녀인 데니즈는 콘스탄틴에게 접근하고 그의 스튜디오로 따라가 그와 잠을 자지 않고도 돈을 받고, 그가 가진 돈 전부를 훔쳐 나온다. 그녀는 돈을 돌려주고자 마음먹지만 결국 돌려주지 않는다. 아마 그 돈으로 술을 마시며 당분간은 넉넉하게 살 수 있을 것이다. 기억나진 않지만 콘스탄틴은 그림을 그리는 동안 그와 함께 있었던 누군가를 기다린다. 예수의 죽음을 애도하며 슬피 우는 천사의 눈물은 창녀 데니즈와 기억을 잃어버린 남자에 대한 연민인지도 모른다.

 

 

작가 프루스트는 예술에 있어 역사적인 사건은 새의 지저귐보다 덜 중요하다고 주장(p.36, ‘프루스트와 함께하는 여름’, 책세상했다. 트레버 작가는 단편소설을 순간을 포착하는 예술(P. 241)”이라고 했다. 윌리엄 트레버의 마지막 이야기들에는 거창한 역사적 서사가 없다. 단지 소소한 삶의 단면만이 있을 뿐이다. 전쟁, 홀로코스트, 식민지의 삶이 없어도 우리가 만나고 겪어야 할 평범한 삶은 묵직하고 견디기 힘든 것이 많다.

 

작가는 인생의 길 위에 있는 우리들에게, 삶이란 확실한 건 아무것도 없으며 이해 못할 것도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리고 우리들이 마지막까지 가지고 있어야 할 덕목은 인간에 대한 연민이라고 말한다. 각자가 치러야 할 치열하고도 고독한 삶에 울고 있는 천사의 눈물 한 방울 정도는 있어야 진정한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비록 사랑까지는 없더라도....


문학동네판의 마지막 이야기들의 표지가 정말 마음에 든다.


나도 다리아 카페에서의 애니타가 되어 본다.

10편의 단편 중 이 소설이 제일 마음에 와 닿았다.

 

[집을 판다는 표지판이 치워졌다. 다른 사람들이 그 집에서 산다. 클레어가 쓸쓸한 고독 속에 고이 간직하고 있는 것, 그걸 애니타는 지금 뒤늦게 쓸쓸한 고독 속에 받아들인다. 사랑이 오기 전, 우정이 더 나은 것이었을 때 있었던 모든 것을.

-p.64, ‘다리아 카페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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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3-07-30 23: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도 드디어 읽으셨군요~!! 전 이 책 너무너무 좋았습니다 ㅜㅜ

마지막 사진 ‘다리아 카페‘에서 찍으신거 같아요 ㅋ

트레버의 책 국내출판이 마지막이 아니길 바랄 뿐입니다~!!

페넬로페 2023-07-30 23:52   좋아요 2 | URL
저도 정말 좋았고, 아직까지 여운이 많이 남아 있어요.
트레버의 책이 있는 곳이 모두 다 ‘다리아 카페‘ 아니겠습니까, ㅎㅎ
트레버의 소설, 전작 읽기 하고 싶네요.

책읽는나무 2023-07-30 23: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소소한 삶의 단면,
인간에 대한 연민.
페넬로페 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저도 그래서 트레버의 작품이 찡하게 좋더군요.

각자가 치러야 할 치열하고도 고독한 삶에 울고 있는 천사의 눈물 한 방울 정도는 있어야 진정한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비록 사랑까지는 없더라도....
캬....이건 반칙입니다.ㅋㅋㅋ
이 책을 읽는다면 이런 명문장이 절로 나온다는 거죠?^^
책표지가 예뻐서인지 사진도 이쁘군요.♡

페넬로페 2023-07-31 01:39   좋아요 0 | URL
여운과 울림이 많았어요.
책나무님 말씀처럼 찡하게 좋았어요.

그리고 네네, 그렇게 됩니다.
트레버 작가의 글이 저절로 느낌을 갖게 해줍니다.
이 책, 책나무님 책탑에서 본 것 같아요.
책나무님의 ‘다리아 카페‘도 기대하겠습니다^^

희선 2023-07-31 01: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누구의 삶이든 쉽지 않고 이야기가 되기도 하겠지요 친구와 남편한테 배신 당하면 마음이 아프겠네요 혼자 남은 사람도 쓸쓸하겠다 여기면서도 앞으로 혼자 살면 어떤가 하는 생각이... 혼자서도 꿋꿋하게 잘 살면 되죠 소설을 보면 그런 분위기가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소설이 끝나고는 그렇게 살지 않을지, 그러기를 바랍니다


희선

페넬로페 2023-07-31 01:44   좋아요 2 | URL
우리 삶의 단면들이 다 이야기가 될 것 같아요. 우리와 정서가 조금 달라서인지 이 책에는 결혼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사랑하게 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혼자서 잘 살면 되는데 이 책에서 제가 느낀 건 절절한 고독과 외로움이었어요.
그래서 살아나가면서도 왠지 안타깝고도 절박한 느낌이 들 것도 같았어요.

자목련 2023-07-31 08:5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 님의 리뷰로 천천히 마지막 이야기를 듣습니다. 가만히 커피를 마시며 누군가 들려주는 삶의 조각들을 듣는 기분, 행과 불행을 구분하는 일은 아무 의미가 없구나 싶기도 하고요. 좋은 리뷰 잘 읽었습니다^^

페넬로페 2023-07-31 10:04   좋아요 3 | URL
트레버 작가의 깊이를 따라가다보니 쉽지 않아 이 책을 다 읽고 다시 처음부터 읽었어요.
사람마다 이 단편에서 느끼는 감정들이 다 다르겠죠.
그게 무엇이든 그 밑에는 ‘삶‘이라는 것이 깔려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미미 2023-07-31 11:1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제 경우에도 트레버의 글이 빠르게 읽어지지는 않더군요. 그럼에도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는 매력에 꾸준히 사랑받는 것 같습니다. 저도 읽고 싶어집니다^^

페넬로페 2023-07-31 12:39   좋아요 3 | URL
트레버 작가의 글에 많은 여운과 울림이 있어 생각할 것이 많아지더라고요.
그래서 빨리 읽혀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천천히 읽을수록 이 작가를 더 사랑하게 됩니다 ㅎㅎ
가을이 되기 전에 읽으세요
가을과 겨울에 읽으면 더 맘이 아플 것 같아요^^

그레이스 2023-07-31 19: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읽고 싶어서 마음이 급해지지만 여유있게 읽기위해 조금 느긋하게 시작하려고 합니다^^;;

페넬로페 2023-07-31 19:00   좋아요 1 | URL
ㅎㅎ~~네,
항상 읽어야 할 책이 많으시니까요^^

2023-08-01 02: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8-01 09: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도둑맞은 집중력 - 집중력 위기의 시대, 삶의 주도권을 되찾는 법
요한 하리 지음, 김하현 옮김 / 어크로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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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브리엘 마르케스의 소설, 백년의 고독에는 가상의 마을 마꼰도가 등장한다. 그곳에 매년 삼월이면 찾아오는 집시들이 있었다. 그들 중 한 명인 멜키아데스는 마꼰도 사람들이 구경조차 해보지 못한 진귀한 물건을 가지고 온다. 자석, 망원경, 돋보기, 틀니, 얼음 등등.....마을 사람들에게는 마법 같은, 상상력 속에서나 존재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물건들은 과학의 다른 이름이었고, 멜키아데스는 선진문물을 가져다 파는 상인이었다. 그는 망원경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과학이 거리감을 없애버렸지요. 머지않아 인간은 자기 집에서 나오지 않고서도 이 세상 그 어느 곳에서 일어나는 일들도 다 볼 수 있다니까요.

p.14, ‘백년의 고독 1’, 민음사]

 

1967년에 출간된 이 소설에 서술된 자기 집에서 나오지 않고서도 이 세상 그 어느 곳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다 볼 수 있다는 마르케스의 글은 놀랍게도 예언적 문장이 되어 버렸다. 디지털화된 스마트한 세상에 살고 있는 지금의 우리들은 집 안에 있어도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알 수 있고, 그 누구와도 소셜미디어를 통해 교류가 가능해졌다.

 

백년의 고독첫 부분에 나오는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읽으며 내 인생에서는 어떤 물건이 나의 영혼을 송두리째 빼앗으며 놀랍고도 화려하게 등장했는지를 생각해 본 적이 있었다. 오래 생각해볼 필요도 없이 그것은 단연 스마트폰이다. 내 인생의 반은 아날로그로, 반은 디지털의 시대(나이를 너무 줄였나?)에 살고 있는 나에게 스마트폰은 이제 내 신체와 정신의 일부분이 되어 버렸다. 아니 거의 전부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마트폰과 인터넷 세상은 편리하고 많은 장점이 있다. 이 점은 인정하자! 내 미래를 상상해 봐도 그저 TV앞에만 머물러 있는 부모님세대와는 달리 그것은 다양한 선택지를 줄 것이다. 그러나 단점도 많다. 디지털 기기에는 엄청난 중독성이 있다. 버스에서, 지하철에서, 심지어 걸어가면서도 사람들은 스마트폰에 코를 박고 있다. 일방적으로 주어지는 무분별한 정보와 재미는 우리를 계속 그 세계에 머물도록 한다. 세상은 질문하지 않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로 가득 차 버렸고 그에 비례해 우리는 집중력을 잃어가고 있다.

 

나 역시 성인 ADHD가 의심될 정도로 상태가 좋지 않다. 뭔가에 오랫동안 집중하기가 힘들고 하루 종일 아무것도 안 한 것 같은 강박증세가 계속해서 나타난다. 스마트폰을 보지 않겠다는 생각을 하는 동시에 손가락으로 무한 스크롤을 하고 있다. 머리에 있는 생각들이 뒤죽박죽이고 건망증도 심해졌다. 내 일상과 습관을 변화시키고자 하지만 매번 나는 실패한다.

 

요한 하리의 도둑맞은 집중력은 위기의식에 사로잡힌 최근의 나를 객관적으로 들여다 볼 수 있게 해준 책이다. 저자의 말처럼 이 책은 자기계발서가 아니다. 저자가 제시한 몇 가지 해결책으로는 디지털의 세계에서 빠져나오지 못할 것이 뻔하다. ‘도둑맞은 집중력은 해결보다는 원인분석에 초점을 맞춘다. 집중력이 없어지는 것이 개인의 노력과 의지 부족이라는 생각의 범위를 넘어, ‘집중력을 거시적 차원의 문제점으로 전환시켜준다. 요한 하리는 우리가 집중력을 빼앗기는 것이 촘촘하게 짜여있는 거대하고 조직적인 시스템이 지배하는 사회에 살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것은 우리에게 편리와 재미를 주고 그 대가로 엄청난 시간과 돈을 가져간다. 결국 이것 역시 자본주의 시스템의 문제점과 연결된다. 대표적 소셜미디어인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은 좋아요하트의 세계에 오랫동안 사람들을 묶어두기 위해 실리콘밸리의 천재 기술자들에게 엄청난 돈을 쏟아 붓는다. 국가마저도 국민에게 가짜뉴스를 제공하며 극단적으로 분열시킨다. 이제는 총이 아니라 미디어의 장악이 가장 큰 무기가 되는 세상이 되었다.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집중력을 회복할 수 있는가? 집중력이 개인적인 문제가 아닌 구조적 문제라면 그 해결책도 개인의 범위를 넘어서야 하는 것이다. 저자는 3주 동안 스마트폰과 인터넷이 없는 세상(?)으로 피신하기도 한다. 아니 정확히는 일상에서 벗어나 있었다. 당연히 그 결과가 좋겠지만 누구나 그렇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에게는 그만한 여유와 기회가 없다.

 

저자가 여러 전문가를 만나 그들에게 조언을 구하고 우리에게 제시한 방법은 약간 모호하거나 양극단적인 것도 있다. B.F. 스키너의 강화훈련과 미하이 칙센트미하이의 몰입, 소설 읽기와 (게임), 멍때리기와 (시간낭비), ADHD와 각성제....이 세상에 난무하는 이론들은 완전히 맞는 것도, 틀린 것도 없기에 저자가 주장하는 것들이 다 옳은 것은 아니다. 숙면이 좋은 건 알지만 야간 노동자가 필요한 것도 현실이다. 이처럼 뭔가에 대한 문제점을 파헤치고 알아가는 과정과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찾는 것은 골머리가 아플 정도로 어렵다. 그렇지만 우리는 분명 알아야 하고 당연히 사회가 좋은 방향으로 가야하므로 이 책은 무척 유용하다.

 

[우리의 집중력을 좀먹는 현재의 기술 작동 방식은 과거나 지금이나 선택의 결과다. 이 방식은 실리콘밸리의 선택이며, 실리콘밸리가 그렇게 하도록 허용하는 사회 전반의 선택이다. 트리스탄은 이러한 기술을 전부 그대로 보유하면서, 최대한 우리를 산만하게 하는 방향으로 설계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우리는 정반대의 목표를 가지고 이 기술들을 설계할 수 있다. 집중력을 유지해야 하는 사람들을 최대한 존중하고, 사람들을 최소한으로 방해하는 것이다. 더 종요하고 유의미한 목표에서 사람들을 떼어놓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목표 성취를 돕도록 기술을 설계할 수 있다.

-p.200]

 

유의미한 방법으로,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게설계할 수 있음에도 그렇지 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저자의 주장대로 함께 연대하며 이 문제를 해결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우리의 집중력을 빼앗고 있는 세력(p.241)’에 변화를 요구해야 하는 것이다.

 

아이를 키우다보면 내 아이만 건강하고, 착하고, 잘된다고 안심할 수 없다는 것을 부모는 알게 된다. 주위에 분노조절 장애나 ADHD를 겪고 있는 아이가 많을수록 내 아이가 살아가기 힘들 것이다. 저자가 이 책에서 ADHD에 대해 많은 서술을 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이다. 집중력을 떨어뜨리는 사회는 평범한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며, 아이들도 예외가 아니다. 소셜미디어뿐만 아니라 먹는 음식, 스트레스, 대기오염, 도시환경 등 사회의 전반적인 것이 우리의 집중력을 잃게 하는 원인이 되므로, 다각적인 해결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 책을 읽고 북플을 떠난 친구들이 있다. 내가 이 책을 읽고 난 후의 생각은 북플을 떠난다고 능사는 아니다이다. 그러나 그들을 이해했고 그것도 한 방법이라는 데에는 동의한다. 결국 집중력 회복은 구조적이고도 개인적인, 두 개의 관점이 꼭 필요하고 그것이 병행되어야만 가능하다. 우리의 집중력을 좀먹는 거대 자본주의에 대항하기 위해서도 개인적 노력은 반드시 필요하다. 단순해서 회의적인 해결책을 하나하나 실천해봄도 한 방법일 것 같다. 나에게는 어떤 디톡스가 필요할지 고민해봐야 할 시점이다.

 

[장기적으로 볼 때, 매년 계속해서 성장하고 속도를 높여야 한다는 믿음이 지배하는 사회에서는 결국 우리의 집중력을 구할 수 없으리라 생각한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내가 다 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집중력 반란이 시작되면 우리가 조만간 이 근본적인 문제, 즉 성장 기구 자체와 싸워야 할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어쨌든 간에 우리가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다른 이유가 있다. 이 성장 기구는 인간을 우리 정신의 한계 너머로 밀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이 두 가지 위기가 서로 뒤얽혀 있다고 믿게 되었다....

인류에게 바로 지금만큼 집중력(우리 인간종의 초능력)이 필요한 때는 없었다. 현재 우리가 전례없는 위기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p.431]

 


댓글(19) 먼댓글(0) 좋아요(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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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25 16: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7-25 23: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7-25 23: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7-25 23: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7-25 23: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미미 2023-07-25 19: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스마트폰이 집중력을 앗아가기 전에 잠시 있던 삐삐가 그립습니다.ㅎㅎㅎ
그 과도기적 상황은 짧은 만큼 아날로그적인 낭만이 있었던 것 같은데...
저는 북플만 하는데요 이곳은 그래도 자꾸 책을 읽고 싶게 만드는(큰 장점이 있는)곳이니
이웃분들이 부디 돌아오셨으면 좋겠어요. 그 전부터 안돌아오시는 미니님,툐툐님도 잘 지내시는지 궁금하고요.

페넬로페 2023-07-25 19:31   좋아요 2 | URL
아날로그적 낭만과 그 시절의 에피소드는 밤새워 얘기해도 될 것 같아요. 갑자기 그 시절이 그립네요.
저는 그때 참 게으르게 살았는데, 그래서 더 집중력이 좋았는지 모르겠어요 ㅎㅎ
저도 북플만 해서 이 공간이 참 소중해요.
미니님, 툐툐님 소식, 넘 궁금해요.
여기에 글 올리지 않으셔도 가끔씩 소식만이라도 전해주면 좋겠습니다.
이 공간은 책만 읽는 곳이 아닌 것 같아요. 정이 들어버렸어요~~

건수하 2023-07-25 20: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저도 오늘 다 읽었어요! 이 책은 원인 분석 부분이 가장 좋았고.. 뒷부분은 좀 흐지부지된 것 같아요. 그래도 sns나 미디어가 우리의 주의력을 분산시키는 방향으로 작동한다는 것을 알아두는 데에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

페넬로페 2023-07-25 22:10   좋아요 1 | URL
우리 모두가 집중력땜에 고민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다들 이 책을 읽는 거겠죠 ㅎㅎ
이 책이 우리가 생각하던 것과는 다른 방향을 잡아줘서 좋았어요.
실천은 각자의 몫일 것 같아요^^

2023-07-26 10: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7-26 14: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은오 2023-07-26 12: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첫 휴대폰을 산게 초등학교 5학년, 그리고 첫 스마트폰을 산게 중학교 2학년쯤으로 기억하는데.... 휴대폰으로 간단한 게임, 문자, 전화만 하던 때는 별로 달라진 게 없었는데 “스마트폰”이 생긴 이후로 엄청난 변화가 생긴 것 같아요. 짧았지만 스마트폰 없던 시절에 비디오가게에서 비디오 빌려보고 친구들이랑 밖에서 뛰어놀던 시절이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벌써 그때가 그립더라고요. ㅋㅋㅋㅋ

페넬로페 2023-07-26 14:09   좋아요 1 | URL
아날로그시대의 감성이 그립습니다.
저는 요즘 유모차에 있는 아이들을 볼 때마다 그 아이들은 디지털의 시대만 사는거니 앞으로의 미래는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바뀔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거기에 그 아이들은 적응하겠죠~~
근데 우리가 느꼈던 것을 모르니 조금 아쉽다는 생각도 해 봅니다.
어느 사회가 되던 좋은 방향으로 나가야하는데 개인적으로 각자의 몫이 중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많아요, 휴~~어렵네요, 휴~~

물감 2023-07-26 23: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서재를 떠났다가 돌아오길 무한반복 중인데, 이것도 집중력을 도둑맞았다 보면 될까요? ㅋㅋ

페넬로페 2023-07-26 22:49   좋아요 1 | URL
집중력 회복을 위해 노력중이신 것 같은데요~~
서재를 떠나는게 능사는 아니랍니다 ㅎㅎ

새파랑 2023-07-27 12: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책을 읽으면 북플을 떠나기도 하는군요 ㅋ
이 책을 읽으면 안되겠습니다 ~!!

페넬로페 2023-07-27 13:59   좋아요 1 | URL
새파랑님께서는 이 책 읽으셔도 북플 떠니지 않으시리라는 걸 믿습니다~~
근데 새파랑님은 워낙 집중력 좋으셔서 이 책 안 읽어도 될 것 같아요^^

독서괭 2023-08-03 12: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도 이 책 재밌게 읽으셨군요! 함께 자각하고 행동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이 책이 제시하는 게 이상적이어 보이긴 하는데, 못할 건 아닌듯요..
<백년의 고독>에 저런 문장이 있었나요!! N년쨰 재독하려고 생각만 하고 모셔두고 있는 책인데 ㅎㅎ 간만에 열어봐야겠어요.

페넬로페 2023-08-03 15:13   좋아요 0 | URL
네, 이 책이 굉장히 맘에 와 닿았어요. 마침 시간 활용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었거든요.
뭔가를 뜯어 고치려면 항상 이상에서 출발해야 하는 거잖아요.
그러니 뭐라도 해 봐야할 듯요.
백년의 고독, 첫부분에 등장하는 저 집시가 재밌더라고요!
 
도둑맞은 집중력 - 집중력 위기의 시대, 삶의 주도권을 되찾는 법
요한 하리 지음, 김하현 옮김 / 어크로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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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스마트한 세상의 편리함과 단물에 빠져 있는 우리는 절대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단칼로 자르는 알렉산드로스가 될 수 없다. ‘집중력‘은 개인적인 것이 아닌, 거대하고 조직적인 거시적 단어가 되었다. 삶을 방해하는 요소를 제거하기 위해 개인과 사회가 함께 해결점을 찾아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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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3-07-25 13: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스맛트폰 때문에 점점 더 책읽기도
집중력도 저하되고 있다는...

페넬로페 2023-07-25 16:56   좋아요 0 | URL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나이탓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스마트폰의 영향이 더 큰 듯 해요^^
 
에티오피아 예가체프 하루 수케 - 200g, 홀빈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3년 9월
평점 :
품절


라이트 로스팅이라 가벼운 산미를 예상했지만, 마시면 굉장히 묵직한 훅으로 한 방 맞는 맛이 느껴진다. 열대과일, 산미, 단맛, 자스민이 혼합된 복잡한 맛?? 처음 마셔보는 특이함에 개인에 따라 강한 호불호가 있을 것 같지만, 이것이 또 이 커피의 매력으로도 작용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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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3-07-20 16: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음... 이거 장바구니에 담아뒀는데 ‘특이함‘이라는 표현에 잠시 멈칫합니다. 음... 살까말까.

2023-07-20 17: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잠자냥 2023-07-20 17:17   좋아요 0 | URL
ㅋㅋㅋ 감사해요!

책읽는나무 2023-07-20 17: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어제 받았는데 아직 마셔보진 않았어요. 내일 마실 예정입니다^^

페넬로페 2023-07-20 17:33   좋아요 1 | URL
책나무님 느낌은 어떨지 궁금합니다^^

Falstaff 2023-07-20 17: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늘 이거 사려고 하다가 보니까.... 로스팅한 날이 16일이라고 해서 관뒀는데요. ㅜㅜ

페넬로페 2023-07-20 18:14   좋아요 1 | URL
저는 날짜도 안 보고 구매했어요 ㅎㅎ
요즘 제가 덤 앤 더머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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