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하루 이틀 정도 시위에 나섰지만 헛수고였다.
레베용과 앙리오는 싸구려 술 몇 잔을 들이켜고 빵으로배를 채우면 노동자들이 불만을 꿀꺽 삼킬 거라고 생각했을 터다. 아무렴, 그래야지! 그러고 나면 아침에 일터로 돌아가 먹고살기 위해 기계 앞에 쪼그리고 앉아 일을할 것이다. 먹고살아야 할 것 아닌가! 그레브 광장에 모여 항의만 하며 일생을 보낼 순 없는 노릇이다. 그런데항의 시위는 도무지 그치지 않았다.
당시 프랑스는 대기근을 겪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들굶어 죽어 갔다. 흉년이 들었다. 수많은 가족이 구걸로 연명했다. - P12

저 부자들의 광기를보라, 여기가 바로 그들의 별장이다. 여기서는 노동이 황금으로 변하고, 신산한 삶이 달콤해지는가 하면, 매일 반복되는 고통스러운 노동, 모든 더러움, 질병, 곤궁, 유아사망, 썩은 이, 퇴색한 머리카락, 손발에 박힌 굳은살, 불안감, 겁에 질린 침묵, 모든 단조로움, 죽을 만큼 괴로운일상의 반복, 벼룩, 옴, 솥에 덴 손, 어둠 속에서 번득이는 눈, 고역, 찰과상, 불면의 고통, 비천한 자의 호전성,
이 모든 고통이 꿀과 노래와 작은 일화로 변한다. - P15

그리고 반란 반란이 일어나고 세계를 뒤집어엎었다해도 그런 기운이 쇠진하면 사람들은 반란이 실패했다고믿는다. 그러나 반란은 어느 날 부활한다. 이러한 역사는불규칙하고 변덕스러우며 은밀하고 저항에 부딪힌다. 왜냐하면 어쨌거나 잘 살아야 하고 배를 잘 운항해야만 하며 맨날 봉기만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아기를 낳고 일하고 서로 사랑하고 살기 위해서는 약간의 평화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 P64

아! 어떤 불길,
어떤 희열이 그들 심장에 번져 갔는지 우리는 결코 알 수없을 것이다. 어쩌면 우리도 같은 불에 타오를지 모르지만 결코 같은 날, 같은 시간에 그럴 수는 없고, 치밀하게회고록들을 검토하고, 모든 증언을 섭렵하고, 글과 신문기사를 읽고, 조서들을 파헤칠지언정 아무것도 발견하지못할 것이다. 우리는 제집 안방에서 모든 역사 속으로 들어가는 관문에 해당하는 돌, 진정한 로제타석은 결코 찾지 못했다. 우리의 비밀 신호처럼 진실은 우리의 말을 통해 전달된다. - P70

파리가 거대한 쇠몽둥이로 두들겨 맞은 것 같았다. 노란 담장, 정원, 그리고 감옥까지 죄다 허물어졌다. 
도처에 사람들이 넘쳐났다. 이런 광경을 상상해 봐야 한다. 성곽의 총안 너머로 내려다보는 감옥소 소장과 그가 지휘하는 군인들을잠깐 상상해 봐야 한다. 도시 전체가 군중이고, 인민이곧 도시인 상황을 상상해야만 한다. 그들의 경악한 모습을 상상해 봐야 한다. 금방이라도 폭우가 쏟아질 듯한 검은 하늘, 무거운 서풍, 얼굴에 들러붙은 머리카락, 먼지로 충혈된 눈, 그리고 성곽 해자 주변과 가정집 창문, 나무와 지붕 위까지, 도처에 몰려 있는 군중을 상상해 봐야한다. - P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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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17 01: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4-17 19: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유럽 도시 기행 1 - 아테네, 로마, 이스탄불, 파리 편 유럽 도시 기행 1
유시민 지음 / 생각의길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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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웬만큼은 아는 ‘아테네, 로마, 이스탄불, 파리‘를 유시민은 어떻게 표현했을지 궁금했다. 생각보다 임팩트가 없어 밋밋했지만, 무수한 영욕의 세월을 견뎌 낸 이 도시들에 대한 맥락적 서술은 탁월했다. 어중간한 본인의 여행 여정보다 인문학적 내용이 좀 더 많았으면 좋았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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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3-04-12 07: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은 아테네, 로마에 대해 너무 많이 아시는거 아닌가요? ^^

페넬로페 2023-04-12 08:35   좋아요 1 | URL
학교때 세계사만 배웠으면 다 알 수 있는 내용이예요^^
그래서 조금 아쉬웠습니다.
유시민이라는 이름이 더 많이 기대하게 만들잖아요^^

2023-04-21 11: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페넬로페 2023-04-25 21:58   좋아요 0 | URL
ㅎㅎ, 그러게요.
저도 요즘 오디오북 자주 듣는데 성우들이 읽어주는 것은 확실히 다르더라고요.
어쩜 그렇게 목소리도 좋고
딕션도 훌륭하던지요~~
 
케냐 야라 AA TOP #5 - 200g, 홀빈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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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놀이터에서 들려오는 아이들의 소리가 커짐에 봄이 왔다는 걸 실감한다. 케냐 야라 커피의 고소한 맛의 여운과 아이들의 웃음소리에 다정한 봄을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은은하고 묵직한 커피의 잔향과 아이들의 경쾌함이 마음을 설레게 한다~~이런 게 인생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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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23-03-22 16: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의 그 겨울에 쓰셨던 커피 명백자평 2탄 같아요!^^
이건 봄 시리즈편이군요!

페넬로페 2023-03-22 17:24   좋아요 1 | URL
커피 마시고 있는데 놀이터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 소리가 넘 정겹게 들렸어요.
추운 날에는 안 나오더니 날씨 조금 따뜻해지니 냉큼 나와 노는 녀석들이 넘 귀여워요^^

새파랑 2023-03-22 22: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커피의 장인 독서의 장인인 페넬로페님~!!

페넬로페 2023-03-22 23:02   좋아요 1 | URL
뭔 장인씩이나요 ㅎㅎ
새파랑님!
잘 지내시지요? 반가워요.
일 때문에만 바쁘시고 아프지는 말았으면 좋겠어요^^

2023-03-23 23: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3-24 01: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파리 셀프 트래블 - 2023-2024 최신판 셀프 트래블 가이드북 Self Travel Guidebook 4
박정은 지음 / 상상출판 / 2023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누군가에게 여행은 일상이지만, 어떤이에게는 언젠가는 가야 할 버킷리스트일지도 모른다. 그것이 무엇이든 가장 중심에 있는 곳이 ‘파리‘일 것이다. 이 책은 파리에 대한 모든 것이 일목요연하고 번잡하지 않게 잘 정리되어 있다. 이 정도만으로도 충분하다. 사실 다 둘러 볼 시간이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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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곡 2023-03-17 23: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여행을 좋아하는 편은 아닌데 코시국 지나면서 답답함이 쌓였는지 여행가고 싶어지네요 휴우 주말 잘 보내시길 바랍니다!

페넬로페 2023-03-18 00:58   좋아요 1 | URL
세상은 넓고 갈 데도 많은데 막상 가려고 하면 많은 제약이 따르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가면은 좋구요.
서곡님!
주말 즐겁게 보내시길요^^
 

빈틈없는 오디세우스!
그토록 덕성스러운 아내를맞이하다니. 그대는 정말 행운아요! 이카리오스의 딸, 그대의 흠잡을 데 없는 아내, 페넬로페는 얼마나 정숙했던가! 젊은 시절 보았던 지아비의 기억을 얼마나 소중히 간직했던가! 그 눈부신 미덕은 세월이 지나도 바래지 않을 터, 불멸의 신들도 열녀 페넬로페를 기리는 아름다운 노래를 지어 인간들에게 두루 들려주실 거요-『오디세이아』 제24권 (191~194)

그는 배에서 쓰는 굵은 밧줄을 집어들더니 한쪽 끝을 주랑(柱廊) 현관의 기둥 꼭대기에 묶고 반대쪽 끝은 
둥근 정자 너머로 던져 여자들의 발이 땅에 닿지 못하도록 높이 비끄러맸다. 그리하여 덫에 걸린 개똥지빠귀나 비둘기처럼 그녀들은 저마다 목에 올가미를 단단히 휘감은 채 머리를 나란히 하고 한 줄로 매달려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였다. 잠시 그들의 발이 움찔거렸으나 오래가지는 않았다.
-『오디세이아』 제22권 (470~473) - P13

나는 교수형을 당한 열두 명의 시녀와 페넬로페에게
화자의 역할을 맡겼다. 시녀들은 합창단이 되어 주로 두가지 문제에 대하여 노래하거나 낭송한다. 그것은 오디세이아』를 정독하고 나면 자연히 떠오르는 의문들이다.
시녀들이 교살된 까닭은 무엇인가? 페넬로페의 진짜 속마음은 어떤 것이었을까? 『오디세이아』에 실린 이야기는 물샐틈없이 논리정연하지 않다. - P17

어머니는 이렇게 말했다.
"물은 저항하지 않아. 물은 그냥 흐르지. 물 속에 손을담가도 그저 그 손을 쓰다듬으며 지나갈 뿐이야. 물은 딱딱한 벽이 아니라서 아무도 가로막지 못해. 그렇지만 물은 언제나 제가 가고 싶은 곳으로 가고야 말지. 물을 끝까지 가로막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단다. 그리고 물은 참을성이 많아. 한 방울씩 떨어지는 물이 바위를 닳아없어지게 하지. 그걸 잊지 마라, 내 딸아, 너도 절반은 물이라는 사실을 기억해라. 장애물을 뚫고 갈 수 없다면 에둘러가는 거야. 물이 그리하듯이." - P68

그렇다고 텔레마코스를 보살피는 일을 차마 그녀에게서 빼앗을 수는 없었다. 그녀에게 텔레마코스는 끝없는 기쁨의 샘이었다. 누가보면 친자식으로 오해할 정도였다.
오디세우스도 나를 자랑스러워했다. 물론 당연한 일이었다.
"헬레네는 아직도 아들을 못 낳았는데 말이야."
내가 기뻐할 만한 소리였다. 물론 기뻤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들었다. 어째서 아직도 어쩌면 한시도 잊지 못하고ㅡ헬레네를 생각할까? - P90

나의 목표는 오디세우스의 재산을 불려 그가 돌아왔을 때는 떠날 때보다 더 큰 부자로 만들어주는 것이었다.
양도 더 많고, 소도 더 많고, 돼지도 더 많고, 밭도 더 많고, 노예도 더 많고.... 내 마음속에는 뚜렷하게 떠오르는 장면 하나가 있었다. 오디세우스가 돌아오고, 그동안내가 흔히들 남자의 일이라고 여기는 일들을 얼마나 잘해냈는지를 그에게-여자답게 겸손한 태도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물론 그를 대신하여 한 일이라고, 오로지 그를 위해 일했다는 말도 잊지 말고 덧붙이는 것이다.
그 순간 그의 얼굴은 기쁨에 겨워 얼마나 환하게 빛날 것인가! 나를 얼마나 흡족히 여길 것인가! ‘헬레네를 천명이나 준대도 당신과는 안 바꿀 거요. 그는 그렇게 말할것이다. 어찌 아니랴 ? 그러고는 나를 다정하게 안아줄것이다. - P116

그 수의도 곧바로 이야깃거리가 되었다. 사람들은 영문을 알 수 없이 좀처럼 끝나지 않는 일을 가리켜 ‘페넬로페의 거미줄‘ 이라고 부르곤 했다. 수의가 거미줄이라면 나는 거미인 셈이다. 그러나 내 목적은 남자들을 파리처럼 붙잡으려는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나 자신이 얽혀들지 않으려고 노력했을 뿐이다. - P147

옳은 말이다. 나는 절대로 망각의 물을 마시지 않을 것이다. 그래봤자 무슨 의미가 있는지 나로서는 잘 모르겠다. 아니, 의미가 있다는 것은 알지만 위험을 무릅쓰기가싫은 것이다. 내 지난 생애도 어려움이 꽤 많았지만 다음생애는 더욱더 고달플 수도 있지 않겠는가? 나에게는 지상세계를 엿볼 기회가 별로 없지만, 그래도 그 세상이 내가 살던 시절에 못지않게 위험하다는 것쯤은 충분히 알수 있다. 아니, 오히려 불행과 고통의 규모가 훨씬 더 커졌을 뿐이다. 인간의 본성도 옛날과 다름없이 저속하기만하다. - P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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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3-02-23 20: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마거릿 애트우드 책인데, 처음 보는 것 같네요.
상품 소개란의 출간일자 보니까, 최근 책은 아니군요.
우리 나라에 시녀이야기가 처음 나왔을 때, 이 작가에 대해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는데,
넷플릭스로 영화화 되면서 조금더 많이 소개되는 것 같긴 합니다.
페넬로페님, 따뜻한 하루 보내세요.^^

페넬로페 2023-02-27 00:07   좋아요 0 | URL
2005년에 출간된 책인데 최근에 구입해서 읽기 시작했어요.
흡인력이 대단해서 주욱 읽게 되더라고요.
애트우드작가의 새로운 시도가 좋았어요^^